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차마을 근교의 작은 산간 마을.

히메카미의 산.



예로부터 히메카미 신앙으로 알려진 그곳에는 대마인의 수행지이기도 한 영산(霊山)이 우뚝 솟아 있다.


그 산 중턱에 있는 작은 신사.



그곳에 은발의 소녀가 있었다.


그녀야말로 쿠데타의 주모자, 이가와 종가의 집사이자 장로중의 필두 하토리 세이슈였다.


이미 나이 팔십을 넘는 노파이지만, 그 모습은 십대 전반의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비밀은 성둔(星遁)술 우보(禹歩).


고대 중국 하왕조의 시조 우왕 유래의 보행술을 발상으로 하여 28숙의 별자리의 모양에 맞추어 특별한 스텝을 밟음으로써 여러가지 신묘한 힘을 발동한다.


세이슈는 그 술자다.


그 우보의 하나인 '성숙(星宿)'.


다른 사람의 생명 에너지를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힘. 그걸로 세이슈는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빼앗긴 인간의 생명은 수백이라고도, 수천이라고도 한다.


세이슈 "흐음, 아사기를 죽이지 못했구나."

센쥬 "죄, 죄송합니다!'


세이슈 앞에 센쥬가 꿇어앉아 있었다.


겉보기로는 센쥬가 세이슈의 어머니 같지만 사실은 반대다.

그리고 땅바닥에 얼굴을 바싹 붙이고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는 딸의 얼굴은 공포에 질려 있었다.


세이슈 "오차 제압엔 성공했지만 정작 아사기 암살에는 실패."

세이슈 "측근인 카라스노 료마는 아사기의 계략에 감쪽같이 넘어가 죽고."

세이슈 "귀중한 장기말을 잔뜩 잃고 뻔뻔스레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런 게냐? 센쥬?"


세이슈는 즐거운 듯이 물으며 센쥬의 주위를 가볍게 걷고 있다.


센쥬 "......읏."


세이슈는 그냥 걷기만 할 뿐, 우보를 쓰지 않았다.

그러나 센쥬의 얼굴은 창백했다.


센쥬 "용서해주세요, 어머님! 제발, 용서를!!"

세이슈 "우후후. 뭘 그리 두려워하는 게냐? 소중한 딸의 목숨을 빼앗지는 않을 게야."

센쥬 "......"


잔뜩 겁먹은 딸의 모습에 어머니는 오히려 즐거워했다.


세이슈 "뭐 됐어.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고."

세이슈 "네가 공격하다가 되려 당할 것도 생각하고 있었으니."

센쥬 "제가 되려 당한다?"


센쥬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세이슈는 동그란 눈으로 그것을 내려다본다.


세이슈 "왜 놀라는 게야?"

세이슈 "설마 그 아이보다 네가 더 위일 줄 알았느냐? 그건 좀 자의식 과잉 같구나."

센쥬 "......"


센쥬은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그저 비참하게 다시 고개를 숙일 뿐이다.


세이슈는 그런 딸을 힐끗 보더니 혼잣말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세이슈 "그 아이는 내 젊은 시절을 꼭 닮았어."

세이슈 "그래서 너와 달리 나를 거스르려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죽여두고 싶은 게야."

세이슈 "그 아이는 장래에 필시 무시무시한 대마인이 될 테지. 어쩌면 나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센쥬 "그럴수가!?"


센쥬가 경악에 소리를 지르지만 세이슈는 그것을 무시하고 혼잣말을 이었다.


세이슈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이야기."

세이슈 "그러니 그 전에 죽여놔야지. 강적의 성장을 즐기는 취미도 없고."


강적의 성장을 즐기는 취미가 없듯이, 딸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다.


자신은 영원히 살아갈 것이며, 방해되는 존재는 자식이든, 손녀든 죽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그 얼굴에 80 노파의 사악한 욕망이 묻어나온다.


세이슈 "그건 그렇고 미즈키 시라누이가 그 아이의 편을 들다니......"


