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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섹스씬은 없긴 한데 중간에 묘사가 좀 거시기한 부분이 한 군데 있어서 혹시몰라 넣음


스틸라인의 사단장, 불굴의 선봉장이자 그 말 그대로 절대로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가진 바이오로이드.

---그리고 오르카 호에서 누구 하나 모르는 자 없는 쇼타콘.


그렇다. 그것이 바로 불굴의 마리에 정확한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는 근엄하고 성실한 겉모습 내에 어린 남성을 좋아하는 추악한 내면을 항상 숨기고 있다.

그렇기에 남들이 어떤 성벽을 가지고 있든 쾌히 존중해주는 일면도 있다.

허나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게 업무도, 사생활도 완벽히 소화해내고 존중해주는 모범적인 지휘관.

즉, 자신은 '성벽에 대해 열린 바이오로이드' 이자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바이오로이드' 라는 도덕적 우월감으로 가득 찬 생각을 깔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입각하여 마리는 오늘도 자신의 부하 바이오로이드들을 흥미롭게 관찰하며 생각하고 있었다.

이미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노움, 이프리트같은 휘하 바이오로이드들은 마리의 분석 하 어느 정도 파악이 완료된 상태다.


"분명 저 브라우니는 들어가지 않는 곳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오는 과격한 플레이를 좋아했고.. 저 레프리콘은..."


한창 훈련중인 부하들을 보며 상념에 잠겨있던 그녀의 의식을 누군가가 깨웠다.


"마리 소장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녀의 의식을 깨운 것은 그녀의 부관이자 연대장, C-77 레드후드였다.

시선을 이 쪽으로 향한 그녀의 표정이 찌푸려진 것을 보고 훈련을 잠시 임펫에게 맡겨두고 마리에게 용의를 물으러 온 것이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내 부관에게 지적받을 정도로 얼굴이 풀어져 있었나.'


"그렇습니까? 심각한 얼굴로 병사들을 쳐다보고 계시길래 훈련 과정에 어떠한 문제라도 있나 싶었습니다."


'너무 생각에 잠긴 나머지 인상이 찌푸려졌나보군, 주의하자.'


"아니다. 훈련 과정에 문제는 없다. 다시 복귀하여 지휘할 수 있도록."


"옙. 알겠습니다."


---마리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훈련받는 병사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순간, 그런 그녀의 머릿속에 어떠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내가 연대장의 취향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던가?'


가까이 있는 것은 오히려 알아차리기 어렵다고 하던가.

항상 자신과 붙어있던 부관이기에 특별히 생각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마리의 머릿속은 훈련에 대한 것에서 급격히 레드후드의 취향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항상 올곧고 성실한 자랑스러운 부관이지만, 음습한 취향을 숨기고 있을지도 모르지... 나처럼 말이야..'


본인이 그렇게 하고 있는 만큼, 자신의 부관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자신의 입장을 대입하여 생각해보는 마리였다.


'아니, 혹시 모르지. 나보다 훨씬 더 음습한 취향일지도...'


그녀의 머리속은 순식간에 부관의 수치스러운 모습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개목줄을 차고서 애널 플러그를 찬 채 네 발로 기며 개 짖는 소리와 쾌락 섞인 신음을 내뱉는 부관의 모습,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는 의지를 지닌 그녀가 사령관에게 촛불과 채찍을 주면서 마조 플레이를 즐기는 모습,

심지어는 보련과 오드리의 합작인 하트 모양 문신(1시간 지속)을 하복부에 새기며 동공에 하트를 띄운 채 사령관을 착정하는 부관의 모습...


--그런 다양한 부관의 음란한 모습들이 마리의 머리속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그 생각은 임계점에 도달하여---


'핫! 혹시 그녀가 나와 같은 취향이라면?!'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마리는 미지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동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그날 훈련이 종료된 후 몰래 레드후드의 곁에 감시자의 눈 1기를 붙여놓았다.


'그러고보니 나는 평소에 부관이 뭘 하고 지내는 지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였나..'


