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마 코타로가 미연에 사로잡힌 것과 같은 시각.


그곳과는 다른 차원, 그로부터는 미래라고 불리는 세계.


차원침략자 브레인 플레이어에 의해 파괴된 도쿄를, 그녀들은 걷고 있었다.


한 명은 미즈키 유키카제, 뇌신의 대마인.

한 명은 코우카와 아스카, 풍신의 대마인.


그리고 또 한 사람, 일찍이 폭염의 대마인이라 불리던 여자, 카미무라 마이카였다.



카미무라 마이카 "오랜만이네, 도쿄에 온 건."


마이카는 붕괴가 진행되는 거리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브레인 플레이어와의 가혹한 싸움 속에서 수많은 대마인이 쓰러져간 가운데, 그녀는 동료와 헤어져, 외딴 마을에서 홀로 은둔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즈키 유키카제 "계속 거기 틀어박혀 있던 거야?"


딱히 그것을 비난하는 투는 아니지만, 유키카제는 담담하게 물었다.


마이카 "여러가지로 귀찮아졌어."


마이카의 대답도 시큰둥하다.


코우카와 아스카 "마음은 알겠지만."


레지스탕스의 리더라는 입장이지만, 같은 생각을 품은 적이 있는 아스카가 선선히 동의했다.


마이카 "알고 있으면 자꾸 물어오지마 울적한 기분이니까."

마이카 "난 이름도 바꾸고 숨었는데."


못마땅해 하는 마이카에게 유키카제가 불었다.


유키카제 "작은 마을이 레이더의 습격을 몇 번이나 격퇴했다느니, 겸사겸사 섹트도 뭉갰다느니."

유키카제 "눈에 띄는 짓을 하니까. 게다가 엄청난 불꽃술사도 있다 하고."

마이카 "어쩔 수 없잖아. 순순히 당해줄 순 없으니."

아스카 "습격당하는 사람들을 무시할 만큼 속세를 떠나지는 못했나 봐."

마이카 "흥, 뭐 잘못됐냐."


마이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되묻자 유키카제는 웃는 얼굴로 이렇게 대꾸했다.


유키카제 "전혀. 덕분에 몸이 무뎌지지 않은 것 같고."

유키카제 "몇 번이고 권유했는데, 실력에 녹이 슬어 있으면 의미가 없잖아."

마이카 "지껄이긴. 너희들 소문도 들었어."

마이카 "그 알사르를 때려죽인 데다가, 가디언을 연달아 부수고 있다더군. 제법이잖아."


과거 그 두 사람과 함께 최전선에서 싸우던 시절의 겁 없는 표정이 되살아난다.


아스카 "뭐, 그렇지.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후우마 덕분이야."

마이카 "그거 말인데. 이야기를 듣고도 여전히 못 믿겠군."

마이카 "후우마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데다가, 이리로 넘어온다던가."


마이카의 감탄이라기보다는 어이없다는 듯한 말에 유키카제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유키카제 "정말이라니까. 나도 과거로 넘어가 도움을 받았지. 후우마 뿐만 아니라 시카노스케에게도 말이야."

마이카 "뭐야 정말이냐. 완전 SF구만."

마이카 "아스카도 어느 사이엔가 이런 모습이 되어버렸고."


마이카는 기묘한 것을 보는 듯한 눈길로 후우마가 살아있던 시절보다 더 젊은 모습의 아스카를 바라보았다.


아스카 "이건 실험 실패의 결과. 뭐, 그때보다 젊은 모습으로 후우마를 만나는 건 좋지만 말이야."


아스카는 그 젊은 모습의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려다보곤 한다.


마이카 "속 편한 녀석이로구만."


두 사람에게 은둔처에서 끌려나와 투덜거리는 마이카의 얼굴을 유키카제는 즐거운 듯 들여다본다.


유키카제 "저기, 마이카."

마이카 "그 표정은 또 뭐야."

유키카제 "역시 이번 요청에 응해준 것은, 후우마가 이쪽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 그렇게 보고 싶어? 보고 싶은 거지?"

마이카 "......"


놀리는 듯한 말투에 눈살을 찌푸린 마이카 대신 아스카가 대답했다.


아스카 "그야 보고 싶겠지. 왜 아니겠어."

유키카제 "그렇지──."

마이카 "시끄러워. 그것만이 이유가 아니야." ,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마이카는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나서, 


마이카 "하지만 나도 많이 변했으니까. 후우마 녀석, 지금의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혼잣말로 덧붙이고, 갑자기, 머리 모양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여성으로서는 역시 그 부분이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유키카제 "마이카도 설레나 봐."

아스카 "그러게 말이야──."


