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오랜만에 키류 사바토 선생님에게 불렸다.


전직 노마드의 천재 마과의였지만, 자신을 사로잡은 무라사키 선생님에게 홀딱 반해, 선생님의 마음을 끌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 뛰어난, 이라기보다 상궤를 벗어난 마계의 의료기술을 대마인에게 제공해, 이래저래 중용을 받고 있다.


나도 한 번 죽었다가 살아났을 때 몸을 진찰받은 적 있어, 그때 내 마성의 힘에 흥미를 품어, 하마터면 새로운 실험재료로 취급될 뻔했다.


그런 키류 선생님의 호출이다.

역시 불안하다.


나 "실례합니다......"

키류 "후하하하하하하! 사랑하는 무라사키여! 네 녀석의 생각은 다 알고 있다."

키류 "그렇게 모습을 감춰 내 신경을 끌 셈인가. 귀여운 녀석 같으니!"



지하 연구실의 대형 스크린에는 오차학원 내의 카메라 영상이 비추어지고 있었다.

무라사키 선생님을 찾는 것 같다.


평범하게 스토킹이지만, 이 사람의 괴짜 같은 행적을 돌아보면 오히려 평범할 정도다.


나 "저기......키류 선생님......"

키류 "어디야, 어디에 있는 거지!? 무라사키! 반드시 찾아내 꽉 끌어안아주마. 이 나의 두 손 가득한 사랑으로!!"

나 "돌아갈까......"

리노아 "무슨 용무신가요?"



문어 장난감 같은 것을 든 백의의 소녀가 나타났다.


언제나 이 지하 연구실에 있는 것은 키류 선생님 뿐이라서 조금 놀랐다.


나 "너는?"

리노아 "리노아 셀링. 키류 선생님의 조수입니다."

나 "조수?'


그러고 보니 미연에서 수학 천재 소녀가 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틀림없이 과학기술 스탭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키류 선생님의 조수가 될 줄이야.


리노아 "성함과 용건을 말씀해주세요."

나 "후우마 코타로, 키류 선생님한테 불렸는데......"

리노아 "확인해 볼게요."


리노아는 안고 있던 분홍색 문어를 나에게 향한다.


로봇처럼 표면에 깜빡깜빡 글자나 기호가 표시되고,


리노아 "확인했습니다. 지금 선생님을 불러드릴게요."

나 "부른다고 해도 말이지."

키류 "후하하하하하하! 무라사키, 어디냐, 어디에 있는 거야아아아아아!!"

리노아 "라플라스, 커맨드 '샌더' 역산 개시."


리노아는 키류 선생님을 향해 문어를 머리 위에 올렸다


웃던 문어의 표정이 찌푸린 얼굴, 우는 얼굴, 분노, 다시 미소로 차례차례 바뀌어 가고,


리노아 "어택."


파지이익!!


키류 "갸아아악!!"


방에서 갑자기 작은 번개가 발생해서 키류 선생님께 떨어졌다.


나 "!?'

키류 "뭐, 뭐야, 무슨 일이지? 왜 갑자기 이 내게 낙뢰가!?"


키류 선생님도 깜짝 놀란다.

그야 그렇겠지. 나도 놀랐다.


리노아 "저에요, 키류 선생님"

키류 "리노아!! 네놈, 내 하인 주제에 또 그 문어의 사이비 마법을 썼구나!"

키류 "이 몸의 뒤통수를 쳐도 좋은 것은 이 세상에서 무라사키 뿐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을 텐데!"

리노아 "저는 하인이 아니라 조수. 라플라스는 문어가 아니라 해파리."

리노아 "사이비 마법이 아니라 역산에 의한 사상의 재현입니다."


아무래도 자주 있는 일인 것 같다.

키류 선생님에게 리노아는 태연하게 말했다.


키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나는 무라사키를 찾고 있다!"

키류 "왜 그 방해를 하는 거지!? 설마 무라사키에게 뭔가 받은 거냐!

리노아 "아니에요. 후우마 코타로 씨가 찾아오셨어요."

키류 "후우마?"

나 "아......실례합니다."


키류 "네놈, 뭐하러 온 거냐!"

나 "아니, 선생님께서 부르셨는데......"

키류 "내가? 너를?"


키류 선생님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키류 "후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랬었지! 죽을 정도로 상관없는 안건이라 잊고 있었다."

키류 "네놈, 지금 당장 아캄바이오 제약의 하치오지 랩에 다녀오너라!"

나 "네? 왜요?"

키류 "실험 샘플과 그 검사 결과의 회수인 게 당연하잖나!"

나 "하아......"


또 심부름인 것 같다.


다만, 아캄바이오 제약은 겉으로는 미연에 군사용 약물을 제공하고 있는 제약회사이지만 뒤로는 불사의 병사 연구를 하고 있고, 마초(魔草) 밀수를 계획하고 있는 등, 이래저래 사건들을 일으키고 있다.


몇 번인가 대마인이 직접 나섰지만, 미연과 깊은 관계에 있기 때문인지, 결국 도마뱀 꼬리 자르듯 잘라내, 회사 자체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런 곳에 가야 한다니, 키류 선생님의 의심스러운 실험을 도와줘야 하는 것일까.


키류 "뭐냐, 그 짜증스러운 얼굴은. 이것은 이가와 아사기가 부탁한 안건이다. 그러니까 네놈에게 맡기는 거야."

키류 "오차의 헬기를 쓰게 해 줄 테니 빨리 다녀와라."


그렇군요.

그런 일이라면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키류 선생님이 귀찮아하며 스스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알 수 있다.


나 "알겠습니다."

리노아 "키류 선생님, 저도 동행할게요."


우리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리노아가 말했다.


나 "응?"

키류 "멍청하긴! 이 몸의 하인인 네게 그럴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리노아 "하인이 아니라 조수입니다. 그리고 괜찮으시면 받아두세요. 무라사키 선생님의 오늘의 행동예지입니다."


