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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버니, 이쪽이에요! 조금만 더 빨리!”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가는 나와 메리는 지금 무수한 빌딩의 숲을 뚫고 무작정 달려가고 있다.

 

크기는 겁나게 큰 황금색 빌딩. 분명 마키나가 있는 곳은 저곳이다.

아니, 저곳에 마키나가 있다는 것은 메리도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메리가 마키나를 구하지 못했던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다.

 

낙원을 지키는 경비 로봇들과 세뇌된 바이오로이드들이 그녀 앞을 막아세웠기 때문이었지.

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 우리가 뛰는 도로 위엔 AGS도, 바이오로이드도, 아무 것도 없다. 마치 누군가 일부로 치워놓을 것처럼.

 

 

 

‘대체 누가...? 뭐 때문에? 설마 추기경 그 놈이 한 짓인가?’

 

“오라버니! 뭐 하시는 거에요! 이제 거의 도착했단 말이에요!”

 

“아, 알았으니까 조금만 천천히 가자... 나 이렇게 뛰는 거 너무 오래간만이란 말이야...”

 

 

 

마키나가 있는 저 황금색 비스마르크 건물은 내가 낙원에 있을 땐 롯데 타워처럼 보였었다.

 

분명 거리로만 치면 수십 킬로미터는 떨어져 있었을 거리.

하지만 정작 지금은 그 먼 거리가 무색하게 단숨에 달려올 수 있었다.

 

내 간곡한 부탁에 겨우 발걸음을 멈춘 메리가 옷에 묻은 물감들을 털어내며 나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지금 거리 상황도 그렇고... 왜 이렇게 막힘이 없지?

아무리 추기경이 난입한 상황이라지만 흐름에 개연성이 너무 부족해. 마치 누군가 일부로 뚝뚝 끊어놓은 것처럼...’

 

“저... 오라버니? 혹시 쉬실 거면 이것 좀 잠시 봐주실래요?”


"응?"

 

 

 

메리가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나에게 몇 장 건넸다.

 

 

 

“오라버니가 가장 보고 싶어하는 그림이 뭔지 보니까 이게 나와 있었어요.

어때요? 잘 그린 것 같나요?”

 

“이건...”

 

 

 

라스트 오리진 속 캐릭터 일러스트를 그대로 베껴놓은 그림 백여 장.

그림의 퀄리티보다 그 어마무시한 양에 나는 먼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으로 찍어낸 것처럼 똑같았으니까.

다만 오랜만에 달리느라 숨 넘어가기 직전이었던 나는 메리를 칭찬해줄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어... 음... 예쁘네. 잘 그렸어.”

 

“그렇죠? 역시 그림 그리는 사람은 이렇게 칭찬을 듣는 게 쥐약인가 봐요.

제가 생각해도 잘 따라 그린 것 같거든요.”

 

“... 따라 그려?”

 

 

 

따라 그린다고? 이런 그림이 이 세계에도 있을 리는 없을 텐데?

기업들이 상품 소개용으로 바이오로이드 도면이나 화보를 찍어서 올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게임 속 일러스트와 똑같았던 그림은 없었다.

 

 

 

“... 메리야. 뭘 보고 따라 그렸다는 거야?”

 

“어... 그냥 제 머리 속에 그런 게 가끔 떠올라요.

오라버니도 그런 거 있지 않나요? 푸른색 홀로그램 창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경험 같은 거?”

 

“있긴... 하지. 하지만 그거 때문은 아닐 것 같은데?”

 

 

 

설마 미쳤다고 추기경이 메리에게 이런 일러스트를 보여줬겠나?

애초에 메리는 낙원에 세뇌되지 않는 유일한 캐릭터. 그런 메리에게 추기경이 뭔가를 의도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리가 없다.

 

 

 

“어...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그 그림을 그리려고 했을 땐 조금 다른 홀로그램 창이 떴었어요.

약간 흐릿하게 나타나서 이름이 잘 안 보였었는데... CODE - CoC라고 했던가?”

 

“뭐?”

 

“아, 맞아요. 분명이 그렇게 적혀 있었어요. CODE – CoC.

