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특무기관 G의 시설 철거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로부터 도망가던 무장난민들을 만난 이래, 별 문제는 없었지만,


나 "이상한해."

사쿠라 "왜 그래, 후우마 군?"


후방 경계를 위해 맨 뒤에서 걷는 사쿠라가 물어왔다.


나 "방사선 수치가 내려가고 있어"


나는 가이거 카운터를 보면서 대답했다.


사쿠라 "내려가면 좋은 거잖아."

나 "뭐 그렇긴 한데. 리노아, 네가 측정하는 건 어때?"


내 옆에서 라플라스를 이용해 보다 상세한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리노아에게 묻는다.


리노아 "네, 확실히 내려가고 있어요.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아스카 "우리가 들어온 시점에 무슨 방사선원이 있었나?"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고 있는 아스카가 말했다.


리노아 "그럴지도 몰라요. 아니면 이 앞에 방사선을 줄이는 요인이 있다든가."

나 "핵폭탄이 있는데도?"


그 물음에 리노아가 대답하기를,


리노아 "DSO로부터 넘겨받은 설계도에 따르면 핵폭탄의 방사선 차폐는 만전이라고 생각됩니다."

리노아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핵폭탄과는 다른 거에요."

나 "그렇구나."

사쿠라 "괴물도 안 나오네. 그렇게 호들갑을 떨며 도망치길래 금방이라도 뭐가 나올 줄 알았는데."


사쿠라도 다른 의문을 제기했다.

그건 나도 궁금하던 참이다.


나 "아스카, 뭔가 짚이는 건 없어? DSO에서 예비조사를 했을 텐데?"


아스카는 조금 생각을 하다가,


아스카 "딱히 없네."

아스카 "장소가 장소인지라 블러드 독 같은 녀석들이 나오기 쉬운데, 그 정도로 겁먹지는 않을 거고."

사쿠라 "역시 그게 틀림없어."

나 "그거라니?"

사쿠라 "방사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괴물. 사람이 만들어 버린 슬픈 몬스터. 갸오오옹! 이런 거"


이런 음산한 장소를 계속 걸어다니며 지겨웠던 것일까, 사쿠라가 잡담을 시작했다.


나 "괴수영화냐'

아스카 "그런 거 좋아하지."

사쿠라 "엄청 좋아해."

리노아 "저도 좋아해요!"

리노아 "과학적으로는 돌연변이로 그런 괴물이 태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있다면 꼭 보고 싶네요!"


리노아가 묘하게 물고 늘어진다.

평소보다 목소리 톤도 높다.


사쿠라 "리노아, 눈이 초롱초롱해"

리노아 "그야 뭐. 과학자니까요."

아스카 "방금 스스로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리노아 "그런 건 됐어요. 이건 로망의 영역이니까요."

사쿠라 "그렇지."


나 "아니, 실제로 나오면 곤란한데."

리노아 "죄송합니다, 그랬죠. 하지만 혹시 몰라 라플라스도 준비를 제대로 해왔어요."

나 "그래?"

리노아 "네. '이런 일도 있을까 하고'. 한 번쯤은 해보고 싶은 대사거든요."

사쿠라 "오오, 과학자 같아!"

아스카 "뭐, 기분은 알겠지만."

나 "그건 그렇지. 그런데 아스카, 이대로 가면 시설 밖으로 나가는 것 같은데?"

아스카 "앗, 눈치챘어? 그래. 핵폭탄은 시설 밖에 있어."

아스카 "조금만 더 가면 동굴이 펼쳐져 있어. 거기 숨겨놨을 거야."


아스카의 말대로 시설 밖에는 동굴이 펼쳐져 있었는데,


???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방사능으로 돌연변이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괴물이 있었다.


호랑이를 두 배 정도 크게 만든 크기의 갈고리 발톱, 여러 개의 다리를 가진 몬스터다.


눈도 코도 입도 눈에 띄지 않지만 보통 같으면 머리에 있을 곳 밑에서 무수한 촉수가 꿈틀거린다.


그 촉수와 같은 물집 비스무리한 게 온몸에 퍼져 있어 기괴하기 짝이 없다.


사쿠라 "우와, 진짜 있었어."


전혀 기쁘지 않은 목소리로 사쿠라가 말했다.


아스카 "진짜로 있네. 엄청 징그러운 게."


아스카도 생리적 혐오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그 모습에 얼굴을 찌푸린다.


