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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차!"


엔젤이 거대한 쓰레기들을 버리고 있었다.


"엔젤, 괜찮아?"


사령관이 가서 그녀를 도왔다.


"후~!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구원자님."

"너 옷이...."


엔젤의 옷은 먼지와 오물 투성이였다.


"청소를 막 끝낸 참이니까요!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오드리한테 새 옷 좀 부탁해볼까?"

"아니에요. 구원자님. 마음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쪽.


엔젤이 살짝 까치발을 들며 사령관과 입을 맞췄다.


"절 챙겨주시려는 마음, 정말 감사해요.

하지만 전 괜찮답니다.

저보다는 다른 자매님들을 더 보살펴주세요.

오르카호에는 저보다 더 힘든 분들이 많으니까요.

그분들에 비하면 제 고생은 고생 축에도 못 들잖아요?"


"엔젤...."


"후후후. 오늘은 정말 기쁜 날이에요.

구원자님께서 절 이렁게 생각해주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전 구원자님의 그 마음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요.

구원자님... 좋은 밤 되세요."


엔젤은 총총거리며 떠났다.


그러나 사령관은 엔젤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가 도우라는 건가? 구원자여?"


사라카엘이 미간을 좁혔다.


"나는 교단의 심판자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컥..!"


아자젤이 팔꿈치로 사라카엘의 옆구리를 쳤다.


"당연히 도와야죠! 엔젤님에게는 큰 빚을 졌으니까."

"....."


아자젤과 사라카엘의 방은 엉망진창이었다.

심지어 바로 어제 엔젤이 수많은 쓰레기를 버렸음에도,

또다시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그럼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

"우선... 요 며칠 간은 너희가 직접 청소했으면 해."

"뭐라-윽..!"


사라카엘이 반박하려는 걸 아자젤이 때렸다.


"네! 물론이죠... 지금까지 저희가 너무 염치가 없었어요."

"흥, 베로니카에게 시키.."

"사라카엘."


사령관이 진지하게 말했다.


"....알겠다, 구원자여. 그대의 말대로 하겠다."

"고마워. 그리고 이번에는 참치를 좀 많이 쓰려고 하는데."

"아하, 저희도 저축해둔 게 있어요! 보탤게요."


엔젤은 두 사람을 케어해준다고 항상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그러니 조금은,

두 사람의 힘을 빌려도 괜찮겠지.


"응, 잘 부탁할게."





그 이후, 세 사람은 오르카호 내부를 분주히 돌아다녔다.


오드리를 찾아가는 것은 물론,

닥터, 든든, 수많은 선원들의 힘을 빌렸다.


"봄이니까 역시 데이트 위주로 플랜을...."

"수영장은 어떨까요?"

"그건 여름이잖아."

"음, 그럼 침대는?'

"....."


생각해보니, 오르카호에는 봄을 지낼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아예 하나 만들어야겠다."

"오... 이번에는 정말 작정하셨군요. 반려."

"응."


사령관은 누가 뒤처지고, 이런 건 최대한 지양하고 싶었다.


"만약 누군가 남을 위해 지금까지 희생해왔다면.

그 사람은 지금까지 참은 것에 배 이상으로 보상받아야 해.

엔젤은 합류한 직후 계속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어.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번엔 엔젤을 위해 노력할 거야."


"...."


아자젤은 가만히 미소르 지었다.

사라카엘도 반성하는 눈치였다.


"과연 반려.. 반려의 그런 점에 저희가 푹 빠져버렸죠."

"좋다. 이 또한 나의 업보가 쌓인 일. 최선을 다하도록 하지."

"둘 다 정말 고마워."


그렇게 대공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대망의 날이 왔다.






"저... 대천사님들...?"

"후후후, 가만히 있으세요."


엔젤은 납치당했다.


아자젤과 사라카엘이 그녀를 사로잡고

옷을 반 강제로 갈아입혔다.


"옷은 마음에 드세요? 엔젤?"

"네.... 너무 예뻐요."


그녀는 전신거울 앞에서 몸을 살폈다.