리노아는 주머니에서 서류를 꺼내 키류 선생님께 내밀었다


키류 "뭣이! 무라사키의 행동예지라고! 그런 게 있다면 어째서 빨리 보여주지 않은 거냐! 이 굼벵이 같으니라고!"

키류 "현재, 무라사키는, 무라사키는──뒷산에서 단련인가! 어처구니없는 맹점이다! 후하하하하! 기다려라, 무라사키!"


키류 선생님은 껄껄 웃으면서 무라사키 선생님을 찾아 가버렸다.


리노아 "그럼 저희도 가죠."

나 "으, 응."


저 키류 선생님을 휘두르고 있다.

뭔가 대단한 애인데?


아무튼 나는 오차학원 소유의 헬기에 리노아와 함께 올라탔다.


리노아 "겨우 풀려났어요. 키류 선생님이랑 계속 같이 있으면 피곤해지거든요."

나 "그렇겠지."


나는 만약을 위해 대마인 슈트로 갈아입었지만, 그녀는 백의 그대로다.


아까 수수께끼의 번개를 발생시킨 해파리 로봇도 챙긴 상태다.


리노아 "후우마 씨, 제대로 얘기하는 건 처음이네요."

리노아 "저, 후우마 씨에게 계속 관심이 있었어요."

나 "나한테?"


일단 남성으로서의 흥미는 아닐 테지─라고 생각하면서, 다음을 재촉하면,


리노아 "독립유격대의 계산을 넘어서는 활약, 게다가 후우마 씨 본인, 모두 흥미로워요."

리노아 "보고서를 읽었는데, 후우마 씨는 한 번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적이 있었죠."

리노아 "그것도 인법 같은 게 아닌 다른 방식으로. 키류 선생님 수준은 아니더라도, 철저히 연구하고 싶은 소재입니다."


날 보는 눈이 반짝반짝하다.

아무래도 칭찬하는 것 같다.


저 괴짜 키류 선생님의 조수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니, 이런 것도 당연하겠지.


나 "너는 왜 오차마을에 온 거야?"

리노아 "저는──."


수학자였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월반으로 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그 천재성을 일찍이 주목받아, 졸업 후에는 미연의 어느 연구기관에서 세계의 어느 순간의 상태를 재현해, 그 순간의 사상도 재현 가능케 하는 연구──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받았지만, 도중부터 잘 이해를 못하는 내게 어쨌든 선진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연이 그런 연구의 뒷전에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었고, 리노아도 어머니를 인질로 잡혀 인간계와 마계를 잇는 게이트에 대한 연구를 억지로 하게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연구였으나, 그녀의 천재성은 마(魔)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 나가, 정체되어 있던 연구를 단번에 발전시켰고, 그 과정에서, 예를 들어 마법의 『낙뢰』 등의 현상을 별의 배치에서부터 역산해, 반대로 그것을 마법이 아닌 사상으로서 재현하는 것을 가능케 했다.


아사기 선생님은 연구의 급속한 발전을 위험시하여, 마계기술의 근절을 목적으로 하는 DSO와 협력, 그 연구를 극비리에 박살내고, 리노아와 그의 어머니를 미연으로부터 구해내어, 두 사람은 오차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리노아 "그 시스템을 구현한 프로토타입이 이 아이, 라플라스에요."


리노아는 해파리 로봇을 들어보였다.

유일하게 남은 연구 성과란다.


이름의 유래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라플라스의 악마일 것이다.


우주의 어느 시점에서의 물리적 상태를 완전히 파악, 분석할 수 있으며 거기에서 미래 혹은 과거의 모든 현상을 계산으로 파악할 수 있는 초월적 존재다.


나중에 발달한 양자역학에 의해 라플라스의 악마는 부정되었으나, 그러한 인간의 이론을 더욱 초월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마계다.


확실히 그 연구 성과에 의한 로봇의 이름으로는 적합하다.


나 키류 선생님한테 날린 번개도 그걸로?"

리노아 "낙뢰라는 현상을 역산으로 재현했습니다. 결코 마법이 아니에요."

리노아 "저에게는 대마인의 대마입자 같은 굉장한 힘은 없으니까요."

나 "아니, 그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대단한 것 같아."

리노아 "칭찬 감사합니다."


리노아는 꾸벅 고개를 숙인다.

라플라스도 함께 고개를 숙이게 했다.


나 "아까 키류 선생님께 드렸던 무라사키 선생님의 행동예지란 건?"

리노아 "그것도 라플라스 시스템의 응용이에요."

나 "그런데 무라사키 선생님의 정보를 키류 선생님한테 알려드리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리노아 "제가 알려주면서 예지도 달라졌어요. 보세요."


리노아가 라플라스를 조작하자, 그 변화된 예지 내용이 홀로그램으로 표시되었다.


과연, 무라사키 선생님의 행동 예지 장소에 키류 선생님이 나타나서, 언제나와 같이 응징을 받는 것까지 확실히 예지하고 있었다.


나 "하──, 지금부터 키류 선생님은 무라사키 선생님에게 오늘 하루 동안 다섯 번 참견하고, 그때마다 짓뭉개지는 건가. 힘들겠네."

리노아 "라플라스를 쓰지 않아도 평범하게 예상할 수 있는데요."

나 "그렇지."

리노아 "『키류가 귀찮게 굴면 나한테 떠넘겨도 돼』라고 무라사키 선생님도 말하셨고요."

리노아 "저는 조금도 이해할 수 없지만, 키류 선생님 역시 곤죽이 되어도 기뻐하시는데, 괜찮지 않을까요?"

리노아 "예지에서는 5회 죽었지만 다시 살아나는 것 같고, 문제 없겠죠."

나 "그렇구나."


조금 즐거워 보이는 리노아에게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열흘 전.


