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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


"음?"


뽈뽈거리는 제녹스를 타고 안쪽 더 깊숙히 들어가던 에밀리는 1시 방향 수풀에서 뭔가 움직이는걸 눈치챘다.


"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네오딤은 에밀리가 팔꿈치로 자신의 허벅지를 쿡쿡 누르자 그녀의 등에 바짝 붙으며 물었다.


에밀리는 아무말 없이 손가락으로 꿈틀거리는 수풀을 가리켰다.


무슨 뜻인지 이해한 네오딤은 미간을 모으며 눈에 힘을 줬다.


그러자,


"우오어어억! 뭡니까, 뭐에요! 이게 무슨!"


왠 중절모를 쓰고있는 고철 뼈대가 공중에 두둥실 떠올랐다.


"뭐야? 말도 하네?"


"그러게."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레이디들!"


얼굴처럼 생긴 하얗고 동그란 공엔 회오리 모양이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가지고 갈까?"


"닥터가 좋아할거같아."


네오딤의 입에서 닥터라는 말이 나오자 고철의 화면이 꺼멓게 질렸다.


"아이고! 겨우 그 탈출했더니 또! 그렇다는건 레이디들은 저 범고래같은 잠수함의 일원이십니까?"


끄덕끄덕.


범고래 잠수함이 오르카 호 라는걸 이해한 에밀리와 네오딤은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은 알프레드! 여러분의 적이 아닙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요! 저에겐 먹여 살려야하는 두 딸이 있습니다요, 아이고!"


"그래? 알겠어."


적이 아니라는 말에 네오딤은 순순히 알프레드를 내려놓았다. 발이 땅에 닿자마자, 알프레드는 자기 다리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재빨리 뛰어갔다.


기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


에밀리는 바로 제녹스의 포신을 열어 그가 도망가는 길쪽으로 버스터 캐논을 날렸다.


순간 눈 앞이 번쩍이더니 울창했던 숲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렸다.


"끄하아악! 내 다리가아아!"


좀 떨어진 곳에 알프레드가 무릎 밑으로 휑하니 없어진 다리를 붙잡고 땅을 뒹굴고 있었다. 유압 실린더에서 걸쭉한 기름이 줄줄 세며 밑에 웅덩이를 만들었다.


"아. 실수."


"무슨 실수로 멀쩡한 놈 다리를 이 지경으로 만듭니까!!!"


에밀리는 알프레드에게 다가가 머리에 제녹스를 겨눴다.


"이번엔 실수 안해."


"아 실수가 그 쪽을 말한겁니까아아??!"


기이이이-.


"잠깐만, 에밀리."


네오딤은 제녹스를 쏘기 전에 얼른 네오딤의 어깨를 잡았다. 덕분에 제녹스에 모이던 빛의 입자가 흩어지며 알프레드의 가냘픈 목숨은 살아남았다.


"이봐."


"옙. 말씀하시지요."


전과는 다르게 확실하게 공손해진 알프레드는 한쪽만 남은 무릎을 꿇으며 네오딤을 바라봤다.


네오딤은 손을 저어 주변에 널려있는 고철을 모아 알프레드의 없어진 오른쪽 다리를 새로 만들어주었다.


전보다 더 쓸모있게 만들어진 다리를 까딱거려보던 알프레드는 네오딤에게 다가가 치마자락을 잡으며 펑펑 울었다.


"아이고 아씨! 감사합니다요, 엉엉."


"네오딤한테서 손 떼."


"히이익!!"


알프레드 때문에 치마가 자꾸 흘러 곤란해하는 네오딤을 보며 에밀리는 그의 머리를 제녹스의 포구로 툭툭 건드렸다.


알프레드는 경기를 일으키며 풀쩍 뛰어 네오딤에게서 떨어졌다.


"너, AI?"


"이옙! 고품격 신사 인공지능 MR.알프레드 인사 올립니다."


네오딤의 물음에 알프레드는 중절모를 벗어 가슴에 올리고 허리를 약간 숙였다.


"쇤네에겐 어인 일로 이런 비극을 겪게 하신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레이디들?"


예절이 확실하게 들어박힌걸 확인한 에밀리는 제녹스의 포신을 다시 집어넣고 올라타며 물었다.


"사랑이 뭔지 알아?"


"사랑.... 말씀이십니까? 호호오, 아이러니 하군요. 살아 숨쉬는 여러분이 순 쇳덩이인 저에게 생물의 감정을 여쭤보시다니."


재미있군요. 재미있어.


알프레드는 턱인지 볼인지 모를 둥글한 얼굴 밑부분을 슥슥 문지르며 생각에 잠겼다.


띵동!


그의 얼굴화면이 지지직 거리며 물결치더니 잠시 후, 느낌표 모양과 함께 경쾌한 벨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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