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와 감염자들을 따돌리고 던전과 같은 지하철 터널을 지나가다 보면,


나 "어쩐지 갑자기 추워지네......"


차가운 공기가 앞쪽에서 흘러나왔다.

앞으로 나아갈 수록 온도는 점점 내려간다.


마치 냉동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


아스카 "브레인 시티가 가까워서 그래."

유키카제 "브레인 플레이어가 만든 도시야."

나 "적의 본거지라는건가......"

아스카 "그런 거지."

나 "브레인 플레이어가 만들었으니까 브레인 시티인가."

아스카 "그 녀석들 그런 센스는 없어서 말이야."

유키카제 "그걸 아스카가 말하는 거야?"

아스카 "시끄러워."


나 "그러고보니 알사르도 자신을 진 알사르라 칭했지."

유키카제 "말했지, 말했었어. 그건 엄청 부끄럽더라."

아스카 "엄청 바보 같지만 틀린 말도 아니니까."

유키카제 "그렇지. 그리고 알사르만큼은 아니지만, 시카노스케도 좀 부끄러웠어."

아스카 "시카노스케가 왜?"

유키카제 "일전에 나, 내 번개 에너지를 보내서 시카노스케가 큰 기술을 사용했는데."

유키카제 "후우마 기억나? 그때 시카노스케가 뭐라고 했었지?"

나 "기억해. 초필살 백 스파크 인페르노다."

유키카제 "그거 그거!"


아스카 "뭐? 정말? 진짜 그런 말을 한 거야? 잘도 웃음을 터뜨리지 않았네."

유키카제 "위험할 뻔했어. 시카노스케가 그런 애인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오래간만이었으니까."

아스카 "그래도 시카노스케답네, 그거. 정말 남자아이라는 느낌."

유키카제 "응, 엄청 시카노스케다워. 나 웃을 뻔했는데 한편으로는 기뻤어."

아스카 "알 것 같아."

나 "정말 남자아이, 인가. 전에도 말했었지, 아스카."


아스카 "내가? 언제?"

나 "서로 알게 된지 얼마 안 됐을 때. 기억 안 나? 망상을 구현하는 묘한 세계에서."

아스카 "아......"

나 "생각났지? 그 녀석, 망상을 폭발시켜 영웅처럼 활약하는 것을 우리가 봤잖아."

나 "아스카에게 『정말이지 남자아이는』이란 소리를 듣고 기절했었지?

아스카 "아──, 아──! 생각났어. 우와 그립다! 그랬지 그랬어! 그립네!"

유키카제 "그런 일이 있었구나?"

나 "얼마 전인데."

아스카 "우리에게는 먼 옛날이야."

유키카제 "그래그래."


라는 등 옛 이야기를 꽃피우면서, 점점 내려가는 온도를 견디며 터널을 더욱 나아간다.


아스카 "계단을 올라갈게. 밖에 적은 없겠지만 일단 경계해."

나 "알았어."


지하에서 이렇게 추우니 지상은 더 추울 것이다.


각오를 단단히 하고 선로에서 홈으로 올라가 얼어붙은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위에서 밝은 빛이 들어온다.

어느새 날이 밝았던 모양이다.


나 "거짓말이지......"



지상은 온통 얼음의 세계였다.


거리 전체가 하얗게 질려 있다.


파괴된 빌딩이나, 그 잔해, 방치된 자동차 등이 남아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이 얼어 붙었고, 게다가 아무런 관리도 되어 있지 않은 탓에, 내가 알고 있는 극한지의 거리 풍경보다 한층 더 비참하게 되어 있었다.


문자 그대로 얼음의 거리다.


아스카 "아니, 이게 현실. 여기가 브레인 시티야."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나에게 아스카가 눈 앞의 광경과 마찬가지로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나 "이런 곳에 사람이 살아?"

유키카제 "아주 잘. 놈들의 대리인이나 개가 된 인간들은 나름대로 편안하게 살고 있어."


유키카제가 꺼림칙하게 말하다.


나 "그나저나 냉동인가. 어떻게 된 거야. 이것도 브레인 플레이어의 의도야?"

유키카제 "그건......"

아스카 "......"


말끝을 흐리는 유키카제에게 아스카가 눈짓을 보낸다.

유키카제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두 사람의 행동은 아무래도 무엇인가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나 "그것도 까다로운 이유가 있나 봐."

아스카 "그런 거야. 지금은 묻지마."

아스카 "서둘러. 우리가 여기서 오래 머무는 건 여러모로 위험하니까."

나 "알았어......으으......그건 그렇고......크으으......이건......정말이지......너무 춥지 않나......으윽......"


두 사람은 익숙해 있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지만, 나는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얼마나 추운지 이가 딱딱거린다.


아스카 "이거 입어도 돼."


아스카는 입고 있던 코트를 얼른 벗어서 나에게 내밀었다.


나 "아, 아니......그, 그래도......"


실제 나이는 차치하고, 지금의 아스카는 어떻게 봐도 나보다 어리다.


그런 그녀에게 코트를 받기는 좀 쑥스럽다.


아스카 "그렇게 떨면서 뭔 허세야. 우리는 대마인 슈트로 방한하고 있으니까. 오기 부리지 마"

나 "미, 미안......"


이제 한계다.

한심스럽지만 코트를 걸친다.


