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수업이 끝났다.


방과 후의 느긋한 시간이 흐른다.


시카노스케 "야, 유키카제. 오늘 한가하면 내 특별 훈련을 도와주지 않을래?"

유키카제 "별 일이네, 나한테 제안하고. 평소에는 후우마와 하잖아."

시카노스케 "헤헷, 요전에 새로운 전둔술을 개발해서 말이야. 그걸 보여주고 싶어."

유키카제 "상관없지만, 요전에도 비슷한 말을 하면서, 나보고 등 뒤에서 안아달라 해놓고 달라진 게 없었잖아."

헤비코 "시카노스케짱, 그런 말 했어? 그거 성희롱이야!"


헤비코가 즉각 들이받자 시카노스케는 황급히 변명을 시작했다.


시카노스케 "아, 아니야. 뒤에서 안아달란 게 아니라 밀착해서 파워를 넣어 달라고 부탁한 거야."

시카노스케 "그럼 엄청 큰 밤비노 스파크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

유키카제 "알게 되었다, 라고 해도 말야. 그거 몇 번이나 실험해 봤지만, 결국 잘 해내지 못했잖아."

유키카제 "이번에도 탁상공론 아니야?"

시카노스케 "이번에는 달라. 제대로 실전에서 시전할 수 있었어."

시카노스케 "그런데 그 후로는 어째선지 잘 안 되더라고. 그래서 도와줬으면 해."

유키카제 "뭐......상관 없지만. 후우마, 너도 올래?"


유키카제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새로운 전둔술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엄청 큰 밤비노 스파크'는 나도 보고 싶다.


이전, 다른 차원의 어른 유키카제가 브레인 플레이어 알사르로부터 나와 시카노스케를 지키기 위해 찾아왔을 때, 시카노스케의 전둔을 어른 유키카제가 강화하여 파즈즈라는 로봇을 일망타진 했던 것이다.


그 후, 이쪽의 유키카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시험해 보았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나와 시카노스케가 하면 된다고 어설프게 격려한 게 잘못이었는지, 유키카제가 심통을 부려 힘들었다.


나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나설 차례는 없을 것 같은데."

나 "그걸로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기술을 전술에 접목할 수는 없으니까.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된 뒤에 보여줘."

시카노스케 "좋아, 두고 보라구."

유키카제 "어쩔 수 없네. 가끔은 도와줄게."

시카노스케 "땡큐."


의욕이 생긴 시카노스케는 유키카제와 함께 교실을 나갔다.


나 "헤비코는 한가해? 괜찮다면 이나게야라도──뭔가 서두르고 있네."

헤비코 "미안해, 후우마짱. 헤비코, 오늘은 학생회에 가지 않으면 안돼."


황급히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던 헤비코는 미안한 듯이 나를 돌아보았다.


헤비코 "요전에 미코토와 같이 갔던 연구시설에서 사이토 한조를 봤다고 후우마짱이 말했었지?"

나 "무슨 단서라도 찾았어?"

헤비코이 "아니, 이제 찾을 거야. 미코토짱도 도와줄 거고."

나 "그건 방해할 수 없겠네."


츠즈루기 미코토, 통칭 '전자가 점지한 아이.'


그녀 전용의 디바이스를 사용한 해킹 전문의 대마인이다.


그 이외에는 인법에 각성하지 못하고, 무술도 옛날의 나 이상으로 형편없어, 괴짜 대마인으로서 공감하는 바가 있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교실로 뛰어들어왔다.



미코토 "헤비코짱, 학생회 가자──!"

헤비코 "어이쿠, 미코토짱 왔네. 미안해 후우마짱, 모처럼 권유해 줬는데."

미코토 "뭐야뭐야? 헤비코짱, 후우마 선배가 방과 후 데이트라도 신청했어?"


연애 이야기에 사족을 못 쓰는 미코토는 즉각 몸을 내밀었지만, 헤비코는 가볍게 웃으며,


헤비코 "아하하, 그런 거 아니야. 잘 가, 후우마짱, 내일 봐."

나 "아아, 그 건은 부탁할게."

헤비코 "응."

미코토 "그럼, 후우마 선배, 헤비코짱 빌려갈게요♪"


둘 다 가버렸다.


나 "어쩔 수 없지. 도서관이라도 들렀다 갈까?"


나도 교실을 나서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지기술사인 나나세 마이가 나타났다.



마이 "아, 후우마 씨. 아직 들아가지 않았군요. 다행이다."

나 "혼자 쓸쓸하게 도서실에 가려던 참이었어."

마이 "마침 잘 되었네요. 후우마 씨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 있어요."

나 "보여주고 싶은 책이라고?"

마이 "그게 말이죠──."


같이 교실을 나와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쾅!


교정 쪽에서 화려한 폭염이 치솟았다.


보통이라면 큰일이지만 여기는 오차학원. 누가 인법을 쓴 거겠지."


나 "화둔술인가. 크구만. 누굴까?"