나 "리노아 원인이 저거야?"

리노아 "틀림 없습니다. 저것 주위의 방사선량이 줄어들고 있어요."

리노아 "데이터에는 없지만 방사성 물질을 흡수 또는 포식하는 마족입니다."

리노아 "라플라스, 가명 '나이트 어비스' 데이터 수집 개시"


아까의 잡담에서는 흥이 오르던 리노아도 지금은 냉정하게 분석을 시작하고 있다.


즉흥적으로 지은 나이트 어비스라는 이름만이 겨우 남은 과학자의 로망인가.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사쿠라 "어디가 입인지 모르겠지만 뭐라고 낑낑거리네."

나 "딱히 외관으로 판단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우호관계를 쌓아 올릴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군."

나이트 어비스「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나이트 어비스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낸 다음 순간,


도깨비불

「グルルルルルルルルルル!!」

「グルルルルルルルルルル!!」

「グルルルルルルルルルル!!」


섀도

「アァアァァアアアアアア!!!」

「アァアァァアアアアアア!!!」

「アァアァァアアアアアア!!!」


놈의 주변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도깨비불과 섀도가 차례로 나타났다.


나 "마술이라고!?"

사쿠라 "말도 안돼!"

아스카 "아무래도 보이는 그대로의 괴물은 아닌 모양이네."

리노아 "상당한 지능을 가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도깨비불은 동물의 혼이, 섀도는 사람의 혼이 마계의 장기(瘴気)로 언데드화한 것이다.


그런 것을 소환할 수 있는 것은 마술사 뿐.


요컨대 놈은 지성이 높고, 게다가 사악한 존재라는 것이다.


나 "『괴물이 나왔다』였나. 겁 없는 무장난민이라도 도망칠만한 수준이군."

리노아 "저희에게도 똑같이 위험해요."

사쿠라 "무슨 소리야. 괴물퇴치는 대마인의 몫인걸."

아스카 "저런 거, 후딱 처리해버리자."


***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나이트 어비스의 기성에 따라 도깨비불과 섀도들이 덤벼든다.


도깨비불

「グルルルルルルルルルル!!」

「グルルルルルルルルルル!!」

「グルルルルルルルルルル!!」


섀도우

「アァアァァアアアアアア!!!」

「アァアァァアアアアアア!!!」

「アァアァァアアアアアア!!!」


아스카 "사쿠라, 우선 저 잡어부터 해치우자. 후우마는 리노아의 호위를 부탁해."

사쿠라 "알았어."


아스카는 사지에서 블레이드를 꺼내들고 사쿠라도 양손에 소태도를 불끈 쥐었다.


나 "그래. 리노아는 놈의 분석을 부탁해."

리노아 "알겠습니다."


나도 닌자도를 쥐고 라플라스를 조작하는 리노아를 지킨다.


아스카와 사쿠라 두 사람은 악령 무리를 향해 뛰어든다.


잡어라고는 하지만 수가 많다.


뒤에 있는 나이트 어비스도 무슨 짓을 해올지 모르고.


너무 오래 끌면 위험하다.


사쿠라 "예의 더블 인법으로 가자!"

아스카 "OK"


두 사람은 동시에 인법의 모션에 들어갔다.


아스카&사쿠라

"풍둔술!"

"영둔술!"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슈파파파파파파파파파파!!


대기가 격렬하게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진공의 칼날이 여러 개 발생한다.


사쿠라가 만들어낸 그림자가 거기에 차례차례 더해져, 검은색의 거대한 진공 회오리바람이 되었다.


아스카&사쿠라 "사쿠아스 인법!! 슈퍼소닉 섀도 어택!"


초고속 카마이타치와 그림자 쿠나이가 악령들을 갈가리 찢는다.


도깨비불&섀도

「グギャァ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グギャァ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グギャァ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アッ!!」


마술에 의해 되살아난 악령들은 다시 살해당해, 저주의 비명을 지르며 한 마리 남김없이 사라져 갔다.


리노아, "데이터 기록, 슈퍼소닉 섀도 어택, 둘 다 굉장해요."

나 "어느새 저런 합체기를."


저만한 무리를 단번에 쓸어버린 큰 기술에 나와 리노아는 경악한다.


사쿠라 "흐흥, 했다구──!"

아스카 "역시 이거 기술명이 길어. 그리고 사쿠아스 인법이라니 촌스럽잖아."

