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히 바로네스 시티를 나온 두 사람.


유키카제는 투덜거렸다.


유키카제 "아──짜증나! 뭐야, 그 녀석!"

아스카 "우리가 대적할 생각인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잖아."

아스카 "그리고, 너 태도가 너무 나빠. 좀 더 억누르라고. 나, 조마조마했다니까."

유키카제 "그 녀석 싫어."

아스카 "나도 그래."


기가스와의 대화를 혼자 다 하게 되자 아스카는 자신이 더 힘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유키카제 "역시 지난번 일, 우리 짓인 거 들킨 건가?"

아스카 "그렇겠지. 거기의 레이더를 다 죽인 게 아닌걸."

유키카제 "그럼 그렇지. 아─아, 괜히 참았네."


유키카제는 안타까운 듯 뒷목을 두 손으로 감쌌다


평상시는 침착냉정한 레지스탕스의 투사인데, 아스카와 단둘이 있으면 비교적 조잡한 말을 한다.


아스카 "그게 가능하다면 고생 안해. 그때는 후우마도 있었고, 애당초 그게 목적이었는걸."

유키카제 "그랬지 그랬어."


유키카제는 익살스럽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스카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나서,


아스카 "인간과 브레인 플레이어 둘 다와 거래하고 있는 바로네스에게 있어서는."

아스카 "우리 레지스탕스와도 대놓고 싸우고 싶지는 않을 거야."

아스카 "때마침 전기가 필요했던 거라고 생각해 준 건 아닐까?"

유키카제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이상한 게 있었지. 그 시끄러운 기계 생명체."


유키카제는 다시 눈살을 찌푸리다.

아스카도 귀찮다는 표정이 되었다.


아스카 "있었지. 본 느낌으로는, 포격 타입인데."

아스카 "천진난만한 척하는 건지, 정말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귀찮아."

유키카제 "정말 성가셨어!"


유키카제는 격렬하게 동의하고 나서,


유키카제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여성형이었지. 아비게일과 마찬가지로."

아스카 "역시 신경 쓰여?"

유키카제 "그렇지."

유키카제 "브레인 플레이어 녀석들이 우리 인간의, 하물며 여자들의 외모에 흥미가 있을 리 없잖아?"

아스카 "그렇네."

아스카 "저런 여성형 전투용 로봇을 심심풀이로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둘 다 자아에 눈을 떴고."

유키카제 "인간형에 영혼이 깃든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형태와 관계가 있는 거려나?"

아스카 "그에 관한 것도 돌아가면 아비게일한테 물어봐야겠다."

유키카제 "그래."


유키카제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생각난 듯이,


유키카제 "그러고 보니 바로네스 녀석, 후우마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는데, 눈치채지 못한 걸까?"

아스카 "그건 걱정 안 해도 될 거야."

아스카 "레이더에게 쫓겼을 때도, 후우마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아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해."

유키후우 "후우마가 '내 힘을 보여줄게' 같은 무쌍 캐릭터가 아니라서 다행이네."

아스카 "후우마가?"


내 힘을 보여줄게!

하고 무쌍을 찍는 모습을 상상하고 아스카의 표정은 저도 모르게 풀어졌다.


아스카 "무리지 무리. 너무 안 어울려. 설령 그럴 힘이 있어도 안 그럴 것 같아."

유키카제 "아하하, 그러네."


아무리 실력을 키워도 얼빠진 것 같은 분위기의 남자가 생각나, 두 사람은 웃으며 황야를 걸어가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사용되지 않게 된 선로를 걷고 있었다.


슬슬 물자를 전달하기로 한 레지스탕스 동료가 나타날 것이다.


유키카제 "앗!"


앞을 걸어가던 유키카제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아스카 "왜? 왔어?"

유키카제 "산딸기야. 저기 잔뜩 나 있어."


유키카제은 반가운 듯 선로 옆 덤불을 가리켰다.


확실히 산딸기가 벌겋게 열매를 맺고 있다.


아스카 "잘도 그런 걸 찾아내내. 역시 야생아 출신."

유키카제 "야생아라고 하지마. 이쯤 왔으면 좀 쉬어도 괜찮을 테고, 이왕이면 어느 정도 따갈까?"


