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인의 숨겨진 마을, 오차마을.

그 역 앞에 술집 한 채가 있다.



엄마의 맛 「사나」


대마인, 코우즈키 사나가 꾸려나가는 서민적인 가게다.

오늘 밤, 그 뒤편에 새로운 가게가 오픈한다.

이름하여 스낵 「사나」


사나 "어서 오세요."


사나는 섹시한 드레스로 갈아입고 선술집 주인에서 스낵의 마담으로 변신해 오픈 첫날 손님을 맞았다.



사나 "뭐야, 너희들이냐."



호무라 "뭐야, 라니. 오늘 새 가게를 연다고 해서 다 같이 찾아왔는데."


여장부 기질의 전투광 화둔사, 사나다 호무라,


준코 "오랜만이에요."


부드러운 언행이지만, 강력한 뇌둔을 사용하는 키리하라 준코,



미즈키 "오픈 축하해요."


전투에 있어서 높은 분석 능력을 자랑하는 선람(扇嵐)의 대마인, 호시노 미즈키,


무츠호 "안녕하세요."


그리고 오차 굴지의 독술사, 야나기 무츠호 4인조다.


사나 "와줘서 고맙다. 편한 자리에 앉아. 어이, 웨이터."

나 "네, 마담."


사나 마담의 부름을 받고 웨이터 차림의 내가 4명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 "어서오세요."

호무라 "아아앙?"

무츠호 "......후우마?"

미즈키 "후우마 씨?"

준코 "이 사람이 소문의 그?"


준코 선배 이외는 함께 임무를 수행한 적 있는 지인들이다.


어안이 벙벙한 것을 느끼면서, 나는 4명을 자리로 안내한다.


호무라 "후우마, 너 뭐 하는 거야."

나 "알바야. 일손이 모자라다고 부탁을 받아서 말이야."

호무라 "또냐. 너 알바 자주 하는구만."

나 "항상 돈이 궁해서."

호무라 "그러냐."


미즈키 "그런데 후우마 씨 흑복 차림이 잘 어울리네요. 여느 때보다 어른스러워 보여요."

나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미즈키 "저기, 무츠호? 무츠호도 그렇게 생각하지?"

무츠호 "이런 모습도 잘 어울리지."

준코 "전에 본 적 있나요?"

무츠호 "마족의 만찬회에서."

호무라 "만찬회?"

나 "임무 차 요미하라에 들렀을 때, 손님으로 변장하고 만찬회에 몰래 들어갔지."


듀크 머슬을 쓰러뜨렸을 때 얘기다. 무츠호는 그때와 똑같았다.


호무라 "아아, 그렇구나. 그럼 무츠호도 드레스 같은 걸 입었단 말이야?"

무츠호 "안 입어, 그런 거."

미즈키 "그래도 후우마 씨와 춤은 췄지."

무츠호 "......임무 후에 잠깐."

준코 "어머, 그거 근사하네요."

호무라 "춤은 그거 말하는 거지? 남자와 여자가 서로 껴안고 빙글빙글 도는 거. 말도 안 돼, 진짜냐."

미즈키 "후우마 씨, 임무에 동행한 여자애들 전부와 춤을 췄대요. 일곱 명이었던가요?"

나 "예에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준코 "그거 굉장하네요."

호무라 "어이어이어이어이. 너 인기 많은 편이었냐?"

나 "아니, 그런 건......"


아직 주문도 안 했는데 갑자기 내가 술안주로 전락했다.


이거 귀찮게 될 것 같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



츠루 "실례하겠습니다. 손님, 물수건 받으세요."


나의 전속 메이드, 오늘 밤은 사나의 메이드인 츠루가 슥 끼어 들어왔다.


츠루 "여기 메뉴판입니다. 주인님, 여기는 '저에게' 맡겨주세요."

나 "그럼 뒤는 잘 부탁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츠루는 네 사람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자신도 빠르게 그 자리를 떴다.


호무라 "뭔가 눈빛이 강렬한 메이드였지. 어이 사나, 저건 누구야?"

사나 "이즈모 츠루, 후우마의 전속 메이드야."

호무라 "전속 메이드?"

사나 "너희도 알잖아. 예의 사이토 한지로 사건."

호무라 "그거야 알지. 10년 전부터 오차 안에 만연해 있던 살인마가 그 자식이랬지?"

호무라 "과연 납득이 간다는 느낌이야. 그 녀석은 수업도 재미없고, 어째선지 짜증만 내니까."

