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카제 "핫."


파직!

어둠 속에 뇌격이 잠깐 빛났다.



감염자 "아......우......아......"


브레인 플레이어의 바이러스에 의해서 육체를 변용당한 인간, 통칭 '감염자'의 한쪽 다리가 싹둑 절단되었다.


감염자는 옆으로 쓰러져 다리가 하나로 줄은 줄 모르고 파닥거리고 있다.


아스카 "이얏."


서걱!


감염자 "아......"


아스카도 다른 감염자의 목을 절단하고 있었다.


감염자라고 해도 아직 생물, 보통이라면 그것으로 죽을 테지만, 특수한 바이러스로 생명력이 기이할 정도로 강화된 몸은 목 위를 잃어도 끈질기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지각능력을 잃고, 빙글빙글 그 자리를 계속 도는 모습은 목 없는 로봇과 같다.


감염자

"아──, 우──, 아우──."

"아──, 우──, 아우──."

"아──, 우──, 아우──."


두 명의 감염자가 흘리는 피 냄새에 주위를 배회하던 또 다른 감염자가 속속 모여든다.


물론 동료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런 지성은 이미 잃은 지 오래.


그들은 주저없이 한쪽 다리와 목을 잃은 감염자 둘을 먹기 시작했다


서로 잡아먹는다.


아스카 "바로 가자."

유키카제 "그래."


외면하고 싶은 광경에도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아스카와 유키카제는 황폐한 거리를 지나간다.


두 사람은 어떤 목적을 위해 감염자가 배회하는 구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유키카제 "잔뜩 남아있네."

아스카 "이 주변은 감염이 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유키카제 "원래대로 돌려주고 싶지만......"


그 말에 약간의 연민이 섞였다.


아스카는 엄격한 어조로 대답한다.


아스카 "연구는 계속하고 있지만 무리야. 감염 후 변용할 때까지 평균 48시간."

아스카 "현재 백신으로 그걸 피한 건 단 세 명."

아스카 "그 3명도 결국, 일주일 후에는 감염자가 되어 버렸어. 현재로서는 죽이는 수 밖에 없어. 감상적이게 되는 건 금물이야."

유키카제 "알고 있어."


아스카가 냉정하게 타일러 유키카제는 화제를 바꾸었다.


유키카제 "정말 이 근처에 있는 걸까 ?사큐라가 홀로 방황한다니. 지금까지 그런 적 없었는데."

아스카 "그걸 확인하러 온 거야. 어쩌면 신형일지도 몰라."

유키카제 "......"

아스카 "어쨌든, 사큐라는 소리에 민감해. 되도록 전투는 피하자. 알겠지?"

유키카제 "알았어."


감염자

"아......우......아......"

"으으......아으으......아우아......"


전방에서 새로운 감염자가 하나 둘 다가온다.


유키카제 "떠드는 사이에 또 나왔네."

아스카 "어쩔 수 없어. 해치운다."


한때는 같은 인간이었던, 브레인 플레이어의 불쌍한 희생자들. 

두 사람은 의연하게 자세를 취했다.


***


아스카 "여기서부터는 적이 지나가기를 기다리자."

유키카제 "거참,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잘도 나오네."

아스카 "밤 밖에 못 움직이니까 아직은 괜찮아."

유키카제 "뭐 그렇지. 낮에는 낮대로 귀찮은 녀석들이 나타나고."

유키카제 "둘이 잠입하기엔 감염자가 배회하는 밤이 제격인데."

아스카 "계속 녀석들 상대를 하는 건 나라도 정신적으로 지친다고."

유키카제 "멘탈괴물 아스카라도?"

아스카 "누가 멘탈괴물이래. 지금은 둘만 있으니 약한 소리 정도는 하고 싶은 거야."

유키카제 "서로 말이지."


아스카와 유키카제는 감염자들을 피해 폐허 중 하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감염자는 브레인 플레이어의 생화학 무기로 미지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의 끝이다.


사람으로서의 지성을 상실하고 흉포화, 비정상적인 괴력과 생명력을 자랑한다.


시각, 청각은 약해져 있지만 후각, 특히 피 냄새에 민감, 1킬로 밖에서도 그 냄새를 맡는다.


