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그렇군. 사령경의 자객인가."


리나의 보고를 받고도 잉그리드는 놀라지 않았다.


사령경 테우타테스

마계를 지배하는 9명의 유력 귀족의 일각이다.


'레이스'라 불리는 고위 마족으로, 죽은 자에게 일시적으로 생명을 주고 조종하는 힘을 지녔다.


사령경의 이름에 걸맞게 항상 검은 갑옷을 입고 다닌다고 한다.


리나 "죽기 직전이었지만, '배신자 잉그리드에게 죽음을'이라고 분명히 말하더군요."

잉그리드 "놈이 할 법한 일이야. 오히려 잘도 지금까지 얌전했을 정도다."

잉그리드 "왜 지금와서 갑자기 그런 걸 보냈는지는 모르겠는데."


노마드의 수령 에드윈 블랙보다 어둠의 궁전을 관리하는 잉그리드를 노리는 자는 많다.


잉그리드는 그 상대가 한 명 더 늘어난 것 뿐이라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잉그리드 "나를 노리는 자객 상대를 하게 만들어 미안하다."


리나를 위로하고자 말했다.


리나 "아니요, 저도 노렸던 것 같아요."

잉그리드 "흐음......네가 내 곁에서 마계기사를 자칭하고 있는 이상, 그럴 수 있지."

리나 "......"

잉그리드 "보고, 수고했다. 그만 물러가도록."

리나 "네. 저기......잉그리드 님."

잉그리드 "뭐지?"


자객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리나의 마음에 응어리 져 있었다.


그것은 잉그리드에게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마계기사를 자칭하는 것이 잉그리드의 수치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물어볼 것 같아서,


리나 "아뇨, 저도 더욱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잉그리드 "음, 그러도록. 이제 세르비아와의 다과회 시간이다."

잉그리드 "남의 집에서 다과회를 여는 건 어떨까 싶지만, 세르비아도 아직은 지출이 빠듯한 것 같고. 그 점은 봐주마."

잉그리드 "네가 돌아오는 것도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가보거라."


그랬다.


오늘은 일찍이 로자마리 가문에서 섬기던 세르비아의 다과회 날이다.


그 준비를 도와야 했다.


리나 "실례하겠습니다."


리나는 마음을 고쳐먹고 잉그리드의 방을 나갔다

  

잉그리드 (마지막에 뭔가 말하려다 만 것 같은데, 리나치고는 드문 일이군......)


가장 신뢰하는 부하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잉그리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세르비아 "세르비아 로자마리의 다가화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잉그리드 님, 돌로레스 님, 엘레나 님."

잉그리드 "오늘은 즐겨보도록 하지."

돌로레스 "웨히히히, 다과회 준비, 수고."

엘레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이블에는 세르비아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 스콘, 케이크 등이 가지각색으로 놓여 있다.


큼지막한 주전자에 담은 홍차도 알맞게 끓어, 지금이 딱 마시기 좋은 때다.


세르비아 "자, 앉으시죠. 차와 과자도 푸짐하게 준비했어요."

세르비아 "리나, 차의 준비를."

리나 "네, 아가씨."


리나는 잔에 홍차를 따라간다.


잔의 수는 5개.


세르비아, 잉그리드, 돌로레스, 엘레나 그리고 리나의 몫이다.


사실은 또 한 명, 오랜 친구인 리리스가 올 예정이었지만, 스트로베리 문의 마녀 수행이 길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올 수 없게 됐다.


엘레나 "저기, 왜 리나 씨가 따라주시는 건가요?"


다과회에는 처음으로 참가하는 엘레나가 돌로레스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돌로레스 "웨히히, 예전에는 세르비아의 집에서 일했었으니까, 그 흐름대로──라는 건 핑계고."

돌로레스 "리나에게 응석부리는 거랄까?"

엘레나 "아아, 그렇구나."


웃으며 설명하는 돌로레스와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엘레나에게 세르비아는 즉각 반응한다.


세르비아 "거기 두 분 다 들리거든요. 그리고 저는 딱히 응석부린 적 없어요."

세르비아 "제가 손님 대접하는 게 불편하다고 그러길래 어쩔 수 없이 도움을 받고 있는 거에요."

세르비아 "그, 그렇지 리나?"

리나 "네, 맞아요."


돌로레스 "그걸 어리광 부린다고 하는 건데, 웨히히."

세르비아 "~~~~~~으!!"


얼굴을 붉히는 세르비아에 잉그리드가 쓴웃음을 짓는다.