요미하라에서는 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어둠의 조직 중, 최대 세력인 노마드가 관리하는 창고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것이다.



리나 "클라우디아, 설마 네가 당할 줄이야......"


마계기사 리나는 친구들의 주검을 앞에 두고 그 어느 때보다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경비병이 몰살당하고, '용의 심장'을 비롯한 귀중한 물자를 빼앗겼다.



엘리나 "여, 역시......외상은 어디에도......거, 검이나 마법 등의 지, 직접적인 수단으로 쓰러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료들의 시신을 지켜보던 마술사 엘리나가 목소리를 떤다.


모두 제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숨져 있었던 것이다.


리나 "간접적인 수단......예를 들면 저주 같은 건가?"

엘리나 "그, 그럴지도 몰라요. 본부로 데려가서 자세한 검사를 해봐야만......"

리나 "그쪽은 맡기마. 돌로레스에게도 도와달라고 해. 나는 범인의 행적을 쫓겠다."

엘리나 "아, 알겠습니다......"

리나 "어디 사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모두의 원수를 갚고 말겠다."


리나는 동료들의 괴로움을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로부터 며칠.


창고를 습격한 범인의 단서는 건진 게 적었다.


현장 상황 상 아무래도 단독범의 소행이라는 것.


엘리나의 검시 결과, 육체가 아닌 정신에 상처를 입은 것 같다는 것.


모든 사람의 고막이 손상된 것으로 보아 소리를 사용한 이능, 혹은 무기가 사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


알아낸 것은 그 정도이고, 정작 범인의 행방, 정체는 묘연한 채다.


리나 "......"


노마드의 일원인 이상 삶과 죽음은 항상 이웃하고 있다.


친구를 살해당한 분노로 넋을 잃거나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그 한을 풀겠다는 생각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노마드의 창고가 습격당한 것은, 이미 거리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평소 쾌활한 리나의 험상궂은 표정에 거주자들도 어쩐지 눈치가 보인다.


범인은 빼앗은 물건을 어디선가 팔아 치우려 할 것이다.


리나는 그런 쪽에 정통한 탐정 사무소에 조사를 의뢰했다.



클론 아사기 "왔구나, 리나."


그 최강의 대마인, 이가와 아사기의 클론, 그녀가 이 탐정 사무소의 주인이다.


스스로 클론이라고 말하는 걸로 보아, 꽤 기골이 있는 인물이라 생각되고, 탐정으로서의 능력에도 정평이 나 있다.


리나 "그 표정으로 보아 좋은 소식은 없는 듯 하군."

클론 아사기 "그렇게 앞서가지 마. 안에서 천천히 얘기하자."

미리암 "리나, 오늘도 험상궂게 표정이구나. 너답지 않아."



리나와 안면이 있는 마녀 미리암이 얼굴을 내밀었다.


수십 년 전, 대마인 탓에 몸이 작아져,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고자 노마드에 투신했지만, 최근 이곳에 틀어박혀 있다.


리나 "어쩔 수 없지. 범인의 단서를 찾을 수 없다니까. 그것보다 뭐야, 그 이상한 꼴은?"

미리암 "이상하다 하지 마라. 나도 나대로 이래저래 할 일이 많아. 물론 부탁받은 건은 제대로 조사하고 있다."

후우마 아키 "우리 대마인으로서도, 요미하라가 이렇게 술렁거리는 좀 걱정돼. 어떻게든 해야지."

프랜시스 "거리 전체가 이런 분위기여서는 술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없어. 그렇지, 나사라."

나사라 "거리가 우울, 그건 그것대로 흥미롭다. 하지만 나사라, 즐겁지 않아."




식객으로 눌러앉은 대마인, 후우마 아키.

전직 마피아 보스인 오니, 프랜시스

그리고 최근 알게 되었지만 다른 세계의 생물인 나사라가 나왔다.


이것이 탐정 사무소의 면면이다.

카오스한 구성이지만 묘하게도 일체감이 있다.


리나 "그럼 조사 결과를 들려줘."

미리암 "잠깐. 밀렌, 손님 왔다. 자, 차와 다과를 내와야지."

밀렌 "네, 미리암 선생님."



처음 보는 얼굴이다.

영체답게 몸이 조금 비쳐 보인다.


덧없어 보이는 소녀가 묘한 말을 외치자 주전자, 컵, 다과가 쟁반을 타고 훨훨 날아와 테이블에 놓여졌다.


밀렌 "해냈어요!"

미리암 "음, 그럭저럭 해냈군."

클론 아사기 "조금 두근두근했어."

아키 "밀렌, 해냈구나!"

프랜시스 "제법이잖아, 밀렌"

나사라 "짝짝."

밀렌 "에헤헤."


리나는 기뻐하고 있는 6명을 보며 어리둥절해 하면서,


리나 "저기, 누구야?"

미리암 "유령인 밀렌이다. 지금은 내가 마법을 가르치고 있지."

미리암 "그래서 이렇게 입고 있는 거라고. 교사는 교사답게라는 거지, 흐흥."

밀렌 "밀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리나 "노마드의 마계기사 리나다. 잘 부탁하지."


잘은 모르겠지만 긴장감 없는 면면들과, 차와 다과로 답답한 마음이 조금 풀린다.

하지만, 아사기의 보고가 시작되자, 다시 그 표정은 험악해져 갔다.


클론 아사기 "장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았어."

클론 아사기 "다만, 의심가는 사람은 있어. 당신도 잘 아는 사람."

클론 아사기 "당신이 요미하라의 치안 유지를 위해 종종 일을 방해했던 상대, 마계의 브로커 아잔이야."

리나 "아잔! 그 녀석인가!"

클론 아사기 "도둑맞은 물자는 귀하긴 하지만, 요미하라의 암시장에서 구허지 못할 건 아니야."