나 "아......꽤 따뜻한데."


코트 한 벌일 뿐이지만, 그것만으로 꽤 추위가 가라앉았다.


아스카 "그치? 이쪽의 기술 수준도 나름대로 올라갔다고."

나 "그런 것 같네. 후우......정말 다행이야. 땡큐."

아스카 "거리를 빠져나갈 때까지 그걸로 참아. 이쪽이야. 따라와."

나 "그래."


나는 코트를 여미고, 아스카의 뒤를 따라간다.


아스카는 나를 잠시 보고 있었지만 이제 괜찮아 보인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아스카 "......에헤헤."

유키카제 "......"

아스카 "뭐야?"

유키카제 "......딱히."

아스카 "좋잖아, 이 정도는."

유키카제 "아무 말도 안 했어."

아스카 "자기는 지난번에 과거에서 만났으면서 정말 질투가 심하다니까."

유키카제 "흐───응."


어느새 유키카제는 아스카의 옆에 늘어서 둘이서 뭔가 이야기하고 있다.


또 내게는 들려줄 수 없는 일인지, 이야기의 내용은 알 수 없었다.


극한지대를 빠져나오자 갑자기 따뜻해졌다.


아무래도 브레인 시티라고 불리는 특정 영역만이 냉동 절임이 되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얼음의 세계를 빠져나와도, 펼쳐져 있는 것은 황폐한 미래 세계.


건물은 모두 파괴되고 그 잔해는 어지럽게 널려 있어, 게다가 무성한 식물들이 정글처럼 온 마을을 침식하고 있다.


우리들이 걷고 있는 것은 옛 대로의 한복판이지만, 자동차는 물론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너무한 광경에 나는 또 말을 잃고 말았다.


아스카 "이래도 전보다는 나아진 거야."


내 옆을 걷는 아스카가 말했다.


유키카제 "이 근처는 감염자를 상당히 구제할 수 있었으니까."


우리들보다 앞장 서 걷는 유키카제도 자랑스럽게 돌아본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지만, 갑자기 이런 세계에 불려온 나로서는, 도대체 여기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이제 좀 가르쳐 줄래?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아스카 "레지스탕스의 아지트."

아스카 "우리 동료들과 참모들이 널 기다리고 있어."

나 "아까도 말했지만 그 참모는 누구야? 내 지인?"

아스카 "아니. 어떤 애인지는 만남의 즐거움이라고 할까. 후우마를 놀라게 해주고 싶으니까."

나 "이미 충분히 놀랐어. 특히 너의 그 모습에 말이야."

아스카 "그야 그렇겠지. 그래도 늙은 것보단 낫지?"


경계를 위해 조금 앞을 걷는 유키카제를 힐끗 보고 속삭이듯 묻는다.


나한테 무슨 말을 하게 하려는 거야?


아스카 "뭔가 말해줘."

나 "노 코멘트."

아스카 "에──, 왜에──. 적어도 그 무렵의 나보다 팔딱팔딱 하다거나 귀엽다거나──."


아스카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다음 순간,


아스카 "......!"


얼굴을 긴장시키고 멈칫하며 앞을 보았다.

적인가!?


유키카제 "숨어!"


거의 동시에 유키카제가 경고를 발한다.


우리들은 지체없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유키카제도 자세를 낮춰 이쪽으로 돌아온다.


아스카 "예의 그 녀석?"

유키카제 "보면 알겠지."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다.


나는 그늘에서 얼굴을 내밀어, '예의 그 녀석'이라는 걸 확인했다.



이곳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생체와 기계가 융합된 듯한 인간형 가디언이 우뚝 서 있었다.


클리오네를 연상시키는 투명한 몸 안쪽에 기계적인 골격이 보인다.


얼굴은 있지만 눈, 코, 입이 없다.

밋밋하다.


양팔은 촉수를 감긴 듯, 땅 가까이 뻗은 끝자락이 파랗게 빛나고 있다.


나 "브레인 플레이어의 가디언인가."

아스카 "정답."

유키카제 "우리는 사큐라라고 불러."

나 "사큐라......"


닮았다.


모습은 전혀 다르지만, 인간의 감성과는 상반되는 그 어딘지 불쾌한 '느낌'이, 이전에 싸운 놈들의 가디언, 알사르 휘하의 파즈즈나, 오차학원의 지하에 있던 오=즈와 같다.


유키카제 "후우마도 있고, 여기서 싸우는 건 좋지 않아."

아스카 "하지만 아지트가 가깝고, 이 근처의 폐허에는 거주자도 있어."

유키카제 "그렇다면 내가 시간을 끌 테니 아스카는 먼저 후우마를 아지트로 데려가줘."

아스카 "안돼. 너무 위험해. 녀석은 우리 둘이 아니면 안돼."

유키카제 "그렇지만......"


두 사람의 의견이 맞부딪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은 두 사람이 함께 싸우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강적인 것 같다.


그러나 여러가지로 고생해서 불러낸 나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할 일은 한 가지.


나 "여기서 싸우자."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스카&유키카제 "후우마......!?"


둘은 놀라서 나를 돌아본다.


나 "그걸 위해 날 데리고 온 거잖아."

나 "혼자보다 둘, 둘보다 셋이야. 녀석에 대해 아는 것을 가능한 한 알려줘."

나 "내가 너희들을 지휘할게."

