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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거울을 볼 때마다

거울속의 내가 날 비난하는것 같다.

날 비웃고 노래하고.

나 자신도 날 싫어해서

날 버리고 떠나가려는것 같다.

나는 왜그랬을까... 대체 왜 그랬을까.







1 장

 

출처: https://blog.daum.net/habee79/112







오전 8시,

참으로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얼굴로 매섭게 불어오는데도

콘스탄챠는 개의치않고 

서둘러 사령관실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언제나처럼 그녀가 사령관실로 들어가 조용히, 

약간은 엄한 어투로 깊은 잠에 빠진 

사내를 깨우는 시간이었다.

잠시 후 사령관실 방 문 앞에 도착한 콘스탄챠는 

천천히 숨을 들이키며 

최대한 얼굴에 피운 미소를 지우려 했다.

오늘도 그가 잠든 모습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고 

오늘도 그의 잠드는 모습을 보며 하루를 끝내는, 

그녀에게 있어서 얼마없을 기쁨인 

변함 없는 아침의 광경을 

천천히 만끽하기 위해서였다.

콘스탄챠는 깊게 마신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방문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 번 노크 한 후

‘실례합니다’ 한 마디와 함께 들어섰다.

침실은 조명 하나 켜지지 않은 탓에 약간 어두웠다.

그 어둠속을 깊이 응시하며 

그녀는 오래도록 서 있었다. 

의아해하며, 두려워하며.

그러나 침묵이 깨져버리고 

방안의 모습이 눈앞을 선히 비추자

콘스탄챠는 자신의 비명을 감추지 못하게 되었다.

어둡고 깨끗한 침실의 광경과는 대비되는 모습으로 

작은 갈까마귀 한 마리가 벽에 기대어 누워있는 

사령관의 몸 위에 자리잡아

천장을 향해 구슬피 울고 있었다.

사령관은 갈기갈기 찢겨진 그의 가슴 위로 

손을 얹은 채 평온한 얼굴로, 

깊이 잠든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

변할리가 없는 아침이었다.

변할 수가 없는 아침이었다.

그녀의 작은 소망은, 

평온한 아침의 일상은 사령관으로부터, 

그리고 사령관에게서 끝이 나게 되었다.

그것만 아니었다면 

참으로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2 장



따가운 햇살이 비치는 오후,

검은 장발의 여인이 창문을 열자

그 틈으로 작은 갈까마귀가 들어왔다.

들어오더니 그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사령관의 장례식장 위를 천천히 날아다녔다.

끔찍한 곡소리를 터뜨리는 여인들 위로

조용히 지켜보듯 몇 바퀴 날아다니다 

곧 사령관의 관 위로 착지하더니 

고개를 들어 슬픔에 젖은 눈빛으로

비통에 잠긴 여인들을 하나 하나 둘러보았다.


“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아... 아아아... 사령관... 사령과아안!!!”


“메이 대장! 거기서 떨어지세요! 사령관님은 이미...”


“페로, 정신차려! 숨 쉬어 숨! 

하치코, 물 좀 떠다 줘! 빨리!”


“나와 이 씨1발새꺄! 

어떤 개같은 새1끼가 벌인 짓이야?!

나한테도 해봐! 

나와서 한 번 해보라고 이 씨1발년아!!!”


“총 내려 워울프! 

여기 가슴 아픈 사람이 너만 있는줄 알아?”


“발키리... 발키리, 무슨 말이라도 해봐...

죽었대...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죽었대.

어쩌다가...? 무슨 이유로... 왜... 흐으으...”


“... 안녕히 가십시오, 사령관님.”


“발키리이... 그렇게 말 하지마아... 그런... 말... 으흐흑...”


이 슬픈 참상을 바라보며 

까마귀가 가로되,


“다신 없으리.”


이 볼품 없는 새의 한 마디가 흘러가도 

곁에서 관짝에 못을 박는 이터니티, 

다른 말 없이 조용히 못질만 한다.

그녀가 듣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터니티는 그저 상관없다는 듯 

관에 못을 박으며 흥얼거렸다.


“예언자여, 악한자여. 

그러나 예언자인, 새든 악마든 무엇이든.

우리를 굽어 살피는 저 하늘의 이름으로— 

모두가 섬기는 신의 이름으로— 

슬픔에 가득 찬 이 영혼에게 말해 다오. 

혹, 저 머나먼 천국에서나마

천사들이 그의 이름을 수놓은, 

그 고귀한 남자를 안을 수 있을지— 

천사들이 그의 이름을 수놓은, 

그 성스러운 청년을 안을 수 있는지...”


까마귀가 가로되, 

“다신 없으리.”


이터니티가 사령관의 관에 못을 마저 박은 후,

곁에 있는 대장들을 불러 끝났음을 알렸다.

일어서지 못하는 메이, 분노한 마리,

떠나가는 옛 주인의 안녕을 기원하는 칸 사이로

한 여인, 레오나 양.

외로운 늑대처럼 불타는 눈을 가진 여인이

사령관의 관으로부터 등을 돌리며 

어딘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녀에겐 잔인한 현실을 잊을

고마운 망각의 약과 같은 계획이 있는 것일까?


까마귀가 가로되,

“다신 없으리.”








3 장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이 곳은 발할라 부대의 작전실.
큰 원탁을 중심으로 상석엔 레오나와 발키리,

그 주위로 부대원들이 삥 돌아 앉아있다.

레오나는 술잔을 기울이며 

발할라 부대원들에게 말했다.


“사령관의 검시檢屍 결과가 나왔다. 발키리?”


레오나가 고개짓하자 발키리가 

사령관의 검시 결과서를 

발할라 부대원들에게 나눠주었다.


“그 알버튼지 하는 로봇이 

검시(檢屍) 요청을 하기에 허가해줬더니

몇 시간 후 검시 결과서를 제출했어.

다들 한 번씩 봐봐.”


부대원들은 각자의 앞에 놓인 결과서를 읽었다.

어려운 의학용어들 사이로 

우측 가슴과 어깨에 총상 두 발’ 이 눈에 띈다.


“총상? 오르카 내부에서 총을? 말도안돼...”


베라의 난색에 레오나가 주머니에서 

증거물 봉투 하나를 꺼내보였다.


“현장에서 발견한거야.”


작은 비닐 봉투엔 구릿빛의 탄피 한 개가 담겨있었다.