마이 "지금의 건 호무라 씨겠죠."


그 말을 듣고 창 밖을 내다보니,


나 "정말이네."


졸업생으로, 오차 굴지의 화둔술사, 사나다 호무라와 DSO로부터의 연수생 케일리 마이어스가 모의전을 벌이고 있었다.



케일리 "우와아앗, 엄청난 불길!"

호무라 "어이어이, 감탄만 하고 있으면 숯덩이가 될 거라고!"


호무라가 경쾌하게 불꽃을 뿜어내고, 케일리가 호들갑을 떨며 도망치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래도 좋아 시선을 되돌린다.


마이 "호무라 씨, 굉장히 즐거운가 보네요."

나 "이번에는 케일리가 타깃으로 정해졌나 봐."

나 "DSO의 연수생이잖아. 그거야 눈에 띄겠지."


호무라는 '창염(槍炎)의 전투광'이라는 이명이 있는데, 학원에 찾아와선 재미있을 것 같은 상대를 발견하면, 무작정 싸우고 싶어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것만 빼면 대충이지만 잘 돌봐주는 선배다.


나도 슈발리에의 귀찮은 의뢰 때 호무라와 마이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불꽃과 종이로 궁합이 최악이라 생각된 두 사람이지만, 그 이후, 사적으로도 친하게 지내고 있다.


마이 "후우마 씨는 호무라 씨를 상대한 적 있나요?"

나 "없어없어. 애당초 나 따위, 상대해도 재미없을 거야."

마이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나 "마이는 자주 권해져서 힘들지?"


마이는 종이를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그 능력은 어쨌든 범용성이 폭넓어, 종이를 사용한 공격, 방어, 회복 등 다재다능하고, 어느 것이든 높은 레벨이다.


전투광인 호무라가 보면 몇 번을 싸워도 재미있을 상대일 게 틀림없다.


마이 "전에는 그랬는데 최근에는 줄었어요."

나 "오, 그래?"

마이 "너무 집요하게 굴면 제 소녀 코믹을 못 읽게 할 거라고 협박했으니까요."


마이는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나 "하하하. 호무라는 그쪽도 좋아하니까."


그것이 타입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을 잇는 접점인 것이었다.


마이 "호무라 씨, 저래 보여도 좋은 이야기나 슬픈 이야기 같은 거 읽으면 금방 울어버리거든요."

나 "그건 의외의 일면인데."

마이 "좀 귀엽죠."

마이 "아, 이건 비밀이에요. 제가 말했다고 하지 말아주세요. 호무라 씨한테 혼나요."

나 "알았어. 호무라가 화내면 감당하기 힘들고."

마이 "아하하."


마이는 웃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마이 "후우마 씨는 다른 선배들에겐 꼬박꼬박 존댓말인데 호무라 씨에게는 반말하네요."

나 "처음 봤을 때 호무라가 존댓말 같은 건 귀찮으니 반말하라 했으니까."

마이 "아아, 그랬었죠. 저는 그런 말 들어본 적 없는데."

나 "그건 호무라가 마이를 존중하는 거지. 그게 더 편하대."

마이 "그러려나요."

나 "그래서, 나한테 보여주고 싶은 책이라고?"

마이 "아, 네. 그 얘기를 하려 했어요. 이곳의 지하 신전에 대한 고문서에요."


이곳의 지하 신전, 즉 도서실에서 찾아낸 고대의 지하 신전이다.


일전에, 나는 도서실에서 연쇄살인마, 사이토 한지로에게 습격당한 적이 있다.


그때, 동행했던 것은 혼둔술사인 시시무라 코로 선배였고, 나는 그녀의 힘을 빌려, '도서실의 책순이 씨', 아마미야 시스이와 대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스이에게 안내를 받아, 도서실 지하에 있던 수천 년 이상 전의 고대 유적, 그 최심부의 고대 신전에 도착해, 그곳을 수호하던 고대의 가디언, 알몸의 여전사 에오스와 싸운 것이다.


지하 신전은 먼 옛날부터 오차에 존재했고, 지금은 닫힌 마계의 문에서 나타난 누군가를 모시기 위한 것 같다.


그리고 수호자 에오스는 인도의 신, 효홍(暁紅)의 여신 우샤스의 권속이다.


우샤스는 마리지천(摩利支天)이라고도 하며, 오차의 대마인들에게 옛적부터 신앙되고 있던 미쿠루마 신사의 제신(祭神).


즉 지하 신전이든 미쿠루마 신사든 결국 여신 우샤스를 모시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 후, 지하의 가디언들은 대마인에 의해 일소되었고, 지금도 조사는 계속되고 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마이 "저는 아사기 선생님이 계속 조사를 부탁하셨거든요."

마이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있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었는데."

나 "뭔가 알아냈어?"

마이 "아무래도 지하 신전 아래에 뭔가 더 있는 것 같아요."