마키나가 숨겨놓은 코드들 중에 하나였을까요? 하지만 마키나는 이런 방식으로 낙원을 운영하진 않았는데...”

 

 

 

메리의 말이 맞다. 마키나는 그저 대상을 끌고 와 낙원 안에서 살도록 만들지, ‘몰입도’라던가 ‘CODE’ 같은 걸 이용해 조율하진 않는다.

마치 게임과 비슷한 시스템. 생각해보면 사향이 그런 방식을 사용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 추기경도 같은 걸 만들어 놓았던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CODE – CoC. 어렴풋이 떠올려 보면 몰입도를 내릴 때마다 저 코드가 떠올랐던 것 같다.

 

몰입도를 올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내리는 코드라니... 추기경이 만들어놓았을 리는 없는 코드인데 그럼 대체 누가 만든 거지?

 

 

 

‘... 일단은 마키나를 구하는 거를 우선으로 하자.

뭔 일인지는 몰라도 이벤트를 최대한 빨리 끝내버려야 뒤탈이 없을 테니까.”

 

 

 

흐린 기억에서는 괜히 길게 끌다가 사향에게 된통 당했었다.

 

그러니 이번에는 가능한 한 빨리 끝내버리자. 

대화도 최대한 스킵하고, 마키나가 안 내려오려고 하면 명령으로 일단 끊고 데리고 온다.

마키나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 애에게도 이러는 편이 훨씬 더 안전한 거다.

 

 

 

“자, 가자! 빨리 마키나를 깨우러 가야지!”

 

“에... 에? 오, 오라버니? 그렇게 가버리는 게 어디 있어욧!”

 

 

 

나는 메리의 등을 툭툭 치면서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한 번 쉰 덕분인지 달려가는 다리에 힘줄 사이로 근력이 쫙쫙 흘러 들어간다.

 

 

 

“후우... 내 팔자야.”

 

 

 

이벤트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이벤트 한 번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네.

 

뭐, 어쩌겠나. 초스피드런 개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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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스피드런이란 무엇인가?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루트만을 고집해 최단 속도 안에 끝을 보는 것.

 

그런 관점에서 미루어볼 때,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작정 달려가는 것 말곤 없었다.

 

낙원 이벤트가 무려 3부로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실상 진행되는 내용은 별 것 없다.

 

낙원 진입 – 마키나 재회 – 설득 – 낙원 폐쇄.

 

이 네 단계가 낙원 이벤트의 전부였다.

그 외의 부분들은 기존 캐릭터들과의 자잘한 잡담이나 이야기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이곳에 들어와 있는 우리 대원들은 전무.

밖에서 콰광거리며 울리는 굉음는 우리 애들이 들어오려고 문을 뜯어버리는 소리일 것이다.

 

 

 

“하아... 하아...”

 

“도, 도착했네요... 마키나가 있는 곳에.”

 

 

 

하염없이 달리고 달려 도착한 황금색의 초고층 빌딩.

가능한 한 차를 타고 오고 싶었지만 최단 거리로 오기 위해선 직접 발품을 파는 수 밖에 없었다.

 

칸이 남겼던 기록에 의하면 마키나는 이곳 건물의 94층, 꼭대기 층에 있다고 했다.

하여튼 델타도 그렇고 왜들 이렇게 맨 위에 못 있어서 안달인 건지, 부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있지 않길 바란다.

 

침을 꿀꺽 삼키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삐빅-

 

다행스럽게도 빨간 LED 등이 문을 열어주었고, 나와 메리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엘리베이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혹시 이 엘리베이터, 올라가다가 터지거나 하지는 않겠지?”

 

“마키나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요. 말주변이 없어서 그렇지, 심성은 엄청 착한 아이란 말이에요.”

 

“... ...”

 

“정말이에요!”

 

 

 

메리가 눈을 부릅뜨며 나를 쏘아보았다. 

양 손은 옹골차게 허리에 착 올려 놓은 채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뿔난 햄스터 같은 모양새였다.

 

안다. 마키나가 그런 짓을 하진 않을 것이란 걸.