아스카 "후우마......"


아스카는 왠지 감격한 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아는 아스카는 이런 얼굴을 한 적이 없다.


조금 쑥스럽다 느끼고 있으면,


유키카제 "역시 후우마야!"


유키카제가 나를 꽉 안아왔다.


나 "뭐야?"


전에도 놀랐지만, 이 어른 유키카제는 갑자기 이런 걸 해 오는 것이다.


그것은 이전의 일건으로 알고 있었다.


아스카 "잠깐! 치사하잖아 유키카제!?"

유키카제 "빠른 사람이 승자."

아스카 "그게 뭐야! 안는 건 저걸 쓰러뜨린 다음이라니까!"

유키카제 "나는 지금 하고 싶었어!"

나 "아니, 그럴 때가 아니잖아......"


사큐라 「――――――」


어느새 사큐라가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유키카제 "아, 눈치챘나."

아스카 "뭐하는 거야, 유키카제!"

유키카제 "아스카가 떠들어대니까 그렇지. 후우마, 지휘 잘 부탁해!"


유키카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나를 꽉 안았다가 벗어났다.


아스카 "~~~~~~~~."


아스카도 하고 싶어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아스카 "아이 정말! 후우마, 그럼 지휘 부탁할게!!"


적어도 이것만은─이라는 느낌으로 내 등을 철썩 후려친다.


나 "아, 알겠어!'

사큐라 "──."


우리의 소동과는 상관없이 사큐라가 이쪽을 향해 왔다.


***


사큐라 "──."


사큐라는 곧바로 다가온다.


아무래도 공중에 떠있는 듯, 가느다란 다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이동 속도도 상상보다 훨씬 느리다.


아스카 "녀석의 무기는 저 촉수와 거기서 나오는 에너지탄이야. 보다시피 움직임이 느려."

아스카 "하지만 대마인이나 마족의 공격을 경감시키는 실드로 보호받고 있어. 단순한 차원 실드와는 또 다른 거야."

아스카 "그 탓에 유키카제 수준이어도 제대로 된 데미지를 주지 못해."

아스카 "나도 사이보그였을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무리."

나 "요점은 움직임이 느리고 딱딱한 이동포대라는 건가."

아스카 "그래."


아스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카 "평소에는 조심성 때문인지 모르지만 호위 헌터를 산더미처럼 둘러싸고 먼 발치에서 콕콕 공격해 와."

아스카 "그런데 무슨 일인지 녀석은 혼자 배회하고 있어. 그리고 소리에 쓸데없이 민감해. 소리로 이쪽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어."

나 "그렇군."


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사큐라 "──."


사큐라의 촉수가 이쪽을 향했다.

거기에 알기 쉽게 에너지가 모여 간다.


아스카 "후우마!"

유키카제 "올 거야!!"

나 "헉!"


비캬아아아아앙!!


귀에 거슬리는 소리와 함께 촉수에서 에너지탄이 날아왔다.


우리들이 물러선 장소에 직격, 숨어있던 빌딩의 잔해가 화려하게 날아갔다.


위력은 대단하지만 발사 타이밍이 느리다.


덕분에 처음 보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몸을 틀어 피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 "의외로 알기 쉬운 공격인데."

유키카제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얕보고 있어. 단단함과 화력만이 장점이지."

나 "알사르와 똑같네."

아스카 "어떻게 할래? 내가 양동으로, 유키카제의 화력으로 끝낼 거야!?"

유키카제 "응, 결국에는 그것 밖에 방법이 없고."


그게 두 사람이 항상 취해오던 전법인가.


나 "기다려 봐, 이 근처에는 거주자가 있다 했지? 게다가 유키카제의 화력에 의지해 쓰러뜨리는 방식으로는 응용성이 없어."

나 "그런 만만치 않은 적이라면 더더욱, 누구든지 쓰러뜨릴 수 있게 해줘야지."

아스카&유키카제 ""......!!"


두 사람은 깜짝 놀란 것 같았다.


유키카제 (그래. 언제까지나 내 화력에 의지하면 안 되겠지.)

아스카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앞으로 할 일도 생각해 주고 있어. 역시 후우마야!)


나 "자, 어떻게 할까......"


아스카 (그래, 어떻게 할 거야?)

유키카제 (저런 괴물을 어떻게......?)


두 사람은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좋아, 해볼까?


나 접근해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어. 둘 다 양동을 부탁할게."

유키카제 "뭐?"'

아스카 "가까이서 보고 싶어?"

나 "난 아직 녀석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거랑 한 방 쏜 것 밖에 못 봤어."

나 "둘이 힘으로 쓰러뜨릴 수 있다면 반대로 시간을 좀 벌어줘."

나 "그 사이 내가 놈에게 다가가서 놈의 성질을 알아볼게."

유키카제 "......"

아스카 "좀, 너무 대담하지 않아?"


유키카제는 잠자코 있었지만 아스카는 넌지시 그만두라는 어조로 말했다


나 "나한테도 여러가지 있었어. 기묘한 힘의 원인을 조금 알게 되었기도 하고, 모르지아나의 가디언을 쓰러뜨리기도 하고."

아스카 "그거 정말이야? 유키카제는 어떻게 생각해?"

유키카제 "......"


