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SS의 시뮬레이션 세계로부터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장소에 있었다.

게다가 미래에서 온 유키카제과 어째서인지 어린 아스카도 있다.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이라고 협박당해, 영문도 모른 채 둘을 따라가면, 거기는 어두운 터널 속이었다.


아래로 두 개의 레일이 있고 앞뒤로 길게 이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 "여기는......지하철인가?"

아스카 "그래! 이쪽이야! 서둘러!!"


아스카는 내 중얼거림에 대답하고는 선로로 뛰어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뒤를 쫓아가면서 이 지하철이 더 이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닫는다.


불이 전혀 켜져 있지 않고, 벽이나 천장이 군데군데 무너져 있고, 무엇보다 전철의 잔해가 있다.


유키카제 "아직도 쫓아오고 있어! 처먹어라!!"


피융! 피융!!


내 뒤에서 달려오는 유키카제가 추격자를 향해 레이저 뇌격을 날렸다.



레이더

"꺄악!!"

"크악!"


섬광 속에서 종말물 영화에나 나올 법한 후드에 마스크를 착용한 수상한 놈들이 쓰러진다.


이 황폐한 모습, 저런 몰골의 습격자, 무엇보다 어른 유키카제가 있다는 것은, 이곳은 브레인 플레이어에게 지배당했다는 미래인가?


난 언제 여기에 온 거지?


왜 아스카는 어른이 아니라 현재보다 어려진 거야?


혹시 미래가 아니라 또 시뮬레이터가 이상을 일으킨 건가?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하다.


아스카 "유키카제, 불필요한 전투는 피해!"

유키카제 "알고 있어. 하지만 녀석들이 끈질기니까 적당히 수를 줄여야지!"


유키카제는 뇌격을 연발하며 추격자를 픽픽 쓰러뜨려 간다.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당연히 저쪽에서도 쏘겠지만 유키카제는 번개의 장벽으로 총알을 전부 막았다.


나 "뭐야 저 놈들은!?"

아스카 "아까 말했잖아! 레이더야. 간략히 말해서 이 세계를 방황하는 미친 놈들!"


앞서 달리는 위화감 투성이의 아스카가 나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나 "간단히 설명해! 도대체 여기는 어디, 아니 언제야? 미래의 평행세계라도 되나?"

아스카 "당연하잖아. 뭔 줄 알았는데."

나 "그야 네가 그런 모습이면 과거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가상세계나."

아스카 "가상세계!?"

나 "때마침 난 그런 기묘한 일이 일어나는 신형 시뮬레이터를 테스트 중이었어."

아스카 "아, 그랬구나. 안타깝지만 현실이야!"

아스카 "브레인 플레이어 때문에 엉망진창이 된 미래!"


아스카는 강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양손에 쥔 대형 나이프를 번뜩였다.


레이더 "갸아아악!"


앞에서 나타난 또 다른 레이더가 순식간에 숨통을 끊긴다.


아스카 "아아 정말 성가시긴!"

나 "그 손발은......"


어두웠고, 얼굴도 몸도 작아져 있어서 지금까지 몰랐는데, 손발이 트레이드 마크인 안드로이드 암&레그가 아니었다.

진짜 몸의 손발이다.


아스카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팔다리를 잃기 전의 몸으로 돌아가 버렸어."

나 "여러가지라니 너......"

아스카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어쨌든 미래야. 후우마는 차원이동장치로 데려온 거고."

나 "차원이동장치. 브레인 플레이어 거야?"

아스카 "지난번 유키카제를 너에게 보냈을 때는 말이야. 이번에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


터무니없는 말을 선뜻 한다.


나 "스스로 만든 거야?!"

아스카 "그렇다고 해도, 모르지아나라는 다른 브레인 플레이어에게 제공된 테크놀로지를 해석해서 말이지."


아스카는 『그것이 우리의 한계』라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나 "모르지아나? 마계의 9귀족?"

아스카 "이미 그쪽에서도 만났나 보네. 역시 후우마야."

나 "오차학원 지하에 있던 고대 유적에서 말이야. 테셀락을 파괴한 데에 감사를──."

유키카제 "하아아아앗!!"


쿠우우우우웅!!


나 "헉!"


귀청을 찢을 정도의 천둥이 울리고 유키카제는 레이더를 잔뜩 쓰러뜨리고 있었다.


유키카제 "그 여자 얘기는 나중에 하지 않을래?"