무츠호 "나도 엄청 싫었어."

준코 "지금 생각하면 짚이는 데가 있어요. 평범하게 가르치는 것 같은데, 저도 뭔가 싫다는 느낌이 들었고."

미즈키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었던 거군요.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사나 "그건 대마인 전원이 그래. 저 아이는 그 유일한 생존자. 풍기대와 후우마가 쟤를 살렸어."

사나 "그래서 엄청 큰 은혜를 느낀 것 같아서 말이야. 자기가 전속 메이드가 되겠다고 하더군."


호무라 "흐─응, 그렇구나."

준코 "그래서 그와 함께 여기서?"

사나 "아아, 그냥 돌아다녀 주기만 해도 되니까. 뭐, 확실히 돈은 지불하겠지만."

미즈키 "그래도 전속 메이드라니, 적극적이네요. 무츠호, 강력한 라이벌의 출현이야."

무츠호 "나는 그런 거 아니거든."

호무라 "어? 너도냐, 무츠호? 진짜야, 사람은 겉으로만 볼 수 없다더니."

무츠호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

호무라 "어떤 거냐, 미즈키?"

무츠호 "왜 미즈키에게 물어보는 거야."

호무라 "그거야 미즈키 쪽이 더 잘 알 것 같으니까."

준코 "저도 그거 굉장히 흥미가 생기는데요."

미즈키 "우후후, 사실은──."

무츠호 "좀, 미즈키! 이상한 소리 하면 나 화낼 거야!"


여자 모임은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자

이런, 그 사이 또 새 손님이.


나 "어서오세요."

아이나 "앗, 오랜만."

나나카 "후우마 군, 안녕하세요."



프리 마물 헌터 아이나 윈체스터와, 오차학원의 졸업생인 나카모리 나나카 선배다.


두 사람은 임무 중에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가 되어 사적인 사이로도 친해졌다 한다.


나 "둘 다 와줬구나. 고마워."


스낵이 오픈하니까 시간이 있으면 찾아와 달라고 말했는데, 설마 첫날에 올 줄이야.


아이나 "오라고 했잖아? 오랜만에 네 얼굴도 보고 싶었고."

나나화 "네, 이건 선물이에요."

나 "굳이 이런 선물까지?"

나나카 '소주가 들어간 봉봉 쇼콜라에요. 술집이라서 괜찮을까 하고."

아이나 "소주는 초이스가 떫지."

나 "확실히."

나나카 "네? 그런가요?"

츠루 "어서오세요. 두 분이시군요. '제가'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아이나 "오, 오우."

나나카 "그럼 후우마 군 이따 봐요."


츠루 "......!"


또 츠루가 헤치고 들어와, 두 사람을 반강제로 자리로 안내한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내 일로 돌아왔다.


어쨌든 오픈 당일이라 손님의 발길은 매우 많다.


지인도 차례차례 나타나, 츠루도 나를 신경쓸 수 없을 정도로 바빠진다.


저기 왔다, 또 새로운 손님이다.



시카노스케 "어이, 후우마."

헤비코 "후우마짱, 놀러왔어."


시카노스케와 헤비코였다. 무슨 생각인지 둘 다 교복 차림이다.


나 "너네까지. 뭐 하러 왔어? 여긴 술집이야."

시카노스케 "에헤헤, 네가 일하고 있다길래."

나 "쓸데없는 참견이야."

헤비코 "하지만 후우마짱, 그 옷 잘 어울려. 그렇지? 시카노스케짱."

시카노스케 "후우마는 키가 크니까. 저런 거 평범하게 입을 수 있다는 건 좀 부럽지."



린 "시카노스케! 이런 데 그렇게 입고 오다니, 무슨 생각이야!"


조금 전에 와 있던 시카노스케의 사촌누나 우에하라 린 선생이 일어섰다.


시카노스케 "우와, 린 누나! 이, 있었어!?"

린 "있으면 안 되냐. 정말이지, 요즘은 좀 정신 차리는가 싶더니 이렇단 말이지."

린 "마침 네 절친인 후우마가 바쁜 것 같구나. 가서 일을 도와주렴."


수업 때와 같이 유무를 묻지 않는 어조로 시카노스케에게 명령한다.


시카노스케 "에? 에──?"


시카노스케는 당황하지만, 함께 온 헤비코 쪽은 싱긋 웃으며,


헤비코 "헤비코는 처음부터 그럴 생각으로 온 거야. 후우마짱, 괜찮을까?"