사쿠라 "괜찮지 않아? 알기 쉽고. 아, 혹시 아스사쿠 인법이 더 좋았나?"

아스카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


두 사람은 가볍게 입을 놀리며 나이트 어비스에게 돌격한다.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나이트 어비스는 그에 맞서듯, 수상한 안개를 온몸에서 분비시켜, 그것을 채찍처럼 뻗어 두 사람을 공격해 왔다.


사쿠라 "우왓, 뭔가 위험해!!"

아스카 "칫!!"


척보기에도 독살스런 색을 경계하며, 두 사람은 몸을 뒤로 빼 안개의 채찍을 피했다.


치이이이이이이익!


안개의 채찍이 내려친 땅에서 연기가 솟아올랐다.

그리고 강렬한 약품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 "리노아?"

리노아 "미지의 오염물질입니다. 아스카 씨, 사쿠라 씨! 저거에 접촉하는 건 피해 주세요!"

사쿠라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거야!"

아스카 "이 녀석, 의외로 빨라!"


리노아가 경고했을 때 이미 나이트 어비스와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이트 어비스「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놈은 미세한 다리를 덜거덕거리며, 제자리에서 빠르게 이동해, 오염물질을 듬뿍 머금은 독무(毒霧)의 채찍을 차례차례 휘둘러댄다.


게다가 그것은 보통의 채찍과는 달리 공격할 때마다 일일이 되돌아가는 일도 없어,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인다.


사쿠라 "움직임이 징그러워!"

아스카 "눈으로 보고 피해!"


사쿠라와 아스카는 역시 그것도 피했지만 적으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지 않을 수 없다.


아스카 "이거나 먹어라!! 말살 머신건!!"

사쿠라 "이쪽도 간다!! 영둔술! 그림자 쿠나이!!"


멀찍이 떨어진 두 사람이 원거리 공격을 가한다.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독무가 놈의 주위로 쫙 퍼져, 머신건과 그림자 쿠나이 모두 받아낸다.


사쿠라 "뭐야 그 방어!?"

아스카 "그럼 이건 어때! 가라! 몰살 미사일!!"


아스카가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지만, 그것마저도 독무가 가볍게 감싸서 폭발 없이 무력화 시ㅣㅋㄴ다.


나 "저 안개가 성가신걸. 리노아, 저걸 분석해서 무효화 할 수는 없을까?

리노아 "광학분석 시간이 걸려요."

리노아 "샘플을 조금이라도 채취하여 분석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나 "상당히 힘든 부탁을 하는걸."


하지만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두 명에게 발을 묶을 것을 지시했다.


사쿠라 "라저!"

아스카 "알았어!!"


카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


아스카가 말살 머신건을 나이트 어비스 주위에 뿌렸다.


그래서 움직임이 느려진 것을,


사쿠라 "영둔술 그림자 묶기!"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ッ!?」


놈의 발치에서 뻗어나온 무수한 그림자가 그 몸을 꽁꽁 묶었다.


좋아, 지금이다!


나는 샘플 채집을 위해 움직일 수 없게 된 녀석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다음 순간, 그림자 결박으로 잡혀 있던 놈의 주변 공간이 구불구불 일그러지면서 그 모습이 싹 사라졌다.


나 "뭣!?"

리노아 "꺄악!!"


리노아의 비명소리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바로 옆에 나이트 어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공간전이라고!?


나 "리노아!!"


난 리노아를 지키기 위해 뛰쳐나갔다.


촤악!!


독무 채찍이 내게 뻗어와, 나는 칼을 휘둘러 그것을 쳐내려 했지만, 채찍은 내 칼날을 슬쩍 피해, 옆구리 근처에 직격했다.


나 "크아아악!!"


대마인 슈트는 순식간에 너덜너덜해졌고, 그 안쪽의 살이 질퍽질퍽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문자 그대로 살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나는 무릎을 꿇는다.


리노아 "후우마 씨!"

나 "빠, 빨리 도망가!"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놈은 날 잡아먹고자 다시 독무 채찍을 휘두르지만


아스카 "데야아아아아앗!!"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아스카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나이트 어비스가 날아갔다.


회오리바람을 두른 발차기, 공렬폭풍으로 우리를 지켜준 것이다.


아스카 "아아, 젠장!"


아스카가 투덜거린다.


놈을 지키던 안개에 직접 닿은 오른발이 급속히 부식되기 시작했다.


리노아 "아스카 씨!"

