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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을 나온 에밀리와 네오딤은 일단 식당으로 향했다.


"오르카 대원은 밥심이랬어."


"맞아."


아스널에게서 주스와 과자를 얻어먹었다지만, 그녀들도 어엿한 여자인지라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어야하지 않겠는가.


"소완."


"배고파."


화장실에서 미리 손을 씻고 온 둘은 식당 문을 열었다.


소완은 일을 다 끝내고 쉬는중이었는지 의자에 앉아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아, 좋은 아침이옵니다. 에밀리 양, 네오딤 양."


에밀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너무 늦게온거야?"


옷 끝을 매만지며 어쩔줄 모르는 에밀리가 귀여웠는지, 소완은 그녀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호호. 걱정하지 마시지요. 방금 스틸라인 병사분들의 식사가 모두 끝나 근무자 분들의 몫을 나누는 중이었사옵니다. 넉넉하게 준비했으니 두 분이 드실 양은 충분하옵니다."


소완의 말이 사실이었는지, 브라우니와 레프리콘 몇 명이 조리실 청소를 마치고 경례를 하며 나갔다. 소완도 이마에 손을 올리며 경례를 받아주었다.


에밀리와 네오딤은 소완이 건내준 식판에 밥과 반찬들을 담기 시작했다.


오늘의 반찬은 에밀리가 좋아하는 달걀말이와 네오딤이 좋아하는 미트볼이였다.


먹을만큼 받은 둘은 자리에 앉아 정신없이 먹기 시작했다.


"천천히 드시지요. 그러다 체하겠사옵니다."


소완은 조리실에서 두 사람이 먹을 도시락을 만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소완, 궁금한게 있어."


"사랑이 뭔지 알아?"


맛있게 먹던 두 사람이 갑자기 질문을 하자, 소완의 손이 멈췄다.


"사랑....말이옵니까?"


에밀리와 네오딤은 먹는것도 멈추고 소완은 빤히 바라보았다. 소완은 그 둘의 시선이 약간 부담스러웠는지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예컨데, 지금 두 분께서 드시는 음식이 바로 저의 사랑이옵니다."


소완의 대답에 둘은 먹던 식판을 내려다보았다.


"소완의 사랑은 밥이야?"


"아님 미트볼?"


되돌아온 엉뚱한 질문에 풋, 하고 웃은 소완은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는 에밀리와 네오딤의 입가에 묻은 밥풀을 떼서 먹으며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건, 사랑하는 대상이 배를 곪지 아니하고, 항상 제가 만드는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행복해 하는것이옵니다."


둘은 똑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하긴, 소완 자신도 이걸 깨닳게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어찌 이 아이들이 알겠는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어떤 더러운 방법도 마다않고 써오던 자신의 옛 모습을 생각하며 소완은 눈을 감았다.


"소인은 옛날엔 사랑이라는건 적의 숨을 끊어서라도 차지해야하는, 그런 위험하고 달콤한 것인줄 알았사옵니다."


하지만, 전혀 그런게 아니었다.


"주인님은 그런 더러운 방식으로는 전혀 얻을 수 없는, 고귀하고 소중한 분이었습니다."


오히려 허탈할 정도로,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소완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진심을 담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대방에게 대접하는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옵니다."


소완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주인은 이미 그녀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었다는 것을.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그걸 모른체 주인에게 사랑을 갈망했던 것이다.


멍청했던 자신의 과오를 돌아보며, 사령관의 사랑을 확인했던 그 날, 그 밤, 그 방에서의 일을 천천히 떠올리던 소완은 아랫배를 살짝 쓰다듬었다.


"소완의 사랑. 맛있었어."


"잘 먹었습니다."


식판은 깔끔하게 비운 에밀리와 네오딤은 방금 소완이 말한 내용을 종이에 적었다. 과연 이 둘에게 자신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졌을까 생각하며 소완은 식판은 자기쪽으로 당기고 두 사람 앞에 방금 만든 도시락을 내려놨다.


"아무쪼록, 두 분 모두 제 대답이 만족스러우셨길 바라겠사옵니다."


에밀리와 네오딤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소완이 건낸 도시락을 손에 들고 식당을 나섰다.


"다녀오겠습니다."


"이따 봐요."


소완은 그 둘의 뒷모습을 보며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