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를 상대로 한 운동을 마친 다음날.


유키카제, 아스카, 마이카 세 사람은 첫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스카 "도착."

마이카 "헤에, 여기인가."

유키카제 "그래, 우리의 아지트. 레지스탕스에게도 비밀인 세이프하우스야."


그 양옥은 도쿄 교외의 작은 숲속에 조용하게 서 있었다.


창문에 나무판을 박고 초목이 자라 지붕까지 뻗었지만 일단 저택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카 "너덜너덜하지만 대단한 저택이잖냐. 어떻게 구한 거야?"

유키카제 "원래 우리 집 별장이야."


유키카제는 시원스레 대답한다.


마이카 "너희 집은 대체 뭐냐. 옛날에도 엄청 큰 성에 살았었지."


마이카는 오차 마을의 산중에 우뚝 솟아 있던, 이 저택의 열 배는 될까 하는 유키카제의 친정을 떠올렸다.


유키카제 "여기는 교통이 안 좋아서 나도 거의 안 써봤는데."

유키카제 "덕분에 아무도 모르게 되었고 대파괴도 면했지."

마이카 "여기서 둘이 사는 거야?"

유키카제 "산다기보다 볼일이 있으면 가끔 오는 느낌이야. 본거지는 저쪽이고."

마이카 "없을 땐 방치냐? 아무리 사람들이 거의 안 온다 하지만 잘도 망가지지 않았네."

유키카제 "그건 괜찮아. 집사가 있으니까."

마이카 "집사라니......"

유키카제 "할아범, 다녀왔어."


유키카제는 그렇게 말하며 문을 열었다.



명계의 집사 "어서오시길. 유키카제 님, 아스카 님."


현관 바닥에서 나타난 것은 일찍이 미즈키 저택에 있던 명계의 집사 토키라이 요시키였다.


미즈키 家를 섬기기 위해 명둔술로 스스로를 언데드화한 남자로, 불로불사가 되어 저택의 지박령이 되었다.


턱시도를 입은 해골이라는 기괴한 모습은 그때 그대로다.


명계의 집사 "오야, 손님이십니까."

유키카제 "학교 친구야, 카미무라 마이카."

마이카 "뭐라고?"

아스카 "쉿."


의아하단 표정을 짓는 마이카에게 아스카가 잠자코 있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 두 사람의 말을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명계의 집사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명계의 집사 "그러십니까? 카미무라 마이카 님, 어서오시길."

마이카 "오, 오우......"

유키카제 "우리는 지하실에 있을게."

명계의 집사 "알겠습니다."


명계의 집사는 가볍게 인사하고 사라지려다가 문득 생각난 듯


명계의 집사 "유키카제 님, 클리어 님과 까마귀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어디 계신지 아십니까? 이제 곧 간식시간이 다가오는데요."

유키카제 "......"


유키카제은 일순간 슬픈 표정을 지었으나 곧 명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유키카제 "어디서 놀고 있는 건 아닐까? 조만간 돌아올 거야. 간식은 놔둬."

명계의 집사 "알겠습니다."


미즈키 家의 충실한 집사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유키카제 "......"


유키카제의 가짜 미소도 사라진다.


마이카 "야, 유키카제. 저 집사 영감......"


마이카가 망설이듯 입을 열자,


유키카제 "......아, 응. 우리 집이 없어졌을 때 할아범도 성불했다고 생각했는데."

유키카제 "뭔가 영체가 되어 여기로 이동하고 있었어. 그래서 다시 집의 관리를 부탁한 거야."

유키카제 "그렇다고 해도, 침입자를 배제하는 정도고, 안은 이 모양이지만."


유키카제는 "이것 봐"라는 듯 두 팔을 벌렸다.


확실히 저택 안은 형편없었다.


지난날의 그 집사를 떠올려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이카 "아──그리고, 기억이 이상한 것 같던데."

유키카제 "응......그때 그대로 멈춰버린 것 같아."

유키카제 "뭐, 할아범은 이전부터 건망증이 심했으니, 너무 신경쓰지마."


유키카제는 가볍게 대답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때와는 달라진 슬픔을 마이카에게 느끼게 했다.


마이카 "미안한 걸 물어봤네. 미안하다. 그런데 학교 친구인가. 왠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어."