유키카제가 나를 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각오를 다졌다는 듯이, 


유키카제 "아스카, 후우마를 믿자. 후우마는 분명 해낼 거야."


그 말에 아스카는 약간 화가 난 듯 


아스카 "나, 나도 믿어.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아스카 "그럼 다시 이거 입어. 직격은 무리여도 어느 정도 경감시키는 건 될 테니까."


아스카는 다시 나에게 코트를 건넸다.


나 "고마워."


나는 그걸 걸쳤다.


사큐라 "──."


사큐라 그늘에 숨은 우리들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무리하게 공격해 오려고 하지 않고, 촉수에 에너지를 채운 채 움직임을 멈추고 있다.


그럼, 내가 나가면 바로 쏘려 들까?


나 "그럼 가볼까."


나는 놈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유키카제 "앗."

아스카 "후우맛!"


두 사람이 놀라는 소리가 났다.


과연 되돌아 볼 여유는 없지만,


사큐라 "──."


사큐라는 예상했던 대로의 타이밍에 나를 향해 쏴왔다.


나 "좋아, 왔다!"


너무 뻔해.


비캬아아아아앙!!


나는 미리 정해둔 것처럼 그 공격을 무난하게 피했다.


그러자 사큐라는 양손의 촉수에 작은 에너지탄을 여러 개 만들기 시작했다.


두 번 쏴서 두 번이나 피하면, 그냥 쏴선 안 맞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나 "다음에는 연사일까?"


역시.


비갸갸갸갸악!!


충전을 마치고, 작은 에너지탄이 연달아 쏘아진다.


나 "그럼 그렇지."


이런 탄막은 현대에도 친숙하다.

피하는 건 익숙하다.


SF세계의 코델리아에서도 '더마'라는 파워드 슈트를 상대로 똑같은 일을 했다.


그 더마와 이 사큐라 중 어느 쪽의 기술 레벨이 높은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쪽은 공격에 뒤틀림이 없다.


소리로 알아채고, 조준은 정확하지만 타이밍이 정박자라 역으로 읽기 쉽다.


나는 기계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움직임으로, 모든 것을 가볍게──까지는 아니었지만, 쏟아지는 에너지탄을 어떻게든 피하고, 사큐라에게 접근해 간다.


조금 위험했던 것도 있었지만, 그것은 아스카가 빌려 준 코트가 확실히 막아 주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양동을 위해 움직여 주는 기색이 없는데,


유키카제 "후우마, 좋은 움직임이네."

아스카 "큰소리 칠 만한걸."

유키카제 "이 세계에 있던 후우마보다도 훨씬 더 대마인스러워. 강해졌는걸."

아스카 "일류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수준이야. 멋있잖아."

유키카제 "응, 하고 감탄할 때가 아니야! 아스카! 양동 양동!"

아스카 "아, 맞다. 갑자기 멋있어진 탓이라고!"

유키카제 "후우마! 혼자서 무리하지 마!!"

아스카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겨!"

나 "부탁한다!"


이제 혼자서는 한계점에 다달았을 때 두 사람이 양동을 위해 뛰쳐나왔다.


사큐라 "──."


사큐라는 상당한 거리까지 다가온 나를 무시하고, 두 사람에게 공격의 화살을 돌렸다.


역시.


녀석은 대마인이나 마족과의 전투를 상정해 만들어진 것 같다.


즉, 그저 다가올 뿐인 잡어보다 대마입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두 사람을 우선적으로 노리는 것이다.


덕분에 나는 유유히 사큐라 바로 근처의 그늘까지 다가가서, 그 움직임을 차분히 관찰할 수 있었다.


유키카제 "핫, 하아아앗!!"


우선 유키카제가 먼 곳에서 연달아 레이저 뇌격을 발했다.


아스카 "으랴아아아앗!!"


그것을 견제 삼아, 아스카가 접근전을 걸어 간다.


사큐라 "──."


사큐라는 나 때와 마찬가지로, 작은 에너지탄을 연발해서 두 사람을 요격하려 하지만, 나도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저 두 사람에게 맞을 리 없다.


반대로 유키카제의 뇌격을 차례차례 맞고,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듯 반복되는 아스카의 블레이드도 계속해서 받는다.


사큐라 "──."


사큐라가 촉수를 휘둘러, 다른 무엇인가──아마도 전방향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하려 했을 때에는, 


아스카 "풍신・참풍진(斬風陣)!!"


아스카는 이미 빠져 나와, 언제 인법을 사용했는지 모를 만큼 빠른 카마이타치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유키카제 "일도류·호접난무!!"


농락당하는 사큐라를 향해 순식간에 아스카와 역할을 바꾼 유키카제가 두 자루의 뇌검으로 난도질하듯 내리친다.


그 연계는 훌륭하다고 할 수 밖에 없고, 두 사람이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싸워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똑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려는 것이다. 의식하고 여러가지 공격을 시전해 주고 있다.


사큐라는 두 사람에게 두들겨 맞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래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계속 공격을 받고 있는데, 겉으로 보면 거의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대(対)·대마인용의 방벽은 견고하다.


역시 화력에 의한 힘밀기, 이 경우는 최대파워인 유키카제의 뇌격으로 저 방벽을 깨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나를 위해 양동공격을 계속하는 둘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한다.


브레인 플레이어의 가디언, 사큐라.


