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인의 총본산, 오차마을.


새벽 2시.


짙은 어둠이 깔린 산중을 몇 개의 그림자가 날아다녔다.


흥건한 여름의 열기를 가르고 얼어붙는 듯한 살기가 교차한다.


대마인 "이얏!"

마족 "하앗!!"

대마인 "테얏!"

마족 "끼앗!"


밤의 정적에 울리는 것은 날카로운 기합과 칼날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 뿐.


불규칙적으로, 격렬하게 튀어오르는 불꽃이 서로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때때로 불, 바람, 물, 흙, 여러가지 속성의 능력이 날카롭게 분출하여


마족 "캇!!"


조금 전까지 격렬하게 움직이던 그림자가 갑자기 땅에 떨어져 움직이지 않게 되고, 어두운 숲에 피냄새를 더해 간다.


대마인 대장 "어디의 마족들이냐?!"


대마인 중 한 사람, 이 구역을 지키는 경비부대의 장이 묻는다.


마족 "데야아앗!!"


물론 습격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대마인 (대장) "핫!"


 푸슉!!


그는 덤벼든 상대를 또 한 사람 쓰러뜨렸다.


마족 "꺄악!"


기분나쁜 해골가면의 여마족은 몇 번인가 강하게 경련하고 나서, 그 가면에 어울리는 시체로 변했다.


나중에 저 가면을 벗겨 안쪽을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어차피 신원은 모를 것이다.


최근 오차마을은 정체불명의 마족들에게 연일 습격을 받고 있었다.


습격 자체는 드물지 않지만, 이렇게 대규모인 것은 오랜만이다.


오늘 밤도 이 구역 뿐만 아니라 여기저기로부터 습격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적은 모두 격퇴했다.


지키는 쪽의 지리적 이점도 있는 데다가 경비부대는 정예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의문의 마족들을 상대로 우세하게 싸움을 진행하고 있었다.



마족들

「―――――」

「―――――」


적 집단의 절반 가량을 쓰러뜨렸을 때, 생존자들이 일제히 물러난다.


대마인 대장 "도망쳤나."


너무 깊이 쫓는 것은 금물.

그런 엄명이 내려와 있다.


이쪽에도 피해가 생겼다.

우선은 그 대처를 생각했을 때였다.



??? "아니. 오차의 대마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내가 나설 차례인 셈이지."


흐릿한 목소리와 함께 이상한 모습의 마족이 가볍게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체격이면서도, 손발만은 이상하리만큼 크다.


특히 오른손은 어른 한 사람을 간단히 움켜잡을 수 있을 정도였고, 길게 자란 손톱 끝에서 보라빛의 섬뜩한 요기가 흘러나와 오른팔에 둘러져 있었다.


머리에는 검은 후드를 깊숙이 쓰고, 앞으로 구부린 탓에 얼굴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처음 만난 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르다.

틀림없이 강적이다.


대마인 대장 "누구냐!"

??? "후후후. 네가 죽을 때 알려주마. 네가 먼저 자칭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라."


적의 헛소리에 개의치 않고, 그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마인 대장 "강적이다. 일제히 덤벼라!"

대마인들 """네!!"""


대마인들이 휙 흩어져, 칼로, 쿠나이로, 혹은 인법으로 일제히 덤벼든다.


??? "호오, 제법이군."


마족은 감탄한 듯이 말하며 왼손의 거대한 건틀렛으로 그 공격들을 시원스레 막아냈다.


??? "그럼 답례다."


오른손의 손톱이 크게 휘둘러졌다.


마치 잡초를 베어 넘기듯 대마인들이 한꺼번에 날아간다.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었다.

그의 부하들은 순식간에 산산조각나 참살당했다.


대마인 대장 "뭣이?!"


남은 것은 그 혼자.


??? "후후후."


웃음소리와 함께 후드의 마족이 다가왔다.

원숭이 같은 움직임. 빠르다.


푸욱!!


정신을 차렸을 때는, 손톱이 그의 가슴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


대마인 대장 "커흐윽!!"


입에서 왈칵 피가──아니, 쏟아져 나온 것은 썩어 문드러진 액체였다.


대마인 대장 "아가......가......아가가갓......"


입, 코, 눈, 귀, 온몸의 구멍이라는 구멍에서 부패한 액체가 한꺼번에 터져나오고 있다.


소리를 내며 무너져내리듯 살이, 뼈가, 신경이, 그의 몸 전체가 통째로 썩기 시작하고 있었다.


오르쿠스 "내 이름은 오르쿠스. 접하면 썩어 문드러지는 명계(冥界)의 마기. 잔뜩 맛 보아라."


그 말은 썩어버린 그의 귀에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대마인 대장 "케하아아아악!!"


해괴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썩은 내장을 입에서 토해내는 듯한 단말마다.


그는 썩어 무너지기 직전의 뇌로, 자신의 몸이 부글부글 끓으며 무너져가는 마지막 감촉을 맛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바람 소리가 시끄럽다.


지금 오차의 산 속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투가 만들어내는 바람이다.



라이브러리 "......"