클론 아사기 "노마드의 창고를 덮쳐, 병사들을 몰살시킬 위험을 감수할 정도는 아니란 거지."

리나 "즉 의도적으로. 나에 대한 도발인가?"

클론 아사기 "아마 그런 거겠지."

리나 "그걸 위해 내 친구들을. 이런 비열한......"


리나의 눈동자에 분노가 깃든다.


리나 "그래서, 놈의 위치를 알아냈나?"

클론 아사기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설마 지금 당장 쳐들어 갈 생각이야?"

리나 "......"

클론 아사기 "심정은 알겠지만 자중해야지. 놈은 상당히 노련하고 위험한 상대야."

클론 아사기 "솔직히 거처를 알아낸 것도 수상쩍어."

미리암 "음, 네가 자신의 정체와 거처를 알아내고 찾아올 것을 계산한 후에 의도적으로 정보를 누설한 점이 있더구나."

아키 "평범하게 함정이 기다리고 있겠지."

프랜시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정면에서 부수고 들어가는 건 나도 좋아하지만, 조금 위험하다는 느낌."

나사라 "저돌맹진, 위험."


모두가 제각기 말한다.

그 정도로 걱정을 살 표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리나 "무리는 하지 않을 테니 안심해라. 우선 본부로 돌아가 대책을 세울 생각이다. 놈의 위치를 알려다오."

클론 아사기 "그 말, 믿을게."


아사기는 그의 거처를 가르쳐 주었다.

요미하라 교외에 있는 저택이다.


리나 "알았어. 고맙다. 밀렌, 맛있는 차였다. 마법 수행, 열심히 해라."


리나는 탐정 사무소를 나갔다.

남은 면면은 한결같이 불안했다.


밀렌 "리나 언니, 괜찮을까요"

클론아사기 "그럴거라 생각하고 싶은데."

미리암 "녀석은 거침없는 점이 장점이니까."

아키 "게다가 그 잉그리드와는 타입이 다르다고 해도 마계기사인데."

나사라 "충고, 쓸데없어?"

프랜시스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멈추라 해도 갈 놈은 갈 거고,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어."




리나 "노마드가 아니라 내가 표적이라니."

리나 "역시 이건 내가 책임지고 해치울 수 밖에 없겠군. 기다려라, 아잔."


탐정팀이 걱정했던 것처럼, 리나는 망설임 없이 아잔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노에 사로잡혀, 친구를 살해당한 복수를 위해서도 아닌, 마계기사로서의 결연한 의사로, 아잔을 쓰러뜨릴 작정이었다.


리나 "보아하니 호위도 아무것도 없지만 수상한 기색이 넘치는군."


아잔의 저택에 당도한 리나였지만, 과연 정면으로 쳐들어가지는 않았다.


먼저 그늘에 몸을 숨기고 바람을 이용하여 먼발치에서 상황을 살피다.


속사정은 알 수 없으나 망보는 인원 하나 없는 것이 오히려 수상쩍다.


역시 이건 리나를 유인하기 위한 함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나 "아잔 본인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직접 들어가 봐야 알 것 같은데."

리나 "하지만 나를 빠뜨리기 위한 함정이라면 개가 나올 것 같군. 개는......싫어."


최근, 조금은 개에 익숙해졌고, 애당초 마견도 기계견도 그녀의 적은 아니지만, 개를 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은 그것과는 별개다.


리나 "좋아. 설령 개가 10 마리나 튀어 나온다 해도, 우선은 멍멍 짖기 전에 먼발치에서 체리 플러리로 발을 묶자."


개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고 잘 싸울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있으면,


리나 "응? 누가 왔군."

소녀기사 "......"



한 소녀가 씩씩하게 나타나 저택으로 다가간다.


짧게 묶은 금발, 문장이 들어간 가지런한 검과 방패. 척 보기에도 좋은 집안의 기사라는 느낌이다.


리나 "누구지? 상당히 수행을 쌓은 것 같은데. 아잔의 동료치고는 분위기가 매섭군."


소녀는 숨어있는 리나를 눈치채지 못하고 저택의 모습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움직임이 어색하다.


별로 그런 것에 익숙치 않은 것 같다.


리나 "괜찮으려나? 저렇게 가까워지면......"


그렇게 중얼거리는 다음 순간, 저택의 문이 쾅 열렸다.


개 몬스터

「ガルウウウウウウウウウウッ!!」

「グ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ウォオオオオオオオンンンッ!!」

「ガルガルガルガルガルガルッ!!」

「ワンワンワンワンワンワンッ!」

「――――――」


개다! 20마리나 있어!

게다가 종류도 여러가지!


리나 "우왓, 개가 엄청 많아!"


리나는 깜짝 놀라며 엉겁결에 엉덩방아를 찧지만,


소녀기사 "개? 이런 걸로 저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나요!"


소녀는 조금도 겁먹지 않고 검을 뽑아 들어, 혼자서 개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리나 "저 무슨 배짱인지......"


소녀는 용감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척 봐도 정통파임을 알 수 있는 검술로 개들의 급소를 베어, 그 수를 차례차례 줄여 나간다.


리나 "상당한 솜씨로군. 누군지 몰라도 목적은 같은 것 같은데."

리나 "좋아. 숫자가 많이 줄었으니 함께 싸우자."


저 기사와 함께 싸우고 싶어져, 리나는 그늘에서 뛰쳐나갔지만,


소녀기사 "이 개들을 조종하는 건 당신입니까!"

리나 "우왓!"


날카로운 찌르기가 날아와 리나는 황급히 그것을 칼로 튕겨겼다.


카아아앙!


두 사람의 검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소녀기사 "내 검을 막았다?"

리나 "내가 개를 조종할 리 없잖아!"

소녀기사 "그럼 당신은 누구인가요!"

리나 "나는 리나, 노마드의 마계기사다!"