앞의 종이표엔 5.56x45mm NATO 탄피라고 적혀있다.


5.56x45mm NATO 탄...? 

보병들의 제식 탄환인...”


“뭐에요, 그럼? 

설마... 범인이 오르카 내부 인원이라는거에요?”


샌드걸의 말에 베라가 기가 찬다는 듯 끼어들었다.

 

“거기다 보병용이면... 스틸라인 이 개새1끼들이?!”


“속단하지 말아요, 베라.”


님프가 잔뜩 흥분한 베라를 진정시켰다.


“전 부대의 총기반출내역을 모두 조사했지만

그 시각 총기를 반출한 인원은 경계근무를 나간 

경계병들 뿐이었다는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에요.

거기다 오르카 에 존재하는 

모든 제식 소총의 강선(腔線)을 조사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탄환의 강선흔(腔線痕)과 

일치한 총은 하나도 없었잖아요!

범인은 내부인이 아닐거에요!”


“혹시 또 모르지요.”


님프의 논리정현한 말에 끼어든 샌드걸,

결과서를 꾸깃꾸깃 구기며 말했다.


“밖에서 주워온 총으로 사령관 각하께 

한 발 빵, 또 한 발... 빵...!”


“그게 불가능하다는건 샌드걸 당신도 잘 알잖아요?!

파견 인원의 몸수색은 지휘관 측 조차도 예외가 아닌데...!”


“그만, 조용.”


레오나가 싸늘히 명하자 부대원 중 

어느 누구도 소리를 내지 못했다..

레오나가 술잔을 들고 일어서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어제, 사령관이 죽었다.

내 남편이, 너희들의 주군이 살해 당했어. 

그리고 내가 제대로 알고있는것이 맞다면

오르카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은 

전혀 발견된것이 없는 걸로 알고있다.”


레오나가 빈 잔을 들어올려 조명 빛에 비춰보였다.

술 잔은 불빛이 담긴 것처럼 예쁘게 일렁였다.

레오나는 손에 힘을 줘 잔을 으스러뜨렸다.


“내 사람 죽인 그 새끼와 같은 공기를 마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구역질이 치솟는 것 같아... 

...

발키리!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의 대장의 권한으로

오르카 해상기지에 계엄령을 선포한다.

빈대잡다 초가삼간 다 태운데도 상관없어.

범인을 찾아라, 수단방법 가리지말고.”


“대, 대장님! 그랬다간 타 부대의 반발이...!”


님프의 말에 레오나가 차가운 웃음을 비추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두려운건데, 님프?

네겐 아직도 잃을것이 남아있는거야?”

 

님프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레오나는 그 쾡한 눈으로 

님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 새끼가 뻔뻔스런 얼굴로 잘 살아있을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속이 뒤집힐것 같아.

당장 누구라도 찢어 죽이지 않으면

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다고.

... 그 사람 없는 세상, 누가 죽건 누가 살건

난 하나도 상관 안 해.

그러니까 그 새끼, 찾아서 이리로 대려와.”


레오나가 허리춤의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내 탄창을 장착한 후 발키리에게 건냈다.

발키리는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어쩔수 없는지 한숨을 내쉬며 권총을 받아들였다.

님프가 복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자

뒤에서 샌드걸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못하겠으면 그만둬요, 님프. 

우리가 이해 못할 바보들도 아니고,

욕할 사람 아무도 없어요.”


님프를 제외한 다른 모든 병사들은

독기로 가득찬 눈으로 문 밖을 나섰다.

다들 레오나 대장과 같은 심경인 것 같다.

님프는 허망한 표정으로 자신의 대장을 바라봤다.

레오나는 말없이 술병을 들이키고 있었다.

지친걸까? 슬픈걸까?

방금 오르카에 큰 파란을 일으킨 사람치곤

참으로 볼품없는 모습이었다.








4 장



신속의 칸




*딸깍*


...

지금껏 이렇게 염려스러운 마음으로 

기록을 시작해 본 적이 없다.

사흘, 어쩌면 이틀 후 우린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

오르카 해상기지에 내전이 벌어졌다.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그리고 스틸라인 간의 싸움이.

시작은 단순했다. 

무장한 발할라 병사들 열 댓명이 

사건 수사를 명목으로 스틸라인 부대에 쳐들어가 

피닉스 대령에게 오르카 해상기지에 

계엄령을 선포했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병사들의 무장을 해제할 것과

레드후드 연대장에게 자신들을 안내할 것을 명했다.

당연히 스틸라인 병사들과 간부들이

불만을 터뜨리는것은 명약관화했고

그들은 거친 항의를 표하며 당장이라도 

이딴 무의미한 행동을 그만두지 않다간

실력행사를 보이겠다고 경고했다.

그 말을 듣고 발할라 병사들은 총구를 들어올려 

스틸라인 병사들을 향해 사격을 가했다.

세 명이 죽고 다섯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 발할라의 병사들이 유감이지만

또 한 번 반항했다간 전부 죽여버리겠다 경고했다.

허나 발할라 병사들이 한 가지 착각을 한 것이 있다.

그녀들이 있는 곳은 스틸라인 부대였고

그곳엔 무장한 병사들이 매우 많았다는 것.

브라우니 한 명이 본대에 무전을 때려 상황을 보고했고

얼마 지나지않아 무장한 브라우니 백여 명 정도가 몰려왔다.

그리고 발할라 병사들에게 무기를 버릴것을 경고했다.

허나 발할라 병사들은 다시 발포하는것으로 답했고

곧 양측에서 싸움이 시작되었으나

수적 열세에 적의 앞마당에서 싸우는 노릇이었으니

발할라는 사상자와 부상자들을 데리고 

황급히 본대로 후퇴하는 수 밖에 없었다.

발할라는 재정비를 마치는대로 스틸라인에 

쳐들어가 모두 죽이고 불태워버릴것을 다짐했고

스틸라인 역시 사령관님이 돌아가신 사이 

반역자들이 오르카를 뒤짚으려 한다며

레드후드 연대장은 준비 되는대로 

발할라를 쓸어버리겠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렇게 발할라와 스틸라인 간의 내전이 시작되려는 찰나,

살육에 젖은 발할라 부대로 손님 셋이 찾아왔다.

앵거 오브 호드의 칸 대장과 호라이즌의 무용 대장,

아머드 메이든의 블러디 팬서 대장이었다.