하물며 수십 년, 아니, 백여 년 만에 처음 만난 인간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폭사시키는 미친 짓을 하겠나?

바이오로이드로 득실거리는 이 낙원에서 유일하게 주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귀중한 재료인데, 나라도 안 그러겠다.

 

 

 

“하지만 데우스라는 놈이라면...”

 

 

 

교황의 추기경. 그 녀석이 날 죽이려 한다면 뭔 짓이라도 할 수 있을 테지.

 

사실 추기경이란 지위가 어느 정도로 높은 지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그저 교황이란 미지의 적 바로 아래에 있는 직속 부하라는 것만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을 뿐.

 

그러나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녀석은 날 죽일 만한 놈이 아닐 것 같다.

이미 날 낙원에 한 번 가두기까지 했으면서 아직까지 죽이지 않지 않았나?

정말 날 해치고자 했다면 진작에 했겠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다.

 

 

 

“... 그래. 일단은 빨리 끝내버리자.

메리. 마키나도 인간의 명령을 듣기는 하지?”

 

“그럼요. 바이오로이드인 이상 그건 어쩔 수 없죠.

비록 오라버니가 비스마르크 서버에 명령권자로 등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죽은 마당에 별로 중요한 요소는 아니에요.”

 

“그럼 다행이네.

... 메리야.”

 

“네?”

 

 

 

메리는 앤 박사가 만든 바이오로이드. 


마찬가지로 앤 박사의 손에서 탄생한 마키나에게 가족애 같은 것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그럴 것이다. 메리가 그렇게나 날 찾아 헤맸던 것도 마키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나였기 때문이니까.

 

그런 마키나에게 강압적으로 명령을 내리는 모습은 메리에겐 썩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너도 지금 상황이 얼마나 이상한지 알고 있을 거야.

이 낙원을 만든 게 마키나가 아니란 것, 외부의 누군가가 억지로 마키나를 감금시켜 놓은 것도,”

 

 

 

콰과과광!!!

 

 

 

“... 그리고 지금 누가 여기로 쳐들어 오려고 하고 있다는 것도.”




내 대원들이 들어오겠다 똑똑 문 두들기는 소리가 어색하리만큼 우렁차게 들린다.



 

“알아요. 애초에 마키나가 만든 세계에서 철충이 나타날 리가 없잖아요.”

 

“알고 있으니 다행이구나...

... 그럼 내가 마키나에게 명령을 해도 괜찮겠지?”

 

“명령... 이요? 무슨 명령을 내리시려고...”

 

“...”

 

 

 

글쎄, 지금의 마키나가 어떤 상태인지를 모르니 내가 무슨 명령을 하게 될 지도 잘 모르겠다.

최악의 경우, 우리를 적대하고 있다면 자해를 하라 명령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상황을 보고 유동적으로 판단해야 하니까.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를 보던 메리가 이윽고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 오라버니가 무슨 말씀을 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오라버니를 믿어요!

적어도 제가 본 오라버니는 저희를 사랑해주시는 분이시니까.”

 

‘... 사랑...’

 

 

 

그래. 나는 마키나를 많이 좋아한다.

하지만 그만큼 저 밖에 있는 아이들을 좋아한다.

 

내가 마키나에게 시간을 뺏길 수록 오르카의 대원들이 벌여야 하는 전쟁은 그만큼 길어진다.

그 말은 곧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

 

그렇기에 내 사랑은 마키나에게 줄 수 있는 시간에 반비례한다.

메리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지, 확신할 수가 없어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띵---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엘리베이터의 스피커에서 울려 퍼졌다.

 

너무 높은 곳에 올라와 살짝 어질어질해진 머리를 부여잡고 열리는 엘리베이터 문 너머로 몸을 옮겼다.

 

 

 

“... 어?”

 

 

 

검은방. 넓디 넓은 94층의 전경은 가구 하나 없이 고요한 기계음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통유리에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그 반대편의 어둠까지 닿지는 못했다.

타이런트 몇 대를 가져다 놓아도 닿지 못할 만큼 높은 천장 중앙에는 도시 전체로 환상을 투영시키는 현실 구현 장치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벽 전체에 얇은 LED 회로들이 실처럼 빛나고 있었고 검은 무광의 기계 장치들이 신전의 기둥처럼 위압적으로 벽 위에 달려 있었다.

