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라 섬의 사건이 끝난 지 며칠 뒤──

이 날도, 찌는 듯 한 더위였다.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 소리와, 때때로 불어오는 미적지근한 바람이 여름의 열기를 돋보이게 한다.

 

에밀리 "이야, 오늘도 덥고 맑은 날씨네요, 코타로 군."

"네에."

에밀리 "이렇게 쾌청한 날씨면, 열사병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수분은 제대로 섭취하고 있나요?"

에밀리 "이렇게 더운데 되게 활기차시네요, 에밀리 선생님."

 

상대는 윗사람에, 연상인 사람이지만, 무심코 그런 진심이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덥다. 덥다기보단, 뜨겁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매 년, 전 세계의 기온이 상승 경향을 보인다는 건 얼핏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대낮에 밖을 걷다 보면, 싫증 날 정도로 실감하게 되고 만다.

 

에밀리 "코타로 군은 기운이 없네요. 괜찮으신가요? 더위먹어서 그러시면, 우메보시가 효과적이라는 모양인데요."

"아뇨…… 이렇게 더운 와중에, 대낮부터 호출을 받았다 보니."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여러모로 힘들다…… 고는 말하기 힘들다.

은근슬쩍 말 끝을 흐리니, 목적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차 학원.

젊은 대마인이 스스로를 갈고닦는, 일본의 벽지에 세워진 학당.

평소라면 약간 우울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다니고 있을 이 오차 학원이지만, 지금은 거기에 한층 더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뭐니뭐니 해도, 지금은 여름 방학. 여름의 장기 휴가. 학생에게 있어서 가장 긴 자유시간.

물론 대마인에게 있어서 장기적인 휴일 따윈 있을 수 없는 일이라지만, 그렇더라도 임무 외에는 느긋하게 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뻐해야 할 시기.

그렇다고 하는데, 나는 교복을 차려입고, 오차 학원의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이러고서 텐션을 올리라고 하는 편이 더 어렵지.

아니, 임무니까 포기하는 수밖에 없기는 한데.

 

"그나저나, 아사기 교장 선생님은 무슨 일이신지…… 뭐 들으셨나요, 에밀리 선생님?"

에밀리 "무언가, 임무를 맡기고 싶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요."

"임무인가…… 에밀리 선생님이랑 같이 한다는 건, 특무중대의 임무려나? 그럼 바다는 아니면 좋겠네."

에밀리 "그런가요? 바다라면, 시원해서 좋지 않나요."

"보나마나 또 임무 때문에 어수선해져서 헤엄도 못 치게 되고, 사쿠라랑 유키카제가 칭얼거리게 되는 패턴이라구요, 이거…… 하아."

에밀리 "─……."

 

바로 얼마 전에도, 해외의 휴양지였던 코트라라 섬에서는 헤엄도 못 치고, 임무에 끌려다니기만 하다가 여름 다운 일이라곤 하나도 못 한 참이다.

놀기 좋아하는 사쿠라나 유키카제만이 아닌, 특무중대 소속의 모두는 제법 욕구불만이 쌓여 있다.

여기서 또 바다 근처의 임무에 나서고, 그러고서 헤엄을 못 치게 된다면…… 폭동이라도 일으키는 게 아닐까.

뭐어, 그 정도로 자제심이 약해서야 대마인 같은 짓은 못 해먹을 테니, 9할쯤은 농담이지만.

 

에밀리 "왜 그러시나요, 코타로 군? 교장실은 이쪽인데요."

"에고. 아뇨, 이러고서 또 바닷가 근처의 임무였으면, 유키카제네가 폭동을 일으킬 것 같다, 싶어서요."

에밀리 "아무리 미스 유키카제 일동이라도, 그 정도 까진……."

 

거기서 입을 다무는 걸 보면, 에밀리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절대로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이, 유키카제 답다고도 할 수 있겠지.

 

"후우마 코타로, 에밀리 시몬즈, 도착했습니다."

아사기 "들어오렴."

"실례합니다."

 



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깥과 달리, 에어컨으로 적절히 식혀진 바람이 땀 맺힌 뺨을 어루만지는 그 감각이 기분 좋았다.

 

아사기 "수고했어, 오늘은 특히 덥지 않았니?"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슬그머니 주위를 둘러보자, 교장실에는 교장인 아사기 선생님만이 아닌 무라사키 선생님……

……그리고, 처음 보는 소녀가 한 명, 있었다.

1학년인 나하고 같은 나이일 테지만, 한두 살 어려보이는 소녀가 있다. 그 용모는 아직 어린 티가 남아 덧없는 인상을 받았다.

늘씬하게 쭉 뻗은 몸에 인형처럼 반듯하게 작은 얼굴. 수정처럼 비쳐 보이는 보랏빛 머리카락.

붉은 빛 도는 보라색 눈동자는 시원스레 미소 지으며, 상대도 이쪽을 보고 있었는지, 시선이 마주쳤다.

……당황하며 곧바로 이쪽의 눈을 피한다.