이름을 대면서 곁에 있던, 엄청 개처럼 생기지 않은 개, 브레인 도그를 베어낸다.


소녀기사 "리나? 노마드의 마계기사?"


소녀는 놀라면서도 굉장히 개처럼 생긴 개, 데블스 도그의 목을 쳤다.


리나 "너도 아잔을 쓰러뜨리러 온 거겠지. 나도 그래. 협력하자!"


리나는 서로의 뒤를 지켜주기 위해, 그리고 자신은 그녀의 편이라는 의사표시를 위해 소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아델하이트 "알겠습니다. 저는 아델하이트라고 합니다!"


뒤에서 소녀가 자칭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리나는 사쿠라 블로섬을 내리쳤다.


리나 "받아라, 체리 플러리!"


검이 대기를 가르고 질풍을 낳아, 연분홍빛으로 물든 도신에서 나오는 꽃잎이 무수한 칼날이 되어 적을 덮쳤다.


다섯 마리쯤 되는 개가 한번에 갈기갈기 찢겼다.


리나 "좋아!"

아델하이트 "바람? 그리고 그 칼은?"


아델하이트는 한순간 놀란 듯 하지만,


개몬스터 ガルウウウウウウッッ!!」

아델하이트 "기습은 통하지 않아요! 이야아앗!!"


그 틈을 타 덤벼든 개를 방패로 받아내고, 그 몸이 공중에 떠오르자 검으로 찔러 죽인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치에 맞는 견실한 수비와 공격이다. 일격에 담긴 마력도 상당하다.


개들은 두 사람의 주위를 둘러싸고 위협하듯 짖어대면서, 서로 연계하고, 때때로 페인트나, 동료를 미끼로 삼는 교활함까지 보이며, 차례차례 덤벼들었다.


리나와 아델하이트는 서로를 보호하면서 확실하게 그 수를 줄여나갔지만


리나 "젠장, 성가시게!"


드론 도그

「―――――――――」

「―――――――――」

「―――――――――」


유일하게, 로봇인 개 드론 도그만은 쓰러뜨릴 수 없다.


목을 베든, 동체를 두동강 내든, 부품끼리 찰칵 달라붙어 끈질기게 공격해 온다.


싫어하는 개가, 기계의 몸을 산산조각 내도, 몇 번이고 되살아난다.


리나 "뭐, 뭐야 이 녀석들은! 기계인데 좀비라니! 이러니까 개는! 적당히 하고 쓰러져라!"


리나가 초조해지기 시작한 그때다.


아델하이트 "그렇다면 제 마안으로!"


아델하이트의 오른쪽 눈이 빛났다.


리나 "마안?"

아델하이트 "제 마안에서는 누구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아델하이트는 빛나는 눈으로 좀비 같은 드론 도그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아델하이트 "과연 기계로 만든 개로 가장했으나, 실상은 마술에 의해 조종되는 골렘이군요. 고식적인 짓을."

아델하이트 "골렘이라면 그 핵을 파괴할 뿐. 하앗!!"


번개 같은 찌르기.


그 일격에 드론 도그는 와르르 무너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리나 "굉장해."


감동하는 리나 앞에서 아델하이트는 남은 드론 도그도 차례차례 쓰러뜨렸다.


개들을 전멸시킨 두 사람은 저택 내부로 돌입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역시 리나를 유인하기 위한 함정이었던 것 같다.


하긴 저만한 수의 개.

사실 골렘이었던 드론 도그.


리나 혼자였다면 더 애먹었을테지.


리나 "굉장한 마안이군. 게다가 훌륭한 기량이었다. 감동했어."

아델하이트 "그쪽도......훌륭했어요."


리나의 칭찬에 아델하이트는 왠지 당황한 것 같았다


아델하이트 "아까 노마드의 마계기사라고 하셨는데......"

리나 "그래. 나는 노마드의 마계기사 리나. 잉그리드 님을 모시고 있다."


가슴을 펴고 그렇게 대답하자 그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하다.


아델하이트 "잉그리드 님을......? 그, 그 연분홍색 칼은 혹시?"

리나 "이건 마검 사쿠라블로섬. 잉그리드 님에게 받은 거지."

아델하이트 "마검 사쿠라블로섬......"


아델하이트는 리나를 바라보며 뭔가 고민이 깊어지는 듯 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검을 검집에 넣더니 자세를 바르게 하고 말했다.


아델하이트 "저는 마계에서 아잔을 쫓아왔습니다. 하지만 인간계에는 익숙치 않아요."

아델하이트 "리나 씨도 아잔을 쫓고 있다고 했었죠. 괜찮으시다면 함께 해주실 수 있나요?"

리나 "물론이지. 아델하이트. 하이디라고 불러도 될까?"


리나는 싱긋 웃으며 악수를 청하려 했지만,


아델하이트 "거절합니다. 그렇게 불리는 건 싫어해요."


그렇게 딱 잘라 말하는 바람에 겸연쩍어 손을 내렸다.


리나 "그, 그래. 알았다. 그럼 잘 부탁하지."

아델하이트 "잘 부탁드립니다."


이로서 리나는 아델하이트와 함께 아잔을 쫓게 됐다.


그것이 사흘 전의 일이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요미하라에서 지상으로 올라와, 아캄바이오 제약의 하치오지 랩에 찾아와 있었다.


아잔이 이곳을 노리는 것 같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 후, 잉그리드에게 사정을 보고하고, 혼자 앞서 갔다고 꾸중을 들은 후, 노마드의 마계기사로서 아잔에게 찍힌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제대로 허가를 얻어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돌로레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은 개에게 참살당했다는 가짜 정보를 흘려, 아잔에게 목적을 달성했다고 착각케 하고 삽질을 하게 만들던 중이었다.


리나 "여기가 아캄바이오 제약이구나."

리나 "돌로레스의 얘기로는 이래저래 좋지 않은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 같다. 과연 아잔이 나타날 만도 하지."