눈 앞의 책상에는 마이가 여기저기서 모아온 고문서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낯익은 고문서도 여럿 있지만 대부분 처음 보는 것들이다.


나 "역시 문헌조사의 전문가. 용케도 이만큼 모았네."

마이 "아니요, 별 거 아니에요."


마이는 조금 쑥스러운 듯하다가 표정을 다잡고 말하기 시작했다.


마이 "미쿠루마 신사는 닌자의 신, 마리지천, 인도에서 말하길 효홍의 여신 우샤스를 받들어 왔어요."

나 "최근까지 잊고 있었지. 잘은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닌자가 믿어왔다, 라는 느낌으로."

마이 "네, 후우마 씨와 제가 따로 알아봐서 알아낸 거죠."

마이 "하지만, 더 오래된 문서에 따르면 우샤스를 모신다기보다는, 그 일족의 마을이 보다 깊은 지하에 있어서."

마이 "지하 신전은 그 일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던 듯 해요."

나 "우샤스의 일족이 지하에 살았다는 거야?"

마이 "그런 것 같아요. 보세요, 여기라든가 여기라든가."


마이는 새로 발견한 고문서를 나에게 펼쳐 보였다.


확실히 그런 내용이 적혀 있다.


나 "그렇구나 그럴싸한데."

마이 "그래서 말인데요, 이쪽 고문서에는 우샤스의 그림이 실려 있어요."


마이는 이제부터가 본론이라는 듯한 얼굴로 다른 책을 꺼냈다.


마이 "1만 년 이상 전, 고대인들이 오차 주변에 살았던 고대인의 벽화를 베껴 그린 것인데,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것."

나 "......!"


나는 숨이 턱 막히는 듯 했다.


인간에 비해 가늘고 긴 몸.

머리에서 뻗어나온 묘한 돌기.

직립한 문어 같은 구조.


벽화라서 데포르메 되어 있지만, 한 눈에 보고 전해져 오는 그 인상은──.


마이 "어때요?"

나 "닮았어. 브레인 플레이어와."

마이 "역시."


마이는 자기 생각이 맞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이 "저, 후우마 씨가 쓰신 브레인 플레이어 관련 보고서도 읽어 봤거든요."

마이 "혹시 우샤스라고 불리던 신이 그들을 말하는 건가 싶어서."

마이 "그래서 직접 그들을 만난 후우마 씨의 의견을 듣고 싶었어요."

나 "그러니까, 먼 옛날 오차 지하에 브레인 플레이어의 주거지가 있었다고?"

마이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 "그렇다면 고문서에 쓰여 있는 우샤스를 받든다느니, 지킨다느니 하는 문구도 수상해 지네."

마이 "오히려 재액을 두려워하고 있었으므로 자신들로부터 멀리하려 했다. 그러기 위해 신으로 모셨다고 생각해요."

나 "바로 그거야."


고대의 인간이 브레인 플레이어를 만나면 신이라 생각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리고 예로부터 신은 자비만을 베푸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재앙이 두려워 신으로 모시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브레인 플레이어는 다른 차원에서 온 침략자였다.


일찍이 오차에 다른 차원과의 게이트, 마계의 문이 있던 것과도 일치한다.


마이 "앞으로는 브레인 플레이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후우마 씨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부탁드려도 될까요?"

나 "물론이지."


이의가 있을 리 없다.


우리는 둘이서 다시 문헌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마이 "지기・천독통(紙気・天読通)......"


마이는 지기의 힘을 이용해서 여러 고문서를 동시에 읽기 시작했다.


손 하나 대지 않고 책들이 펄럭펄럭 멋대로 넘겨져 가는 모습이 기가 막힌다.


그것에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지만, 나도 놈들과 직접 맞닥뜨린 시점에서 새로운 자료를 읽어 나간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지하 신전에서 보다 더 깊은 지하에 우샤스의 일족이 살고 있었다는 것.


우샤스는 인지를 초월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우샤스를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런 것들만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나 "이거 여신의 이름인가? 문자가 닳아서 읽을 수는 없지만, 지기로 알 수 있겠어?"

마이 "네에......그러니까......모르지아나인 거려나요? 이렇게 쓰나 봐요."


마이는 매우 예쁜 글씨로 『마유사나(魔瑠邪那)』라고 써 주었다.


나 "마(魔)와 사(邪)는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하면, 유(瑠)와 나(那)는 무슨 의미지? 뭔가 예쁜 이미지 밖에 없는데."

마이 "유는 아름다운 구슬. 나는 낭창낭창한 아름다움으로 보이네요."

나 "무서운 마와 사이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구슬 같은 여신인가'

마이 "꽤 의미심장하네요."


새롭게 판명된 것은 그 정도이고, 나머지는 이제 속수무책이다.


그러는 사이에 도서실이 닫힐 시간이 다가왔다.


나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둘까? 도서위원에게 갇힐 수 있고."


