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너는......그때의......"


나는 떠올렸다.


몇년 전 별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이 녀석과 만났던 걸.

그때 이미 시스이와 만났던 걸.


어째서 여태까지 그런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지?


소년 "그 얼굴로 보아하니 나를 떠올린 건가?"

소년 "그래, 굳이 말하자면 인연의 상대라는 거지."


녀석의 그림자에서 기어나온 이매망량들이 내 주위를 에워싼다.


나 "인연의 상대라고......? 나와 네가......?"

소년 "뭐야? 그것까지는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소년 "뭐, 그게 낫겠지. 섣불리 떠올려도 골칫거리만 늘어날 뿐이고."


녀석은 그때와 같이 이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당장 날 죽일 생각은 없나?

그럼 이런 타입은 제멋대로 지껄이게 하는 것이 제일이지.


나 "그때와 마찬가지로 나를 처분하러 온 거냐?"

소년 "너무 자기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때 만난 건 우연이야."

소년 "오늘도 인간계에 볼일이 있어서 들른 것뿐. 여기서 처분할 생각도 없어. 안심해."

소년 "너와 '교환해서 얻은 힘'은 마음에 들고."


아니나 다를까, 녀석은 제멋대로 재잘재잘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때도 이번에도 우연.


인간계에 따로 볼일이 있었다.


여기서 날 처분할 생각이 없다.


어디까지가 정말인지 알 수 없지만, 마지막 대사만은 묵과할 수 없었다.


나 "교환? 설마 내 마성의 힘은 너의......?"


눈 앞에 있는 이 녀석의 기척, 그 마성의 힘을 사용했을 때의 불쾌한 느낌.


그래, 똑같다.


소년 "이러런, 말을 너무 많이 했나? 위험한데."


놈은 내 꾐에 빠져 제멋대로 지껄인 것도 예정대로라고 말하려는 듯이 과장스레 어깨를 으쓱했다.


소년 "다만, 너에게 빼앗긴 내 힘의 일부를 방치할 수도 없으니까."

소년 "목숨은 안 뺏겠지만. 너를 붙잡아 두기로 했어."


녀석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사로잡히면 어떻게 되는가.


분명 이 자리에서 처분되는 것보다도 골치아픈 일이 될 것이 틀림없다.


나 "크......"


그때는 시스이가 있었다.

아키 누나도 나를 도와주었다.


지금은 나 혼자.


혼자서 이 자리를 헤쳐나가야 한다.


하는 수 밖에 없다.

나도 그때와는 다르다.


주저없이 칼을 뽑아든다.


소년 "저항할 생각이야? 뭐, 말리진 않을게."

나 "그렇게 해달라고──읏!!"


갑자기 이마가 확 달아올랐다.


나를 사로잡기 위한 마술인가!?


소년 "뭐야? 그 이마의 무늬는?"

나 "무늬!?"


녀석의 짓이 아닌가!?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당황한 내 눈앞의 공간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그 '마녀'가 나타났다.



에우리알레 "겨우 불렀구나. 기다리다 지칠 뻔했어, 후마의 아가♪"

나 "에우리알레!?"


고대부터 마계를 방황하는 전설의 마녀로서, 절대적인 힘을 가진 신격의 마족.


오래된 신들의 저주로 두 팔을 잃고, 그 대신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마술에 의해 두 자루의 대검을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변덕스럽게 인간계에 출현하면, 재앙과 혼돈을 가져오는 제어불능의 트릭스터.


어째선지 나를 신경쓰며, 이전에 도쿄 킹덤에서는 골치 아픈 시련을 겪었다.


나 "너, 어떻게 여기에?"

에우리알레 "우후후, 일전에 주술의 키스를 해줬잖아?"

에우리알레 "그 녀석이 아가 근처에 나타나면, 언제 어디서나 나를 불러내라고. 약속한 거야."

에우리알레 "그건 나를 강제전이 시키기 위한 마술. 갑자기 불러서 놀랬다구, 변태."

나 "그 키스가!? 잠깐, 그런 약속 한 적 없어!"

에우리알레 "어머, 그랬었지. 뭐 어때. 위험한 상황이었지?

나 "그건, 그렇지만......"

에우리알레 "인사 대신 우선은 잡어를 배제해둘까, 우후훗."


안대로 덮인 에우리알레의 얼굴, 그 입가가 엷게 웃었다.


두 자루의 대검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휘둘러지고, 나를 둘러싸고 있던 어둠의 괴물들이 한순간에 모두 소멸했다.


소년 "이런이런, 귀찮은 마녀가 나왔네."

소년 "묘한 부적에 지켜지는 것 뿐인가 했는데, 너까지 있었다니."

에우리알레 "대면하는 날을 기대해 왔어. 상상하던 모습과는 약간 다른데."

소년 "나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거든."

에우리알레 "이름은 형태를 나타낸다. 지금의 당신은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쿠로토 "그럼, 쿠로토라고 불러줄래?"