자외선에 닿으면 피부가 화상을 입기 때문에, 낮에는 어둠 속에 잠복해 있고, 온몸의 체모가 빠져버린 이상한 외관이 되어, 마치 흡혈귀 같다.


감염자에게 물리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평균 48시간 이내에 '감염자'로 변용해 똑같이 되어 버린다.


적으로서는 크게 위협적인 것도 아니고, 출혈 등으로 ㅇ니한 냄새를 맡지 못하면 싸우지 않고 도망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단지, 이 주변에는 그 수가 많았다.


유키카제 "여기 편의점이었나 보네."


유키카제는 건물 안으로 들어서, 뭔가 남아 있지 않을까 물색하기 시작했다.


아스카 "그리운 단어네. 하지만 이제와서 찾아본들 아무것도 없어."

유키카제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혹시 모르긴 하잖아."

아스카 "없어. 얌전히 E블록이나 먹어."


아스카는 바닥에 앉아 레지스탕스 사이에서 상용되는 휴대식을 꺼냈다.


유키카제 "그건 맛없잖아."

아스카 "내가 옛날에 먹었던 사이보그용 조절식보다는 나아."

유키카제 "그렇게 맛이 없었어?"

아스카 "이게 맛있게 느껴질 정도려나."


아스카는 E블록을 물었다.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서만의, 도저히 음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블록이지만, 일단은 맛이라는 게 느껴진다.


유키카제 "어디보지. 음~~, 역시 없네."

아스카 "포기해. 너무 바스락바스락 거리다 보면 사큐라가 올 거야."

유키카제 "아......"

아스카 "왜 그래?"

유키카제 "......찾았다, 과일캔."

아스카 "우웃!"


아스카는 벌떡 일어나 유키카제에 달려갔다.


유키카제 "봐봐봐봐!!"


유키카제가 가리키는 곳, 마루의 숨겨진 창고 같은 곳에, 과일캔이 상자 째 뭉텅뭉텅 남아 있었다.


백도, 황도, 귤, 파인애플, 사과, 서양 배, 버찌, 기타등등.


아스카 "진짜냐!!"


근처에 사큐라가 있으면 틀림없이 다가올 소리를 낸다.


유키카제 "저기──, 찾아보면 더 있지 않을까. 유통기한 7년 지났는데."

아스카 "사치 부리지 마."

유키카제 "어.떤. 걸.로. 할.까.요."


유키카제는 과일 캔을 나란히 놓고 별안간 손가락으로 고르기 시작했다.


아스카 "잠깐만, 지금 여기서 따는 거야? 이건 귀중한 물자고, 나중에 회수해서 모두에게──."

유키카제 "하나쯤은 괜찮잖아. 발견한 사람의 특권. 아스카는 먹고 싶지 않아?"

아스카 "......뭐? 그거야 당연히 먹고 싶지. 이런 건 먹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

유키카제 "그럼 따봐. 어떤 걸로 할지 고르게 해줄게."

아스카 '괜찮아? 내가 골라도?"

유키카제 "괜찮아."


유키카제의 말, 문자 그대로 달콤한 유혹에, 레지스탕스의 리더로서라든지, 이런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닌데─라는 생각은 사라졌다.


아스카 "잠깐만 기다려봐! 음, 음......그럼......복숭아캔!"


30초 가량 고민하다가 백도 복숭아 캔을 집어들었다.


유키카제는 고개를 끄덕인다.


유키카제 "그렇지? 과일 캔이라면 복숭아지. 빨리 열어줘."

아스카 "으, 응."


깡통따개가 필요없는 타입이다.


두근두근하고 손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뚜껑을 열었다.


아스카&유키카제

"우와아~~~"

"우와아~~~"


피어오르는 달콤하고도 그리운 복숭아 캔의 향기에 동시에 목소리가 높아진다.


귀중한 시럽을 흘리지 않도록 새하얀 복숭아를 안에서 꺼내 두 사람이 함께──.


아스카&유키카제

"~~~~~~~~~~으응!!"

"~~~~~~~~~~으응!!"


부드러운 식감과 살살 녹는 듯한 혀의 감촉,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맛.


둘 다 잠시 부르르 떨었다.


유키카제 "으응, 달아."