후우마 家, 오니와반, 대마인 라이브러리는 전령으로 보낸 부하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마족에 의한 습격은 그도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후우마의 오니와반으로서 오차의 경비에 협력하여, 특히 오늘밤은 부대를 넓게 전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곁에는 호위하는 오니와반들이 남자와 여자 각각 한 명씩 대기하고 있다.


라이브러리 "......"


라이브러리의 시선이 움직였다.



이시카와 아무 "라이브러리 님."


그 앞에 거대한 장대 같은 것을 든 소녀가 갑자기 서 있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던 곳이었다.


호위의 오니와반

「......!」

「......!」


호위 두 사람이 깜짝 놀라 숨을 삼키는데, 그녀 또한 오니와반의 한 사람이다.


오니와반 1번대 필두 이시카와 아무.


마치 길가의 돌맹이처럼 사람에게 존재를 의식시키지 않는 희소한 인법, 석둔술 '길가의 돌'의 술사다.


설령 그 힘을 쓰지 않아도 타고나기를 존재감이 없어서 남이 먼저 눈치채는 경우는 드물다.


직접적인 전투는 질색이라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존재감을 완전히 지워 상대를 박살낼 수준은 된다.


그녀는 그 압도적인 은밀성을 살려 후우마 오니와반 각 부대의 전령역을 하고 있었다.


아무 "후우마 오니와반 각부대, 배치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교전상태에 들어선 부대도 여럿."

라이브러리 "오늘 밤은 상당히 대규모 습격인 것 같군."


라이브러리는 중후함과 동시에 서늘함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네, 네에. 적에 실력자가 많아 오차의 부대가 피해를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라이브러리 "흐음. 넌 저택으로 돌아가 당주님을 지켜라. 나는 각 부대의 지원에 들어간다."

아무 "네! 무운을 빌겠습니다."


아무가 대답했을 때 라이브러리는 바람에 녹아들 듯 사라져 있었다.

두 명의 호위도 그 뒤를 따른다.


아무 "라이브러리 님의 사라지는 모습은 오늘도 굉장하네요. 저도 저렇게 사라져 보고 싶어요."

아무 "그건 그렇고, 당주님, 지금 곧 가겠습니다. 오늘도 남몰래 지켜드릴게요!"




다른 곳에서는, 대마인들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시무루그 "쿠케케케케───!!"


상대는 거대한 새와 같은 마족이다.

그것이 어둠을 가르듯 날아온다.


대마인

"캇!"

"크악!"


그때마다 무슨 농담처럼 대마인의 목이 괴로운 표정을 띤 채 하나, 또 하나 날아간다.


대마인

"크! 화둔술!!"

"풍둔술!! 처먹어라!!"


날아다니는 흉조凶鳥를 향해 몇몇이 밑에서 인법을 쏘았다.


시무루그 "키이이이이이이!!!"


새 마족은 어둠에 녹아들듯이 그것을 간단히 피하더니, 급강하 해 양발톱으로 그들의 몸을 낚아채 과시하듯 하늘로 들어올린다.


대마인

"으윽!!"

"놔, 놔라!!"


시무루그 "그리 말하지 않아도 놔줄 거였다!! 크케에에에엑!!"


그들은 마치 인법을 쓴 본보기로 상공에서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 더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


시무루그 "케──케케케케케!! 소용없어. 어두운 밤 속에서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나!"


그는 올빼미 수인, 시무루그. 통칭 '닌수(忍獣)'.


노마드의 대간부 퓌르스트를 섬기는 네 명의 측근 중 하나다.


야생의 올빼미가 그렇듯 어둠의 사냥꾼인 그는 살육충동을 품고 있다.


시무루그 "대마인 녀석들 기가 죽었나. 이런이런, 몰살시켜주마! 쿠케케케──!"


어새신

"햐하하하하!!"

"죽어라 죽어라 죽어라아아아앗!"

"대마인 놈들!!"


그의 부하인 어새신들이 대마인들을 몰아간다.


대마인

"큭, 이대로는!"

"물러서지 마!! 이 자리를 사수하라!!"


대마인들은 방어에 급급했다.


아새신 뿐이라면 몰라도 밤하늘을 자유자재로 날고, 때때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시무루그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


시무루그 "크케──!! 체념하는 게 늦구만, 벌레 같은 놈들!!"



야츠 무라사키 "시끄럽다."


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어새신 4, 5명을 한 방에 베어넘겼다.


시무루그 "쿠켓!"


순식간에 두동강 난 어새신들이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져간다.


원인은 오차 경비부대의 고전에 지원을 온 대마인, 야츠 무라사키다.


무라사키 "어디......"

시무루그 "힛!!"


무라사키가 힐끗 돌아보는 순간 시무루그의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올빼미의 본능이 두려움을 느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더욱 높은 상공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하늘에 있으면 안전하다.

하물며 밤이라면 무적이다.


시무루그 "뭐, 뭐냐 네년은!"

무라사키 "이쪽이 할 말이다. 꽤 볼품없는 새로구나."

시무루그 "크케ー!? 내가 못생겼다고!? 너희들, 그 도끼녀를──."

무라사키 "하아아아아아앗!!"


시무루그가 부하에게 명령하기보다 먼저 무라사키가움직이고 있었다.


