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오차마을.


점심 전의 통학로를, 나는 밀어닥친 메이드 이즈모 즈루, 호위인 이시카와 아무와 함께 걷고 있었다.



오늘은 큰 임무나 훈련도 없어, 오전 중에 수업이 끝나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나 "아─. 그나저나 우울하구만. 그 제사라는 거, 매번매번, 잘도 지낸단 말야."

이시카와 아무 "뭐, 뭐어, 당주님, 그건, 오랜 관습이라든가, 그런 것이니까요~."


라고,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건 다음 주에 예정되어 있는 후우마 일문의 제사를 말한다.


후우마는 그럭저럭 오래된 집안이라, 제사를 지낸다 하면 어디선가 친척이라든가 친지라든가가 찾아온다.


일단, 나는 현 당주라는 입장이라, 그런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해야 한다.


그게 꽤나 귀찮아, 라는 푸념이었다.


나 "아니, 나도 말야,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나 "그치만......제사 지내러 오는 할아버지 할머니라든지, 그거, 옛날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잖아?"

나 "화둔중인 영감이라든가, 이때다라는 듯이 옛날 이야기를 할 것 같고."

아무 "그, 그건......그렇네요, 고생하십니다, 당주님."


아무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동의해 준다.


덧붙여 아무는 석둔의 술 "노방석路傍石"이라는 인법으로, 평소에는 모습을 감추고 나의 호위를 하지만, 오늘은 함께 있는 것이 가족 뿐이라 모습을 드러내고 걷고 있다.


아무 "그치만, 다음 주 제사는 선대님의 기일이죠?"

아무 "그럼, 귀찮으시더라도 당주로서의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나 "음. 뭐, 그렇지."


아무의 말에 내가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다음 주 제사는, 나의 아버지──선대 당주인 후우마 단조의 기일.


죽은 건 십여 년 전이라지만 선대 당주의 제사이니, 그런대로 성대하게 치른다.


다만, 나는......


츠루 "저......주인님? 혹시, 선대님께 뭔가 생각하는 바가 있습니까?"

나 "어?"


나와 아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츠루가 문득 그런 말을 했다.


츠루 "주인님은 선대──아버지에 대해 자주 『망할 아버지』라고 신랄하게 말씀하십니다만."

츠루 "그건, 어째서인지요......?"

나 "아니, 그건......그렇다고 할까, 츠루야말로 왜 그런 걸?"


대답이 곤란해서, 나는 츠루에게 되물었다.


츠루는 좋든 나쁘든 극단적인 성격이라, 이런 종류에 대해 묻는 일이 드물다.


츠루 "아, 아뇨......큰 이유는 없습니다만."

츠루 "가족이란 무엇일까──최근, 그런 생각을 할 일이 있어서요."

나 "그렇구나, 가족......"


그러고 보니 최근, 츠루는 아버지인 대마인 라이브러리와 자주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전의 두 사람은, 어딘지 모르게 거리가 있던 인상이었는데.

 

뭔가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 "그렇네......아니, 나도, 딱히 아버지가 싫다는 건 아니야."

츠루 "그럼 어째서......?'


츠루의 질문에, 나는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서 아버지·후우마 단조는 먼 존재였다.


어릴 적에 귀여움 받았던 기억도 거의 없고, 애당초 내가 어릴 때 이가와 장로중과의 싸움에서 죽고 말았다.


다만, 그 싸움 때문에 일문의 모두가 고생한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제멋대로 싸움을 일으키고 제멋대로 죽은 그 녀석을, 나는 『망할 아버지』라고 부르며 신랄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것은......


??? "미안하지만, 거기 세 사람, 길을 좀 가르쳐 주지 않겠나?"

우리들 "......?"


그렇게 말을 걸려 왔다.



거기에 서 있던 것은 기묘한 2인조.


자못 역전의 맹자라는 느낌의 몸집이 큰 노인과 날카롭게 쏘아보는 듯한 미모의 소녀.


나 "길......?"

남자 "전에 방문한 적은 있는데 말야, 꽤 오래 전의 이야기라서. 완전히 잊어버렸지 뭐냐."

나 "『후우마 자택』으로 가는 것은, 이 길이 맞나?"

나 "......네. 그 집이라면, 이 길이 맞지만......"


나 (누구지, 이 두 사람은......?)


나는 영문을 모르겠단 얼굴로 대답하면서, 두 사람을 관찰했다.


오차마을은 대마인이 숨어 사는 마을이다.


