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 길안내를 부탁하고, 시카노스케와 린은 문제의 마을에 도착했다.


린 "이건......?"

시카노스케 "우......뭐야 이거, 누나, 굉장히 불길한 분위기인데......"


도착한 목적지──마상촌의 모습에 두 사람이 얼굴을 굳힌다.


산길에서 느낀 요기는 틀림없이 이 마을에서 흘러나온 것이었을 것이다.


짙은 안개가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햇빛도 가려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의 모습도 없다.


그러나 거리 근처의 집들에서 가만히 이쪽을 바라보는 불온한 기색이 전해져 온다.


노인 "네......지금 이 마을에는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마을 사람들은 모두 집안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린 "흐음. 무시무시한 일이라......"


'카미카쿠시'.

그리고 산속에서 마주친 괴물들일 것이다.


노인 "네, 일단 이쪽으로. 이야기는 저희 집에서......"


노인은 음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을 마을 안쪽으로 이끌고 간다.


노인의 저택.


마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탓인지 여기는 요기가 조금 덜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변의 분위기는 어둑하고 음산한 상태이긴 하지만.


노인 "이 마을을 조사하러 오셨다, 그렇게 말씀하셨죠......?"

노인 "제가 아는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노인의 저택・불간


노인 "솔직히 말해서......제 쪽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만......"

린 "당신이 아는 것만으로 좋아. 지금은 어떤 작은 정보도 중요하니."


린이 노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듣자하니 노인은 일찍이 마을의 운영역을 해왔고, 또 이 지방의 역사나 풍습에도 정통한 것 같다.


그래서 린은 마을의 이변에 대해 이 노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이다.


노인 "알겠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차례대로 말씀드리죠."


그렇게 노인은 말하기 시작한다.


계기는 마을에 오랜 세월 모셔져 있던 신목(神木)이 소실된 것이라고 한다.


원인은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의 난잡한 캠핑놀이로 인한 화재였다.


인근 산림이 연소됐고, 산속에 있던 신사와 신목들도 피해를 봤다.


린 "흐음. 바보들의 불장난인가. 화가 날 법한 일이야."

노인 "네.....그러나 딱히 그들을 나무랄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노인 "젊은이들이 이렇게 깊은 산골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기쁜 일이니까요......"


노인이 지친 듯 미소를 짓는다.


아무튼 그 젊은이들은 법의 처벌을 받았고 산중의 신사도 복구되기 시작했다.


소동은 일건 낙착──.


일 듯 싶었으나 거기서부터 새로운 사건이 시작되었다.


'카미카쿠시'다.


린 "카미카쿠시......"


린이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린다.


린과 시카노스케가 이 마을을 찾은 것도 그 실종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노인 "이 근방의 산에는 사람을 이계로 납치해 잡아먹는다는 '카쿠시(隠し) 신'의 전승이 있습니다."

노인 "그 악신을 봉하고 있던 것이, 산중의 신사에 모셔져 있던 신목......"

린 "........."


이변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마을 사람들도 적었던 것 같다.


카쿠시 신의 전승은 몇백 년 전의 것.


현대의 실종 사건과 연관 짓는 것은 너무나 황당하다.


하지만, '카미카쿠시'는 멈추지 않고, 사라지는 마을 사람들의 수는 계속 늘어났다.


노인 "그때서야, 저희도 드디어, '무언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그렇게 깨달았습니다."


노인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은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소실된 신목에 기도를 올려 카쿠시 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히려 했다.


외부 기관에 구원을 의뢰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 의뢰가 돌고 돌아 오차 대마인 조직까지 왔다.


......그러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노인 "저건......역시, '지벌(타타리)'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인 "산에서, 지벌이 내려왔습니다......"

린 "호오?"

시카노스케 "히에......지, 지벌......?"


'그것'이 시작된 것은, 불과 몇일 전이었다.


산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꺼림칙한 빛깔의 짙은 안개가 내려온다고 한다.


원인은 알 수 없다.


단지, 그것에 접하면 중병에 걸린 것처럼 몸의 자유를 빼앗긴다.


몇일 간 전신의 격통에 시달려, 이윽고 의식을 잃고──.


노인 "무서운 괴물이 되어......사람을 덮치기 시작합니다."

노인 "아까 당신들도 보셨듯이......"

시카노스케 "!!? 그, 그거 원래 인간이었던 거야?"


