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지하 300m에 있는 무법도시 요미하라.


그곳에는 지상에서는 취급할 수 없는 마계 유래의 다양한 물건을 사고파는 가게가 존재하고 있다.


메루메 엘하임의 마초(魔草) 가게도 그 중 하나다.



메루메 "우후후. 오늘은 어떤 새로운 화초를 만날까? 마초야, 마초야, 자라나거라~~."


메루메는 가볍게 하프를 뜯으며 가게의 마루에 씨를 뿌렸다.


그러자 돌바닥에서 초목이 돋아나고 쑥쑥 생장하기 시작한다.


그것들은 본래 마계에서만 자랄 수 있는 초목, 마초들이다.


메루메는 태어난 마초에게 말을 걸며 즐거운 듯이 따기 시작했다.


메루메 "어머, 맨드레이크 씨. 오늘도 우리 집에 와줬구나 고마워~."


뽑으면 비명을 지르고, 그걸 들은 사람을 발광시킨다는 맨드레이크도 메루메의 손에 잡히면 스르르 뽑혀진다.


메루메 "어머, 이 향기는 모류짱. 우후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그리스 신화에서 헤르메스가 오디세우스에게 주었다는 전설의 약초도 메루메에게는 가끔 찾아오는 친구 같은 것이다.


메루메 "어머나, 넌 처음 만나는 아이구나. 그래, 언니는 잘 알고 있어. 스파게티 트리지, 잘 부탁해."


최근 마계에서 발견된 지 얼마 안 되는 괴초와의 만남에 메루메는 얼굴을 빛냈다.


그녀는 씨앗이나 뿌리만 있으면 어떤 장소에서라도 마초를 기를 수 있는 '맹초(萌草) 마술'의 사용자로, 그렇게 기른 마초를 하프와 춤을 통해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마초술사이기도 했다.


메루메가 키우는 마초는 궁극의 일품이라 하여, 이 가게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숨은 명가로, 눈치 빠른 손님들의 내방이 끊이지 않는 것이었다.


마술사 "암브로시아를 찾고 있다. 여기에 오면 있을 줄 알았는데."

메루메 "네네, 물론 있답니다~. 암브로시아 양, 잘 됐네. 당신을 원하는 사람이 나타났어."

마술사 "역시 굉장하군. 좀 볼 수 있을까."

메루메 "들어와서 차분히 골라보세요."


여자 갱 "나, 최근 좀 피곤한 느낌인데. 좋은 마초 없나?"

메루메 "그럼 하오마 군은 어떨까? 이걸 달여 마시면 원기 백배. 하지만 너무 이 아이들한테 기대면 안돼."

여자 갱 "확답할 수는 없겠는데. 여기서 한 잔 얻어마실 수 있을까?"

메루메 "그럼 거기 주전자를 사용해. 시간은 한 10분이면 될 것 같네."


단골 마술사나 여자 갱을 상대하고 있는데 카운터의 전화가 울렸다.


메루메 "네네, 메루메 마초집이에요~."

메루메 "「사나」의 사나님? 늘 신세가 많습니다."

메루메 "어? 하치산이 안 들어왔다구요? 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메루메 "죄, 죄송합니다. 발송을 잊고 있었어요. 죄송합니다, 지금 당장──."


문의전화로 실수를 깨닫고, 메루메가 굉장히 조급해졌을 때.


쾅!

가게 문이 힘차게 열렸다.


메루메 "에......?"


엉겁결에 그쪽을 돌아보면,


복면의 손님들 "......"


들어선 건 복면을 한 자못 수상해 보이는 남자들이다.


메루메 "어, 어서오세요?"


요미하라의 손님은 대개 수상해, 가게 안에 들어온 걸 놀라면서도 태연하게 응대하던 메루메였지만 가게에 있던 여자 갱과 마술사가 남자들의 살기에 반응했다.


여자 갱 "뭐야, 너희들은!"

마술사 "외부인들인가."