역시, 기억에 없다. 처음 보는 소녀다.

 

무라사키 "후우마, 신경 쓰이는 건 알겠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진 마라. 노도카가 무서워하고 있잖나."

"── 죄송합니다."

 

딱히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자세를 바로잡고 사죄한다.

 

아사기 "미안하구나. 이런 더운 날에 불러내서."

"아니요──."

아사기 "이번 임무는 그녀와 함께 가줘야겠어."

"임무의 장소는…… 또 국외입니까?"

아사기 "아니. 바로 근처── 이 학원 안이야. 후우마 군은, 올해, 학원의 수영장은 써봤니?"

"수영장, 말인가요."

 

그러고 보니, 이렇게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는데, 수영 수업은 가본 기억이 없다.

바다나 산에는 가봤다 보니, 수영장의 인상이 옅어졌던 거겠지. 지금, 이 자리에서 언급을 듣고서야 기억해냈을 정도다.

 

무라사키 "에밀리는 아직 오차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인상이 옅은 거겠지만, 이 학원에서는 매년, 여름이든 겨울이든 관계없이 수영 수업을 하고 있다."

무라사키 "그런데 올해는, 노마드 놈들이 학원 안에 좀비를 끌어들여서 말이지……."

무라사키 "그 일부가, 수영장에 터를 잡고 만 거다."

"……? 둥지, 말인가요? 좀비가요?"

아사기 "정확히는, 풀장에 둥지를 튼 건 좀비가 아닌 감염된 수생 생물이지."

"(올해는 임무 때문에 자주 자리를 비웠었는데, 우리 학원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던 건가?)"

아사기 "그래서, 하계 장기 휴가를 이용해서, 학원 대청소를 실시할 생각입니다."

무라사키 "특무중대에겐 수영장 청소를 행해줬으면 한다. 물론, 작전에는 나와 아사기 님도 참가할 예정이다."

"그건 또…… 어쩐지 시원할 것 같은 임무네요."

무라사키 ", 그런가…… 소개로 돌아가자면, 이쪽은 이세 노도카. 제법 재미있는 인법의 사용자다. 후우마, 훌륭하게 다뤄내 봐라."

"……또 그런 식으로, 억지를."

무라사키 "그만큼 네게 기대하고 있다는 의미다."

 

씨익, 하는 의성어가 들릴 것 같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아사기 선생님. 무라사키 선생님도 동의하고 있는 모양이라, 웃고 있지만 않을 뿐, 그 눈빛은 반론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쪽으로선 한숨이나 쉬는 수밖에 없다.

 

"알겠습니다. 불초 후우마 코타로. 선생님들의 기대에 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부러 더럽게 성실해 보이는 말투로 동의하는 게, 그나마 할 수 있는 저항이다.

 

에밀리 "큰일이네요, 코타로 군. 이렇게 더운 날들이 이어지는데, 수영장을 쓸 수 없다니."

"뭐어, 말로는 덥네 어쩌네 하고 있지만, 이쪽은 훈련을 쌓아온 대마인이야. 이정도로 뻗을 만큼 느슨한 훈련방식을 취하진 않았…… 는데."

아사기 "어머,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구나, 후우마 군."

"가장 위험한 구역을 담당한다면, 포상이 있는 편이 부하의 의욕이 향상되지 않을지요."

무라사키 "뭐냐? 임무가 끝난 뒤, 이나게야에서 아이스크림이라도 무제한으로 제공해줄까?"

"그것보다 좀 더 즉물적이고, 눈앞에 있는 것 말입니다."

 



그런 대화로부터 며칠 뒤, 수영장 청소라는 명목으로, 우리 특무중대는 학원에 모여 있었다.

 

유키카제 "았어! 청소를 마치면, 제일 먼저 수영장 써도 된다는 거지!!"

사쿠라 "드디어 여름다운 이벤트가 왔다!!"

 

원래 같으면 휴일에 학교라니…… 라며 텐션이 낮았을 터인 사쿠라와 유키카제지만, 오늘은 이 두 사람이 가장 텐션이 높다.

 

에밀리 "코타로 군의 예상대로네요."

"저 두 사람은, 뭐 저리 알기 쉬운지……."

 

대마인으로서, 조금은 걱정되기 시작했다. 아니, 실력이야 잘 이해하고 있기는 하지만.

 

"잔뜩 들떠있는데 미안하지만, 임무는 수생 생물을 소탕하는 것 만이 아닌, 수영장 청소도 들어 있으니까 말이지."

"빨리 하지 않으면 놀 시간이 없어질 거다."

유키카제 "알고 있거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의 나라면 요상한 생물 백 마리나 이백 마리라도 여유다 이거야!! 그후후."

 

그후후 같은 소리로 웃는 거냐…… 여름다운 이벤트가 없었던 게 그렇게 불만이었나.

뭐어, 휴양지에 가서도 수영 한 번 못 하고, 관광도 못 하고…… 그런 임무뿐이었으니 말이지, 요즘.