일부 수상한 무리(주로 내 지인)도 출입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마인 관계자 밖에 없어서, 그 얼굴이나 신원은 대강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본 기억이 없다.


──그렇다는 건.


나 "그 집이라면 안내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쪽에도 얘기를 전할 테니, 당신들의 이름을──."


"수상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두 사람의 신상을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 "흠? 그러고 보니, 그런 얼굴이었군."

남자 "네가 당대의 「코타로」인가. 그럼 말이 빨르겠어. ──어이, 해라."

젊은 여자 "......그래, 알았어, 아버님."

나 "!!?"


순간, 내 눈 앞에 젊은 여자가 찔러온 무기의 끄트머리가 있었다.


키이이이잉!!!


츠루&아무

「!!!」

"당주님!!?"


갑작스런 사태에 츠루와 아무가 안색을 바꾼다.


나 "아, 아니, 괜찮아! 아슬아슬하게 튕겨──."


갑자기, 곤봉 같은 무기를 든 여자가 덤벼든 것이다.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착각할 만큼 비정상적인 속도.


두 사람의 신상을 의심하고 경계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일격에 당했을 것이다.


남자 "흐음. 미지근하구나, 카이. 일격에 못 끝내다니."

젊은 여자 "......헛소리 마, 아버님. 나는 전투를 차분히 맛보는 걸 좋아해."

젊은 여자 "자, 즐겁게 해주시길, 후우마 당주 공──."

나 "!!"


나 (이 녀석들은 대체!!? 역시 자객? 아니, 이건──.)


숨도 쉴 수 없는 속도로 여자의 찌르기가 다가온다.


속도 뿐만 아니라 목표도 정확하고, 파워도 있다.


자객 같은 살기는 느껴지지 않지만 어쨌든 무서운 솜씨.


항상 내 움직임의 끝을 노리며, 자세를 무너뜨리듯이 집요하게 급소로 파고든다.


반격도 못한 채, 몸을 꿰뚫리지 않게 처신하는 것만으로 고작이다.


젊은 여자 "후후후, 뭐하는 거야 당주 공. 이래서야 나는 만족할 수 없다고? 자, 네 힘을 보여 봐."

나 "크으으윽!!!?"

츠루&아무

"──이 발칙한 자가! 주인님에게는 손가락 하나 못 댈 거다!"

"그, 그래요~!"


안색을 바꾼 츠루와 아무가, 나와 여자 사이에 끼어들려 한다.


남자 "아, 잠깐만 기다리라고, 꼬맹이들. 여기서 찬물을 끼얹는 것은 멋이 없잖냐."

츠루&아무 "!!"


거기에, 스르륵 거한의 노인이 움직였다.


츠루는 사이보그화된 사지를 지녀, 격투전에 있어서 유례없는 강함을 자랑한다.


또한 아무도, 인법 "노방석"으로 항상 적의 사각지대에서 공격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학생 신분이지만, 최일선급의 닌자라 해도 틀림없다. 하지만──.


츠루&아무

"아으으....."

"큿!? 그, 그럴수가......"

나 "츠루!? 아무!!"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런 츠루와 아무가 한순간에 제압당했다.


노인은 겉보기에 아무런 인술도,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그 파워만으로 간단히 두 사람을 억눌렀다.


젊은 여자 "자, 당주 공, 한 눈 팔고 있을 때인가?"

나 "큿!!!?"


사각에서 다가오는 봉끝을 나는 필사적으로 되받아쳤다.


나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눈 앞의 여자는 상당한 고수.


그리고 그 뒤로는 츠루와 아무를 압도한 기괴한 노인이 있다.


수단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나 (그렇다면, "그 힘"을──.)


나의 오른쪽 눈이 타는 듯한 열을 품는다.


나의 열리지 않아야 할 오른쪽 눈에 깃든 "마성의 힘".


이 "전생"의 악연으로 얻었다는 저주받은 힘을, 여기서──.


??? (안 돼!!)

??? (......군, 조심해. 허무는 언제나 널 노리고 있어.)


나 "!!!"

젊은 여자 "......?"


나의 오른쪽 눈에서 열이 사라진다.


나는, 오른쪽 눈에 깃든 "마"의 힘을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젊은 여자 "순간, 강력한 마력을 느꼈는데? 설마 아까워 하는 건가."

나 "......설마. 이쪽에도 사정이 있다는 거지."


이유는 모르겠다.


단지, 그 힘을 사용하려고 하는 순간, 내 안에 강한 초조함과도 비슷한 생각이 일어난 것이다.


