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그리드 "하아아아아엇!!"


대검이 내리쳤다.


눈 앞에 검은 불꽃이 피어오른다.


마검 다크 플레임이 발하는 불꽃이다.


온몸을 시커먼 불꽃에 휩싸인 사람의 그림자가 슬로모션처럼 쓰러져 간다.


잉그리드 "......"


그리고 그녀가 돌아보았다.


마계기사 잉그리드


그 눈동자가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바니 K "......읏!!"


요미하라의 거대 카지노 "Bunny Kings"의 보스 바니 K는 기계인 눈을 떴다.


바니 K "또냐......!"


같은 꿈이다.


그 여자의 꿈.


최근, 더욱 더 심해지고 있다.


바니 K "마계기사 잉그리드,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바니 K는 그 말을 되새긴다.


아직도 이어지는 그 강렬한 감정.


멀쩡한 몸이었던 시절을 떠올린 듯, 사이보그가 된 몸이 뜨겁게 떨렸다.




같은 시각──.




오차학원의 교사이자 요미하라 반상회의 회장이기도 한 대마인, 코우사카 시즈루는 이가와 아사기를 찾고 있었다.



이가와 아사기 "잉그리드의 암살 기도?"


그 말을 들은 아사기는 놀라기보다는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마족 최대 세력인 노마드, 그 대간부이자 흡혈귀 에드윈 블랙의 심복 중의 심복, 마계기사 잉그리드.


그녀를 노리는 자는 많다.


그러나 '최강의 마계기사'라고 하는 심플한 이명에 거짓은 없고, 그 휘하도 마족도 정예들이 모여 있다.


최악의 경우, 노마드 모두를 상대할 각오가 없다면, 그 목은 노릴 수 없다.



코우사카 시즈루 "바니 K는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아요."


시즈루는 자체적인 네트워크로 바니 K가 잉그리드 암살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보고하러 온 것이었다.


아사기 "요미하라에서 1, 2위를 다투는 카지노의 보스였던가."


아직 의아한 듯한 아사기에게 시즈루는 설명했다.


시즈루 "미스터 풀의 '라비린스'가 몰락했으니 현재로선 1위라고 할 수 있겠죠."

시즈루 "격식도 라비린스보다는 위여서, 매년 8월 21일, 바니의 날이라고."

시즈루 "그날은 성대한 파티를 개최해, 요미하라 명사들이 많이 모이곤 해요."

시즈루 "잉그리드도 불렀을 거예요. 최근에는 참석하지 않는 것 같지만."

아사기 "그건 예전부터 암살을 경계해서?"


시즈루는 고개를 흔들었다.


시즈루 "얼마 전, 참가자는 모두 바니복을 착용하는 가장 파티가 되었다고 해요. 아마 그게 싫은 것 아닐지."

아사기 "아아, 잉그리드는 그런 파티에 안 나가겠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아사기에게 시즈루는 조금 비꼬는 듯한 얼굴을 하고


시즈루 "올해는 저도 불릴 것 같아요. 요미하라 반상회 회장으로서. 힘껏 서비스 해드리고 올게요."

아사기 "그것도 임무 때문이지. 고생했어."

아사기 "하지만 그런 바보 같은 가장 파티를 열어도 명사들이 우르르 몰려올 만큼의 지위를, 바니 K는 요미하라에서 쌓아올리고 있는 모양이네."

아사기 "그런 상승세의 카지노 보스가 왜 갑자기 잉그리드의 목숨을?"

아사기 "딱히 노마드와 적대적인 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시즈루 "노마드 뿐 아니라 어디와도 중립을 유지하던, 요미하라치고는 건전한 조직이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아서......"


아사기처럼 시즈루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아사기 "목적은? 어딘가 다른 조직과의 연결고리는?"

시즈루 "현재로서는 불명확합니다."

시주루 "그저 제가 조사한 바로는, 이유야 어떻든 바니 K가 잉그리드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아사기 "곤란하게 됐네."

시즈루 "네."


한숨을 내쉬는 아사기에 시즈루도 동감했다.


아사기 "잉그리드는 오차와 적대하고 있는 노마드의 대간부지만."

