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우마 코타로가 볼 때, 미래라고 불리는 이세계에서 그녀가 눈을 뜨려 하고 있었다.


그 계기를 만드는 것은 '신神'이란 이명으로 불리는 세 사람의 대마인.



코우카와 아스카 "제대로 눈을 뜨는 거야, 키라라."


풍신, 코우카와 아스카.



미즈키 유키카제 "마이카!!"


뇌신, 미즈키 유키카제.



카미무라 마이카 "아아!!! 오니사키 선배, 미안하지만 엄청 시끄러운 자명종을 울려주마!"


그리고 화신, 카미무라 마이카


마이카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세 사람의 포효가 얼어붙은 대지를, 닫힌 그녀의 마음을 녹여 간다.


아스카 "하아아아아앗!!"


절망, 슬픔, 체념......그런 것을 한데 모아 날려버리는 강한 바람이 달리고,


아스카&유키카제 "하나, 둘!!"


그녀를 가둔, 아니 스스로 틀어박혀 있던 단단한 얼음이 부서졌다.


아스카 "아파라."

유키카제 "밑의 얼음이 통째로 무너진다던가......아파."

마이카 "......이리되면 떨어질 게 뻔하잖아."

유키카제 "정말이지. 아스카 너무 진지했잖아."

아스카 "너의 기합이 너무 강했던 탓이야."

마이카 "어이, 저걸 봐라!"




계속 꿈을 꾸고 있었다.


그가 살아있던 시절의 꿈


그건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즐겁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슬펐다.


꿈 속에서 그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없으니까.

그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눈을 뜰 수 없었다.


인정하기 싫어서.


납득할 수 없었으니까.


그가 죽고 말았다는 것이.


그렇게 느끼는 마음마저 얼어붙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깨워져버렸다.


강하고, 상냥하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동료들에 의해서.


그리고 혹시나 마음 속에 조금 남아있었던, 그가 두고 간 등불에 의해.


오니사키 키라라 "......"


셋을 돌아본다.


알고 있는 듯한, 그렇지 않은 듯한 모습


하지만 엄청난 힘을 느낀다.


모두 대마인이다.


마이카 "눈을 뜬 것 같은데."


저 불타는 듯한 빨간 머리의 여자는 아마, 카미무라 마이카일 것이다.


아스카?  "오랜만이야."


누구지?

코우카와 아스카와 분위기가 비슷하지만 손발이 멀쩡하고, 원래보다 훨씬 젊다.


유키카제 "......오랜만이에요, 오니사키 선배."


누군지 금방 알겠다


저 대마인 슈트.


저 강한 의지를 간직한 눈동자


미즈키 유키카제다.


리본도, 양갈래도 그만두고 완전히 성인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얼어붙어 있었던 것이다.


키라라 "으읏!"


그것을 깨달았을 때, 마음이 왈칵 쏟아졌다.


스스로 가두어버린 마음이, 오늘까지의 마음이 있는 그대로.


정신을 차려보니 흐르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키라라 "미안해...미안해, 미즈키짱...나..."

키라라 "후우마가 없는 현실에 견딜 수 없어서 도망쳤어...읏."

키라라 "앞뒤 생각은 조금도 안했어...그 때문에...전부...모두에게 힘든 일을 떠넘겨버렸어..."

키라라 "미안해...미안해..."


꼴사납게 흐느끼는 키라라를 유키카제가 부드럽게 안아 주었다.


유키카제 "감사합니다"

키라라 "으읏......으으으~~~."


키라라는 고개를 흔든다.


감사의 말을 들을 만한 일은 하지 않았다.


자신은 도망갔을 뿐이야.


모두한테 떠넘기고서.


아스카? "당신 덕에 시간을 벌고 반격할 기회가 생긴 거야."

아스카? "우리가 이러고 있는 건 당신 덕이라고 해도 돼."

유키카제 "그러니까 지금은......그런 생각은 말아주세요."

마이카 "그런 거라고. 신경 쓰지 마, 오니사키 선배."

키라라 "으으...우...고마, 워..."


다들 너무 착해.


너무 착해서, 내 자신이 한심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


아스카? "여기서 꺼내드는 차원 휴대폰."

