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__dikMFhMRY

(틀어도 되고 안틀어도 되고)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1477084?category=%EB%8C%80%ED%9A%8C&p=1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1478667?category=%EB%8C%80%ED%9A%8C&p=1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480136?category=%EB%8C%80%ED%9A%8C&p=1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482848?category=%EB%8C%80%ED%9A%8C&p=1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1484319?category=%EB%8C%80%ED%9A%8C&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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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 있는 오르카 호의 휴일.


평소였다면 다들 해가 머리위에 뜰 때 까지 달달한 늦잠이나 잤을테지만, 멸망전에 괌이라 불리던 섬에 도착한 이후로는 날마다 물놀이에 빠져 아침 일찍부터 모두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공 치는 소리와 웃음소리에 눈이 떠진 에밀리는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같은 방을 쓰는 파니는 벌써 나갔는지 침대엔 겉옷과 속옷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맨날 나한테는 정리 잘하라고 하면서.


입을 삐죽 내민 에밀리는 터덜 터덜 창문으로 다가갔다. 밖엔 벌써 많은 오르카 대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닷가를 즐기고 있었다.


똑똑.


멍하니 바다에 비친 햇빛을 바라보던 에밀리는 노크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안녕."


네오딤이 문의 잠금장치를 따고 들어와 에밀리에게 인사했다. 파니나 다른 인원들이 봤다면 한소리 했겠지만, 에밀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놀자."


에밀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세워둔 제녹스의 충전기 코드를 뽑았다. 콘센트에서 뽑힌 코드는 자동으로 제녹스 안에 말려들어갔다.


배터리가 완전히 충전된걸 확인한 에밀리는 네오딤과 함께 방을 나섰다.


"에밀리는 사랑이 뭔지 알아?"


네오딤 옆에서 제녹스를 타고 천천히 떠다니던 에밀리는 네오딤을 쳐다봤다.


"..사랑?"


뭐지. 먹는건가? 사령관이 티아멧에게 자주 주던 달달한 그건가?


"에밀리도 몰라?"


끄덕끄덕.


자신의 역량을 총 동원해 고민하던 에밀리는 미간을 약간 찌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이 야속하고 미웠다.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 걸음만 하는 이 느낌이 제일 싫었다.


"모르는건, 아스널이 언제든지 물어보랬어."


에밀리와 네오딤은 방에서 멀지않은 아스널의 집무실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 에밀리와 네오딤. 어서 오너라."


아스널은 안경을 쓰고 책상에 앉아 서류를 읽고 있었다. 에밀리와 네오딤은 바닥에 내려와 배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였다.


" "안녕하세요오." "


"그래. 좋은 아침이다. 저기 앉도록."


그런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띈 아스널은 소파를 가리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떤걸 줄까? 콜라? 주스?"


"난 오렌지 주스."


"난 사과 주스."


둘은 접대용 테이블 위에 있던 비스킷을 와삭와삭 갉아먹으며 말했다. 아스널은 귀여운 햄스터같은 둘을 바라보며 컵에 주스를 따랐다.


"그래서. 어쩐일로 찾아왔을까?"


아스널이 주스가 담긴 컵을 앞에 내려놓자 각자 자기 몫을 잡으며 빨대를 꽂았다.


"아스널. 사랑이 뭐야?"


사과 주스를 한모금 쭉 빨아당긴 에밀리는 멍한 눈으로 아스널에게 물었다.


"사랑? 흐으음...."


전혀 예상 외의 질문이 들어오자, 아스널은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놓고 턱을 문질렀다.


"벌써 그럴 나이인가?"


나이로만 따진다면 네오딤과 에밀리는 그럴 나이를 훌쩍 넘겼겠지만, 처했던 환경이 남달랐던 만큼 아스널의 고민은 깊어졌다.


"너희 둘, 혹시 누군가를 보면 가슴이 찡~ 해지는 느낌을 받은적 있나?"


도리도리.


도리도....끄덕.


에밀리는 고개를 저었고, 네오딤도 똑같이 고개를 저으려다 멈칫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그럼 누군가에게 뭔가를 막 해주고싶고 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 좋아지는 경험을 받은 적 있나?"


끄덕끄덕.


이번엔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이라는건, 마음의 최고단계다. 일단 시작은 아까말한 누군가에게 뭔가를 해주고싶다, 그래서 관심을 얻고싶다. 이게 '좋아한다'라는 감정이지."


아스널은 종이와 펜을 꺼내 밑부분에 좋아함. 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그리고 이게 점점점점 커지면 내 모든걸 그 사람한테 주고싶은 '사랑'이라는게 되는거다."


그리고 위로 쭈욱 긋더니 큼직하게 사랑♥ 을 그려넣었다.


"오...."


"전부 다?"


에밀리와 네오딤은 반짝반짝해진 눈빛으로 아스널을 바라봤다.


아스널은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긴 어려울꺼다.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오늘 임무를 하나 주지."


그리고 새 종이와 볼펜 각각 2자루를 꺼내 에밀리와 네오딤에게 건냈다.


"너희의 임무는 오르카호 뿐만 아니라 다른곳도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많은 요원들에게 아까 나에게 했던 질문을 똑같이 하고, 그 대답을 적어오는거다. 할 수 있겠지?"


아스널의 명령에 에밀리와 네오딤은 착착 경례를 했다.


"힘낼게, 대장."


"완수하겠습니다."


둘의 각오를 받으며 아스널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나가봐라."


대답이 떨어지자 둘은 집무실을 쪼르르 나갔다.


문을 닫은 아스널은 책상으로 돌아가 호출기를 꾹 눌렀다.


"레이븐, 뭐하고 있나?"


[오우, 대장! 무슨 일이야? 나 지금 대원들 수상스키 태워주고있어!]


수화기에선 시끄러운 프로펠러 소리와 함께 꺄아 하는 즐거운 비명소리도 같이 섞여나왔다.


"재밌게 노는걸 방해해서 미안한데, 이따가 혹시 에밀리와 네오딤이 오르카 호 외부로 나가는걸 목격하면 원거리 호위를 해줄 수 있겠나?"


물론 개개인의 전투력을 놓고 보면 호위는 필요없겠지만, 그래도 불안한건 어쩔 수 없는 아스널이었다.


[그런거라면 당연히 해야지! 나만 따로 움직이면 되는거지?]


"아아. 그렇다. 미안하다 레이븐. 휴일인데도 이렇게 일을 시켜서."


[걱정하지마, 대장. 가족끼린데 그런건 당연히 들어줘야지.]


가족이라.


레이븐의 쾌활한 대답에 아스널은 씨익 웃었다.


"그래. 우리 막내랑 막내 친구좀 잘 부탁한다."


[이옙. 대장도 일만 하지말고 같이 나와서 놀자.]


"일 다 끝나면 생각해보지."


수화기를 내려놓은 아스널은 다시 안경을 끼고 서류에 시선을 내렸다.


그런 그녀의 입가는 싱글싱글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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