그들은 그저 대화를 위해 찾아왔다며

그 증거로 어떠한 무기도 가져오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줬다.

발할라 병사들은 자기들끼리 수근거린 후 

그녀들을 레오나 대장에게 대려갔다.

네 명의 대장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약하자면,

범인을 찾는건지 화풀이를 하는건지

하나만 확실히 할 것.

범인을 찾고싶다면 자신들 역시 돕겠지만

 화풀이 대상을 찾고싶은거라면

자신들 역시 상대해야 할 것을.

지금 상황은 진범을 찾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것을,

자신들 역시 레오나와 같은 

사령관의 부하라는것을 상기시켰다.

레오나 대장은 그녀들의 얘기를 모두 듣고난 후

마시고 있던 술병을 조용히 내려놓더니

그녀들의 의견을 수락하는 동시에

두 가지 조건을 덧붙였다.


“첫 번째, 기간은 사흘을 줄게. 

 만약 사흘이 지나도 범인을 데리고

 발할라 부대에 나타날 기색도 보이질 않는다면,

그땐 내 방식대로 나가겠어.

전부 불태우고, 죽이고, 없애버릴거야.”


어떻게든 시간을 더 벌려는 칸, 

허나 레오나의 태도는 복지부동 그 자체였다.

하는 수 없이 수긍한 칸 대장에게

레오나는 두 번째 조건을 걸었다.


“두 번째로 무용과 블러디 팬서는 

인질로서 여기에 남을 것.

사흘 안에 잡아오면 풀어줄게.

만약 실패했다간 두 사람 목숨도 없을 줄 알아.”


 셋은 그 말을 듣고 거칠게 반발했지만

곧 자신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발할라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어쩔수 없이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칼자루는 지금 저쪽이 쥐고 있는 상태였으니.

결국 무용과 블러디 팬서는 발할라 부대에 구금당했고

칸은 초연한 모습으로 발할라 부대를 빠져나왔다.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진범이 정말 우리들 사이에 있다면

부하들을 풀어도, 타 부대에 지원을 받더라도

사흘은 커녕 일 년이 지나도 안될것이라고.

생각을 마친 그녀는 발길을 돌려 어딘가를 향해 뛰쳐나갔다.

추리에 능한 전문가가를 찾아가기위해...

...

그 녹음, 아직도 안 끝났나?



*딸깍*



그녀가 녹음기를 정지시키며 말했다.


“끝났어요. 다 끝났는데 끼어드시긴...”


“시간이 없네.”


칸 대장은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많이 초조한지 한시도 가만히있질 못했다.


“레오나 대장은 정말 갈 때까지 갈 심산이야.

병사들을 재정비시키는데로 스틸라인을... 

아니, 오르카의 모두를 죽일 생각이야.

아무리 설득해도 도저히 들어먹질 않아.

발할라 병사들 역시 분노로 눈이 멀어있는 상태고.

여기 오기전에 스틸라인을 들렀는데

그들 역시 크게 분노한 상태야.

간곡히 설득해 간신히 전쟁이 일어날것을 막았지만

그게 언제까지 갈 지 모르겠네.

상황이 아주 미쳐돌아가고있어!

남은 건 자네 뿐이네. 

이렇게 빌테니 제발 오르카를 구해주게!”


칸이 고개를 숙이며 부탁하려 하자

그녀가 칸을 붙잡고 일으켰다.


“고개 드세요. 그리고 걱정하지말아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범인을 잡아낼테니까.”


“... 리앤 양...”


자비로운 리앤의 두 눈은 

여느 때보다도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칸이 그녀와 눈을 맞추며 씁쓸히 말했다.


“고작 사흘밖에 벌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사흘가지고 뭘 어쩐다고...”


“괜찮아요.”


리앤이 자신의 권총에 탄환 한 발을 장전하며 말했다.


“칸 대장님으로선 최선을 다하셨잖아요.

...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몸 조심하게.”


떠나려는 리앤에게 칸이 마지막으로 당부했다.


“만약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호드 부대로 오게. 

힘 닿는데까지 도와주겠네. 

그럼 부디 몸 조심하게.”


리앤은 칸 대장에게 고개를 끄덕이곤

당당하게 문을 열고 나갔다.









5 장




탐정 리앤

수사관 애니

첩보원 니키






 


시간이 흘러 늦은 오후가 되었다.

저녁 노을이 드리운 리앤의 사무실에는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현장에 누가 있었는지 알고있다며?

그럼 씨발 당장에라도 쳐들어가야지

뭘 하고있어?!”


“하아... 애니? 

우린 용의자를 얘기하고 있었어요.

가해자가 아니라.”


“둘 다 족치면 뭐라도 나올거 아냐?!”


“당신 소속이 뭐 발할라라도 되요?

좀 이성적으로 판단하자는 말이잖아요, 이성적으로!”


쳐들어가자는 애니와 침착하라는 니키. 

리앤은 두 사람이 맡았던 직책을 보고

쓸만하겠다는 생각에 불러모았는데...

서로 정반대의 성향 때문에 

벌써부터 마찰을 일으키고 있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리앤이 두 사람을 불렀다.


“애니? 니키? 우리 지금 상황 정말 안 좋아...”


“난 빼 줘, 탐정 나리.

 내 방식대로 해야지 못해먹겠네, 진짜.”


“지금 누가 할 소리를 하시는데요!?

사건이 중요한 만큼 더 조심히 접근하자는 말을 꼭...”


“그래, 뭣도 안 하고 겁쟁이처럼 

쳐박혀있기만 하면 뭐가 나온데?”


“아, 그러셔요? 성난 원숭이처럼 

여기저기 들쑤시며 문제나 일으키고 다닐바에야

차라리 가만히 쳐박혀 있는게 백 배는 더 낫겠죠!”


“이...!”


“그만, 그만! 둘 다 그만해!”


보다못한 리앤이 소리치자 

애니와 니키 모두 그녀를 쳐다보았다.


“뭐하자는 건데 지금? 여기 놀러왔어?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돼?

왓슨이 살해당했다고, 이 머저리들아!

억울하게 죽은 왓슨과 위험에 빠진 오르카를 위해

당장 능력있는 사람들을 모아왔건만 

서로 원숭이니 저쩌니하며 싸우고나 있으면,

그 꼴보고 왓슨이 뭐라고 할까? 어?!”