아스카 "기계의 다리니까 괜찮아 그것보다 후우마는!"

나 "나, 나도......그럭저럭 괜찮아......"


안개채찍을 맞은 자리에 예의 마성의 힘이 솟아올라 오염물질의 침식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이 힘을 쓰고 싶지 않았지만 리노아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아스카 "후우마!"

리노아 "이 어둠은!?"


아스카가 표정을 굳히고 리노아도 내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어둠에 안색이 딱딱해진다.


나 "나, 나중에 설명할게! 그것보다 샘플을 구했어! 분석을 부탁한다......!"

나 "아스카는 사쿠라의 지원을! 나, 나는 걱정 말고!"

리노아 "네, 네엣!"

아스카 "아아 진짜! 알았어!"


리노아는 배에 남은 오염물질 분석을 시작했고, 아스카는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며 사쿠라의 엄호에 나섰다.


사쿠라 "하앗! 하앗!! 하아앗!!"


사쿠라는 영둔술을 사용하며 그림자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나이트 어비스를 교란하고 있었다.


나이트 어비스「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나이트 어비스도 아까 그 공간을 뒤틀리게 하는 순간이동으로 그에 대항하고 있다.


저런 괴물의 마음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지만, 자신과 같은 힘을 가진 상대에 즐거워하고 있는 것 같다.


아스카 "촐랑촐랑 성가시게!"


한쪽 다리를 당한 아스카는 멀리서 사쿠라를 엄호할 수 밖에 없다.


기관총이나 미사일로 견제하면서 필살의 대마초입자포를 발사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스카 "리노아, 아직이야!?"

리노아 "분석 끝났어요. 라플라스, 역산 시작! 사쿠라 씨 피하세요!


리노아가 라플라스를 높이 들었다


라플라스의 표정이 언짢아지면서 나이트 어비스와는 다른 기분 나쁜 안개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쿠라 "우와, 뭐야 이거!"


사쿠라는 황급히 그것을 회피한다.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나이트 어비스도 공간을 비틀며 그 안개를 피하려 했지만, 리노아는 그마저도 예측하고 있어, 라플라스의 안개는 놈의 온몸에 끈적끈적 달라붙었다.


나이트 어비스「キュラキュラキュラキュラ!?」


우리를 괴롭혀온 독무가 순식간에 분해되어 간다.


나이트 어비스는 몹시 동요하며 새로운 독무를 만들어 내려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리노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런 일도 있을까 하고! 방사능 중화!"


라플라스가 활짝 웃었다.


첨예한 전격이 놈을 차례차례 쏘아대며 그 방사능을 중화시키기 시작한다.


방사선 물질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놈에게 있어서는 산소를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나이트 어비스 「キュラ......キュラ......キュララ......」


마치 소금을 맞은 민달팽이처럼 나이트 어비스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사쿠라 "나이스! 한 번 더 그림자 묶기!!"


사쿠라가 약해진 나이트 어비스를 구속한다.


이제 공간을 비틀고 탈출할 힘은 없다.


나 "아스카!"

리노아 "지금이에요!"

사쿠라 "가즈아아아!!"

아스카 "잘도 제멋대로 날뛰어 주었겠다! 처먹어라! 대마초입자포오오오오오!!!"


잔뜩 화가 난 일격.


방대한 빛의 분류가 놈을 삼켜, 그 모든 것을 소멸시켜 갔다.


사쿠라 "후우──, 위험했다. 후우마 군, 괜찮아?"

나 "뭐......어떻게든......"


아직도 옆구리가 따갑고 타들어간 자국도 남아 있지만 녹아내린 살은 대체로 재생되어 있었다.


사쿠라 "우와, 아프겠다. 그 마성의 힘 정말 위험하네."

리노아 "마성의 힘. 후우마 씨에게 그런 힘이."

아스카 "너 말이야, 너무 무모했다고."

나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거든."

나 "뭐, 최악의 경우 샘플채취를 위해 내 몸을 가져다 댈 생각이었지만, 그 결심을 하기도 전에 당했다고."

아스카 "그게 무모하다는 거야. 정말이지. 너무 걱정하게 하지 마."

나 "너 다리는 괜찮아?"


내 배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아스카의 오른발은 지독한 상태다.


아스카 "괜찮지 않아. 이렇게 너덜너덜해져 있는걸."


이제 전혀 움직이지 않게 된 기계의 다리를 초조하게 두드리고 나서 나직이 말했다.