 

창가에서 들이치는 햇살이 만든 빛의 경계선, 그 위로 누군가가 홀연히 공중에 떠있었다.

마키나. 그녀의 주변에는 수천 개의 검은 톱니 바퀴가 일사불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마... 마키나...!! 대체 무슨 일이...”

 

 

 

죽은 것처럼 떠있던 마키나를 보자 메리가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달려나갔다.

 

어떻게든 점프를 해 마키나에게 닿으려 하는 메리. 키가 작은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드론 위에 올라타야 겨우 마키나의 종아리를 잡을 수 있었다.

 

나는 메리를 따라 그녀의 드론 위에 조심이 발을 실었다.

주변의 기계 장치처럼 차갑게 식어버린 마키나의 몸을 천천히 진단하며 그녀의 심장 맥동을 관찰했다.

 

 

 

“오... 오라버니...! 마키나... 설마 죽은 건 아니겠죠...?”

 

“... 그래. 아직 살아있어. 심장이 뛰는 걸 보니 죽지는 않았네.

하지만 누가...”

 

 

 

... 멍청한 질문이지. 추기경 말고 어느 누가 이 짓거리를 했겠나?

 

죽은 것 같지만 아직 살아있는 상태, 마치 무언가가 억지로 그녀의 생명을 연장시켜 놓은 듯한 느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일까? 감도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익숙하다. 마치 나도 이미 경험해본 듯한...

 

 

 

“꿈... 꿈을 꾸고 있는 거에요.”

 

 

 

마키나의 모습을 보고 있던 메리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꿈?”

 

“네. 이렇게 반쯤 가사 상태에 빠져 있는 거, 비스마르크 드림 캡슐에 놓인 사람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에요.

드림 캡슐은 말 그대로 사용자에게 원하는 꿈을 꾸게 만들죠. 

꿈이 최대한 길게 지속되기 위해 이런 식으로 만들었단 얘기를 어디서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럼 지금 마키나가 자고 있다는 거야?”

 

“일단은요. 하지만 깨우는 절차가 상당히 복잡한 거로 알고 있는데...”

 

 

 

복잡하다고? 오래 걸리는 건 최악인데...

 

순간 머리 속으로 나쁜 아이디어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 자고 있더라도 사람 말은 들을 수 있겠지?”

 

“그러겠죠? 잔다고 고막이 막혀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설마 오라버니?”

 

 

 

예전부터 궁금했던 게 있었다.

 

자고 있는 바이오로이드에게 명령을 하면 과연 들을 수 있을까?

사실 궁금할 것도 없지. 이미 오르카에서 함내 방송으로 여러 번 해봤던 일이었으니까.

 

 

 

“아, 안 돼요! 강제로 깨우게 되면 꿈과의 괴리 때문에 정신 착란이...”

 

“그럼, 여기서 이렇게 버티고 있자고?”

 

“그... 그건...”

 

“너도 알고 있겠지만, 밖에는 이미 아수라장이야.

철충들은 쳐들어와서 마키나를 자기들 도구처럼 부리고 있고 전쟁이 나기 일촉즉발의 상황이지.

그런 상황에서 마키나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줄 수는 없어.”

 

 

 

상대는 사향과 같은 추기경.

이전에 그 녀석과의 싸움에서 무려 세 자리 수의 사망자가 나왔다.

 

비록 가상 현실이었기에 실제 사망자는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환상으로 가득한 낙원이라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니 지금 추기경의 세력과 정면 충돌을 하게 된다면?

 

 

 

“마키나를 마구잡이로 대할 생각은 아냐.

하지만 그렇다고 몇 시간 동안 인생 상담을 해주고 있을 수는 없어.”

 

“... 알겠어요.”

 

 

 

메리가 슬며시 고개를 떨궜다. 떨리는 목소리가 검은 바닥 아래로 깊게 추락한다.

 

마키나와 메리. 그리고 거기에 얽힌 앤 박사의 이야기. 나는 전부 다 알고 있다.

