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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 틸! 라! 인!"


"소리가 작다!"


"스! 틸! 라! 인! 정! 예! 부! 대! 악!"


소완의 특제 도시락을 맛있게 비우고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가던 에밀리와 네오딤은 오른쪽에서 왠 악을 쓰는 목소리가 들려 다가갔다.


거기엔 이프리트 한 소대와 함께 숲 속을 뛰어다니는 마리가 있었다.


"제자리에! 서!"


"하나 둘!"


"10분간 휴식!"


"10분간 휴식! 악! 감사합니드어아으아아..."


손을 흔드는 에밀리를 발견한 마리는 이프리트들에게 휴식을 주고 다가왔다. 휴식이라는 말에 한 명도 빠짐없이 자리에 쓰러지듯 주저앉는 이프리트들.


"여기까진 왠일이십니까, 두 분?"


"임무."


"사랑이 뭔지 찾으러 왔어."


에밀리와 네오딤은 숨을 약간 헐떡이며 이마와 턱에 땀을 흘리는 마리를 묘한 눈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흐음? 사랑... 말입니까?"


"혹시 알아?"


"알면 가르쳐줘."


마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프리트들에게 다가가 개인 체력단련을 지시했다.


이프리트들은 죽을 맛이었지만, 누구 명이라고 거역하겠는가.


이 꿀 같은 휴일에 계급이 높은 사람부터 솔선수범 해야 한다면서 강제로 오늘 근무자들을 싹 다 자기들로 바꿔 끌고 올 정도인데.


창문에 바짝붙어 자신들을 비웃던 옆 대대 동기들에게 속으로 쌍욕을 퍼부으며 2인 1조씩 짝을 짓더니 곧바로 스트레칭에 들어갔다.


"그래서, 사랑이 뭔지 알고싶다는 겁니까?"


끄덕끄덕.


마리는 근처 그루터기에 앉아 모자를 벗어 무릎에 올렸다. 싱그러운 숲 내음이 바람을 타고 촉촉한 마리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지고 갔다.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지켜주는 것 입니다."


"지...킨...다...."


"뭐를?"


에밀리는 곧바로 제녹스 위에 종이를 올려 받아적기 시작했고, 네오딤은 손을 번쩍 들고 질문했다.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모든걸요."


"나 막는거 잘해."


네오딤이 눈을 감고 숨을 들이 쉬자, 주변에 널린 고철들이 두둥실 떠오르며 그녀 주위를 감쌌다.


짝짝짝짝.


"하지만 제가 말하는 지킨다는 의미는 물리적인걸 말하는게 아닙니다."


마리는 네오딤의 묘기에 진심어린 박수를 치고 의미를 정정했다.


"상대방의 안 좋은 버릇이나 습관같은 단점을 고쳐주고, 다른 사람이 비난하는걸 막는 겁니다. 남이 사랑하는 사람을 헐뜯는건 보기 싫잖습니까."


멸망전에 참가하던 군부회의에선 항상 잘못을 지적하며 남을 깎아내리려는 욕심만 그득한 인간들을 많이 봤다.


그럴때마다 저딴 인간들을 지켜야 한다는 회의감과 함께 허무함이 몰려왔었지만, 자신은 군인이다 라는 사명감으로 어찌어찌 버텼다.


꼴도보기 싫은 자신의 상관이 당할때도 기분이 언짢아지던데,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걸 당한다면 어쩌겠는가?


아마 그때 그랬다면 주먹으로 얼굴을 한대 쳤으리라. 바이오로이드라 사람은 못때리지만.


"그건 어떻게 하는거야?"


"단점을 알아본다는 거."


에밀리와 네오딤은 자신이 적은 부분에 밑줄을 치고 물음표를 그렸다. 그 귀여운 모습에 마리는 쓸데없는 기억을 떨쳐내고 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늘따라 머리가 호강하는 둘이었다.


"사실, 그 부분이 제일 어렵기도 하면서 쉽습니다."


"나 그거 알아. 모순이야."


마리의 애매한 대답에 에밀리는 허리를 쫙 펴며 말했다.


"오오."


"콘스탄챠가 가르쳐 줬어."


팔짱을 끼며 턱을 추켜드는 에밀리를 바라보는 네오딤. 덕분에 에밀리의 기분이 한층 더 좋아졌다.


"하하. 맞습니다. 모순이죠. 사랑이라는건 정말 독해서 눈을 현혹시킵니다."


속된말로 콩깍지.


얼마전 닥터와 식사하면서 어떤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판단을 흐린다고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마리였다.


"그걸 이겨내고 상대방을 유심히 관찰해야 단점을 알아차리죠."


"콩깍지...."


"콩은 맛있지."


"맞습니다. 그 깍지를 벗겨내야 비로소 맛있는 콩을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상대방을 똑바로 직시해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는겁니다."


물론 대부분은 콩깍지가 벗겨진 시점에서 상대방에게 온갖 정이 떨어져 헤어지지만, 그 모든걸 보듬고 지키면서 고쳐나가는게 바로 사랑이다.


".....어려워."


"맞아. 마리가 제일 어려워."


"하핫. 그렇습니까? 적어놓고 계속 읽다보면 무슨 뜻인지 아실겁니다."


말을 끝낸 마리는 모자를 다시 쓰고 열심히 서로 밀고 당기는 이프리트들에게 돌아갔다.


"아 참, 북쪽으로는 절대 가면 안됩니다! 아직 AGS들이 작동되고 있어 위험합니다!"


에밀리와 네오딤은 슬슬 뛰기 시작하는 마리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높이 흔들었다.


마리도 똑같이 손을 흔들어주며 흐느적거리는 이프리트들의 등을 밀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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