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는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에 도전하기로 했다.


노마드 최심부에 있는 마계의 문을 통과해, 우선은 용살의 베오울프와 쌍모의 카르멜라를 만나러 간다.


잉그리드로부터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두 사람에게로의 추천장을 받았다.


물론 리나는 혼자서 마계로 나갈 생각이었지만, 세르비아가 원수 중 한 명을 쓰러뜨린 것을 부모님 묘 앞에 보고하고 싶다 해 함께 마계의 문을 통과했다.


옛 로자마리 가문의 영지까지는 마계의 위험한 황야를 걸어야 한다.


리나는 거기까지 동행해 신세를 졌던, 죽은 주인에게 자기도 인사하고 가기로 했다


리나 "여기에 오는 건 오랜만이에요. 저택은 그때 그대로고."


그리운 로자마리 가문은 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나지막한 언덕에 예전과 다름없이 솟아 있었다.


세르비아 "아니, 리나."

세르비아 "지금 저기서 활개치고 있는 것은 로자마리 가문의 은혜를 배신한 그레이엄과 그 일당이야."

리나 "아가씨......"

세르비아 "안심해라. 언젠가 그 대가는 톡톡히 받아낼 거니까. 나의 자존심을 걸고."


저택을 멀리서 봤을 때는 옛날 그대로인 줄 알았는데, 마을에 들어서니 그때보다 많이 쇠퇴한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꾀죄죄하고, 큰길의 가게에도 활기가 없다.


용병이라기보다 건달 같은, 그 시절에는 좀처럼 없었던 무리도 늘었다.


건달이 많은 것도 있지만 마을의 분위기가 음산하다.


로자마리 가문을 탈취한 그레이엄 일당이 어지간히 제멋대로 하고 있을 것이다.


세르비아 "......"


세르비아는 상심한 듯 마을 외곽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리나 "아가씨, 저택에는 안 가시나요?"

세르비아 "뭐야? 너 나한테 갑자기 싸움질을 하란 말이야?"


세르비아는 리나를 돌아보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리나 "아니요, 그런 건 아니지만."

세르비아 "물론 지금의 나라면 그럴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세르비아 "그런 막무가내 방식은 내 취향이 아니야. 그래서야 그레이엄과 똑같은 걸."

세르비아 "로자마리 가문의 재건 작업은 아무도 손가락질을 하지 못할 방법으로 할 거야."


그렇게 가슴을 편 세르비아의 얼굴에는 고상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리나 "멋있네요. 그럼 어디로?"

세르비아 "올 때 말했잖아. 로자마리 가문의 무덤이야. 변두리의 고대 신전에 있어."

리나 "기억나요. 가문 비전의 마법으로 봉인돼 있어, 주인님 밖에 접근할 수 없는 그 신전 말이죠."

세르비아 "잘 기억하고 있네. 그레이엄도 손 댈 수 없는 신전이지."

세르비아 "물론 지금의 나는 봉인을 풀 수 있지만. 성장하는 건 너 뿐만이 아니라고."

리나 "네."


자랑스러운 미소는 그때와 똑같다.

리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제로 "그르르릉!"


제로가 자신도 성장하고 있다는 듯이 갑자기 으르렁거렸다.


세르비아 "그래, 제로. 너도 멋지게 자랐지. 그보다, 왜 갑자기 홱 물러나는 거니, 리나."

리나 "아니, 제로가 갑자기 으르렁거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서."


세르비아는 한숨을 내쉬며 타이르듯 말했다


세르비아 "하아......그 부분은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구나."

세르비아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에 큰 개 같은 거라도 나오면 어떻게 하려고?"

리나 "네? 큰 개가요......?

리나 "아......우......그, 그땐 어떻게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큰 개와 싸우는 것을 상상하고 등골이 서늘해졌지만 애써 그렇게 대답한다.


세르비아 "조금도 믿음이 안 가네. 이래서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어."