무섭고 험상궂은 눈으로 말하다.


뭐지? 모르지아나의 얘기를 하려던 찰나였는데.


녀석과 무슨 일 있었나?


아스카 "어쨌든! 그 녀석의 기술은 도움이 됐어."

아스카 "자체 개발 도중 실험에 실패해서 난 이렇게 되어버렸지만......이번에는 성공해서 다행이야."


아스카가 무리하게 화제를 돌렸다.


모르지아나에 대해서는 궁금했지만, 그 이상으로 듣고 흘려버릴 수 없는 말이 있었다.


나 "잠깐만 기다려. 어쩌면 나도 아스카처럼 작아졌을 가능성이 있었던 거야!?"

아스카 "잘 풀렸으니 됬잖아. 기억이 바뀌지 않는 건 나로 알 수 있었고."

아스카 "후우마가 작아져서 귀여워진다면 그것도 괜찮겠지─랄까나."

나 "야!"

아스카 "농담이야 농담."


도저히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다.


느닷없이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는 현재의 아스카와 같다.


아니, 그 이상이다.


아스카 "그건 그렇고, 역시 후우마네."

나 "뭐가 역시인데!?"

아스카 "이렇게 쫓기고 있는 상황인데 우선은 정보수집과 나에 대한 돌진일까!"


서걱! 서걱!


아스카는 무척 즐거운 듯 레이더를 하나둘 쓰러뜨린다.


유키카제 "그래야 후우마니가?"


유키카제도 마찬가지다.

레이더를 사정없이 쓰러뜨리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었다.


나 "이 모양 이 꼴이라 그렇다. 왜 갑자기 쫓기고 있는 거야? 부를거면 좀 제대로 불러."

아스카 "나도 그러고 싶었어. 하지만 차원이동장치를 움직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해."

나 "자주 있는 얘기지. 1.21기가와트잖아."


나는 자포자기하며 유명한 시간 여행 영화 소재로 답한다.


아스카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스카 "아하핫, 그런 느낌! 나도 그거 엄청 좋아해!"

아스카 "방금 전까지 있던 것은 일찍이 미연이 비밀리에 연구하고 있던 소형의 지하 원자력 발전. 그걸 썼던 거야."

나 "지하 원전? 그런 뒤숭숭한 게 있었나?"

아스카 "있었어. 나도 나중에 알았는데."

아스카 "미연은 요미하라의 마계의 문에 대항하기 위해 원전의 거대한 에너지를 이용하려 했다는데."

아스카 "브레인 플레이어가 쳐들어오는 바람에 그럴 상황이 못 되었지."

아스카 "지금은 레이더들의 거처가 되어, 우리는 잠입해 들어갔고."

아스카 "원전이 갑자기 정전이 될 정도로 에너지를 써버린 탓에 화가 잔뜩 나서──."

나 "광분해서 쫓아오는 거구만!"

아스카 "그런 거야!"


유키카제 "아지트답게 레이더의 수는 천을 넘어. 역시 그 정도는 상대하기 벅차."

나 "그거야 그렇겠지."


갑자기 쫓기고 있는 상황은 알 수 있었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일단 그에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다행히 아까 전 유키카제의 뇌격으로 추격자의 수는 줄어들었다.


나 "그래서 왜 날 부른 거야? 설마 사실은 있던 내 아이가 큰일났다던가!"


그것도 아까 영화에서 나왔던 가벼운 농담이었지만,


유키카제 "뭐야!! 설마 짐작이 가는 게 있는 거야?!"


유키카제가 진심으로 노려봐, 나는 조금 비참한 기분으로 부정한다.


나 "아니, 없는데......"


아스카는 그런 나를 보고 또 웃음을 터뜨렸다.


아스카 "후하하핫. 그런 거라면 재밌겠는데."

유키카제 "재미없어."

아스카 "그래,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다시 과거를 바꿔야겠지."

유키카제 "당연해."

나 "이야기가 딴길로 새고 있어."

아스카 "누구 때문인데. 여하튼 그게 아니라, 브레인 플레이어와의 싸움에 협조해 달라는 부탁을 하려고."

나 "나한테?"


아스카는 웃던 것을 멈추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가 아는 아스카와는 어딘가 다른, 깊은 결의를 느끼게 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스카 "정확히 말하자면, 후우마는 이 세상에서 영웅이야."

