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장소.

A.B.G 본부──.


A.B.G "겨우 그 물건을 손에 넣었다"

A.B.G 전원 """오오오오오오!!!!"""

A.B.G "마지막 싸움의 시작이다."

A.B.G "하지만 기회는 하루 남았다."

A·B·G "이기는 것도 단 한 사람."

A·B·G "우리 A·B·G에 영광이 있기를!"

A.B.G 전원 """A.B.G에 영광이 있으라!!"""


***


나 "어이, 사쿠라 아직이야?"

사쿠라 "응~~~ 역시 이걸로 할까?"

사쿠라 "하지만 오늘은 클리어짱이 있으니 조금 더 언니처럼──."

나 "사쿠라, 빨리 해."

사쿠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사쿠라는 거울을 들여다본 채 나를 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사쿠라 "이쪽이 좋을까? 응~~ 근데 이건 좀......"

나 "뭘 그렇게 꾸물거리냐."

사쿠라 "정말~. 여자애는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야!"


오늘은 나, 사쿠라, 유키카제, 클리어, 헤비코, 시카노스케 이렇게 6명이서 놀러갈 약속을 했다.

곧 집합 시간인데 사쿠라는 무엇을 입고 갈지 고민해,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나 "적당히 하지 않으면 놔두고 간다."

사쿠라 "아, 그럼 후마 군, 먼저 갈래?"

사쿠라 "이러 말하면 조금 미안하지만, 나 조금 늦는다고 모두에게 전해줘. 잘 부탁해."


사쿠라는 기죽지 않고 혼자만의 패션쇼로 돌아갔다.


나 "안 되겠구만, 이 녀석."


이걸로 둘 다 약속에 늦기라도 하면, 유키카제들이 불평을 하겠지.


나 "어쩔 수 없네. 빨리 와라."

사쿠라 "알았어~?"


전혀 미안하지 않은 듯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서, 나는 빨리 집을 나섰다.

집합 장소는 언제나의 이나게야.



오늘은 일단 거리로 나가서 식사를 하고 뭔가 영화라도 볼 예정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사극, 유키카제는 엄청 화려한 액션, 헤비코는 의외로 연애물이고, 시카노스케와 클리어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 

사쿠라는 왠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한 취향인 것 같다.


이 상태로는, 무엇을 볼지에 관하여 또 한바탕 분쟁이 있을 것 같다.


나 "뭐, 전원이 같은 것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그리 중얼거리며 이나게야로 향하는데



??? 「......」


소녀가 하나 저쪽에서 달려온다.

낯선 소녀다.


??? 「......」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자꾸 뒤를 신경쓰고 있다.

그러나 그 얼굴에는 쫓기는 자의 긴장감은 없다.


??? "......하아."


흘끔거리며 뒤를 살피고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있다.


나 (뭐지......?)


좀 의문은 들었지만, 보통이라면 들어올 수 없는 이 마을에 있는 이상 일반인은 아닐테고.

일부러 이쪽에서 말을 걸 정도는 아니다.

분명 귀찮은 일이 된다.


내가 슬쩍 지나치려 하면,


??? "아, 있다."


소녀는 왠지 나의 얼굴을 보고, 저쪽에서 멋대로 다가왔다.

그리고 입을 열자마자──.


??? "너, 나 좋아해?"

나 "네?"

??? "나랑 결혼하고 싶어?"

나 "아니, 하기 싫은데."

??? "잘됐네."


소녀는 그리 대답하더니, 갑자기 나의 왼팔을 잡고 연인처럼 꽉 껴왔다.

낯선 소녀의 조심스러운 가슴이 팔뚝에 꾸욱──아니, 그게 아니라!


나 "어이, 야, 갑자기 뭘!"


당황해서 따지려는 다음 순간,

소녀가 다가온 방향에서 이번에는 대마인이 갑자기 나타났다.

많다. 20명은 있다.


그것도 신병에 척후, 화둔, 풍둔, 후마의 닌자, 토둔술사 등 매우 다양하다.

다들 얼굴이 험상궂은데 집단으로 이 소녀를 쫓고 있었나?


A·B·G 전원 """A·B·G  등장!!!"""

나 "A.B.G?"