아사기 "그 퓌르스트 따위와 비교하면 온건하고 말이 통하는 상대야. 만약 지금 그녀가 암살이라도 당한다면......"


시즈루는 그 뒤를 이어 말했다.


시즈루 "노마드는 물론, 요미하라 전체가 들썩이겠죠."

아사기 "그건 오차도 바라는 사태가 아니야. 코우사카 시즈루, 명령을 하달하마."

아사기 "잉그리드 암살을 저지하는 것과 동시에, 어째서 바니 K가 그녀를 노리고 있는지, 그 계획에 내막이 있는지 알아봐라."

시즈루 "알겠습니다. 여차하면 제가 바니 K를."

아사기 "그것도 어쩔 수 없겠지."


시즈루와 아사기, 교사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니 K의 그런 의도와는 상관없이, 요미하라의 주민들은 제멋대로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오크 "헷헷헷, 기네비어짱, 오늘도 좋은 엉덩이로구만."


스윽♪



기네비어 "꺅, 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런 가게 아니에요."


기네비어는 단골 오크가 엉덩이를 쓰다듬자 펄쩍 뛰었다.


기네비어 "정말, 화낼 거예요!"

오크 "우와, 큰일인걸. 기네비어짱한테 혼나겠어."

오크 "화난 얼굴도 귀엽네. 그 얼굴을 안주 삼아. 크──, 참을 수 없구만."

기네비어 "장난치지 마세요!"


기네비어는 한껏 목소리를 높였지만 취객들은 그것을 보고 또 기뻐했다.


기네비아 "정마알──!"


그녀가 이 가게에서 일하게 된 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는다.


요미하라의 주정뱅이를 상대하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


오크 "딱딱한 소리 할 것 없잖아. 딱히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기네비어 "무슨 소리에요. 줄어들어요. 제 하트가 팍팍 줄어들고 있어요!"

오크 "그런 건 상관없잖아. 아니면 더 팍팍 줄여볼까? 이번에는 그 귀여운 가슴을──."

기네비어 "적당히 하세요! 어?"


또 다른 주정뱅이 오크 하나가 기네비어의 가슴에 손을 뻗던 그때.


스르르륵──.


갑자기 오크의 발밑에서 담쟁이덩굴이 뻗어나와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오크 "뭐야 이건!? 크으으......움직일 수 없잖아?"

시즈루 "정말이지. 잠깐 자리를 비우면 이런다니까. 기네비어, 가게 보느라 수고했어."


나타난 것은 오차에서 돌아온 시즈루다.


기네비어 "앗, 점장님!"

오크 "쳇. 무서운 누님이 벌써 돌아왔구만. 시즈루, 이것 좀 풀어줘."


그리 드문 일은 아닐 터이다.

덩굴을 두른 오크들은 약간 곤란하단 정도의 표정들이다.


시즈루 "안돼. 잠시 그렇게 반성하고 있어."

오크 "그런 말 하지 말고~."

시즈루 "기네비어, 이런 녀석들은 당신의 마법으로 혼내줘도 돼."

기네비어 "네.....?"


조용하게 그런 말을 듣자 기네비어는 당황하고,


기네비어 "하지만 제 마법 아직 제어가 위태로워, 미리암 선생님께서도 남에게 쓰는 건 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시즈루 "딱 좋네. 그럼 잠깐 이 풀만 마법으로 지워봐."

시즈루 "실수로 다른 게 사라지거나 날아가도 괜찮으니까. 뒤처리는 내가 해줄게."

기네비어 "그런가요? 그럼 해볼게요!"

오크 "어, 어이!?'

기네비어 "그러니까, 분해소실의 마법은 확실히 이런 포즈로 ──응? 뭔가 다른 것 같은데? 뭐 상관없나."


신참인 기네비어는 꽤 위태롭게 마법의 준비에 들어갔다.


오크 "잠깐 기다려. 용서해 줘!!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다니까!!"


가슴을 만지려던 오크가 비명을 질렀고 다른 취객들은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폐점 후.


기네비어 "점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가게 청소를 마치고 옷도 갈아입은 기네비어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시즈루 "수고했어. 내일 봐."

