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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신처분, 시저스 리제

티타니아가 오베로니아의 심장을 찌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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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제는 드리아드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수복실에서 올리는 보고서는 사령관 직통이기도 했지만, 사실 수복실에 한해서는 주인이 어느정도 재량권을 보장해주기에 부상이 아닌 휴식 등은 보고서를 올리지 않고 처치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리제는 일단 패널의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그래, 수복실 담당이니까 이정도는 해줘야지”

 

괜히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해본다. 약간이나마 상기된 볼, 자판 위에서 무어라 써야할지 고민하며 춤추는 손가락, 누가봐도 형식적인 보고서가 아닌 간질간질한 연애편지나 러브레터를 적는 여고생 정도의 모습이었다. 지그시 눈을 감고나서 몇 시간 뒤 미래를 상상해본다.

드리아드의 상태를 확인하러 온 주인의 옆에 붙어서 드리아드의 상태를 브리핑한다. 부스스한 몸으로 일어난 드리아드의 피로와 숙취가 풀리면 두 사람을 잠깐만 내버려둔다. 드리아드와의 이야기가 끝난 주인이 수복실에 딸린 사무실로 들어온다. 간이의자에 앉은 주인이 자신에게 힘든 건 없는지 물어본다. 터질듯한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언니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언젠가 주인이 프리가나 세크메트처럼 어른스러운 바이오로이드의 모성애 같은 것에 끌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리제의 생각에는 자신도 레아 언니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니냐 동생이냐를 따지면 언니쪽에 속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근거없는 자신감에 힘입어 주인에게 레아처럼 여유롭고 다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이 한 걸음 다가온다. 자신의 어른스러운 모습에 새로운 매력을 느낀 주인의 얼굴이 가까워진다.

 

흐흐…헤헤헤…”

 

이미 보고서는 뒷전이다. 리제는 눈을 지그시 감고 망상에 빠져 헤실대는 웃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갈 곳 잃어 멈춘 손가락은 패널의 키 하나만을 꾹 누르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은 주인이 자고 있겠지만, 보고서를 올리면 아침 쯤에는 주인이 볼 것이다. 그러면 아침쯤 올까? 아니면 다른 계획을 처리하고 노을 지는 저녁쯤에 올까 싶기도 했다. 리제에게 주인이 오는 시간이 언제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주인이 온다는 사실 하나만이 중요했다. 정성과 사심을 듬뿍 담아 쓴 보고서를 올린다.

 

끔뻑이며 눈을 뜬다. 시야가 물결치는 듯 사방이 흐릿하게 보인다. 눈을 몇 번 껌뻑이고 나서야 초점이 조금은 맞는 것 같았다. 목이 건조하다. 손을 더듬어 어제 마시고 남은 이온음료를 완전히 들이킨다.

 

후우…흐으…하아…”

 

여독이 남아있는 건지 드리아드의 표정은 울상 직전이었다.

 

일어났니”

언니…”

 

리제도 자다 일어났는지 아직 빗지못한 머리가 부스스하다. 손으로 적당히 머리를 가라앉히고는 드리아드의 상태를 본다.

 

뭐야, 왜 그래?”

 

속이 완전히 뒤집어졌을 테니 자고 일어났어도 컨디션이 엉망일거라곤 생각했지만, 울상인 표정에 가쁜 호흡, 상기된 얼굴까지, 단순한 숙취라고 보기에는 상태가 많이 좋지 못했다.

 

언니…나 숨이…가슴이 답답해…”

뭐?”

 

드리아드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기 시작한다. 침대에 전해지는 그녀의 생체신호가 리제의 패널에 구분없이 업로드되기 시작한다. 불규칙적인 호흡, 심하게 빨리 뛰는 심장, 단순 숙취라고 하기에는 확실히 몸 상태가 엉망이었다. 잰걸음으로 사무실을, 그리고 사무실에서 다시 문을 열어 약재실까지 들어간 리제가 은색 트레이에 몇 가지 약품을 가지고 나온다.

 

잠깐만 참아, 오리진더스트 앰플이랑 진정제 주사해줄 테니까 곧 있으면 편해질거야”

 

연녹색의 오리진더스트 앰플에 리제가 몇 가지의 바이오로이드용 약물을 혼합한다. 앰플의 구멍에 호스를 꽂고는 그것을 드리아드의 손등 언저리에 꽂아준다. 투명한 호스에 은은한 잔디빛의 오리진더스트가 천천히 흐르기 시작한다. 10여분 정도가 지나자 패널에 띄워진 드리아드의 생체신호가 점점 안정을 찾아간다.