A.B.G "앙제짱! 그런 남자와 뭐하는 거야!!"


A·B·G라 자칭하는 수수께끼의 대마닌군의 한 사람이 비통한 소리를 냈다.


A.B.G "후마! 네 놈은 무슨 생각이지?"

A·B·G "우리 A·B·G를 제쳐놓고 앙제랑 그런 짓을!"

A·B·G "부럽──아니, 용서할 수 없다, 후마!!"

나 "갑자기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들어도...나, 이 녀석 모르는데......"


A·B·G "뭣이!? 아, 앙제짱을 모른다고!!"

A·B·G "네노오오오옴!"

나 "이름은 알았어. 앙제?

앙제 "응. 잘 부탁해."

나 "잘 부탁하낟고 해도."


A·B·G "후마!! 너 따위가 앙제짱을 함부로 부르지마!!"

A·B·G "맞아!! 우리들의 앙제야!"

나 (뭐야 이 녀석들......)

A·B·G "앙제짱! 그 녀석은 너의 뭐야! 설마!?"

앙제 "이 사람은 내 약혼자."

나 "뭐? 너 갑자기 뭔──."


슈루룻룻!!


나 "무구읏!?"

나 (촉수!?)


당치도 않은 말을 꺼낸 앙제의 등에서 촉수가 불쑥 나타나 내 입을 막았다.


A.B.G "약혼자!?"

A.B.G "그런! 앙제짱!!"

A·B·G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우와아아아악!!"


이상한 무리들은 일제히 절망의 소리를 질렀다.

하늘을 우러러 보며, 무릎부터 무너져 내려, 눈물을 펑펑 흘리는 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난리법썩이다.


결국 일제히 나를 매도하기 시작한다.


A.B.G "이 자식! 용서하지 않겠다!"

A·B·G "우리들의 앙제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나 "오후고오후!!"(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A.B.G "죽여버리겠다!"


앙제 "나는 이 사람과 결혼할 거야. 그러니까 당신들은 포기해."

나 "훗, 우중충해!" (누, 누가 결혼이야!!)


나는 전력으로 부정하고 싶었지만 촉수가 입을 꼭 막고 있었다.


A·B·G "그런 남자와 결혼하다니 용서 못해. 내가 너와 결혼한다! 이 힘으로라도!!"


일당 중 한 사람이 척 봐도 수상한 항아리를 꺼냈다.

표면에 빽빽히 주문을 새기고, 뚜껑을 부적으로 엄중히 봉해져 있는 물건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런 것에는 귀찮은 게 들어있다고 정해져 있다.


앙제 "아, 위험할지도."


나의 입을 막고 있는 앙제가 긴장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무얼, 쿨룩쿨룩!" (위험하다고!? 거기의 바보! 그만둬!!)

A.B.G "나와! 위대한 자여! 내 소원을 들어줘!"


그리고 바보는 망설임 없이 뚜껑의 봉인을 떼어냈다.


밧슈우우우우우우웃!!

번쩍번쩍!!


항아리에서 엄청난 기세로 무언가가 튀어나와 눈부신 빛을 뿌렸다.


??? "아아앗! 짜증나! 짜증나아아아앗!!"


나온 것은, 불쾌함을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로리 미소녀다.


A.B.G "오오! 여신 쥬노가 강림하셨다!!!"

나 (쥬노라고!? 결혼을 관장한다던가 하는 고대의 신인가!? 매우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지만 진짜인가!)


만약 진짜라면 신화급의 괴물, 아니 신이다.

그런 걸 불러냈다고?



쥬노 "너희 뭐해? 갑자기 불려서 기분 최악인데."


쥬노는 우리를 노려보며 정말 싫은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 짜증 어린 말투와 달리, 그 전신에서는 나도 모르게 엎드리고 싶어질 것 같은 거룩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A.B.G "위, 위대한 여신! 당신을 소환한 건 나다!!"

쥬노 "왜? 무슨 용무야?"

A.B.G "나랑 앙제랑 결혼시켜줘!!!"

A.B.G "아니요, 여신 쥬노! 저랑 앙제짱을 결혼시켜주세요!!"

A·B·G "바보 자식!! 앙제에게 적합한 것은 나다!!"

