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경기 메이 vs 나루미는 나루미 씨의 승리였다.

곧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된다.


ACO "그럼 다음 경기는......짠! 소우마 나루미 씨 vs 오보로 씨입니다!"

ACO "나루미 씨는 연전이 되겠지만, 승리하면 우승 확정!'

ACO "벌써 클라이막스, 달아올라요!! 자, 둘 다 가운데로!"


ACO 씨의 재촉을 받아 중앙으로 나선 나루미 씨와 오보로가 마주한다.


나루미 (신입생 환영행사를 위해서 3개월, 이 임무를 위해서 반달 동안 특별 훈련을 했어. 갑작스레 뛰어든 당신이 이길 수 있을까?)

오보로 (퍽 자신 있는 것 같지만, 나에게는 닿지 않아.)


갑작스럽게 참가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오보로의 표정에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오보로 (그 이유는──.)


1개월 전쯤, 요미하라.


그 날, 요미하라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젖은 돌멩이를 하이힐로 걷어차고 어딘가 우울한 듯 뒷골목을 걷는 여자.



오보로 "......"


오보로였다.

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고, 옷이 젖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빗속을 걸어간다.


??? "보......."


문득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오보로 "뭐야?"

고양이 "보오."



소리가 나는 쪽을 찾아보니, 거기에는 어딘가 유머러스한 체모의 고양이가, 사람 같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오보로 "뭐야, 고양이인가? 이상한 울음소리네."


그렇게 오보로는 다시 걷기 시작한다.


고양이 "오보오......"

오보로 "......"


고양이는 그런 오보로를 바라보며 다시 작게 울었다.


오보로 "......하아."


떠나려던 오보로였으나 곧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리더니 고양이 앞에 쪼그려 앉았다.


오보로 "들고양이인가? 애교 없는 얼굴이네. 그러니까 먹이라도 챙겨줄까 하는 생각조차 안 들잖아."

고양이 "보."


고양이는 도망가지 않고 얼빠진 얼굴로 오보로를 바라본다.


오보로 "너도 혼자야? 이거라도 먹으렴."


오보로는 크래커를 하나 꺼내더니 고양이 앞에 놓았다.


오보로 "......어이쿠,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쇼의 시간이네."


오보로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흙탕물을 튀기며 빠른 걸음으로 골목 속에 사라진다.

고양이는 말없이 그 뒷모습을 계속 전송하고 있었다.


수십 분 후.


요미하라에서 오보로가 운영하는 펍.

그 무대에서, 오너인 오보로 스스로가 치어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했다.



DJ 『우리의 여왕벌 오보로 님에 의한 댄스 쇼였습니다!"

DJ 『귀엽고 에너지 넘치는 치어 댄스! 이건 플로어도 발딱 서버린다고!』


...............。


...............。


DJ를 맡은 마족의 흥겨운 목소리와는 달리 객석은 조용했다.


이윽고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된 종업원들이 짝짝......하고 드문드문 박수를 친다.


사실 이 가게는 오랫동안 파리만 날려, 오늘도 결국 손님이 거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다.


바가지라고 할 수 있는 가격과 폭력적이고 건방진 종업원들에게는 요미하라 주민들도 정나미가 떨어졌던 것이다.


오보로 "이 가게도 끝낼 때인가......"


덧없이 조명을 쐬며, 텅 빈 객석을 내려다보면서, 과연 오보로도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오보로 "딱히 돈벌이를 하려 한 것도 아니지만. 이렇게나 손님이 안들어오면......"


원래 이 가게는 오보로가 개인적인 아지트 대신으로, 또 정보수집의 거점으로서 연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손님이 전혀 들어오지 않으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정보 수집도 할 수 없고, 무엇보다 오보로의 프라이드가 허락하지 않는다.


거기서 기사회생의 일책으로 쇼를 시작해 보았는데──.


오보로 (댄서들을 고용해도 금방 도망쳐 버려. 급료는 괜찮은데, 어째서일까?)


그것은 오보로가 변덕을 부리거나 고문하거나 하는 탓이지만, 그녀는 그 자각이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댄서들도 한 명도 남지 않았을 때, 오보로는 스스로 무대에 선 것이었다.


오보로 "하아......"

??? "보오......."