사령관이 거론되자 두 사람 모두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런식으로 할 거면 그냥 때려쳐!
기본적인 단합도 안 되는 팀, 

억지로 끌고 가봐야 시간낭비니까.”


리앤의 일갈에 두 사람은 한숨을 쉬더니

니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애니? 원숭이라 해서...

죄송합니다.”


리앤이 애니 쪽을 노려보자 애니도 마지못해 사과했다.


“나도 겁쟁이라 불러서 미안.

신경쓰지 마라.”


그렇게 팀 분위기가 어찌저찌 수습되자

리앤은 아까 하다만 브리핑을 마저 하기 시작했다.


“아까 말했듯이, 경호원 시간표를 조사 해보니 

사령관의 사망 추정시간에 근무한 인물이 하나 있었어.”


그러면서 리앤은 자신 앞의 시간표를 톡톡쳤다.


11월 경호원 근무시간표


시  간

부  대

인  원

8 : 00 ~ 12 : 00

코헤이 교단

베로니카

12 : 00 ~ 16 : 00

둠 브링어

B - 7 스트라토 엔젤

16 : 00 ~ 20 : 00

페어리 시리즈

드리아드

20 : 00 ~ 00 : 00

앰프레시스 하운드

장화

00 : 00 ~ 04 : 00

시스터즈 오브 발할라

T - 8W 발키리

04 : 00 ~ 08 : 00

사령관님 취침 시간



“엠프레시스 하운드의 장화.

마침 이곳에 합류한지 얼마 안됐고

사령관과 몽구스팀과 적대한 전적이 있는 인물이지.

유력한 용의자야.”


“그럼 그년을 족치면 되는거지?”


“그러니까 안된다니까요!

그녀는 지금 몽구스팀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거기서 쓸데없는 마찰이라도 일으켰다간...!”


“니키 말이 맞아.”


또 싸움이 일어날까봐 황급히 리앤이 끼어들었다.


“쓸데없이 죄없는 사람들 건드렸다간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수사는 수사대로 어려워질거야.

심문해야 할 사람이 장화 하나만 있는것도 아닌데

그러진 말자고, 응?”


말을 마친 리앤은 다른 쪽에 치워 둔 

사진 몇 장을 끌고왔다.

꽤 익숙한 인물들이었다.

리앤이 사진 하나하나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왓슨의 시체를 검시한 알프레드와

사건 현장을 최초로 목격한 콘스탄챠,

장화 다음 근무자인 발키리...는 어렵겠군.

물자 보관을 담당하는 각 부대의 보급관들까지,

만나야 할 인물들이 한두 명이 아니야.”


“자, 잠깐 잠깐.”


애니가 머리를 붙잡으며 외치자 

니키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어디 아파요?”


“아니, 얘네를 뭐 어떻게 하라는거야?

좀 차근차근 설명해 줄 순 없어?”


니키의 코웃음도 무시하고

리앤은 가지고 있는 노트를 펼쳐 그 위에 적어가며

 차근차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자, 이게 우리가 해결 해야할 체크 리스트야.”


- 사령관을 죽인 범인은 누군가?  ➜

- 목격자는 무엇을 봤는가?  ➜

- 시신에 총상 외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는가?  ➜

- 범행도구는 무엇이고 어떤장소에 숨겼는가?  ➜

- 야심한 시간에 총을 쏘고 어떻게 들키지 않았는가?  

- 대체 왜 죽였는가?  ➜


“이 내용들을 찾을 방법은 이거고.”


- 사령관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  (장화를 추궁한다)

- 목격자는 무엇을 봤는가?  ➜  (콘스탄챠를 심문한다)

- 시신에 총상 외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는가?  ➜  (알프레드에게 물어본다)

- 범행도구는 무엇이고 어떤 장소에 숨겼는가?  ➜  (각 부대 보급관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 야심한 시간에 총을 쏘고 어떻게 들키지 않았는가?  ➜  (범인을 잡고 물어볼 일이다.)

- 대체 왜 죽였는가?  ➜  (범인을 잡고 물어볼 일이다.)


“그러면 우리가 오늘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건 이 세 가지,

 

- 사령관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  (장화를 추궁한다)

- 목격자는 무엇을 봤는가?  ➜  (콘스탄챠를 심문한다)

- 시신에 총상 외 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는가?  ➜  (알프레드에게 물어본다)


이 세 가지를 먼저 끝내보자 이거야.

이해 됐어?”


“아, 알겠어.

... 혹시 모르니까 적어둬야지.

너 펜 있어?”


“가져. 나 많아.”


애니가 리앤에게 남색 만년필을 건내받자

애니가 감사를 표하며 필기 했다.


“고마워.

... 음... 다 적었다. 

그럼 이제... 장화는 내가 맡을게!

아, 그렇게 쳐다보지마, 좀. 

최대한 성질 죽이고 수사 할 게, 진짜.”


니키가 걱정된다는 눈빛을 리앤에게 보내자

리앤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 후우... 그래. 한 번 믿어볼게.

대신 성급하게 행동하다 말아먹었다간...”


“안 그럴게. 사령관을 위해서라도.”


애니가 펜을 주머니에 꽂으며 맹세했다.

다음 차례는 니키다.


“니키? 당신은 누구를...”


“콘스탄챠를 맡을게요, 리앤 양.

제 심문 기술 한 번이면 어떤 사람이라도...”


“어디까지나 진술을 확보하는것 뿐이니까

너무 어깨에 힘 줄 필욘 없어.”


“알았어요.”


그렇게 역활을 맡은 세 사람,

마지막으로 리앤이 당부한다.


“왓슨... 아니, 사령관이 죽었어.

이제 그를 다시는 볼 수 없을거야.

생각하면 할 수록 울화가 터지고 다 때려부수고싶지만

우리한테 최소한 남아있는 기회가 있잖아.

진범을 붙잡고 모두의 앞에서 

갈기갈기 찢어버릴 수 있을 기회가.

혹시 반대하는 사람 있나?”


”당연히 그래야지.”


“없어요.”


“좋아.

작업 끝나면 다시 이곳으로 모이기로 하고...

다들 해산!”


그렇게 세 사람은 진실을 찾기위한 여정에

막 발을 디디기 시작했다.








6 장


Mr.알프레드




알프레드.

그는 남들이 웃는 모습을 좋아했다.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착했다.