유키카제 "......그러게."


애써 밝게 말한 마이카에 유키카제는 툭 대답했다.




지하실은 황폐해 있던 저택의 다른 곳과는 전혀 달랐다.


마치 대피소처럼 바닥도 벽도 천장도 두꺼운 강철로 덮여 있다.


입구는 잠수함에 있는 듯한 단단한 해치가 달려 있었다.


가구는 조그만 침대와 선반이 있고 나머지는 컴퓨터와 멀티 디스플레이, 통신장치 등 전자기기 뿐이었다.


마이카 "이쪽은 이쪽대로 굉장하구만. 마치 잠수함 내부 같은데."


여자 셋이 들어서기만 해도 벌써 좁게만 느껴지는 움막 속에서 마이카는 감탄한 듯 말했다.


유키카제 "좁고 답답한 건 내 취향이 아니지만."

마이카 "그렇다는 것은 아스카의?"

아스카 "그래, 방의 설계부터 장비 세팅까지 다 내가 했어."


아스카는 자랑스럽게 말하고, 컴퓨터와 그 밖의 스위치를 톡톡, 즐겁게 켜고 간다.


PC의 구동음, 모니터의 희미한 불빛, 옛날에는 당연했던 물건이지만, 최근에는 좀처럼 볼 수 없다.


마이카 "작지만 오차의 연구실 같군. 요즘 같은 세상에 잘도 이만큼 갖추었어."

아스카 "그 말대로. 물론 요즘 같으면 이런 건 어디 가도 손에 넣을 수 없지."

아스카 "하지만 그건 옛날 DSO 소속이었던 내가 몰래 보관되어 있던 각종 기자재들을──."


거침없이 재잘거리기 시작한 아스카의 말을 유키카제가 가로막는다.


유키카제 "네이네이. 그거 한 번 시작하면 끝이 없지. 자랑은 그쯤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마이카에게 설명해 줘."

아스카 "에────."

유키카제 "에─가 아니야. 시간이 남아도는 게 아니라니까."

아스카 "그치만, 조금은 괜찮지 않아? 응? 조금만."

유키카제 "그럼 그동안 난 이 기계로 게임이나 할게. 어디 보자, 뭘 설치할까? 용량이 큰 게 좋겠지."

아스카 "잠깐, 그러지 마. 제발 부탁이야!"

유키카제 "그렇다면 빨리 설명."

아스카 "하아, 어쩔 수 없지."


유키카제가 매섭게 노려보자 아스카는 시큰둥한 듯 목을 움츠렸다.


마이카 "너희들 좋은 콤비구만."


마이카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스카 "어디부터 설명하지? 그래. 이걸 봐."


아스카는 달칵달칵달칵......짠! 하고 모니터에 도쿄 주변의 지도를 표시한다.


아스카 "이것은 대략 반경 120킬로 권내의 대마입자 반응이 있는 위치를 표시하고 있는데......"

아스카 "유키카제가 과거로 다녀온 후부터 점점 불어나고 있어."

아스카 "대마입자를 잃은 사람이 다시 힘을 되찾거나, 행방불명된 대마인이 돌아오고 있는 거야."


마이카는 흥미롭다는 듯이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마이카 "이게 '테셀락'이란 걸 파괴한 영향인가? 확실히 내 불꽃도 전성기 무렵으로 돌아왔지."

아스카 "테셀락 파괴의 영향인지, 『그』가 구원받은 세계선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스카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배기. 이곳의 가장 강한 반응!"


아스카는 지도 상의 가장 큰 반응을 가리켰다.


마이카 "......?"

유키카제 "......"


마이카는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지만 유키카제는 이제 다 알겠다는 얼굴로 그녀가 그것을 알아채기를 기다리고 있다


마이카 "......어? 야, 이 장소는 분명......"

아스카 "맞아. 반응으로 보아 『그녀』가 분명해."

아스카 "분석 결과 오차 3m까지 장소를 좁혔어."

유키카제 "그래서 우리는 마이카를 찾아간 거야."


그 뜻을 알아듣고 마이카는 히죽 웃었다.


마이카 "내 불꽃이 필요하다는 건가"

아스카 "맞아. 이제부터 같이 깨우러 간다는 건데."

