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제 "텐타클 스톰."
묘하게 맥빠진 목소리와 달리 폭풍 같은 기계촉수의 난타가 쥬노를 덮친다.
쥬노 "큐아아아아아? 시원하구마아아아안?"
쥬노는 그 격렬한 공격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쥬노 "이러면 쥬노, 진짜 당할지도~~?"
모두 태연하게 받아내고, 찰과상 하나 입지 않은 채 짐짓 아파하거나 당한 척하고 있다.
앙제 "또 하나도 안 먹혀."
나 "보면 알아."
압도적인 격차.
아니, 강하다는 둥 약하다는 둥 이전의 문제다.
애당초 신화급의 괴물이니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다.
쥬노 "아하하하하하하하! 항복하고 결혼할 마음이 생겼나!"
나 "제길 완전히 놀고 있구만."
앙제 "어떻게 하지, 안 되겠는데."
나 "안된다는 말 하지마!"
앙제 "결혼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나 "포기하지마!"
쥬노 "자, 선택해라! 죽어서 맺어질자, 살아서 결혼할지!"
쥬노는 카운트다운 하듯 예의 축복의 빛을 번쩍번쩍하고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정말 결혼 밖에 없는건가?
어떻게 해서든 이 성격 나쁜 여신을 따돌릴 방법은 없나?
어딘가에 챤스는!?
응? 찬스!?
그러고 보니, A·B·G의 패거리가 "오늘이 마지막 찬스"라든가 외치고 있었지.
오늘이 마지막? 무슨 소리지?
오늘? 무슨 날이더라?
음......6월 30일......
6월?
나 "그래! 6월의 신부! 쥰 브라이드!! 그것이 너의 축복이다!"
쥬노 "하? 이제와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역시!
6월에 결혼함으로서 신부에게 쥬노의 가호를 기대하는 풍습.
여자아이의 동경.
아니, 그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 시간은 몇 시지?
시계를 본다.
자정이 넘었다.
이제 7월이다!!
나 "알았어! 결혼한다!"
앙제 "응? 할 거야?"
나 "그래, 나한테 맡겨."
쥬노 "정말? 생면부지의 둘이 결혼! 아하하하하하하하!"
나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겠어?"
쥬노 "내가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키스를 지켜볼 거야. 그렇게 하면 영원한 결혼이 성립되는 거지?"
나 "알았어."
나는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과장된 목소리를 냈다.
나 "어라아아아아아!! 그거 지금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쥬노 "하아? 뭐라는 거야?"
나 "날짜를 봐. 벌써 6월은 끝났어. 이제 7월이야, 쥬노님."
쥬노 "뭐?"
쥬노는 뭐가 보이는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쥬노 "아아아아아!! 진짜 최악!! 너희가 꾸물거리던 탓이잖아!!"
나 이야아아~ 아깝네! 영원한 결혼을 할 수 없다니! 그렇지, 앙제?"
앙제 "으, 응?"
나 "아니면 그건가, 쥬노님 없이 맹세할까? 따로 축복이라든지, 쥰 브라이드라든지 아무래도 상관없이."
쥬노 "그런 건 안 돼! 안 되는 거잖아!!"
쥬노 "내년! 내년 6월에 꼭 축복해 줄게!"
나 "좋아. 그럼 그때까지 맹세의 키스는 보류하는 걸로."
쥬노 "흥! 어디두고 보자!"
쥬노는 화풀이하듯 후광을 빛내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앙제 "아, 원래대로 돌아왔어."
예의 축복인지 저주인지는 사라진 듯, 우리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 "하~~~~~~~~ 피곤해."
오늘이 6월 30일이 아니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이제 7월이지.
앙제 "결혼 안 하는 거네."
나 "잘됐구만."
앙제 "끝났다. 해냈구나."
앙제는 여전히 덤덤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쥬노는 사라졌지만 사실 이 녀석이 오늘날 진짜 재앙신이다.
응? 그러고 보니......
나 "너, 처음부터 나를 알고 귀찮게 만들었지. 무슨 소리야?"
앙제 "아스카한테 들었어."
나 "아스카한테?"
그렇지. 앙제는 가면의 대마인의 부하.
게다가 인조인간.
아스카를 아는 게 당연하지.
앙제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가만히 두지 못하는 사람이래"
나 "그 깡통 여자~~~~~!"
녀석이 흑막인가!
사람을 이런 귀찮은 일에 말려들게 하다니.
