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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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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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의 동물농장 - 3화 




콘스탄챠의 지도하에 지휘관으로써의 교양을 쌓기 위해 멸망전 동양 전통 속담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어부지리' 였다.


다들 알겠지만, 도요새와 조개가 서로 싸우다 지나가던 어부에게 잡힌다는 내용의 속담이다.


둘의 무의미한 싸움으로 서로 손해를 보고, 이득은 결국 제 3자가 거저 줏어먹는 다는 내용...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하게 남은 라스트 오리진, 훌륭한 인간이자 뛰어난 지휘관이 되기 위하여


이 속담을 곱씹으면서, 오르카에서 내분이 일어나 자멸을 시작하며


철충이 가만히 앉아 이득보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 자신 스스로 큰 권력을 가진 '분쟁의 중재자' 로 스스로 착각하며,


혼자만의 설레발과 망상증에 빠져 성급한 결론을 내린 멍청이일 뿐이었다.



나의 존재는 신의 권력을 가진 '분쟁의 중재자' 가 아닌,


언제든지 제 3자가 눈독을 들이다 기회만 있으면 거저 줏어먹을수 있는


'사령관' 이나 '주인님' 등의 다양한 호칭을 가진 '무료 공공재' 였을 뿐이었다.



지금 리제의 어께에 걸쳐진 채로, 약에 절어 몸은 축 늘어진채 오로지 고추만이 마치 참치마냥 팔딱팔딱거리는...


여성 바이오로이드 대비 상대적 품질과 스텟 분배가 의심스러운 내 '강화 육체' 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히히히히히.... 주인님? 안심하세요. 저만 아는 곳으로 가면 앞으로 벌레들 없이 단 둘이서만 지낼 수 있어요."



리제의 그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어부지리의 진정한 뜻을 몸으로 깨달은 것에 배우는 기쁨과 감동,


미래에 대한 슬픔과 좌절의 복잡한 감정의 눈물을 흘렸다.



'아아... 어쩌면 이런 일이 벌어질 걸 대비해서 니 주제를 알라고 콘스탄챠가 속담을 공부하라 했을지도 ㅠㅠ'



그 순간 바닥에 검은 그림자가 보였고, 곧 이어 단발의 총소리가 났다.



"우후훗, 주인님 착한 리리스가 구해주러 왔어요~"



어이가 없어서 '야! 이년아!! 니가 세상에서 제일 나뻐!!'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어차피 약때문에 목소리도 제대로 안 나오니...


게다가 지금은 멸망전 국가들이 했다는 대_통령 선거처럼 최악과 차악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



- 리제에게 끌려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평생 감금되어 쥐어 짜인다.


- 리리스에게 끌려가서 하드한 SM 플레이에 순순히 따라주고 중파되어 수복실에 눕는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상황에서 나는 후자를 골랐고, 결국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리리스를 애타게 불렀다.



"우읍우우으그극" (빨리 도와줘 이년아!!)


"역시 주인님!! 오늘 리리스와 함께 밤새도록 과감한 놀이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리리스는 눈으로 하트를 그리며 흥분하면서, 내가 지른 공포의 비명을 자기가 듣고 싶은 말로 번역했다.


어차피 이것도 다 예상한 일이지만, 아마도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 날이 될 것 같다 ㅠㅠ



"우후훗~ 이 해츄~웅!!!"



리제는 나를 복도 구석에 가지런히 차렷 자세로 내려 놓았다.


고추는 여진히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채, 여전히 갓 잡은 참치처럼 발딱거렸다.


아마 LRL도 이 광경을 보면 '인간!! 순순히 진조에게 바짓속에 숨긴 참치를 바치거라!!' 라고 하겠지.


수치심과 공포심에 이제는 도피 망상까지 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눈물이 펑펑 나왔다. 


멈추지 않는 나의 눈물은 복도 바닥을 멸망한 인류를 기리는 듯한 슬픔과 비탄의 샘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주인님, 해충을 죽이고 돌아올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히히히히~"



광기에 충혈된 리제의 눈을 보고 기겁한 나는 다시 몸을 회복하기 위해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리제와 리리스의 싸움은 시작되었고 곧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파편이 튀기 시작했다.


다행히,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면서 애벌레처럼 꿈틀거리며 기어 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멸망전 누가 이런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세상에서 재일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불 구경과 물난리 구경과 싸움 구경이라고...



결국 요란한 소리에 비번과 전투지원 준비로 대기중이었던 브라우니들과 레프리콘, 노움들이 몰려왔다.



"오우! 사령관님, 새로운 놀이라도 하시는 건지 말입니다??"



비록 이런 모습에 굴욕감과 창피를 느꼈지만,


그래도 속으로는 오르카에서 첫 섹스를 할때만큼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속담조차 겪어봐아 깨우치는 우둔한 나로서는


한 브라우니의 손길이 진짜 본격적인 비극의 시작임을 예측하지 못했다.




- 4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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