 

휴우…지금은, 괜찮아?”

으응…”

 

드리아드의 말을 듣고나서야 리제가 이마를 손으로 슥 닦는다. 머리와 이마가 맞닿는 라인에 맺힌 땀이 번들번들하게 묻어나온다.

 

언니”

왜”

그런데…가슴은 아직도 답답해…”

 

드리아드는 자유로운 왼손으로 자신의 가슴께를 덮는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신호는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데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는 드리아드의 손은 점점 격해진다. 보다 못한 리제가 그녀의 손을 홱 낚아챈다.

드리아드가 아픈 이유를 의학적으로는 진단할 수 없었지만, 감각적으로는 예상할 수 있었다. 리제 자신도 거의 3년이란 시간을 앓았던 병이니 오히려 모르는게 더 이상했다.

 

주인님 때문이야?”

나, 아픈데…진짜 아픈데…”

 

울상이던 얼굴에 이젠 눈물까지 흐른다. 아픈 서러움 때문일까 울음과 동시에 호흡이 다시 가빠진다.

 

나 진짜 아파…가슴도 답답하고, 머리도 너무 아픈데…”

기다려, 주인님 모셔올게”

 

착잡한 표정의 리제가 패널을 조작한다. 어제 올렸던 보고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평소라면 아침에 밀린 보고서부터 확인하는 주인이 왜 내버려두었을까, 이해할 수 없었다.

 

아”

 

짧은 탄식, 생각해보니 데이트 공모전이니 뭐니를 한다고 주인이 자신의 패널을 부관에게 위탁해놓은 것이 그제서야 떠오른다. 부관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겨우 숙취정도였던 드리아드의 몸 상태를 서술한 보고서에 자신의 사심을 담은 편지를 적어댔으니, 부관이 그걸 심각하게 여겼을리가 없었다. 리제는 복잡한 머릿속을 잠시 정리하고는 패널로 통화를 건다.

 

다프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하아…설명은 이따가 해줄게, 잠깐 간호사복 입고 내려올래?”

 

평소의 섬뜩한 생기가 도는 목소리보다는 피곤이 좀 섞여있는 듯한 목소리, 무언가 일이 있구나 하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알았어요”

 

잠시 드리아드를 맡길 다프네를 부르고 리제는 다른 쪽으로 통화를 건다. 본인도 긴가민가 했지만, 확실한 방법을 선택해야한다는 마음에 통화 버튼을 누른다. 통화연결음이 들릴 때 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에 자꾸 혀를 낼름거리며 초조함을 표현한다. 철컥 하며 통화가 연결 된 순간 리제도 순간이나마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리제”

티타니아 언니”

 

마주하지 않으면 오히려 소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리여리한 목소리, 그러나 그녀를 아는 이상 리제의 등허리가 서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무슨 일이야”

언니, 드리아드가 많이 아픈데…주인님을 모시러 갈 수 있을까요”

 

주인님 이야기를 하면서 리제가 이렇게 초조했던 적은 손에 꼽았다. 평소라면 가슴이 두근거려 서있기도 힘들었을텐데, 지금은 복잡한 감정 때문에 자꾸 입술만 깨물게되었다.

급하게 옷을 챙겨입은 다프네가 가운에 손을 집어넣으며 리제와 눈을 마주한다. 리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프네를 간단히 맞는다.

 

기다려”

네?”

아프다며, 간호하고 있어, 인간. 데려갈게”

아, 알았어요. 부탁할게요. 언니”

 

일방적으로 전화가 끊긴다. 레아에게 통화를 해도 주인을 모셔오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티타니아쪽이 빠를 것은 분명했다. 분명 리제 자신이 아는 주인님이라면 티타니아의 말에 좀 더 직접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했다.

 

하아…”

 

어쩐지 언니와 주인의 관계를 이용해먹은 것만 같아서 죄책감이 든다. 복도의 벽에 등을 기대고는 잠시 고개를 들고 숨을 크게 내쉰다. 가슴 한 켠을 찌르는 듯한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티타니아 언니가 예민하다고 해서 동생의 부탁을 이유없이 거절할리는 없었다. 리제가 아는 주인 역시 그런 관계를 이용해서 자신을 호출했다 하더라도 리제를 책망한다거나 할 리는 없었다. 오히려 리제를 격려해줄 것이 분명했다.

리제의 가슴 한 켠에 주인을 만나고싶단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드리아드의 상태를 이용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피어나온다. 반은 죄책, 반은 부정인 복잡한 감정이 리제를 짓누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만날 수 있다면 분명 기쁘겠지만, 자꾸 괴로워하는 드리아드에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그 모습이 자꾸만 자신의 눈에 밟힌다.