그 도서위원은 사이토 한지로에게 신체를 빼앗기던 것을 도운 것으로부터, 이전보다 훨씬 허물어진 사이가 되었지만, 폐관 시간만은 변함없이 엄격했다.


마이 "그건 괜찮아요. 저, 아사기 선생님으로부터 열쇠를 받았거든요."

나 "그건 꽤 부러운데."

마이 "그렇죠?"


마이가 자랑한다.


나 "하지만 이 이상 여기서 조사해 본들 결말이 나지 않을 느낌이 들어."

나 "실제로 지하에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

마이 "그건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닌가요?"

나 "아니 갑자기 모르는 곳까지 숨어들자는 게 아니야."

나 "일단 에오스가 있던 지하 신전으로 가보는 건 어때?"

나 "시점이 바뀌면 뭔가 새로운 발견이 있을지도 몰라."

마이 "그러려나요......"

나 "아니 잠깐만. 그 전에 뭔가 좋은 문헌이 있는지 물어볼까?"


나는 문득 생각이 났다.


마이 외에도 또 다른 도서실의 전문가가 있었다. 시스이다.


마이 "누구한테요?"


의아한 듯한 마이에게 나는 시스이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나의 전생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든가, 쿠로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기에, 시스이는 도서실에 있는 유령 같은 존재로, 나를 지켜봐 주고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오늘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도서실에 있는 이상,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마이 "도서실의 유령 시스이 씨......인가요?"

나 "시스이,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나와줄래?"

마이 "......"

나 "시스이, 없어? 어이, 시스이."


몇 번인가 호소하지만 어째선지 나와주지 않는다.


나 "이상하네......"

마이 "저 다른 책 좀 찾아보고 올게요."


마이는 갑자기 그렇게 말하고, 내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가버렸다.


나 "뭔가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것 같은데......"

시스이 "하아────."


깊은 탄식과 함께 시스이가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다.


나 "뭐야, 거기 있었구나.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시스이 "당주 군!"



갑자기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았다.


시스이 "당주 군, 섬세함이 너무 없어. 여자의 마음을 전혀 몰라."

시스이 "나는 도와주지 않을 거야. 얼른 쫓아가서 사과해."

나 "어? 뭐를?"

시스이 "됐으니까 빨리!"


서슬이 시퍼런 얼굴로 가디언까지 꺼내들어, 마이가 간 쪽을 휙 가리킨다.


잘은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했다.


나 "어─이, 마이."

마이 "......"

나 "잠깐만 기다려 줘, 마이!"

마이 "뭔가요? 유령 씨는 만났나요?"


이쪽도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 "그게 아니야. 미안해. 내 배려가 부족했어. 마이의 기분도 모르고, 미안해."

마이 "그 유령 씨가 저한테 사과하라고 했나요? 그렇게 말하라고요?"


마이는 미간의 주름을 더욱 깊게 하고 나를 추궁해 왔다.


정답이다.

내 대답이 궁해지자,


호무라 "후우마와 마이잖아. 너희들, 여기 정말 좋아하네."

마이 "호무라 씨......'


말을 걸어온 것은 호무라였다.

유리 히스이 선배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살았다.


나 "호무라인가. 아까 밖에서 케일리랑 모의전 하던데."

호무라 "그렇지, 그 녀석은 꽤 볼만 했어."

호무라 "아직 자신이 뭘 할 수 있고 뭘 할 수 없는지 잘 모르는 느낌이었지만."

호무라 "뭐든지 해보자는 자세가 좋아. 저런 녀석은 크게 될 거야."

호무라 "그래서, 이번에는 히스이에게 해보지 않겠냐고 권했는데."

히스이 "나는 싫다고 대답했어."



히스이 선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공격 때마다 상대의 힘을 빼앗는 '합식의 술'이라는 인법의 사용자로, 끈질긴 싸움에는 정평이 나 있다.


들새와 노니는 것이 취미여서, 여름에 바다에서 만났을 때는 수상한 새피리로 들새가 아닌 하피를 모으고 있었다.


지금도 『조둔(鳥遁)의 술』이라는 책을 쥐고 있다.


호무라 "대마인 슈트를 업데이트해서 무장도 강화되었겠지? 날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지 않아?"

히스이 "딱히."


냉담한 히스이 선배의 등을 호무라가 탕탕 두드린다.


호무라 "그렇게 딱딱한 소리 하지 말고."

마이 "호무라 씨, 억지스러운 건 싫은 게 당연해요."


마이가 나직이 말했다.


호무라 "괜찮아. 히스이는 의리파라 뭐라 말해도──응?"


호무라는 "어?"하는 표정으로 마이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더니, 


호무라 "뭐야, 너희들 싸웠어?"


우리들의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간파하고 직구로 물어 왔다.


마이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금부터 둘이서 지하에 내려갈 생각이에요."


마이는 굳은 표정, 굳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어?"

마이 "가지 않을 건가요? 그 편이 더 좋을 거라고 후우마 씨가 말하지 않았나요?"