나 "쿠로토......?"


모르는 이름이다.


하지만 가슴 속 깊은 곳이 쿡하고 아팠다.


에우리알레 "잘 부탁해, 쿠로토. 그럼 인사도 마쳤고, 죽어!"


'보이지 않는 손'. 두 자루의 대검이 쿠로토에게 덤벼들었다.


쿠로토 "성격이 급한걸."


쿠로토는 손바닥에서 어둠을 불러내, 그것을 어렵지 않게 받아낸다.


쿠로토 "9귀족 중......사령경에게라도 부탁받은 거야?"

에우리알레 "대답할 이유는 없어."

쿠로토 "잃어버린 팔을 대신해 나를 죽여라. 그 정도인가?"

에우리알레 "어떨까나!"


에우리알레의 대검과 쿠로토가 발하는 어둠이 격렬하게 부딪친다.


나나 키라라 선배를 시험했을 때와는 확실히 모습이 다르다.


에우리알레는 진심이다.

저 쿠로토는 그만한 상대다.


에우리알레 "아가야, 방심하지마."

쿠로토 "너와 이것을 상대하고 있어. 괜찮아. 죽이진 않아."


탐욕스러운 어둠

「ぐぢゅるぐぢゅるぐぢゅる!!」

「ぐぢゅるぐぢゅるぐぢゅる!!」

「ぐぢゅるぐぢゅるぐぢゅる!!」


쿠로토가 불러낸 탐욕스러운 어둠이,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


에우리알레 "후마의 아가, 이 녀석은 나에게 맡겨. 그 송사리는 네가 알아서 하렴."

쿠로토 "나는 그를 죽일 생각이 없는데."

에우리알레 "아가를 살려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쿠로토 "그건 비밀이야."


에우리알레와 쿠로토는 서로 주고 받으며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참풍을 일으키고, 어둠의 마수(魔手)가 요사스럽게 날뛴다.


도저히 개입할 수 없는 영역의 투쟁이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나도 그냥 그것을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나 "하앗!!"

탐욕스러운 어둠

「 GYAAAAAAAAAA !!! 」


나의 닌자도의 일격을 받고, 어둠의 마수(魔獣)가 격렬하게 몸부림쳤다.


그 반응은 일찍이 내가 눈알에 쿠나이를 박았을 때와 같은, 아니 그 이상이다.


나 "테야아아아앗!!"


통증에 시달리는 괴물의, 생물이라면 머리라고 생각되는 근처를 찌른다.


탐욕스러운 어둠

「 GUGYAAAAAAAAAA !!! 」


녀석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찔린 장소로부터 먼지처럼 퍽퍽 무너져내려, 소멸해갔다.


나 "싸울 수 있어, 내가?"


시스이 같은 파둔의 힘도, 아키 누나같은 사안도 없는 내가 이런 괴물의 상대가 된다.


쿠로토 "나의 힘을 쓰기 시작했네. 이래서 인간은 성가시다니까. 역시 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구나."


쿠로토는 어딘가 즐거운 듯이, 나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나 "이것이 녀석의 힘인가. 이 마성의 힘은."


내 안에서, 분명히 내 것이 아닌 힘.

마성의 힘이 솟아오르고 있다.


그것도 평소보다 더욱 격렬하게.

나를 안쪽에서 먹어 치우려는 것처럼.


예전에 슈발리에가 했던 말


『마성의 힘을 쓰면 쓸수록 심연이 나를 발견하게 돼.』


심연이라는 건 쿠로토를 말하는 건가?


도대체 녀석의 정체는 뭐지?


이 힘을 계속 쓰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질투하는 어둠

「キシキシキシキシキシ!!」

나 "이얏!!"


또 한 마리.


나는 마성의 힘으로 어둠의 괴물을 죽였다.


질투하는 어둠

「ギャ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마치 동료에게 살해당한 듯한 비명을 지르고, 그것은 원래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다.


쿠로토 "그렇게 분발해도 되겠어?"

나 "큭!"


저 놀리는 말투. 좋을 리 없다.


에우리알레 "아가야, 망설이고 있을 여유는 없어."


그래.

지금은 이 위험한 힘으로 싸우는 수 밖에.



시스가 "안돼, 당주 군."


문득 아니 마음 속 어딘가에서 바라던 대로 그녀가 나타났다.


그리고 빛의 가디언으로 어둠의 덩어리를 분쇄한다.


역시 와주었다.

그때랑 똑같이.


나 "시스이!!"

이시카와 아무 "아, 아니에요! 이시카와 아무입니다! 아무리 제 존재감이 없어도 이름까지 잊지 말아주세요!"

나 "아무!?"



이시카와 아무까지 나타났다.


이름을 잘못 불렀다 착각하고 있는데, 오늘도 내 옆에 있었나?


아무 "네, 그렇습니다. 후마 종가·오니와반 일번대 필두 이시카와 아무입니다. 오늘도 계속 몰래 곁에 있었어요."