대마인이 들기에도 너무 큰 전투도끼가, 시무루그의 눈으로도 쫓기 힘들 만큼 빠르게 선회한다.


그 참풍에 휘말린 부하들이 갈기갈기 찢어져 날아간다.


싸우고 있다기 보다는 쓰레기 청소다.

도끼가 마족의 쓰레기를 뿌리는 것처럼 가차없이 쓰러뜨린다.


시무루그 "네, 네 녀석!?"

시무루그 "키이이이이이이이!!"


시무루그는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어 하는 짐승의 본능을 억누르고 상공에서 깃털 쿠나이를 쏘아댔다.


무라사키 "소용없다."


무라사키는 근처에 있던 바위 그늘에 숨는가 싶더니,


무라사키 "핫!! 데야아아아아앗!!"


그 바위를 도끼로 힘껏 내리쳤다.


콰가아아아아앙!!


산산조각나며 부서져, 크고 작은 산탄으로 변한 바위가 시무루그를 덮친다.


시무루그 "키이이잇!!"


시무루그는 간신히 그것을 피하고는 여전히 허세를 부렸다.


시무루그 "쿠케케케케!! 그, 그런 것에 맞을까 보냐!! 땅바닥만 기어다니는 벌레 같으니라고!"

무라사키 "시끄럽다 했을 텐데."


무라사키가 도끼를 한 번 휘둘렀다.


부우우우우우웅!!


뭔가 왔다 싶은 순간, 


시무루그 "쿠게엑!!"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소닉 붐이 공중의 시무루그에 직격하고 있었다.


무라사키에게 있어서는, 아까의 산탄 공격은 맞으면 좋고, 적의 회피능력을 조사하고 싶었을 뿐.


그걸 확인한 뒤에 어떻게 도망치든 필중하는 거대 참풍을 쏘아댄다.


하늘에 있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시무루그는 이미 패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무루그 "바, 바보 같은!?"


순간적으로 딱딱함이 자랑인 날개로  막았지만, 정작 날개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시무루그는 비참하게 낙하하고 있었다.


무라사키 "이젠 너도 땅바닥을 기어다니게 됐구나."


위압감 덩어리 같은 도끼녀가 다가온다.


시무루그 "키이이이!! 새, 생각났다. 그 도끼, 그 바보 같은 힘, 야, 야츠 무라사키?"

무라사키 "나를 아나? 그러면 누구한테 들었는지 말해줘야겠군. 우선 그 거추장스러운 날개를 잡아 뜯으면서 말이야."

시무루그 "히이이이이이이!"


시무루그는 그제야 이해했다.


이 대마인은 무섭다.

이건 진짜 괴물이다.

밤이건, 하늘이건 당해낼 수 없다.


올빼미 수인의 긍지는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시무루그 "히이이이이이이이!!"


파닥파닥 파닥파닥!!


시무루그는 목이 비틀릴 줄 알았던 닭처럼 상처입은 날개를 버둥거리며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무라사키 "도망쳤나. 겁 많은 새로군."

대마인 "무라사키 님, 추격은?"

무라사키 "너무 쫓지 마라. 오늘은 손님이 많다. 저런 작은 새한테 신경 쓸 틈은 없어."

무라사키 "부상자는 뒤로 운반하고 아직 싸울 수 있는 자는 나를 따르라."


무라사키는 생존한 부하에게 지시하고 또 다른 전장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젊은 세 명의 학생 대마인이 오르쿠스와 대치하고 있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힘을 발휘하는, 다이어트와 인연 없는, 대식가 출입금지 식둔(食遁)술의 술사, 오바야시 아즈키.


양 다리에 안드로이드 레그를 장비해, 그 초고속 구동에 의한 발차기를 자랑으로 여기는 천속(天速)의 대마인, 하야미 코코네.


그림자를 조종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몸도 조종하는, 그 이가와 사쿠라와는 다른 영둔술사, 미카게 코우메 세 사람이었다.


오르쿠스 "후후후, 이건 썩힐 보람이 있는 아름다운 대마인들이군."


오르쿠스는 젊디젊은 소녀들을 앞에 두고 검은 후드 아래서 싱글벙글했다.


셋은 오르쿠스의 힘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악한 의사는 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오바야시 아즈키 "우, 와아......엄청 강해보여. 이래서야 더 먹어야겠지."


아즈키는 벌벌 떨면서, 특제 파워 주먹밥(내용물은 매실)을 즉시 꺼내어 입에 넣었다.



하야미 코코네 "분명 강적입니다. 그러니 더욱 분발해야겠지요!"


어릴 적 요마에게 부모님을 살해당해, 자신도 오랫동안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던 코코네는 싸울 힘을 준 기계의 발을 슬쩍 건드렸다.



미카게 코우메 "저에게 맡겨주세요. 적의 발을 묶겠습니다, 영둔술!!"


원래, 굉장히 미약했던 인법의 힘을 하루하루의 노력에 의해 써먹을 수 있을 만큼 단련해 온 코우메는 망설임 없이 인법을 썼다.


어둠 속을 누비듯 작은 매화의 그림자가 오르쿠스 쪽으로 뻗어나간다.