나 "뭐어?"

아스카 "그 기분은 이해하지만 들어봐. 후우마 덕분에 우리는 알사르를 쓰러뜨리고 테셀락을 파괴했어."

나 "덕분이라니. 나는 평범하게 지휘했을 뿐인데."

아스카 "그러니까야. 평범하게 지휘하여, 알사르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까놓고 말해 기적이야."

아스카 "후우마가 살아남은 것도 포함해서."

유키카제 "그것도 있고, 우리 쪽 참모들이 후우마와 만나고 싶어했거든."

유키카제 "그래서 꽤 무리를 했지만, 이 세계에 와달라고 한 거야. 레지스탕스의 지휘를 부탁하기 위해."

유키카제 "나도 다시 한 번 더 후우마의 힘을 빌리고 싶었어."


유키카제도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죄책감과 의존이 뒤섞인 듯한 표정이었다.


나 "이쪽 세계의 브레인 플레이어를 쓰러뜨리기 위해서인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고 아스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스카 "테셀락이 파괴되면서 브레인 플레이어의 지배는 절대적인 게 아니게 되었지만."

아스카 "여전히 놈들은 강대한 적들이야. 이쪽 세계에서 대마인은 거의 다 죽어 버렸으니까......"

나 "그래......물론 협력하고 싶지만 나도 원래의 세계에서 해야할 일이......"

유키카제 "당연히 알고 있지."

아스카 "가끔 주말 정도에 와주면 돼."


틀림없이 일부러일 것이다, 농담조로 말하는 아스카에게 쓴웃음을 짓는다.


나 "아르바이트냐?!"

아스카 "그렇게 생각해. 옛날에도 가끔 내 임무에 협력해 줬잖아. 그런 느낌이야."

나 "협력했다고 해야 하나......"

아스카 "그랬잖아? 아무튼 후우마가 있어주기를 원해. 나도, 유키카제도, 동료들도."

나 "동료?"

아스카 "브레인 플레이어의 지배에 저항하고 있는 레지스탕스야."

유키카제 "아스카는 그 리더."

나 "리더? 아스카가?"

아스카 "흐흥, 뭐 그렇지."


아스카는 자랑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하지만 날 호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지? 그렇게 가끔가다 부를 수 있어?"

아스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은 처음 뿐. 위치 파악에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가는 거야."

아스카 "하지만 '차원 비컨'을 가지고 있으면 앞으로는 에너지를 절약하며 부를 수 있어."

나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건가."

아스카 "그런 거야."


그런 거라면──.


내가 승낙하려던 그때, 유키카제가 날카롭게 경고를 보냈다.


유키카제 "아스카! 매복이야! 앞에 산더미처럼 있어!!"

아스카 "칫!!"


아스카의 얼굴도 굳어진다.


레이더

"히힛히힛!!"

"오랜만에 진수성찬이다!!"

"놓치면 안돼!!"


아무래도 우회해서 앞을 가로막은 듯 하다.


지금까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의 레이더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아스카 "인육을 좋아하는 주제에 정말 머릿수는 많네! 서로 잡아먹기나 하라고!"

나 "저 녀석들은 브레인 플레이어의 동료들이야?"

아스카 "아니, 하지만 세계가 망가져서 인간성을 잃은 야만인들이야."

유키카제 "그러니까 동정할 것 없어."

아스카 "인육을 먹거든."

나 "알았어!"


일단 이곳을 돌파해야 한다.


***


아스카 "후우마는 자기 몸을 지키는데 전념해. 여기서 네가 당하는 건 눈 뜨고 못 봐."

나 "알았어. 수중에 무기도 몇 없고."


나는 내 세계에서 시뮬레이션을 받고 있었을 때의 모습, 즉 교복 그대로다.


닌자도는 몸에서 떼고 있었으므로, 손에 들려있는 건 몇 개의 쿠나이 뿐이다.


일단 그것을 양손에 쥐었지만, 아스카와 유키카제 두 사람을 제쳐놓고 레이더와 싸울 생각은 없다.


사양 않고 그늘에 숨는다.


유키카제 "아스카, 어떻게 하지? 여기서 놈들을 전멸시켜 본들 나중에 또 튀어나올 거야."

아스카 "역이 가까워. 피터지게 싸워야겠지."

유키카제 "피? 아아, 그렇구나. 알겠어."

아스카 "그럼 속공으로 갈게!"

