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TION 5>


바니 K "그럼 여러분에게 소개하겠습니다. 잉그리드 님과는 매우 인연이 깊은 분, 노마드의 돌로레스 님입니다."

바니 K "오늘밤은 잉그리드 님의 목숨이 다하는 날. 돌로레스 님도 꼭 봐주셨으면 해서 초대를 했습니다."

돌로레스 "어......언니......"

잉그리드 "네 녀석......"


바니 K가 공손히 소개했지만 잉그리드의 중얼거림이 모두에게 들릴 정도로 홀은 조용했다.


바니 K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계기사의 분노에 휘말릴까 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잉그리드 본인은 돌로레스를 본 순간은 차치하고 지금은 당황스러움이 더 커지고 있었다.


잉그리드 (돌로레스를 인질로 잡는데 코우사카 시즈루가 도와줬다고?)


바니 K에 의한 암살 기도를 저지하겠다며 그녀를 찾아온 대마인이다.


잉그리드 (코우사카 시즈루, 무슨 생각이냐?)


시즈루 "후후......"


엷은 미소를 머금은 그 얼굴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돌로레스 "어, 어, 언니......헤, 헬프......"


돌로레스도 도움을 청하는 것 치고는 크게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항상 집에 틀어박혀 있는데다, 요미하라 굴지의 저주술사인 돌로레스를 어떻게 인질로 잡았을까.


바니 K "그럼 잉그리드 님. 슬슬 시작해 볼까요?"

바니 K "물론 상대는 바로 저, 바니 K가 맡겠습니다."


잉그리드의 당혹감을 뒤로 하고 바니 K는 드디어 때가 왔다는 듯 검을 뽑아들고 다가온다.


1 : 1 결투를 원하는 것 같다.

그것은 촌스럽지 않지만──.


잉그리드 "바니 K. 넌 누구냐?"

바니 K "뭐?"


무심코 나온 말에 바니 K의 발이 뚝 멈췄다.


잉그리드 "이렇게까지 준비했는데 미안하지만 네가 나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겐 적도, 아군도 많으니까."

잉그리드 "어차피 나에게 죽을 거라면 그 전에 정체 정도는 말해다오."

잉그리드 "그 가면을 벗는 게 어때? 안쪽에 맨얼굴이 있다면 말이다."

바니 K "내, 내 정체라고!?"


바니 K는 왠지 놀란 듯 되물었고 사이보그 몸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바니 K "큿......크으......내 정체......정체......라고......?"


그녀의 짐작하지 못하는 잉그리드에게 화를 내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하다.


마치 자신의 정체를 필사적으로 떠올리려는 것 같다.


돌로레스 "오호, 언니, 부추기고 있네♪"


인질로 잡혀 있어야 할 돌로레스도 재미있어 한다.


역시 뭔가 이상하다.


잉그리드 "넌 날 원망하고 있는 것일 텐데? 아닌가?"

바니 K "다, 닥쳐 잉그리드!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을 뿐이야!! 그러기 위해 살아왔다! 죽어라!!"


결국 정체를 밝히는 일 없이 바니 K는 격앙된 모습으로 덤벼들었다.


***


바니 K "죽어어어어어어!!"


바니 K가 먼발치에서 뛰어들어와 마구 검을 휘둘렀다.


살의의 덩어리 같은 일격이다.


잉그리드 "무......"


바니 K의 정체도, 돌로레스도 궁금하지만 잉그리드는 그것을 받아낸다.


키이이이이이이잉!!


서로의 칼이 부딪치며 격렬한 불꽃을 튀겼다.


바니 K "하앗, 하아앗!!"


초격을 가한 바니 K는 2발, 3발로 계속해서 공격해 온다.


도신(刀身)이 검은 띠처럼 흐르다.


참격과 참격의 사이의 딜레이가 조금도 없다.


사이보그화된 신체를 구사한 빠르고 정확무비한 공격이다.


이것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부하 중에서는 리나 정도일 것이다.


잉그리드 (강하긴 강한데......)


이런 자리를 마련하면서까지 잉그리드에게 도전해 올 만도 하다.


그러나 어딘가 자신을 버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자포자기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자신을 지킬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공격 일변도의 몰입이다.


바니 K "뭐하는 거냐, 잉그리드!! 네 녀석의 힘은 그 정도가 아닐 텐데!"

바니 K "나한테는 진심을 쏟을 마음도 들지 않는 건가?! 그 오만, 때려부수겠다!!"


우선은 관망을 하려 돌아선 잉그리드에게 분개했는지, 그 공격이 격렬해졌다.


잉그리드 (뭐하는 거지, 이 녀석?)


돌로레스가 인질로 잡아 그녀가 힘을 못 쓰게 하려는 건가 싶더니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기보다 돌로레스를 인질로 잡았다는 것조차도 잊은 것 같다.


바니 K "불꽃의 검을 사용해 봐라! 마계기사 잉그리드!"


잉그리드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잉그리드 "울부짖어라, 다크 플레임!'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잉그리드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검은 불꽃을 검에 휘감고 베어왔다.


바니 K "그렇게 나와야지!"