마이카 "아아, 물론 가지."

아스카 "오케이."

유키카제 "다행이다."

마이카 "좋아. 그래서 부를 거지? 후우마를♪ 빨리 불러!"


들뜬 목소리로 말하는 마이카에게,


유키카제 "아, 그거 말인데."

아스카 "이번에는 목소리만으로 참여할 거야."


유키카제는 미안한 듯, 아스카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마이카 "아앙, 목소리만!? 꽤 거드름 피우는구만!?"

아스카 "후우마를 이쪽으로 부르려면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머무는 시간도 제한이 있어."

아스카 "그래서 에너지를 절약하고, 또한 시간적 여유를 얻는 방법을 발명한 거야."

마이카 "쳇, 뭐야......"


달아오른 기분에 찬물을 끼얹어져 마이카는 불만스러운 표정이 된다.


유키카제 "미안. 하지만 목소리만이면 지금의 모습을 후우마하게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있고."


미안해하는 유키카제에게 마이카는,


마이카 "그게 뭐야. 너희들은 이미 봤잖아. 나만 늙은 것처럼 말하지 마."


유키카제는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유키카제 "아냐아냐. 『그녀』 때문이야. 갑자기 지금의 모습을 후우마에는 보이고 싶지는 않은걸."


말끝을 흐리는 듯한 그 말에 마이카도 납득한다.


마이카 "아, 그건가. 그럼 그걸 먼저 말하란 말이야. 에너지가 어쩌고 하는 게 아니라."

유키카제 "아스카 그런 점은 비교적 약하지. 옛날부터 번거롭다고나 할까."

아스카 "시끄러워."


겸연쩍어 하는 아스카의 표정으로 만족했는지 마이카는 휙 마음을 돌린다.


마이카 "좋아. 이번에는 후우마의 목소리만 듣는 걸로 참아줄게."

유키카제 "고마워."

아스카 "이해한다고 하니 이걸 쓸 거야!"


떼렛떼떼 같은 효과음이 울릴 듯한 기세로 아스카가 꺼낸 것은 옛날의 휴대 전화, 속칭 '피처폰'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마이카 "그립구만 그거."

아스카 "그냥 '피처폰'가 아니야. 이건 차원 휴대폰. 시공을 초월해 통신할 수 있는 장치야."

마이카 "차원 휴대폰. 네이밍 센스는 여전하군."

아스카 "신경 꺼. 이거라면 후우마를 이쪽으로 부르는 것보다 에너지를 절약해서 운용할 수 있어."

아스카 "바로 사용해볼게."


아스카는 득의양양해하며 그 차원 휴대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나 "심심하다......"


나는 아직도 미연 육군 정보부에 잡혀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심문이 없다.


심문이든 고문이든 이런 건 오래 계속해도 의미가 없다.


집중적으로 몰아붙이고 나서, 상대방을 쉬게 하며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지론이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통신 단말기는 물론 책도 빼앗겨 버렸으므로 어쨌든 한가했다.


식사도 당분간 멀었다.

물론 간식거리도 없다.


나 "아────."


간이침대로 벌렁 나자빠져 심심함에 신음하고 있자니, 부─부─부─!


갑자기 진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 "우왓!!"


놀라서 소리가 나는 쪽을 보면, 요즘에는 귀해진 낡은 피처폰이 마루에서 부르르 떨리고 있다.


나 "거짓말이지......"


이런 곳에 저런 것이 있을 리 없다.


부─부─부─!


침대에서 내려와 다가가 보면 「발신 번호 표시 제한」이라 되어 있다.


도대체 누가? 무엇 때문에?


부─부─부─!


정체 모를 피처폰은 아직도 떨리고 있다.


받아볼까? 무시할까?


어느 쪽이든 꾸물거리고 있으면 경비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틀림없이 저 피처폰을 빼앗기고 말테지.


에잇, 될 대로 돼라!!


나는 그것을 집어들어, 큰맘 먹고 전화를 받았다.


아스카 『네에─, 후우마인가요?』

나 "아스카!?"


귀를 의심했다.


어째서 아스카가?


내가 여기 감금되어 있는 것을 알고 이런 방법으로 연락해 온 것일까?