시카노스케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신음한다.


조금 전 두 사람이 산길에서 퇴치했던 괴물들.


저것은 기괴한 안개에 닿아 변모한 마을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린 "......진정해라, 시카노스케. 어쩔 수 없었어."

린 "그렇게까지 변모하면 편하게 만들어 주는 것 밖에 없어."

시카노스케 "아, 아아......누나......"


린이 냉정하게 시카노스케를 타이른다.


괴물들의 몸을 조사했을 때 짐작은 하고 있었고, 또 실전 경험이 풍부한 린에게 이런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린 (그런데, 지금부터 어떻게 하지......?)


간단한 조사일 것이 예상을 뛰어넘어 중대한 사건으로 돌아왔다.


오차에 정보가 들어온 것은 '카미카쿠시'의 단계다.


그 때문에 소수 인원으로 조사차 왔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사람들을 괴물로 바꾸는 해괴한 안개.


카쿠시 신의 지벌......


린 "원인은 그 소실되었다는 신목에 있을 듯하군."

노인 "네, 네에......그러나 지금 산중은 괴물이 발호하는 이계로 변해 있습니다."

노인 "저 같은 늙은이로서는, 다가가는 것조차......"

린 "흐음......"


이에 노인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산길을 내려가고 있었다.


거기서 괴물들이 덮쳐와──살기 위해 도망쳤을 때, 린과 시카노스케를 만났다.


노인 "우에하라 님......이라고 하셨죠? 아까 산속에서의 싸우던 모습......"

노인 "혹시, 뭔가 요괴 등을 퇴치하는 특별한 힘이라도......?"


노인이 린과 시카노스케에 매달리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괴물들과 싸우는 장면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린 "그렇지. 나와 시카노스케는 이런 사태의 전문가. 그래서 조사를 위해 왔어."

노인 "그렇다면......! 저희들을, 이 마을을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노인이 절박한 얼굴로 몸을 내밀었다.


노인 "그 지벌의 안개에 닿아 버린 마을 사람들은 아직 많이 있습니다......!"

노인 "이대로는 그들도, 아까 그 괴물들 같은 끔찍한 모습으로......"

시카노스케 "에, 에에......"

린 "........."


노인 "수백 년 전......일찍이 카쿠시 신이 지벌을 내렸을 때."

노인 "강한 수행자가 찾아와 그것을 봉했다는 전승이 있습니다......그러니까......!!"

노인 "두 분의 힘이라면, 어쩌면 이 지벌을 멈추는 것이......"

노인 "그렇지 않으면 이제, 이 마을 사람들은......!"


노인은 오열하듯 린과 시카노스케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지벌로 친한 이웃을 빼앗기고 심신이 한계에 달한 모양이었다.


시카노스케 "누, 누나......우리끼리라도 어떻게든 하자!!"

시카노스케 "저, 저런......무고한 사람이 괴물로......나, 그런 것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

린 "아아, 그렇지......"


시카노스케는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용기를 내 린에게 호소한다.


이 작은 사촌의 빛나는 정의감을 린은 진심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린 "소수로 맞서기에는 상당히 위험한 사태 같지만......그렇게도 말할 수 없을 것 같군."

노인 "오!? 그렇다면......?


노인이 화들짝 안도의 얼굴을 보이다.


린 "아아. 어쨌거나 이 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하지만 그 전에."

린 "한 가지, 질문하지. 노인."

린 "당신은 어째서 '인간 행세'를 하는 거지?"

"노인 "──!?"


푸슉!!!


시카노스케 "누, 누나!!?"


시카노스케가 깜짝 놀라 외친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린의 오른손이 휘날리며 노인의 몸을 꿰뚫은 것이다.



뇌격광검.


뇌둔에 의해서 만들어진 칼날이, 무방비한 노인의 몸을 불태운다──.


린 "......흥. 역시 그런가. 요물이 둔갑한 거였어."

??? "히히히히히. 놀랐다고. 어떻게 알았지? 제법 잘 둔갑했다고 생각하는데."

시카노스케 "에에!!? 어, 어떻게 된 거야 누나!!?"


재차 시카노스케가 경악성을 지른다.


린의 검에 꿰뚫린다──그렇게 생각했던 노인이, 그것을 재빠르게 회피하고, 거미처럼 벽에 붙어 있었다.