그녀 외에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어둠에 섞인 오르쿠스의 그림자를 확실하게 포착했다.


코우메 "잡았습니다! 당신은 더 이상 그곳에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오르쿠스 "호오, 확실히 움직일 수 없군. 이 나의 발을 묶다니 제법이야."


오르쿠스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움직일 수 없게 된 핸디캡을 즐기듯 세 사람을 향해 자세를 취한다.


아즈키 "우물우물, 우물우물, 꿀꺽. 좋아, 식둔 파워 전개! 코코네짱, 간다!"


방금 먹은 주먹밥의 에너지를 즉시 힘으로 바꾸어 아즈키가 돌진한다.


코코네 "안드로이드 레그·리미터 해제! 신둔(迅遁)·신행태보(神行太保)!!"


아즈키보다 한 발 늦게, 하지만 그녀를 순식간에 앞질러, 코코네가 먼저 오르쿠스에게 공격을 가했다.


코코네 "핫, 핫, 하아앗!!"


리미터를 해제한 양발을 구사해, 분신술이 이러할까 싶은 속도로 교란하면서, 눈으로 쫓기 힘든 발차기를 연속해서 내리친다.


종아리에서 뻗어나온 블레이드, 거기서 터져나온 대마입자들이 선명한 궤적을 그려,


오르쿠스 "후후후, 재빠르군. 과연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다르다."


오르쿠스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는데도 코코네의 발차기를 모두 건틀렛으로 막고 있었다.


코코네 "그럴수가?! 내 속도를 따라오다니!"

오르쿠스 "빠르기는 빠르지만 공격 궤도가 너무 곧다. 그럼 이번에는 내 쪽에서 가지."


오른팔의 마기를 두른 손톱이 웅웅거린다.

그저 한 번 휘둘렀을 뿐.


오르쿠스 주위를 분주하게 돌던 코코네에게 역습이 다가온다.


코코네 "당했──."

아즈키 "도랴아아아앗!!"


마기의 손톱이 코코네에 닿기 직전, 아즈키는 식둔 파워를 실은 주먹을 오르쿠스의 오른팔에 내리쳐 빗겨냈다.


코코네 "죄, 죄송합니다!"


코코네는 어떻게든 물러나고,


아즈키 "좋아! 한 방 더──."


아즈키은 더욱 파고들려고 했지만,


아즈키 "우와아아아아!! 뭐야 이거?! 이상하게 변했어!"


마기에 아주 살짝 닿은 강철 수갑이 흐물흐물 썩어 흐르기 시작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즈키는 황급히 그것을 벗어 던지면서, 정체 모를 적으로부터 거리를 벌렸다.


아즈키 "저 팔에서 나오는 이상한 거. 엄청 위험해. 절대 건드리면 안돼!!"


오르쿠스 "접하면 썩어 문드러지는 명계의 마기. 누가 먼저 맛보고 싶지?"


오르쿠스는 유난히 공포를 부추기듯 마기를 두른 손톱을 까딱거렸다.


코우메가 뻗은 그림자로 붙잡고 있는 발밑의 땅을 손톱으로 스윽 긋는다.


코우메 "그럴수가!? 내 주박이 풀렸다고!!"


자못 쉽게 그림자가 갈기갈기 찢기자 코우메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르쿠스 "놀랄 것 없다. 적을 묶는 거란......이렇게 하는 거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오르쿠스는 오른손을 높이 들어 활활 타오르듯 마기를 끓게 했다.


아즈키 "저게 뭐야......엄청 위험하잖아."

코코네 "굉장히 지독한 마력......"

코우메 "크......제 그림자론......저런 건 잡고있을 수 없어요......"


오르쿠스의 압도적인 사기(邪気)에 세 사람은 압도당하고 만다.


오르쿠스 "그럼──."


오르쿠스는 뱀의 시야에 들어온 개구리 같은 대마인을 끝에서부터 차례로 훑어 나가며, 


오르쿠스는 "우선은 너부터다!"


아까 전에 죽이지 못한 코코네를 먼저 덮쳤다.


코코네 "!!"


공포에 질려 코코네의 움직임이 늦어졌다.


그대로 독손톱의 녹이 되기 직전,


키이이잉!!


누군가가 코코네 앞에 나서, 치사(致死)의 손톱을 받아내고 있었다.


라이브러리 "셋 다 잘 버텼다."


이 자리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온화한 목소리.


오르쿠스 "호오. 이 나의 손톱을 막다니."

코코네 "당신은 후우마 군의......"

라이브러리 "대마인 라이브러리 참전한다."

오르쿠스 "재미있군! 난 오르쿠스다!"


오르쿠스는 다시 하려는 듯 거리를 벌리고 손톱을 놀렸다.


그 적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라이브러리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이브러리 "모두 물러나 있어라. 이 남자는 조금 힘들 것 같군."

오르쿠스 "과연 조금만일까!"


모멸감을 느꼈는지 먼저 움직인 것은 오르쿠스였다.


오르쿠스 "죽어라아앗!!"


이전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로 라이브러리에 달려든다.


라이브러리 "흐음."


라이브러리는 냉정하게 받아내고 좌우 블레이드로 되받아쳤다.