A·B·G "아니야, 나다! 내가 결혼한다!"

A·B·G "나다!!!"

쥬노 "흥, 쟤랑 결혼하고 싶어?"

A.B.G 전원 """여신 쥬노님, 부탁드립니다!!"""


쥬노 "싫어."


쥬노는 바보들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A.B.G "에에에에에?! 쥬노님, 어째서?!"

쥬노 "뭐어?! 왜 쥬노가 항상 남의 결혼을 축복해야 하는 건데!"

A.B.G "하, 하지만 그게 쥬노님의 역할인 것이?"

쥬노 "역할이라던가 몰라! 축복이라던가 완전 의미없다고 할까. 이제 그런 거, 쥬노는 귀찮고."

A.B.G "그, 그런! 쥬노님!"

A·B·G "부탁해요!! 이번만!! 나와 앙제랑만!!"

A·B·G 전원 """부탁해요! 쥬노님!!!"""


음침한 집단은 기어다니듯 머리를 조아린다.


쥬노 "진짜 짜증나는데."


그렇지.

쥬노는 싸늘한 눈길을 보내다가 갑자기 입술 끝을 짓궂게 말아올리고.


쥬노 "그렇게 결혼하고 싶으면."


다짜고짜 나와 앙제를 보더니 두 손을 내밀었다.


쥬노 "너희를 축복해 줄게"

앙제 "응?"

나 (잠깐만 기다려!!)


여신의 손바닥에서 나온, 따뜻하고 부드러운 빛이 우리 둘에게 쏟아진다.


나 (뭐야 이거? 거룩한 빛인가!?)


너무나 눈부셔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은 다음 순간



앙제 "아......"

나 (뭐야 이거어어어언!!)


앙제는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는 턱시도 차림으로 변해있었다.


앙제 "변했다."

나 (변했잖아! 어째서 나까지 턱시도야!? 무슨 일이야, 이거!!)


거짓말이지?

저 녀석 진짜 쥬노냐!?


A.B.G 전원 """으아아아아아아!!"""

A·B·G "앙제의 웨딩드레스!!"

A.B.G "굉장해! 최고─얏─!!!"


조금 전까지 여신에게 무릎을 꿇고 있던 무리들은 정신 차린 듯, 우선 대환성을 지르고, 그리고 상대가 나(그럴 생각은 없지만)라는 것을 알고, 절규하기 시작했다.


A·B·G "뭐야!? 후마가 상대!?"

A·B·G "웃기지 마!! 그게 무슨 소리야!?"

A·B·G "쥬노님, 어째서!? 저런 녀석과 앙제를!!"


쥬노 "그렇지만, 저 녀석도 저 애와 결혼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고──."

쥬노 "그러면 갑자기 쥬노를 불러낸 보답이라도 할까 해서. 큐하하하!!"


뭐야 이 성격 나쁜 여신!?

결혼생활을 수호하는 여신이 아니었던가?

혹시 이 고약한 성격이 화가 되어, 저 항아리에 봉인된 것은 아니겠지.


쥬노 "쥬노의 축복을 받은 소감은?"

나 "으윽......웃기지 마! 축복이라기보다 괴롭힘이잖아!!!"

쥬노 "에~~~ 모르겠는데."


나는 입을 가리고 있던 촉수를 뒤로 젖히고 껄껄 웃고 있는 여신을 호통쳤으나 녀석은 어디서 바람이 부나~ 하고 있다.


앙제 "큰일났다. 도망가자."


앙제가 조금도 곤란하지 않다는 듯 말하며, 이번에는 촉수로 내 몸을 휘감았다.


나 "잠깐, 기다려!"


이런 의미불명의 상황에서 도망쳐도 소용없다.

게다가, 이 타이밍에 나타나는 것이,


사쿠라 "미안해──후마 군, 기다렸어?"


사쿠라다.

그토록 난리법썩을 떨더니 결국 늘 그렇게 교복이다.

아니, 그런 것보다──.


사쿠라 "그보다, 에에? 뭐야 그거!? 게다가 웨딩드레스의 신부님도 같이?"

사쿠라 "뭐야? 누구야? 여자친구? 근데 후마 군 결혼하는거야? 나 그런 거 모르는...대체 무슨 일이야!"