앙제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야."
전혀 악의가 없어 보이는 앙제에게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나 "나중에 이 빚은 확실히 돌려받겠다고 아스카한테는 전해줘."
앙제 "응, 알았어."
안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당돌하게 물었다.
앙제 "내 웨딩드레스, 잘 어울렸어?"
나 "뭐야 갑자기?"
앙제 "일단 물어보려고"
왜 이제와서 그걸 듣고 싶어하는 거지?
나 "나도 일단 대답해 주겠지만, 어울리지 않는 건 아니었어."
거짓말이 아니다.
하지만, 얼굴은 아무래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앙제는 유난히 수줍어했다.
앙제 "다시 입어도 좋아."
나 "사양하지."
앙제 "내년에는 어떻게? 쥬노, 또 올 수도 있어."
나 "그건 그때 생각해! 여하튼 여기서 나가자!"
앙제 "그래. 나가자."
우리는 어쨌든 동굴 밖으로 향했다.
그러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쿠라 "앗, 후마 군들 나왔다!"
클리어 "옷이 달라."
유키카제 "후마! 도대체 안에서 뭘 했던 거야!"
헤비코 "여자애를 이런 곳에 데리고 들어가다니!!"
시카노스케 "저, 정말 결혼했나? 케이크 절단이라든지, 첫날밤이라든지, 이것저것 끝내버린 거야!?"
나 "하아......"
모두 집결해 있다.
A.B.G 패거리들도 근처에서 나뒹굴고 있다.
나 "......너희들, 어떻게 이 장소를 알았지?"
이젠 도망갈 기력도 없다.
사쿠라 "여신의 기척을 쫓아왔어. 이 사람이 소환했다니까."
사쿠라가 유난히 심하게 당한 A·B·G의 남자를 가리켰다.
화상, 자상, 먹물투성이가 되어있지만 실룩거리고 있으므로, 뭐 죽지는 않은 것 같다.
유키카제 "여신의 힘을 빌려서, 억지로 결혼한다든가. 정말 징그러."
헤비코 "헤비코도 그런 거 용서 못해."
사쿠라 "나도 좀 싫으려나?"
클리어 "나쁜 놈은 혼내준다."
때려눕히는 김에 대강의 사정은 들은 것 같다.
나 "이 녀석들 때문에 혼났어."
나는 지긋지긋 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동은 지긋이 나를 노려보았다.
헤비코 "그래서, 후마는? 여신의 힘으로 그 애와 결혼했어?"
나 "설마. 여신은 돌아갔어. 그 힘도 다 없어졌고."
나 "이제 괜찮아. 나는 이 녀석과 결혼하지 않아. 안심해."
헤비코 "흐─응."
유키카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사쿠라 "그러게..."
클리어 "......"
여자들의 눈이 묘하게 험상궂다.
나 "뭐, 아무것도 안했다고."
헤비코 "그럼 아까부터 계속 잡고있는 그 손은 뭐야?"
뭐?
나 "우와앗!?"
듣고나서 깨달았다.
나와 앙제는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었다.
이, 언제부터!? 언제부터지?
나 "아니야! 아, 이건 그, 아아, 저어 아직 여신의 저주가 좀 남아있다거나──."
나는 황급히 손을 놓는다.
헤비코 "방금 사라졌다고 했잖아."
나 "어어, 없어졌어. 없어지고 말고. 어때, 앙제. 이제 아무렇지도 않지?"
앙제 "응,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나 "봐?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앙제 "아무렇지 않으니까 나 이제 갈게."
나 "에? 에? 가다니 어디?"
앙제 "임무가 있어."
나 "이, 임무라니, 어이, 잠깐! 너도 설명을 좀 해!"
앙제 "그럼 내년에 또."
앙제는 아주 간단히 답하고, 예의 촉수로 띠요옹~~하고 날아가 버렸다.
나 "......그렇다는데?"
시카노스케 "어이, 또 내년이란 게 무슨 말이야?"
사쿠라 "이런. 후마 군, 역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냐?"
유키카제 "있었어! 있던 게 틀림없어!"
헤비코 "그건 뭐야!? 반장으로서 엄격하게 신문할 거야!!"
클리어 "후마, 대답해."
나 "이제 용서해 줘~~~~~!!"
쥬노와 앙제가 사라지고, 달이 바뀌어도, 6월의 수난은 전혀 끝나지 않았다.
아아, 7월의 신, 나를 도와주세요!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