그때와 달리 유키카제는 어른이 되고, 아스카는 아이가 되어버리고, 방향은 다르지만 전에 같은 기분을 맛본 두 사람은 킥킥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마이카 "뭘 둘이 히죽히죽 하는 거야? 짜증나게시리."


마이카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발밑에 있던 잔해를 걷어찼다.


유키카제 "있잖아, 마이카."

마이카 "이번에는 또 뭐야?!"

유키카제 "그땐 양키고, 지금은 누나 풍이고, 패션의 방향성은 별로 안 바뀌었지?"

마이카 "그게 어쨌다는 거야!? 어떻게 입든 내 맘이지."

유키카제 "갸루 같은 옷 같은 건 이제 없어? 그때 가끔 몰래 입었지 않았어? 그리고 귀여운 옷 같은 거 말이야."

마이카 "우아악!?"


마이카는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얼굴이 점점 빨개진다.


아스카 "헤──, 마이카는 그런 걸 입는 구나? 의외네."

유키카제 "사실 귀여운 걸 좋아해. 봐, 지금도 머리에 꽂고 있는 비녀. 귀엽지?"

아스카 "아, 그렇네. 좀 귀여운데? 잘 어울려."

마이카 "무, 무, 무슨......"

아스카 "그런 걸 마음 내키는대로 입으면──아, 과연 좀 힘드려나?"

유키카제 "아──, 연령적으로 말이지."


두 사람에게 안타까운 눈초리를 받자, 마이카는 마침내 짜증을 냈다.


마이카 "시끄러워! 너희들이 말하지 않아도 이 나이에 그런 옷은 안 입어!"

마이카 "애당초, 그 시절에도 후우마 앞에서 그런 모습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유키카제 "어? 그래?"

마이카 "그래! 시답잖은 소리를 장황하게 지껄이면 돌아가!"


휙 돌아서는 마이카의 팔을 유키카제와 아스카가 양쪽에서 잡았다.


유키카제 "아니, 그렇게 삐치지 말고."

아스카 "그래그래. 후우마라면 지금의 마이카도 마음에 들 거야."

유키카제 "걱정 마, 걱정 마."

마이카 "그런 걱정 안 해!"


아까와 확연히 다른 말을 하는 마이카는 문득 묘한 것을 깨닫고 언성을 높인다.


마이카 "야 너희들, 어디로 가는 거야? 길이 다르지 않아?"

마이카 "레지스탕스 아지트로 가는 거 아니었어?"


마이카의 질문에 두 사람은 그걸 말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표정이 되었다.


유키카제 "아, 미안,거기거 아니야."

아스카 "우리의 아지트로 가는 거야"

마이카 "너희의? 레지스탕스는 때려쳤나?"

아스카 "그런 건 아니지만, 조금 거리를 두는 편이 움직이기 편할 수도 있어. 미안, 말할 수 없어."

마이카 "상관없어. 나도 이제와서 뻔뻔스레 얼굴 비추고 싶지 않으니."


마이카는 무뚝뚝하게 말하며 팔을 잡고 있던 두 사람의 손을 귀찮은 듯이 떼어냈다.




밤이 되었다.


과거에는 인간이면서 지금은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로 변한 감염자가 지상을 배회하는 시간대다.


유키카제, 아스카, 마이카 세 사람은 폐허가 된 빌딩이 늘어선 지구를 떠나, 옛 주택가, 물론 지금은 살 사람도 없어진 지역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상점가에 도달했을 때,


아스카 "으───!"

유키카제 "하나둘, 하나둘."


유키카제과 아스카는 갑자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마이카 "뭐하는 거야?"

유키카제 "준비운동."

아스카 "이 근처는 감염자의 터로 변했어. 덕분에 레이더는 없는 대신 매번 '운동'하게 되는 거야."

마이카 "헤에. 그거 참 좋은 운동이 되겠네."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에게 마이카도 겁 없는 미소를 지으며 딱딱 손가락 마디를 울린다.


아스카 "준비 됐어?"

유키카제 "오케이."

마이카 "언제든지."

아스카 "좋이. 준비, 땅!"


세 사람은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감염자

「あーー、うーー、あうーー」

「あーー、うーー、あうーー」

「あーー、うーー、あうーー」


감염자들의 신음소리가 다가왔다.


***



그 빌딩은 아미다하라의 중심부를 벗어난 폐허 지대에 있었다.


더군다나 거리 밖으로 통하는 길도 없어 무장난민들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다.


요컨대 아미다하라 폐허 중의 폐허에 미연 육군 정보부의 비밀 거점이 있었다.


내가 거기 끌려온지 사흘이 지났다.


미연병 "일어나라"

나 "......"