내가 알고 싶어!!


앙제 "저엄──프."


게다가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은 채, 앙제가 촉수를 이용한 점프로 도주를 시작했다.


사쿠라 "잠깐! 후마 군! 신부님! 어디 가는 거야? 지금부터 결혼식장? 잠깐 기다려...!!"


틀림없이 사쿠라에게 성대한 오해를 안기며, 나는 그곳을 떠나야 했다.


***


앙제 "저엄──프, 저엄──프, 저엄──프."


앙제는 한껏 맥빠진 목소리를 내며 촉수를 사용해 건물 지붕에서 지붕으로 고속 이동하고 있다.

분명히 보통 사람은 아니야.

촉수가 달린 시점에서 당연하겠지만.

그보다도, 갑자기 나와 결혼이라니. 보통이 아니다.


나 "어이! 좀 멈춰봐!! 멋대로 사람을 끌고가지마!! 내려줘!! 어디라도 좋으니 멈춰!"

앙제 "멈춰?"


나를 촉수로 잡은 채 이상한 얼굴로 물어온다


나 "그래!!"

앙제 "알았어."


앙제는 뜻밖에도 순순히 땅으로 내려왔다.


앙제 "도망가지 않으면 쫓기는걸."

나 "쫓긴다니, 그 녀석들은 뭐지!?"

앙제 "잘 모르겠지만, 내 팬클럽?"


앙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한다.


나 "팬클럽?"

앙제 "Anje Body Guard였나? 통칭 A·B·G. 알지?"

나 "그런 바보들은 몰라!"

앙제 "그렇구나. 유명하지 않은가......그렇구나."

나 "유명해서 되겠냐! 언제부터 대마인이 그런──아니, 기다려. 애초에 너는 누구야?"

앙제 "나? 앙제."


앙제는 다시 한번 이름을 입에 올렸지만, 그 후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 "이름 뿐이냐! 어디서 왔다든가, 뭐하러 왔다든가, 그런 거 없냐! 비밀로 하고 있는 거야!?"

앙제 "아, 그런 거. 응, 미연에서 온 사자(使者)로 오차마을에 왔어."


앙제는 이 또한 순순히 대답한다.

별로 비밀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나 "미연에서 온 사자인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게 대체 뭐야!"

앙제 "이거? 뭐가?"

나 "이 모습! 이 꼴! 그리고 결혼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야!"

앙제 "아, 이건──."


요령이 없어 보이는 앙제가 겨우 입을 열려는 순간,


나 "헛!?"


엄청난 살기를 뒤에서 느꼈다.


클리어 "후마, 그 사람 누구야?"


문득 뒤돌아보니, 클리어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서 있다.


나 "엣!?"


황급히 자리를 확인해 보니 집합 장소로 삼았던 이나게야 앞이다.

그리고 클리어가 있으면 당연히 같이 온 유키카제도 있고,


유키카제 "후마. 처음 보는 여자애와 그런 유쾌한 모습으로 나타나다니. 무슨 일인지 설명해 줄래?"


재미있어 하는 것 같은, 화난 것 같은, 어쨌든 한 방 쏘고 싶은 얼굴로, 탁탁 하고 전깃불을 튀기고 있다.


나 "아니, 이건 말야......"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지금 내가 그것을 물어보려고 했던 것이다.


앙제 "......"


그러나 장본인은 아무 생각 없다는 듯 멍하니 서 있다.


유키카제 "흥, 우리한테는 말할 수 없다는 거야?"

클리어 "비밀?"


내가 대답하기 곤란한 건 한순간인데, 유키카제와 클리어의 표정이 더욱 험악해진다.


나 "기, 기다려! 너희들 오해하지마! 나도 잘 모르는 사태가──."


황급히 설명하려고 할 때,


사쿠라 "후마 군! 후마 군! 걔랑 결혼할 거야?"

사쿠라 "쥬노라는 아이에게 들었어. 후마 군이 여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따라온 사쿠라가 불에 기름을 부었다.


유키카제 "결혼? 진짜?"

클리어 "후마가?"

사쿠라 "에──? 깜짝 놀랐어!"

나 "아냐아냐! 결혼같은 거 안해!!"