그것만은 오산이었다는 듯이 세이슈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센쥬 "나, 남편과 딸을 인질로 잡으려 했는데......"


세이슈의 혼잣말에 센쥬가 끼어든다.


마치 어머니에게서 잊혀질까 봐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세이슈는 「아직도 있었니?」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재촉한다.


세이슈 "했는데?"

센쥬 "이, 이미 환각으로 바꿔쳤다고......"

세이슈 "아하하하하!"


딸의 대답에 세이슈는 웃음을 터뜨렸다.


세이슈 "용의주도하네. 역시 여자는 아이를 낳으면 달라져. 누구와 달리."

센쥬 "......"


어머니의 빈정거림에 센쥬는 분한 듯이 더듬거렸다.


세이슈 "그런 얼굴 할 것 없어. 오차는 제압했다. 네 역할은 그것으로 족하니."

세이슈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나야. 왜냐하면 시간은 우리 편이니까."

세이슈 "시간이 지나면 정세를 주시하고 있는 무리들도 오차를 손에 넣고 있는 나를 따라올 테지."

세이슈 "지금 나를 거역할 만한 기개가 있는 건 그 아이 정도고."


센쥬 "아사기 쪽은 결국 궁지에 몰린다는 겁니까?"

세이슈 "그런 게지, 제아무리 그 환영의 미즈키 시라누이가 편을 들고 있어도 말이야'

세이슈 "그렇기에 역전을 하려거든 지금 당장 나를 죽이는 수밖에 없어."

센쥬 "어, 어머님을......!"

세이슈 "후후......그렇지, 아사기?"


세이슈는 히죽 웃었다.


이미 그 눈은 딸 따위는 보이고 있지 않았다.


센쥬 "......앗!"


그것을 눈치채고 센쥬는 벌떡 일어섰다.

어머니의 시선 끝. 아무도 없다.


아니, 다르다. 누군가 걸어 나온다.


불가시(不可視)의 환영을 풀고 나타난 것은──.


아사기와 시라누이였다.


조금 전부터 거기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아사기 "꽤 긴 수다를 떨었네."

세이슈 "언제 뒤에서 덤벼들까 기대했는데."

아사기 "매복은 성둔술의 18번이지. 그것에 걸릴 만큼 멍청하지는 않아."

세이슈 "스스로 여기에 와놓고?"

아사기 '내가 있는 곳까지 걸어오게 하는 건 남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할머니에겐 고역일 것 같아서 말이야."

세이슈 "재미있는 농담이로구나."


아사기의 빈정거림을 가볍게 받아넘기고 세이슈는 시라누이에게 시선을 옮겼다.


세이슈 "여기까지는 네 환영으로?"

시라누이 "네, 쉽게 들어올 수 있었어요. 꽤 경비가 허술하네요."

센쥬 "......"

세이슈 "미숙한 딸이라 미안하군. 센쥬, 시라누이는 네게 맡기마. 이번에는 제대로 해라."

센쥬 "바, 반드시!! 시라누이, 너는 내가 죽인다!"

시라누이 "네이네이."


센쥬는 독수를 번쩍 들고, 시라누이는 나기나타를 유연하게 겨누었다.


세이슈 "그리고, 나의 상대는 너이니라, 아사기."


세이슈는 닌자도를 빼들었다.

피로 물든 노파의 인생을 반영하듯 그 도신은 지독한 핏빛을 띠고 있었다.


아사기 "1 : 1인가."


아사기도 닌자도를 뽑아든다.


어젯밤 자객들과의 투쟁 후, 다시 닦아낸 그것은 깨끗한 빛을 되찾고 있다.


세이슈 "악귀육문, 슈젠의 유품인가. 정말 예쁜 칼이로구나."

세이슈 "하지만 살인 도구로는 부적합. 네 애비와 똑같이 말이야."

아사기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아버지를 죽인 건 할머니야?"

세이슈 "아니라고 하면 믿을 테냐?"

아사기 "우문이었네. 아버지의 원수든 아니든, 나는 너를 베겠어."