키라라 "차원......휴대폰?"


아스카를 어린애로 만든 것 같은 아이가 낡은 휴대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한다.


아스카? "야호 여보세요. 나야. 그쪽은 괜찮아? ......아, 잘 되었구나. 다행이다."

아스카? "이쪽? 응. 지금......응, 맞아. 자, 키라라. 부활 축하 선물이야."


그 아이는 누군가와 연결된 핸드폰을 휙 던졌다.


키라라 "아......"


받아내며 묻는다.


키라라 "계속 신경쓰였는데, 누구야?"

아스카 "아스카야. 한때는 강철의 사신이라 불렸던."

키라라 "!? 왜 그런 꼴이 된 거야!"

아스카 "나중에 얘기할게. 얼른 전화나 받아."

키라라 "......여보세요?"


도대체 누구지?


쭈뼛쭈뼛 휴대폰을 귀에 댄다.


??? 『아......키라라 선배?』

키라라 "......!"


호흡이 멈춘다.


이 목소리.


잊을 리 없는 이 목소리.


계속 꿈 속에서만 듣던 이 목소리.


하지만, 그런...그런 일이 있을리가...


왜냐하면 그는...그는 이미...


키라라 "후우......마......야?"


한심할 정도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아니라고 할까봐 겁이 났다.


후우마 『아, 네......그렇습니다.』


천연덕스러운 그 대답.


아아, 진짜 후우마다.


키라라 "어떻......게......살아있어......?"

후우마 『아──, 그런 게 아니에요.』

키라라 "에......?"

후우마 『저는 과거의 후우마에요. 아, 아니, 과거라고 해도 그와 유사한 다른 세계입니다만.』

후우마 『있잖아요, 제 집에 얹혀살던 다른 세계에서 온 젊은 사쿠라, 그 녀석과 똑같아요.』

후우마 『그래서, 거기에 있는 어른 유키카제가 브레인 플라이어에게 살해당할 뻔한 저와 시카노스케를 구하러 와 줘서.』

후우마 『그래서 살아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그쪽 세계의 내가 살아난다던가 하는 것은......죄송합니다.』

키라라 "......"


과거라든가 다른 세계라든가 너무 갑작스러워서 잘 모르겠다.


단지, 그때와 같이 말을 걸어 준 것이 기쁘고, 후우마가 어디선가 살아있는 것이 기뻐서......


후우마 『저기. 들리시나요?』

키라라 "들...려...응...괜찮아..."

후우마 『선배?』

키라라 "...응."

후우마 『얼음 속에 있었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세요?』

키라라 "...응."


이건 거짓말.


조금도 괜찮지 않다.


그야 후우마가 살아있는걸.


살아있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른다.


안돼, 아무 생각도 안 나


키라라 "후우마..."

후우마 『네.』

키라라 "후우마. 나...나 말이야..."

후우마 『네.』

키라라 "하고 싶은 말이...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키라라 "그런데...그랬는데...어째서일까...다 날아가 버렸어..."

키라라 "말이 안 나와서...그러니까...그러니까...후우마..."


필사적으로 말을 찾는다.


하지만 핸드폰의 램프가 점멸을 시작한다.


거짓말? 배터리 방전?


아스카 "키라라. 슬슬 한계야."

유키카제 "너무 길게 얘기는 못해요. 죄송해요."

키라라 "...알겠어. 그럼 후우마...끊을...게."


하고 싶은 말, 아무 말도 못하고 있어


가슴이 조여온다.


마지막으로 뭘? 뭘 말해야 하지?


고마워?

미안해요?


아니면......아니면......계속 좋아했다?


무리야, 갑자기 그런 말 못해.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후우마가 말했다.


후우마 『아, 선배.』

키라라 "뭐, 뭐야?"

후우마 『그럼, 다음에 또 보죠.』

키라라 "......!"


당연하다는 투의 말.


하굣길에, 임무가 끝난 후에 흔히 듣던 그 말.


가혹한 싸움 속에서도, 내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치 시간이 돌아온 것처럼, 그때의 마음이 되살아났다.


어느새 멈췄던 눈물이 다시 쏟아질 것만 같다.


