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휴일 아침의 일이었다.


딩동댕♪


나 "누가 왔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이렇게 일찍부터 누굴까?


오차마을 같은 깡촌에도 주문한 물건을 날라주는 아메존일까?


헌데 책도, 게임도 안 샀고 예약한 것도 없을 텐데.



이즈모 츠루 "주인님,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나의 전속 메이드, 지금은 옆에서 수건을 접고 있던 츠루가 웃는 얼굴로 현관으로 향한다.


나 "응, 잘 부탁해."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는데, 츠루가 금방 돌아왔다.


츠루 "......주인님. 친구 분입니다."


그 표정은 가면처럼 딱딱해져 있었다.

노골적으로 텐션이 떨어져 있다.


나 "누구야?"

츠루 "가슴 작은 세 분......아니, 유키카제 님, 클리어 님, 까마귀 님입니다."


그 말투는 차치하고, 


나 "의외네. 이렇게 일찍부터 무슨 일이래."


나는 책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미즈키 유키카제 "지금부터 바다에 갈래?"

클리어 "다 같이, 바다."

까마귀 "......!......!"


외출용 가방을 든 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약속 따위는 하지 않았다.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나 "갑자기 뭔 소리야."

유키카제 "클리어랑 까마귀가 가고 싶대. 어차피 한가하지?"

클리어 "백사장에서 놀고 싶어, 가자."

까마귀 "......!......!"


유키카제는 동행하는 게 당연하다는 표정이고, 클리어와 까마귀는 양쪽에서 내 팔을 잡고 잡아당긴다.


나 "알겠다 알겠어."


오늘은 별다른 예정도 없다.

날씨도 좋고 바다에서 노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클리어 "그럼 출발♪"

까마귀 "......♪"

나 "어이어이. 준비할 시간 정도는 주라. 아무리 그래도 바로 갈 수는 없지."

클리어 "에헤헤"

까마귀 "......♪"


클리어와 까마귀는 웃으며 내 팔을 놓았다.


유키카제 "사쿠라는? 아직도 자고 있어? 아니면 게임?"


유키카제는 내 뒤를 보며 묻는다.

역시 당연히 데리고 가겠다는 말투지만,


나 "요미하라에 내려가서 지금은 없어."

유키카제 "뭐야. 없나."

나 "시즈루 선생님한테 부탁 받아서 말이야."

나 "어째선지 최근 폭우로 지하수가 늘어나 데빌웜이 활발하다고. 그래서 벌레 구제를 도와달란다."

유키카제 "이렇게 좋은 날씨에 그런 지하에 들어가야 한다니. 불쌍해라."

나 "뭐 그렇지."

클리어 "사쿠라, 없나."

까마귀 "~~~~."


사쿠라와도 자주 노는 두 사람은 아쉬운 표정을 띄웠다.


유키카제는 반대로 조금 웃으면서,


유키카제 "그건 그렇고, 그 사쿠라는 일단 학교에는 비밀로 되어있는 거 아녔어?"

유키카제 "그런데 시즈루 선생님한테서 평범하게 부탁받는 걸로 보아 이제 완전 들통난 모양이네."

나 "아사기 선생님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지, 오래 전에 들킨 느낌은 있는데."

나 "뭐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고,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임무에 딱 좋은 그림자 대마인인 셈이지."

유키카제 "영둔술사니까 말이야."

나 "그렇지."


유키카제은 거기서 문득 깨달았다는 듯이,


유키카제 "그러고보니, 사쿠라는 이쪽의 사쿠라 선생님과도 이미 만난 거야?"

나 "아직은 아닌 것 같아. 『왠지 서로 이상한 느낌이 들 것 같고, 안 만나도 되지 않을까나』라고 말했어."

나 "어른이 된 자신을 보는 게 꺼려진다는 느낌이었지."

유키카제 "아, 알 것 같아. 나도 어른이 된 나하고는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아."

나 "그러냐."


뭐, 나는 이미 만났지만.

어른이 된 유키카제를. 그것도 두 번이나.


유키카제 "뭐, 됐어. 사쿠라가 없다면, 넷이서──."

츠루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학이 끼어 들어왔다.


유키카제 "네?"

츠루 "바다에는 여러 위험이 따릅니다. 큰 파도, 바다의 마물, 물귀신, 지박령. 주인님을 현혹하는 발칙한 유혹."

츠루 "전속 메이드인 제가 따라가지 않을 수는 없죠."

유키카제. "아, 으응.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츠루가 선배라 대하기 까다로운지 유키카제는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나머지 두 사람은 노골적으로 싫다는 얼굴이다.


클리어 "당신, 부르지 않았어."

까마귀 "......!......!"

츠루 "어머, 그건 무슨 말투인가요!"


츠루는 츠루대로 아이 상대로 눈을 치켜뜬다.


이거 참 곤란하네─라고 생각했을 때.



라이브러리 "잠깐."


후우마 종가 어정번중 라이브러리가 말렸다.


라이브러리 "너는 지금부터 오차학원에서 손발의 메인터넌스 예정일 터. 오늘은 삼가라."