아니, 그런 것치고는 너무 부자연스럽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스카 『지금 뭐해?』

나 "뭐하냐니......"


아무래도 감금되어 있는지는 모르는 것 같다.


나 "임무 중이야."

아스카 『아, 미안. 그럼 얘기할 시간 같은 건 없어?』

나 "아니, 그렇지도 않은데......"

아스카 『다행이다. 후우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전화걸어 버렸어, 에헤헤.』

나 "뭐어?"


더욱 귀를 의심하게 된다.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그런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도 이런 비정상적인 수단으로?


역시 뭔가 이상하다.


아니 잠깐, 이 목소리는──.


나 "목소리가 어려. 설마 미래의 아스카인가!?"

아스카 『정답! 역시 후우마네!』


현재보다 어려진 미래의 아스카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이 피처폰은 아스카가 미래에서 보낸 거야? 미래와 통화할 수 있다고!?"

아스카 『그래, 대단하지. 이름하여 차원 휴대폰!』

나 "촌스러운데."

아스카 『신경 꺼.』


엉겁결에 태클을 걸었지만 놀라운 기술력이다.


점점 더 SF 같구나.


나 "유키카제도 같이 있어?"

아스카 『그런 걸 묻다니. 물론 있어.』


아스카는 불만스러운 듯이 말했고, 저쪽에서 전화 바꾸는 소리가 나며 미래의 유키카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키카제 『후우마, 잘 지내고 있어♪』

나 "그저 그래. 지난번 해변은 어떻게 됐지?"


올해 여름, 나는 갑작스럽게 미래의 해변에 불려가 유키카제와 그 까마귀가 성장한 하츠카제와 함께 바다의 가디언과 싸웠지만, 그 녀석을 쓰러뜨린 직후에 차원전이의 시간이 다 되어 원래의 세계로 되돌려지고 만 것이다.


유키카제 『안전해졌어. 하츠카제가 또 보고 싶어해.』

나 "그래, 하츠카제도 거기 있어?"

유키카제 『오늘은 없어. 미안. 그 대신이라고 말하면 뭐하지만......여기.』


또 누군가와 통화를 바꾼 것 같다.


??? 『여, 여어, 후우마. 나다......』


긴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은 기억은......있다.

나는 이 목소리를 알고 있다.


근데 누구지?

바로 이름이 안 나오네.


나 "그러니까......"

??? 『칫, 뭐야. 한 번에 나인지 모르는 거냐?』


그 양키스런 어조에 흠칫한다.


나 "설마 마이카냐?"

마이카 『설마가 아니라 나다. 카미무라 마이카.』

나 "아니, 평소 자기자신을 '이 몸' 등이라고 말하니까. 순간 당황했어."


그 대답에도 한 순간 틈이 생기더니, 어른 마이카는 수줍은 듯 이렇게 되받았다.


마이카 『바, 바보야. 이 나이가 되어 자기자신을 '이 몸'이라 칭하는 건 좀 아니잖아.』

나 "그런데 목소리는 별로 안 변했네."'

마이카 『그, 그래? 헤헷, 너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아니, 옛날이니까 당연한가.』

마이카 "하핫, 진짜 후우마의 목소리다. 진짜 살아있어. 기쁘구만."


목소리만으로는 모습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의 마이카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내가 살아 있어서 기쁘다는 것은 틀림없는 미래의 마이카다.


나 "마이카도 살아 있었나. 다행이다."

마이카 『간단히 죽을까 보냐? 어이, 이쪽으로는 언제 넘어오냐!?』

나 "그, 글세. 그건 아스카나 유키카제 나름이니까."

마이카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어. 밤에는 내가 어른의 매력이라는 걸 충분히 가르쳐주지. 하룻밤 내내 말이야♪』

나 "에에에!?"


갑자기 뭘?


유키카제나 아스카처럼 미래의 마이카도 터무니없는 소리를 한다.


유키카제 『잠깐만 마이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스카 『차원통화로 유혹하다니 비상식적이야!』

마이카 『오늘은 목소리만이라고 들었어. 아 정도는 괜찮잖아!』


저쪽에서 세 사람이 와와 다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차원 휴대폰을 서로 빼앗고 있는 것 같다.


와장창!!


......아, 바닥에 떨어뜨렸다.