키라라 "응. 다음에 또......"


울음 소리가 나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옛날처럼 선배답게, 평범하게 대답했다.


과거와의 전화가 끊기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키라라 "으윽......히......크......으윽......크흐읍......"


눈물이 흘러나와서 멈추지 않아.


그래도 다행이야.


이건 기쁨의 눈물이니까. 후우마와 다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덕에 나오는 눈물이니까.


이제 평생 분만큼 울어도 돼.


아스카 "아──, 키라라. 기분 좋게 울어대는데 미안하지만."

유키카제 "아스카, 말투."

아스카 "그치만 이미 왔는걸."


오고 있어? 뭐가?


유키카제 "선배, 곧바로 미안하지만......"

키라라 "에......?"


유키카제가 가리킨 곳.


브레인 플레이어의 가디언과 무장한 적들이 밀려오고 있다.


마이카 "헤에. 단체로 몰려오는구만."


마이카가 대담한 표정을 짓는다.


아스카 "오랜만에 눈 뜨고 몸도 풀 겸 가볍게 고철 처리하지 않을래?"


어째선지 젊어진 아스카가 물어온다.


키라라 "응. 못난 꼴은 다 보여줬으니까."


키라라는 일어섰다.


눈물이 반짝 얼음 조각이 되어 흩어졌다.


됐어, 할 수 있어. 이제 괜찮아.


유키카제 "선배......귀퉁이가......"

키라라 "에......?"

아스카 "뭐야? 칙칙했던 색이 투명해져가."

마이카 "마치 수정 같구만. 예쁜데."

키라라 "그런가......"


스스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다른 건 알겠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힘이 흘러넘친다.


달아나기 시작했던 그때보다 더 강한 힘이.



키라라 "이젠 절대로 도망가지 않아. 빙신氷神 키라라의 힘, 보여줄게!"


***


나 "아, 선배...그럼, 다음에 또 보죠."


나는 '미래'와의 통화를 끝냈다.


아무래도 저쪽도 무사, 키라라 선배를 구출한 것 같다.


좀 울먹이던데 괜찮을까?


나 "뭐어, 유키카제 일행이 있으니까......"

로렐라이 "도련님, 꽤나 오래된 핸드폰을 쓰는구나."


로렐라이가 재빨리 물었다.


나 "아, 이런 걸 좋아하거든."


설마 미래의 다른세계와 이야기할 수 있는 핸드폰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나는 적당히 대답하고 차원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츠루 "주인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인외의 오료 "이제야 결말이 난 것 같군."

사쿠라 "미연 사람들 이제 철수하는 것 같아."

나 "그래, 다행이다."


츠루, 오료, 사쿠라도 돌아왔다.


세 사람 다 부상은 없다.


이제 건물 안에서도, 밖에서도 전투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후, 적의 제일진은 츠루에게 두려움을 품고 놓아주었지만, 그 후도 마찬가지로 선뜻 탈출할 수는 없어, 결국, 거점 내에서의 전투가 되었다.


츠루, 사쿠라, 로렐라이는 엄청난 활약을 보여, 나도 마성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싸우고, 뒤늦게 온 오료와도 합류해, 내부의 적을 제압할 수 있었다.


밖에서는 화둔중의 공격으로 적이 상당히 혼란했지만 그래도 잘 견디고 항전하고 있었으나, 안이 먼저 와르르 무너지고 난 끝에 겨우 나의 설득에 응하여 미연은 항복했다.


사쿠라 "순순히 항복해 줘서 다행이네. 아무리 후우마 군을 구하기 위해서라지만, 기지 사람들을 몰살하는 건 뒷맛이 나빠."

츠루 "주인님의 성의 있는 설득 덕분입니다."

나 "아니, 거점 안팎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준 다음에 제대로 도주 루트를 만들어 준 것 뿐이니까."

나 "그 녀석들도 바보는 아니야. 내가 아무 말도 안 했어도 적당한 때를 봐서 후퇴했겠지."


사쿠라 "좀 더 빨리 도망갈 길을 알아챘으면 좋았을 텐데."

오료 "그건 어쩔 수 없지. 애당초 체념하지 못한 녀석들이야."