그때, 한숨을 쉬는 오보로의 귀에, 묘한 소리가 들렸다.


??? "보오......오보......"

오보로 "저건......?"


고양이 "오보, 보오~~~"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아까 먹이를 준 고양이가 입구 옆에 오도카니 앉아있지 않은가.


그 이상한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면서, 마치 박수 대신이라는 양, 필사적으로 울부짖고 있다.


고양이 "오보오, 보오~~~~."

오보로 "따라왔었단 말이지......"


오보로가 웃는다.


고양이는 그에 부응하듯 "오보오~~~" 하고 크게 울었다.


오보로 (그 이후로, 왠지 묘하게 의욕이 생겼어.)

오보로 (매일매일 춤을 갈고 닦았지. 뭐, 손님은 여전히 없었지만......)

오보로 (고양이 한 마리라도, 관객이 있으면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거야.)


ACO "둘 다, 준비는 되었겠지!"

ACO "그럼 간다! 뮤직 스타트!"


***


오보로의 춤은 그 자신감 못지않게 훌륭했다.


파워풀한 움직임과 스피드로 연이어 터져 나오는 큰 기술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한편 나루미 씨도 지지는 않았다. 오보로와의 기술 대결을 피하듯이 나긋나긋한 포즈를 차례차례 취해 간다.


마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

두 사람의 춤은 아름다운 난투 같았다.


ACO "네에, 거기까지!"


ACO 씨의 목소리로 음악이 멈추고, 두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중앙에 나란히 선다.


나 (위험한데......오보로의 춤이 생각한 것 이상이야. 만일 지기라도 한다면......)


ACO "휘이익, 둘 다 멋져! 오보로 씨는 다이나믹한 기술의 연발로, 눈을 뗄 수 없는 댄스였어!"

오보로 "흐흥."

ACO "나루미 씨는 아까와 달리 부드러운 분위기가 좋았지!"

나루미 "여러 종류의 춤을 공부해 둔 게 도움이 됐어."


ACO "음, 이번의 승자는......"

ACO "소우마 나루미 씨!!!!"


ACO 씨는 나루미 씨의 손을 잡고 높이 쳐든다.


오보로 "뭐, 뭐라고!?"

ACO "값을 매기기 힘든 승부였지만 나루미 씨는 곡의 미세한 감정까지 표현한 게 리드 포인트일까!"

나루미 "후후, 고마워. 평소에 벌레들의 마음을 읽고, 대열을 짜게 해서 그런가 봐."

나루미 "음악에 담겨진 섬세한 감정을 읽고, 움직임으로 체현한다──. 댄스는 정말 심오해."


2승을 거둔 나루미 씨, 이걸로 우승이 결정되었다.


시카노스케 "오옷! 해냈어! 이걸로 우승이야!!!"

헤비코 "역시 나루미 씨! 임무 달성이네!"


헤비코, 시카노스케도 일어서서 박수를 친다.

나는 그 옆에서 후유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ACO "오보로 씨도 좋은 미소였어!! 역시 댄스는 자신감과 미소지!"

오보로 "흥......"


ACO 씨의 말에, 오보로의 눈을 내리뜨고 자조하는 한숨을 내쉰다.


오보로 "춤보다 미소를 더 칭찬받는다란 건, 그러니까 그런 거지?"

ACO "아, 그런 뜻이 아니야! 댄스도 괜찮던데?"

오보로 "입에 발린 말은 거기까지. 이런이런, 역시 내게는 이 방법 밖에 없나......"


오보로는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흔들면서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마족 "목숨을 받아가마."

시카노스케 "우왓!? 뒤에서 마족이!?"

나 "숲 속에 숨어 있었나! 오보로 녀석, 역시 정정당당히 대결할 생각 따위는 없었구나!"


우리가 앉아있던 자리 뒤에서 노마드의 병사들이 일제히 나타나 무기를 빼들고 덤벼든다.


헤비코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이쪽도 싸울 준비는 해놓았다고!"

시카노스케 "그, 그래! 댄스 대회의 방해는 못하게 할 거야!


END


80년대에나 유행했을, 비 오는 날 고양이를 챙겨주는 순정만화 속 불량을 성별만 바꾼 것도 아니고.

섹션 4까지 스토리 전개가 이 모양인 걸 보니 또 '그 새끼'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