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lastorigin/52323928


“그때 제가 뙇! 나타나서 난동 부리니까 사람들 시선이 막 다 쏠리는거 있죠?! 저 아니였으면 형님도 잡혔을거라니깐요?!”


“그래도 이번처럼 아무런 협의도 없이 먼저 움직였던건 무모했어, 이번 일은 좋게 흘러갔지, 잘못했으면 소한 오빠 뿐만 아니라 우리까지 잡혀들어갈뻔했다니까?”


USB를 획득하고 사무실에 들어갈때쯤, 흥분한 창식의 목소리는 외부에까지 미세하게 들려올정도였고, 사무실의 문을 열자 그 목소리는 방 전체를 가득 매꿀 정도였다.


“어, 형님! 들키지는 않았습니까?”


“덕분에, 다들 잘해줬어.”


“하핫, 형님, 이게 다 제가 만든 결과물이라니깐요? 어때요, 저도 쓸만하죠?”


“...?!”


난 약간의 충격을 먹었다. 좋은 작전이긴 했어도, 이 일은 영지가 꾸며냈다고 생각했었는데, 의외의 인물이 주도한 일이였다. 그것도 고려하지도 않았던 인물이 말이다.


“...의외네, 난 영지가 한 일인줄 알았거든.”


“형님!”


“그래도 고맙다, 덕분에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


그는 기분이 좋은듯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만도 하지, 자기가 처음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했는데.


“하지만, 다음부터는 서로 상의하에 그런 일을 해줬으면해, 알겠지?”


“옙!”


“그나저나, 수하는?”


“저깄네, 오자마자 뭘 해야되겠다고 컴퓨터를 계속 하더라고.”


영지가 가르킨 곳에서는 수하가 열심히 노트북을 쳐다보며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직 USB를 넘겨주기 전인데 뭘 그리 열심히 하고있는 건지 궁금해 곧장 그에게 다가가보았다.


“뭐하고 있어? 아직 USB는 꽂지도 않았는데.”


“뭐하긴, 형 기록 지우는 중이지.”


“...?”


“그 출입증, 출입할때 뿐만아니라 조회할때까지 쓰여. 형이 들어갔다 나온 시각이 전부 서버에 저장되고 출입증 번호로 누가 썼는지까지 조회 가능하지.”


“그럼 나중에 들킬 수도 있다는거야?”


“들킬수 있는게 아니라 들켜. 사디어스가 사람이 들어온 걸 확인한듯해, 곧 출입기록을 확인해보겠지. 그렇게되면 우린 곧 들키게 될거야.”


“...”


“진정해, 난 첩자가 아니니까.”


“그럼 출입기록은, 삭제할 수 있어?”


“할수야 있지, 하지만 서버에 침입하는 순간, 도시내의 모든 경찰들이 우릴 체포하러 달려들걸?”


“...그래서 어떡할건데??”


“어떡하긴, 내가 그래서 지금 형이 출입한 출입증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중이잖아. 그렇게되면 출입증 추적도 불가능해지고, 형이 지금 가지고 있는 출입증은 완전히 다른 카드로 변하게되. 그럼 시티가드는 애꿎은 출입증을 추적할테고, 곧 포기하게 될거야. 지문같은건 안남겼지?”


나는 고개를 위아래으로 흔들었다. 군에서도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을 배웠었고, 먼지를 털어낼 때도 이를 적용해 손등으로 닦아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버튼또한 출입증으로 눌렀고, 다른 흔적은 아예 남기지 않았다.


“좋아. 그 출입증은 버려도 되고, 이제 USB좀 줘봐, 어짜피 그거 해독하는데는 얼마 걸리지도 않는다구.”


수하에게 그 USB를 돌려주고, 카드는 그 자리에서 반쪼갈을 낸 다음,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여기서 당장 버린다면야 물질적 증거는 남게될 테니, 집에서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게 훨씬 더 들킬 확률이 낮아진다.