세이슈 "그래야 이가와의 여자지. 아사기, 할머니가 놀아주마."

아사기 "지껄이긴! 각오해라, 하토리 세이슈!!"



손녀와 할머니.


새로운 이가와, 오래된 이가와.


그 운명을 결정하는 투쟁이 지금 시작되었다.


***


네 명 중에 제일 먼저 움직인 건 센쥬였다.


어젯밤, 아사기, 시라누이 두 사람이 피폐해질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녀와는 딴사람 같다.


센쥬 "미즈키 시라누이!"

센쥬 "어젯밤엔 잘도 방해했겠다."

센쥬 "너를 위해 특제 독을 만들었지. 찰과상 하나로 지옥에 보내줄게."


센쥬는 독수를 갈고리 발톱처럼 쥐고 낮은 자세로 파고든다.


시라누이 "그거 참 감사한걸."


상대는 이가와 일문 굴지의 근접전 능력의 소유자.

게다가 정말 찰과상 하나가 치명상.


품 안에 파고 들어오면 불리하다.


센쥬는 땅을 기듯이 상궤를 벗어난 속도로 접근해 온다.

그 모습은 독거미 그 자체.


시라누이 "핫!"


적의 발길을 멈추는 삼단 찌르기


센쥬 "윽!"


센쥬는 속도를 순식간에 죽이고 좌우로 그것을 피한다.


너무도 빠른 움직임에 분신술을 쓴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아무리 시라누이라 해도 속도가 느려지는 세 번째 찌르기를 피해, 나기나타를 발로 짓밟았다.


시라누이 "뭣?!"


센쥬가 자루를 뛰어 올라온다.

너무 빠르다.


나기나타를 놓는 것이 늦다.


센쥬 "죽어!!"


오른쪽 관수 지르기.

독수가 시라누이의 미간에 처박힌다.


다섯 손가락 모두가 뇌수까지 박힌다.


시라누이 "크아악!!"


시라누이의 머리가 파르르 떨렸다.


눈, 코, 입, 귀, 얼굴에 난 구멍 모두에서 무라사키 독혈이 왈칵 쏟아진다.

보통이면 즉사.


하지만──.


센쥬 "또 그거냐!"


센쥬는 재빠르게 몸을 뺐다.


환영을 미끼로 배후를 잡는 것이 시라누이의 상투적인 수단.


카라스노 료마도 그렇게 쓰러졌다.

지금 건 환영이다.


방금 전의 독으로는 그렇게 죽지 않는다.


그 증거로 죽었을 터인 시라누이는 물이 되어 흩어지고 있다.


센쥬는 이미 그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배후를 잡으려는 진짜 시라누이가 나타남과 동시에 이번에야말로 독수를 내리친다.


시라누이 "그쪽이 아닌데."

센쥬 "뭐야?"


그 소리는 뒤에서.


물이 되어 흩어졌을 시라누이에게서 들렸다.


게다가 모습도 원래대로 돌아가 있다.


독으로 죽은 것도 아니었다.


시라누이는 관수 지르기를 피해, 상반신만 환영을 사용하여 죽음을 위장하고,

센쥬가 무방비하게 등을 돌리기를 노린 것이다.


최초의 환영 정도는 눈치챌 거라 내다본 시라누이의 블러프였다.


나기나타 자루를 밟게 한 것부터, 안면 독수 공격까지 모두 유도.

센쥬은 거기에 걸렸다.


센쥬 "아차──."


그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진다.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필살의 나기나타가 내리치려 했던 그때.


시라누이 "윽!!"


시라누이는 크게 후방으로 물러나고 있었다.


갑자기 땅에서 이형의 독사가 나타나, 시라누이를 덮친다.


시라누이 "하앗!!"


나기나타의 일격이 독사를 벤다.


그것은 세이슈가 아사기 몰래 밟고 있던 '류숙柳宿'으로 소환한 독사였다.


물론 아사기도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기습을 받은 시라누이를 지원하러 간 것도 아니다.


아사기 "야아앗!!"