오르쿠스 "느웃!"


오르쿠스는 방패로 받아넘기고 손톱을 더 세차게 휘두른다.


키이잉, 키이이잉!


마기의 손톱과 블레이드가 서로 스치고, 격렬한 불꽃이 튀었다.


그리고 젊은 세 명의 대마인이 두 사람의 움직임을 뒤쫓을 수 있었던 것은 거기까지였다.


라이브러리 "핫!! 타앗!! 하앗!!"

오르쿠스 "큭! 테야앗! 타앗!"


두 사람이 맞부딪치는 장소가 어지럽게 변해간다.


그 사이의 과정을 알 수 없다.

아차 싶을 때는 다른 장소에서 싸우고 있다.


아즈키 "어, 엄청 빨라."

코코네 "움직임을 쫓을 수 없네요."

코우메 "이것이 달인의 싸움."


세 사람은 아연해 할 뿐이다.


둘의 공방의 속도에 대마인으로서 보통 사람 이상의 감각을 가진 그녀들조차도 뒤처져 있다.


라이브러리 "핫!!"

오르쿠스 "데야아아앗!!"


정신을 차리고 보니 두 사람은 서로 거리를 둔 채 마주 보고 있었다.


라이브러리 "......"


싸움이 시작되기 전과 조금도 변함없는 차분한 모습의 라이브러리에 비해,


오르쿠스 "크크크, 네놈......"


오르쿠스는 분노에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상당한 중상이다.


라이브러리 "왼쪽으로 방어, 오른쪽으로 공격. 그리고 상대를 썩어 문드러뜨리는 마기인가."

라이브러리 "확실히 강력하지만 기술 자랑, 능력 자랑으로는 날 쓰러뜨릴 수 없다."

라이브러리 "단순히 강하기만 한 상대라면, 지금까지 몇 명이고 보아왔으니까."

오르쿠스 "크으으! 그럼 네놈들 모두 한꺼번에 썩혀주마!!"


오르쿠스는 격노하여 오른팔의 마기를 방출했다.


그를 중심으로 독살스런 색의 마기가 퍼져나가고, 주위의 나무들이 일제히 썩어 들어간다.


아즈키 "우와아아아악!! 엄청난 기세로 썩어가고 있어!!"

코우메 "그, 그런......"

코코네 "아아, 후우마 군......"


공포에 몸을 움츠리는 세 사람에게 역전의 대마인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이브러리 "두려워 할 것 없다. 힘이란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쓰는 법. 과시해선 의미가 없다."

오르쿠스 "지껄이긴!!"


자랑하는 마기를 조금도 개의치 않는 역겨운 남자에게 덤벼들려던 그때.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엄청난 압박감이 다가오는 것을 오르쿠스는 감지했다.


오르쿠스 "칫! 또 다른 적인가!"


옆구리에 깊은 상처를 입은 데다가 동등 이상의 적이 또 한 명.


오르쿠스 "나중에 반드시 죽여주마!!"


오르쿠스는 망설임 없이 도주했다.

그 결단은 빨랐다.


라이브러리 "물러날 때를 아나 보군. 말하는 건 평범하지만."


적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서 라이브러리는 자세를 풀었다.


그 모습은 어디까지나 조용했다.


아즈키 "우와아, 엄청 멋있다. 굉장히 두근두근 거려."

코코네 "라이브러리 씨, 후우마 군이 말했던 대로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코우메 "당신이 없었으면 우리 모두 당했을 거에요. 당신 같은 대마인이 되고 싶어요."


목숨을 건진 세 사람이 그를 와─ 하고 에워쌌다.


라이브러리 "뭐, 단순히 연륜이지."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대답하면서, 세 사람의 반짝이는 시선에 라이브러리는 조금 쑥스러워했다.


마기를 부리는 적보다 젊은이들의 순수한 동경 쪽이 그를 더 당황케 하는 것 같았다.


무라사키 "너희들 모두 무사했나."


그때 나타난 것은 무라사키였다.


오르쿠스에게 도주를 결심하게 한 압박감의 정체가 그다.


아즈키 "와아, 무라사키 선생님!"

코코네 "다들 무사해요"

코우메 "라이브러리 씨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무라사키 "그래. 라이브러리 공, 고맙군요."

라이브러리 "감사 받을 건 아닙니다. 이 또한 연장자의 역할이니."

무라사키 "습격 부대의 리더는 사람이나 물건을 부식시키는 힘을 가진 것 같습니다. 지금 싸우고 있었던 건 혹시?"

라이브러리 "오르쿠스라고 자칭했습니다. 옆구리에 상처를 입혔는데 도망치게 하고 말았어요. 죄송합니다."

무라사키 "아뇨, 이 세 사람을 지켜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저도 시끄러운 새를 한 마리 놓쳤으니까요."

라이브러리 "녀석이 부대를 이끌고 있었다니, 개인의 무용을 자랑하는 녀석이라 보았는데."

라이브러리 "어쨌든 오늘 밤의 싸움은 일단 끝났다고 보면 되겠지요."

무라사키 "동감입니다. 나머지는 잔당의 소탕입니다만──."