항상 자신과 가깝게 지내던 레드후드였지만, 그녀는 군사적 내용을 제외하고는 마리 앞에서 다른 주제를 꺼내는 일은 없었다.

이처럼 그녀는 훌륭한 군인이었지만, 바이오로이드 대 바이오로이드 라는 측면에서 훌륭하지는 못했다.

시시콜콜한 농담따먹기, 심지어는 사령관에 대한 이야기마저도 마리와 레드후드는 나눠본 적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기회는 그녀의 취향과 사생활을 알 수 있는 귀중한 기회임에 틀림없었다.


'자네가 알려주지 않는다면야 내가 알아내면 될 일이지. 후훗.'


그렇게 생각하며 스토킹에 대한 자기합리화를 하는 마리가 있었다.


그런 마리를 눈치채지 못한 듯 레드후드는 주위를 한번 두리번 거리고는 어디론가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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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오늘이다.


내가 오드리 양에게 직접 의뢰한 그것이 오늘 완성된다.


아아, 이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너무 부끄러운 디자인이지 않은가..


큭.. 으음, 아니다. 사령관님과 만족스러운 거사를 치루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할 일!


나 레드후드,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히 맞설 것이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두어번 두드리자 오드리 양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오우~ 레드후드 양! 안그래도 제 쪽에서 찾아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와주셨군요."


"하하 아닙니다. 그나저나... 의뢰한 것은 완성되었습니까?"


"오브 콜스! 물론이죠! 이왕 피팅 모델이 온 거, 한 번 입어보고 가는게 어떠신가요?"


"아, 아니! 괜찮습니다! 제 숙소에 가서 조용히.."


"에이~ 그러지 말고! 자! 자! 빨리 들어오세요~!"


으윽.. 오드리 양의 등쌀에 못이겨 들어오긴 했다만.. 역시 이건...!


"자! 레드후드 양 께서 제게 맡겨준 의복이랍니다!"


하으아아아..! 역시.. 역시... 이건..!


"...너무 파렴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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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불굴의 마리는 본인에게 실망했다.


분명 오드리 양에게 찾아갈 때 까지는 흥분되고 두근거렸던 것은 사실이다. 인정한다.


그야 부관의 취향에 맞는 옷을 알 수 있었으니까. 어떤 음습한 취향을 가졌을지 몰랐으니까.


그렇기에 기대하면서 그녀의 행동을 더욱 세심히 살폈다.


평소에는 굳은 모습만 보여주던 자신의 부관이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손발을 배배꼬는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도대체 얼마나 과감한 디자인을 의뢰했길래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가.. 기대는 더욱 깊어져만 갔고,


"자! 레드후드 양 께서 제게 맡겨준 의복이랍니다!"


오드리 양이 자랑스레 들어올린 그 옷을 본 순간, 내 추악한 망상은 순식간에 사라져 날아갔다.


----그녀가 의뢰한 것은 정말, 정말로 지극히 평범한 분홍 수영복.


그리고 그것을 보고 홍당무처럼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격하게 부끄러워 하고 있는 나의 부관, 레드후드.


"레드후드 양께서 평소에 보련 양과 저희 샵에 자주 들러주셔서~ 이 옷은 써비스! 써비스로 드리도록 할게요!"


"정말입니까..! 고, 고맙습니다. 오드리 양!"


"뭘요~ 이렇게 미용과 패쑌에 관심있는 스틸라인 바이오로이드 분이 계시리라곤 저희도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항상 화장품이랑 미용품 자주자주 사가주셨잖아요~ 오늘은 그거에 대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줘요!"


여기서 확신했다.


내 부관은 나와는 달리 정말 순수한 정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뭐가 취향 존중이냐, 뭐가 성벽에 대해 열린 바이오로이드냐.


그건 그저 이상성욕을 가진 나를 합리화하는 것일 뿐이지 않나...


나는 극심한 현자타임을 버티지 못하고 감시자의 눈에서 비춰지는 화면을 끄고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음 날, 마리는 죄책감에 레드후드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레드후드는 그런 마리를 보며 어제의 훈련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는 내리갈굼을 시작했다.


오늘도 브라우니와 레프리콘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는 평화로운 오르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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