세이슈의 시선이 아사기에서 시라누이로 옮겨간 바로 그 순간을 노려 세이슈에게 달려든다.


세이슈 "후후."


카아아앙!


두 사람의 닌자도가 불꽃을 튀긴다.


세이슈는 아사기의 공격을 쉽게 막아냈다.

미소마저 짓고 있다.


손녀의 행동을 예측했다는 얼굴이다.


세이슈 "아까웠구나."

아사기 "칫."

시라누이 "그러게, 깜짝 놀랐어."

센쥬 "어, 어머니......"


네 사람은 좌우로 갈라져 거리를 두고 자세를 바로잡는다.


아사기 "시라누이는 센쥬에게 맡긴 것 아니야?"

세이슈 "엄마가 되서 딸을 버려둘 수는 없지."

아사기 "잘도 말하네. 만약 시라누이가 베지 않았더라면 방금 전의 뱀은 센쥬까지 잡아먹었을 텐데."

센쥬 "......!"


센쥬은 멈칫하며 세이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자신을 미끼로 삼아, 이래저래 방해되는 환영의 힘을 사용하는 시라누이를 먼저 짓뭉개려 한 것이다.


세이슈 "......"


세이슈는 깜짝 놀라는 딸의 얼굴을 쳐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아사기 "센쥬, 아직도 이런 어머니를 따르게? 이 녀석에게 네 목숨 따위 아무래도 좋은 거야."

센쥬 "닥쳐, 아사기. 그것이 어머니의 소망이라면 난 아무런 망설임도 없어!"


센쥬는 딱 잘라 말했다.


어머니에 대한 두려움인지, 맹신인지 더욱 전의를 고취시킨 모양이었다.


세이슈 "착한 아이로구나, 센쥬."


세이슈는 비로소 딸을 돌아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시라누이 "방금 전 것이 '우보'. 놀랐어."

아사기 "저 여자의 스텝을 조심해.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


아사기는 세이슈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말했다.


시라누이 "거꾸로 말하자면, 스텝만 밟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뛰쳐나오지 않는다는 거지."


시라누이가 나기나타를 중단에 다시 겨누다.


아사기 "그래. 인법의 발동까지 시간이 걸려. 그게 우보의 최대 약점이고."


아사기의 말에 세이슈의 미소가 커졌다.


세이슈 "우후후후후, 해설 고맙구나, 아사기. 하지만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세이슈 "내가 스텝을 밟는 동안, 미끼가 되어주는 건 이 아이만이 아니거든."


세이슈가 말함과 동시에, 세이슈 휘하의 쿠데타 부대가 나타나 아사기와 시라누이를 포위했다.


두 사람의 습격을 알고 세이슈가 미리 사방에 배치했던 부대가 쇄도해 온 것이다.


아사기 "......"


아사기는 빠르게 주위를 살핀다.


시라누이 "......"


시라누이 또한 말없이 아사기의 등을 지킬 자세를 취한다.


그것을 두 사람의 발악으로 받아들였는지, 세이슈는 자못 즐거운 듯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세이슈 "너, 자신의 부하를 오차 탈환으로 향하게 했다면서? 그건 악수야."

세이슈 "양동을 벌일 생각이겠지만, 오차는 다시 제압하면 돼."

세이슈 "아사기, 네 목을 딴 후에."

아사기 "그렇게는 안 될 걸."

세이슈 "아니, 간단하게 할 수 있지. 당장 둘이서 이 녀석들을 상대해 보시지."

세이슈 "나는 그동안 스텝을 천천히 밟을 테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


세이슈는 사악한 본성을 드러내며 껄껄 웃는다.


아사기는 히죽히죽 웃었다.


아사기 "구제불능이네."

세이슈 "......!?"

아사기 "내가 제일 걱정했던 건 네가 도망다니는 거야."

아사기 "지구전에 들어가 시간을 벌면, 시간은 네 편이 되어, 우리는 졌을 테니까."

아사기 "네가 내 움직임을 간파하고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고 확신시킬 수 있다면."