무라사키가 거기까지 말하자,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 사, 살려줘─!"

"그만해, 그만해에에에엣!"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누군가의 비명 "꺄아아아아아악!!!"


여기저기서 목숨 구걸과 그것을 무시당하고 살해당하는 비통한 외침이 들려왔다.


누군가 도망가는 적을 참살하고 있는 것 같다.


라이브러리 "허......"


너무 깊숙이 쫓지 말라 했고, 괴롭히며 죽일 부하도 없다.

무라사키가 이끄는 대마인도 그럴 것이다.


누구의 소행일까?


라이브러리의 그 물음에 무라사키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무라사키 "사야와 쌍둥이 오니들입니다. 최근 괴한의 습격이 계속되는 것에 들뜬 모양이더군요."

라이브러리 "그거 참 무섭군요."


블랙 유머에 자극을 받아 라이브러리는 저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그 세 사람과는 그도 안면이 있다.


진심으로 놀아도, 그러니까 죽일 생각으로 이것저것 해도 괜찮은 아저씨라 사랑받고 있는 것 같다.


습격자들에게 약간의 동정심을 보이면서 라이브러리는 표정을 다잡았다.


라이브러리 "그렇다고 해도 적의 노림수를 모른다는 건 찜찜하네요."

무라사키 "말씀하시는 대로입니다. 여러가지로 알아보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멀었어요."

라이브러리 "이제는 각자 대마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뿐이군요."

무라사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밤의 주역, 라이브러리와 무라사키는 그런 말을 주고 받는 것이었다.


그런 습격이 있던 다음 날.


나 "아──."


나는 이나게야 앞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마족들이 덮쳐왔다는 건 라이브러리에게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일상다반사.

그렇다고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오차학원은 여름방학이다.


우리들은 제각기 공부니 훈련이니 놀이에 힘쓰고 있었다.


오늘은, 나오 선배의 갑작스런 착상으로, 오차학원에 탐정 집합 등으로 끌려나가, 무위한 시간을 보내고, 간신히 그것으로부터 해방된 참이었다.


시각은 오후 2시. 아직 덥다.



시시무라 코로 "(여기있어, 후우마 군.)"


코로 선배가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들고 나왔다.


돌아올 때 동행하며, 이 아이스크림도 코로 선배가 한턱 낸 것이다.


굉장히 기쁘다.


나 "감사합니다, 코로 선배."


가게 앞 정자의 나무 그늘 아래서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여름에는 특히 맛있는 이나게야의 아이스크림을 즐긴다.


코로 "(오늘은 나오의 억지에 어울려줘서 고마워.)"


코로 선배가 아이스크림을 흔들면서 말했다.


나 "나오 선배가 맥락없이 무슨 말을 꺼내는 건 늘상 있는 일이니까요. 탐정 놀이도 꽤 재미있었어요."


나는 할짝할짝 아이스를 핥으면서 대답한다.


코로 "(나오는 후우마 군에게만은 그런 면이 있으니까. 휘두르며 즐기는 거겠지.)"

나 "제가 새로운 부대의 대장 후보가 된 게 아직도 걸리는 걸까요? 결국 그 얘기 자체가 없어졌지만요."


문득 생각나서 말하자 코로 선배는 잠깐 생각하다가 


코로 "(그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후우마군에게 응석을 부리고 있는 것 같아.)

나 "나오 선배가 나한테?

코로 "(아마, 본인도 눈치 못 챘을 테고, 말해도 절대 인정 안 하겠지만. 우후후.)"


코로 선배는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다시 와그작와그작 깨물었다.


나오 선배가 어리광을 부려 온다든가, 남이 들으면 부러워 할 것 같지만, 그 사람은 남자다.


발렌타인 초콜렛을 받았을 때는 기뻤는데, 으음.


조금 복잡한 기분으로 그러고 있으면,


코로 "(맞았다.)"


코로 선배가 다 먹은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보고 있었다.


나 "운이 좋네요. 전 맞은 적 없는데."

코로 "(나는 제법 잘 맞아.)"

나 "혹시 그거인가요? 혼둔의 힘 같은 것 관련으로──."

코로 "(아닐거야. 운이 좋을 뿐이지.)"

나 "부럽네요."

코로 "(후훗.)"


코로 선배는 킥 웃더니 바로 옆의 수도에서 막대기를 씻고,


코로 "(줄게.)"

나 "괜찮은 건가요?"

코로 "(응, 선물.)"

나 "감사히 받을게요."


거리낌없이 받아들이다.


코로 "(근데 그 나이 먹고 정답인 아이스크림 막대기 받는 건 창피하지 않니?)"

나 "그런 건 신경 안 쓰는 주의에요."

코로 "(후우마 군 다운데. 그런 점은 꽤 존경스러워.)"


어쩐지 어이없어 하는 것 같은데 그것도 신경쓰지 말자.


??? "코로짱! 아, 내친김에 두목도!"


귀에 익은 목소리에, 낯선 모습의 소녀가 다가왔다.


나 "두목?"


순간 누군가 했는데, 


나 "아아......리림이구나. 그 꼴은 뭐야?"