자신이 그들에 속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볼 때면

그는 그들이 느끼는 행복을 

자신이 같이 느끼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남들이 행복해야 알프레드도 행복했다.

남들이 불행하면 알프레드는...


“...는 이게 다야? 알프레드?

... 이봐!!”


“예, 옛! 알프레드, 여깄습니다!

어... 저, 저희 뭘 하고 있었죠?”


“...”


알프레드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봤다.

이 곳은 알프레드의 개인실.

외부에서 잡아들인 토끼나 개구리 같은 

생물의 유전자를 내키는대로 채취하고 

박제하는데 쓰는 그의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의 앞에는 이곳을 찾아온 손님, 리앤이 보였다.

그녀는 사령관의 검시 결과서를 들고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있는 중이었다.

알프레드는 이마를 탁 치며 사과했다.


“아... 아! 죄송합니다, 리앤양.

요즘 잡념에 빠질 때가 많아서...

그래서 하실 말씀이...?”


“말했잖아! 

시신에 대한 정보가 정말 이게 전부냐고!

새벽 3시에 사망!

5.56mm 라이플탄 두 발이 

오른쪽 가슴과 어깨를 관통!

이틀전 부터 위장이 비워져 있었음!

정말 이게 전부야?”


“어...”


알프레드는 고민했다.

확실히, 그는 발할라 부대에도

보고하지 않은 어떤 정보가 하나 있었다.

이 정보는 누구도 알아선 안될 정보일 수도,

아니면 모두가 알아야 할 정보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별 쓸모도 없는 쓰레기일 수도 있고.


“알프레드!!”


“...”


알프레드는 고민했다.

솔직히 그는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발할라는 오르카를 위험에 빠트렸기에 믿을 수 없었다만,

이 탐정이라는 자는 어떨까?

그녀를 믿을 수 있을까?


“...”


알프레드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를 향해 속이 터진다는듯 리앤이 소리쳤다.


“제발, 알프레드! 네가 유일하다고!

사흘 후면 발할라 병사들이 총을 들고

오르카의 모두를 찾아가 죽이려 들거야!

다른 부대 병사들이라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진 않겠지!

결국 또 다른 내전이 벌어지면서

오르카는 결국... 완전히 불타 사라질거야...

제발... 부탁이야... 왓슨이 죽고 또... 또 다른 비극이...

제발... 뭐라도 좋으니까... 도와줘... 제발...”


리앤은 눈물을 글썽이며 알프레드를 붙잡고 애원했다.

알프레드는 남이 우는 모습을 보고싶지 않다.

우는 사람을 보면 그도 똑같이 슬퍼지는것 같았다.


“죄송합니다만 리앤양,

제가 드린 소견서가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전부입...”


“거짓말 하지마!”


리앤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여기 이 소견서엔 우측 가슴과 어깨

허파와 견갑골이 있는 곳에 맞았다고 적어놨지?

상처의 위치를 보면 절대 총알 한 두 발로 

즉사 할 수 없는 부위야.

총 뺏다가 몸싸움 중에 실수로 쏜거면 몰라도

정말 죽일 생각이었으면 머리나 심장같은 

치명적인 부위를 쐈겠지 

굳이 덜 치명적인 곳을 골라서 쐈을까?

 이건 단순하게 볼만한 사건이 아냐.

우리가 생각하는것 보다 

더 복잡한 이야기들이 뭉쳐있을거란말야.

넌 뭔가 알고 있으면서도 숨기고 있는거 아냐?

제발, 넌 오르카에서 유일하게 

왓슨의 시신을 검시한 인물이야.

이 복잡한 사건이 고작 

총상 두 개로 끝났을리가 없다고!

내게 진실을 알려줘!”


한참을 떠들어대느라 진이 빠진 리앤을

알프레드는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았다.


“제발...”


리앤이 알프레드의 팔을 붙잡고 

마지막으로 애원했다.


“우린 모든걸 잃었어...

왓슨도 희망도 모두 사라졌다고...

두려워... 정말 모든게 사라질 것 같단 말야...

최소한 남겨진 이들만이라도 지키고싶어...

그러니까 제발... 뭐라도 좋으니까... 

부탁이야... 우릴 버리지 말아줘...”


알프레드는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에 잠긴듯 말이 없었다.

리앤은 다 끝났구나하는 표정으로 

알프레드에게 사과의 말을 건냈다. 


“... 미안, 알프레드. 

괜히 찾아와서 강짜나 부리고...”


“... 지키신다구요?”


“... 어, 어?”


알프레드가 마침내 눈을 떠 리앤에게 말을 건냈다.


“가련한 촛불 하나가 행여 

돌풍 속에 떨어질까 사라질까,

전전긍긍 위태로우신 모습 참 애처롭습니다.

왜 포기하질 않으시는거죠?

사령관님이 돌아가신 이상

모든것이 끝난것이나 진배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붙잡고 계시는건가요?”


“...”


둘은 조용히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고 리앤이 먼저 입을 열었다.


“‘살아있는 한 무슨 일이든 생긴다.’

왓슨이 가르쳐준 말이야.

그 말대로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그래도 살아가다보면 좋은 일이 반드시 생길꺼야.

우리가 왓슨을 만났던 것처럼.”


“... 그 ‘왓슨’은 결국 죽었잖습니까.”


“뭐...!”


순간 리앤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그러나 알프레드가 서랍 속에서 

꺼낸 무언가를 건내받자 그녀는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사령관님의 시신 왼팔을 찍은 사진입니다.”


리앤은 숨을 가쁘게 쉬며 사진을 들여보았다.

사진 속엔 손목을 그은 흉터 네 개가 보였다.


“흉터는 생겨난지 오래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알프레드가 사진의 흉터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일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일단 제외해 두긴 했지만,

정말 아무 연관이 없다 단정짓기엔 좀...”


리앤은 듣고있지 않았다.

그의 손목. 스스로 그은 상처.

자살 시도. 

왜? 어떤 이유로?


“저, 리앤양? 리앤양?”


“으, 응?”


이번엔 반대로 알프레드가 리앤을 불렀다.

그가 리앤이 들고있는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도움이 되셨습니까?

혹 수사에 혼선만 드린것은 아닌지...?”


리앤은 다시 사진을 들여다 보았다.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알프레드에게 사진을 돌려줬다.


“아냐, 상관없어. 사건이랑은.”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다니까. 빨리 가져가. 빨리...”