리나 "네? 뭐가요?"


미덥지 못하다 뒤에는 두서없이 말해서 잘 들리지 않았다.


세르비아 "아, 아무것도 아니야!"


성 아래 마을을 지나 변두리 길을 걷다 보면, 건너편에서 건달로 보이는 무리가 걸어왔다.


세르비아 "......"


세르비아는 무시하고 지나가려는데 그쪽이 꼬여왔다.


갱 "오오. 보기 드문 얼굴들인데."

오크 "누군가 하니 로자마리 가문의 아가씨잖아."

마족 용병 "어이어이, 그게 아니지. 그레이엄 님한테 꼴사납게 진."

마족 용병 "망할 로자마리 가문의 엿 같은 따님이잖아."


세르비아 "......잇!"


세르비아는 놈들을 번뜩 노려보았다.


리나 "네놈들!"


리나도 무심코 언성을 높였지만, 아무래도 전에 만난 적이 있는 것 같다.

비웃는 표정이 더 커졌다.


마족 용병 "뭐야, 너 리나야? 아직도 안 죽었냐? 마계기사가 된다고 했던가?"

갱 "너 같은 잡종이 마계기사 따위가 될 수 있겠냐? 그런 패배자와 아직도 함께 다니고."

오크 "개는 개답게 그 아가씨와 함께 네 발로 기어 꼬리를 흔들어 봐. 허드렛일 정도는 시켜줄 테니."


리나 "이 녀석들......"


자신에 대한 비웃음은 익숙하지만, 세르비아를 이렇게까지 모욕하다니. 리나는 검에 손을 댄다.


그러나 세르비아는 펄쩍 뛰었다.


세르비아 "리나, 그만해. 이런 천것들 상대할 필요는 없어."


갱 "그건 무슨 의미지, 아가씨."

오크 "자신의 차지를 가르쳐달라는 거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세르비아 "로자 프리즘의 빛이여!"


세르비아가 드높이 외치면, 장미 모양의 결정체가 여러 개 공중으로 떠오른다.


마족 용병 "로자 프리즘!?"

갱 "서, 설마!"


로자마리 가문에 전해지는 비전 마술을 보고 건달들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힘을 모를 리 없다.


세르비아가 손가락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장미의 빛이 곧 생명을 앗아가는 것이다.


세르비아 "너희들, 그레이엄의 끄나풀들이로구나. 그럼 그레이엄에게 전해라."

세르비아 "세르비아 로자마리는 도망가지도, 숨지도 않는다고."

세르비아 "반드시 네놈에게 정당한 심판을 내리겠다고."


세르비아의 그 말, 무엇보다도 로자 프리즘의 빛에 건달들은 꼼짝 못한다.


리나 "너희들, 아가씨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지나가지? 그렇지 않으면──."


리나는 사쿠라블로섬을 휘둘렀다.


즈바아아아아아아아악!!


매서운 칼바람이 리나와 부들부들 떠는 건달들 사이의 지면에 커다랗고 깊은 균열을 새겼다.


건달 """히잇!!"""


건다들은 기겁을 했다.


세르비아 "말하는 것을 잊었는데, 그 애는 아주 오래 전에 마계기사가 되었어."

제로 "가르르릉!!"


마지막으로 제로가 으르렁거려 건달들은 서로 앞다투어 도망쳤다.


리나 "저는 이제 마계기사로서 정식 시련을 받으러 가는 건데요."

세르비아 "세세한 건 아무래도 좋아. 지금까지 계속 자칭하고 다녔잖아."


그러한 트러블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로자마리 가문의 무덤이 있는 봉인 신전에 도착했다.


황폐해진 마을의 모습과는 달리 이곳만은 아무도 손을 댈 수 없었던지, 지난날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세르비아는 자신이 말했던 대로 부모님의 묘 앞에서 간단한 기도를 드리는 것이었다


세르비아 (아버님, 어머님, 원수 중 한 명을 쓰러뜨리고 왔습니다.)