항상 비키니 차림으로 어슬렁어슬렁 거리는데 오늘은 밀짚모자에 롱스커트 등 유난히 청초한 모습을 하고 있다.


팔에는 바스켓까지 안고 있어, 피크닉을 떠날 것 같다.



리림 "보고도 몰라? 여름옷인 게 당연하잖아. 두목, 또 바보스러움이 연마되어 있네."


겉보기에는 귀여운 피크닉 소녀라도, 입만 열면 평소와 똑같이 건방진 리림이다.


나 "바보야. 여름옷인 건 보면 알아."

나 "맨날 치녀처럼 입고 다니는 네가 그런 멋들어진 옷을 어디서 구했냐고 물어보는 거지. 또 훔친 거냐?"

리림 "또라니. 코로짱한테 받은 거야. 그렇지, 코로짱?"

코로 "(응.)"

나 "코로 선배가?"


그렇게 친한 사이였나 하고 놀라면서, 코로 선배를 돌아보면, 


코로 "(늘 추워 보이니까, 내 어릴적 옷을 줬어.)"

나 "헤에───, 코로 선배님가 이 리림에게."

리림 "에헴. 놀랐나보구나, 두목. 나는 코로짱과 사이가 좋거든."

나 "헤───."

코로 "(나뿐만 아니라 오차에도 다른 친구들이 많아.)"

나 "헤───, 이 리림이."

리림 "헤─, 헤─, 시끄럽네. 리림은 오차의 인기인이야."

리림 "태어나면서부터 인기 없는 두목이랑은 성능이 다르다구, 성능이."

나 "쓸데없는 참견이야."


겉모습만 보면 귀여운 리림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귀엽지 않은 말을 한다.


코로 "(리림, 그건 아니야. 후우마 군, 꽤나 인기가 많아.)"

코로 "(올해 발렌타인도 초코도 많이 받았어.)"

리림 "에에──! 거짓말──!"

리림 "코로짱, 두목 따위를 두둔하지 않아도 돼."

리림 "두목에게 발렌타인이란 건 다음 날 팔리지 않은 싸구려 초콜릿을 몰래 사는 게 고작이잖아. 푸푸푸♪"


이 녀석, 아무렇게나 지껄이고 있어.


확실히 살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이 나이 먹고 아이스크림 막대기를 교환하는 나도 그건 역시 아니었다.


코로 "(그렇지 않아. 나도 초코 줬거든.)"

리림 "거짓말!?"

코로 "(정말이야. 그리고 귀여운 쿠키도 돌려받았어).

코로 "(후우마 군, 그런 센스는 괜찮아. 나오도 칭찬하더라.)"

나 "아 그거 참 다행이네요."


코로 선배에게 선선히 예를 표하면서, 리림에게는 어떠냐고 가슴을 폈지만, 이 녀석의 반응이라면,


리림 "뭐야! 두목, 나는 아무것도 못 받았는데!"

나 "넌 초코 준 적 없잖아. 네 건 바라지도 않지만."

리림 "나도 두목한테 초코 같은 거 주고 싶지 않아! 줄 리가 없잖아!"

나 "그래놓고 답례는 받겠다는 거냐! 이 욕심쟁이가!

리림 "뭐라고──! 매정한 놈!!"

코로 "(둘 다 싸우지 마.)"


적대감에서 싸움으로 발전하려는 우리들을 코로 선배가 나무란다.


하긴 이런 일로 싸워서는 이 녀석과 같은 수준이 되고 만다.


나 "그래서, 대낮부터 낙오 음마가 뭐하러 싸돌아다니는 거야?"

리림 "두목은 멍청하구나. 장사는 낮부터 하는 게 당연하잖아."

나 "또 수상한 장사겠지. 그 바구니 속에 든 건 뭐야? 또 남에게 보여줄 수 없는 물건이지?"

리림 "흥.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거거든. 어때? 봐봐!"


리림은 뜻밖에도 바스켓을 열어 보였다.


나 "뭐야 이거......?"

코로 "(......풀?)"


건초가 빽빽이 들어 있었다.

척 보기에도 수상하다.


나 "무슨 풀이냐?"


내가 집으려고 하자 리림은 손으로 탁 막았다.


리림 "건드리지 마, 두목. 이거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한데."


점점 더 수상하다.


코로 "(드문 풀이야?)"


나는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면서 코로 선배의 물음에는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리림  "그럼. 희귀하고 초고가. 건조시킨 마초魔草야. 오차의 산골에서 몰래 키운 위험한 풀."

리림 "마계에서는 금지되어 있지만 인간계라면 합법이라는 거지♪ 니시시, 이걸로 단번에 한 탕──."


딱콩!!!


리림 "갸흥!?"


머리에 떨어뜨린 꿀밤 소리가 오차마을에 울려 퍼지다.


코로 선배를 보니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나는 리림을 연행해, 멋대로 마초를 길렀다고 하는 산에 오르고 있었다.


물론 모두 처분하기 위해서다.


나 "자아, 빨리빨리 걸어."


피크닉 차림과는 거리가 먼 마약 제조업자의 등을 꾹꾹 민다.


리림 "리림이 열심히 키운 마초를 태워버린다던가 너무해."