아사기 "그때야말로, 나에게 승기가 있어."

세이슈 "흥, 억지 부리긴."

세이슈 "너희들이 단 둘이서 덤벼든 얼간이임에는 변함 없어."

아사기 "내가 언제?"


아사기가 왼손을 번쩍 든 순간,


함성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영산을 뒤흔드는 듯한 함성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코우카와 오보로 "코우카와 닌군, 참전하겠다!"



야구루마 야에몬 "우하하하하! 후우마의 호걸! 야구루마 야에몬, 여기에 참전! 오오옷, 이게 소문의 로리바바인가."



야오 비구니 "우후후, 야에몬, 오늘은 너의 취미는 자중해 두거라. 야오 비구니, 찾아 뵈었습니다."



후우마 토키코 "나의 이름은 후우마 토키코! 우리 후우마 종가, 단조 님의 한을 청산하기 위해 참전! 하토리 세이슈, 각오하라!"


나타난 것은 코우카와 가문, 후우마 종가로 구성된 연합 대마인 군단이었다.


그 수는 쿠데타 부대를 압도적으로 상회하고 있다.


세이슈 "바보 같은, 말도 안돼! 아사기! 네놈!!"

아사기 "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시라누이의 환상은 아니야."

시라누이 "우후후, 다행이지."

세이슈 "큭! 너희들, 해치워라!! 녀석들을 몰살시켜라!"


뜻밖의 사태에 십대 소녀의 가면이 깨지듯 벗겨진다.


아사기와 세이슈, 양측의 싸움은 일시에 패싸움으로 바뀌었다.


코우카와 닌군

"야아아아악!!"

"처먹어라! 공둔의 힘을!!"


후우마 종가군

토둔의 진수, 보여주마!!

"이가와 놈들!"


후우마 종가군

"단조 님의 원수!!"

"뼈저리게 느껴봐라!!"


쿠데타 부대

"큭, 이놈들!!

"되려 당하게 될──크아아!!"


대마인들의 초상의 인법이 서로 충돌했다.


그러나 쿠데타 부대는 수에서 뒤떨어져, 단 두 명을 포위섬멸할 생각이었는데, 되려 자신들이 당하는 처지가 되었다.


게다가──.


오보로 "코우카와류 대마살법·지조람(指爪嵐)!!"


오보로가 내지르는 신속의 손톱이 적의 몸을 종이 쪽지처럼 가른다.


야구루마 야에몬 "인법·은신술 '무형비의'. 자아, 남자들의 축제다──!!"


야구루마 야에몬이 만든 흙분신들은 마주 오는 적을 차례차례로 고깃덩어리로 만든다.


야오 비구니 "여전히 악취미인 기술이야. 너희들은 내 친히 인어의 벽안으로 천천히 말려주마."


상냥한 말투와는 달리 비구니의 사안은 상대를 이형의 괴물로 바꾸고 생명 에너지를 빼앗아 살육한다.


토키코 "사안 천리안 백귀야행!!!


그리고 어리면서도, 후우마 종가의 집사인 토키코가 투척하는 쿠나이는 문자 그대로 백발백중으로 적을 제압해 간다.


어느 쪽이든 일기당천인 대마인들.


이들이 이끄는 코우카와・후우마 종가의 대부대.


쿠데타 부대는 본래의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채 쓰러져 간다.


싸움의 추세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 와중, 아사기는 세이슈와, 시라누이는 센쥬와 1 : 1 대결에 임하고 있었다.


세이슈 "아사기!! 코우카와, 후우마의 힘을 빌려서 앞으로 어떻게 오차를 이끌어 갈 생각이냐?"


서로 거친 칼부림을 나누며, 세이슈가 그 이상의 격렬함으로 아사기에게 묻는다.


아사기 "어떻게라니. 난 처음부터 가문들 간의 융화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아사기 "그것이 내가 지향하는 오차, 내가 지향하는 대마인이다!"

세이슈 "멍청하긴!!"