덤벼들 듯이 물어온다.


나 "확실히 그렇게 말했지만......"


아까 지하로 가는 건 너무 급하다고 했던 걸 잊은 듯한 태도.


왠지 화가 난 것 같다.


호무라 "잠깐잠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지하라는 건 여기 지하? 전에 에오스라는 게 나왔다는 그거?"

나 "그래, 사실은──."


당황한 듯한 호무라가 물어와, 나는 지금까지의 경위를 대충 설명했다.


마이는 그 사이 계속 무언.


호무라 "그래서 너희 둘이 알아보러 갈 생각이야?"

나 "아니 에오스 신전까지 잠깐 갈 생각인데."

호무라 "위험하단 예감이 드는데. 나도 따라가고 싶지만, 아사기 선생님이 맡긴 일이 있단 말이지."

히스이 "그럼 내가 같이 갈게."


역시 잠자코 듣고 있던 히스이 선배가 불쑥 그렇게 말했다.


호무라 "오우, 그렇다면 안심이다. 녀석들은 맡기겠어, 히스이."

히스이 "응, 맡겨둬."

나 "마이, 괜찮겠어? 셋이서 가는 걸로?"

마이 "저는 뭐든 상관없어요. 그럼 책을 치우고 올게요."


마이는 무뚝뚝하게 얼굴로 말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히스이 선배는 그 뒤를 따라간다.


나도 그렇게 하려 했는데, 호무라가 꽉 머리를 붙들어 왔다.


호무라 "후우마, 너 뭐 한 거야."

나 "어쩐지 화나게 만든 것 같아."

호무라 "어쩐지가 아니잖아. 상당히 화나 있는데."

호무라 "뭐, 그만큼 네게 마음을 연 거겠지. 똑바로 해라. 그럼."


호무라는 나에게 그리 말하고는 떠났다.


***


마이 "여기로 고대 유적에 들어갈 수 있어요."


거기는 도서실 한구석이었다.


전에 시스이의 안내를 받아 다니던 곳이지만 지금은 임시 문이 설치되어 있어, 허가받지 못한 사람은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마이 "이 앞, 공간이 일그러져 있으니 조심하세요."


마이는 그렇게 설명해 주었지만, 그것은 히스이 선배에게 향한 것으로, 아까부터 나를 보려고 하지 않는다.


히스이 "알았어."

나 "난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안 들어가 봤는데 마이는?"

마이 "몇 번 정도."


마이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나 "가디언은 일소했겠지만 그래도 조심하자."

히스이 "응, 알겠어."

마이 "......네."


역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하며, 마이는 고대 유적으로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때와 마찬가지로 공간이 일그러진 기묘한 장소를 지나, 예전에는 가디언이 배회하던 미궁 같은 회랑을 지나, 에오스가 있던 지하 신전까지 별다른 일 없이 도착했다.


나 "여기까진 별 문제 없이 왔네."

마이 "......"


대답을 기대했지만 마이는 입을 다물었다.


대신 히스이 선배가 물었다.


히스이 "나는 이곳에 오는 게 처음이야. 뭐 달라진 거 있어?"

마이 "특별히 없어요."

나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여기에 에오스가 우뚝 서 있다가 덤벼들었어요."


나는 정면의 안쪽에 있는 대좌(臺座)와 같은 장소를 가리켰다.

지금 그곳은 텅 비어 있다.


히스이 "나는 그 보고서를 읽지 않았어. 미안하지만 그 에오스에 대해 가르쳐 줄래?"

나 "네, 상관없습니다만......"


나는 마이를 힐끗 보았다.


마이 "별로 저까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 부분은 따로 알아보고 있었으니까."


마이는 홱 외면하고 혼자 지하 신전 조사를 시작해 버렸다.


위험해. 완전히 토라졌어.


나는 하는 수 없이 히스이 선배에게 이전의 탐색에 대한 이야기와 여기에 있던 에오스에 대해 설명했다.


선배는 별로 참견하는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코 듣다가 한 가지 물어왔다.


히스이 "그런 신격의 존재를 너와 시시무라 씨 둘이서 어떻게 쓰러뜨린 거야?"

나 "그게, 한 명 더 있었어요."

히스이 "한 명 더?"

나 "도서실의 유령 같은 존재인데, 생명 에너지를 다루는 파둔술사로, 코로 선배가 그녀를 빙의시켜 쓰러뜨렸어요."

히스이 "도서실의 유령......"

나 "뭐어, 수호령이랄까 뭐랄까."

마이 "후우마 씨를 계속 지켜주고 있대요. 좋겠네요, 그런 굉장한 사람이 곁에 있어서."


마이가 불쑥 말참견을 했는데, 말에 가시가 돋아 있다.


히스이 "......"


히스이 선배도 그런 태도의 마이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다.


나도 역시 이제 화해하지 않으면 곤란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이 "찾았어요. 아마 여기가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일 거에요.


마이는 벌려지는 내 입을 종이로 막듯이 불쑥 말했다.