메리가 왜 마키나를 구하려 하는지, 마키나가 뭐 때문에 이렇게 극심한 메시아 콤플렉스에 걸렸는지, 전부 다 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게 더 급하다.

 

 

 

“마키나.”

 

“... ...”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을 깨우는 것도 퍽 즐거운 일은 아니구나.

 

 

 

“일어나라.”

 

 

 

내 말이 끝나자 마키나의 덮인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마치 십자가에 매달린 듯한 자세에서 천천히 땅으로 내려온다.

펼쳐져 있던 팔을 몸으로 차분히 붙이고, 우아하게 뻗은 다리를 살며시 굽히며 오랜만에 딛는 땅에 몸을 올린다.

 

조금 부스스했던 머리가 조심스럽게 중력에 몸을 맡기게 되자 마키나가 눈을 뜨고 주변을 살폈다.

 

 

 

“... 여... 여기는... ... 

...

... 메리...?”

 

“마키나... 정신이 드니?”

 

“아... 안 돼... 안 돼...!!”

 

 

 

천사가 강림하는 것처럼 고요했던 낙하와는 달리, 그녀의 얼굴은 창백한 푸른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쿵!

 

환상에서 깨어났다는 것이 그리도 충격이었을까?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한 마키나가 그대로 뒤로 넘어져 고꾸라졌다.

 

그녀의 몸 중 절반은 그림자에, 나머지 절반은 빛에 집어 삼켜져 있다.

그 탓에 얼굴 위로 드러나는 두려움과 공포가 잔인할 정도로 대비되어 내 눈에 비춰졌다.

 

 

 

“바... 박사님...? 앤 박사님? 아까까지만 해도 저랑 같이 저녁 식사를...”

 

“마키나! 정신차려! 지금이 현실이라고...! 지금이...”

 

“아냐, 메리. 내가 할게.”

 

 

 

쓰러진 마키나를 부축해주려 서둘러 쭈구리고 앉은 메리. 그녀는 자신의 팔레트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것도 모르고 달려갔다.

 

그런 메리의 어깨를 쥐어 뒤로 조심이 밀어냈다.

그리곤 마키나의 얼굴을 조용히 응시했다.

 

혼란스러워 떨리는 눈동자, 그 반동에 안쓰럽게 흔들리는 속눈썹.

갈피를 잃은 손은 나를 막아야 할 지, 아니면 받아들여야 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인간... 님...?”

 

“그래. 인간이야. 내가 마지막이긴 하지만.”

 

“마지막... 이라고요?

아냐... 앤 박사님이 방금까지...

...

... 안 돼...”

 

 

 

마키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도시의 전경이 보이는 창가로 향했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불꽃. 남쪽에서는 아이들이 들어오려는 것인지 굉음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도시를 지키는 장벽이 뭔가에 익어버리는 것처럼 붉게 타오른다.

이미 태양은 서쪽을 향해 지고 있건만, 이 도시에는 짙은 노을이 하나 더 있었다.

 

자신이 온 힘을 다해 지키려 했던 낙원이 붕괴되는 모습을, 마키나는 조용히 감상했다.

아니, 좌절했다. 무릎을 꿇고 털썩 주저 앉았다. 이제 와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침입자가... 침입자가... ...”

 

“널 구하러 들어오는 거야. 걱정하지 마.”

 

“절... 구한다고요? 대체 뭐로부터 말이죠...?

앤 박사님의 낙원이... 무너지는데... ...”

 

“... ... 마키나.”

 

 

 

그녀의 옆자리로 다가가 창문 밖의 광경을 함께 바라보았다.

 

불에 타오르는 빌딩들과 어디서 펑펑 터지는 화염들.

서쪽의 장벽은 개미에 갉아 먹힌 것처럼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마 미믹들이 들어온 것이겠지.

때문에 가장 엉망이었던 것은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던 서쪽이었다.

 

이 정도라면 이미 이 낙원은 멸망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마키나를 부축해주기 위해 손을 뻗었다.

 

 

 

“나가자. 여기서 계속 이렇게 있는다고 해결책이 나오진 않아.”