세이슈는 분노와 함께 칼을 내리쳤다.


아사기 "자신의 미래에만 관심 있는 노인이 알아줄 거라 생각하진 않아!"


아사기는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낸다.


카아아아아앙!


두 사람의 삶의 차이를 보여주는 듯 불꽃이 튀었다.


세이슈 "큭!! 술의 발동까지 시간이 걸린다고 했지. 내 성둔을 얕보지 마라, 아사기!"


아사기의 검압에 눌린 듯, 세이슈가 몸을 뒤로 빼며 탁탁 어떤 스텝을 밟았다.


세이슈 "우보 '귀숙(鬼宿)'!!"

아사기 "와라!"


겉보기에 변화는 없다.


뭔가 소환된 기색도 없다.


뭘 한 거지? 어떤 술법이지?


세이슈 "하아아아아악!!"


세이슈가 다시 덤벼든다.

재차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내고 하고,


아사기 "......앗!"


등줄기를 가로지르는 오한에 아사기는 몸을 뒤로 뺐다.


동시에 칼을 맞대고 받아넘기려 한다.


카가가가각!!!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힘.


안돼. 흘려낼 수 없다.


칼이 꺾인다.


아사기 "크아악!"


그 직전, 상대편 칼의 중심부를 걷어차, 간신히 옆으로 흘린다.


즈갓!!


세이슈의 칼은 땅을 파고들어 깊은 균열을 만들어 냈다.


세이슈 "후후후, 감만은 날카롭구나."

아사기 "바보 같이 힘만 센 기술이네."


아사기는 나지막이 입을 놀렸지만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의 힘, 야츠 쿠로의 불사각성에 필적한다.


세이슈 "심플 이즈 베스트야. 죽어라, 아사기!!"


세이슈는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한편 시라누이와 센쥬의 싸움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센쥬 "시라누이! 너만 없었다면! 네가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성모처럼 아름다운 여자로 불리던 센쥬는 이미 냉정을 잃고 있었다.


그저 무작정 덤벼들어 독수를 좌우로 휘두른다.


시라누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은데."


시라누이는 뒤로 물러나면서 그것을 나기나타로 능숙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센쥬 "입 닥쳐, 이 암여우가!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라고!? 까불지 마!! 그 행복한 낯짝을 갈기갈기 찢어 놓겠어!"

시라누이 "왠지 모르지만 꽤 원망을 산 것 같은데."


시라누이는 이런이런 이라는 얼굴로 지금의 그녀에게 딱 맞는 인법을 사용했다.


시라누이 "수둔술 환영난무!"


상쾌한 물줄기가 시라누이를 에워싸면, 그 모습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열 명으로 늘어간다


센쥬 "네 녀어어어어어언!!"


센쥬는 야차의 형상이 되어 시라누이들에게 닥치는대로 독수를 꽂으려 했다.


하지만 모두 환영.

찰과상만으로도 적을 절명시키는 독수는 허무하게 스쳐 지나간다.


더구나 환상의 시라누이가 뿜어내는 수탄水弾이 사방에서 센쥬를 마구 때린다.


센쥬 "크아아아아아악!!"

시라누이 "소용없어. 방어는 거짓. 공격은 실제. 그것이 나의 환영."

시라누이 "그렇기에 나는 환영의 시라누이. 이제 조용히 해주실까."


푸슉!!


시라누이의 나기나타가 일섬.


독수가 양손목 모두 잘린다.


센쥬 "꺄아아아아악!!"


절규하는 센쥬의 배를 다시 나기나타 자루로 쿡 찔러 기절시킨다.


시라누이 "이 사람이 순순히 정보를 내뱉을 것 같지는 않지만, 생포는 아사기의 부탁이고."


시라누이는 아사기와 세이슈와의 싸움을 지켜본다.


아사기가 세이슈에게 몰리고 있었다.


세이슈 "어떻게 된 거냐!? 그 정도의 힘으로 나와 맞서 싸울 생각이었단 말이냐!"


아사기는 귀신과 같은 세이슈의 참격을 요리조리 피하고 있었다.