나는 격렬하게 부정했지만, 세 사람을 빤히 쳐다본 앙제가,


앙제 "응, 나랑 결혼할 거야."

나 "끄아악! 뭔 소리야, 너는!!"

앙제 "안하면 내가 곤란해."

나 "나는 더 곤란해!"

앙제 "그렇구나. 어떻게 하지?"

나 "알까보냐!!"


나와 앙제가 서로 치고받고 있는데, 지─잉 하는 불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돌아보면, 클리어는 블레이드와 실드를 전개시키고 있다.


나 "어, 어이, 클리어. 뭘 하려는 거야?"

클리어 "후마를 곤란케 하는 존재를 구축하는게 나의 사명."


당치도 않은 말을 꺼냈다.

무섭고 위험한 전개다.


위, 위험해! 어떻게 하지?

라고 생각한 순간──.


나 "에?"


갑자기 내 손이 앙제의 허리에 뻗어 감싸듯이 꽉 껴안고 있었다.


앙제 "앗."


앙제는 깜짝 놀라고 있다.

나도 놀랐다!


나 (뭐, 뭐하는 거야 나!?)

클리어 "울컥."

유키카제 "그거 무슨 의미야?"

사쿠라 "뭔가 싫은 느낌인데."

나 "아, 아니, 이건 손이 멋대로──."


쥬노 "아하하하하하하! 쥬노의 축복을 받았으니까, 자동적으로 신부를 지키려고 하는 거지?"


성격 나쁜 여신이 어디선가 나타나, 후광을 눈부시게 하며 드높이 선언했다.


쥬노 "이제 아무도 방해할 수 없어! 쥬노의 축복을 받은 결혼은!

나 "웃기지 마!"

쥬노 "행복해지렴~. 큐하하하!!"


쥬노는 깔깔 웃으며 사라져 버렸다.


쿠리어 "후마는 결혼시키지 않아"

유키카제 "딱히 후마가 누구와 사귀든, 결혼을 하든 상관없지만, 왠지 자랑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나는데."

사쿠라 "그렇게 함께 놀았는데, 그런 사람이 있는 걸 비밀로 하다니, 후마 군은 좀 혼내줘도 괜찮겠다?"

나 "기다려, 너희들! 전부 저 여신 때문이야! 말을 좀 들어! 그보다도 뭐하는 짓이야, 난!"


나는 세 사람을 진정시키려고 하지만, 몸은 멋대로 앙제를 감싸려고 해, 갈수록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었다.


나 "위, 위험해. 도망치자!"


나는 이제 꼭 껴안고 있는 앙제에게 소리쳤다.


앙제 "왜?"

나 "됐으니까 빨리!"

앙제 "알았어."


도망가면 점점 더 오해를 살 것 같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앙제 "꽉, 잘 잡고 있어. 저엄~~~~~~프!"


앙제는 촉수를 스프링처럼 사용해 아까보다 더 높이 점프했다.


클리어 "도망쳤어."

유키카제 "후마 너!"

사쿠라 "도망치다니, 남자답지 않아!"


역시 완벽하게 오해한 세 명이 우리를 쫓아오려고 했지만,


A.B.G "네 노오오오오옴!!"

A·B·G "놓치지 않는다! 후마!!"

A·B·G "기다려, 앙제짜아아앙!!"

A.B.G "나랑 결혼해 줘!"


우르르 모여든 A·B·G군단이 세 사람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유키카제 "우와, 뭐야 이녀석들!? 저 녀석들이 멀어지잖아!!"

사쿠라 "뭔지 모르지만, 둘을 뒤쫓고 있는 것 같아."

클리어 "나도 쫓는다. 놓치지 않아.


***


나 "후우, 일단 뿌리친 것 같군. 하지만 그 성격 나쁜 여신!"

앙제 "분명 쥬노야, 너무 결혼 축하를 많이 해서 미쳤나봐."

나 "아니야. 저건 원래부터 저런 성격이야."

앙제 "그런 거야?"

나 "로마 신화의 쥬노라면 그리스 신화의 헤라와 같아."

나 "헤라도 결혼을 관장하지만, 질투심이 많고, 귀찮게 하는 신으로 유명해. 그게 본성임이 틀림없어, 빌어먹을!"