메루메 "어? 뭐야~?"

갱누나 "습격이야!"

마술사 "곤란한데."

메루메 "네?"


메루메가 당황하고, 손님 두 사람이 공격하려는 순간, 남자들이 움직였다.


마술사 "크핫!!"

여자 갱 "꺄악!!"


너무 빨리 지나갔다.


요미하라 토박이, 실력에 자신이 있는 두 사람이 메루메의 눈앞에서 참살당하고 있었다.


메루메 "꺄아아악!!"


일이 이에 이르러 메루메도 비로소 그들이 적이라고 이해한다.


메루메 "갑자기 뭐에요? 당신들은 누구죠?"

암살부대 리더 "아캄 바이오 제약."



복면들 중의 한 사람이 짧게 고한다.


그 이름은 메루메의 기억에 있었다.


메루메 "아캄 바이오....? 그럼 당신들이 마초를?"

암살부대 리더 "......"


남자는 무언.


메루메는 그걸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메루메 "이 애들을 억지로 따르게 하는 건 용서할 수 없어요!"

메루메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지 알려드리죠!"

메루메 "하베스트 프리즌~!"


메루메는 사내들을 향해 씨를 뿌리고 하프를 울렸다.


원래대로라면 날카롭고 뾰족한 마초가 돋아나 적을 꼬챙이로 만들 텐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메루메 "어? 너희들 왜 그래? 어째서 자라나지 않는 거야?"


일찍이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암살부대가 나타난 것 이상으로 메루메의 얼굴에 동요가 가득하다.


암살부대 리더 "......"


아까 전의 남자가 오른손에 낀 기묘한 기계를 말없이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메루메 "그 기계손, 굉장히 싫은 느낌이네요. 그걸로 이 아이들이 자라는 걸 막은 건가요?"

암살부대 리더 "......"


두 손님을 참살했을 때조차 조금도 변하지 않았던 복면 아래의 눈이 잔혹하게 가늘어졌다.


메루메 "이 무슨 지독한......얘들아, 미안해. 꼭 돌아올게."


메루메는 재빨리 몸을 돌렸다.


이런 때도 있을까, 하고 카운터 뒤에 만들어 놓은 숨겨진 문을 통해 도망친다.


암살부대는 그 뒤를 쫓으려고 카운터에 쇄도했지만,


암살부대 "라이트닝님, 열리지 않습니다. 저편에서 자물쇠를 채운 것 같습니다.

라이트닝 "찾아라."


라이트닝, 그렇게 불린 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부하에게 명령했다.


암살부대 """네."""


그들은 재빨리 가게 밖으로 나가 휙 흩어져 간다.


라이트닝 "시시한 일이야."


라이트닝은 바닥에 흩어져 있던 마초 씨앗을 짓밟았다.




그 무렵, 미연 DSO에서 오차학원의 연수생으로 온 케일리 마이어스는 휴일을 이용해, 요미하라에 와 있었다.


일전에 사이보그 선배인 코우카와 아스카를 따라 이 거리에 찾아와, 노마드의 마계기사 리나와 알게 되거나, 탐정 사무소의 나사라와 친구가 되는 등, 그 후에도 몇 번인가 요미하라 탐색을 계속하는 동안, 완전히 이 거리가 마음에 들어버렸던 것이다.


어지간해선 무장난민이 가득한 지하통로를 뚫고 나오기조차 힘든 곳인데, 그녀는 안드로이드 암&레그를 장비한 미련 최신 인조생명체.


어지간해선 주눅이 들지 않는 천성도 있어서, 가면의 마담이나 아스카 몰래 놀러오는 것이었다.



케일리 "하──시원하다. DSO의 메인터넌스 침대에서보다 잘 잔 것 같아. 숙면방인가. 재미있는 가게였지──."


오늘은 마술사 엘레나의 숙면방을 체험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활기가 넘친 케일리는 언제 건달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은 요미하라 뒷골목을 의기양양하게 걷고 있었다.