만약 방어 이외의 행동을 했다면 틀림없이 베였다.


그만한 강검이었다.


하지만 적의 움직임은 끝까지 보고 있다.


기세도 충분히 높아졌다.


체내를 흐르는 대마입자는 뜨겁게 달아올라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세이슈 "후하하하하하하!! 어차피 너는 아직 애송이. 나를 따라올 수 있을까 보냐!!"

아사기 "그렇다면 나의 진심을 보여줘야겠는걸!"

세이슈 "할 수 있다면 말이지!"

아사기 "하앗!!"


오만함에 취한 공격을 피해, 아사기는 매의 술 모션에 들어갔다.


세이슈 "헛수고다! 너의 인법은 나에게 통하지 않아. 우보 '벽숙(壁宿)'!!"


적도 보통내기가 아니다.


아사기가 인법을 쓰려는 걸 눈치채고 재빨리 방어의 스텝을 밟는다.


척 보기에도 강력한 방어 결계가 세이슈를 휘감았다.


아사기 "간다!"


아사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인법을 발한다.

그것은──.



아사기 "인법, 살진화(殺陣華)!!"

세이슈 "뭣!?"


순간, 세이슈 시야 가득히, 무수한 아사기들이 보였다


그 수는 수십, 아니 수백.


아사기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악!!"


수없이 많은 아사기 참격이 한꺼번에 세이슈를 덮쳤다.


흉사(凶事)가 스스로 빗겨가는 '벽숙'의 결계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세이슈 "구아가아아악!!"


순식간에 수백 개의 상처를 입고, 온몸에서 피를 뿜어내며, 세이슈는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세이슈 "서......설마......이......이런......기술을......최, 최강의......대마......인......"

아사기 "즉사시킬 생각이었는데. 역시 굉장한걸."

세이슈 "크, 크극......우구......"


세이슈는 땅바닥을 납작 엎드려 도망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빨갛게 물든 몸은 그 자리에서 허우적거릴 뿐이다.


이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다.


아사기 "죽을 때야. 체념하고 받아들여."


아사기는 숨통을 끊으려고 세이슈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비참하게 몸부림치던 세이슈의 모습이 휙 사라졌다.


아사기 "이런!"


우보 '우숙(牛宿)'


50미터 정도의 짧은 거리지만, 순간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발버둥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스텝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토키코 "세이슈가 사라졌다!"

아사기 "당황하지 마! 놈은 짧은 거리밖에 이동하지 못해. 게다가 사경을 헤매고 있어. 분명 가까운 곳에 있을 거야."

토키코 "모두!! 단조 님의 원수다! 세이슈를 놓치지 마라!"


후우마 종가군

"""옛!"""


토키코의 명령으로, 후우마 종가의 부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로 흩어져 갔다.


세이슈와 센쥬. 두 대장을 잃고 쿠데타 부대는 와해.

근소한 생존자는 뿔뿔이 흩어 도망쳤다.


이렇게 전투는 끝났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아사기, 시라누이, 그리고 오보로와 코우카와 부대 뿐이다.



오보로 "마지막의 마지막에 손속이 물러졌나 봐. 뭐, 그런 점이 너답지만."


오보로가 복면을 벗고 맨얼굴로 아사기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사기 "......"


아사기는 말이 없다.


손속의 물러짐은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오보로 "하지만 결과는 결과로, 지난번과 이번 일은 보상을 받아낼 거야."

아사기 "물론, 약속은 지킬게."

오보로 "그래. 잘 부탁해."


오보로는 피식 웃더니 휙 몸을 돌렸다.

그녀가 이끄는 코우카와 부대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시라누이 "후우마 종가는 고사하고, 설마 코우카와까지 끌어낼 줄이야. 어떻게 그녀를 아군으로 끌어들였어?"

아사기 "코우카와 일족은 오차로 이주하지 않고, 지금까지와 같이 코우카와 마을에 머무르도록 허락했어."

시라누이 "정부가 허락한 거야?!"