앙제 "잘 아네."

나 "그런 신화나 역사는 좋아하거든. 지금은 그런 것보다도, 이 축복과 같은 것을 어떻게 하느냐야. 뭐야 이 꼴은?"


나는 맞춤형으로 몸에 딱 맞는 턱시도를 내려다보았다.


앙제 "잘 어울려."

나 "그런 말 들어도 기쁘지 않아."

앙제 "나는 좀 기뻐. 이런 거, 안 입어 봤으니까."


앙제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듯 그 자리에서 휙 돌아보였다.

초록빛 언덕에 순백의 웨딩드레스가 나부끼니 귀엽다.


앙제 "어때?"

나 "아아──."


귀여워.

그렇게 말하려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뭘 귀엽다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애당초 이 녀석이 나를 귀찮게 했다구.

그 여신의 축복 때문일까?

혹시 마음까지 영향을 받나?


앙제 "왜 그래?"

나 "아, 아니, 어쨌든 이 녀석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큰일나──."

헤비코 "후마짱, 결혼한다니 무슨 소리야!? 헤비코, 그런 거  못들었어!!"

나 "뭐야?!"


이번에는 헤비코인가!?


시카노스케 "후마, 결혼한다니. 정말이야! 어느새 그런 애가 생겼어?"


시카노스케마저!!

두 사람에게도 들킨건가!?

그리고 그 뒤에는 A.B.G가 우르르.


A.B.G "기다려어어어엇!! 앙제짜──응!!"

A.B.G "후마, 용서하지 않겠다!!''

헤비코 "후마짱! 헤비코가 모르는 애랑 그렇게 입고!!"

시카노스케 "진짜네! 멋진 옷이잖아! 너희들 여기서 결혼식 하는 거야!?"

헤비코 "여기서!? 결혼식? 그런 거야!? 후마짱!!"

나 "할까 보냣!!"


나는 격렬하게 부정했지만, 녀석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 같은데다, 몸은 다시 마음대로 앙제를 지키려 하고 있다.


앙제 "꼬옥."


게다가 그 축복 탓인지 앙제도 아주 자연스럽게 몸을 맡겨왔다.


헤비코 "으아아아아아! 자랑하듯 신부를 끌어안다니!!"

시카노스케 "후마 굉장해! 영화 같아!!"

나 "안 되겠다. 도망가자!"

앙제 "또 도망가?"

나 "그래!"

앙제 "그럼 그럴게."


***


유키카제 "이 자식, 기다려 후마!! 도망가지마!! 단념해라!"

나 "단념은 뭐야!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유키카제 "지포(ジポ) 결혼은 옛날부터 범죄인 게 당연해!"

나 "누가 지포 결혼이야!"

헤비코 "반장으로서 지포 결혼은 허락할 수는 없어!"

나 "아니라고 했잖아!!"

A.B.G "앙제는 안 줄거야!!"

나 "너희들도 적당히 해! 누구 때문에 이런 일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A·B·G "닥쳐!! 너 따윈 거기 빈유나 문어녀면 충분해!!"

유키카제 "누가 빈유야!!"

A.B.G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헤비코 "헤비코도 쓸데없는 참견!"

A.B.G "와아아아아아악!!"


A·B·G "앙제짜~~~응!! 오늘이 마지막 기회야──!!"

사쿠라 "뭐가 마지막 기회야?"

클리어 "아무래도 좋아. 방해."

A·B·G "그아아아앗!! 아, 앙제짱...고훗!!"

앙제 "왠지 큰일났네."

나 "누구 때문인데!"


나 "하아, 하아, 하아......벌써 해가 지고 있잖아."

앙제 "어떻게 하지?"

나 "좋아. 학교 건물 어딘가에 몸을 숨기자. 그리고 나서 너는 확실히 이야기를 들려줘야겠어. 알겠지?"

앙제 "알았어."


둘이서 여기저기 피해다녀, 전혀 사태가 개선되지 않은 채 겨우 학교에 도착했지만,


사쿠라 "아~~ 후마 군이다!"

나 "우왓, 사쿠라 선생님!"

무라사키 "뭐야, 둘이 왔냐? 하지만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나 "무라사키 선생님도!"