바니 K는 환호성을 지르며 냉기를 두른 검으로 그것을 받아낸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익!!


이번에 튀긴 것은 불꽃이 아니라 미세한 얼음과 그것이 순식간에 증발한 김이었다


잉그리드 "얼음의 몸인가."


바니 K의 몸을 흰 서리가 빽빽이 감싸고 있다.


얼음의 마력에다가 액체질소인가 뭔가로 사이보그의 몸을 억지로 식히고 있는 것이다.


그걸로 잉그리드의 불꽃의 검을 정면에서 받아내는데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무리한 방식이다.

너무 차가워진 기계의 몸이 심하게 삐걱거리고 있다.


저래서는 금방 움직일 수 없게 될 터.


바니 K "어떠냐! 잉그리드! 이게 내 힘이다!!"

바니 K "난 여기까지 왔어!! 너를 죽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거야!"


바니 K는 자신의 몸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희희낙락하며──그래, 즐거운 듯이 검을 휘둘렀다.


잉그리드 (뭐지 이 느낌은? 나에 대한 증오? 아니 동경? 이 녀석은 대체!?)


바니 K와 검을 섞으면서 잉그리드는 기묘한 감개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검에서 격렬한 증오와 동시에, 마치 리나를 연습시키고 있을 때와 같은 그녀에 대한 동경을 느끼는 것이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잉그리드는 무심코 묻고 있었다.


잉그리드 "바니 K! 넌 내가 예전에 쓰러뜨렸던 발링 가문의 사람이냐?"

바니 K "......!"

잉그리드 "이게 그 복수인가?"

바니 K "......발링?"


바니 K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딘가 어안이 벙벙해서 뭔가 생각해내려 하고 있다.


지금 베는 건 쉽지만 잉그리드는 대답을 기다렸다.


바니 K "무슨 소리야! 그런 놈들 알 턱이 있나! 나는 너를 죽이고 싶을 뿐이야!"

잉그리드 "그렇다면 이유를 말해라!"

바니 K "이유!? 크......이유 따윈 없어!!"


바니 K는 그렇게 내뱉더니 다시 잉그리드에게 덤벼들었다.


시즈루 "이유 따윈 없어......? 분명 옛날에는 있었을 텐데."


두 사람의 싸움을 보면서 시즈루가 중얼거렸다.


돌로레스 "그, 그래도 이제 멀쩡한 몸이던 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지 않았겠지?"


인질인 돌로레스가 묻는다.


시즈루 "그래, 몸을 너무 개조한 바람에. 남은 건 최강의 마계기사에 대한 생각 뿐이야."

시즈루 "그게 어떤 건지 우리는 모르지만, 그 생각만으로 그녀는 싸우고 있는 거야."


메인터넌스 룸에서 발견됐을 때, 바니 K에게 시즈루를 어떻게 할 힘은 남아있지 않았다.


혼자서 메인테넌스실까지 왔지만 거기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바니 K를 시즈루는 일단 부축했다.


거기서 쓰러뜨릴 수도 있었지만, 바니 K의 정체와 잉그리드를 노리는 목적을 알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바니 K의 메인테넌스를 돕고, 그녀의 신용을 얻는 데 성공하여 알아낸 것은 사이보그화를 지나치게 진행한 결과, 이제 멀쩡한 몸 시절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것.


자신도 잘 모르는 이유로 잉그리드를 고집하며 몸의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잉그리드에게 마지막 승부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니 군단에 의한 노마드 습격이다.


시즈루는 그런 짓을 하기보다 카지노에서 여럿이 보는 앞에서 잉그리드를 쓰러뜨리는 게 낫다고 설득해, 거리에 일부러 소문을 퍼뜨리고 잉그리드를 불러냈던 것이다.


돌로레스를 인질로 잡은 것도 그를 위한 준비 중 하나다.


그렇게 하면 잉그리드는 힘을 낼 수 없다, 승리는 확실하다고 바니 K를 속이고, 그러면서도 잉그리드가 진심을 내게 하기 위해 돌로레스와 접선했다.


돌로레스도 요미하라를 위해서라면, 이라며 시즈루에게 협조해 주었다.


1 : 1로 잉그리드가 패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믿는 듯했다.


시즈루 "당신이 와줘서 다행이야. 바니 군단을 이끌고 노마드를 습격했다간 정말 죽어버릴테니."

돌로레스 "나, 나도 그런 거 싫어, 아니 이런 상황에서 인질이 될 수도 있다니, 한 번 해보고 싶었고."

돌로레스 "사, 사로잡힌 공주님 같은? 웨히히!"


완전히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그래서 멋까지 부려온 돌로레스에게 시즈루가 웃으며 말했다.


시즈루 "하지만 구하러 오는 건 언니. 여기사가 아니라 왕자님이 쪽이 더 낫지 않았으려나?"

돌로레스 "왕자님? 그, 그런 거 없거든."

시즈루 "어머, 후우마 군은 아니고?"

돌로레스 "누앗!? 나, 나, 나와, 후우마가 친구인 걸, 알고 있어!?"

시즈루 "나, 그의 선생인걸. 학생들의 동향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시즈루 "그 사람, 정말 이상한 인맥이 많지? 당신 같은."