그리고 리제의 상념은 또 다른 계기로 흩어져간다.

 

드리아드!”

 

수복실의 열린 문 틈에서 다프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본능적으로 수복실로 뛰어든 리제의 눈에는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드리아드와 함께 뒹구는 다프네의 모습이 보인다.

 

뭐야?”

드리아드가 주삿바늘로 자기를 찌르려해서…”

뭐?”

 

그제서야 드리아드의 손등에 꽂아주었던 주삿바늘이 바닥에 뒹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다프네를 리제가 일으켜세운다.

허공을 가르는 위협적인 소리, 눈물로 범벅이 된 드리아드의 얼굴에 리제의 손이 강하게 부딪힌다. 얼얼한 뺨을 손으로 감싸쥔 드리아드가 리제를 조용히 쳐다본다.

 

왜?”

미쳤어?”

뭐가?”

네가 그러면 주인님이 좋아하실 거 같아?”

이렇게라도 안하면…주인님은 날 안봐주실텐데?”

 

초점 없는 드리아드의 눈동자가 리제를 조용히 응시한다. 부들부들 떨리는 리제의 팔을 보았을 때, 다프네는 리제를 말려야한다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생각보다 리제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언니!”

네 멋대로 주인님을 그런 인간으로 단정짓지 마!”

 

드리아드의 위에 올라탄 리제가 아예 주먹까지 틀어쥐고 내지르려는 것을 다프네가 간신히 뜯어말린다. 리제의 눈에 서린 독기는 그녀가 간호사가 아니라 살인마처럼 보이게 했다. 섬뜩한 붉은 눈이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에도 드리아드의 눈은 미동도 않는다.

 

제발 진정좀 해요!”

언니는 모르겠죠…주인님이 예전부터 신경써주셨고 처음부터 주인님이랑 함께였으니까!”

 

드리아드의 동공이 점점 흔들린다. 눈물을 머금어서 눈동자가 일렁이는건지, 아니면 그녀의 시야가 점점 흐려지는 건지, 드리아드의 눈만을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와 푸른 눈동자는 판단할 수 없었다.

 

나는 주인님의 눈에 든 적도 없으니까…주인님을 만나려면 바늘로 찌르는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야…아파도 되니까…아파도 되니까…”

 

리제를 뒤에서 끌어안았던 다프네의 손이 점점 풀린다. 부풀었다 가라앉는 리제의 가슴도 점점 규칙을 찾아간다.

 

보고싶어…”


뭐라해야하나, 원래 생각했던 전개는 도저히 괜찮게 끌어낼 재간이 없어서 좀 수정함.


그리고 한 번은 얘기를 해야할 것 같아서 씁니다만

어제 내 글에 왜 비추가 자꾸 박히냐고 얘기를 해주는 분들이 좀 있었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도 모릅니다.

뭐 내가 평소에 스토리갖고 왈가왈부하는게 꼴뵈기 싫었을수도 있고 아니면 내 글이 정말 노잼이라 못참아서 그럴수도 있고 뭐 그래


물론 글쓰다보면 당연히 나도 현타 같은거 느낌

남들은 다 추천 10개씩 받고 조회수가 몇 나오나 따지고있는데 나는 하루 지나도 념글 못갈때도 많고, 념글컷 10개인데 개추 7개에 비추 3개 4개 많을땐 7개씩 받고 그러고 있으면

솔직히 내가 퇴근하고 몇 시간씩 쓰고 읽고 지우고 쓰고 읽고 지우고 그러는데 왜 그러고있나 싶기도 함

소설 쓰면서 당장 념글 못가는 편도 많고, 댓글 한개 달릴 때도 많은데 그런거 일일이 댓글에 대댓 달아주고 아카콘에 아카콘 달아주면 뭐하냐고

솔직히 봐주는 사람 한 둘 때문에 쓰는데 비추 네개 다섯개씩 박히는거 보고있으면 그냥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거같아


페어리 스토리가 진짜 맘에 들어서 내가 2차로 뇌좆질 하는게 맘에 안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니면 내가 이거 보라고 들이미는 것도 아니잖아

라오 커뮤는 소설이 많아서 문학이 많아서 좋다는 얘기를 가끔 보는데, 내건 거기서 예외인거같아.


기껏 제일 집중해서 써놓고 꼬리말에 또 이딴 넋두리나 쳐 써서 글에 대한 내용은 댓글 못받을거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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