교사에서 나온 사람은 사쿠라 선생님과 무라사키 선생님이다.

또 귀찮게 될 것 같다.


사쿠라 "후마 군, 후마 군, 들었다구? 결혼한다면서?"

사쿠라 "하지만, 그렇다고 그 모습으로 온 동네를 폭주하는 건 지나치지. 아하하, 멋지지만 말야."

무라사키 "음, 너도 가정을 꾸릴 생각이라면 너무 몰상식한 짓은 하지 않는 편이 좋겠군."

무라사키 "첫째로, 모처럼의 웨딩드레스가 더러워질 거다. 그래서야 신부가 불쌍하지."

나 "아, 아니예요, 이건......"


이 두 사람에게까지 알려져 있는가.

게다가, 뭔가 이제 납득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 오해를 푸는건 조금 고생──.


A·B·G "후마아아아아아아!!!"

A·B·G "절대 놓치지 않을거야~~~~!!!"

A·B·G "앙제 짜~~응!!"

앙제 "또 나왔다."

나 "도대체 얼마나 있는 거야!? 네 팬은!"

앙제 "모르겠어."


사쿠라 "엣? 뭐야 저 그림자 군단!?"

무라사키 "적의 습격인가? ......아니, 저건 대마인이다. 너희들을 찾는 것 같은데.

나 "제길, 여기도 안돼!"

앙제 "가자."

나 "어쩔 수 없구만!"


나는 앙제의 손을 잡고 산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사쿠라 "아......가버렸다. 앙제짱, 또 언니의 집에 왔나? 그런데 왜 후마 군과 도망치지?

무라사키 "몰라. 저 모습도 수수께끼로군."

사쿠라 "하지만 왠지 신부와 둘이서 도피행 같아서 조금 동경하게 되네."

무라사키 "넌 그 나이 먹고 그런 소리만 하니 안 되는 거야."


결국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일전에 유령성이 출현했던 북쪽 산의 동굴이었다.

유령성은 소멸되고, 그때의 동굴도 붕괴되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다른 동굴 하나로 숨어든 것이다.


여전히 요사스러운 분위기로, 과연 이런 곳에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사쿠라 선생님이나 무라사키 선생님이 말려 주었는지, 뒤쫓아오는 기색은 없다.


나 "하아, 어째서 이런 일에......"

앙제 "미안."


조금도 미안해 보이지 않는다.

한숨을 내쉬는 내 배가 꼬르륵 울렸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밤인데, 낮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나 "아──, 배고프다......"

앙제 "주먹밥 먹을래?"

나 "있어?"

앙제 "도시락 싸오고 있어."


앙제는 어디선가 도시락통과 포트를 꺼냈다.

웨딩드레스인데 어디다 숨겨두고 있던 거야?


우리들이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실은 원래의 모습 그대로인가?

어쨌든 앙제는 도시락에 가득 찬 주먹밥을 차례로 가리켰다.


앙제 "이건 사케(シャケ), 이건 가다랑어 포, 이건 우메보시, 이건 명란젓......어느 것으로 할래?"

나 "그럼 가다랑어 포로."


나는 거리낌없이 하나를 손에 쥐고 먹었다.

편의점 도시락 같은 게 아니라, 제대로 손으로 쥔 주먹밥이다.

간을 맞춘 것도 그렇고, 꽤 맛있었다.


앙제 "어때?"

나 "응, 맛있네."

앙제 "잘 됐다. 컵은 하나밖에 없으니 교대로."


뜨거운 녹차도 타준다.


나 "직접 만든 거야?"

앙제 "내가 직접 만들었어. 냠, 냠......응, 맛있어."


앙제는 자신도 오물오물 뺨을 움직인다.


나 "쌀은 좋아해?"

앙제 "좋아해. 쌀은 맛있어."


그것 참 잘됐네요.

그러나 묘하다.


나 "이런 어둑한 움막에서,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고, 주먹밥과 차. 무슨 상황이냐."

앙제 "왠지 이상하네."

나 "남일처럼 말하지마."


그러나 함께 먹다 보면 입도 가벼워진다.

나는 겨우 상세한 경위를 들을 수 있었다.