린 "확증은 없었지만 놈에게는 몇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것을 시험했을 뿐이야."


빈틈없이 검을 겨누고 린이 대답한다.


노인의 옷에 더러움이 없었던 것이다.

산중을 괴물에게 쫓겨 도망쳐 다녔다──라고 하기에는, 그 옷은 너무 깨끗하다.


하나 더.


린 "괴물은 모르겠지만, 사람에게는 죽은 자를 애도하는 마음이 있다."


이 '노인'으로 둔갑했을 때부터 방치한 채였을 것이다.


불간의 공물은 건조하고, 뽀얗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것이 땅의 풍습에 정통한 노인의 행실일까.


그걸 수상쩍게 여긴 린은 자신의 뇌검으로 노인을 내리쳤다.


뇌검은 그녀의 의사로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다.


만약 지나친 생각이라면, 직전에서 칼날을 거두려 생각하고 있었지만──노인은 정체를 드러냈다.



??? "호오호오. 꽤 총명한 여자로군. 내 영역에서 잡아먹으려 했는데."

??? "뭐, 어느 쪽이든 결과는 똑같아. 초조해 할 필요는 없어──."


덜컹!!!


린 "앗!!?"


낄낄거리며 기분 나쁘게 웃던 노인이 또 한 번, 엄청난 민첩성으로 창 밖으로 뛰쳐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한적한 저택에는 린과 시카노스케만이 남겨졌다.


시카노스케 "누, 누나......그 녀석은 뭐였지......?"

린 "글세, 사역마인지, 아니면 지벌의 원흉이라고 하는 '카쿠시 신" 그 자체인가──."

린 "어느 쪽이든, 이 임무, 역시 쉽지 않을 것 같아."


***


세차게 들이치는 폭우 속에서 린과 시카노스케는 달리고 있었다.


린 "사라져라! 이 괴물 놈들!


자쿠!!! 자슈!!!


???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앞을 가로막는 기괴한 생물을 린의 전격을 두른 쿠나이가 베어 가른다.


산중의 신사로 이어지는 길이다.


마을에 재액을 가져왔다는 '카쿠시 신'.


그 영역에, 이미 마을 대부분이 삼켜져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산속으로 향하는 도중, 갑자기 썩은 냄새와 함께 세찬 비가 몰아치고, 본적도 없는 해괴한 생물들이 무수히 꿈틀거리고 있었다.


린 (이것이, 녀석이 말한 그건가......)


──산중은 괴물이 발호하는 이계.


마을 노인으로 둔갑해 두 사람 앞에 나타난 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 저택에서의 대화로부터 1시간 정도 경과하고 있었다.


린 (가능하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진행하고 싶었지만......)


비에 온몸을 적신 린이 희미하게 안색을 흐린다.


린이 마을의 사정을 들으려고 한 노인은, 목표로 하는 적 그 자체였다.


린 (그리고 놈은 우리를 자기 영역으로 유인하려 했다......)


아직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자기 영역 밖에서는 힘을 떨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놈은 교묘하게 두 사람을 끌어들이려고 했다.


그러니, 부주의하게 그곳에 발을 디디는 것은 위험하다.


가능하면 부대와 함께 쳐들어가는 것이 좋다.


린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도 없어......)


린은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결과는 같다」. 놈이 호언장담한 이유가 판명된 것이다.


이 마을은 외부와 차단되어 있다.


둘이 가려는 길로는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반대는 불가능.


몇 번을 나아가도 숲속에서 헤매다 마을로 되돌려지고 만다.


외부와의 통신도 시도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처음 몇 번은 간신히 오차와 연결되어 간단한 상황 설명과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것도 곧 끊겨, 지금은 아무런 반응도 없다.


린 (즉, 우리들은......카쿠시 신이라든가 하는 녀석의 영역에 사로잡혔다.)


외부로부터의 구원도 기대할 수 없고, 시간도 길지 않다.


가만히 있으면 지벌의 안개에 닿은 마을 사람들은 확실히 때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위험을 알고서도 갈 수밖에 없다.


시카노스케 "히잇!? 이, 이 자식...... 전둔술 '스파크'!!"

???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미적지근한 장기(瘴気)의 비를 맞으며 시카노스케도 필사적으로 인법을 사용한다.


린 "괜찮아, 시카노스케!? 이대로 뚫고 나가자!!"

