문학)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Orca dreamed in a dream) 25편-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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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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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바이오로이드가 인간보다 동체 시력이 좋다고 해도 가까운 거리에서 쏜 탄환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해서 급소에 순순히 맞을 만큼 리제의 운동신경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그녀를 향해 초고속으로 접근하는 탄환을, 리제는 본능적으로 얼굴을 돌려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할 순 없었기에 리제의 오른쪽 볼에 길게 탄환이 지나간 자국이 그어지면서 피가 흘러내렸다.


얼굴 한쪽에서 느껴지는 화끈함에 리제의 손이 자연스럽게 볼을 쓸었다.


이내 리리스의 총격으로 자신의 얼굴에 상처가 났음을 깨달은 리제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리리스를 향해 가위를 내질렀다.


리제의 공격도 리리스 못지않게 상당히 매서웠기에 그녀 또한 팔뚝과 얼굴에 가윗날로 베인 상처가 생기고 말았다.


사령관이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전개된 유혈사태로 인해 둘의 이성은 안드로메다로 떠나보낸 지 오래였다.


사령관이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그의 뒤에 변화가 일어났다.


리리스와 리제가 서로 으르렁거리며 대치하고 있었기에 사령관 뒤에 조심히 일어나는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사령관, 레이스다. 참모부의 아르망 추기경이 전언을 보내왔다."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뻔했지만,

저 둘이 눈치채지 못하게 듣기만 해달라는 레이스의 첨언에 사령관의 고개가 요지부동했다.


아르망의 전언을 들은 사령관이 살짝 고개를 까닥여 알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사령관의 신호에 레이스는 처음에 나타났을 때 처럼 조용히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고 

사령관은 아직 별다른 전투 없이 서로 노려만 보고 있는 둘을 향해 말을 꺼냈다.



"리리스, 리제. 서로 무기 거둬."


""……""



사령관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 둘은 서로에게 겨눈 무기를 치우지 않았다.


그 모습에 사령관은 당황하면서 한편으로는 골치가 아팠다.


두 개체 모두 자신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녀석들이 자신의 명령에 불복종할 정도면 어지간히 둘 사이에 있던 감정의 골이 깊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부탁으로는 전혀 나아질 것 같지 않은 상황에 사령관은 결국 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블랙 리리스 그리고 시저스 리제."



흠칫.


자신들의 풀네임을 부르는 사령관의 목소리에 리리스와 리제 둘 다 몸을 가늘게 떨었다.


사령관의 목소리가 차가운 건 둘째치고 이름이 불린 순간 사령관으로부터 알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평소 사령관이 관여되면 막 나가는 성향의 리제가 먼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리리스를 노려보던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가위를 거두었다.


그 모습에 리리스도 부랴부랴 총을 거두었지만 리제를 노려보는 눈빛은 그대로였다.


위험요소들이 배제됨을 확인한 사령관이 명령을 내렸다. 



"블랙 리리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투항해!"



사령관의 명령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불굴의 마리와 샬럿이 나타나 리리스를 덮쳤다.


리리스는 자신을 제압하려 하는 둘의 모습에 이를 악물고 저항하려 했지만 

이미 뇌리에 박힌 사령관의 명령으로 인해 그것조차 불가능했다.


누구 하나 크게 다쳤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은 그렇게 무사히 마무리됐다.



-


-



오르카 호의 수복실.


평소에는 가벼운 부상자나 다른 이유로 찾아오는 이들이 적은 한적한 장소에 

갑자기 들이닥친 3명의 긴급 환자와 2명의 격리 환자로 인해 페어리 부대원과 작업 지원자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먼저 입원한 티아멧, 유미, 리앤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걸 들은 사령관은 안심하고 

리제와 리리스가 잠들어 있는 격리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던 우려와는 달리 둘은 수복실로 이송하던 도중에 잠들었다.


여전히 침대 위에서 잠들어 있는 둘의 모습에 사령관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사령관의 뒤로 페어리의 레아와 컴패니언의 페로가 같이 들어왔다.


그 둘 역시 사령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 중 레아가 먼저 사령관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여 기절해 있는 동생의 용서를 구했다.



"제 동생이 리리스 씨를 다치게 했다고 들었어요.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제 책임이 크니 리제한테 화내진 말아주세요."