앙제는 마족이나 대마인 같은 자의 힘을 이식받은 미련의 개조인간으로, 오차와 미연의 일부가 협력관계에 있는 것으로부터 예의 '가면의 대마인'의 사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이곳에 온 것도 아사기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다.

과연 무슨 용무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지만.


뭐 그건 그렇고, 자주 오가다 보니 그 팬클럽, A.B.G가 생겼다고 한다.

앙제는 최근 그 존재를 알았던 것 같고, 지금까지는 주위를 맴돌기만 할 뿐 별다른 해가 없어 내버려뒀던 것 같지만,


그 바보들은 어디서 찾았는지 항아리에 봉해진 여신 쥬노 등을 꺼내서 앙제와 결혼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협력 관계에 있는 대마인을 죽일 수도 없어 도망갔다고 한다.


나는 그것에 휘말렸다는 것이다.


앙제 "소동 피우고 싶지 않았어."

나 "이미 충분히 피웠어."

앙제 "조금은 반성하고 있어."

나 "조금 뿐이냐. 게다가 조금도 반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앙제 "자주 들어. 나 표정이 별로 없다고."


앙제는 덤덤한 표정으로 답하며, 식후의 차를 훌쩍 들이켰다.


나 "그러니까 그런 의례적인 것 같은 대사는 그만둬. 하지만 뭐, 그 사람들도 쥬노가 그런 심술궂은 성격이었던 건 예상치 못했을 거야."

앙제 "나한테는 다행이야."

나 "뭐, 저런 녀석들과 결혼하면 견딜 수 없겠지만, 나는 말이지."

앙제 "미안해......차 마실래?"

나 "차로 속이려 들지 마. 뭐, 마시겠지만."

앙제 "여기."

나 "응......"


받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나 "너도 알고 있겠지만, 예의 축복의 영향이 강해지고 있어."

나 "나는 내 의지와 관계없이, 너를 지키려 하고 있고, 그 의지도 어디까지가 본심인지 의심스러워."

앙제 "혹시 위기?"

나 "혹시가 아니라 진짜 위기야. 정말 결혼하게 되는 건 아니겠지."


앙제는 잠시 생각을 하고 나서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앙제 "괜찮아."

나 "뭐가."

앙제 "너, 나랑 결혼하고 싶어?"

나 "하고 싶을 리 없잖아."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아직 그렇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의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


앙제 "그걸 확실히 말하면 되지 않을까."

나 "누구한테?"

앙제 "여신 쥬노에게. 지금도 분명 우리 곁에 있을 테니까. 나도 말할게."

나 "왠지 싫은 예감이 드는데......"


기척 같은 건 없지만, 앙제가 말한대로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로 옆에.


어쨌든 우리는 둘이 나란히 섰다.

정신을 차려보면 손을 잡고 있는데, 그 쪽을 향해 선언한다.


나 "난 너랑 결혼 안 해!"

앙제 "나도 너하고 결혼 안 해!"

쥬노 "어? 결혼 안 한다니. 무슨 소리야!?"


쥬노가 거룩한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기분 나쁜 표정으로.


나 "당연하지! 우리들은 이제 막 알게 되었다고. 결혼의 저주나 풀어!"

주노 "싫어? 결혼해서 쥬노를 즐겁게 하는 거야!"

쥬노 "그 지긋지긋한 항아리에서 겨우 해방됬으니까!"

쥬노 "쥬노는 서로 사랑하지 않는 두 사람을 결혼시켜 복수할 거야!'

나 "복수!? 무슨 소리야!?

주노 "지금까지 계속, 쥬노에게 결혼을 축복시켜 온 인간들에게!"

나 "...아, 안돼, 이 여신."

앙제 "설득은 무리. 싸울 수 밖에 없어."

나 "제길......아무래도 그것 밖에 없겠네."


그러나 상대는 진짜 신이다.

인간이 싸워서 이길 수 있나?


쥬노 "잠깐! 이 쥬노를 거역할 생각?"

쥬노 "좋아! 죽음도 둘을 갈라놓을 수 없는 축복을 주고 죽여줄게!"

나 "말하는 것이 엉망이잖아!"


엉망진창인 여신은 싫을 정도로 거룩하게 그 몸을 빛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