케일리 "다음은 어디로 가지? 나사라짱네에 놀러갈까."

케일리 "리나네는......역시 위험하겠지. 노마드의 마계기사이고. 그래도 현관에서 부르면 나와줄 것 같은데."


케일리가 앞으로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메루메 "하앗, 하앗, 하앗, 하앗!"


복면을 한 남자들에게 가게를 습격당해 숨겨진 문으로 빠져나온 메루메가 다가왔다.


물론, 그런 사정을 케일리가 알 리 없다.


케일리 "왜 저러지. 엄청 당황했네."


단지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메루메 "꺅!"


추격자를 신경쓰며 도망치던 메루메는 케일리를 피하려다 넘어지고 만다.


케일리 "괜찮아?"


케일리는 엉겁결에 손을 내밀었다.


메루메 "네, 네에......죄송합니다......"

케일리 "뭔가 당황한 모양새인데, 무슨 일 있어?"

메루메 "아니.....아무것도.....헉!"

케일리 "응......?"


느닷없는 인기척


메루메는 깜짝 놀라며, 케일리는 태평하게 얼굴을 들자 암살부대가 따라오고 있었다.


암살부대

"도망쳐도 소용없다."

"너는 여기서 끝이다."

"그쪽의 여자는 운이 나빴군."


메루메 "또, 도망치세요......빨리!"


아까 가게에서 손님이 살해된 것과 같이, 메루메는 지금 여기서 만난 것 뿐인 케일리도 말려드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정작 본인은 태연했다.


오히려 감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케일리 "또야. 항상 이런 장면과 마주치고. 역사 요미하라."

케일리 "너희들 이 사람 죽이고, 나도 내친김에 죽일 생각인가 보네. 그렇게는 두지 않아!"



사정은 전혀 모르지만, 케일리는 단호하게 전투 태세를 취했다.


***


케일리 "자, 와라!!"

암살부대 "일단 저 잡어부터다."


마초 가게에서 요미하라의 무뢰배들을 순식간에 쓰러뜨린 암살자들.

하지만 케일리의 반응은 이들의 예상을 뛰어넘어 재빠르고 용서가 없었다.



케일리 "누가 잡어야! 처먹어라!! 안드로이드 암 '말살 머신건'."


카가가가가가갓!!


손가락 끝의 머신건이 갑자기 불을 뿜었다.


암살부대

"뭣!?"

"크악!!"



케일리 "그리고, 이얏! 안드로이드 레그 '몰살 미사일'."


계속해서 발에서 발사되는 소형 미사일.


투콰아아아앙!!


아스카에게 물려받은 네이밍 센스를 발휘하며 케일리는 팔과 다리에 내장된 무기로 선제공격을 가하고 있었다.


보통 이런 골목에서 사정도 모르는 상대에게 쓸 무기가 아니다.


암살자들 역시 예상치 못한 지금의 공격으로 절반이 당했다.


암살 부대

"크, 사이보그인가!"

"접근해서 죽여라!"


그러나 적도 범상치 않다. 선제공격을 피한 자들이 케일리에게 접근전을 걸어온다.



케일리 "그렇다면! 안드로이드 암 '썬더 블레이드'!"


케일리의 양팔에서 전격의 블레이드가 튀어나왔다.


암살부대 "뭣이?!"

케일리 "이야아앗!! 하아아앗!!"


케일리는 날렵하게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암살부대는 들고있던 칼로 그것을 받아내려 했지만, 전격 블레이드는 칼을 간단히 통과해, 그들의 몸을 가르고 있었다.


암살 부대

"크악!"

"그런......바보 같은......"


전원을 쓰러뜨리기까지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요미하라 거리를 태연하게 돌아다니는 케일리의 가공할 힘이었다.


케일리 "해냈다!"

메루메 "굉장해......"


우연히 맞닥뜨린 케일리의 실력에 메루메는 멍해졌다.