 

"아아, 그리고. 새 멤버를 소개할 테니 잠깐만 기다려 봐."

"이쪽은, 이세 노도카. 이번 임무에서, 우리 서포트를 맡아줄 거야. 자기소개를."

노도카 ", 이세 노도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더듬더듬 말하면서 인사한다. 아름다운 보랏빛 머리칼이 사라락 흘러내려, 내려간 머리칼을 손으로 짚는 동작까지 꼭 그림 같다.

갸냘픈 체형인 점도 있어서 함께 싸우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긴 하지만, 그건 대마인이니. 선이 가는 걸로 치자면 유키카제나 스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번 작전부터는 에밀리도 서포트를 맡아줄 거야."

에밀리 "후방지원, 저격은 맡겨주세요.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전선에서 싸우는 모두의 실력은 잘 알고 있어. 이번엔 후방지원을 행하는 그녀들을 메인으로 보고, 임무를 수행할거야──."

"유키카제, 사쿠라, 지금까지 그랬든 직감과 감정에 맡기고 돌격하는 짓은 하지 마라?"

유키카제 "─…… 그럼, 수영장에서 놀 수 있는 시간은?"

"에밀리나 노도카의 실력을 끌어내면서, 능숙하게 지원하면서, 속공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면 돼."

"감각과 재능에 의존하는 전법이 아닌, 주위를 능숙하게 다루는 싸움을 의식해 봐라, 라는 거지."

"천재 타입인 너희들한테 있어선, 딱 좋은 경험이 되겠지."

유키카제 "…… 천재, 말이지."

사쿠라 "뭐래니 차암, 후우마 군, 그렇게 누님들을 칭찬해봤자, 아무것도 안 나온다구."

아사기 "(쉽게 넘어가는구나)"

시라누이 "(……하아)"

 

교사진이 두 사람의 태세전환에 깊고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지만, 다루기 쉽다는 점은 대장으로선 고마울 따름이다.

 

스우 "…… 어쨌든, 우선 수영장까지 이동하지 않겠나? 더워서 견딜 수가 없다."

시라누이 "그렇지. 그리고, 수영장이 어떤 상황인지 다함께 봐두도록 하자."

노도카 "……."

 

임무가 개시됨을 눈치채고, 노도카가 손에 들고 있던 오니 가면을 착용했다.

 

린코 "그런 건가."

"……벌써 눈치채신 겁니까?"

 

모두에겐 일부러 설명하지 않고 있었지만, 노도카는 심하게 낯을 가린다.

원래대로라면,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지금 상황으론, 온몸이 경직되고 말 정도로.

실제로, 조금 전부터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그 증거다.

이를 감추고 있었던 것은, 모두가 그것을 눈치챌지, 그리고 노도카 자신에게 마음을 열고 설명해주는 것으로, 낯가림을 극복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전에 교장실에서 설명을 들었지만, 대마인의 가계 태생이면서, 낯을 가린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임무 내용만이 아닌, 그녀 자신의 생사에도 관련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노도카는 스스로 이번 작전에 지원하고, 최전선에 나서는 특무중대에 배속되길 원했다.

 

린코 "분위기가 변했다. 경직된 몸이 풀렸지. …… 과연, 저 오니 가면은 성격을 감추는 역할인가."

"잘 알아차리시네요."

 

설명을 듣지 않았으면, 조용하고 쭈뼛쭈뼛거리는 성격이라고밖에 생각 못 했을 것이다. 용모도, 아름다운 얼굴이다 보니 특히 그랬다.

 

린코 "나는 무도, 무술을 한다. 그러다보면, 상대의 행동거지, 분위기── 그런 것들을 어쩐지 자연스레 알게 되는 법이다."

린코 "아니, 알아차려야만 하는 것이지. 우리들은."

"그런 겁니까."

린코 "그런 거다."

 

체술을 못하고, 인법도 쓰지 못한다. 그런 나로선 영 알 수 없는 세계지만…… 그래도, 어쩐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게임 시작]

 

유키카제 "저기, 좀 냄새나지 않아?"

사쿠라 ", 저게 토벌대상인 수생 생물…… 인거지?"

"그래."

사쿠라 "어째서 수영장에 둥지를 텄으면서, 수영장 바깥에 나와 있는 걸까?"

"그야 뭐, 둥지가 위험하니까 그렇겠지."

"벌들도, 둥지에 위험이 닥쳐오면, 둥지를 나와서 적에게 침을 쏘잖아?"

스우 "뭐야, 수영장 안만 청소하는 게 아닌 건가."

린코 "게다가, 한 마리라도 놓쳤다간 또 다른 장소에서 둥지를 틀고 말 거란, 말이지."

아사기 "그런 거란다. 한 마리도 남김없이 처리하겠어."

유키카제 "……저기 혹시, 이번 임무 엄청나게 중요한 일인게……."

"당연하지. 오차 학원의 대청소라고."

"전원! 에밀리, 노도카, 두 사람의 서포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움직이는 거야."

에밀리 "여러분, 잘 부탁드려요!"

노도카 "……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