어쨋든 그에게 USB를 건낸 다음, 대략 10~20분 정도가 지난 시간이였다. 컴퓨터를 두들기고 멈춰 결과를 확인하는 행위를 몇번 한 수하는 끝났다는듯 양 팔을 하늘로 쭉 펴올랐고, 나는 그가 끝났다는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의식적으로 그의 노트북 화면을 보기 위해 빠르게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다 끝난거야?”


“응? 아직, 로딩중. 근데 좀 있으면 끝나.”


그래, 곧… 곧 내 집에 둘러쌓였던 비밀이 풀리는 시간이다. 곧 내 두눈으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온 머릿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헛구역질이 올라올 정도였다. 그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순간이였다. 어느새 게이지바는 거의 다 채워졌고, 검은색의 작대기가 하얗게 변하자, 수많은 폴더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내 앞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각의 폴더에는 CCTV 정보, 바이오로이드 활동정보, 체포된 피의자, 용의자 목록등등 세부적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각각의 폴더 속에는 다시 세부적인 날짜들로 분류되어 있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끝났네. 형, 이건 형의 민감한 문제니까, 우리는 잠깐 빠져있어줄게, 한번 확인해봐봐.”


수하는 모든 것이 끝나자 미련 하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근처에 있던 영지와 창식까지 데리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휴게실 안에는 나 혼자만이 먹먹하게 남아있었고, 나는 이렇게 자리를 내준 수하에게 감동과 감사를 느꼈다. 하지만 이를 깊게 느낄 시간은 없었다. 나는 수하의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고, CCTV 기록에 들어가 해당 날짜의 시간을 확인해 영상 하나를 찾게 되었다.


10월, 그 따스하면서도 쓸쓸했던 그 날의 영상이 담겨져 있었다.


어둑한 골목길이였다, 그리고 그 곳은 네겐 너무나도 익숙하며 두려운 곳이다. 가족을 잃은 그 싸늘한 곳, 나는 그 장소를 다시 마주했다. 어머니는 이미 쓰러져 있었다. 피를 잔뜩 흘린채, 머리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저 장면, 저 잔혹한 장면은 매일같이 나의 꿈속에서 나타나 나를 괴롭힌다. 이젠 지겨울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봐도봐도 적응되지 않는 역겨움에 나는 이번에도 나오는 구토를 겨우 참아내었다.


“...”


이제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은 알 필요가 없다. 그것은 내 뇌리속에 단단히 박혀있으며, 다시 알려줄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내가 원한 것은 단지 그 껌둥이년이 어떻게 됬는지다. 만약 그 년이 살아있다면, 신체 그대로를 플라스틱 통에 우겨넣은 다음, 간신히 숨만 붙을 정도의 산소를 밀어넣어주며, 염산을 부어 모든 것을 천천히 녹여버릴 것이다. 만약 죽었더라면? 그것도 상관없다.


바이오로이드는 죽지 않는다. 대신, 모듈이 새로운 신체를 찾아 나설 뿐, 그 모듈 번호만 안다면, 그 년이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다. 난 그 모듈을 떼어내, 그 모듈 자체에 고통을 주입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얼마를 부어서라도,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쪽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철저히 고통을 선사하며 10일동안 고문할 것이다. 그 일이 끝난다면… 다시 회장님의 충실한 부하로 되돌아가, 이 바닥에서 몇년동안 더 일하다, 쓸쓸히 혼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내게는 친한 동생과 나를 길러준 회장님이 있지만, 그것이 부모는 대신해주지 못했다. 고통스러운 악몽은 이 복수가 끝난 이후에 더 심해질 것이고, 나는 더 우울해질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이 복수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당장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천천히 재생버튼을 클릭했다.