시카노스케 "우, 응!! 괜찮아, 가자 누나!"


시카노스케와 린은 짧게 말을 주고 받으며 이계화된 길을 달려나갔다.


한층 더 강렬해지는 비 속에서, 두 사람은 '카쿠시 신'의 전승의 땅──산중의 신사를 향해 달린다.

하지만 줄기차게 내리는 장기의 비 속에서 달려드는 무수한 마물들과 싸우는 것은 상상보다 더 가혹했다.


시카노스케 "제, 젠장!! 끈질긴 녀석들──스파크!!"

???

'끼이이이이이!!!!

"끼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시카노스케의 혼신의 전격으로 까맣게 탄 괴물들이 쓰러진다.


시카노스케 "조, 좋아......이 근처의 적은 없어졌어......앞으로 조금이야, 누나......"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시카노스케는 이를 악물며 달리고 있었다.


전투 외에도 전둔의 소나를 이용해 괴물들의 위치를 세밀하게 탐지하고 있다.


빗속에서 탐지하는 부하는 크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린 "......괜찮니, 시카노스케? 안색이 새파래졌어."


그런 시카노스케에게 린이 말을 건다.


한시라도 빨리 마을 사람들을 돕는다──그런 생각에서인가, 필사적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시카노스케.


그러나 린이 볼 때 그의 몸은 분명히 한계를 맞이했다.


차가운 비에 몸이 차가워지며, 인법을 사용한다.


안색이 창백해지고 무릎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기력도, 체력도 바닥 났다.


시카노스케 "헤헷......괜찮은 게 당연하지! 자, 가자구 누나.......!"

시카노스케 "누나가 쌩쌩한데, 나만 뒤처지는 건......우왓!"


철퍼덕.


그렇게 말하는 도중에도 다리가 꼬여 산길에 쓰러지고 말았다.


시카노스케 "어, 어라......? 뭐지 이거, 이상한데......?"

시카노스케 "아하하하, 그래도 괜찮아, 누나. 금방 일어설게."

시카노스케 "나......누나에게, 걸림돌이......"

린 ".......시카노스케."

린 "조금 쉬자. 이건 명령이야."


쏴아아아아아아......


빗소리가 조금 멀어지고 있었다.



산길 도중에 있던 마을의 집회소로 보이는 건물의 잔해.


시카노스케를 챙긴 린은 여기서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린 "이걸로 몸을 닦아. 조금은 나아질 거야."

시카노스케 "우, 응, 고마워......"


린이 시카노스케에게 타월을 건넸다.


젖은 몸은 체력을 빼앗긴다.


실전 경험이 풍부한 린다운 배려였다.


시카노스케 "저, 저기......누나는 몸 안 닦아도 돼?"

린 "난 네가 다 쓴 다음이어도 상관없어."

린 "그것보다, 등이 아직 젖었는데? 보여봐, 내가 닦아 줄 테니."

시카노스케 "괘, 괜찮아......! 어린애도 아니고, 그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어......"

린 "후후. 그렇구나. 미안, 쓸데없는 말을 했네."

시카노스케 "아, 아니, 그렇지는 않지만......"


당황한 듯이 말하고 풀이 죽은 얼굴이 되는 시카노스케.


린이 신경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오히려 자신이 한심해지는 것이다.


시카노스케 "그보다, 미안해 누나......지금은 일각을 다투는 때인데, 나 달릴 수 없게 되어버려서......"

린 "괜찮아. 신경 쓸 거 없어."

린 "이게 훈련이라면 억지로라도 엉덩이를 걷어찼겠지만 지금은 실전이야."

린 "필요할 때는 쉬어야지, 여차할 때 움직일 수 있어. 휴식은 부끄러운 게 아니야."

시카노스케 "응......"


옆에 앉은 린이 온화하게 미소짓는다.


시카노스케 (린 누나는 상냥하니까......)


오차의 학생에게는 귀신 교관이라 두려움을 사는 우에하라 린이지만, 그 본성은 매우 온화하고 여성스럽다.


그런 그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카노스케는 무심코 입에 담지 않는 약한 소리를 내뱉고 만다.


시카노스케 "누나, 난 왜 이리 약할까......"

린 "시카노스케......?"


린이 고개를 갸웃하고 시카노스케를 돌아본다.