"더 이상, 이 힘을 써서는 안 된다."


그로부터 만류되어, 나는 오른쪽 눈의 힘을 억눌렀다.


젊은 여자 "......재미없긴. 그렇다면 진심을 내게 해주지!! 하아아아아아아!!"

나 "!!!?"


나 (이건......사안!!?)


여자의 두 눈이 기이한 빛을 발함과 동시에, 그 모습이 소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모습은 나의 바로 앞에 있었다.


젊은 여자 "──."


순간이동!?


이제는 체술 수준이 아니다.


아사기 선생님......아니, 공둔술을 사용했을 때의 린코 선배처럼 예상을 뛰어넘은 움직임.


나 "!!!?"


대응할 수 있었던 게 기적이었다.


반사적으로 들어올린 닌자도로 그녀의 일격을 간신히 되받아친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었던 저항은 거기까지였다.


나 "컥!!?"


아랫배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녀가 있었을 위치와는 반대쪽, 간격 밖에서의 일격.


설마......충격조차 순간이동을......?


나 (이, 이 녀석, 도대체 누구......)


젊은 여자 "......"


괴로움에 신음하며 조금씩 의식을 잃는 나를, 젊은 여자는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


30분 정도 후.


나 "으, 으으......여기는......"

후우마 토키코 "──당주님!? 깨어나셨나요!?"

이가와 사쿠라 "후우마 군, 괜찮아?"

아무 "당주님! 죄송해요, 한심한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츠루 "츠루도, 주인님의 메이드로서 있을 수 없는 실수를......"


라이브러리 "뭐, 둘 다, 반성은 나중에 해라. 당주님, 상태는 어떠십니까?"

라이브러리 "부상은 크지 않아, 금방 일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후우마 아마네 "......"

나 "아, 응, 그렇지......몸은 괜찮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어."

나 "다들, 걱정 끼쳐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나는 몸을 일으켰다.


여기는 나의 집──후우마 저택의 거실이다.


수수께끼의 여자에게 습격당해 의식을 잃은 나를 누군가가 옮겨 주었을 것이다.


토키코를 비롯해 언제나의 면면이, 걱정스러운 듯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나 "아니, 그보다......그 두 사람은 뭐였던 가지......?"

나 "나와 츠루, 아무가 무사하다는 걸로 보아, 자객 같은 건 아니겠지만......"


나는 머리를 흔들며 다시 생각한다.


순간이동과 같은 기괴한 인술을 사용하는 여자, 그리고 츠루와 아무를 압도한 거구의 노인.


어느 쪽이나 최상위 대마인에게 필적한다고 해도 좋은 힘으로......


남자&젊은 여자 "......"

나 "!? 너희들──."


나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의 면면에 섞여, 아까의 2인조가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 있었다.


남자 "오우, 아까는 미안했다고, 당대 공!"

남자 "아무래도 이쪽은 투박한 사람이라서, 그런 식의 인사 밖에 할 수 없거든."

젊은 여자 "......"

나 "아, 아니, 인사라니......"


그보다 이 두 사람, 누구야? ──라는 나의 마음을 헤아린 듯, 토키코가 입을 열었다.


토키코 "당주님, 이쪽이 두 분은 쿠로타니 가문의 당주님과 그 따님입니다."

토키코 "두 분은 단조 님의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무사수행처인 마계에서 돌아왔다, 라고."

나 "쿠로타니 가문의 당주──그렇다는 것은, 당신, '쇼겐'이야!!?"

쇼겐 "크크. 오랜만이구만, 당대 공. 뭐, 나는 이미, 당주 자리를 이쪽의 불량한 딸에게 양보했지만 말이야."

쿠로타니 카이 "......"


거구의 노인──쿠로타니 쇼겐이 나를 보고 유쾌하게 웃었다.


옛 후우마 팔장, 쿠로타니 家의 당주 쿠로타니 쇼겐.


"단조의 방패"라고 불리며, 후우마 일문 내에서도 뛰어난 강함을 자랑하는 거친 무사.


나도 쇼겐과는 어렸을 적 몇 번인가 얼굴을 맞댔다──고는 하지만, 당시의 쇼겐은 "마음은 항상 전장에 있다" 라는 등 평소에도 갑옷을 입고 있어, 나도 그 본모습을 몰랐다.


나 "당신, 쇼겐이었구나.....그렇다고 할까,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구나."

나는 "그런 투박한 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더 고릴라 같은 아저씨라고 생각했어......"