4거리였다. 굉장히 좁은, 십자가 모양의 4거리 말이다. 그 날 일어난 데모로 인해 시위대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다. 약 3,4 명의 붉은 머리띠를 한 인간승리 노동조합원들을 그 미스 세이프티가 쫓는듯 하였고, CCTV에는 사각지대로 인해 그 새끼가 보이지 않는 곳에 노조원 하나가 숨어있었다. 그년이 사거리에 도착한 순간, 노조원은 그녀를 덮쳤고, 그렇게 몸싸움이 벌어졌다. 미스 세이프티는 그 사람을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절대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총을 꺼내든 그년은 그의 허벅지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지만, 남성은 그것의 팔목을 잡아 발사를 제지했고, 그렇게 총은 허공을 헛돌고, 위아래로 휘적이다 결국에는 한발이 발사되었다.


‘타아앙—!!!!’


커다란 소리가 CCTV 화면을 뚫고 나왔고, 나는 그 소리에 잔뜩 움츠려들었다. 그런 총소리는 군에서도, 심지어 최근에 있던 출입증 강도짓을 할때도 들어보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큰 총소리였다.


“...”


노조원과 미스 세이프티 사이에서 벌어진 난투극 이후, 세이프티는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골목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사이 남자는 그것의 뺨을 때린 후, 그 자리에서 곧장 달아났다. 하지만 미스 세이프티는 그를 쫓지 않았다. 그저, 골목에 계속해서 시선을 고정했다. 결국 그것은 일시정지를 그만 둔 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총을 짚은 다음, 그녀가 뚫어져라 바라보던 그 골목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


‘타앙----!! 탕---!!!’


“...”


‘타아아앙------!!!’


다시 한번 세 발의 총성을 들을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이후로 어떤 발포음도 들리지 않았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CCTV장면에는 알 수 없는 발포음이, 그것도 3번씩이나 녹음되어 있었다. 상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나는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저 총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다. 당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고, 나는 어머니가 눈앞에서 돌아갔다는 것 때문에 그 이후로 몇시간 동안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을 알아차렸다. 이제 나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씨발년은 그 총을 오발포하여 어머니의 머리에 구멍을 내버렸고, 그 다음, 어중간하게 살아있으면 일이 복잡해질테니, 그냥 제대로 죽일 겸, 확인 사살을 했던 거다.


그,


그 씨발년이,


그 개 좆같은 씨발년이, 희박하게나마 살 수 있던 확률을 무참하게 짓이겨놓은 것이다.


“......”


한편, 그 일이 있었던 이후, 남자 한명이 가죽자켓을 입은채로 그 골목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미스 세이프티가 있는 곳으로 뛰어들어갔는데, 그의 행동차림과 허리에 대놓고 총과 홀스터가 있는 것을 보아 형사임을 알 수 있었다. 잠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는 곧장 우리 엄마를 업고는 다시 골목을 빠져나갔고, 그 미스 세이프티 썅년은 우리 아빠의 팔목에 수갑을 채우곤 질질 끌며 형사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영상은 끝이 났다. 내 기억상으론,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경찰서에 끌려가고, 집에 돌아온건 아버지와 손에 들려있던 배상금 수표뿐이였다. 그 이후, 어머니의 유골은 물론, 어디에 묻혔는지, 아니 묻히시긴 하셨는지 알 방법이 없었다.


“...”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온 몸의 혈액을 돌아다니는듯 했다. 피가 끓는 느낌마저 들었다. 옆에 있는 머그컵에 눈이 들어왔고, 곧장 그 머그컵을 잡은 다음, 악력으로 박살내버렸다.


‘쨍그랑!’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아 머그컵의 잔해가 떨어진 책상에 주먹을 여러번 내려쳤다.


‘쾅! 쾅! 쾅! 쾅! 쾅!’


“씨발! 씨바알! 이, 이 개 씨바아알!!!! 죽여버릴년! 살을 불태워서 찢어죽여버릴년! 이, 이…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잔해가 손에 박히던지, 팔이 부셔지던지, 상관없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이미 분노를 표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했다. 다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땐, 책상이 두동강이 나 있었다. 여전히 휴게실에선 노트북 펜 돌아가는 소리와 내가 숨을 헐떡이는 소리, 팔목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계속 들려왔다.


“...”