츠루 "그렇다 해도, 만약 바다에서 주인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츠루가 그렇게 반박하지만 라이브러리는 조용하지만 엄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라이브러리 "그래, 만일의 경우를 위해 항상 대비하는 것이 당주님을 섬기는 자의 임무."

라이브러리 "그렇다고 무작정 당주님을 감싸고 도는 것만이 우리의 역할은 아니다. 그건 주제를 넘어서는 짓."

라이브러리 "전속 메이드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것을 이해해라."

츠루 "네......알겠습니다"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사실 그녀의 친아버지인 라이브러리가 타이르자, 츠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라이브러리 "아무, 너도 오늘은 당주님 곁에 없어도 된다."


라이브러리는 내 오른쪽을 보고 말을 건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을 텐데,



이시카와 아무 "네, 네에, 알겠습니다. 라이브러리 님."


몰래 곁에 있었지만 존재감이 너무 희박해 눈치채지 못했던 이시카와 아무가 모습을 드러낸다.


까마귀 "......!......!"

클리어 "갑자기, 나왔어"

유키카제 "정말 존재감 없네."


힐끔 돌아보니 갑자기 출현한 것처럼 보이는 그녀에게 세 사람이 놀라고 있다.


아무 "그게 역할이니까요!"

아무 "당주님의 곁에서, 존재를 잊을 정도로 은밀하게 지킨다. 그게 제 존재의의입니다!"

아무 "그 취미와 실익을 겸한 호위를, 당주님을 위해 삼가야 한다니, 정말 애끓는 심정이네요."

아무 "이제 저는 당주님 곁에서 갑자기 사라져, 다시는 볼 수 없는 장소에서 홀로 방황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표현이다.

실제로 아무는 갑자기 사라졌다.


츠루 "알아요, 아무 씨. 저도 같은 기분──어? 이미 없어?"


아무는 다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분명 근처에 있겠지.


나 "아무, 오늘은 좀 쉬어둬. 제대로 쉬는 것도 중요한 일이야. 츠루, 너도 그렇고."

아무 "그렇게 하겠습니다,  당주님."

츠루 "츠루도 주인님의 마음. 받들겠나이다. 오늘은 있는 힘을 다해 쉬겠습니다."


아무는 어디선가 목소리만으로, 츠루는 전속 메이드다운 인사와 함께 대답했다.


참, 다른 한 사람에게도 못을 박아 둬야지.


나 "토키코, 너도 오늘은 쉬어. 작년과 마찬가지로."

토키코 "넷?! 아, 알겠습니다, 당주님."



기둥 뒤에서 이쪽을 살피고 있던 토키코가 대답했다.


작년에 사쿠라와 바다의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몰래 따라온 것이다.


역시 따라올 마음이 굴뚝 같았던가.


유키카제 "너도 뭔가 여러가지 의미로 힘든 모양이네."


바다까지는 전철로 간다고 하기에 넷이서 역까지 걷는다.


클리어 "전철, 전철♪"

까마귀 "......♪ ......♪"


앞서 걷는 클리어와 까마귀는 즐거운 듯이 들떠 있었다.


클리어 "후우마, 유키카제. 빨리빨리."

까마귀 "......!......!"


클리어는 우리를 재촉하듯 제자리걸음도 하고 까마귀도 침착하지 못하게 날갯짓을 한다.


나와 유키카제는 그 뒤를 한가로이 걷고 있었다.


여하튼 오차마을은 깡촌이라 지나다니는 전철의 수가 적다.


바삐 가봤자 역에서 기다릴 뿐이다.


나 "전철을 좋아하나?"

유키카제 "그런가 봐. 잘 안 타봐서 그런가."

나 "어느 바다로 가는 거야? 내가 작년에 아르바이트 한 곳?"

유키카제 "응, 가깝고. 지금 가면 점심 쯤에 도착하겠지?"

나 "그렇겠지."

유키카제 "아르바이트는 바다의 집이었지?"

나 "그래."

유키카제 "뭔가 여러가지 사건이 있었다면서?"


그 여러가지를 떠올리고,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어, 손꼽아 헤아리며,


나 "그랬었지. 미연 병사들이 괴롭히러 온다거나, 하늘을 나는 생선이나 오징어가 나타나거나."

난 "하피 무리가 출현하거나, 고양이 군단과 헌팅 군단의 난투극이라든가. 여러가지로 엉망진창이었어."

유키카제 "그거 전부 다 후우마가 원인인 거 아니야?"


유키카제는 눈살을 찌푸린다.


나 "내 주위에서 제멋대로 일어난 거거든. 말려들긴 했지만."

유키카제 "여전하네. 오늘은 클리어와 까마귀도 있는데, 그런 일은 일으키지 마."

나 "항상 그러길 바라는데 말이ㅣㅈ."


그것도 이젠 체념하는 기색이다.


제발 바다의 대괴수 같은 건 안 나오길 빌자.




클리어 "까마귀짱, 밖이 예뻐."

까마귀 "......!......!"


클리어와 까마귀는 대망의 전철에 매우 기뻐했다.


얼른 돌아서서 앉아 창밖을 나란히 내다보려 한다.