케일리 "뭐, 그렇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짓던 케일리는 새로운 적의 기척에 퍼뜩 고개를 돌렸다.


라이트닝 "번개를 다루는 사이보그인가. 재밌군."


암살부대의 리더 라이트닝은 부하들이 당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늘에서 어른거렸다.


케일리 "아직도 있었구나! 이얏!!"

메일 "기다리세요. 저 남자는──."


그 경고의 도중, 라이트닝이 훅 자취를 감추었다.


케일리 "사라졌다!"


전율이 케일리의 등줄기를 가로지르고,


케일리 "핫!!"


등뒤에서 느낀 미미한 낌새로, 케일리는 라이트닝의 공격을 힘겹게 받아넘겼다.


라이트닝 "잘 막았다."

케일리 "인간 이상으로 눈에 의지하지 말라고 귀 아프게 들었으니까."


케일리는 재차 말했지만, 적의 몸을 달리는 전기를 알아채고 눈을 부릅뜬다.


케일리 "그쪽도 번개?"

라이트닝 "그래."



라이트닝이 번개를 두른 좌우의 칼로 케일리에게 덤벼들었다.


케일리 "우왓, 우아아앗!!"


적이 자신과 같은 능력을 다루는 것에 놀라면서, 케일리는 문자 그대로 벼락처럼 떨어지는 참격을 필사적으로 받아낸다.


라이트닝 "몸놀림 꽤 좋군."

케일리 "이 녀석, 강해!"


그저 몇 합 공방을 나누는 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저쪽의 번개가 더 강하다.


오차학원에서 그 천재 뇌둔사, 미즈키 유키카제와 모의전을 치렀을 때의 「이건 위험해」라는 감각이 되살아난다.


케일리 "젠장! 말살 머신건!!"


카가가가가가!!


케일리는 견제로 손끝의 머신건을 발사했지만 라이트닝은 그것을 휙 피했다.


라이트닝 "그 원거리 무기는 받아내고 싶지 않군."

케일리 "뭐라고! 그렇다면......"


케일리는 더욱 강력한 다리의 미사일을 쏘려 했지만, 라이트닝은 시큰둥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라이트닝 "안돼지 안돼. 한 가지 재미있는 걸 보여주마. 바람이여."


후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케일리 "뭐야?"


적의 몸을 감싸고 있던 번개가 순식간에 바람으로 변해 있었다.


케일리 "이런! 바람까지!"

라이트닝 "어떻게 막아볼 테냐? 참풍(斬風)."

케일리 "우왓, 위험해!"



라이트닝은 케일리가 어떻게 대처하려는지를 즐기려는 듯 바람의 칼날을 휘둘렀다.


순간적으로 물러서는 케일리에게 무시무시한 카마이타치가 날아든다.


케일리 "윽!"


안 돼, 피할 수 없어!

당한다!


메루메 "제발!! 자라나 줘!!"

케일리 "에?!"


갑자기 케일리의 눈앞이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그것은 초목이었다.


땅에서 대량의 초목이 자라나 카마이타치를 막았던 것이다.


사각사각사각사각!!


초목은 차례차례 잘려나가지만, 그것을 상회하는 기세로 무성해져 간다.


케일리 "우와, 갑자기 숲이?"


길은 순식간에 초목으로 막혔고 라이트닝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메루메 "마초입니다! 그보다 빨리 도망치죠!"

케일리 "으, 으응!"


영문을 모르겠지만 지금은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다.


케일리는 메루메와 함께 자리를 떴다.


즉석으로 만들어진 숲의 저편에서 라이트닝이 중얼거린다.


라이트닝 "두 사람 몫의 번개 탓에 상태가 나빠졌나? 쓸모없는 디바이스야."

라이트닝 "하지만 시시한 일이 조금은 재밌어지는 것 같다."


복면 아래의 눈동자가 으스스하게 빛났다.



END


진짜 이름이 라이트닝이네.


아캄 바이오는 '불사의 병사' 이벤트 때 나온 회사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