기네비어 "저 지금부터 슌타오 짱의 가게에서 뭐 먹고 갈 건데, 괜찮으면 같이 어때요?"

시즈루 "좋은 제안이지만, 잠시 들를 곳이 있어. 미안해."

기네비어 "어, 혹시 애인 분을 만나러 가시는 건가요? 돌아온지 얼마 안 되었는데."

시즈루 "그런 이야기라면 좋겠지만. 요미하라 반상회 회장으로서의 일이야."

기네비어 "우와, 계속 일해야 하는 건가요. 저어, 제가 뭐 도와드릴 일 없을까요?"

시즈루 "혼자서도 괜찮아."

기네비어 "그런가요? 그럼......힘내세요."

시즈루 "고마워. 너도 야식은 적당히 먹는 게 좋아. 찌는 건 금방이지만, 되돌리기는 힘들거든."

기네비어 "네, 네엣.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시즈루 "수고했어."


기네비어를 배웅하고 시즈루도 곧 가게를 나선다.


시즈루 "자, 일하러 가볼까."


향하는 곳은 노마드 본부다.


우선 잉그리드 본인에게 암살 기도 사실을 알려줄 생각이었다.


시즈루 (그렇다고 해도, 바니 K가 없어도, 요즘의 노마드는 신경이 날카롭지.)

시즈루 (그리 간단하게 잉그리드를 만나게 해주지는 않으려나.)



문지기 "코우사카 시즈루? 술집 주인이 노마드에 무슨 볼일이지!"


시즈루 (역시나)


문지기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시즈루 "오늘은 술집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요미하라 반상회의 회장으로 왔어. 잉그리드를 만나게 해 줬으면 하는데."

문지기 "돌아가. 잉그리드 님은 네놈을 만나길 원치 않으실 거다."

시즈루 "그런 말을 들었다고 예, 그렇습니까─하고 돌아갈 수는 없단 말이지."


시즈루는 손바닥에서 장미 채찍을 뻗었다.


***


문지기

"네놈!"

"노마드와 대립할 작정이냐!"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구나!"


시즈루 "착각하지 마. 조금 머리를 식힐까 생각하는 것 뿐. 꽃이여!"


시즈루가 가볍게 채찍을 휘두르자 활짝 꽃잎이 흩날리며 춤을 추었다.


문지기

"어엇!"

"헤에, 이거 예쁘구만!"

"......앗!"


인법 흩어지는 꽃의 응용이다.


평소에는 수면제나 독을 넣는데 이번에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꽃보라다.


그래도 마음을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하다.

딱딱한 오크들의 표정도 조금은 느슨해졌다.


시즈루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늘은 요미하라 반상회 회장으로 중요한 용무가 있어서 왔어."

시즈루 "내가 왔다고 잉그리드에게 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아."

시즈루 "부탁할 수 없을까? 다음에 우리 가게에 오면 서비스 해줄게. 응?"


시즈루가 목둔의 술보다 능통한 여자의 매력으로 요염하게 미소지으니


문지기(오크)

"뭐, 그 정도라면......"

"그렇지......그 정쯤이라면......"


오크 두 사람은 이해해 줄 것 같았는데,


문지기(여) "닥쳐! 이런 꽃 따위에 속을까 보냐! 수상쩍은 여자 같으니!"


여자 문지기는 역으로 화가 난 듯 총을 겨누어 왔다.


시즈루 "어머, 꽃은 싫어해? 그 꽃장식은 잘 어울리는데"

문지기(여) "쓸데없는 참견이야! 이런 꽃장식 따위! 남자 따위! 젠장!!"


그녀는 머리의 꽃장식을 떼어내어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방아쇠를 당기려 한다.


아무래도 뭔가 꽃과 관련, 그것도 남자 관계로 트라우마를 자극해 버린 것 같다.


시즈루 (이건 예상할 수 없었는데.)


그렇다고 총에 맞을 수는 없다.


시즈루 "잠깐 실례."


찰싹!


시즈루는 장미 채찍을 휙 흔들며 여자에게서 총을 빼앗았다.


문지기(여자) "앗!? 네 녀석!!"

문지기(오크)

"어이어이, 그렇게 흥분하지 마."

"잉그리드 님에게 말을 건네는 것 뿐이잖아."