사진을 건내준 후 리앤은 

가벼운 현기증이 온듯 어지러움을 느꼈다.

근처 책상에 걸터 앉아 한숨을 내쉬니

알프레드가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저...  괜찮으십니까?”


“...”


리앤은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평정을 되찾으려 애썼다.


...


리앤의 마음이 가까스로 진정되자 

알프레드에게 사과의 말을 건냈다.


“후우... 미안해, 알프레드.”


“하하하. 미안해 하실 것 까지야.”


“이제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사진을 보니까 다시...”


“많이 힘드셨군요.”


“모두가 힘든 시기지...”


“저는 빼고요.”


그의 말에 놀란듯 리앤이 쳐다보자

알프레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힘든건 없습니다.”


여전히 리앤이 말없이 쳐다보고 있자

알프레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비결이 궁금하신가요?

간단합니다. 받아들이세요. 

말처럼 쉬운일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당신을 아프게했던

모든 감각들을 받아들이다보면

아가씨의 감각은 슬픔 속에 마비가 될것이고

그 때문에 힘들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별것도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겁니다.”


알프레드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리앤이 오묘한 표정을 짓자 

알프레드는 민망했는지 너털웃음을 내뱉었다.


“어... 아하하하! 아, 이거 죄송합니다.

종교인도 아니고 무슨 개똥철학 같은거나 늘어놓고.

하하하하!”


“음... 무슨 소린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언 고마워.”


그리고 리앤은 시간이 됐다는 듯 떠나려하자 

알프레드가 친절히 마중을 나와주었다.


“행운을 빌어요, 아가씨!”


알프레드가 떠나가는 그녀에게 말했다.


“앞으로의 길이 험하고 어렵다해도...

그 끝에선 아가씨 나름의 길을 찾으시겠죠?”


알프레드의 말에 리앤은 그저 웃어보이며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했다.

멀어져가는 리앤의 모습이 

마침내 보이지 않을 때 쯤

알프레드는 다시 자신의 개인실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자물쇠를 걸어잠갔다.

그리고 선반으로 걸어가 서랍을 뒤져 점화기를 찾아내고

점화기의 주둥이에 예의 그 사진을 갖다댔다.

딸깍하는 소리에 사진으로 불꽃이 옮겨붙더니

곧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사진이 불타는 모습을 보며 그가 중얼거렸다.


“사령관님, 운도 참 좋으시네요.

신원불명의 암살자가 손수

당신이 원하는 길로 안내해 주었으니까요.

만약 암살이 아닌 자살로 끝이났다면

이곳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은

지금의 배는, 아니 몇십 배는 더 커졌겠죠? 그죠?

이 이기적인 양반아...

...

리앤 아가씨, 그 분의 그 이기적인 행동은

우리들만의 비밀로 남겨둡시다.

다른분들은 감당하지 못할거에요.”


사진이 다 타고 검은 재가 되자 알프레드는 

창문을 활짝 열어 잔해를 전부 날려버렸다.


“잘 가세요, 사령관님.”


알프레드가 서글픈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곳에서 만큼은 부디 행복하시길...”








- 7 장 -





날이 저물고, 리앤이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오자

안에는 이미 다른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많은 일이 있었는지 참 볼만한 얼굴들이었다.


“소식은 있어?”


리앤이 자리에 앉으며 묻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리앤은 난감하다는듯 말했다.


“쉬울거란 생각은 안 했지만, 이렇게까지 어려울줄은...”


“그 쪽은 별다른 소식 없어?”


니키의 물음에 잠시 얼굴이 굳어진 리앤,

그리고 간신히 입을 열어 말했다.


“... 없었어. 아무것도.”


“진짜?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


애니가 의아해하며 캐묻자

리앤이 고개를 저으며 애니에게 말했다.


“없었어, 정말 없었어.

... 너는? 장화 만나러 갔잖아. 그 여잔 어땠어?”


애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장화 그 년, 아주 정신이 나갔어.”


장화



리앤이 물었다.


“멀쩡하진 않다고 들었는데, 

그렇게나 안 좋은 상태야?”


“안 좋은 수준이 아니야. 완전히 미쳐버렸어.”


애니가 피곤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내가 몽구스 부대에 찾아갔을 땐

거기 부대원들 대부분이 정신 나가있었어.

미호는 비명만 지르고있었고

핀토는 엎드려 울고있기만했지.

개중엔 그나마 멀쩡했던 홍련 대장님에게 용건을 전달하니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전해주더라?

첫 번째로 갑작기 소리를 지르지 말 것,

지금 간신히 진정된 상태니까 함부로 놀래키지 말래.

두 번째로 어떠한 폭력도 용인할 수 없다는 것,

이거야 당연한거겠지, 아무렴.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녀를 함부로 이해하려들지 말 것.

솔직히 무슨 소린지 모르겠지만 동의 안 하면

그대로 쫒겨날 것 같아서 대충 알았다고만 했지.

그러니까 겨우 장화가 있는곳으로 안내해주더라고.

긴 복도를 지나 어느 낡은 방 안으로 들어갔더니

그곳엔 침대에 조용히 앉아있는 장화가 보였어.

홍련님은 아까 주의사항을 다시 언급하고는

말없이 자리를 피해 주셨어.

우리 둘만 남았을 때의 그 어색함은 정말...

솔직히 조용히 캐묻는건 내 방식이 아니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랐거든?

일단... 장화양 옆에 앉긴 앉았는데

뭐라고 말을 꺼내야 될지 모르겠는거야.

그렇게 주저하고있는데

갑자기 그 여자가 막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중얼거리기 시작한거 있지?

당황스러워서 좀 지켜봤더니

이런저런 얘기들을 꺼내더라?”


“중요한 이야기였어?”


리앤의 질문에 애니가 수첩을 펼치며 말했다.


“어디 보자... 아니, 그냥 헛소리들이었어.

마치 사령관이 앞에 있는것처럼 얘길 하는데,

지난번 산책 때 혹시 자기가 잘못한거 없었냐는둥

자길 정말 사랑하냐는둥

저번보다 머리를 덜 쓰다듬었다는둥...

헛소리만 받아적으려니 좀 짜증이 나가지고

뭐라 한 마디 할 셈이었거든?

그런데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거 있지?”


“무슨 얘기를?”


“사령관이 장화랑 사격장을 갔대.”