나 "그건 마담한테 물어봐. 하지만 도와주면 고맙겠어."

헤비코 "마담? 아아, 사나 언니?"


헤비코는 두리번두리번 가게를 둘러보다가 드레스 차림의 사나 마담을 발견하고 눈을 빛낸다.


헤비코 "우와, 드레스 예쁘다. 사나 마담, 헤비코도 도와드려도 될까요?"

사나 "물론 OK야. 일손이 좀 모자라서. 시카노스케도 부탁할게."

시카노스케 "나는 일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나 "포기해. 이 타이밍에 온 시점에서 운명이야."

헤비코 "자, 시카노스케짱. 가자."

시카노스케 "그럴수가──."


시카노스케는 헤비코에게 질질 끌려갔다.


사람이 바쁘게 일하는 걸 구경하러 오기나 하기 때문이다. 고소하다.



히스이 "후우마 군, 후우마 군......"


홀로 조용히 마시고 있던 유리 히스이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나 "아, 네, 무슨 일인가요? 리필인가요?"

히스이 "손님 오셨어."

나 "어?"


돌아보니, 거기 있던 것은,


아사기 "꽤나 성황이네."

사쿠라 "다들 찾아오는 모양이야!"

무라사키 "아사기님, 이런 곳에서는 차분히 먹기 힘들 것 같은데요."




아사기 "가끔은 괜찮아. 이런 분위기도 싫지 않고."

사쿠라 "나는 어엄~~청 좋아해! 후우마 군, 후우마 군! 우선 맥주! 큰 잔으로!"

무라사키 "너무 곤란하게 만들지는 마라."

나 "최종보스 등판이란 느낌이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아사기 선생님, 사쿠라 선생님, 무라사키 선생님을 향해 갔다.


***


새벽 3시

스낵 '사나' 폐점.


사나 "모두 수고했어."

사나 "배고프지? 야식 내올 테니 여기서 쉬어."


오늘 가장 바쁘게 돌아다니던 사나 마담은 그 피로를 조금도 느끼지 않는 듯 가게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 "드디어 끝났네."

헤비코 "손님, 많이 왔지."

나 "지인만 잔뜩이었지."

헤비코 "아하하, 그랬었지."

츠루 "주인님,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나 "조금은. 시즈루의 가게에 비하면 낫지. 일부를 제외하면 손님도 멀쩡하고."

츠루 "그렇습니까?"

헤비코 "그러고보니 후우마짱, 시즈루 선생님의 가게에서도 일했었지. 어쩐지 익숙해 하더라."

츠루 "턱시도 모습도 굉장히 잘 어울리셔요."

나 "다른 사람들도 자주 말하던데, 그 정도야?"

츠루 "네, 아주!"

헤비코 "헤비코도 그렇게 생각해."

나 "그런가. 뭐, 시카노스케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헤비코 "아──, 시카노스케짱은 그렇지."

시카노스케 "으으으......내가 왜 이런 꼴을......"



시카노스케는 극히 일부의, 질 나쁜 손님에게 여장을 강요당한 끝에 호스티스 노릇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꽤 잘 어울렸다.


나 "너도 잘하네."

시카노스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거든!"


트윈테일을 한 시카노스케가 응수하다가, 우리들의 시선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시카노스케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

헤비코 "그래도 시카노스케짱, 여장한 모습 굉장히 잘 어울려."

시카노스케 "그런 말 들어도 기쁘지 않아......"

츠루 "화장이 잘 되었네요."

시카노스케 "그렇지 않아요......"

나 "혹시 평소에도 하고 있다든가?"

시카노스케 "그, 그럴 리 없잖아!"

나 "농담이야, 농담. 일단 화장 지우고 옷부터 갈아입고 오는 게 어때?"

시카노스케 "그렇게 할 거야......"


시카노스케는 터벅터벅 화장실로 사라졌다.


헤비코 "후우마짱, 지금 건 나빴어."

나 "비교적 진심으로 화난 모양이네요."

츠루 "너무 잘 어울려서 반대로 농담이 되지 않았으려나요."

나 "그럴지도 몰라. 것보다 배고프네."

헤비코 "배고파."

나 "아, 맞다. 나나카 선배한테 초콜릿을 받았어. 야식이 올 때까지 이걸로 버티자."


나는 선물 상자를 열었다.