시스이 "계속......몰래?"

아무 "으악! 수수께끼의 미소녀가 곁에. 누구세요? 방금 전까지 없었잖아요!"

아무 "저보다 존재감이 없다니, 이건 라이벌의 출현이군요!"

시스이 "라이벌......"

아무 "어머나, 그럴 때가 아니었어요. 이제 안심하십시오, 당주님!"

아무 "왠지 갑작스레 큰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서둘러 조력자를 불러 왔습니다!"

나 "조력자?"


갑자기 붉게 달아오르는 칼날이 눈 앞에 다가온 어둠의 괴물을 十자로 도려냈다.


산산조각이 나는 괴물을 등지고 유연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라이브러리 "대마인 라이브러리, 참전. 당주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즈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바!!!!


그 뒤를 이어 엄청난 숫자의 쿠나이들이 빗발치듯 쏟아지면서 이매망량들이 벌집이 되었다.



토키코 & 아마네

"무사하십니까, 당주님!"

"무사하십니까, 도련님!"


기술도 손발이 척척 맞는 게, 토키코와 아마네다.



앙제 "도."

클리어 "차악."


맥빠지는 목소리와 앳된 목소리. 촉수와 참격의 폭풍우가 적의 무리를 휘젓는다.


앙제와 클리어다.


앙제 "오래 기다렸지? 후마. 모두, 도우러 왔어."

클리어 "후마를 괴롭히는 나쁜 놈, 하나도 남기지 않고 해치운다."

나 "모두!"


웃음이 터질 정도로 그 목소리는 들떠있었다.


나의 안쪽에서 낫 모양으로 굽은 어둠의 힘이 슥 빠져가는 것을 느꼈다.


에우리알레 "헤에, 역시 아가네."

쿠로토 "차례차례 기어나오긴. 이전과는 다르다고나 할까? 정말 귀찮──."


어깨를 으쓱하려던 쿠로토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스카 "죽어라아아아아앗!!"


아스카다.


광학미채를 급습하여 풍신 블레이드로 쿠로토가 베인다.


훌륭하게, 녀석의 몸은 두 동강이 났지만,


나 "안돼, 피해!!"

아스카 "으읏!"


무의식 중에 내뱉은 외침에 아스카는 망설임 없이 뒤로 뛰었다.


절단면에서 어둠이 뿜어져 나왔지만, 간신히 그 공격을 바람으로 피한다.


아스카 "죽지 않아?"


예전과 똑같다.


육체를 양단 당하면서도 태연하다.


하지만 표정은 달라졌다.


쿠로토 "코우카와 아스카. 또 귀찮은 상대가 나타났군."

쿠로토 "이러다 '그 여자'까지 나오면, 묘한 업보가 자아질 것 같으니. 오늘은 이만 물러날게."


쿠로토는 시원스레 발밑의 어둠 속에 녹아들 듯이 사라졌다.


아스카 "앗, 도망쳤다."

에우리알레 "난 저 녀석을 쫓을게. 아가, 그 힘에 주의하렴."


에우리알레 또한 내게 그렇게 말하고는 놈을 쫓아 휙 사라졌다.


나 "도망갔나."

시스가 "봐준 거야. 하지만 저 녀석은 당주 군을 포기하지 않아. 결코. 그런 인과니까."


시스이가 띄엄띄엄 말했다.


나 "너랑 나처럼?"

시스이 "......생각났어?"


시스이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 "조금은."

시스이 "응......"


시스이는 살짝 눈을 내리깐다.


시스이 "다음에 봐, 당주 군. 나는 언제나 너의 곁에 있어. 그걸 잊지 말아줘."


시스이의 모습도 사라졌다.


그렇다기 보다는, 이 자리에 존재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스카 "누구야? 그 녀석은?"


놈을 죽이지 못한 아스카가 물어온다.


나 "나도 확실히 설명할 수 없어"

아스카 "설명할 수 없다니......"


아스카는 뭐라고 말하려다가 내 얼굴을 보고 놀란 듯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지독한 상태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이제야 생각난 것.

아직 기억나지 않은 것.

갖가지 기억이 감정의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아스카 "......"

라이브러리 "......"

아무 "......"

토키코 "......"

아마네 "......"

앙제 "......"

클리어 "......"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달라는 듯한 얼굴로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준 동료들이다.

소중한 동료들이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나는 모두와, 그리고 내 자신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나 "전생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전생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전혀 달라서."

나 "나는 아까 그 소년과 싸웠어. 그리고 패배했지."

나 "그녀는 나를 지키기 위해 죽었어."


모두가 숨을 삼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확신한 게 있다.


나 "그 녀석의 이름은, 아마 에드윈 블랙......"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순간, 내 몸에 스며든 마성의 힘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END


이번에 밝혀진 떡밥들에 하고픈 말 많지만.

길어질 듯 하니 이따 글 새로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