유키카제 "그래!"


나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대화를 하고, 두 사람은 주저없이 레이더를 들이받았다.


레이더

"햐햐햐햐악!!"

"죽어죽어죽어어어어엇!!"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갓!!


레이더들이 일제히 발포했지만,


슝!!


레이더

"뭣!?"

"사라졌다!?"


녀석들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현대의 두 사람에 익숙한 나조차도 한순간 넋을 잃을 듯한 움직임으로, 총격을 피해 적 집단의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유키카제 "뇌검!"


유키카제의 양손에서 번개의 검이 뻗쳤다.


레이더

"꺄악!!"

"크악!!"


두 자루의 뇌검이 레이더의 손발과 몸통을 차례차례 가른다.


전에 내 시대에서 보여줬을 때와 마찬가지로, 일도류의 검은 세련되고 압도적이다.


그리고 팔다리를 잃기 전의 몸으로 돌아갔다는 아스카의 전투 모습에는 나 또한 깜짝 놀랐다.


아스카 "대마살법 '귀참리'!!"


레이더 몇 명이 순식간에 뿔뿔이 흩어졌다.


나 "저 기술은......"


양손의 너클 블레이드.

그 대마인 슈트의 디자인과 저 코트


미래의 아스카의 모습은 가면의 대마인을 연상시켰다.


아스카 "으랴아아앗!! 하아아앗!!"


그리고 바람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칼날을 휘두르는 저 움직임은 마치 아사기 선생님 같다.


아스카 "풍인난무(風刃乱舞)!!"


후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터널에 휘몰아치는 카마이타치.


풍신술의 위력도 내가 아는 아스카를 능가하는 것 같다.


레이더

"젠장!! 이 녀석들이!!"

"괴, 괴물이다!!"


아스카 "이제야 알았어?"

유키카제 "이미 늦었지만!"


미래의 아스카와 유키카제, 가공할 두 사람에 의해 레이더들은 온몸을 갈기갈기 찢기고 쓰러진다.


터널은 천장도 바닥도 벽도 피로 물들어 무시무시한 냄새가 풍겼다.


아스카 "이제 슬슬이야."


아스카가 히죽거리며 적에게서 물러났다.


유키카제 "드디어 등장이시네."


유키카제도 스르르 물러난다.


뭐지?


아직 레이더들은 남아있는데.


???

"아──, 으──, 아아──."

"아──, 으──, 아아──."

"아──, 으──, 아아──."


나 "뭐야!?"


으스스한 신음 소리가 나더니 대머리 좀비 같은 녀석들이 지상으로 이어지는 계단에서 조르르 내려왔다.


그 녀석들은 레이더에게 덤벼들어 손, 발, 머리, 몸통 아무데나 물어뜯고 그 고기를 탐하기 시작했다.


레이더

"자, 잡아먹힌다!!"

"오지마, 오지마아아아앗!!"

"꺄아아아악! 그만둬!!"


레이더들은 패닉 상태에 빠져 좀비들에게 총격을 퍼붓지만, 녀석들은 총알에도 아랑곳 않고, 그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역겨운 식욕을 채우려 한다.


나 "뭐, 뭐야!?"

아스카 "감염자야."

나 "감염자!?"

유키카제 '브레인 플레이어의 바이러스에 당한 식인좀비라는 거지. 피 냄새에 민감해 금세 몰려든 거야."

나 "피 냄새. 그런 건가."

아스카 "그런 거야."


그래서 아스카는 일부러 적이 피를 많이 흘리게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다른 적을 이용한다.

식인좀비조차.


개인으로서의 압도적 힘 뿐만 아니라 리더로서 냉정하고 비정한 판단이다.


걸핏하면 대마 초입자포를 쏘아대던 현재의 아스카와는 사뭇 다르다.


아스카 "바로 도망칠 거야."

나 "감염자도 각양각색이구나."

유키카제 "물리면 동료가 될 거야."

나 "진짜?!"

아스카 "그래. 그렇게 되면 고칠 수 없으니까."

유키카제 "후우마는 그 이상한 힘으로 살아날지 모르지만 조심해."

나 "아, 알았어."


이 미래는 듣던 것보다 더 장렬한 세계인 것 같다.


나는 전전긍긍하며 감염자들의 식당에서 멀어져 갔다.


 

END



1.21기가와트 - 백 투 더 퓨처.


소노다가 쓴 거네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