세르비아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닉키 그레이엄을 쓰러뜨리고 반드시 로자마리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

세르비아 (그리고, 저의 시종이었던 리나가 앞으로 마계기사의 시련을 받을 것 같습니다.)

세르비아 (아시다시피 여러가지로 폐품 같은 아이지만, 저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부디 지켜봐 주세요.)


말없이 부모님께 말을 건네는 세르비아 옆에서 리나도 옛 주인에게 눈을 감았다.


리나 (주인님, 귀부인, 집안의 위기에 도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리나 (적어도 앞으로 따님에겐 힘이 되고 싶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디 편히 주무십시오.)


그런 마음을 전하며 눈을 뜨자 세르비아는 말했다.


세르비아 "리나,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느넫, 네가 책임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세르비아 "로자마리 가문 밖으로 나가도록 허락한 건 나야."

세르비아 "애당초, 그때 네가 와본들 아무런 도움도 못 되고 죽을 뿐이었어. 오히려 나에게 감사하도록 해."

리나 "그건 알지만......"


세르비아는 리나가 그 뒤를 잇지 못하게 가로막고,


세르비아 "알고 있다면, 이런 곳에서 시간 끌지 말고 빨리 가."

세르비아 "제로도 있고, 난 괜찮아. 마계기사의 시련, 힘내."


리나는 여태껏 세르비아에게 들어본 것 중 가장 부드러운 어조를 듣고는 뿌듯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나 "네, 감사합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아가씨."


그렇게 단호히 말하고는 망설임 없이 홀로 걷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을 보고 세르비아가 나직이 말했다.


세르비아 "리나는 그때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렸네. 정말 결단이 빠른 애라니까."

제로 "그릉......그르릉......?"

세르비아 "제로, 뭐야 그 표정은? 걱정되니까 따라가고 싶다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어."


한편, 그 무렵.


요미하라의 노마드 본부에는 차 모임에 늦은 리리스가 와 있었다.



리리스 "리나 씨가 원초의 마계기사 시련에?!"


마계에서 모르는 자 없는 전설의 대마녀 리리스의 손녀 리리스 아벨 빈다나게일.


리나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용병단에서 싸우기도 했던 그녀는 잉그리드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베리리크 "대담하군."


리리스의 사역마, 작고 하얀 개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사실 고대룡인 베리리크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잉그리드 "이제와서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 따위는 받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만 리나도 생각하는 바가 있었던 것 같다."

잉그리드 "확실히 어려운 길이지만 지금의 리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야."

베리리크 "최강의 마계기사가 그렇게까지 말하게 하다니, 리나도 성장했군 그래."

잉그리드 "당연하지. 줄곧 내 곁에서 싸워 왔으니까."

리리스 "그렇군요. 잉그리드 님. 죄송하지만 여기의 마계의 문을 좀 쓸 수 있을까요?"

잉그리드 "딱히 상관없지만, 시련을 돕는 것은 좋지 않아. 저건 혼자 이겨내야 하는 거다."

리리스 "그런 게 아니에요. 리나 씨한테 힘내라고 말해주려고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잉그리드 "단순히 위로하러 갈 뿐인가? 리리스답군."


망설임 없이 마계로 직행하는 리리스에게 잉그리드는 미소를 지었다.




세르비아와 떨어져 며칠, 리나는 마계기사 카르멜라의 저택이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예로부터 동서東西 교통의 요충지인 그곳은 마을 전체에 매우 활기가 넘쳤다.


리나 "저게 카르멜라 님의 저택이구나. 크네."


산 위에 세워져 있는 카르멜라의 거성을 올려다보며 리나는 중얼거렸다


리나 "도대체 어떤 분일까"


쌍모의 카르멜라.


마계기사 중 가장 수비에 뛰어난 것으로 여겨지며, '니베오'와 '니베아'라는 얼굴이 붙은 두 개의 방패 두 개가 그 유래다.