로렐라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금은 부상자를 안고 숙연하게 철수하고 있다구. 도련님에게 감사하지 않겠어?"

츠루 "당연하옵니다."




엔토 "오늘 밤의 라이브도 끝이 났구나."


후우마 코타로 탈환 작전의 지휘를 맡은 엔토는 만족스러운 듯이 기타를 연주했다.


호엔사이 "적을 살려두고 돌려보내는 등. 무르구먼."


반면 호엔사이는 불만이었다.


엔토 "뭐, 이 바닥에서 인정은 금물이라지만 난 영감의 대장 방식은 좋아하지 않거든."

호엔사이 "내 대장은 후우마 단조 님만이 아니야."

엔토 "오, 대장이 돌아왔구만."

호엔사이 "흥......"


후우마 코타로가 빌딩에서 나왔지만, 호엔사이는 무시하고 돌아가려 한다.


엔토 "그러지 말고, 인사 정도는 하지 그래? 영감네 도련님이잖아?"

호엔사이 "나는 이제 후우마 일문도 뭣도 아니다! 그 이름은 버렸어!"

엔토 "......"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는 태도에, 엔토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지만,


호엔사이 "뭇......!'


후우마 코타로의 모습을 힐끗 본 순간, 호엔사이는 숨을 삼키고 있었다.


그는 츠루, 사쿠라, 오료, 로렐라이 등 가공할 여자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곁에 두고 항복을 받아들인 미연 지휘관의 경례에 응하며, 무슨 말을 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몸짓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호엔사이의 기억과 겹치는 것이 있었다.


호엔사이 "저 모습은......마치......"

엔토 "왜 그래, 영감?"


표변한 노인의 모습에 엔토는 의아스러운 듯이 묻는다.


호엔사이 "눈이 침침해졌나 보군. 저것이 정말로 짝눈......아니, 도련님인가!?!"

엔토 "나는 잘 모르지만, 들은 얘기로는 이런 저런 일이 있었던 것 같아."

엔토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저 녀석이 대단한 놈이라고 생각하는데."


엔토는 짜잔하고 그를 위한 리프를 읊으며 머리가 굳은 노인에게 말해 주었다.


호엔사이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내가 그런 멍청한 실수를!"


그 말을 듣고 있는지 아닌건지, 호엔사이는 갑자기 후우마 쪽으로 달려나가 마음껏 땅에 손과 무릎을 꿇고 깊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 "어......?

호엔사이 "도련님! 도련님! 호엔사이입니다! 부디 용서를!!"

호엔사이 "이 호엔사이, 도련님의 곤경을 모르고 지금까지의 불충을 저질러 왔나이다. 부디, 부디......!"

사쿠라 "가, 갑자기 무릎 꿇었어."

츠루 "뭘 이제와서......"


갑자기 무릎 꿇어온 노인


츠루는 눈살을 찌푸리는데, 호엔사이라고? 그 호엔사이?


아, 확실히 이건 그리운 기름 냄새. 기억난다."


나 "호엔 영감도 오랜만이야. 그래, 구출부대에 있었구나. 고마워."

호엔사이 "가, 감사한 말씀! 이 늙은이, 도련님......아니, 당주님을 위해 앞으로도 힘쓰겠습니다!"


무엇을 감격하는지 모르겠으나 호엔사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츠루 "주인님, 이 썩을 영감──아니, 노인은 주인님의 일족의 분이십니까?"


그렇게 묻는 츠루의 목소리는 전에 없이 삐걱거린다.


나 "아아, 후우마 호엔사이. 예전에는 후우마 화둔중을 이끌고 이가와 쪽을 휩쓸고 다니던 방화 도적이야."

사쿠라 "갱생할 순 없는 거려나."

나 "못해. 골치 아픈 영감이라서. 어렸을 때는 잘 놀았어. 그간 잘 지낸 것 같아 다행이다."

호엔사이 "네이──잇!!"

츠루 "......"


츠루은 말이 없다.


역시 이 두 사람,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

그건 좀 신경 쓰이지만,


츠루 "주인님, 피곤하지 않으십니까? 어디선가 주무시는 게."

나 "아니, 오차가 위험해. 빨리 돌아가자."


나는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