나 "찾은 거야?"

마이 "이 기둥 안쪽에 문이 있어요. 기둥으로 보이지만, 환상이에요."


마이는 기둥 하나에 손을 집어넣었다.

손은 기둥을 뚫고 사라진다.


나 "숨겨진 문인가."


다가가서 나도 따라해 본다.

기둥으로만 보이는 환영 너머로 차가운 문의 감촉이 느껴졌다.


과거 닥터 사이클롭스의 미궁에도 비슷하게 숨겨진 통로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주위에 폐를 끼치지만 일단은 신인 준호의 힘을 빌어 발견한 것이다.


나 "용케 찾았네."

마이 "지하층이 더 있다는 것만 알면 지기의 힘으로 찾을 수 있으니까요."

마이 "어떻게 하실래요? 전 갈 건데요?"


나에게 덤비듯이 물어온다.

혼자라도 가겠다는 얼굴이다.


나 "어디까지 갈지는 몰라도 잠깐 들어가서 상황을 지켜볼까."

히스이 "응, 찬성."

마이 "......알겠습니다."


마이는 문을 열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알 수 없으나 숨겨진 문은 삐걱거리지 않고 열린다.


마이는 주저없이 안으로 들어가고, 히스이 선배가 그 뒤를 잇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들어가려고 했을 때



시스이 "기다려, 당주 군."


또 시스이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대마인 슈트를 입고 있다.


시스이 "아까 도와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당주 군과 저 아이가 걱정돼서."

나 "이 안쪽은 위험해?"

시스이 "엄청."

나 "역시 그런가."

시스이 "게다가 이 안쪽은 예전에 마계의 문이 있었던 영향으로 시공의 왜곡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

시스이 "아마 난 나설 수 없을 것 같아."

시스이 "그러니까 부적 대신 이걸 가져가. 파둔의 술로 내 힘을 담았어."


시스이는 나에게 책 한 권을 건넸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전에 읽었던 책이다.


시스이 "그리고, 저 아이와 빨리 화해할 것."


시스이는 그쪽이 더 중요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사라졌다.


나는 책을 품 안에 넣고는 숨겨진 문을 통과했다.


주위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마치 다른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처럼 지하 회랑에는 사악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시스이가 말하던 시공이 일그러진 잔재 때문인지 오감이 이상해질 것 같은 압박감도 있다.


나 "이건 상상 이상인데."

히스이 "굉장히 위험한 분위기."


히스이 선배가 말했다. 아까까지와는 표정이 다르다.


마이 "......"


마이는 잠자코 있었지만, 나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를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 "우샤스의 일족이 브레인 플레이어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나 "이 안쪽에 있는 위험한 무언가를 봉인해 두고 있다는 건 맞는 것 같아."

나 "자, 어떻게 할래? 평소 같으면 헤비코나 시카노스케에게 레이더 역할을 부탁할 참인데."

히스이 "일단 물러날까?"

나 "그러게요......"

마이 "레이더라면 저도 할 수 있어요."


마이는 느닷없이 말하고는 예쁜 색의 종이뭉치를 탁 날렸다.


그것은 공중에서 저절로 접혀나가 여러 마리의 나비가 되어 날개짓을 한다.


마이 "이것을 선행시켜 지기의 실을 늘이면 전방을 확인할 수 있어요."

나 "그런 것도 가능한가. 역시 굉장한데."

마이 "......네."

나 "어? 그 종이는 내가 준 거야?"


너울너울 춤추는 나비의 무늬를 본 기억이 있었다.


마이 "......아, 네, 화이트 데이의 답례인 교토 색종이에요. 지기가 잘 실리거든요."

나 "써주고 있었구나. 고마워."

마이 "아뇨......"


마이는 무뚝뚝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나 "마이는 나비들을 앞세우고 전방 탐사를 부탁할게. 저는 가운데, 히스이 선배는 뒤쪽 경계를 부탁드려요."

마이 "......알겠습니다."

히스이 "응, 알았어."


우리는 대열을 지어 미지의 던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벽이나 바닥이 희미한 빛을 발하기도 해, 완전히 어둠 속은 아니다. 시야는 어떻게든 확보할 수 있다.


등불은 가져왔지만 잘못하면 이쪽의 위치를 알려주는 셈이니 그만둔다.


괴이쩍은 사기(邪気)가 감돌고 있는데 살아있는 기색은 전혀 없다.


마치 죽음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다.


어디서 어떤 적이 나타날지 모른다.


셋 다 말이 없었다.


긴장해서 눌러 죽인 호흡과 살금살금 걷는 다리의 희미한 소리만이 한동안 계속됐다.


그리고──.


마이 "......!"


내 앞을 걷던 마이의 등이 움찔하고 떨렸다.


나 "적이야?"

마이 "전방, 인간형이 6체. 생명 에너지는 느껴지지 않아요."

마이 "이쪽을 눈치채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곧장 달려올 거에요."