 

“... 인간 님의 짓인가요?”

 

“날 탓하려면 번지수 잘못 찾아왔어.

너도 기억할 거 아냐. 널 기계 장치 부품으로 써먹으려고 왠 인간 하나가 찾아왔다는 거.”

 

“인간... 하나... ...?

...

... 아... 그건... ...”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마키나는 자신의 이마를 손으로 집고 작게 신음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각 나오지.

원래 자기 수중에 있어야 했던 낙원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개판이 됐고, 자기는 있을 리 없는 앤 박사와 환상 속에서 놀고 있었을 테니까.

이미 내 옆에 있는 메리의 표정이 그 증거다.

 

마키나가 검은 물감으로 얼룩져 있는 메리의 노란 원피스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잔인하지만, 여기가 현실이다.

 

 

 

“어디까지 기억하지, 마키나?”

 

“... ... 인간... 인간처럼 생긴 분 한 명이 제가 있는 곳으로 침입해 오셨어요.

그리곤 제 모습으로 몸을 바꿔서... 어지럽군요. 뭐가 대체 어떻게 되는 거죠?”

 

“결론만 말하자면 그거, 인간 아니야.

인간 모습을 한 철충이지.”

 

“... 네? 하지만 철충은 AGS에게만 감염...”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줄게.

일단 나가야 한다. 가자.”

 

“하, 하지만 인간 님! 제발 조금이라도 더 설명을...!”

 

 

 

평생 그리워하던 앤 박사와 자신의 유일한 가족이었던 메리.

그 둘과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던 자신이 어느 순간 지옥 같은 현실로 돌아와버렸다.

 

눈 앞에 펼쳐지는 건 불타버린 낙원. 그리고 자신이 철충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인간 하나가 나가자고 보채니 마키나 입장에서도 죽을 맛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 난 시간이 없다.

이벤트 스크립트였어도 스킵 스킵 하고 넘어갔을 상황에 그 긴 사정을 다 풀어놓을 순 없는 노릇.

 

남쪽부터 이 건물까지 그 근방을 살펴보니 아직 커다란 격전이 벌어진 곳은 없었다.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빨리 내려가면 최대한 빨리 아이들과 합류해 이곳을 벗어날 수 있어.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아무 설명이라도 해주실 수 없는 건가요...?”

 

 

 

마키나가 거의 울다시피한 표정으로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스스로 일어날 힘조차 없는지 바닥에 주저 앉은 채. 눈가를 보니 이미 눈물이 흐른 자국이 짙게 남아 있다.

 

 

 

‘... ...’

 

 

 

왜.

 

대체 왜.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렇게 일이 꼬이기만 하는 거지?

 

 

 

“... 마키나.”

 

“네...?”

 

“일어나.”

 

 

 

왜 이 빌어먹을 게임은 한시도 빼놓지 않고 나를 악당으로 만드냔 말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 마키나를 보고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끌어 안았다. 이게 내 진심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혼란스럽지... 이해가 안 돼지...

그래. 그 마음 이해해. 나도 눈을 떴을 때 내가 알던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괴리감이 뭔지 아주 잘 알거든.”

 

“이... 인간 님... 제 낙원이... ...”

 

“하지만 시간이 없어. 언제 추기경이 우릴 죽이려 올 지 몰라.

... 미안해. 미안해...”

 

 

 

사향의 힘. 천운이 따라 내가 사향을 이기긴 했지만 난 그 녀석의 힘을 알고 있다.

 

눈 한 번 깜짝할 사이에 가상현실 속 브라우니 수십 명을 도륙 내는 기예.

호드 대원들이 온 힘을 다해 그 녀석에게 화력을 집중해봤지만 아무렇지 않게 죽었다 다시 살아나며 그녀들을 압도했다.

난 그 장면을 똑똑히 봤다. 그래, 나는 지금 추기경이란 미지의 존재에게 겁을 먹었다.

 

만약 지금의 추기경이 그 수준, 아니, 그보다 조금 못한 수준이더라도 사향 정도의 세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지킬 수 있다 보장할 수는 없다.