유키카제 "잠깐. 둘 다 밖을 볼 거면 신발은 제대로 벗어야지."

클리어 "네에."

까마귀 "......!......!"

유키카제 "까마귀, 벗은 신발은 스스로 챙겨야지."

까마귀 "......!"


유키카제는 두 사람의 신발을 벗기고, 적당히 벗어던지던 까마귀에게 주의를 주거나


유키카제 "과자 먹을래?'

클리어 "먹을래."

까마귀 "......♪"

유키카제 "너무 흘리지는 말고."


인원수에 비해 쓸데없이 크다고 생각했던 가방에서 과자봉지를 꺼내 펼치기도 하고,


유키카제 "보리차는?'

클리어 "마실 거야."

까마귀 ".........♪"

유키카제 "양손으로 꽉 잡아."


가족용으로 사용하는 큰 물통에서 컵에 보리차를 끓여서 담아주기도 하는 등, 틈틈이 돌보고 있다.


나 "완전히 누나 다 되었네."

유키카제 "이제는 익숙해졌어. 그보다 조금은 도와주는 게 어때?"

나 "아니, 내가 뭘 하기도 전에 움직이길래 감탄했어."

유키카제 "쓸모없기는."

나 "나도 보리차 줄래?"

유키카제 "네 마음대로 마셔."


나에게는 거칠게 물병을 내미는 것이었다.

일단 내용물은 차가웠고 맛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전철 밖의 경치가 달라진다.


바다에 가까워지는 듯하다.

클리어와 까마귀가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한다.


클리어 "바다, 아직이야? 아직 안 보여?

까마귀 "......? ......?"

유키카제 "이제 슬슬 보이지 않을까?"

나 "그렇네. 조금 더 앞에 있는 터널을 빠져나가면."


그렇게 말화는 와중,


끼────익.


전철이 브레이크를 걸어, 아무것도 없는 선로 위에서 정지해 버렸다.


클리어 "멈췄어."

까마귀 "......? ......?"


차내방송 [방금 전, 비상신호가 켜져 정차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차내방송이 나왔지만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차내방송도 [현재 상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운운하며 같은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클리어 "가위바위보. 참참참."

까마귀 "......!"


기다리다 지친 클리어와 까마귀는 놀기 시작했다.


유키카제 "무슨 사고인가? 상황을 알 수 없는 게 기분 나빠."

나 "한 번 알아볼까."


선두 차량까지 나아가, 당황한 기색의 차장에게 대마인임을 밝히고 이야기를 듣자, 조금 앞의 터널 옆의 지면에서 데블웜이 나타났단다.


현재 날뛰거나 하지는 않고 있어 전철에 위험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안전을 위해 일시정지하고 있다.


대처를 위한 부대를 불렀기 때문에 그것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데빌웜인가.

폭우의 영향으로 요미하라에서 난동을 부리던 것이 여기까지 기어나온 것일까.


유키카제 "잠깐 후우마."

나 "내 탓이 아니라니까."

유키카제 "그럼 사쿠라 때문이네. 제대로 해치울 것이지."

나 "일단 우리가 탄 게 다른 승객들에게는 행운이지."

유키카제 "뭐어 그렇지. 그럼 후딱 해치울까."


***


데빌웜 "GRUUUUUUUUUUUU!!!"


데블웜이 나타났다는 그곳은 꽃밭이었다.


그 한가운데 구멍을 뚫고 지하에서 기어나와 몸을 비비꼬고 있다.


차내방송에서 말했듯이 날뛰고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워낙 덩치가 커, 거기 있는 것만으로 피해가 막심하다.


꽃밭도 무참히 흐트러져 있었다.


클리어 "꽃, 불쌍해."

까마귀 ".........!......!"

유키카제 "더 이상 황폐해지지 않도록 바로 해치우자."

나 "한 마리만 있는 것 같은데. 그럼 맡겨도 될까?"


상대는 한 마리.

여기 있는 건 그 유키카제.

클리어도 함께다.


다행히 주변에는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건물도 없다.


이 정도라면 내가 지휘할 필요도 없다.


유키카제 "후우마는 까마귀를 지켜봐줘. 까마귀, 거기 가만히 있어. 나랑 클리어가 해결할 거야."

클리어 "둘이면 충분해."

까마귀 "......!......!"


까마귀는 저도 함께 싸우고 싶다는 듯 날개를 펄럭이지만 나는 유키카제가 시키는 대로 까마귀의 손을 잡았다.


나 "우리는 두 사람을 응원하는 거야. 힘내라 클리어! 힘내라 유키카제!"

까마귀 "~~~~~~~~~! ~~~~"


날개의 펄럭임이 응원하는 리듬으로 바뀌었다.


유키카제 "까마귀는 고사하고 후우마에게 저렇게 응원받으면 리듬이 흐트러지네."

클리어 "그래도 기뻐♪"


그리고, 그 결과──.


두 사람은 간단히 데블웜을 퇴치하고, 뒤처리는 이후 찾아온다는 부대에 맡기고, 다시 전철이 달리기 시작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치매를 앓는 집사를 대신해 여동생과 애완동물을 잘 돌보는 유키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