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치 아즈사의 폭거를 멈추기 위해, 아키야마 린코는 신간지의 본가를 방문했다.


전 당주이자, 아즈사의 조부인 신간지 겐안으로부터 심안心眼을 초월한 신안神眼의 비전을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신간지 家에 있어서 외법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신간지 겐안 "이 근처에 신간지의 영산霊山이 있다."

겐안 "그곳에서 신의 화신이라 불리는 짐승을 죽이고, 그 피를 뒤집어 쓴다면 신간지의 핏줄이 아니라도 신안을 얻을 수 있지."

겐안 "하지만 설령 신안을 손에 넣는다 해도, 그 자는 신살神殺의 죄를 짊어지게 된다."

겐안 "그리고 지금까지 그 방법으로 신안을 얻은 자는 모두 불우한 죽음을 맞이했다."

겐안 "그럴 각오가 있는가?"

아키야마 린코 "키이치 아즈사를 막기 위해, 저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 외법, 부디 응하게 해주십시오."


신안 전수의 시련.


이를 위한 목욕재계도 마친 린코는 신간지 영산에 이르는 입구에 서 있었다.


조금 전까지 동행하던 겐안의 손녀 신간지 쿠레나이와는 이미 헤어졌다.


여기서부터는 신간지에서 관리하는 성역.


신의 화신이라 불리는 짐승, 린코가 죽여야 할 신수神獣가 사는 영산은 이곳에서 산으로 들어가 몇 개의 산을 넘은 곳에 있다고 한다.


린코 "......"


린코가 토리이 너머로 나아가려 하자, 신간지의 닌자들이 나타나, 외부인이 산에 들어가려는 걸 막으려 했다.


하지만 쿠레나이가 달려와 입산을 허가시켰다.


린코 "들여보내줘서 고맙다."


자신을 배웅하는 쿠레나이의 얼굴이 길을 막으려던 닌자들 이상으로 무언가를 견디려는 것처럼 느껴져, 린코는 약간 위화감을 품었지만, 그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꺼내지 않고 그대로 산에 들어갔다.


쿠레나이의 말대로 여러 산을 넘어, 신간지의 영산이 우뚝 솟아 있었다.


여기까지 보통의 인간은 물론, 대마인도 조난당할 수 있을 만큼 험한 산길이었지만, 의외로 린코를 저지할 적이나 함정의 종류는 없었다.


지금, 영산을 앞에 두고 삼도천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


린코 "이 강을 건너는 자는 저승으로 넘어간다는 건가."


여기서부터가 시련의 실전인 것 같다. 린코는 똑바로 강을 건너간다.


주위의 경치가 일변했다.


그곳은 눈 덮인 산속이었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영산은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었을 것이다.


다른 어딘가로 전송된 것인지, 환영의 종류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피부에 내리꽂히는 찬바람은 틀림없이 현실이다.


린코는 움직이지 않고 기척을 살핀다.


아득한 산꼭대기에서 강력한 기운을 느끼다.


저것이 쓰러뜨려야 할 신수임에 틀림없다.


린코는 태연자약하게 걷기 시작했다.


이윽고 산봉우리에 도달한다.


린코의 주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마성의 기색을 품은 바람이다.


새된 그 울음소리. 하늘을 나는 족제비 같은 그 모습.


레서 실피드다.


바람을 존중하는 신간지 가문에서는 바람의 정령이라고도 불린다.


목욕재계 때도 나타나 린코의 성심을 눈여겨 보았는데, 지금의 그들은 분노를 드러내며 그녀를 둘러싸고 있다.


게다가 눈밭 곳곳이 솟아올라, 앞길을 막는 눈인형이 되었다.


린코 "신간지의 수호령들인가."


바람의 정령의 거친 외침이, 눈인형의 묵직한 신음소리가, "이 앞에 갈 자격이 없다" "신간지가 아닌 자는 돌아가라", 그렇게 린코에게 외친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다.


린코 "이럴 줄 알았지. 아키야마 린코, 간다!"


린코는 애도 "이시키리카네미츠"를 뽑았다.


***


린코가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공둔의 칼날로 상대를 쓰러뜨려 갈 때마다,


"네게는 자격이 없다"

"신수를 해치려는 죄인."

"저주 받으라"


마치 역대 신간지의 대마인들이 비난하는 듯한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린코는 자신의 방식으로 계속 싸워, 모든 상대를 쓰러뜨렸다.


설산에 정적이 돌아왔지만, 린코는 아직 자세를 풀지 못하고 있다.


린코 "왔나......"


산기슭에서 느꼈던 그 기색, 거대한 기운을 느낀다.


린코는 당당히 자칭했다.


린코 "나는 아키야마 린코. 신간지 영산에 사는 신수여. 그대의 피를 찾아 왔다."

린코 "자, 승부다!"


그에 답하듯 눈보라가 일어나며, 신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신수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멧돼지를 닮은 사족보행의 신수로, 길게 뻗은 송곳니를 날카롭게 빛내며, 일직선으로 덤벼든다.


린코 "일도류 '호접옥문'!!!"


고전 끝에, 필살의 일검으로 그 목을 내리쳤다.


푸슈우우우욱!!


신수의 피가 넘쳐흐른다.


그것을 받아내면, 심안을 넘어서 신안을 얻을 수 있다.


그렇지만──.


린코 (달라!)


공둔의 칼날로 상대를 베는 순간, 환상이라고 직감했다.