"그걸 다 떠나서, 레아. 이건 너의 책임도, 리제의 책임도 그리고 리리스의 책임도 아니야.

 나이트메어 때문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라고 봐야지. 페로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온 거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령관의 배려심이 담긴 답변에 레아와 페로 둘 다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레아는 동생에게, 페로는 언니에게 다가가 그녀들을 정성스레 간호했다.


훈훈한 모습에 사령관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먼저 자리를 떴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 페로와 레아가 약속한 것처럼 동시에 격리실을 나섰다.


그렇게 격리실에 리리스와 리제 둘만이 남아 고요한 분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리리스가 슬며시 눈을 떴다.


사실 사령관이 왔을 때부터 깨어있던 그녀는 일어날 타이밍을 잡지 못해 계속 자는 척을 해온 것이다.


리리스가 건너편에 누워 있는 리제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스토커, 깨어 있어?"


"흥, 해충. 나한테 할 말 있어?"



놀랍게도 리제 또한 리리스처럼 깨어 있었는지 그녀의 질문에 퉁명한 목소리로 즉답했다.


리제가 깨어있다는 것을 확인한 리리스가 속마음을 털어놨다.



"미안해."


"…뭐?"



리리스의 갑작스러운 사과가 믿기 힘들어서일까?


침대에 누워 있던 리제가 억지로 몸을 일으켜 믿기지 않는 듯 반문했다.


그 기색을 느낀 리리스 또한 리제처럼 몸을 일으켜 그녀를 보고 있는 상태로 말을 되풀이했다.



"미안하다고. 비록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너를 공격했잖아?"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해충."



리제가 말을 더듬으며 시선을 피하자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 리리스가 풋하고 웃었다.


리리스의 웃음소리에 리제가 눈을 샐쭉하게 떠, 맞은 편에 있는 그녀를 흘겨보았다.


평소라면 저 모습에 더 비아냥거렸을 텐데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 리제였다.


리리스도 그걸 느꼈는지 의아하다는 말투로 리제한테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평소보다 좀 얌전한 거 같은데, 스토커?"


"흥, 아픈 사람 놀리는 취미는 없어. 해충."



당연히 리제가 내뱉은 말은 거짓이었다.


상대가 정상적이든 환자든 딱히 구분 짓지 않는 리제였으나,  여태껏 티격태격 싸우며 함께 생활해온 리리스를 

지금은 평범하게 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 무의식적으로 흘러나온 변명이었다.


리제의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었기에 리리스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이 둘 몰래 도청 장치를 설치해 둔 사령관 또한 둘이 나눈 대화 내용에 조용히 웃고 있었다.


자신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가 그의 귀에 들어가고 있다는 걸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들은 이후 몇 차례 더 대화를 나누었다.


그 결과 리제는 자신의 속마음이 까발려진 느낌에 고개를 홱 돌려 당황에 물든 얼굴을 숨겼고 

리리스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이처럼 후련한 표정으로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더 이상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자 둘이 자고 있다고 판단한 사령관이 귀에 걸린 이어폰을 내려놨다.


오늘 처리해야 했을 서류들이 책상 위에서 그의 최종 확인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사령관은 빠른 속도로 결재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이틀 같지 않은 이틀간의 소동이 지나간 후, 오르카 호를 소란에 빠뜨렸던 나이트메어의 악몽은 무사히 막을 내렸다.



-


-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사령관은 갑자기 달라진 주변 풍경과 수갑에 묶여 자유롭지 않은 손발의 상태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분명 새벽 3시쯤에 서류 결재를 가까스로 마무리 짓고 의자에 기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비밀의 방 안에 자신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뭐로 만들었는지 힘을 줘도 풀리지 않는 수갑까지.


이게 대체 무슨 조화인가 싶어 무수히 많은 생각이 그의 뇌를 지나가는 사이, 

'철컥' 소리와 함께 열린 문을 통해 오르카 호의 참모진 중 한 명인 아르망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이 일의 주동자처럼 보이는 아르망한테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 했으나 

그가 하려던 질문은 그녀가 뿜어내는 서릿빛 오라로 인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고 하는지 지금 그녀의 모습을 통해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무슨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을 텐데 아르망은 처음 왔을 때부터 변함없이 활짝 웃으면서 

커다란 산을 마주한 것 같은 위압감을 스스럼없이 발산하고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아르망의 격한 감정에 사령관은 할 말을 잃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붉은 예복과 비레타가 오늘따라 섬뜩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저기, 아르망?"