기계와 생체를 융합한 듯한 그 모습은 전에 싸웠던 파즈즈나 오=즈와 같다.


그런 것치고는 그 둘, 특히 시끄럽게 떠들던 파즈즈 같은 의사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공격도 방어도 기가 막힐 정도로 단조롭다.


방어력이 좋은 것을 핑계로, 담담하게 같은 페이스로, 맞지 않는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인간인 두 사람이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렇더라도 자율형 무기로서는 너무 요령이 없다.


아니 잠깐만.


아까 얘기로는 지금까지의 사큐라는 단독행동은 하지 않고, 호위를 주위에 두어 싸운다고 한다.


이 사큐라는 어째서 단독행동을?


무언가 고장이라도?


애당초 사큐라에게는 무적의 방벽이 있는데 왜 호위가 필요하지?


나 '혹시......'


이 녀석은 브레인 플레이어들에게 드론과 같은 존재가 아닐까?


드론이 규정된 전술을 벗어나 단독으로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은 통제불능 상태?


그렇다면 단조로운 공격 밖에 해오지 않는 것도 설명이 된다.


나 (그렇다면......)


나는 그늘에 숨으면서, 사큐라의 주위를 천천히 움직여, 그 보디를 상세하게 관찰했다.


나 (찾았다!!!)


등의 기계 부분에 작은 상처가 보인다.


총알이 명중한 것 같은 흔적이 있고, 장갑이 일부 벗겨져 생체 부분이 손상되어, 무지개빛으로 빛나는 회로 같은 것이 파직파직 합선되고 있다


통제불능의 원인이 저 손상에 의한 것이라면?


강력한 방벽을 가진 사큐라의 운용에 반드시 호위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손상 부위 근처 방벽에 구멍이 있는데, 그것은 사큐라를 통제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 취약점일까?


나 '시험해볼까......'


나는 사큐라로부터 거리를 잡으면서, 익숙한 수신호로 작전을 지시했다.


유키카제 "아스카!"


유키카제는 순식간에 그것을 이해하고, 연계공격을 늦추지 않은 채 아스카에게도 전한다.


아스카 "알겠어. 정확한 위치는 내가 확인할게. 견제 잘 부탁해!"

유키카제 "알았어!"


두 사람은 아무 의심없이 나의 작전을 개시했다.


나는 둘을 믿고 작전의 추이와 결과를 지켜볼 뿐이다.


먼저 움직인 것은 유키카제였다.


유키카제 "환영 시라누이・전(電)!!"


유키카제 주위에 4개의 뇌구(雷球)가 출현하고, 그 뇌구가 유키카제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유키카제 자신도 번개를 몸에 두르고, 다섯 명의 유키카제가 어지럽게 움직이면서 사큐라에게 뇌격을 퍼부었다.


번개를 이용한 분신의 다중공격이다.

어느 쪽이 진짜 유키카제인지 나도 모르겠다.


나 "환영 시라누이......"


나의 시대에는 아직 행방불명인 유키카제의 모친의 이름을 딴 기술인가.


이야기로만 듣던 그녀도 수둔의 술로 인한 분신을 자랑으로 여긴다고 한다.


유키카제×5 "하아아아아아앗!!"


이후에는 상상할 수 밖에 없지만, 저 유키카제는 어머니와 재회하고, 그리고 이별을 겪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분신 공격을 펼칠 수 있을까.


사큐라의 대(対)・대마인 방벽은 징하게도 그것조차 막고 있었지만 진짜배기는 등뒤로 돌아선 아스카다.


아스카 "풍신술!! 더스트 데블(진선풍)!!"


후오오오오오오오!!


선풍이 불었다.


그것도 흙먼지와 건물 잔해 등 미세먼지를 잔뜩 머금은 거무스름한 회오리바람이다.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검은 분진이 사큐라의 등에 부딪친다.


대마인의 힘을 감쇠시키는 방벽은 끈질기게 회오리를 막고 있다.


이래도 안 되나, 하고 체념하려던 그때──.


아스카 "찾았다! 등 뒤에, 작은 손가락 만한 구멍!"


아스카가 외쳤다.


저 먼지 회오리는 공격이 아니다.

구멍의 위치를 특정하기 위한 스캔이다.


사큐라 "──!!"


그러자 사큐라는 갑자기 몸을 돌려 공격의 목표를 아스카로 변경했다.


지금까지 의사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약점을 간파당해 당황하는 움직임이다.


보통 약점은 숨기거나 보이면 그 자체를 덫으로 삼는 법이다.


나 "너무 조급해."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사큐라 "!!!!"


사큐라는 허둥지둥하면서 또 작은 에너지탄을 대량으로 촉수에 모아 간다.


아스카 "흐흥."


아스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입장이 역전된 듯 태연히 팔짱을 끼고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큐라 "!!!!"


비갸갸갸갸갸갸갸갸갸갸갸갸갸갸!!


지금까지의 몇 배나 되는 에너지탄의 비가 아스카에게 쏟아진다.


아스카는 피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모든 에너지탄을 받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예상했던 것이다.

분명 그것은 환상.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풍신의 술로 가능하게 한──.


나 "공선술인가......"


가면의 대마인의 특기다.


그것을 쓴다는 것은 그녀도 이 세계에는 없는 것이겠지.


아스카 "......"


내 중얼거림이 들리기라도 한듯 아스카가 나를 돌아보았다.


