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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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구건조증이 있어서 시력이 불안정함.


오, 탈자가 있어도 좀만 봐줘 ㅠㅠ





오르카의 동물농장 - 2화



크고 날카로운 물건들이 부딪히는 소리에,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게 되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함장실은 엉망이 되었고, 예상대로 소완과 리리스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리리스씨, 이건 약속이 다르지 않사옵니까? 약을 드린 댓가로 주인님과의 첫 시간은 양보하기로 약조하지 않으셨사옵니까?"


"애초 항상 음흉하고 저열한 눈빛으로 주인님을 바라보는 아이와의 약속은 지킬 가치가 없지 않나요?"


"어머, 리리스씨는 행동은 천박해도 거짓말은 안하실거라 생각했는데... 후후후..."



다시 둘의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그나마 불행중 다행으로 내겐 탈출의 기회가 생긴 셈이다.



'약 때문에 정신줄까지 놓기 전에 빨리 빠져 나가야해!'



하지만 이전의 약과는 달리 몸이 내맘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았고, 말조차도 잘 나오지 않았다.


자력 탈출도 불가능한데다, 인간이 바이오로이드를 한번에 제압할 수 있는 '명령' 도 불가능한 상황이 된것이다.


그 와중에 내 고추만큼은 나의 두렵고 혼돈스러운 기분과는 반대로 그 어느때보다 늠름해져 있었다.



'아아... 인간의 명령은 거역하지 않는다는 건, 결국 이런 거였구나.'



바이오로이드가 아무리 공산품 취급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근본은 인간을 기초로 한다.


멸망전 인류는 단속과 검열의 위기 앞에 우회로를 만들며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항상 답을 찾아왔다.


인류가 만든 바이오로이드도 마찬가지로 명령을 표면적으로만 지키고 우회로를 찾거나,


아예 명령 자체가 나오지 않게 하는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한 내 크나큰 실수였다.


저번에도 몰카 음란물 동영상 단속의 명령에서 저장매채만 압수해서 폐기처분했을 뿐이었지,


몰카 동영상을 백업해서 보관하고 공유하지 말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핑계로 오히려 더 퍼진 기억이 났다.


나중에 탈론페더를 심문해서 알아보니, 단속을 담당한 현장 지휘관급 바이오로이드들이 압수한 저장매체에서 백업하여,


내부 인트라넷 기반의 비밀 대피소 게시판에다 스트리밍 형식으로 업로드해서 지휘관급끼리 공유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다운로드도 가능했고, 결국 알음알음 브라우니들 손에까지 되돌아가는 원점으로...


아니, 그 전에는 그나마 참치라는 가치 교환이 있기라도 했지.


지금은 거의 완전히 무료 야동이 되었고, 동시에 나는 매일 밤 모두의 반찬으로 쓰이는 무료 공공재가 되었다.



"여기 사령관님 동영상을 보면서 칸 지휘관님이 자위하는 걸 찍은 동영상도 있는데, 사령관님도 같이 보시겠어요?"



누구보다 믿음직했고 누구보다 군인다웠던 신속의 칸까지 나를 그런 눈으로 볼 줄이야...


나는 공공재가 된 동영상 속 내 모습을 보고 비참함과 수치심의 눈물을 흘리며,


음흉한 눈빛으로 동영상을 보며 침을 흘리는 탈론페더를 한대 세게 쥐어박았었다.


오르카에 와서 처음 쓰게 된 폭력... 아니 내게는 정당방위였다. 비록 지킬 것들은 모두 다 털린 후였지만...



그때부터 방심하지 말고 정신차려야 했었다.


바이오로이드의 인간 명령 절대 복종이라는 것은,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나쁜짓 안하는 모범생만을 뜻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로 발랑 까져서 사고 다 치고 다니면서 표면적으로만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 코스프레도 뜻할 수 있다는 것을.


거기서 더 나아가 싫은 명령을 복종해야 될 상황이 예상되면, 인간이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만들면 된다고 결론을 내린다는 것을.




"크웃!!"



리리스와 소완의 싸움의 과정에서 함장실 벽이 크게 터져 나갔고, 그 와중에 다소 불리해진 소완이 벽의 구멍으로 빠져 나갔다.



"우후후훗... 오늘은 확실히 주방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사는 벌레를 박멸해주겠어요~"



도망가는 소완을 광기에 빠진 눈빛으로 리리스가 쫒아가기 시작했다.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마치 고추만 야생의 동물처럼 꿈틀거리며 살아있고 본체는 숨 죽은 샐러드마냥 축 처진 식물인간이 된 나는


발가락부터 꼼지락거리며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



"힛힛히... 후하하하하...!"



웃음소리에 놀라 순간 고개를 돌렸고, 광기 어린 미소와 죽은 눈의 바이오로이드와 마주했다.


나는 그렇게 당하고도 멍청하게도 또 예상하지 못했다.


리리스와 소완이 이미 나왔다면, 다음은 당연히 시저스 리제 차례인것을...




- 3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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