아델하이트 "그렇군요. 인간인데 마력을 품은──저기, 뭐라고 했었죠?"


지난 사흘 동안 행동을 함께하며 호흡이 상당히 맞아온 아델하이트가 묻는다.


리나 "대마인이다만?"

아델하이트 "네, 그 대마인이 가져온 어떤 샘플을 노리고 있다던가. 도대체 뭘까요?"

리나 "글세, 하지만 대마인에게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으니. 뭔가 중요한 것이겠지."

아델하이트 "......"


리나의 그 대답에 아델하이트는 의아한 표정이 된다.


리나 "왜 그러지?"

아델하이트 "리나 씨는, 아니 노마드는 대마인과 적대하고 있는 거죠? 그런데 친근한 말투네요."


그것을 비난하는 듯한 말투였지만, 리나는 사실대로 대답한다


리나 "확실히 대마인과는 대립관계에 있다. 하지만 대면하면 즉각 싸우기 시작할 정도로 살벌한 사이는 아니다."

리나 "때로는 서로 협력하는 경우도 있고, 잉그리드 님이 경의를 표하는 대마인도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지만 친구가 있고 말이야."

리나 "물론 싸움이 벌어지면 주저하지 않겠다."


코우카와 아스카, 쿠로다 토모에, 케일리 마이어스, 그리고 큰 빚을 진 이가와 사쿠라.

우연한 일로 만난 자들을 생각해 낸다.


아델하이트 "그런가요. 그게 인간계의 방식인가 보네요."

리나 "인간계의 라기 보다는, 잉그리드 님의 방식이군. 나는 그게 마음에 든다."

아델하이트 "그런 방식이라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그 방식을 어떻게 여겼는지 모르지만, 아델하이트는 억누른 어조로 말했다.


아델하이트 "다만, 마계기사를 자처하는 리나 씨가 살해당한 척 하고 적을 속여서 골탕 먹이는 것은 솔직히 어떨까─라고 생각합니다만......"


아까의 물음과 달리 이쪽은 더 확실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리나 "상대는 개를 대량으로 준비하는 비겁한 놈이야. 그 정도는 양반이지."

아델하이트 "그 정도는......인가요."

리나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싸움 전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으면 안 좋아. 거리낌없이 말해 다오."

아델하이트 "그럼 실례지만......"


아델하이트는 그렇게 서두를 꺼내고는 묘하게 강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델하이트 "지난 며칠 동안 함께한 리나 씨의 행동에, 저도 여러가지 생각한 게 있어요."

아델하이트 "그 뭔지 잘 모를 모습이라든가, 길거리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든가, 마계기사다운 것 같지는 않아요."

리나 "그, 그런가? 나는 나답다고 생각하는데?"

아델하이트 "'나답다'라는 게 무엇입니까!"

아델하이트 "마계기사는 항상 자기를 다스려야 합니다!"

아델하이트 "그 잉그리드 님이 인정하신 분이라면 더더욱요. 리나 씨는 너무 가벼워요!"


말을 하다보니 점점 빨라지더니 마지막에는 크게 외쳤다.


리나가 조금 놀라자, 아델하이트는 정신이 번쩍 든 듯이,


아델하이트 "실례했습니다. 저처럼 부족한 자가 그런 말을. 사과드립니다."


이내 고개를 숙였지만 리나는 개의치 않았다


리나 "상관없어.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잡종이고, 마력은 적으며, 검도 자기류다."

리나 "마계기사라고 하는 것도 잉그리드 님이 허락해 주신 건데."

리나 "그 올바른 예절인지 뭔지를 난 사실 잘 몰라."

리나 "아델하이트는 명문 태생이지? 그런 걸 나보다 더 잘 알고 있겠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말해줘."


이제와서 태어나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거나, 마력의 적음을 한탄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제대로 된 마계기사로 있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델하이트 "죄송합니다."


아델하이트는 감정적으로 나선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리나 "그럼 이제 잠입을 해볼까?"

아델하이트 "네? 잠깐만요. 그건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게......"

리나 "신중하네. 내 바람과 너의 마안으로 경비의 허점은 훤히 들여다 보이잖아?"

아델하이트 "그렇다고 해도, 에요.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리나 씨는 너무 대충이에요."

리나 "내 경험으로 볼 때, 너무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이변에 대응하기가 힘들어."

리나 "무슨 일이든 임기응변이 최고야."

아델하이트 "뭐든 한도가 있다구요."


눈살을 찌푸리는 아델하이트를 보자 리나는 사흘 전의 일을 문득 떠올렸다


리나 "어? 그럼 지난 번에 저택에 돌격했을 때도 계산된 거였어?"

아델하이트 "당연하죠."

리나 "그런데 단박에 개한테 들켰잖아."

아델하이트 "그, 그건......저 인간계는 낯설었고......"

리나 "그건 별로 상관없는 것 같은데."

아델하이트 "끄, 그럴지도 모르지만, 잠깐, 리나 씨 보고 있었나요?"

리나 "보고 있었달까, 난 개가 서툴러서 갑자기 튀어나올 때를 대비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

아델하이트 "그게 뭐예요!"


라는 등 돌입 전의 협의를 하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아캄바이오 제약 빌딩에 착륙하려 하고 있다.




나 "드디어 도착인가."


오차마을에서 수시간.


우리는 아캄바이오 제약의 빌딩 옥상 헬리포트에 내려섰다.


리노아 "도착시간, 예지와 일치했습니다."


리노어가 라플라스에 지체없이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


헬기로 이동하는 중, 나와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자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습관이 되어 있는 것 같다.


나 "샘플과 검사 결과를 회수한다고는 했지만, 도대체 뭘까? 일부러 헬기까지 쓰게 해주고."

리노아 "말하지 않았나요? 대마인 아마노 레나 씨에요."