고급 양복을 멋지게 차려입어, 갱스터 보스와 같은 풍격이다.


쇼겐 "흠? 내 의외의 '멋진 아저씨' 같은 모습에 놀랐나?"

쇼겐 "뭐 이래 보여도 젊었을 때는 단조와 함께 각 마을의 쿠노이치를 수도 없이 히익히익 말하게 만들었으니까 말이야......"

나 "아니, 부모님 세대의 그런 이야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데......"

쇼겐 "하하하하하! 미안하구나! 어쨌든, 너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구나!"


하고 쇼겐이 호쾌하게 웃는다.


아마네 "......"


나 (그렇지, 확실히──.)


아까의 싸움에서의 비정상적인 강함도, 쇼겐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


쇼겐은 옛 후우마 팔장 내에서도 1, 2위를 다투던 실력자니까.


카이 "......아버님,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어때? 우리는 옛날 이야기를 하러 온 게 아니야."

쇼겐 "흐음. 그렇지.."


딸인 카이의 말에 쇼겐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키코 "쇼겐 님, 본론이라면......?"

쇼겐 "그래, 우리 불량한 딸의 말처럼, 난 단조의 성묘만을 하러 온 게 아니야."

쇼겐 "이 마을에 돌아온 건,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쿠로타니 쇼겐은, 단조가 죽은 후 후우마를 위해 싸우는 의미를 잃고, 당시 어렸던 딸 카이를 데리고 마계로 무사수행의 길을 떠났다.


마계에는 인간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마족이나 괴물이 다수 존재한다.


그런 강자와 싸우며 더욱 실력을 기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 쇼겐이 십여 년 만에 후우마의 마을로 돌아왔다.


쇼겐 "그것은......당대의 코타로. 네 당주로서의 『그릇』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나 "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쇼겐은 "뭐 이걸 봐라"며 품에서 낡은 두루마리를 꺼냈다.


쇼겐 "......이건, 내가 단조로부터 맡고 있던 거다."

쇼겐 "『청강(清剛)의 두루마리』라나, 후우마 일문의 당주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비전서인 것 같다."


그것은 일찍이 일문의 당주의 증표로 취급된 적도 있다는 귀중한 것이다.


쇼겐 "......단조는, 죽기 직전에 내게 이렇게 말하고 뒤를 맡겼다."

쇼겐 "『만약, 언젠가 후우마가 재흥해, 그때의 당주가 네 눈에 맞는 자라면.』"

쇼겐 "『이 비전을 전해다오』라고──."

나 "......"


후우마와 이가와 장로중의 결전 때, 쇼겐이 친부──단조의 최후를 지켜봤다는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고 나도, 「후우마 당주에게 대대로 전해지는 비전서가 있다」라는 것은, 저택의 창고에 잠들어 있던 몇 권의 고서古書의 기록으로 알고 있었다.


쇼겐 "뭐, 그런 사정으로, 나는 단조에게 이 책을 맡았지만......"

쇼겐 "10년 전의 너는, 오차에서 안온하게 살기를 원했고, 후우마를 다시 일으킬 생각은 없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쇼겐 "그렇다면 이건 불필요할 것이라 생각해, 나는 그대로 마계로 건너갔다. 하지만──."


최근, 그런 나──후우마 코타로의 이름이, 새로운 후우마 당주로서 어둠의 세계에서 이야기 되었다.


쇼겐 "그러므로, 나는 마계에서 먼 길을 돌아서 온 거다."

쇼겐 "아니, '최근'은 아닐지도. 아무래도 마계에서는 인간계의 정보가 전해지는 게 느리니까."

쇼겐 "어쨌든──그러므로, 나는 우리 불량한 딸을 부추겨 네 힘을 시험했다. 하지만......"

쇼겐 "너는, 꼼짝없이 패했다......싫구만, 저런 게 '당주의 그릇'이라니──."

츠루 "──닥쳐라, 무례한 놈!!! 겨우 그 정도로 주인님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냐!!"

나 "츠루......"


츠루가 벌떡 일어나, 물어뜯을 듯이 쇼겐을 노려보고 있었다.


츠루 "주인님은 누가 뭐래도 후우마의 당주! 그건, 목숨을 구원받은 이 츠루가──."

라이브러리 "조용히 있어라, 츠루. 지금 쇼겐 공께서 말씀하시는 중이다."

츠루 "......"


격앙된 딸·츠루를 라이브러리가 말렸다.