푸른 나시 원피스에 가디건, 그리고 모자.

옷 사이즈와 색배합, 그 모든 것이 엔젤에 맞춰져 있었다.


"정말 너무 예뻐요.... 그런데 두 분이 어디서 이런...?"

"저희가 힘 좀 쓰면 이 정도는 금방이에요!"

"음."


사라카엘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평소에.. 아앗. 본심이 나와버렸어요."

"하하하... 자, 그럼 이제 안대를 해주시겠어요?"

"네...?"

"어서요~"


엔젤은 안대를 썼다.


"자자, 조심히 저희를 따라오세요."


두 대천사가 안대 쓴 엔젤을 인도한다.


"저... 어디를 가는 건가요?"

"비밀~"


한참을 걸어간 후, 그들이 다시 말한다.


"조금 흔들려요~"

"네..? 네헷?!"


엔젤이 어딘가에 발을 디디자, 출렁 하고 무게중심이 흔들렸다.


"꺄,.. 꺄앗..!"

"조심, 조심. 자, 손을 잡아주세요."


아자젤이 누군가에게 엔젤의 손을 건넸다.

따스한 온기가 느껴지는 굳센 손이었다.


'이 손은....'


엔젤은 무의식중에 그 누군가의 사념을 읽는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


"핫..!"


엔젤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렸고,

생각 읽기를 그만두었다.


두근두근두근..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손은 그녀를 자리에 앉혔다.


보트였다.


"엔젤님."

"네.. 자매님."

"300까지 세고 안대를 벗으세요.

꼭 300까지 세셔야 해요~"


"네...."


엔젤이 대답함과 동시에,

부드러운 움직임과 함께 보트가 출발했다.


"저... 자매님...?"


엔젤이 불렀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뺨을 간질였다.


"....100... 101.. 102..."


엔젤은 천천히 수를 센다.


안대 때문일까, 눈앞에 있는 존재감이 특히 신경 쓰였다.

바람 한 줄기가 스쳐지나갈 때마다

그녀의 온몸이 두근거리는 긴장감으로 차올랐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람이 멎었다.


"299.... 300...."

"이제 벗길게."


사령관의 목소리.

그가 부드럽게 안대를 벗겨준다.


"앗....!"


일순간, 화사한 빛이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것이 보였다.


푸르고 넓은 호수,

저 멀리에 있는 산과 나무들.


그리고... 그녀 앞에 앉은 사령관.


"구원자님...."

"엔젤."


그들은 호수 한가운데, 보트 위에 있었다.


"널 위해 준비했어. 널 위한... 작은 휴식이야."

"어머나...."


엔젤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감격했다.


"너무.. 너무 예뻐요.... 오르카호에 이런 곳이 있었나요?"

"힘 좀 썼어."

"...굉장해요...."

"...."


사령관은 엔젤이 다리를 꼭 모은 채 꼼지락거리는 것을 봤다.


"엔젤. 오늘 정말 예뻐."

"감사해요.. 아자젤님이랑 사라카엘님이... 주신 옷이에요."

"정말 예뻐."


사령관은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 부드러운 말에 엔젤은 전율을 느꼈다.


"말로만.... 이요...?"

"그럴 리가."


사령관은 다가가 엔젤의 허리를 감싸 안는다.


"사랑해."

"네.. 저도요..."


둘이 입을 맞추는 그 순간.


호수의 전경이 진한 노을빛으로 변했다.


화아아아-


바람이 한 점 불어오며, 둘의 소소한 사랑을 축복해준다.







"오...! 키스했어요...! 잘 하면 보트 위에서 섹스까지...!'

"...."

"엄멈멈머!! 눕혔어요! 사령관님이 엔젤을 눕혔어요!!"

"크.. 크흠..."

"저희도 가서 낄까요?"

"그건...."


사라카엘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아니, 오늘은 엔젤을 위한 날이다."

"음.. 그렇네요."

"내일 함께 사령관실로 찾아가도록 하지. 셋이서."

"오..."



사령관과 엔젤이 탄 보트는,

두 사람의 격렬한 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리며 수면을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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