나 "어......? 반년 전 임무 중에 행방불명 되었던?"

리노아 "네, 그런데 얼마 전에 갑자기 나타났어요. 임무 중 기억을 잃은 채."



아마노 레나. 석둔의 술자다.


돌을 자유자재로 조종해, 무수한 돌팔매질에 의한, 단순하지만 강력무비한 공격이나 스톤 골렘의 조작이 장기다.


스스로를 돌의 갑옷으로 지킬 수도 있어, 공방이 견고한 대마인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임무 중 행방불명이 되었다.


동료가 수색해도 행방이 묘연해 그 생존이 위태로웠는데, 바로 얼마 전, 혼자서 걷고 있던 것을 발견해 보호받았던 것이다.


리노아 "레나 씨는 적에게 사로잡혀 있었던 게 틀림없어요."

리노아 "다만 그간의 기억이 애매해서, 어떻게 탈출했는지도 모르나 봐요."


나는 검사실의 캡슐 안에 잠들어 있는 아마노 레나를 쳐다 보았다.


나 "그럼 세뇌나 개조를 받았을 가능성이 있네."

리노아 "아사기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고 오차마을로 돌아가기 전, 여기서 각종 정밀검사를 받게 하고 있었어요."

나 "그렇군. 검사결과는?"


리노아는 받은 검사 결과를 훑어보며 대답했다.


리노아 "여기에는 이상 없음이라고 되어 있어요."

나 "이상은 없다......"

리노아 "다만 혹시나 해서, 깨우지 않고 수송용 캡슐에 넣은 채 데려가."

리노아 "키류 선생님의 추가 검사 후, 문제 없다고 판단되면 눈을 뜨게 될 거에요."

나 "그게 좋겠네. 그래서 운반용 헬기가 필요했구나."

나 "그렇지만 살아있는 인간을 샘플 취급이라니. 키류 선생님도 여전하구만."

리노아 "키류 선생님도 오차에게는 살아있는 샘플과 같고요."


독설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다.


역시 좀 특이해.

하기사, 천재란 그런 것이겠지.


아마노 레나를 오차로 수송하는데는 여러가지 세세한 수속과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 그 날은 아캄바이오 제약에 묵고, 돌아오는 것은 다음날로 정해졌다.


리노아 "그에 관해서 저는 다른 의견이에요."

리노아 "확실히 대마입자와 에너지의 상호 관계에 관해서는."

리노아 "코코티에가 제창한 데몬 다이어그램을 따르는 결과가 관측되고 있는데."

리노아 "대마입자의 방출이라는 순간적인 천이천이(遷移)에 관해서는."

리노아 "코타니=시몬즈의 부등식이 나타내는 대마입자의 존재확률αΩ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으며, 따라서──."


난 (즐거운 듯이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군.)


리노어는 아는 과학자들과 대마인과 인법에 관한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다.


처음에는 코우카와 아스카의 대마초입자포가 이러쿵저러쿵 시작되었기 때문에, 조금 흥미를 가지고 귀를 기울였지만, 말하기 시작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나는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과학 주문의 응수로 변했다.


나 (기분전환이라도 하고 올까?)


이곳에서는 침착하게 독서도 할 수 없다.

나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노아 "후우마 씨, 기다려주세요."


스탭 룸을 나와, 어디로 갈까 생각할 때, 리노아가 나의 뒤를 쫓아왔다.


나 "왜 그래?"

리노아 "오늘 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라플라스가 예측했어요."

리노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저와 후우마 씨는 함께 있는 편이 좋아요."

나 "무슨 일이 일어나는데?"

리노아 "거기까지는 잘 몰라요. 불확정 요소가 너무 많아서요."

나 "잘은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 벌어진다. 마치 점 같군."

리노아 "아니에요. 사고관측과 이론에 기초한 예지입니다."


내가 농담을 하자 리노아는 딱 잘라 부정했다.

그 부분은 양보할 수 없는 것 같다.


나 "알겠어. 그래도 좀 더 빨리 말해줘.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리노아 "기록에 따르면 후우마 씨는 단순한 심부름이라도 뭔가의 트러블에 휘말리므로 오늘도 그럴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나 "좀 봐주라."


그런 식의 신용은 싫다, 라고 생각한 그 때,


남자 목소리 "갸아아아아아악!!"


복도 저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라플라스의 예지, 적중했다.


나 "바로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리노아 "네, 가죠."


우리는 비명소리가 들린 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보인 것은──천장까지 튀긴 핏자국, 복도의 피바다에서 굴러다니는 하나의 시체.


그 곁에 선 두 여자였다.


두 사람은 놀란 듯이 우리를 보고 있다.


리노아 "적......!?"


리노아도 잽싸게 경계한다.


그리고 나는──.


나 "리나!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두 사람 중의 한 사람, 낯익은 쪽에 불쑥 묻고 있었다.


리나 "뭐지?! 어떻게 나를 아는 거냐!"

나 "몇 번이나 봤잖아!"

리나 "그랬었나?"

리노아 "후우마 씨, 아는 사람인가요?"

나 "노마드의 마계기사야."

리노아 "마계기사!?"


리노아는 반사적으로 라플라스를 내세워 전투태세를 취하려 하지만,


나 "섣불린 나서지 마.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리노아 "하지만......"

나 "알고 있어."


나는 리노아를 등 뒤로 물리고 두 사람과 마주보았다.


리나는 어쨌든, 여기사 쪽은 분명히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있다.


나 "나를 기억 못하는 거야?"

리나 "음.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리나는 고개를 갸웃한다.

그렇게 인상에 남지 않는 얼굴인가?


그녀를 만난 것은 분명 세 번.

처음에는 요하라에서 하이오크에게 습격당하고 있는 것을 도와주었다.


다만 그때는 나와 시카노스케, 헤비코가 3남매인 척 하고 어머니를 찾고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


두 번째는 야타가라스 아이를 유괴한 범인으로 착각됐다.