잉그리드 왈 "한 성깔하는 여자지만 너라면 괜찮겠지"라고.


리나 "좋아, 아무튼 가서 부딪쳐보자."




카르멜라 "리나라고 했지.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을 받고 싶다든가."

리나 "네, 잉그리드 님의 인가를 받고 왔습니다."

카르멜라 "그래 요즘은 드문 일인데."


잉그리드의 소개장을 들고 온 소녀는 도저히 기사답지 않은 기묘한 모습으로 카르멜라 앞에 서 있었다.


잉그리드를 만난 지 오래 되었지만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그녀가 마법을 걸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상상도 못했던 내방객에게 카르멜라는 내심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까르멜라 (잉그리드, 무슨 의미지? 이 나에게 제자를 보내다니.)

카르멜라 (현재, 인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잉그리드 외에는 나와 베오울프 밖에 없지만.)

카르멜라 (내가 제자에게 그런 걸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앙숙까지는 아니지만 옛날부터 어쩐지 마음이 맞지 않았던 상대다.


물론 그 실력은 인정하고 있지만, 자신을 제쳐두고 '최강의 마계기사' 등으로 불리고 있는 주제에, 마계를 간단히 저버리고, 인간계에서 흡혈귀의 수하 따위를 하고 있는 것은 실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잉그리드에게 마계기사를 자칭하는 것을 허락받았다는 소녀는 그녀와 잉그리드의 관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묘하게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다.


카르멜라 "하나 물어봐도 될까? 어째서 시련을 받으려 하지?"

카르멜라 "이제 그런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그럴 만한 힘이 있다면 연합에게 인정받으면 되는 거야."

리나 "본래 마계기사는 연합에조차 속하지 않는 고고한 존재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

카르멜라 "흐응, 훌륭하네."

리나 "감사합니다"


카르멜라 (아주 곧은 눈으로 대답했네. 연기라면 대단하지만.)

카르멜라 (마력이 적은 척하면서 이 나를 시험해 볼 생각인가? 건방지긴.)

카루메라 (뭐 좋아, 적당히 휘젓고 빨리 돌려보내자.)


카르멜라 "좋아. 마계기사로서 네 자질을 볼까."

리나 "감사합니다."

카르멜라 "다만 현재 저택을 대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야. 그걸 도와줄 수 있을까? 그게 끝나면 네 자질을 봐줄게."

리나 "대청소를 도와달라구요?"


일단 청소 도우미부터라니.


리나는 그 말에 어리둥절했다.


카르멜라 "지금 좀 일손이 모자라서. 부탁할 수 있을까?"


카르멜라 (어때? 마계기사가 되려고 하는 만큼 이런 잡일을 해본 적 없겠지?)

까르멜라 (자존심 상했어? 조금이라도 싫다는 표정을 하면 그걸 빌미로 내던져주마.)


카르멜라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리나 "네, 알겠습니다. 우선 이 큰 방부터 하면 될까요?"


카르멜라 (에? 할 생각?)


리나는 털끝만큼의 불만도 보이지 않고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카르멜라 "으, 으응......상관없어. 그럼 우리 집 메이드장에게 마법 걸레를 빌려서──."


본인이 말해놓고도 당황하면서 거기까지 말하자, 이번에는 얼굴을 빛내며,


리나 "네? 마법 걸레를 쓸 수 있게 해주시는 건가요?"

카르멜라 "당연하잖아. 설마 맨손으로 할 생각이었니?"

리나 "네, 그럴 생각이었어요!"


까르멜라 (뭐야 이 애?)


뭔가 위화감을 느끼면서 마법 걸레를 가져오게 하다.


리나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카르멜라 "그, 그래."

리나 "마법걸레라니! 우와, 굉장해!"


리나는 희한하게도 별 것 아닌 마법의 걸레에 기뻐하며 대청소를 시작했다.


리나 "트와아아아아아아앗!!"