다시 정신을 차려야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피묻지 않은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시간을 다시 수십초 정도 앞당겼다. 그 개 호로 세이프티 썅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CCTV는 저 바이오로이드를 인식했는지, 인식번호 15232번을 그녀의 머리 위에 띄워놓았다.


15232, 그녀의 정체를 알아냈다. 인식번호 15232, 미스 세이프티 모델,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바이오로이드. 나는 이제 그녀가 어딨는지 알 수 있었다. 곧장 폴더를 바꾸어 바이오로이드 기록정보 폴더에 들어가 그녀의 인식번호인 15232를 입력해보았다.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


나는 잘못보지 않았다. 아무리 분노에 몸서리를 쳐도 나는 물체를 잘못 볼 정도로 사리분별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계속해서 15232를 눌러보았지만, 계속해서 붉은 글씨로 (존재하지 않는 대원입니다.)라는 문구만이 존재했다.


”아냐…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다시 CCTV를 돌려보아도 15232가 분명했다. 눈을 비벼보기도, 먼지하나 없는 모니터를 한번 다시 닦아보기도, 책상에 내 피로 숫자를 적고 다시 검색을 해보아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개씨발! 이 씨발새끼들이!!!”


다시 한번 두동강 난 책상을 내려치려는 그때, 나는 폴더 이름이 (전직) 바이오로이드 기록정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직, 그때 미스 세이프티는 현직이었겠지.


“...”


엉뚱한 걸 찾은 내가 정말,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한 나는 곧장 현직이라는 이름이 있는 폴더를 찾아보았고, 역시나 (현직) 바이오로이드 기록정보 폴더가 있었고, 그 폴더를 누른 다음, 천천히 1, 5, 2, 3, 2를 입력하자, 한 폴더가 목록에 나타났다.


(현재 직책 해제) 15232


직책 해제. 상관없다. 저 년이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 그래주기만 하면 된다. 나는 천천히 그 폴더를 클릭해보았다. 그리고, 한줄의 정보만이 내게 나타났다.


(경찰 직책을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 직책 해제후 충유시 행복 요양원이 2억을 지불하고 간호사로 사용하기 위해 투입되었음.)


“...”


경찰직책을 감당하기 힘들어… 경찰 짓을 하기 힘들 것 같다고 평가라니, 역시는 역시구나. 남의 가족 머리를 작살낸 걸로도 모자라, 몇발씩이나 더 박아넣은 그 년을… 그 썅년은 역시나 시민을 지키는 경찰자격이 없다. 아니 없어야만 한다. 


그나저나, 저렇게 무모하게 사람이나 쳐죽이고 다니는 년이, 간호사직? 이건 이해가 안가야 정상일 정도다. 심지어 요양원이면, 가뜩이나 힘 없는 사람들을 잡고 다니면서 더 잔혹한 짓을 하고 다닐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것이 더 이상 해괴한 짓을 하고 다니게 해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곧장 왼팔에 박힌 유리 파편들을 빼낸 다음, 휴게실 한편에 있던 응급상자에서 붕대를 꺼내 대충 강하게 압박하며 감은 다음, 문을 박차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오빠,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거야? 팔은 또 왜그래?”


“막 뭐가 작살나고 그러던데, 안다친- 다친거 같긴한데…”


김창식은 내 모습을 보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자리에서 요지부동이 되었다 수하와 영지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고, 나는 걱정하는 그들을 겨우 밀어내고 빠르게 자리를 옮겼다.


“잠시 나가봐야되겠어.”


“...? 그게 무슨소리야, 갑자기 어딜 간다니?”


“...급해서 그래. 금방 갔다올게.”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수하와 영지, 창식의 부름이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지금은 급히 가야할 곳이 있으니 말이다.


.

.

.


집에서 차를 꺼내, 빠르게 요양병원을 향해 몰고갔다. 해는 뉘엿뉘엿 져왔고, 누런 노을이 요양원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높은 언덕 끝자락에 위치한 그곳은 도시에서 꽤나 외곽에 위치해 있었고, 나는 그런 경치를 확인할 틈도 없이 곧장 차량을 주차장에 대충 주차해놓고는, 빠르게 요양원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요양원의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상담창구 2곳만 운영중이였고, 그중 하나도 자리가 비워져 있었다. 나머지 한 창구에서는 한사람이 손톱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유독 피부가 검은색이였다. 미스 세이프티였다.