"네, 폐하."



아르망 앞에서 돌려 말하는 건 소용없다고 생각한 사령관이 돌직구를 꽂았다.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알려줄 수 있니?"


"…"



사실대로 말해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품은 채 슬쩍 질문해봤지만, 아르망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나와선 안 될 반응에 무언가 잘못 건드렸다 속으로 생각한 사령관이었다.


그때 닫혀있던 방문이 다시 열리며 흰 날개의 천사가 등장했다.


일과시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정갈하게 차려입은 아자젤이 긴 두루마리를 손에 쥔 채 방안으로 들어왔다.


사령관의 앞에 멈춰선 아자젤이 끈으로 묶여있는 두루마리를 천천히 펼쳤다.


큼큼 소리 내 목을 가다듬은 아자젤이 입을 열었다.



"반ㄹ…구원자의 죄목을 읊겠습니다. 마음을 바르게 하고 들어주시길."


"아, 아자젤?"


"첫째,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다른 이와 상의하지 않고 홀로 짊어진 죄…"



아자젤의 입에서 사령관의 죄목과 평소 사령관이 보여온 행실에 대한 대원들의 불만이 술술 나왔다.


말이 불만이지 사실 불만이라기보다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사령관의 안위를 걱정하여 쓴 글이 대부분이었다.


사령관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쓰인 두루마리는, 옆에서 아자젤이 문장을 끝낼 때 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아르망의 작품일 것이다.


결국 사령관은 꼼짝없이 아자젤이 죄목을 낱낱이 읊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했다.


하지만 움직이지도 못한 채 몇십 줄이나 되는 내용을 듣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거의 마지막에 다다를 즈음 사령관은 혼이 쏙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말을 마친 아자젤이 조용히 두루마리를 접자 아르망 추기경이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를 표했다.


아자젤 또한 그녀의 인사에 가볍게 답한 뒤 사령관을 걱정하는 눈길로 힐끔 보고 조용히 방에서 나갔다.


피폐해져 있는 사령관의 앞에 아르망이 펜과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빽빽하게 내용이 채워져 있는 종이로부터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사령관은 침을 삼켰다.


이게 뭐냐는 사령관의 시선에 아르망이 종이에 써진 것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했다.



"참모진과 지휘관 개체 그리고 그 외 다수 부서장의 의견을 서로 종합해서 만든 계약서입니다. 폐하께선 사인만 하시면 됩니다."


"…"



그녀 개인의 뜻이 아닌 오르카 호의 전원이 동의한 사안이니 

사인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아르망의 보이지 않는 귀여운 협박에 사령관은 못 이기는 척 조용히 펜을 들어 사인했다.


일단 겉으로 슬쩍 봤을 땐 그렇게 무리하거나 문제 있어 보이는 항목은 없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한 사령관이 쿨하게 서명하자 여태껏 한기를 풀풀 풍기던 아르망이 갑자기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사령관의 마음 한구석에 불안감이 싹텄다.


왜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 사령관은 뒷면에도 적혀 있는 문장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아르망을 불러 세우려 했으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아이고야…"



계약서의 뒷면을 이용하다니 날이 갈수록 치밀해지는 참모진의 수법에 사령관은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고 없는 이야기로 하기엔 저 소식을 듣고 기뻐할 다른 대원들을 생각하자니 차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도 저도 못 할 외통수에 걸린 사령관이 고개 숙여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써 놓은 거겠지?"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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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길고 긴 연재가 끝났다. 어찌어찌 완결 마크를 붙이고 1편부터 다시 정독하는데 부족한 게 너무 많이 보이는 게 아쉽더라.

총 25편 약 11만 자에 달하는 그지 같은 필력의 일반 소설 한 권 분량을 끝까지 읽어준 라붕이들한텐 그저 고마울 뿐임.

사이드 스토리는 본편처럼 길게 하지 않고 캐릭터마다 한두 편으로 끝낼 것.

그럼 라붕이들 좋은 주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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