시카노스케 "아니, 나......뭔가, 한심해져 버려서......"


린과 자신의 인법의 차이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참혹할 정도로 큰 격차.


빗속에서 반짝이는 뇌격광검.


시카노스케가 적 하나에게 고전하는 동안 린은 그 10배 이상을 간단히 섬멸했다.


시카노스케 "나도 누나나 유키카제 같은 뇌격을 낼 수 있다면, 제대로 도움이 되었을까......"

시카노스케 "하지만......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인법으로 그런 건 무리고......"


시카노스케의 전둔은 원래 정전기 만한 위력 밖에 없다.


그것을 오차 기술부가 개발한 배터리를 사용해 어떻게든 실전 레벨로 끌어올리고 있다.


린 "후후. 뭘 바보 같은 소리를......"


맥없이 고개를 숙이는 사촌의 머리를 린이 쓰다듬는다.


린 "너의 힘이 도움이 안 돼? 그렇지 않아."

린 "너도 제대로 적을 쓰러뜨리고 있었어. 게다가──."

린 "너의 전둔은 탐지도 가능하지?"

린 "그 힘 덕분에 적과 거의 조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린 "나는 자랑스러운 전과라고 생각하는데."


시카노스케는 전파를 소나처럼 사용해 적의 위치를 탐지할 수 있다.


그 힘 덕에 두 사람은 최소한의 싸움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시카노스케 "그, 그건......하지만, 나, 그 정도 밖에 할 수 없고......"

린 "그렇지. 그래도 나의 뇌둔으로는 너만큼 정밀도 높은 탐지는 할 수 없어."

린 "네가 없었다면 난 아직 산 아래서 적에게 둘러싸여 있었을지도 몰라."

시카노스케 "어? 그래.....?"


린도 같은 뇌둔계 술자니까 안다.


시카노스케와 자신의 뇌둔은 근본적인 부분이 뭔가 다르다.


린은 뇌둔의 술로 만들어낸 번개의 힘을 조종하는 데 비해, 시카노스케의 전둔에는 뭔가 다른 힘이 내재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


그 차이가 두 사람의 사용하는 인법에서도 미묘하게 드러난다.


린 "아아.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할 수 없어."

린 "그리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할 수 없어."

린 "즉, 사람은 각자의 역할이 있고, 단지 그것을 온 힘을 다해 완수하면 되는 거지."

린 "단순히 강하다고 자만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고."

린 "반대로 힘이 없다 우울해지는 것 또한 어리석은 짓이야......알겠니, 시카노스케."


귀신 교관 우에하라 린이 담담하게, 그러나 상냥하게 소년을 타이른다.


그 말이 조용히 그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시카노스케 "응, 고마워.......맞아, 린 누나......"

시카노스케 "그러고 보니, 옛날 후우마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어."

린 "호오. 그 후우마의 젊은 당주가."


오차의 임시 강사인 린은 후우마 코타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코타로는 그닥 열성적인 학생이 아니기도 해서, 직접 말을 나눈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시카노스케 "응. 그건, 내가 막 학원에 들어갔을 무렵인데──."


시카노스케는 수줍은 듯이 웃으며, 그때의 일을 린에게 말한다.


벌써 1년 쯤 전의 일일까?


학원에 들어갔을 당시, 시카노스케는 주위의 학생들로부터 가벼운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학생들

『어이어이! 보라고, 이 꼬마, 또 엉덩이로 전기를 뿜는다고!』

『꺄하하! 똥 싸는 거냐고!』


시카노스케 『시, 시끄러워, 바보!! 멋대로 보지 마......!』


닌자의 훈련 시설인 오차학원에서는, 힘이 곧 정의다.


몸집이 작고 인법도 약한 시카노스케가 놀림이나 왕따의 표적이 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


그러나 돌연, 거기에 참견해 온 것이──.


후우마 코타로 『하아. 정말 못 봐주겠군. 너희들, 시답잖은 짓 그만해.』


린 "호오......!? 그, 너를 괴롭혔다는 학생들은 나중에 찾아내서 죽인다 치고──."

린 "꽤나 기골 있잖아. 그 사람──후우마 코타로가 그 괘씸한 놈들을 해치웠단 말이야?"

시카노스케 "아, 아니 누나, 옛날 일이니까, 죽이진 말고......"

시카노스케 "아니, 그때는 후우마도, 나와 함께 너덜너덜 해졌어."