그 얼굴은 어느모로 보나 즐거워 보여, 묘한 구호까지 덧붙이고 있다.


카르멜라 (흐응. 바람을 다루는 건가.)


큰방을 빙빙 도는 리나 주위에 어렴풋이 바람의 흐름이 형성돼 있었다.


잉그리드의 제자라고 하니 틀림없이 불을 다룰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다.


카르멜라 (굉장히 깔끔하게 바람을 다루는구나. 그런데 왜 저렇게 마력을 억누르지? 이상한 아이네.)


리나 "으랴아아아아아아앗!"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카르멜라를 뒤로 하고 리나는 큰방을 구석구석 청소하고 있다.

그냥 두면 계속 할 것 같다.


카르멜라 "아──, 그 정도면 됐어."

리나 "네, 알겠습니다. 역시 마법의 걸레라 그런지 청소하기 엄청 편하네요!"

카르멜라 "그래? 다행이네."

리나 "카르멜라 님. 다음에 뭘하면 될까요?"


이번에는 리나 쪽에서 물어왔다.


카르멜라 "다음? 그럼, 내 방을 치우고 베드 메이킹이라도 해보렴."

리나 "알겠습니다!"


리나 "~~~~♪ ~~~~♪"


걸레질에 이어 방정리.


이런 명령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던 리나였지만, 막상 시작하니 묘하게 즐거워졌다.


리나 (왠지 아가씨네 집안에서 일하던 시절이 생각나네. 응, 솜씨는 둔해지지 않은 것 같아.)

리나 (정리라고 해도 방은 처음부터 깨끗한 상태였고.)

리나 (제로가 숨어있다가 갑자기 놀래켜 오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편해.)


카르멜라 "쟤, 어떻게 봐?"


카르멜라는 옛날부터 집안일 일체를 맡겨 온 메이드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메이드장님 "아주 익숙해 보이네요."

카르멜라 "역시 그런 것 같아? 내가 이런 걸 시킬 줄 알고 잉그리드가 미리 훈련시켰나?"

메이드장 "그건 저도 잘 모르겠지만. 즐겁게 하는 것치고는 실수는 없네요. 부하로 탐날 정도에요."

카르멜라 "네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야?"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리나는 정리를 척척 끝내고 있었다


리나 "카르멜라 님, 이 정도면 될까요?"

카르멜라 "그래, 충분해."

리나 "다음에 뭘 할까요?"


카르멜라 (아직도 의욕이 있다고!?)


카르멜라 "그, 그래......그럼 마지막으로 차를 내올래?"

리나 "차인가요. 알겠습니다. 메이드장님, 주방으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메이드장님 "그럼 이쪽으로."


까르멜라 (쟤, 도대체 뭐하러 온 걸까.)




리나 "카르멜라 님, 차를 내왔습니다."


리나는 옛날에는 세르비아에게, 지금은 잉그리드에게 그러하듯 차를 정성껏 우려냈다.


카르멜라 "......"


카르멜라는 컵을 집어들고 부드러운 김이 나는 그것을 한입 들이마신다.


카르멜라 "......맛있네."

리나 "그거 참 다행이네요."

카르멜라 "대체 넌 뭘하는 거야!"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카르멜라는 아까부터의 당황스러움을 토로했다.


리나 "네? 무슨 말씀이신지?"

카르멜라 "너,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을 받으려고 온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잔심부름 잘하는 거야!?"

리나 "옛날에 많이 했었거든요."


리나는 솔직하게 대답하지만 카르멜라는 점점 신기하단 얼굴로,


카르멜라 "옛날에 많이 했다고?"

리나 "네, 로자마리 가문에서 세르비아 아가씨를 모시고 있었어요."

카르멜라 "그 로자마리 가문에서? 무슨 소리야? 너 태어난 곳은 어디니?"

리나 "어디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잡종 마족이라."


보통의 마족이라면, 하물며 마계기사가 되려는 자라면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을 태연하게 답했다.