문지기(여) "뭣! 그러고도 문지기냐! 이런 술집 여자에게 헤벌레 하기나 하고!"

문지기(오크)

"그런 건 아니지만."

"너도 슬슬 그 남자는 잊으라구."

문지기(여) "다, 닥쳐닥쳐!


시즈루 "곤란하네......"


예정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소란이 되어 버리고 있다.



리나 "무슨 소란이냐!"


이윽고 나타난 것은 잉그리드의 오른팔, 노마드 제 2의 마계기사 리나였다.


시즈루 "마침 잘됐다. 이제야 말이 통하는 사람이 와 주었어."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리나 "대마인 코우사카 시즈루인가!? 이게 무슨 행패냐?"

리나 "설마 단신으로 노마드에 도전할 생각인가? 그렇다면 마계기사로서 용서치 않겠다!"

문지기

"뭐!? 대마인!"

"이 술집 여자가!?"

"네 녀석, 역시 우리들을!!"


그녀의 정체를 알고 있던 것도 그렇지만, 그걸 갑자기 폭로한 리나의 말에 다시 문지기들이 자세를 잡는다.


시즈루 "잠깐잠깐 진정해! 그럴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어. 아, 이거 돌려줄게. 미안해."


시즈루는 황급히 빼앗은 총을 여자에게 돌려주면서,


시즈루 "오늘은 요미하라 반상회 회장으로 잉그리드에게 할 얘기가 있어서 온 거야."

시즈루 "조금 이야기가 엇갈려, 어쩌다보니 소동이 벌어졌지만."

시즈루 "엄청 중요한 얘기야. 요미하라를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제발 믿어줘."

리나 "그게 사실이냐?"


마족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곧은 눈을 가진 리나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시즈루 "나는 대마인이지만 요미하라의 주민이기도 해. 마을의 룰은 알고 있어."

리나 "알았다. 믿도록 하지. 내가 잉그리드 님 앞까지 안내해주마."


리나는 경계를 풀어준 듯했다.


시즈루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꽃 때문에 자극해 버린 여자 문지기는 아직도 꺼림칙한 얼굴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시즈루는 리나에게 이끌려 노마드 본부 안으로 들어간다.


대마인에게는 적의 본거지다.


시즈루 (역시 좀 긴장되네......)


리나 "멋대로 돌아다니지는 마라. 그때는 생명을 보장할 수 없으니."

시즈루 "알고 있어."


노마드의 마계기사답지 않게 싹싹하기로 유명한 그녀는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건 그렇다치고 그녀의 대검이 예전과 조금 달라진 걸 눈치챘다.


시즈루 "검이 좀 변했네. 전에는 천을 두르지 않았나?"

리나 "앗, 눈치챘구나!"


리나는 휙 시즈루를 돌아보았다.

갑자기 빈틈투성이가 되었다.


리나 "마계기사가 된 기념으로 은인인 아가씨에게 내 이름을 새겨 달라고 했었지."

시즈루 "마계기사가 된 기념? 이전부터 마계기사 아니었던가?"

리나 "응, 분명 그렇지만. 얼마 전 마계에서 시련을 받아 정식으로 마계기사가 되었다."

시즈루 "어머, 그러니. 축하해줄까?"

리나 "물론 좋지. 고맙다."

시즈루 "천만에."


리나 "이 검도 지금까지는 두 가지 의미로 이름 없는 바람의 마검이었지만, 그걸 계기로 이름을 지어보았다."

리나 "나의 이명의 람기에서 따, 폭풍의 송곳니 '스톰 팡'이다. 어때?"

시즈루 "괜찮지 않을까. 엄청 강해 보이네."

리나 "그렇지. 역시 대마인이다. 관찰력이 좋아. 검에 대해서 잘도 알아챘구나."

시즈루 "그건 척 보면 아는 걸."

리나 "아니, 아사기 탐정 사무소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 두 눈이 옹이구멍인 게 틀림없다."

리나 "대마인 후우마 아키도 그렇다. 그건 어떻게 좀 해보는 게 좋아."


좋든 싫든 긴장감이 없어지면서 시즈루는 잉그리드를 향해 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