나 "가디언 종류인가? 침입자를 제거하려고?"

마이 "아마도."

히스이 "어쩌지?"

마이 "종이로 적의 눈을 피하는 결계는 세울 수 있습니다만, 통할지는 잘......"

나 "적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 한 번 해보자. 위험할 것 같으면 즉각 철수하는 쪽으로."

히스이 "알았어."

마이 "후우마 씨, 물러나주세요."

나 "그래."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서고, 나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스스로도 칼은 뽑는다.


조금 전까지 죽음의 정적에 차 있던 미궁의 발소리가 귀에 거슬리게 다가왔다.



골렘 나이트

「@×%#&●%*■!!」

「@×%#&●%*■!!」

「@×%#&●%*■!!」


저 모습은 본 기억이 있다.


이런 고대 유적에 자주 나타나, 에오스의 신전에서도 싸웠던 골렘이다.


하지만 들어본 적 없는 말을 하고 있다.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그 알사르가 흥분해서 소리치던 때의 말과 비슷하다.


나 (역시 이곳은 놈들이 사는 곳이었나?)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 우리는 골렘을 맞이해 싸웠다.


히스이 "내가 상대할게......"


맨 앞에 선 것은 히스이 선배다.


석장을 옆으로 크게 펼치고, 혼자서 적 3체를 상대해,


히스이 "하앗!!"


평소의 느긋한 모습과는 다른 사람처럼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석장을 돌려 그 중 1체를 분쇄했다.


강하다. 호무라가 싸워보려 할 만 하다.


마이 "지기, 날으는 학!!"


마이도 여전했다.


무수한 종이학을 날려, 골렘 2체를 자신에게 가까이 하지 않고, 확실히 대미지를 주고 있다.


그리고 나도 1체를 맡고 있었다.


나 "이야아앗!"

골렘나이트 「*■&●%!!」


적의 손날치기를 피하고 내리친 일격이 그 팔을 베어낸다.


이전보다 편하게 싸울 수 있다.


그 쿠로토와의 만남 이후 좋든 나쁘든 공격력이 늘어나 있다.


이 힘의 원천은 쿠로토, 아마도 에드윈·블랙과 교환한 것 같은 '마성의 힘'이다.


무서운 힘이긴 하나 이제는 이걸로 싸우는 수 밖에 없다.


나 "하앗!"

골렘 나이트 「%&@#!!」


다음 일격에 골렘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이제 조금 남았다.


마이 "......후우마 씨, 강해지고 있어."


마이의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2체의 골렘은 쓰러뜨린 것 같지만 주위를 경계하지 않고 힐끔힐끔 이쪽을 신경쓰고 있다.


뭐 하는 거야, 어딘가에 복병이라도 있으면──그렇게 걱정하던 참이었다.


사령 「 UOOOOOOO !!! 」


마이의 등 뒤에서 1체의 사령이 나타났다.


마이 "앗!"


마이는 퍼뜩 돌아보았다.


지기의 방어를 펼치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나 "위험해!!"


순간적으로 나는 쿠나이를 투척했다.


동료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 '마성의 힘'을 싣고 있었다.


쐐애애애애액!!


쿠나이는 섬광처럼 사령을 꿰뚫고,


사령 「 GYAAAAAAAAAAAA !! 」


살아있을 때의 아픔을 떠올린 듯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사령은 소멸했다.


마이 "굉장해......"


마이는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


나 "큭!"


쓰러뜨린 골렘을 확실히 처리한다.


그리고 상황 확인.


히스이 선배는 별다른 문제없이 3체를 파괴하고 있었다.


이제 적은 없다.


그렇게 판단하자마자 나는 마이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나 "뭐하는 거야! 나한테 화난 건 알겠지만 그건 나중에 해!"

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야. 정신 똑바로 차려!"


무심코 나온 말에 마이가 강하게 맞받아친다.


마이 "별로 화나지 않았어요. 정신도 똑바로 차리고 있어요. 멋대로 단정짓지 마세요!"

나 "화났잖아!"

마이 "후우마 씨가 이상한 말을 해서 그런 거에요!"

나 "그거야 마이가──."

마이 "후우마 씨가 먼저──."


말다툼이 시작되려는데 툭툭 어깨를 두드려졌다.


히스이 "합식술."

나 "크악!"

마이 "앗!"


두 사람 동시에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허리부터 아래쪽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 일어날 수 없다.


히스이 선배가 녹초가 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히스이 "이러다간 셋 다 죽어."

히스이 "나는 호무라에게 너희를 부탁받았어. 그라니 이제 데리고 갈게. 질질 끌어서라도."

히스이 "싸움은 그 다음에 하고."


평소의 멍한 선배와도, 전투 중의 빠릿한 선배와도 다른, 엄격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히스이 선배가 남달리 동료의식이 강하고, 많은 대마인에게 신뢰받고 있는 것을, 나는 새삼스럽게 생각해냈다.