『난 괜찮으니까 신경쓰지마.』


쓸쓸한 듯한, 하지만 강한 의지를 느끼게 하는 눈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스카 "후우마, 잘 봐! 이게 지금 나의 힘!"


그리고 내가 잘 아는 아스카와 같이 자신만만한 표정이 되어, 공선의 아스카가 사라진 다음 순간,


아스카 "풍신·살진화(殺陣華)!!"


수백 명의 아스카가 출현하고 있었다.


살진화, 그것은 최강의 대마인, 이가와 아사기의 기술이다.


아스카 "구멍이 있다면 펼쳐줄게!!!"


수백 명의 아스카가 사큐라에게 덤벼든다.


모두가 소용돌이치는 바람의 검을 쥐고 있었다.


아스카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무수한 바람의 찌르기가 사큐라의 방벽에 있는 구멍에 집중되어,


파키이이이이이이이잉!


보이지 않는 방벽에 무지개색 균열이 생겨,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아스카 "봤지!"


원래대로 돌아온 아스카가 사큐라의 정면에 섰다.


사큐라 "!!!!!!!!"


사큐라는 두 촉수에 있는대로 에너지를 끌어모아 지근거리의 아스카에 투사했다.


저래서는 자신도 말려들지 모른다.

이미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했다.


아스카 "맞을까 보냐앗!!"


아스카는 자신을 중심으로 회오리바람을 발생시켜 사큐라의 고통스러운 자폭공격을 피해 순식간에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스카 "맨손 마하펀치!!"


여전한 네이밍 센스를 발휘하면서 사큐라의 복부에 풍신 펀치를 때려박는다.


사큐라 "~~~~~~"


지금까지 패닉 상태였으면서 사큐라는 그런 펀치 따위는 효과가 없다고 비웃듯이, 온몸을 꿈틀꿈틀 움직이며, 촉수로 아스카를 잡으려 하지만,


아스카 "미안하지만, 넌 이미 죽어있어."


아스카는 그것을 슬쩍 피해, 사큐라로부터 거리를 벌린다.


사큐라 "!?!?!?!?"


밋밋한 얼굴에 의문이 드는 듯했으나, 다음 순간 사큐라의 몸에서 폭풍이 일었다.


그것은 투명한 몸 안쪽의 골격도 베고, 더 세밀하고 잘게 쪼개어, 그 혈육 째로 삼켜, 사큐라의 모든 것을 먼지가 만들어 버렸다.


아스카 "해냈다!"


아스카는 힘차게 포즈를 취했다.


그 천진난만한 행동은 어려진 지금의 아스카에게 잘 어울렸다.


유키카제 "저기, 내 활약 장면은?"


반면 평범하게 어른이 된 유키카제는 환영 시라누이라는 큰 기술까지 보였는데 결국 견제 밖에 못한 것이 불만인 듯 하다.


아스카 "요전에 후우마 앞에서 맹활약했지? 이번에는 내 차례야."

유키카제 "뭐야 그게?"

아스카 "모처럼 이 몸이 되었으니, 어리고 멋진 나를 보여줘야지."

유키카제 "시비 거는 거야?"

아스카 "딱히──."

유키카제 "뭐, 뭐어......내 어른의 매력에는 못 당하겠지만."

아스카 "어른의 매력이라. 가슴은 예전과 변함없으면서.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도 지고 있는데."

유키카제 "시끄러워!"


입씨름을 벌이는 두 사람.

믿음직스럽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풍신과 뇌신.

베스트 파트너다.


나 "해냈구나, 둘 다."

유키카제 "뭐 그렇지."


유키카제는 자랑스러운 듯이 웃었을 뿐이지만,


아스카 "후우마......"


아스카는 내가 여기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꿈이나 환상을 보는 것처럼.


나 "왜?"

아스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스카는 몹시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가 했더니,


아스카 "아무것도 아니야, 후우마!"


함박웃음을 지으며 와락 껴안았다.


나 "뭣!?"

유키카제 "뭐하는 거야, 아스카!!"

아스카 "아까 말했잖아. 쓰러뜨린 다음에 안는다고. 후우마, 후우마, 아하핫, 후우맛!"


아스카는 내 이름을 연호하며, 몸을 문질러 온다.


나 "왜 갑자기!?"

아스카 "아무것도 아니야. 후우마가 있는 것이 기쁠 뿐!"


직설적으로 호의를 전해오는 아스카.


나 "그, 그러냐......"


당황하는 나.


유키카제 "얌마──! 둘 다 떨어져───!!"


질투하는 유키카제.


이런 상황, 내 시절에는 없었다.

역시 여기는 미래로구나.


그 후로는 위험한 상대와 마주치는 일 없이, 나는 두 사람에 이끌려, 황폐한 거리를 나아가고,


아스카 "이 빌딩 아래야."


그렇게 말해야 알 수 있는, 주변과 마찬가지로 폐허가 된 빌딩, 그 숨겨진 입구에서 다시 지하로 들어갔다.



거기도 지하철로 통하는 것 같고, 몇 개의 계단이나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에스컬레이터를 끝없이 내려간다.


조명은 꺼져 있었지만 긴 케이블에 전구가 점점이 켜져 있어 걷기가 곤란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천장이 여기저기 허물어져, 길도 막히고 할 때마다 우회하게 된다.