잉그리드 "다과회를 즐기는 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잉그리드 "리나도 이러고 있는 게 제일 편하겠지. 너무 세르비아를 놀리진 마라."

돌로레스 "미안미안."

세르비아 "그럼 다과회를 시작하죠."


그렇게 다과회는 시작되었지만 리나는 조금도 침착해질 수 없었다.


자신은 정말 마계기사를 자칭할 수 있을까?


괜히 잉그리드에게 폐를 끼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잉그리드의 인정을 받아 마계기사를 자칭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가장 큰 자랑이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 속에서 뱅뱅 돌고 있었다.


그래서 세르비아가 로자마리 가문을 배신한 원수 중 한 명을 쓰러뜨린 것이나, 돌로레스에게 게임 친구가 생겼는데, 그게 남자라는 말을 듣고 잉그리드가 걱정하기 시작하는 것 등 눈 앞의 대화에 맞추고는 있었지만, 어딘가 건성이었다.


그런 리나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이윽고 모두가 눈치채기 시작했고, 마침내 세르비아의 말문이 열렸다.


세르비아 "리나, 너 적당히 좀 해."

리나 "......! 아가씨? 제가 뭐 했나요?"

세르비아 "얼버무리려 해도 소용없어."


세르비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세르비아 "뭔가 걱정이 많구나. 그 정도는 알아볼 수 있어."

세르비아 "너답지 않게 왜 그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냉큼 해버려."

세르비아 "나, 나라도 괜찮다면, 상담 정도는 해줄 수 있어."

리나 "아가씨......"


세르비아 뿐만 아니다.

돌로레스도, 엘레나도, 그리고 잉그리드도 똑같은 표정이었다.


잉그리드 "세르비아 말이 맞다, 리나. 아까 나한테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보이던데. 신경 쓰고 있는 게 그 얘기냐?

리나 "......네."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리나는 사령경의 자객이 임종에 이르렀을 때 한 이야기를 모두에게 말했다.


리나 "제가 마계기사라고 자칭함으로서 잉그리드 님의 체면에 먹칠을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잉그리드는 그것을 일언지하에 부인했다.


잉그리드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네가 마계기사라고 자칭하는 걸 허락한 건 바로 나다."

잉그리드 "그런 놈들의 헛소리는 신경 쓸 거 없어."


그런 것에 신경쓰는 리나를 질책하는 듯했다.


리나 "하지만......"


리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잉그리드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무거운 침묵이 퍼지며 돌로레스가 쭈뼛쭈뼛 손을 들었다.


돌로레스 "저, 저기 잠깐 괜찮을까? 언니."

잉그리드 "뭐냐?"

돌로레스 "요, 요컨대 리나는 마계의 9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돌로레스 "자, 자기 마음대로 마계기사를 자칭하니까 이런저런 말을 들은 거지?"

잉그리드 "마음대로가 아니다. 실제로 마계기사인 내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자못 불쾌한 듯한 잉그리드에게 돌로레스는 고개를 움츠린다.


돌로레스 "그건 알아. 알고 있어.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지마, 언니."

돌로레스 "그게 아니라, 왜 언니는 아직도 당연하다는 듯이 마계기사를 자칭하고 있는가 해서."

돌로레스 "9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기는 커녕, 언니는 연합을 배신했고."


우물쭈물하는 돌로레스에게, 정신을 차려보니 리나는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리나 "돌로레스! 잉그리드 님이 마계기사인 것은 당연한 것일 텐데!"

리나 "잉그리드 님이 마계기사가 아니라면 대체 누가 마계기사란 말인가! 연합의 인정 따위는 상관없다!"

돌로레스 "리, 리나도 무서운 얼굴 하지 마. 자기 일에는 쪼그라들면서 언니만 얽히면 이런다니까.

돌로레스 "나, 나도 그런 건 알고 있지만, 공식상으로는 어떤 걸까 하고, 그 뿐이야......"


괜히 말했다 하는 얼굴로 돌로레스는 조그맣게 몸을 움츠렸다.


잉그리드 "그래. 너희들한테, 특히 리나한테는 말해두지. 괜한 걱정을 하는 것 같고."


잉그리드는 그렇게 서두를 꺼내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잉그리드 "애초에 마계기사란 연합에조차 속하지 않는 고고한 존재."

잉그리드 "지금은 정치성이 강해져 명문 출신이니 유력 귀족 추천이니 귀족 사회니 하며 타락하고 있지만."

잉그리드 "본래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을 극복한 자만이 마계기사를 자칭하는 것이 허락되었다."

잉그리드 "자신의 신념과 힘에 의해서만 사는 고고한 기사. 그렇기 때문에 경외를 사던 것이다."