눈 앞의 위험이 확정되지 않은 이상, 마키나를 이곳에 단 일 초라도 있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

 

 

 

“... 내려가자. 명령이야.”

 

“아... 아아... ...”

 

 

 

마키나는 고장이 난 것처럼 같은 신음을 내뱉었다.

 

반쯤 빛을 잃은 눈은 하염없이 메리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보았던 그 환상을 쫓듯이.

 

나는 마키나의 몸을 부축한 채 우리가 타고 온 엘리베이터에 그대로 몸을 실었다.

띵- 문이 닫히고 스륵 스륵, 내려가기 시작한 엘리베이터 너머로 무너진 낙원이 여실 없이 드러났다.

 

 

 

“앤... 박사님... ... 메리... ...

... 낙원을 지켜야만 하는 제가 대체 무슨 추태를... ...”

 

“마키나...”

 

“... 죄송해요... 죄송해요... ...”

 

 

 

앤 박사에게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나에게 하는 것인지 모를 사죄를 마키나는 고장 난 기계 장치처럼 반복했다.

 

이제는 완전히 내게 몸을 기댄 상태.

그녀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기름 냄새가 그녀 주변에 있었던 톱니 바퀴들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오라버니. 저희는 이제 어떻게 하죠?

지금의 마키나를 데리고는 얼마 걷지도 못할 테고, 도시 밖까지 빠져나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데...”

 

“괜찮아. 우리 애들이 곧 여기로 올 테니까.

아까 위에서 봤을 땐 도시 주변 역장이 이미 파괴된 후였어. 그러니까 곧 도착할 거야.”

 

“그걸 어떻게 확신하죠? 이 도시의 규모는 오라버니 상상 이상으로 거대할 텐데?”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로 오라고 했거든.

낙원을 조정하는 메인 컨트롤 타워가 이 황금색 빌딩이니까.”

 

 

 

메리가 순간 놀란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걸 오라버니가 어떻게 알고 계셨죠?”

 

 

 

그야 이미 이 이벤트가 어떻게 흘러갈 지 알고 있었으니까.

 

라고 말하기엔 너무 이상하겠지.

 

 

 

“우리 함선에 비스마르크 출신인 바이오로이드가 있어서 도움을 좀 받았지.

그리고 누가 봐도 여기가 핵심 포인트 아니야? 도시 밖에서 봐도 이 황금색은 아주 광이 나게 번쩍거리던데?”

 

“아... 하하... 그, 그렇죠.

누군지는 몰라도 이곳 디자이너는 눈에 띄는 걸 참... 좋아했나 보네요.”

 

 

 

이렇게 거대한 건물 외벽을 전부 황금색으로 칠할 생각을 하다니,

눈이 달린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기괴한 생각인지 잘 알 것이다.

 

덕분에 메리는 내 애매한 변명을 수긍하고 넘어갔다.

 

띵-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는 알림음을 다시 한 번 내뱉었다.

 

 

 

“어라? 혹시 저분들이...”

 

“벌써 와있었네.”

 

 

 

건물 밖으로 나온 우리는 저 멀리 사거리 끝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바이오로이드 무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선두에 있던 아이는 이따금씩 총을 발사해 철충의 머리에 바람 구멍을 만들어 냈다.

저 정도 총 솜씨를 가진 녀석들 중에 흰 머리를 휘날리며 당당히 걸어올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뿐이지.

 

 

 

“주... 주인님...?”

 

“리리스... 나 좀 살려줘.”

 

“주인님! 지금 리리스가 갈 게요!!”

 

 

 

우연찮게도 저 일행 중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한 사람은 리리스였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땅을 박차고 나를 향해 달려오자 땅이 버티질 못하고 산산이 조각나 버렸다.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바이오로이드. 그 중 감마도 속해 있던 것을 보니 저 둘이 이번 임무의 선봉장이었던 모양이다.

 

 

 

“어때, 마키나? 우리 애들이야. 꽤 활발하지?”

 

“... ... 저 분들은...”


"이제 집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을 거야.

 

 

 

아직 충격 속에 빠져 있는 듯한 마키나.

이 아이가 느껴왔던 의무감이 얼마나 막중했을지 생각해 보면 그러는 것도 이해는 간다.