20분 정도나 빙글빙글 계속 걸어, 과연 조금 귀찮아지기 시작했을 때,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아무래도 망을 보는 것 같다.

다가오는 우리를 경계하고 있다.


아스카 "다녀왔습니다~."

유키카제 "파수역 수고했어."


두 사람은 그들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그들은 가볍게 손을 들어 응했고, 뒤에 있던 나를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레지스탕스

"혹시 그가?"

"영웅 후우마인가!?"


아스카 "그래, 무사히 여기까지 데려왔어."

유키카제 "내친김에 예의 사큐라도 쓰러뜨렸어. 그의 지휘로 말이야."


아스카와 유키카제는 내 양 옆에 서서 자랑스럽게 나를 소개했다.


나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있던 그들은 팟하고 얼굴을 빛냈다.


레지스탕스

"영웅 후우마, 잘 왔구나!

레지스탕스

"그 사큐라를 쓰러뜨리다니, 두 사람에게 들은 그대로다!"

레지스탕스

"당신이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져."


나 "그, 그래......"


아스카 "환영은 나중에 해."

유키카제 "아비게일은 어딨어?"

레지스탕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스카 "가자, 후우마."

나 "아, 아아......"


파수꾼의 뜨거운 시선을 등으로 느끼면서 나는 안으로 나아간다.


나 "너희들 얼마나 이야기를 부풀린 거야."


영웅 대접을 받는다고 듣긴 했는데, 저 정도까지라니.


유키카제 "뭐, 조금은."

아스카 "거짓말은 아니니까. 실제로 아까도 후우마 덕분에 사큐라를 쓰러뜨릴 수 있었잖아?"

유키카제 "그래, 오자마자 영웅 후우마의 이름을 날렸구나."

나 "좀 봐줘라."


본래의 능력 이상으로 기대해도 서로에게 좋을 것 없다.


나를 보고 싶어한다는 '참모'도 저런 모습일까?


조금 불안해진다.



지하도를 한참 걷자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는 곳이 나왔다.


번화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가게 주인이 있고, 손님이 있고, 보통 사람이 하는 일이 있다.


여기에 오기 전까지 냉동된 거리나 폐허 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안심했다.


나 "여기가 시장인가?"

아스카 "그 정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아스카 "일단 레지스탕스 내에서 통용되는 통화는 만들어 보았지만 아직 물물교환 위주야."


아스카는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 얼굴은 자랑스러웠다.


아스카 "후우마, 목마르지 않아?"

나 "아아, 바싹바싹 거려."

아스카 "유키카제, 오랜만에 콜라라도 마시지 않을래? 가져온 통조림과 교환하자."

유키카제 "콜라? 너무 사치스러운 거 아니야?"

아스카 "후우마가 와준 것에 대한 환영의 의미로. 사유리도 용서해 줄거야. 녀석들도 후우마를 맞이하고 싶어 했고."

유키카제 "그렇네."


우리는 여기로 오는 길에 어떤 빌딩에 들렀다.


원래 편의점이던 거기에는 과일 캔이 든 상자가 숨겨져 있었다.


많이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거기서 사유리라는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아스카 "아저씨, 콜라 3개 줘. 이거 하나랑 교환하면 어때?"

상인 "파인애플 통조림? 또 굉장한 걸 찾아냈군. 그래, 가져가라."

아스카 "고마워."


아스카는 250mL짜리 캔 콜라 3개를 가져왔다.


포장마차에 그대로 놓여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덜 차갑다.


아스카 "이런 포장마차에서 냉장고까지는 사치지."


아스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물통에 남아 있던 물을 캔에 부어 풍신술에 의한 기화열로 차갑게 식혔다.


아스카 "여기."

나 "땡큐."

유키카제 "콜라인가. 엄청 오랜만이야."

아스카 "나도 그래."


두 사람은 나보다 더 기쁜 듯이 깡통을 따고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유키카제 "아──, 맛있다──!"

아스카 "오랜만에 마시니 정말 맛있네 콜라."

유키카제 "스팟 상쾌라는 거?

아스카 "그거 그립다 얘!"


진짜 맛있게 마신다.


하지만 나로서는 어디서든 살 수 있고, 언제라도 마실 수 있는 맛이다.


음료와 먹거리가 넘친 원래의 세계의 풍요로움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더 나아가자 거주구라는 느낌이 드는 곳으로 나왔다.


원래 지하철 터널이었던 좁은 공간에 오두막이 들어서 있었다.


증축에 증축을 거듭한 듯 어디가 어떤 건지 모를 정도로 어수선하다.


즉,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의 사람들이 여기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좁은 통로에서는 미래에서 처음 보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나 "아이가 있구나."

아스카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유키카제 "사실은 이런 지하가 아니라 밖에서 실컷 놀게 해주고 싶은데."

아스카 "머지않아 꼭 보자."

유키카제 "응, 반드시."


아이들을 보는 두 사람의 눈은 따스했다.

그 또한 내가 모르는 두 사람의 표정이다.


그리고 나는 늘어선 건물 중 망을 보는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 "기다리고 있었어."

나 "뭐야!?"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상대에게 놀란다.


나 "기계 생명체!?"

???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야. 기계 생명체는 문어 놈의 충실한 하인일 테니까."