아스카 『뭐하는 거야! 망가지면 어떻게 하려고!』

마이카 『나 때문이란 거냐!』

유키카제 『아아 진짜. 내가 후우마랑 얘기할게! 두 사람은 잠자코 있어!』

아스카 『그게 뭐야? 치사해, 유키카제.』

마이카 『잠깐, 나 좀 더 말하게 해줘.』

유키카제 『시끄러워!』


또 우당탕탕 거리다가 결국 유키카제의 목소리가 들렸어.


유키카제 『후우마 미안, 아직 연결되어 있어?』

나 "연결돼 있어"

유키카제 『아~ 다행이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이런 수단으로 연락한 것은 후우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


겨우 본론인 모양인데, 그 전에 나도 할 말이 있다.


나 "잠깐만 기다려. 사실 나도 지금 꽤 곤란한 상황이라서 말이야."

나 "이런 반칙적인 수단으로 연락이 된다면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 굉장히 급해."

유키카제 『무슨 일이야?』


목소리에 긴장감이 서리는 유키카제에게, 나는 현재 나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거기서 도출된 어떤 가설에 대해서도 말이다.


나 "──라는 이유로, 그쪽 세계에서 어떻게든 할 수 없을까?"

나 "현재로서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이 정보를 어떻게 해서든 오차에 전하고 싶어."

유키카제 『어떻게 아스카, 할 수 있어?』

아스카 『오차의 누군가에게 차원휴대폰을 보내면 가능해. 그렇지만 미래 세계에 대해선 가능한 한 알려지고 싶지 않아. 이가와 아사기에게도.』

마이카 『아앙?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스카. 후우마가 일부러 부탁한 거야. 도와주는 게 당연하잖아.』

아스카 『알고 있어. 한 명 있지. 보내도 괜찮은 상대. 좀 불안하지만.』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엣취!』




황폐한 도쿄의 지하.


거기에는 일찍이 미연이 극비리에 연구하고 있던 소형의 지하 원자력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 그 장소는 레이더라고 불리는 자들의 섹트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지상에서 그곳으로 통하는 블록에서 파수견 나이트독을 거느린 파수꾼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이더 "이제 원전이 복구된 것 같다."

레이다 "진짜냐?!"

레이다 "무엇보다 희귀한 '우라늄'? 이라고 하는 위험한 걸 기가스 님이 찾아낸 것 같다."

레이다 "그래서 복구할 수 있는 건가! 뭐, 그걸로 기가스 님의 기분이 좋아진다면 다행이지만."

레이다 "그 정도가 아니야, 형제. 전력이 돌아가면 공장을 가동할 수 있어."

레이더 "기가스 님은 무엇보다 돈 버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니까."

레이다 "그거 다행이군."

나이트 도그 "그르르르......"

레이다 "응? 왜 갑자기 울음소리를──뭐지?"


나이트독이 으르렁거리고 있는 끝의 벽에 오똑한 붉은 점이 떠올랐다.


그것은 순식간에 벽 전체로 퍼져나가 벽이 사탕처럼 녹아 부풀더니,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굉장한 소리를 내며 벽이 날아갔다. 시뻘건 불꽃이 훅 소리를 내며 흘러 들어오고 그것이 좌우로 갈라지면서 세 여자가 나타났다.


마이카 "햣하──!!"

유키카제 "하──. 오랜만에 봤는데 이 엄청난 화력."

아스카 "이럴 때는 역시 마이카야. 데려온 보람이 있어."

마이카 "오우! 난장판을 만들어주마!"


레이다 "저, 적습이다!!! 녀석들이 또 왔다!!!?"

레이다 "게다가 오늘은 세 명이라고!!"

마이카 "오, 코 앞에 적이 있잖아. 너희는 나서지 마라!! 불타 없어져라!"


불길을 두른 여자를 필두로 온몸이 파직거리는 여자, 돌풍을 감싼 여자, 괴물 세 명이 레이더들에게 덤벼들었다.


***



마이카 "하아아아앗!!"


마이카의 오른손에서 업화가 솟구쳤다.


그것은 화룡처럼 돌진하면서 레이더와 파수견 나이트 도그들을 차례로 삼켜 간다.


그들은 비명을 지를 겨를도 없었다.