아스카 "복숭아 캔이 이렇게 달았나? 정말 혀가 녹아버릴 것 같아."

유키카제 "있잖아──, 맛있지──."

아스카 "아──안돼, 얼굴이 웃겨."

유키카제 "아스카, 굉장히 칠칠치 못한 얼굴이 되었어."

아스카 "유키카제도 그렇거든."


잠시 전사임을 잊고 단것을 좋아하는 여자로 돌아가는 두 명이었지만,


덜컥......

누군가 가게에 들어오는 기척이 났다.


아스카 "핫!!"

유키카제 "누구야!?"

사유리 "아스카 씨? 유키카제......씨?"

아스카 "사유리!"



두 사람보다 앞서 정찰하던 레지스탕스 중 한 사람, 전직 후우마 토둔중의 사유리였다.


아스카와 유키카제를 보고 사유리는 기쁜 얼굴을 했지만 몸은 휘청거리고 있다.


유키카제 "당한 거야?!"


급히 달려가 어깨를 빌려주는 유키카제에게 사유리는 괴로운 듯이 말했다.


사유리 "죄송해요......저만 빼고 모두......사큐라에게......"

아스카 "단독으로 배회하는 사큐라가 있었어?"

사유리 "네......그 존재는 확인했습니다......다행이네요......임무는 완수할 수 있었어요......"


사유리는 그것만 말하고는, 이미 서 있기도 힘든지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아스카 "사유리, 우리는 가야 해. 너의 회수는 이쪽에서 연락해 둘게. 미안하지만 여기서 혼자 버텨줘."

유키카제 "......"


그렇게 지시를 내리는 아스카를 유키카제가 힐끗 보았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 말도 내지 않는다.


사유리 "그......괜찮습습니다......저......감염자에게......당해서......"


사유리는 고개를 흔들고 왼쪽 어깨에 난 상처를 보였다


아스카 "......!"

유키카제 "그럴수가......!"


두 사람은 숨을 삼켰다.


근소하게 긁힌 상처다.

그러나 감염자에게 당했다는 것은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


사유리 "이제 곧......한계에요......그러니까 저 여기서......스스로 끝을 내려 했는데......역시......무서워서......"


둘은 사유리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았다.


사유리 "아스카 씨......부탁드려도 될까요?"

아스카 "알았어."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고 아스카는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키카제 "기다려."

아스카 "유키카제!"


반박하려는 아스카에게 유키카제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며 사유리에게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넸다


유키카제 "사유리. 우리 지금 여기서 디저트 시간을 가지고 있었어."

사유리 "디저트......?"

유키카제 "우연히 여기서 이걸 발견했지. 봐, 복숭아 캔."

사유리 "와......굉장하다......"


사유리의 얼굴에 살짝 미소가 떠오른다.


유키카제 "먹을래?"


묻는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유리 "네......잘 먹겠습니다."

아스카 "역시 사유리는 이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구나."


아스카도 말했다.

당연한 일상처럼.


사유리 "네, 그래요......저."


사유리는 힘겹게 미소 지으며 유키카제가 내민 복숭아를 입에 머금었다


사유리 "맛있......어......굉장히......그리운 맛이 나요......"

유키카제 "응......응......"

사유리 "즐거웠던......시절의......맛......그런데......괜찮을까요, 저만......"

아스카 "괜찮아. 모두의 것도 잘 챙겨뒀으니까."

사유리 "그런가......다행이다......저......마지막으로......이.....렇게......언젠가......또......다 같이......"


사유리의 목소리가 점점 끊겨간다.


가슴의 고동도 가라앉아 가고, 온화한 얼굴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스카가 바람을 조종해, 그녀가 괴로워하지 않도록 그 호흡을 멈추게 했던 것이다.


꺼림칙한 바이러스에 지배되기 전, 사람의 존엄성을 유지한 채, 사유리는 영원히 잠든 것이었다.


유키카제 "나머지는 네가 먹어."

아스카 "다음에 또 보자, 사유리."


사유리를 눕힌 뒤 남은 복숭아 캔을 바치고 일어섰다.


두 사람 모두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줄곧 이런 이별을 반복해 왔던 것이다.


후우마가 죽고 나서, 계속......



END


이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 취향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