은빛의 몸체를 한, 어떻게 봐도 브레인 플라이어가 만든 여성형 머신이 말했다.


아스카 "괜찮아, 우리 편이니까."

유키카제 "후우마를 데려왔어."



아비게일 "레지스탕스 참모를 맡고 있는 아비게일이야."

나 "자, 잘 부탁해."

아비게일 "테셀락이 없어지고, 수많은 기계 생명체가 자아를 가졌어."

아비게일 "계속 충성을 맹세하는 자, 떠돌아다니는 자, 그리고 반란을 일으킨 자."

아스카 "그녀는 반란자인 셈이야."


당황하는 나를 개의치 않고 갑자기 설명을 시작한 아비게일을 보고 아스카가 보충설명을 했다.


아비게일 "나는 나야, 문어 녀석들의 하인으로 있는 건 참을 수 없어. 그래서 여기에 왔지."

아비게일 "그리고 그런 생각의 계기가 된 인물, 후우마 코타로에게 감사해."

아비게일 "그래서 한 번 보고 싶었어. 그렇게 두 사람은 너를 데리고 왔지. 만나서 반가워, 후우마 코타로."

나 "그, 그렇군......"


나를 부른 이유는 알겠다.

하지만 본제는 이제부터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신체에 이변이 생겼다.

전기가 튀는 것처럼 탁탁 울리고 있다.


별로 아프지도 따갑지도 않지만,


나 "어쩐지 나 좀 이상해지지 않았나?"

아비게일 "타임 리밋이 왔나 보네."

나 "타임 리밋?"

아비게일 "아스카가 설명했으려나? 이건 차원 비컨이야. 항상 꼭 가지고 다니길 바래."


아비게일은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작은 동전을 나에게 내밀었다.


나 "아스카?"

아스카 "이쪽 세계로의 후우마 소환은 아직 정립된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시한이 있는 거야."

나 "이 파직파직이 그 전조야?"

아스카 "시한이 다가오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버리는 신호. 설마 이렇게 빠를 줄이야."


아스카는 괴로운 듯이 고개를 숙였다.


유키카제 "미안해, 뭔가 어수선해서."


유키카제도 쓸쓸해 보였지만 이전에 내 시절로 돌아왔을 때보다는 차분했다.


나 "괜찮아.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고. 아지트에도 올 수 있어서 좋았어."

나 "아비게일도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나중에 또 봐."

아비게일 "다음에 만나는 걸 기대할게."

아스카 "후우마!"


아스카는 고개를 들어 내 양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스카 "저기, 들어봐! 다시 꼭 불러낼게!"

나 "아아, 알았어."


유키카제 "아스카......(키스하려는 거지, 그런 거지──)"

아스카 "하앗!! (방해하게 두지 않을 거야!!)"


후아아아앗!!


유키카제 "와앗!"


아스카는 갑자기 바람을 일으켜 유키카제를 저쪽으로 날려보내고,


아스카 "다시 나를 만나러 와, 약속이야!"


나에게 달려들 듯이 다시 안기고,


아스카 "츄."


이번에는 키스를 해왔다.


나 "뭣!?"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


지난 번에는 유키카제.

이번에는 아스카인가!?


유키카제 "아───역시 키스했잖아!!"

아스카 "뭐야, 유키카제도 어차피 과거에 했잖아."

유키카제 "그, 그야 하긴 했지만, 날 보러 오라는 뻔뻔한 소리는 안 했어!"

아스카 "뻔뻔하다는 게 뭐야. 내 솔직한 마음이라고!"


두 사람이 말다툼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나의 의식은 급속히 희미해져가, 그리고──.


유키카제 "뭘 히죽거리는 거야!?"

나 "헉!!"


귀에 익은 목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눈 앞에 있는 것은,


나 "유, 유키카제?"


어른이 아닌 현재의 유키카제이다.


유키카제 "뭐야? 내가 있는 게 불만?"

나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오차학원의 지하 훈련실이다.


나는 시뮬레이터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래, 원래의 세계다.


유키카제 "일어나지 않길래 걱정했는데 갑자기 잠꼬대로 아스카 이름이나 부르고! 너 꿈에서 아스카라도 본 거야?"

나 꿈......? 지금 건 꿈이었나?"

유키카제 "몰라! 바보!"


유키카제는 그렇게 내뱉더니 씩씩거리며 떠나가 버렸다.


나 "......"


어안이 벙벙했다.


정말 미래에 불려간 건지 그냥 꿈이었는지 모르겠다.


나 "응......?"


뭔가 손에 쥐고 있다.


그러고 보니 키스를 받았을 때 아스카에게도 뭔가 건네받은 것 같다.


손을 열자 아비게일이 준 동전과 낡아빠진 초코가 있었다.


『해피 발렌타인』

패키지에는 그렇게 쓰여져 있었다.


유통기한 날짜는 올해였는데, 그 아스카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낸 그것은 너덜너덜 했다.


분명 저 세상의 나를 위해서 준비하고, 그 내가 죽었기 때문에, 건네줄 수 없었던 것이겠지.


그 초코를 계속 아껴놨던 것이다.


키스할 정도의 마음과 함께.


나 "먹으면 배탈 날 것 같아, 아스카"


초코에 담긴 마음을 몇 번이고 깨물며, 나는 미래의 아스카에게 중얼거렸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