아버지의 말을 듣고, 츠루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물고 물러난다.


쇼겐 "......흐음. 미안하구만, 사고우. 아니, 지금은 '라이브러리'였나."

쇼겐 "너 정도의 남자가 섬긴다면, 가망이 없는 젊은이는 아니라는 건데......"

라이브러리 "......"


쇼겐의 근심하는 듯한 말에 라이브러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쇼겐 "그러나, 조금 전의 싸움을 보면, '당주의 그릇'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고......"

쇼겐 "저래서야 비전을 전해줄 수도, 예전처럼 쿠로타니가 후우마의 아래에 붙을 엄두도 나지 않는다──."

쇼겐 "그렇게 말한하면, 너는 어떻게 할 거지? 당대의 코타로여."

나 "그 경우......나는, '어쩔 수 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어, 쇼겐."

쇼겐 "호오......?"


쇼겐의 꿰뚫는 듯한 시선이 똑바로 나를 응시한다.


나 "나는......아버지와는 방식이 달라."

나 "아버지라면 당신을 힘으로 거느렸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할 힘이 없어."

나 "하지만, 그것만으로 두령으로서 뒤떨어져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쇼겐 "......"


쇼겐의 딸 쿠로타니 카이.


확실히 그녀의 실력은 나보다 몇 수 위다.


하지만 나보다 강한 실력자 따위는 오차에 차고 넘친다.


이제 와서 그녀에게 패배한들 아무렇지도 않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많다는 자부심도 있다.


나 "비전이라는 건 신경 쓰이지만, 개개의의 전투력이 조건이라면, 나는 달라."

나 "나에게는 내가 지향하는 두령의 모습이 있어."

나 "쇼겐, 당신이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뭐, 어쩔 수 없지."

토키코 "그렇습니다, 쇼겐 님......당주님은, 확실히 현재로선, 단조 님만큼 강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토키코 "하지만, 오차에서 독립 유격대를 맡아, 지휘관으로서 높은 평가와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토키코 "후우마의 두령으로서, 적합한 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쿠라 "그렇다구─! 후우마칭, 이래 보여도 할 때는 하는 녀석인걸."

나 "토키코, 사쿠라......"


토키코와 사쿠라가 나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쇼겐 "흠. 응석을 받아주고 있군, 꼬마."

나 "!!!"

쇼겐 "확실히......네 말은 합리적이고 옳다."

쇼겐 "이제 와서, 이런 케케묵은 비전은 필요 없을지도 몰라."

쇼겐 "그리고, 나 같은 늙은이에게 실력을 인정하게 할 필요도 없다. 네 말이 다 맞아."

쇼겐 "그러나, 옳지만, 시시한 남자다. 그럼 단조를 넘어서는 일은 평생 없겠지."

나 "뭐라고......?"


이런이런 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쇼겐이 말한다.


쇼겐 "애초에 생각해 봐라. 너는 부하에게 튕길 때마다 『어쩔 수 없지』라고 그냥 지나칠 생각이냐?"

쇼겐 "니샤의 꼬마의 이반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듯이."

쇼겐 "──당주에게는, 때때로 힘을 보여줘야 할 때가 있다."

쇼겐 "그렇다고는 해도, 시시한 남자로서는 그런 걸 모를 테지......실례했다."

카이 "아버님, 돌아가는 건가?"


쇼겐이 유유히 일어선다.


쇼겐 "그래, 더 이상 여기 있어도 어쩔 수 없다. 빨리 마계로 돌아가, 수행의 계속이라도──."

나 "──잠깐!!! 쇼겐,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어!"

쇼겐 "......호오? 그건 뭔가, 당주 공."


히죽히죽 웃으며 쇼겐이 돌아본다.


나 "좋아, 늙다리. 네 도발에 응해주겠어."


쇼겐이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가이자의 건은, 내 안에서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상처다.


그것을 언급하게 해놓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쇼겐 "......그럼, 이 쇼겐을 납득시켜 볼 텐가?"

나 "그래. 머리가 딱딱한 굳은 늙다리에게 젊은이의 힘을 보여주마. 너랑 싸우면 되는 건가?"


그러자 쇼겐은 유쾌하게 웃으며 자기 옆의 소녀를 가리켰다.


쇼겐 "크크, 아냐아냐. 나는 보다시피 늙은이──지금의 쿠로타니 家 당주는 이 녀석이다."

쇼겐 "이 불량한 딸을 이길 것 같으면, 후우마 코타로, 네 힘을 인정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