 

 

 

“저런 분들이 오셨으니... 이제 제 낙원은... 폐쇄되어야 하겠죠...”

 

“...”

 

 

 

빠져나간다. 그 말은 이곳이 지금 도망쳐야 할 만큼 위험하고 손쓸 수 없는 곳이 되었단 의미다.

 

마키나는 자신이 만든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자신에게 마음을 준 유일한 사람, 앤 박사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평생에 걸쳐 만들었던 곳이 이 거대한 도시, 낙원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자신 있다. 마키나도 오르카로 돌아가기만 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게임 속에서도 그랬으니까.


비록 순서가 조금 많이 어긋나긴 했지만 마키나도 괜찮아질 수 있을 거라고...

 

 

 

“어디가?”

 

 

 

콰과과광!!

 

순간, 내 눈 앞에 있는 건물 하나가 나와 리리스 사이로 무너져 내렸다.

그 뒤를 따라 나타난 것은 12m가 넘는 미믹 군체. 미믹들끼리 유기적 연결이 가능하단 것을 이용해 만든 초거대 AGS였다.

 

하지만 이미 그 AGS는 온 사방이 거칠게 뜯긴 상태. 무슨 운석에 맞은 것처럼 기체 전체에 동그란 균열이 가있었다.

 

거대한 로봇이 거리 위로 맥없이 쓰러져 거친 먼지 바람을 일으켰다.

이윽고 먼지바람이 잦아들자, 쓰러진 미믹 군체 위로 누군가가 황금빛 망토를 휘날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단자. 너는 내가 만든 낙원이 마음에 안 들었나 봐?

나 자신에게 조금 실망인데? 나름 야심작이었거든.”

 

“데... 우스...?”

 

 

 

설마 저 놈이? 나에게 얼굴이 떡이 되도록 맞았던 그 추기경이라고?

 

아냐. 그럴 리가 없다. 내가 죽인 그 녀석은 이렇게 강하지 않았다.

추기경이라고 하기엔 내가 때리는 것만으로도 얼굴 전면이 무너질 만큼 데우스는 손에 꼽히게 약한 녀석이었다.

 

 

 

‘차라리 카르디아가 교황을 잡았다고 하지, 이게 대체...’

 

“해충 죽어어어어!!!!!!!!!”

 

 

 

일순, 먼지 바람 사이로 태양에 반짝이는 가위날이 데우스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지는 광경은,

 

 

 

챙!

 

“햇... 햇츙?!”

 

“오우, 꽤 살벌한 아가씨네? 당돌하기까지 하고.

이런 배역 어디서 구하기 쉽지 않은데, 에우리피데스가 보면 환장하겠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리제의 공격을 두 손가락으로 집는 데우스였다.

 

게임 속 랭크는 A에 불과하지만 사람 몸집만한 가위를 들고 수십 킬로미터로 날아드는 리제의 공격은 나조차도 막을 수 없는 속공이다.

하지만 저 녀석은 일말의 휘청거림도 없이 가뿐히 막아냈다.

 

오히려 씩 웃기까지 하며 가위를 쥐고 있던 리제를 풀어주는 데우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아이들에게 물러나라 지시했다. 저 녀석의 목표는 나일 것이 분명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쓰러진 미믹 군체를 계단 삼아 녀석은 나를 향해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적을 칭찬하는 건 썩 내키지 않지만, 뭐, 솔직하게 말할 게.

내 낙원을 이렇게 빨리 벗어난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오기가 좀 생겼거든.

이번 게 마음에 안 들었으면 뭐로 해줄까? 혹시 이세계 전생 같은 거 좋아하니? 환생 치트물? 아니면 좋아하는 영화라도 있어?”

 

“뭐든 말해봐. 메리 수 따윈 없는 명작으로 만들어줄테니까.”

 

 

 

데우스는 몸에 묻은 먼지를 털며 두 팔 벌려 나를 맞이했다.

그 모습이 친근해 보이기까지 해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미친놈.

아직 낙원은 저 미친놈의 손아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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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준 라붕이들아 고마어





아무튼

절대 애 호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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