나&마이 ""죄송해요, 히스이 선배!!"


나와 마이의 목소리가 겹쳤다.


히스이 "사과한다면 나에게가 아니라 서로에게."


우리는 불쑥 얼굴을 마주본다.


나 & 마이

"미안해, 마이!"

"미안해요, 후우마 씨!"


또 목소리가 겹쳤다.


나 "잠깐잠깐, 내가 먼저 사과할게. 시스이에 대한 것이라든지, 여러가지로 눈치채지 못해서 미안해. 사과할게."

나 "그리고 방금 건 지휘관의 태도가 아니었어. 미안, 네 말이 맞아. 용서해 줘."


일어서지 못한 채 나는 마이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마이 "저야말로 죄송해요. 아까 시스이 씨를 비롯해 굉장히 야박한 말투로 내뱉었어요. 죄송해요."

마이 "주의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과드릴게요.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히스이 "둘 다 이제 싸우지 않을 거지?"


나 & 마이 ""네""


이번에는 둘이서 히스이 선배에게 고개를 숙인다.


히스이 "응, 알았어......그럼 돌려줄게."


평소의 담담한 목소리로 되돌아와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순간 빼앗긴 힘이 간단히 되돌아왔다.


나 "이게 합식의 술."

마이 "굉장한 인법이네요."

히스이 "응, 잠깐 쉬자."


히스이 선배는 털썩 앉았다.


돌아온 힘으로 일어선지 얼마 안 된 우리들은 얼굴을 마주보고 따라 앉는다.


히스이 "뭐 먹을 거 있어?"

나 "여기 양갱 있어요."

마이 "항상 그거네요."

나 "행동식은 이게 제일이야. 마이는 별사탕?"

마이 "맞아요. 히스이 선배는요?"

히스이 "이거, 견과류 모둠."

나 "그건 새의 먹이가 아닌가요?"

히스이 "응, 겸용."


평범하게 대답하는 선배에게 나와 마이가 웃는다.


간식을 나누어 먹고 쉬는데 마이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했다.


마이 "후우마 씨, 아까 혼자 여기 들어오는 게 늦었죠? 혹시 시스이 씨랑 얘기하셨나요?"

나 "......으, 응. 잠깐만."


무서운 여자의 육감이다.

두근거리는 나에게 마이는 웃고,


마이 "그런 얼굴 안 하셔도 돼요. 더 이상 이상 뭐라고 하지 않을게요."

나 "여긴 시공이 일그러져 있어 자기는 못 나온다고 했어. 이걸 부적으로 가져가래."


나는 시스이에게 건네받은 책을 보여주었다.


마이 "『첫사랑』이네요."

나 "잘 알고 있구나."

마이 "저도 자주 읽어요. 잠깐 빌려 주실래요?"

나 "여기."

마이 "와아......"


마이는 책을 받자마자, 무엇인가 깊이 느낀 듯한 표정이 되었다.


지기술사인 그녀는 책을 펴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이 있는지 소중하게 그것을 껴안는다.


마이 "멋진 사람이네요. 저도 시스이 씨와 대화를 해보고 싶어졌어요."


마이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책을 돌려주었다.



휴식 후, 우리들은 더욱 안쪽을 목표로 했다.


이따금 가디언이 나타나는데 셋이서 문제없이 쓰러뜨려 간다.


적의 힘은 전에 코로 선배나 시스이와 싸운 무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지하 회랑 자체는 그렇게 복잡한 구조는 아니었다.


큰길이 있고, 거기서부터 샛길이 있고, 그 끝이 작은 방으로 연결되어 있는 등 단순하다.


이곳이 침입자를 방황하게 하기 위한 미궁이 아니라, 그럭저럭 수가 있는 사람들(우샤스의 일족?)이 살고있던 지하도시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머지않아──우리들은 지하도시의 최심부에 당도했다.


첫 눈에 봐도 그러했다.


지금까지보다 조형이 훌륭하고 넓으며, 천장이 높은 제단 같은 곳이다.


무엇보다 방 한가운데 유적의 파수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손이 길고 다리가 짧은 원숭이 같은 생김새.

생체와 기계를 왜곡해 융합시킨 것 같은 구조.

어깨에서 달려있는 흉악한 포탑


그 알사르가 조종하던 기계 생명체 파즈즈를 연상시켰다.


그 녀석은 조각상처럼 꿈쩍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이미 전투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나 "모두 경계해. 틀림없이 덮쳐올 거야."

마이 "안 그러면 반대로 놀라겠네요."

히스이 "괜찮아. 움직이기 시작했어."



오=즈 "오......즈......!!"


유적의 파수꾼은 오랜 잠에서 깨어나 침입자를 배제하려고 덤벼들었다.


END


갑자기 또 엄청 큰 떡밥이 추가되었는데.

린코처럼 공간이동 계열 대마인 선조가 신, 마족 등이 아니라 브레인 플레이어 아닐까 싶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