리림은 자못 싫다는 듯이 걸으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나 "태우는 게 당연하잖아."

리림 "에─!?어째서! 지독한 놈! 합법이란 말이야!"

나 "마계에서 금지된 그런 위험한 풀을 인간계에서 팔아서 되겠냐."

나 "물론 위에도 보고하지. 곧 인간계에서도 불법이 되겠네. 네 덕분이야, 고마워."

리림 "두목 횡포야! 횡포! 코로짱 뭐라고 말 좀 해줘."


어제도 습격이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어 함께 따라와 준 코로 선배에게 리림은 도움을 청한다.


코로 선배의 대답은 물론,


코로 "(후우마 군이 옳아.)"

리림 "에──!!"

나 "에─가 아니거든."

리림 "어떤 아픔도 잊고 천국으로 트립할 수 있단 말이야? 모두 행복해질 수 있어!"

나 "시끄러워."

리림 "뿌─ 뿌─."


리림은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았다.


볼을 부풀리며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태도다.


나 "하아, 그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포기하자."


리림은 단번에 얼굴을 빛내며,


리림 "정말? 역시 두목이야!"

리림 "봐주는 답례로 매출의 10퍼, 가 아니라, 8퍼......도 너무 많이 주는 거구나. 음, 5퍼센트 정도라면 나눠줄게."


이런 상황에도 값을 깎으려 한다.

어쩔 수 없는 녀석이라니까.


나 "필요없어. 마초에 밝은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 그 사람에게 물어보고 처분하겠어."

나 "코로 선배, 부탁해요."

코로 "(알았어.)"

리림 "코로짱, 알았다니 뭐가? 어? 왜 칼에 손을?? 두목, 설마!?"


리림은 벌떡 일어섰다.

얼굴이 굳어진다.


코로 "(리림이 더 이상 악의 길로 빠지는 것을 볼 수 없어. 미안해.)"

나 "너와의 지긋지긋한 인연도 이걸로 끝이구나. 요만큼도 아쉽지 않지만, 이대로 성불해라."

리림 "두목, 그럴수가!!"

코로 "(괜찮아. 나는 혼둔술사니까. 죽은 후에도 얘기할 수 있어.)"

나 "잘됐네, 리림. 나무아미타불."

리림 "히익──!! 그만해 그만해!! 알았으니까! 이제 포기할게! 여기서 단칼에 베는 건 그만둬──!!"


리림은 머리를 싸매고 목숨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체념한 듯하다.


나 "아 그래? 그럼 뿌뿌 거리지 말고 밭까지 빨리 안내해."

코로 "(잘 부탁해.)"

리림 "뭐야?! 두목, 코로짱!! 속인 거냐──!!"

나 "난 그럴 생각이었는데, 코로 선배는?"

코로 "(비교적 진심.)"

리림 "코로짱 무서워!!"




리림 "봐, 여기야! 나의 마초밭!! 모처럼 오늘까지 정성껏 키웠는데───!"


리림은 간신히 마초밭까지 우리를 데려왔지만, 아직 포기하지 못한 듯, 아까부터 시무룩한 얼굴이다.


나 "그렇네. 저 한쪽에서만 이상한 풀이 자라고 있어."

코로 "(바로 태울 거야?)"

나 "의외로 넓어요. 혹시 모르니까 수둔술사를 부른 뒤에 할까요."

코로 "(그게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아사기 선생님에게도 연락. 산불인 줄 알면 큰일이니까.)"

나 "그렇네요. 그럼 전화를──."


리림 "아──, 도둑이야──!!"

나 "어?"

코로 "(도둑?)"


그쪽을 보니 마초밭 안에서 누군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거무스름한 그림자 같은 놈이다.


그 그림자는 리림의 큰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 "......"


후드를 깊게 눌러 쓰고 오른손에는 긴 손톱을 기르고, 왼손에는 건틀렛을 차고 있다.


오른쪽 옆구리를 다친 듯, 거기에 마초를 덕지덕지 처바르고 있었다.


나 "설마......!"


어제 라이브러리가 해치우지 못한 오르쿠스라는 놈인가?


리림 "이 자식! 그거 내 풀이야! 돈 내놔!!!"


리림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며 놈을 향해 다가간다.


나 "기다려!!"

리림 "흐응!?"

코로 "(리림!)"


코로 선배가 재빨리 리림에게 달려가 그 몸을 안고 뒤로 날았다.


서거어어억!!


오른손 손톱이 낫처럼 휘둘러졌다.


리림 "히야아아악!!"


화르르륵!!


리림이 있던 자리가 불타올랐다.


단순한 불꽃이 아닌 장기瘴気의 불이다.

마초가 팍팍 썩어간다.


듣던 이야기와 같다.

저 모습, 저 힘, 역시 오르쿠스인가.


리림 "뭐, 뭐, 뭐, 뭐야!? 써, 썩고 있어!? 뭔데 저 이상한 놈!?"

코로 (어젯밤의 잔당.)"

나 "하필이면 이런 곳에."


오르쿠스 "음마 소녀와 대마인인가."


접한 물건을 썩게 만드는 마기를 발하는 오른팔을, 오르쿠스는 드높이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