“...!”


홀린듯 그녀에게 달려들어갔다. 세이프티는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랐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자리에 착석하였다.


“...”


“...”


잠시 멈추어 머리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미스 세이프티가 있는데, 과연 이 년이 15232번 미스 세이프티가 확실한가? 나는 우선 그녀의 정보를 확인해봐야 했다.


“...15232.”


“...갑자기 오셔서 무슨 말씀을-”


“네 인식번호, 15232, 맞지?”


“...맞습니다만… 혹시 간호에 관해 불만족하신 사항이 있으신건가요? ...ㅈ, 죄송하지만… 상담 창구 운영시간은 30분 전까지였-”


역시 그녀는 15232였다. 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나는 적어도, 적어도 그녀에게 사과는 받고 싶었다. 죽이기 직전에, 그녀에게 ‘부모를 죽여 미안하다’라는 말만큼은 받고 싶었다.


“...당신 나 몰라?”


“...네?”


“당신 나 모르냐고? 아니, 모를 수가 없을텐데?”


“...죄송하지만…”


“모르겠다고? 아… 나를? 날 모르겠다고?”


“혹시 셀럽이세요?”


순간, 그녀가 지금 날 놀림거리로 보고 있나 의심이 들었다. 마음만 먹어선 지금 당장 옆에 있던 볼펜으로 목을 수십번 난도질을 하고 싶은걸 간신히 참았다. 이대로 여기서 복수를 해버리면 고통도 없이 끝나버릴테고, 경찰한테도 뒷덜미를 잡힐 수 있다. 나는 최대한 심호흡을 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려했고,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ㄱ, 개소리하지 말고… 그 일이 있었는데 날 못알아보겠다는거야?! 응?!”


“ㅇ, 일단 진정하시고… ㅍ, 팔은 왜…”


“팔이 중요한게 아니잖아!! 10년 전에, ㄴ, 니가 우리 가족을 작살냈잖아! 그, 그게 기억이 안나? 응?”


“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 거에요!”


“...야, 야 이 개씨발년아, 그렇게 나오겠다는거야? ㄴ, 너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응? 그렇게 잔혹하게… 가족들 싹다 작살내고 할 수 있는 말이 뭔 개소릴 하냐야? ”


“자꾸 이러시면 저도 경찰 부를수밖에 없어요, 당장 나가주세요.”


“...ㄴ, 너가 어떻게… ㅈ, 제발 사과라도 한번 해줘…”


“...”


“제발… 제발… 미안하다는 말도 한마디 못해줘, 응? 니가 그딴 짓을 벌이고 사과도 한번 못해주냐고!”


“...마지막 경곱니다. 당장 나가주세요.”


…결국, 결국 저 새끼도 생체컴퓨터에 불과했다. 계산된 대로 행동하고, 계산된 대로 생각하는 컴퓨터 말이다. 내가 주인이 아니니, 주인이 허용하는 사과가 아니면 하지 말라는 명령을 듣고 저랬을 것이다. 분명 그랬을 것이다. 나는, 더이상 분노할 힘도 없었다. 그래, 마지막 경고라는데, 내가 먼저 물러나주지.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솔직히, 난 당신한테… 왜 그랬는지라도… 물어보고 싶었어.”


“...”


“니가 왜… 아무런 연관도 없는… 아니다, 어짜피 이렇게 씨부려봐야 이해 못하겠지. 너같은 소시오패스는 말이야.”


“...”


“하지만, 난 결정했어. 결정했다고.”


“...”


“그래도... 다음 상담시간에... 보는게 좋을거 같긴하네.”





전에 썼던 소설 리메이크 하는것도 좀 많이 어렵네;



https://arca.live/b/lastorigin/52457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