아사기 "정치란 거지."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아사기에게 시라누이는 껄껄 웃었다.


시라누이 "정치라. 그 야마모토라는 사람, 꽤 의지가 되는 모양이네."

아사기 "괜한 적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아직 이 소란이 끝난 게 아니니까."

시라누이 "그래, 싸움은 이제부터인걸."

아사기 "세이슈는 네가 나에게 붙은 것에 놀랐지만, 앞으로도 따라와 줘, 시라누이."


아사기는 악귀육문을 뽑아, 그 칼을 시라누이에게 내밀었다.


시라누이 "나는 당신의 칼이 될 거야. 이 환영의 시라누이, 마음껏 휘둘러 봐."


시라누이도 자신의 나기나타를 딱 맞댄다.


그것이 두 사람의 다짐이었다.


그 후.


야츠 쿠로가 인솔하는 부대는 오차의 탈환에 성공.

장로중은 약체화.


아사기는 오차에 새로운 지배 체제를 확립했고 어느덧 '최강의 대마인'이라는 이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가와 센쥬는 아무런 정보도 뱉지 않고 아미다하라 감옥에 수감.


하토리 세이슈의 소식은 알려지지 않았다.


필사적인 수색에도 불구하고 시체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세이슈의 생존을 의심케 하는 정보는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아사기 "......"


아사기는 벚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뇌리에 스치는 것은 그녀의 모습.


항상 옆에 있어서, 언제나 아사기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없다.

없어져 버렸다.


아사기(시라누이, 너는 지금 어디에 있어? 뭐하고 있는 거야?)


그 후, 시라누이는 9년에 걸쳐서 아사기의 오른팔이 되어 주었다.


지금의 오차의 주춧돌을 만드는데 공헌했지만, 5년 전 남편과 딸을 남기고 실종.


최근 들어, 『환영의 마녀』를 자칭하는 마족의 이름을 듣는다.


그것이 시라누이인지 어떤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언젠가 반드시 자신의 앞에 나타날 것이다.


아마 적으로서.


아사기 "......"


벚꽃이 팔랑팔랑 지고 있다.


아름답고도 허무한 봄 풍경이었다.


문득 등 뒤에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아사기는 뒤돌아보았다.


시라누이 "아사기, 이런 곳에서 혼자 뭐 하고 있어?"


순간, 예전과 같은 모습의 시라누이가 거기에 있었던 것 같았지만,



야츠 무라사키 "아, 아사기 님!"

아사기 "......무라사키."


벚나무 뒤에서 나온 것은 무라사키이었다.


무라사키 "네 무라사키에요. 아사기 님!!"

아사기 "왜 그래? 이상하게 얼굴이 빨갛네."

무라사키 "그, 그, 그런가요!?"

아사기 "그래. 새빨개."

무라사키 "죄, 죄, 죄송합니다! 벚꽃 아래 홀로 서 있는 아사기 님의 모습이 너무 고고하고 아름다워서요."

무라사키 "그게 하악하악......이 아니라, 왠지 방해하면 안 된다 생각해, 여기서 몰래 보고 있었어요!"

아사기 "후후, 그러니."


아사기의 입이 빙그레 호선을 그린다.


무라사키 "아사기 님? 왜 그러세요? 뭔가 즐거운 일이라도?"

아사기 "조금. 잠시 둘이서 꽃 구경이라도 할까?"

무라사키 "네, 부디!"


무라사키가 달려온다.


그래, 시라누이는 이제 없다.


그렇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이 무라사키를 시작으로 해서,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동료들이 있다.


아사기는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싱그러운 봄바람이 벚꽃을 하늘로 흩날리게 했다.



END


아미다하라 감옥 이벤트 때 탈옥한 게 센쥬.

그걸 도운 건 내조. 뒤를 봐준 건 아요우와 나가족.


스네이크 레이디와 그 뒤의 블랙이 얽혀있는 건지.

아니면 나가족의 다른 두 족장이 얽혀있는 건지.

혹은 둘 다인지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