카르멜라 "......"


'뭐라는 거야, 얘'라는 얼굴로 카르멜라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카르멜라 "어? 그럼 혹시 만났을 때부터 계속 마력이 적은 건."

카르멜라 "일부러 마력을 억누른 게 아니라 원래 그 정도라는 거야?"


그 모욕적인 질문에도 리나는 시원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리나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수행을 하면서 조금은 늘었지만요."

카르멜라 "믿기지 않네. 그런 마력으로 감히 마계기사가 되려 하다니──."


기세를 몰아 거기까지 말을 이어, 리나가 잉그리드의 소개로 여기까지 온 것을 퍼뜩 떠올린다.


카르멜라 "잠깐만 그걸 그 잉그리드가 인정한 거지? 그래서 나한테 온 거지?"

카르멜라 "잉그리드는 네가 마계기사라고 자칭하는 걸 이미 허락한 거고?"

리나 "네, 그렇습니다만 역시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을 받고 정식 마계기사가 되고 싶어서요."

카르멜라 "잠깐만 따라와 봐!"


카르멜라는 일어서, 이제 의미불명의 존재가 된 리나를 아까의 큰방으로 끌고 갔다.


카르멜라 "자아, 리나. 나에게 진심을 다해 공격해 봐."

리나 "정말요?"

카르멜라 "그걸 보여주러 온 거잖아. 그 적은 마력으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주겠어."

리나 "알겠습니다. 그럼──."


리나는 그제서야 칼을 빼들었다.


그 연분홍빛 칼날의 빛이 카르멜라는 낯이 익었다.


까르멜라 (저건 사쿠라블로섬? 잉그리드한테 받았나? 그치만 저런 약한 마력으로 잘 다룰 수 있는 거야?)


리나 "테야아아아아아앗!!"


카루메라 (뭐야? 빨라.)


검을 내리치는 속도에 조금 놀란 다음 순간,


휘오오오오오오오오오옹!!


그 약한 마력과 쾌검이 합쳐져, 갑자기 벚꽃잎 흩날리는 폭풍우가 몰아쳤다.


카르멜라 "뭣?!니베오! 니베아!!"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전율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카르멜라는 반사적으로 '쌍모'의 유래이기도 한 얼굴이 붙은 두 개의 대방패를 내세우고 있었다.


진심으로 막지 않으면 위험하다.

그만한 일격이었다.


리나 "실례했습니다."


카르멜라를 놀래키기는 커녕 한순간이나마 겁을 준 소녀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카르메라 "......"


카르멜라는 잠시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휙 얼굴을 빛냈다.


카르멜라 "너, 재밌어! 엄청 신기해! 이런 이상한 마족, 이제껏 본 적 없어!"

리나 "그런가요? 자주 듣습니다. 감사합니다."

카르멜라 "내 인가였나. 좋아, 수여할게. 간단하지."


카르멜라는 부랴부랴 리나를 인정하는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마계기사로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누군가에게 수여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마법이다.


카르멜라 "어쩐지 흥이 오르는데. 엄청난 괴짜 마계기사가 생길 것 같아. 힘내렴."

리나 "네, 열심히 할게요."

카르멜라 "너, 좋아. 엄청 마음에 들어. 그 잉그리드 밑에 두기에는 너무 아까워."

카르멜라 "원초의 마계기사의 시련이 끝나면 나한테 오지 않을래?"

리나 "아뇨, 그럴 순 없어요. 저는 이미 노마드에서 잉그리드 님을 모시고 있으니까요."

카르멜라 "그런 거 아무래도 좋잖아. 나 네가 엄청 맘에 들어. 내 쪽에 들어와."

리나 "에, 에엣──!?"


카르멜라는 갑자기 리나를 스카웃하기 시작했다.


대청소를 도와주는 것보다, 시련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시험보다, 그 스카우트를 거절하는 것이 리나에게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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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