그 직감에 따라, 망설임 없이 공간전이한다.


그것을 뒷받침하듯 목이 잘린 신수는 사라지고,


신수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과연 린코의 전이처에 출현해, 반격의 송곳니를 뻗어왔다.


이어지는 싸움.


그러다가, 린코의 눈에 기묘한 것이 비치기 시작한다.


송곳니를 휘두르는 신수와 겹치듯이, 사람 같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린코 "겐안 공!?"


눈치챈 순간, 신수는 완전히 겐안의 모습으로 변했다.


환영인가? 아니면 진짜인가?


순간의 망설임.


겐안 "이야아아아아아앗!!"


그런 린코를 질타하듯 겐안이 된 신수가 열백의 기합으로 검을 내리쳤다.


린코 "큿!"


공둔으로 도약할 틈도 없다.


린코는 필사적으로 참격을 피하지만, 약간의 상처를 입었다.


린코 (바보 같은! 환영인지 아닌지, 망설이고 있을 상대가 아니야!)


린코는 자신을 그렇게 질책하고 싸움에 집중한다.


그것은 겐안도 마찬가지였다.


주고받는 것은 말이 아니라 검.


한 번, 한 번에 마음을 담는다.


린코 (읽히고 있다......)


린코가 구사하는 일도류의 기술을 겐안은 그 몸을 물로 바꿔 피한다.


반대로 린코가 공둔술로 겐안의 공격을 피해도, 린코의 생각이나 움직임이 보이는 것처럼 전이된 곳에 나타나 추격해 온다.


분명히 열세인 와중에 린코는 이상한 감각을 느끼기 시작했다.


린코 (뭐지......이 느낌은......)


서로의 검이 융합되어 가는 듯한.


겐안의 몇 수 앞이 보이는 듯한.


겐안 "이야아아아앗!!"

린코 "핫!!"


린코는 겐안의 칼날을 그 기묘한 감각 그대로 피했다.


처음부터 검의 궤적이 보였던 것 같은 움직임으로.


린코 (이것이 신안인가......)


린코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겐안과 눈이 마주친다.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한창 싸우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온화한 미소다.


린코가 신안의 비의를 파악하고 있는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것 같은.


린코 (그런가......겐안 공은 검을 통해 비전을 나에게 전해주고 있었나......)


린코는 눈 앞에 있는 겐안이 신수가 아니라 진짜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또 병에 걸린 그가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걸고, 린코에게 신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이론이 아니라 검과 검을 통해, 보이기 시작한 신안을 통해 깨닫고 있었다.


그렇다면 진심을 내야 한다.


겐안의 마음에 부응해야 한다.


린코 "신안......일도류......"


린코의 입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겐안 "신안......삼척추수(三尺秋水)."


겐안 또한 신안과 수둔술을 접목한 최대의 기술을 발휘하려 한다.


지금의 린코의 눈에는 그 처음 보는 오의의 궤적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서로 죽음을 느끼는 일격.


찰나의 교차.


쌍방, 신안을 구사하며 호각.


린코 "......"

겐안 "......윽."


아니, 겐안의 자세가 무너졌다.


폐병 때문에 한계에 도달했던 것, 무엇보다 린코의 신안이 겐안의 그것을 한 발 앞지른 것이다.


린코는 겐안의 모든 것을 읽었고, 겐안은 린코를 다 읽지 못했다.


소리 없이 뿜어져 나온 피가 린코의 몸과 흰 눈을 붉게 물들인다.


그 눈도, 환상처럼 사라져 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린코는 영산과의 경계인 강변에 있었다.


그곳에 펼쳐진 피웅덩이에 겐안이 쓰러져 있다.


린코 "겐안 공!"


린코는 겐안에게 달려갔다.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신안을 얻기 위한 외법이란, 즉 린코가 신간지의 영산에서 신안술사, 겐안을 죽이고 피를 뒤집어쓰는 것이었다고.


신간지의 닌자들과 쿠레나이의 반응도 비로소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그리하면 겐안을 모욕하는 것이 되니까.


겐안도 린코에게 말했다.


겐안 "훌륭하다......"

린코 "네."


린코도 고개를 끄덕인다.


겐안 "죄책감을......느낄......필요는 없다."

겐안 "이미......그 눈으로......보였겠지만 내 수명은......얼마 남지 않았다......아즈사를......멈출 수도......없지."

겐안 "그렇다면......내 신안을......린코 공에게......주는...... 것이......조부로서......마지막으로......할 수 있는 것......"


띄엄띄엄 말이 약해져 간다.


린코 "알고 있습니다"

겐안 "한 가지 더......말하겠네......"


겐안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다.


겐안 "마지막으로......아키야마......린코라는......대마인......최강의 검사와......싸울 수 있어서......검사로서......만족......했다......"

겐안 "이 신안......받아......주겠나?"

린코 "감사히 받겠습니다."

겐안 "......"


겐안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그 몸은 물처럼 흩어지져 린코의 몸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린코의 모습도 변해간다.



린코 "......"


미래조차 내다보는 신안을 물려받은 린코에게.


겐안의 마지막 소원, 아즈사를 멈출 힘을 손에 넣은 린코에게.


린코 "전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린코는 감사의 말을 했다.


그래도 흘러내린 건 린코의 눈물인가, 겐안이 남긴 물 한 방울인가. 한 줄기의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