오해는 금방 풀렸는데.


세 번째는 여름 해변에서.

랩 대회에서 노래하는 걸 봤어.

하지만 그건 내가 일방적으로 본 것 뿐이다.


어느 것이든 나를 생각나게 하기에는 그다지 좋은 에피소드는 아닌 듯 하다.


그렇다면──.


나 "나는 후우마. 돌로레스한테 듣지 않았어? 게임대회에서 만난 남자야."

나 "봐, 이거. 돌로레스한테 받은 브로마이드랑 연락처야."


이런 때도 있을까, 하고 대마인 슈트 주머니에 넣어둔 잉그리드의 브로마이드를 보여 준다.


리나 "앗! 그건 내가 만든 잉그리드 님의 브로마이드!"

나 "어? 그래?"

소녀기사 "잉그리드 님의?"

리노아 "브로마이드?"

리나 "네가 돌로레스 친구 후우마인가! 들었지, 응, 들었어!"


리나는 호의적인 표정을 짓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나 "마계기사인 네가 왜 이런 데 있어? 이건 너희가 한 짓이야?"

리나 "그런 괘씸한 짓을 하겠어? 마계기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리나 "노마드에게 집적대는 마계 브로커 아잔이라는 남자를 쫓아왔다."

리나 "여기의 아델하이트도 같아."

아델하이트 "......"


명문마족 같은 분위기의 여기사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 채 목례를 한다.


리나 "놈이 여기 침입해서 쫓아왔지만 놓쳤어."

리나 "그리고 이 시체는 틀림없이 놈의 짓일 거야."

리노아 "거짓말은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라플라스에서 뭘 알아봤는지 리노아가 내 뒤에서 속삭였다.


아마 사실일 것이다.

리나는 마계기사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강자이지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다.


나 "마계 브로커 아잔. 그 녀석이 여기 숨어들었나?"

리나 "그래. 지금 여기에는 대마인의 중요한 샘플이 있다지. 놈은 그걸 노리고 있다."

나 "뭐!? 그걸 왜?"

리노아 "정보가 줄줄 새네요."

나 "노마드에는 엄청난 해커가 있으니까."

리나 "어? 그렇다면 혹시 돌로레스 친구인 너도 대마인인가?"

나 "......그래."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순간 망설였지만, 솔직하게 대답한다.


레나 "그래! 그런 거였구나! 돌로레스 녀석, 제법이잖아!"

아델하이트 "저기요, 리나 씨......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리노아 "뭔가 마계기사 같지 않네요."


더욱 더 기쁜 얼굴을 하는 리나에게 각각의 일행이 탈진하고 있지만,


리노아 "후우마 씨!"


리노아의 목소리가 확 긴장됐다.


리노아 "그 아잔이라는 마계 브로커가 여기에 잠입해 있다면, 서둘러 샘플을 확인해야 해요!"


그렇게 말하고, 리노아는 아마노 레나가 잠들어 있는 방으로 곧장 가려 하지만,


나 "잠깐! 그런 놈이 일부러 여기서 이런 살인을 하는 건 부자연스러워."

나 "그렇게 당황한 누군가가 샘플의 위치를 확인하러 가는 걸 노리고 있는지도 몰라."

리노아 "아......!"

리나 "그렇구나,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나."

아델하이트 "냉정한 판단이네요."

리노아 "그 가정에 따라 라플라스에게 침입자의 행동예지를 시켜 보겠습니다."


리노아는 다시 라플라스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역시 행동이 빠르다.


리노아 "예지, 나왔습니다. 이것이 침입자의 현재 위치입니다."

나 "좋아. 리나 그리고 아델하이트라고 했지. 미안하지만 동행해주었으면 하는데."

리나 "물론이지."

아델하이트 "정말 대마인과 협력하게 됐네요."


리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아델하이트는 현재 상황이 곤혹스러운 듯 각각 고개를 끄덕였다.




지하창고.


그곳이 아잔이 잠복해 있을 것이라고 라플라스가 예지한 곳이다.


확실히 누군가가 숨어있는 것 같은, 아니, 위험이 임박했다는 예감이 든다.


나 '어디에 있지......?'


주위를 경계하면서 창고에 발을 들여놓은 직후,


나 "크으으......."


갑자기 강한 현기증과 구역질이 났다.


머릿 속을 마구 휘젓는 듯한 강렬한 불쾌감.


리노아 "으윽!"

아델하이트 "크악!"


리노아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아델하이트도 괴로운 듯 한쪽 무릎을 꿇는다.


리나 "테야아아아아아앗!!"


그저 한 사람, 리나만은 새된 기합과 함께 칼을 내리치고 있었다.


휘우우웃!!


대기가 날카롭게 찢겨, 우리 주위에 바람의 실드를 만들어 낸다.


순간, 수수께끼의 불쾌감이 약해졌다.


리나 "아잔! 이 마계기사 리나에게 너의 음파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리나는 창고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아잔 "리나라고!!"


놀란 듯한 목소리가 되돌아오더니, 입에 이상한 마스크를 쓴 대머리 마족 아잔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잔 "네 녀석! 개들의 먹이가 된 게 아니었나!"

레나 "유감이군. 그건 거짓말이야. 난 개를 싫어할 뿐이거든. 감쪽같이 걸려 꼬리를 드러냈구나!"

아잔 "이 자식! 그럼 여기서 해치워주마!"


아잔은 마스크 너머로 노호를 발하더니 검게 물결치는 대검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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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니=시몬즈가 단순 오마주인지

아니면 코타니 켄지와 에밀리 시몬즈가 합작해서 발표한 건지 잘 모르겠다.


코코티에는 여자 이름인 것이 나중에 실장될 것 같고.


잉그리드의 브로마이드를 가지고 있는 대마인.

이건 후우마=상의 케지메 안건인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