압도적인 화력에 순식간에 절명하고 탄화하다.


마이카 "웃샤아아아아!!


일찍이 그 과도한 화둔의 힘을 억제하기 위해, 명도 바주카라고 부르던 화포형 리미터를 사용하던 마이카였지만, 이제 그 막강한 불꽃의 힘은 그녀의 의사에 따라 완벽하게 조종되고 있었다.



마이카 "오라아아아아!!"


오른손의 토시에 플레임 클로. 아까 업화를 쏜 그곳에서, 이번에는 화구가 차례차례로 쏘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방어구인 동시에 불꽃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바꿔 제로 거리에서 원거리까지 종횡무진 하기 위한 무기다.


마이카 "으랴아아아아!!!"


왼손의 플레임 블레이드가 붉은 궤적을 그리면서 나이트 도그가 두동강 났다.


그것은 화둔의 에너지를 수속해, 플라즈마화한 칼날로 모든 물체를 녹여 벤다.


마이카 "오라오라오라아아아!!"


며칠 전까지 시골 구석에서 은둔생활을 하던 울분을 씻듯 마이카는 크게 날뛰었다.



유키카제 "데야앗!! 타아아앗!!"


그 옆에는 똑같이 뇌둔의 힘을 완전히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 유키카제가 그 실력을 한껏 발휘하고 있다.


아스카 "핫! 핫! 하아아앗!!"


그리고 또, 일찍이 '강철의 대마인'의 유래인 안드로이드 암&레그를 잃고, 육체까지 젊어져 버린 아스카가, '풍신의 대마인'이라 불리게 된 그 힘을 마음껏 떨치고 있었다.


즉, 레이더 따위, 몇 명이나 있든 그들의 적이 아니다.


세 사람은 순식간에 주변 일대를 제압하고 있었다.


마이카 "하, 별 거 아니구만. 이걸로는 준비운동조차 못돼."


이 블록에 있던 적의 절반 이상을 혼자 쓰러뜨렸으면서 마이카는 아직 아쉬운 듯 했다.


유키카제 "뭐, 여길 제압하는 일에 우리 셋은 너무 많잖아."

아스카 "여기까지 오는 게 목적인 걸. 복구됐다는 소문은 정말인가 봐."

유키카제 "좋아. 이걸로 시카노스케의 좌표를 알아낼 수 있겠지."

아스카 "이 녀석들이 성실하게 원자력 발전소를 고쳐줘서 다행이야."


얼마 전 후우마를 불러내기 위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이곳에 잠입했고, 결과적으로 원전을 고장 낸 두 사람은 안심한 듯 말했다.


마이카 "시카노스케의 좌표 특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간다 했었지."

아스카 "시카노스케에게는 차원 비콘을 건네주지 않았으니까."

마이카 "그런데 메신저가 시카노스케라니. 정말 괜찮은 거야?"


마이카는 의아해하던 것을 묻는다.


유키카제 "후우마에게서의 전언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달리 없어."

유키카제 "어떻게든 살아남다보니 시카노스케도 비교적 씩씩해졌더라."

마이카 "그거 참 믿음직스럽구만."


탁하고 오른쪽 주먹을 왼쪽 손바닥에 박는 마이카였지만, 이번에는 유키카제 쪽이,


유키카제 "있잖아, 시카노스케에게 차원 휴대폰을 보내기 위한 에너지로, 또 여기 망가질 것 같지 않아?"

아스카 "음──아마 그렇겠지. 어쩔 수 없어."


아스카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한다.


유키카제 "그러면 이번에야말로 기가스가 폭발하지 않을까. 어떻게 할 거야?"

아스카 "....."


아스카는 잠시 침묵하더니, 


아스카 "녀석의 부탁을 들어줄 수 밖에 없겠네."

유키카제 "아아, 전부터 끈질기게 부탁해 온 거?"

아스카 "응. 그걸로 퉁 치는 수 밖에."

유키카제 "뭐, 어쩔 수 없네."


체념한 듯한 두 사람에게 마이카가 싫은 듯 말했다.


마이카 "어이어이, 그게 무슨 소리야. 그 녀석 마음에 안 든다고."

아스카&유키카제 ""나도 싫어.""


둘이 목소리 겹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