돌로레스 "후, 후우마는, 단순히 게임 친구일 뿐인걸."


돌로레스는 갑자기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시즈루 "단순히......그런 걸로 해둘까."

돌로레스 "......아우, 이, 있잖아. 언니한테는 비밀로 해주지 않을래?"

돌로레스 "나, 남자인 친구라고만 해도 신경 쓰는데, 그게 대마인이라고 안다면, 뭔가 엄청난 소리를 들을 것 같아."

시즈루 "우후후, 말하지 않을게. 인질로 잡혀준 감사도 있고."

돌로레스 "고, 고마워."


그녀는 마족이다.

실제 나이는 시즈루보다 훨씬 위일 텐데 이런 반응은 겉모습 그대로다.


노마드의 마족이라기보다 학생 한 명을 상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돌로레스 "그, 그런데, 왜 메인터넌스 중인 바니 K를 몰래 처치해 버리지 않았어?그게 훨씬 쉬울 텐데?"

시즈루 "그건 그렇지만. 그녀의 저런 상태를 알게 되면 굉장히 씁쓸해져서 말이야."

시즈루 "그녀, 잉그리드에게 쓰러지길 바라는 것 같아서."

시즈루 "요미하라 반상회 회장으로서는 그에 걸맞은 장소를 마련해 주고 싶었어."


시즈루가 그렇게 말하자 돌로레스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돌로레스 "뭐, 뭔지 알 것 같아. 저 사람, 언니에게 자신을 봐달라고 하는 것 같으니까."

돌로레스 "언니를 미워하는 건지 동경하는 건지, 나, 난 모르겠는데."

돌로레스 "언니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에게는, 누구라도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자기를 봐달라고, 새, 생각하게 되는걸."

시즈루 "그래."

돌로레스 "어, 어쩌면 저 사람, 리나처럼 되고 싶었을까"


돌로레스는 그 심정을 헤아린 듯 잉그리드에게 도전하는 바니 K를 바라본다.


두 사람의 싸움이 끝나려 하고 있었다.


바니 K "허억, 허억, 허억, 허억......"


바니 K의 열세는 뚜렷했다.


원래의 역량 이전에 사이보그의 신체에 한계가 왔다.


잉그리드의 불길에 맞서기 위해 억지로 냉각시킨 몸에는 무수한 균열이 생겼다.


이대로 내버려둬도 무너져내릴 테지.


잉그리드 "......"


잉그리드는 버니 K를 말리려고도, 이미 승패는 결정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그저 최후의 일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세한 과정은 모르겠으나 이 결투를 준비한 것이 시즈루와 돌로레스인 것은 알겠다.


그리고 말 대신 서로 나눈 칼날을 통해 바니 K의 바람도 전해져 왔다.


그렇다면 마계기사로서 그것을 이루어 줄 뿐이다.


바니 K "이것이 나의 마지막 일격이다! 받아라 잉그리드!!"


바니 K가 모든 마음을 담은 일격을 날린다.


원망인지 동경인지 또 다른 감정인지 결국 잉그리드는 알 수 없었지만


잉그리드 "타아아아아아앗!!"


그녀는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쳐 바니 K를 전력으로 베어넘긴다.


바니 K "크핫!!"


바니 K (똑같아......그때랑 똑같아......)


나는, 카트린.

발링의 시녀였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아름다운 마가렛 님을 섬기는 것이, 나의 무엇보다도 큰 자랑이었다.


『고마워, 카트린.』


그 한마디로 나는 얼마나 행복을 느꼈을까?


하지만, 그 행복은 한순간에 끊어졌다.


마계기사 잉그리드에 의해서


그 때, 나는──아아, 그렇다......나는 분노보다도, 슬픔보다도,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동경해버렸다.


그 사람의 힘에, 아름다움에


그걸 용서할 수가 없어서.


나에게 마가렛 님을 잊게한 그 사람이, 무엇보다 자기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서.


이제야 생각이 난다.


그것이 첫 번째 계기다.


그래서 나는 힘을 갈구했다.


그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그 사람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그 사람이 나를 돌아보게 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 생각을, 초심을, 나는 어느새 잊어버렸다.


오로지 강함을 추구해, 기계화를 반복하고 그 끝에 남은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집착 뿐.


스스로는 어쩔 수 없는 감정 뿐.


하지만, 그 고통은 이제 없어졌다.


누구보다도 강하고,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그 사람이 지워주었다.


내가 동경하던 마계기사 잉그리드가 정면에서 끊어냈다.


그러니까, 이제, 이걸로 됐어.


난 이제 만족했어.


바니 K "이, 잉그리드......"

잉그리드 "진짜 이름을 가르쳐주겠나?"

바니 K "카트린......발링......"


발링을 이어받은 바니 K, 카트린 발링은 조용히 숨을 거뒀다.


잉그리드 "......"


그 이름은 기억에 없다.


하지만 그녀를 올려다보는 눈동자, 기계화된 눈동자이긴 했지만. 

거기에 일찍이 자신을 동경의 눈으로 올려다보던 한 시녀의 모습을, 잉그리드는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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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이 남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