라고 물으면서 대답을 듣기 전에 산딸기를 따러 간다.


아스카 "그래, 그럼 커피라도 내릴게."

유키카제 "부탁할게."


아스카는 짐을 내려 불을 피우고 물을 끓여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도 진짜 커피는 이제 드물다.

민들레로 만든 대용 커피다.


유키카제가 발견한 산딸기도 이 세상에서는 귀중한 단맛이었다.


아스카 "유키카제, 커피 다 내렸어."

유키카제 "응~~~, 시큼해♪"


유키카제가 양손 가득 산딸기를 안고 입을 우물거리며 돌아왔다.


아스카 "셔?"

유키카제 "좀 덜 익었나 봐. 그래도 맛있어."

아스카 "그럼 잘 먹겠습니다. 와, 이거 진짜 셔~~~!!"


아스카도 하나 집어 먹더니 얼굴이 찡그려졌다.


깜짝 놀랄 정도로 시큼하다.

그래도 안쪽에 단맛은 확실히 있다.


아스카 "아, 그래도 맛있네."

유키카제 "그렇지? 이걸로 잼을 만들면 더 맛있을 거야."

아스카 "잼인가. 설탕이 많이 있으면 말이지."

유키카제 "있으면 말이야."


이걸로 잼을 만들어 토스트에 버터와 함께 바르면 얼마나 맛있을까?


옛날에는 당연한 식사였지만, 지금은 하늘의 별따기다.


아스카 "나 말이야, 단 걸 너무 많이 먹어서 체중 걱정하는 거, 다시 해보고 싶어."

유키카제 "앗, 나도 그래. 좋겠지. 엄청 평화로울 것 같아."


민들레 커피와 산딸기로 두 사람이 조촐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약속했던 레지스탕스 동료가 선로 너머에서 걸어왔다.



레지스탕스(남) "아스카, 유키카제, 기다리게 했군."

유키카제 "아, 딱 좋은 때에 왔네. 커피 마실래? 산딸기도 있어."

레지스탕스 (여) "어? 산딸기? 먹을게요."


둘 중의 한 여자 대마인이 얼굴을 확 빛낸다.


유키카제 "여기."

아스카 "엄청 셔"

레지스탕스(여) "그래요? 잘 먹겠습니다. 덥썩. 우와 셔~~~, 그래도 맛있어!"

유키카제 "그렇지?'

아스카 "안쪽은 조금 달아."

레지스탕스(여) "반대로 그게 기쁘네요. 응~~달아♪"


세 사람 모두 한창 때의 나이.


단것을 앞에 두면, 레지스탕스 투사가 그냥 여자아이가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찾아온 또 한 사람, 고지식해 보이는 남자가 이 녀석들은 어쩔 수 없다니까─하는 얼굴로,


레지스탕스(남자) "어흠. 둘 다 약속한 물자는?"

아스카 "아, 미안미안. 제대로 조달해 왔어."


두 사람은 바로네스 시티에서 얻은 물자를 건넸다.


레지스탕스(남) "고맙다. 너희는 다시 예의 그곳으로?"

유키카제 "뭐 그렇지."

레지스탕스(남) "그 앞, 빌딩의 붕괴가 심해지고 있다. 조심하는 게 좋아."


남자가 두 사람에게 경고했다.


브레인 플레이어에 파괴되어 보수하는 사람도 없어진 수많은 빌딩들은 차례차례 붕괴하고 있다.


덕분에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져, 옛 선로 옆에 산딸기가 자랄 정도로 야생의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아스카 "또 시작이구나. 정기적으로 오는 거지? 그럼 지하를 빠져나갈까?"

유키카제 "그래. 지하를 빠져나가면 며칠은 단축할 수 있고 우회하다 보면 시간이 걸리니까."

레지스탕스(남자) "지하는 감염자의 소굴이다. 너희들이라면 괜찮을 테지만 부디 주심해."

아스카 "고마워. 너희도 조심히 들어가."

레지스탕스(여) "알겠습니다. 산딸기 잘 먹었습니다."


몇 시간 후──.