아스카 "그, 그러니까 어깨 빌려줘."

나 "그걸 지금의 나한테 시킨다고?"


무심코 딴죽을 걸자 아스카는 볼이 불룩해졌다.


아스카 "그 외에 누가 있는데. 왜? 싫어?"

나 "알았다 알았어. 날 도와주려고 했던 거니까."

아스카 "그, 그래. 고마워 하라고."


나는 아스카에게 어깨를 빌려주려고 했지만,


나 "크윽."


배가 찌릿찌릿하며 그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다.


아스카 "거봐, 아직 비틀거리잖아. 그쪽도 날 잡아.

나 "미안."


아스카는 내 몸을 지탱해 주었다.


실제로 부서진 오른발만 대신해 주면 아스카 쪽이 훨씬 멀쩡하다.


사쿠라 "니히히. 아스카 뭔가 부수입이라는 느낌. 사실 이걸 위해 일부러 다리를 망가뜨린 거 아니야?"

리노아 "그런가요?"

아스카 "그, 그럴리가 없잖아!"


그 진상이야 어쨌든, 우리는 소형 핵폭탄의 은닉 장소로 향했다.


거기에는 납으로 보강된 케이스가 있었는데,


나 "텅 비었네"

사쿠라 "어? 이렇게 고생했는데 헛스윙?"

아스카 "그럴 리 없어."

리노아 "아스카 씨 말이 맞아요. 그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리노아 "방사능을 먹는 괴물이 있었으니, 여기에 핵무기는 분명히 있었을 테고. 누군가가 빼앗아간 게 아닐까요?"

사쿠라 "아니면 아까 그 녀석이 진작 먹어치웠다든가?"

리노아 "어디가 입인지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도 있어요."


아스카 "내가 산산조각 내버렸으니, 만약 저 녀석이 핵무기를 삼키고 있다면 통째로 사라진 거겠지."

나 "그건 상관없어. 저런 위험한 괴물은 소멸시키는 게 제일이고."

나 "만약 핵무기를 잃어버렸다 해도, 개인적으로는 그쪽이 더 좋아."

아스카 "그걸 말하기야. 그렇긴 한데."

사쿠라 "회수한 핵무기를 어떻게 할 거야? 라는 이야기도 있잖아."

리노아 "그렇지요."

나 "그러나 확인이 되지 않는 이상 핵무기는 없었다고 보고할 수밖에 없군."

나 "리노아, 라플라스로 현장 상황을 최대한 데이터 수집해줘. 그게 끝나면 철수한다."

리노아 "알겠습니다"




그런 대마인들의 눈치를 몰래 살피는 두 사람이 있었다.


루이스 "저런 괴물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예상 밖이지만, 무사히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 같군."

루이스 "덕분에 이쪽이 물건을 회수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루이스. 이명은 "The Shaman".


불과 바람을 다루는 정령술사이자 전자전의 달인이기도 하지만, 후우마 코타로가 이끄는 부대에 물 먹은 적 있다.



사이토 한조 "후후, 여전히 훌륭한 제휴다."

사이토 한조 "후우마 코타로, 저 남자라면......"


그렇게 중얼거리는 남자는 사이토 한조.


연쇄살인마 사이토 한지로의 동생, 형을 처치하고, 하나의 신체에서 떨어져나온 반신.


그 역시 후쿠마 코타로와는 인연이 얕지 않았다.


루이스 "왜 그러지, 파트너?"

사이토 한조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신경쓸 일이 아니니까."

루이스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철수하자."

사이토 한조 "그러지."


남자들은 그림자에 녹아들듯 사라졌다.




유키카제 "......"

아스카 "......"


유키카제와 아스카는 도쿄를 떠나 변경의 땅을 나아가고 있었다


이 근처에 사는 사람은 없다.

레이더는 고사하고 감염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목적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둘 다 어느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키카제 "......"

아스카 "......"


브레인 플레이어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에게 버려진 폐촌을 지나, 마침내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달한다.


그곳은 아주 황폐한 외딴 집이었다.


그러나 그 주위에는 작은 밭이 있어, 사람이 생활하는 기미가 있었다.


지금도 여기 있다.


유키카제 "......"

아스카 "......"


두 사람이 말을 걸기도 전에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렸다.


경계하는 모습으로 나온 것은,



마이카 "뭐야, 또 너희냐."


카미무라 마이카.


폭염의 대마인.


이곳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최강의 화력의 일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