헤비코 "봉봉 쇼콜라? 와, 맛있겠다."

나 "소주가 들었대."

헤비코 "술에 취하지 않으려나."

나 "과자니까 괜찮겠지. 아......이거 맛있네."


내가 하나를 까고 입 안에 넣자 헤비코도 조심조심 입에 넣었다.


헤비코 "아......맛있다. 이거 굉장히 좋은 초코인데? 비쌀 것 같아. 소주는 잘 모르겠지만 맛있어."


위스키나 브랜디의 봉봉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무엇보다 약간 지친 몸에 초코의 단맛과 쓴맛, 소주의 따스함이 기분 좋다.


츠루 "......"


나와 헤비코와 달리 츠루는 초콜릿 상자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나 "왜 그래, 츠루? 초코는 싫어해?"

츠루 "아, 아뇨......잘 먹겠습니다......우물우물......"

츠루 "이건 달고......굉장히 맛있어서──."


묘하게 경련하는 미소로 소감을 말했지만,


쾅!


갑자기 고꾸라졌다.


헤비코 "어, 츠루 선배!?"

나 "왜 그래, 츠루!? 괜찮은 거야?"

츠루 "죄......죄송합니다......주인님......저, 술은 역시......안돼......입니다......쿨─, 쿨─."


아, 잠들었다.


헤비코 "후우마짱 봐봐, 엄청난 기세로 얼굴이 빨개지는데."

나 "이거 하나로 취했나? 형편없을 정도로 술에 약하구나."

헤비코 "갑자기 쓰러질 정도라니."

츠루 "쿨──, 쿨──."

나 "술을 잘 못 마시는구나. 뭔가 미안한데."

헤비코 "후우마짱이 말해서 그래."

나 "내가 말해서? 명령인 줄 알았나. 아뿔싸......"

헤비코 "좀 다르지만......정말!"


뭐가 '정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츠루, 오늘도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나는 쓰러진 츠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츠루 "스──♪, 스──♪"


츠루는 기쁜 듯이 잠들어 있다.

뭐, 취했다고 해도 아주 적은 양이고, 괜찮겠지.


헤비코 "그런 점이 문제인 거야!"

나 "어......?"


어째선지 헤비코가 뾰로통해져 있다.


뭐냐, 라 생각하고 있는데 시카노스케가 돌아왔다.


시카노스케 "하아, 겨우 원래대로 돌아왔다. 우와, 츠루 선배는 왜 이런대?"

나 "나나카 선배의 선물인 봉봉 쇼콜라에 취해서 쓰러졌어."

나 "너도 먹을래? 술 못 마시면 무리하지 말고."

시카노스케 "먹을래. 나 초코 엄청 좋아하거든. 이거 맛있네, 응. 엄청 맛있어."


시카노스케는 봉봉을 차례차례 입에 넣고 있다.

다만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고, 앞으로 고꾸라지지도 않았다.


사나 "얘들아, 기다렸지."


사나 마담이 야식을 들고 돌아왔다. 옷은 러프한 앞치마 차림으로 바뀌어 있다.


헤비코이 "드레스는 벗은 거에요? 굉장히 예뻤는데."

사나 "일하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지만, 계속 저렇게 입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볶음밥이면 되겠니?"

나 "오, 맛있겠다."

시카노스케 "잘 먹겠습니다!"

헤비코 "이 시간에 볶음밥은 후환이 무서운데......으음, 그래도 엄청 맛있어. 범죄적으로."


나와 시카노스케는 망설이지 않고, 헤비코는 주저하면서도 그것을 입으로 가져간다.


하긴 이런 시간에 볶음밥은 범죄적일 정도로 맛있어.


사나 "뭐야 츠루는 잠들어 버렸나?"

나 "좀 피곤했나 봐요."

사나 "그럼 랩으로 싸둘까."


개장 첫날이 끝난 뒤의 평온한 한때.


사나 마담은 볶음밥을 안주 삼아 캔 츄하이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데, 문득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나 "결국 오늘도 도착하지 않았네. 어떻게 된 일이람."

나 "뭐가요?"

사나 "하치산 허브술. 오픈 날의 특가품으로 삼으려 했는데."

나 "압생트라면 들어봤는데, 하치산이라는 얘기는 처음 들어보네요."

사나 "압생트 이상이라고 하는 물건이라, 그다지 큰 소리로 말할 수는 없지만, 요미하라의 마초(魔草) 전문가에게 부탁했었거든."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