잉그리드 "그런 당연한 것도 잊힌지 오래. 딱할 노릇이지. 내가 마계를 포기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돌로레스 "그래서 언니는 그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을 이겨냈다고?"

잉그리드 "물론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마계기사를 자처하고 있다."

잉그리드 "그러니 연합의 인정 따위는 관계없다. 원래 마계기사란 그런 거니까."

잉그리드 "리나는 그런 내가 인정한 것이다. 마계기사를 자칭할 자격이 있다고."

잉그리드 "연합에 꼬리를 흔들고 있을 뿐인 사이비 마계기사 같은 것보다도 훨씬 더. 지껄이고 싶은 놈들은 그냥 지껄이게 놔둬라."


잉그리드는 그렇게 말했지만 리나는 이미 결심했다


리나 "잉그리드 님, 부탁이 있어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사람을 정면에서 바라본다.


리나 "저도 그 오래된 관습에 따라, 정식으로 마계기사가 되고 싶습니다. 누구에게 거리낄 것 없는, 진짜 마계기사로."

잉그리드 "그런 말을 꺼낼 줄 알았다."


잉그리드는 이 말을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잉그리드 "시련을 받으려면 원초의 마계기사 제단에 가야 한다."

잉그리드 "먼저 같은 시련을 이겨낸 마계기사 세 명에게 인정받고 나서."

리나 "세 명의 마계기사에게......"

잉그리드 "지금은 나, 용살의 베오울프, 쌍모(双貌)의 카르멜라 셋이다. 그마저도 쉽지 않다."

잉그리드 "무엇을 마계기사의 자격으로 보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딱히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지."

리나 "알겠습니다."

잉그리드 "좋지. 네 각오를 보여주거라."


잉그리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을 집어들었다.


리나 "잉그리드 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잉그리드 "진심으로 와라, 리나."


리나와 잉그리드는 데몬스 아레나에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


리나 "......"


리나는 사쿠라블로섬을 쥐었다.


잉그리드에게 하사받은 애검이다.


비로소 그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게 되었다.


잉그리드 "......"


잉그리드가 들고 있는 것은 불꽃의 마검 다크 플레임.


그 검에서도, 잉그리드에게서도 엄청난 마력이 느껴진다.


굳이 말하자면 어른과 아이의 차이.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치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없는, 조금이라도 다가가면 피부가 베일 것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르비아 "이, 잉그리드 님......설마 리나 상대에 진심으로?"


세르비아는 이 상황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안색이 새파래져 있다.


돌로레스 "두, 둘 다 같은 표정이네. 이대로 둘 중 누가 죽어도 원망하지 않는, 후회하지 않는다는 표정......"

엘레나 "두 분은 마계기사시니까......"


같은 노마드의 일원인 돌로레스와 엘레나는 두 사람의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세르비아 "그, 그럴수가......저 애가 잉그리드 님을 당해낼 리가......"


압박감마저 느껴지는 전의(戰意)의 고조 속에서 세르비아가 그것을 막으려는 순간, 두 사람이 움직였다.


리나&잉그리드

"테야아아아앗!!"

"하아아아아앗!!"


주변에 있던 세 사람은 리나와 잉그리드가 어떻게 검을 휘둘렀는지 볼 수 없었다.


다만, 앗 하고 생각했을 때 리나의 바람의 칼날과 잉그리드의 불꽃의 검이 정면으로 맞부딪치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불의 폭풍이 둘 사이에서 피어오른다.


그렇게 차이가 나던 마력이 이젠 막상막하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나는 이제 잉그리드조차 능가하는 쾌검으로 폭풍을 불러 일으킨다.


람기(嵐騎)라고 불리는 이유다.


일찍이 두 사람이 싸운 마수 히드라조차 순식간에 탄화할 정도의 불의 폭풍이 가라앉았을 때,


리나 "하아, 하아, 하아아......"

잉그리드 "드디어 내게 맞설 수 있게 되었나, 훌륭하군."


리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잉그리드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혹은, 항상 리나 앞에서는 그렇게 있어야 한다는 의식이 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리나는 망설임 없이 잉그리드에게 마음을 쏟았다.


자기의 모든 것을 부딪쳐 왔다.


잉그리드 "네 각오, 확실히 보았다.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 받고 오너라."

리나 "네!"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리나에게 잉그리드는 마계기사의 자격을 인정하는 증표의 마법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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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사야마가 쓰는 거라 그런지 떡밥 회수가 많다.


슬슬 사령기사 등판 기대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