두 사람은 빌딩 붕괴의 위험이 있는 지상을 피해 지하를 나아가고 있었다.


폐허가 된 도쿄 아래를 아직도 그물처럼 달리고 있는 옛 지하철 철길이다.


아스카 "......"

유키카제 "......"


지상에서는 잡담이 끊이지 않던 두 사람도 이곳에서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지하에서는 소리가 울리는 데다 낮의 태양을 피해 감염자가 도처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입을 다물고, 발소리를 죽이고, 신중하게 지하의 어둠을 헤쳐 나가는 두 사람이었지만,


아스카 "......!"


앞서가는 아스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유키카제 "......?"


뭔데? 

입 밖에 소리를 내지 않고 묻는 유키카제도 즉각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전방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풍둔술사이자 소리에도 민감한 아스카는 유키카제보다 빨리 그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감염자

「ああーーーーー!!」

「ううーーーーー!!」


감염자다.

그것도 상당히 많다.


목소리는 급속도로 커져간다.

그리고 격렬한 발소리도.


아무래도 고함을 지르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 같다.


??? 「ギィ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ッ!!」


게다가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 듣기 거북한 우렁찬 외침까지 섞여 있다.


유키카제 "저 목소리, 바바리안인가?"

아스카 "귀찮네."


바바리안은 감염자 가운데 일정한 비율로 발생하는 변이체였다.


외관은 감염자 이상으로 괴물에, 투박하고, 보다 흉포화되어 있다.


감염자와 달리 소리 외에도 시각이 예민해, 어둠 속에서도 먹이를 인식한다.


게다가 자외선에 내성이 있어 낮에도 혈육을 찾아 헤매고 있다.


말하자면 감염자들의 보스다.


그 바바리안이 감염자를 대량으로 이끌고 급속히 다가오고 있다.


유키카제 "왜 이쪽으로 똑바로 오는 거야?"

유키카제 "우리는 피 같은 거 안 흘리고 아까부터 말도 안 했는데."

아스카 "몰라."


두 사람은 투덜거리면서도 경계 태세를 취한다.



바바리안&감염자

「ギィ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ッ!!」

「ああーーーーーー!!」

「ううーーーーーー!!」


온다.


귀찮은 바바리안을 선두로, 감염자의 무리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


***


바바리안&감염자

「ギィ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ッ!!」

「ああーーーーーー!!」

「ううーーーーーー!!」


아스카 "유키카제! 부디 위력은 억눌러 줘!"

유키후우 "알아. 천장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유키카제 "아스카도 벽에 진동을 주는 바람은 쓰지 마."

아스카 "쓸 리가 없지. 한 마리씩 죽일 거야."

유키카제 "아아 진짜! 성가시게!"


전투개시.


라고 생각했지만,


바바리안&감염자

「ギィ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イッ!!」

「ああーーーーーー!!」

「ううーーーーーー!!」


두두두두두두두! !


아스카 "어?"

유키카제 "뭐야?"


괴물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두 사람 곁을 지나쳐 간다.


그녀들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안이 벙벙한 사이에, 바바리안과 감염자 일행은 눈앞에서 사라졌다.


유키카제 "그냥 지나갔는데. 우리를 완벽히 무시하고."

아스카 "뭔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던 것 같네"

유키카제 "무엇으로부터?"

아스카 "글세."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섬뜩하다.


두려움 따위의 감정을 잊었을 녀석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상대.


그러니까 더 전율적인 무언가.


유키카제&아스카

「!!!」

「!!!」


두 사람은 전방의 어둠을 힐끗 보았다.


뚜벅, 뚜벅, 뚜벅──.


뭔가 다가오는 발소리


쉬익, 쉬악, 쉬익──.


뭔가 여러 개의 채찍 같은 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


보오, 보오, 보오──.


생물이 발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 섬뜩한 소리.


지하도 어둠의 저편에서 정체불명의 존재가 다가온다.


유키카제 "우리도 도망치는 게 좋으려나."

아스카 "그렇게 위험한 게 있다면 우리가 퇴치해야지."


뇌신과 풍신은 각오를 하고 자세를 취했다.


쉬익, 쉬악, 쉬익.


보오, 보오, 보오.



그리고──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