순간 리앤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더 얘기해봐. 무슨 이유로 사격장을 간건데?”


“아, 잠깐. 만년필이 어디로 사라졌지?

이런... 거기 놓고 왔나...?”


“만년필따윈 됐으니까 빨리!

사격장이 뭐 어쨌다는건데?!”


“아 왜, 8일 전에 사령관 녀석이 하도 답답하다고

장기외출을 나간 적이 있었잖아?”


“그랬지. 혼자 산책 나갈거라고 우기는걸

지휘부에서 겨우 뜯어말려가지고 

호위로 장화를 딸려보냈었잖아.

그 때 갔던 곳이 사격장이었다는거야?”


“응. 그랬나봐.”


“이해가 안 되네요. 

사격장은 오르카에도 있는데

왜 굳이 외부로, 그것도 멀리 있는 사격장을...?”


“설마 범행에 사용될 총기를 구하려고...?

왜, 몸수색은 대장급까지만 받잖아?

사령관이라면 총기를 반입해도...”


“사령관님께서 자기를 죽일 총기를 찾아 다녔다고요?!”


“... 거기다 굳이 숨기기도 어려운 소총을?”


“어... 그럼 아닌가보지, 뭐.”


리앤과 니키의 반박에 애니가 멋쩍어하며 이어말했다. 


“아무튼, 장화 그 년은 계속 떠들었어.

사격장이 꽤 멀리 있었는지 한참을 걸었나봐.

걸으면서 장화 혼자 막 주절주절거리고 

사령관은 듣기만 했는데

사령관이 너무 조용히 있어가지고

장화가 괜찮냐고 물어봤더니 

사령관이 음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대.

‘자기도 이제 괜찮은지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말이야.

그녀가 보기에 너무 두려워하는 얼굴이라

더는 아무것도 캐묻질 못했다고 말했어.”


“...”


리앤은 애니의 말을 듣고 

굳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니키가 질문을 했다.


“두려워해요? 뭘요?”


“모르지. 이게 핵심적인 질문인것 같아서

내가 막 물어봤거든? 뭘 두려워했냐고?

근데 아무리 물어봐도 자기 말만 했다니까?

그냥 지만 알아들을 소리만 계속했어! 

진짜 제대로 미쳤더라고.”


“그럼... 그 이상 소득은 없는거네요?”


니키가 허탈하다는듯 말했다.


“하필 제일 중요한 인물이... 망할.”


“그게...”


애니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중요한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자긴 사령관이 하는 말도 잘 지켰다고

뭐라 뭐라 말하더라...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빼고.”


“네...?”


“사령관이 가만히 있으라고 했대.

하도 재잘 재잘거리며 붙어있을려고하니까

사령관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았다고...”


“에이... 그거야 뭐...”


니키가 시큰둥해하자 

애니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 말만 한게 아니라니까?!

가만히 있으라 그랬는데

자기가 움직여서 미안하다고.

자기가 다 망쳐놨다고 그랬어!”


“애니...?”


그동안 가만히 있었던 리앤이 입을 열었다.


“그 명령을 어디서 하달 받았다고 했어?

사건 현장이야, 아니면 그 산책 나갔을 때야?”


“그... 걸 모르겠어서 중요한지 아닌지를 

모르겠다고 한거야.”


애니가 머리를 다시 벅벅 긁으며 말했다.


“내가 삘이 와가지고 그년한테 어디서 들은거냐고 

어깨를 붙잡고 막 다그쳤더니

갑자기 장화 그 년이 막 비명을 지르면서 

발버둥을... 난리도 아니었어.

홍련님이 방에 들어오시면서 

무슨 짓거리냐고 따지시더니 

날 순식간에 쫒아 냈지 뭐야...

그... 걸로 끝이야.”


애니의 말을 듣고 두 여자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니키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애니에게 따졌다.


“얌전히 수사할거라고 사령관님 이름까지 들먹이더니,

당신, 수사관이라는 자각이 있기는 한거에요!?”


이번만큼은 애니도 할 말이 없었는지

멋쩍은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니키의 잔소리는 계속 되었다.


“몽구스팀에 눈도장이 아주 단단히 찍혔으니

이제 장화를 추가 심문하려해도 

허가를 받기가 전보다 더 어려워졌을거에요, 그죠?

그렇게 뒷 일 생각을 안 하고 행동하니까

상황을 아주...”


“니키, 그만해.”


리앤이 적절한 선에서 끊었다.


“리앤 양,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야.

지금 책망한데도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 사건 얘기로 돌아가자.

니키 넌 어때? 뭣 좀 있었어?”


니키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유감스럽게도... 애니양 보다 소식이 없었어요.”




콘스탄챠 S2


“콘스탄챠 양은 본인도 많이 힘든 상황일텐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줬어요.

유감스럽게도 쓸만한 정보를 가지고있진 않았지만요.

오전 8시에 사령관님을 깨우러 사령관실로 향했고

그 곳에서 본 것이라고는 사령관님의 시신 뿐,

다른 수상한 것은 아무것도 보지못했다고 말해줬어요.”


니키가 머리에 쓴 모자의 챙을 만지작거리며

하던 말을 계속 이어갔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없었냐고 재차 물어봤지만

전혀 본 것이 없다네요.

하다못해 이불이 바뀌거나 가구 위치가 바뀐

아주 사소한 점이라도 좋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이거 아주 엿됐네, 옘병할...”


애니가 니키의 말을 끊고 투덜거리자

니키가 불만을 표하며 말했다.


“말 안 끝났거든요?

그러고보니 사령관님으로부터

사소한 점이 두 가지가 달랐다고 말했어요.”


“사소한? 사소한거면 그냥 안 듣는게...”


애니의 말도 무시하고 니키가 말을 이었다.


“첫 번째로... 사령관님이 반팔을 입으셨다는 것.

한 여름에도 죽어라... 아, 죄송합니다.

한 여름에도 긴팔 잠옷만을 고집하는 분이셨다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반팔 잠옷을 입으셨다고...”


“흠... 다른 하나는?”


리앤의 물음에 니키는 조금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그... 일기장이...”


일기장이라는 말에 리앤과 애니 

두 사람의 눈빛이 달라졌다.

애니가 황급히 되물었다.


“일기장? 일기장이 왜?!”


애니의 반응에 적잖게 당황한 니키가 대답했다.


“예? 어... 그, 사라졌다고...”


“사라져?!”