미연병 "나가라."


오늘의 심문이 끝났다



나는 테이블과 파이프 의자만 있는 무개성한 조사실에서 밖으로 나온다.


미연병 "걸어라"

나 "......"


고압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일일이 총을 들이대는 병사들의 명령에 순순히 따른다.


이제 다시 독방으로 돌아갈 거다.


간이 침대와 화장실은 있지만 그것 이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방이다.


거기서 맛있지도 않고 맛없지도 않은,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해서만 식사를 하고, 다음날 심문 때까지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나 (이런이런, 오늘도 끝났군. 이 조사는 언제까지 계속되는 건지.)


오늘로 벌써 사흘 째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건만 녀석들은 전혀 납득하지 않는 것 같다.


하기야 그렇게 억지로 체포한 것에 비해 여기서의 심문은 자세하고 집요하기는 했지만 가혹한 것은 아니었다.


고문이나 자백제 같은 것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럴 생각은 없어 보였다.


물이나 식사에 무엇인가 이상한 것이 섞인 모습도 없다.


정보부로서는 무르다기보다는 그런 짓을 하면 내가, 그보다 대마인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것 같다.


과대평가도 좋지만, 미연은 그만큼 확실한 의심을 우리 대마인에게 품고 있는 것 같다.


내가 핵폭탄을 훔쳤다는 것부터가, 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있는 건지..


역시 대마인을 짓뭉개려 하는 내조의 짓, 나에게 무엇인가 접촉해 온 그 미네 후나코인가.


그렇다면──.


거기까지 생각할 때, 복도 끝에 나를 붙잡은 부대의 대장 미라벨 벨 소위가 있다는 걸 알았다.



미라벨 "하사, 잠시 그를 빌리고 싶은데 괜찮을까?"

미연병 "옛."


미연병은 경례를 올리고 우리에게서 조금 거리를 벌렸다.


미라벨 "후우마 코타로, 귀공에게 질문이 있다."

나 "뭔가요? 전술핵에 관해서라면 몇 번이나 말했듯이──."

미라벨 "그게 아니야. 그것을 심문하는 것은 나의 임무가 아니다. 귀공을 체포했을 때의 일이다.

나 "......"

미라벨 "그때 귀공의 전력은 내가 당초 얻었던 정보보다 많았다."


로렐라이와 오료의 나카노시마 갱단 말인가?


반대로 말하면, 나와 구번대의 동향은 알고 있었다는 말.


미라벨 "그때 귀공이 저항했다면 우리 부대도 큰 피해를 입었겠지. 어째서 저항하지 않았나?"


그렇게 묻는 미라벨의 얼굴은 냉정하고 이지적이었다.


내 신문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런 걸 물어오는 건가?

재밌는 사람이네.


요 사흘간 재미없는 취조관을 상대하기도 해, 대답하는 내 입도 가벼워졌다.


나 "그것을 말한다면, 당신의 부대의 등장은 상정 외였습니다. 기습을 당했다면 불리한 상황이었죠."

나 "그러나 당신은 그 유리한 상황을 포기하고 기습하지 않았어요. 어째서죠?"

미라벨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마라."


특무부대의 장은 무서운 목소리를 냈다.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역시 무서운 사람이다.


나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사과하는 나에게, 미라벨은 약간 미소짓고, 말의 어조를 부드럽게 한다.


미라벨 "됐어. 내 작전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귀공의 체포다."

미라벨 "하물며 그 자리에는 귀공들이 해방시킨, 납치된 소녀들의 모습도 보였지."

나 "그래서 불필요한 피를 흘리는 걸 피했다고?"

미라벨 "그래. 너와 마찬가지로."


과연, 이 태도로 보아 입장은 달랐으나, 나에게 공감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일까.


미라벨 "하기야, 그 도나 버로우즈가 칭찬하던 후우마 코타로의 지휘능력은 보고 싶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향해 미라벨은 농담조로 말했다.


나 "도나랑 아는 사이인가요?"

미라벨 "전우다. 너는 재미있는 남자라고 하더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고 말이야."

나 "......"


도나 버로우즈는 미연의 대対 마족 병사다.


오른팔에 안드로이드 암을 달고 있어, 그 인연으로 DSO의 아스카와 인연이 깊어 나도 함께 싸운 적이 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힘이 있다고?

나를 두고 그런 식으로 말했나?


뭔가 쑥스럽다.


미라벨 "확실히 젊고 재미있는 남자로군. 대마인이라는 존재를 조금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나 "감사합니다."

미라벨 "그는 용감한 자다. 결례를 범하지 말도록, 하사."


미라벨은 그렇게 말하고는 내 앞에서 씩씩하게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