린 "뭐야?"


린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굳이 말참견을 하더니 두들겨 맞았나?


시카노스케 "응. 그럴것이, 그 무렵의 그 녀석은 게으름뱅이였고, 나만큼 약했으니까──."



시카노스케 『아파......그보다, 너 뭐야.』

시카노스케 멋있게 끼어들어 놓고는, 너무 약하잖아. 뭐 하러 참견한 거야? 


운동장 옆 잔디밭에 드러누우며 시카노스케가 물었다.

옆에는 똑같이 너덜너덜해져 뒹구는 코타로가 있다.


코타로 크크. 그거야......네가 그랬기 때문이야. 

코타로 그러니까 나도, 따라한 거지. 

시카노스케 뭐어? 


코타로는 엉망진창이 된 얼굴로 쓴웃음을 짓는다.


코타로 너도 엄청 약하면서 그 바보들 상대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지? 

코타로 그냥 얌전히 굽실거리지 그랬어? 


시카노스케는 약하면서도 뜨거운 정의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절대 학우들의 불합리에 굴복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쓸데없이 찍혔다.


코타로 그게, 바보 같으면서도......굉장히 멋있어 보여서 말이야. 

시카노스케 뭐어? 그게 뭔 소리야, 바보 같은데 멋있다니? 

코타로 크크. 아아, 가끔은 그럴 수도 있어. 


코타로가 즐거운 듯이 웃다.


당시 코타로는 지금과는 달리 어딘지 모르게 속세를 떠난 사람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그것은 그의 '눈병신'이라는 능력의 결여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무엇인가 과거에 입은 마음의 상처 때문일 수도 있다.


아무튼 그런 코타로에게는 불합리에 지지 않고 분발하는 시카노스케에게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코타로가──.


코타로 애당초 힘이 세다고 으스대는 놈은 모두 바보야. 

코타로 나는 그런 건 조금도 훌륭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코타로 힘이란 건 사용하기 나름이야. 언젠가 그것을 깨닫게 해주겠어. 

시카노스케 ......? 헤헤......뭐야 너. 

시카노스케 그런 꼴로는 억지 부리는 걸로 밖에 안 들린다고? 

코타로 하핫. 그럴지도 몰라. 


너덜너덜한 얼굴로 그라운드에 뒹굴고 있던 코타로와 시카노스케는 서로 웃는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친구가 되고, 이윽고 코타로의 소꿉친구인 헤비코도 가세해 셋이서 어울리게 되었다.


시카노스케 "......그 녀석은 정말로 그 말을 실천했어."

시카노스케 "인법을 쓸 줄 모르는데, 머리를 써, 필사적으로 힘내."

시카노스케 "나에게도, 여러가지 사용법과 보조용 도구를 생각해 주었어."


그래, 그 친구를 생각하면, '힘이 약하다'며 기죽어 있을 수 없다.


시카노스케 "......나에게 있어서, 그 녀석은 히어로야."

시카노스케 "누나, 그 녀석에게 지지 않도록, 나도 노력할게......!"

린 "후후, 그래."


린이 조용히 웃었다.


학원에 들어간 후로는 이 소년이 조금 씩씩해진 것을 느끼고 있었다.


좋은 친구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린 "흐음. 하지만──."

린 "이름 정도 밖에 몰랐다지만, 후우마 코타로는 장래성이 있는 청년이군."

린 "뭣하면 너와 함께 그쪽 기술을 지도해 줘도──."

시카노스케 "누나!?"


시카노스케가 당황한 얼굴을 하자, 린이 우스꽝스럽다는 듯이 웃는다.


린 "하핫 농담이야. 하지만 조금 회복되면 바로 가자."

시카노스케 "앗......응! 알겠어, 가자. 누나!"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시카노스케가 일어선다.


몸을 닦고 휴식을 취하자 힘이 되돌아왔다.


한 번 꺾일 뻔했던 마음도 이제는 흔들리지 않는다.


린 "그럼 달리자, 시카노스케. 적의 거처까지 얼마 남지 않았어."


END


후붕이와 시카노스케를 두들겨 팬 학생들은 가이자가 뒤에서 몰래 보복하지 않았을까.


옛날의 우정 제외하고도 그 녀석 성격 상 '감히 후우마 일족에게!' 이러면서 주먹 안 들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