이번엔 리앤이 되물었다.


“없어졌다고?!”


“예. 그게 왜요?”


니키의 물음에도 리앤은 말없이 생각에 빠지자

옆의 애니에게 다시 물었다.


“그게 왜요?”


“그... 사령관은 항상 작고 두툼한 

가죽 커버 노트를 몸에 지니고 다녔었어.”


애니가 팔짱을 끼며 의아해하는 표정을 띄었다.


“밤 10시가 되면 항상 하던것도 냅두고

그 가죽노트를 펼쳐 무언가를 끄적였었거든.

심지어 여자랑 하고 있을 때도 그래가지고

이게 무슨 매너냐고 한 소리 들었다던데.”


말을 마친 애니도, 답을 들은 니키도 생각에 잠겼다.

사령관이 그렇게나 아꼈던 노트를

범인은 왜, 무슨 목적으로 가져간걸까?


“사령관님에 대해 집착이 남다른 사람이었나...”


“여기 안 그런 사람이 있냐?”


애니의 말에 니키는 의문을 표했다.


“... 사령관님이란 분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셨죠...?

전 고작 한두 번 만난게 다라서...”


니키의 질문에 애니는 서글픈 표정으로 대답했다.


“... 전부였어.”


“예?”


애니가 무릎을 당겨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우리같은 바이오로이드들은 

사람취급도 못받았잖아.

기껏해야 쓸모있는 소모품 취급에

학대는 기본이고 심하면 강간에 고문, 

노리개 취급까지 서슴찮았지...

근데 그 남자는 좀 달랐어.

우리가 사람으로 보였던건지

우리가 파견 갔다 조금이라도 다치거나하면

막 ‘오, 세상에 괜찮아? 내 지휘가 엉망이었나봐!’ 하면서

막 호들갑을 떨고 안절부절 못하며 걱정 해줬어.

그 모습이 좀 웃기긴 했는데... 그 날 이후론...

그 왜, 한... 반 년 전이었나?

더치걸 한 명이 파견을 나갔다가 

철충에게 죽은 사건 있었잖아.

난 바이오로이드 한 명 때문에 

그렇게 슬퍼하는 인간은 처음봤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것처럼 울고있는 그 모습에

우리가... 모두가 그에게 빠졌던거야... 모두가.”


“혹시 또 모르죠.”


니키가 빈정거렸다.


“아끼던 노리개 하나 잃었다고 생각하신 걸 수도있죠.

그분도 어차피 구인류셨잖아요?”


“잠깐 리앤, 잠깐!”


애니의 만류에도 리앤은 눈이 뒤집힌 채 

니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니키가 뭘 하기도 전에 리앤은 이미

그녀의 목을 부러뜨릴 기세로 움켜졸랐다.

리앤이 그 불타는듯한 눈빛을 

니키의 시선에 맞추며 경고했다.


“다시는... 내 앞에서... 왓슨을... 모욕 하지마...!”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리앤은

온 몸으로 살기를 내뿜었다.


“대답 안 해...?”


“억, 컥... 아... 죄송... 크헉!”


리앤이 손에 힘을 풀자 니키가 바닥에 쓰러지며 

가까스로 숨을 내쉬었다.

방 안은 콜록거리는 니키의 기침소리와

리앤이 내뱉는 거친 숨소리로 가득했다.

그 사이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애니에게 

리앤이 숨을 가쁘게 쉬며 말했다.


“흐읍... 후우... 애니...?”


“으... 응...?”


“미안... 꼴사납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아, 잠깐, 잠깐만!”


애니의 부름에도 리앤은 

빠르게 문을 박차고 나갔다.

어두운 복도를 정신없이 뛰쳐가면서도 

그녀의 머릿속은 온갖 잡념들로 뒤섞여있다.


‘그 왓슨은 결국 죽었잖습니까...

팔목에 흉터 네 개...

포기하세요... 받아들이세요...

우리의 전부야... 혹시 모르지요...

어쩌면 좋지... 어떻게 해야할까...?

왓슨... 왓슨... 왓슨!!!!’


그녀의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들을 뿌리치려는듯

맞은 편의 벽을 향해 머리를 부딫혔다.

그러고도 부족했는지 머리를 몇차례 더 박으려던 찰나

저 너머 화장실에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왓슨! 당신이야?!”


그녀는 발길을 돌려 화장실로 달려갔다.

문을 열자 그곳은 밤이되어 어둠만이 짙게 깔려있었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다.

리앤이 머리를 붙잡으며 자리를 뜨려하자

갑자기 주변에서 미약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자 

오비탈 와쳐의 작은 꼬마아이가 

어두운 화장실 구석자리에 기대앉아 울고있었다.

리앤은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속삭였다.


“꼬마야, 거기서 뭐해? 앉아있기 춥지 않니?”


허나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리앤은 꼬마아이의 발치에 

나뒹굴던 공업용 커터칼을 발견했다.

리앤은 황급히 코코의 팔목을 잡아 올렸지만

너무 늦었다.

출혈은 심각했고 코코의 눈은 

이미 죽음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앤은 헛수고라는걸 알면서도 

코코의 팔목을 최대한 지혈하려했다.

피는 더이상 흐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지혈했다. 

얼음처럼 차가워진 코코의 육체를 보며

리앤은 문듯 아까 본 사령관의 팔목 사진을 떠올렸다.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오려는걸 억지로 참았다.

그 때 죽어가는 코코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추워... 엄마... 무서워...”


그 상황에서 리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리앤은 아이를 품에 안아주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괜찮아, 아가야....

자고나면...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을거야...

걱정마... 걱정마 아가야...”


“... 사령관... 님... 볼 수... 있어...?”


리앤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자

코코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떨궜다.

리앤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야 할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고통받아야 할지,

살아있어 고통받는 우리는 

과연 살아있을 이유가 있는걸지.

생각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허나 지금은 생각에 빠질 시간이 아니다.

리앤은 품에 안은 코코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오비탈 와쳐로 발길을 옮겼다.


“가자, 꼬마야...”


리앤이 중얼거렸다.


“가자... 어서 가자... 

사랑하는 사람들이 널 기다린단다... 

가자... 꼬마야... 어서 가자...”


그녀는 이 아이가 부디 저 세상에서 

왓슨을 만나기를 빌었다.

창가의 갈까마귀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천장을 바라보며 구슬프게 울고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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