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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 학원의 뒷산


본영을 지키는 최종 방위 라인


과거 후우마 단조를 따르던 노인 둘. 그 중 하나는 젊은 여자의 모습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미란다 "우후후, 그럼 시작해볼까요."

호엔사이 "그런 말투 좀 그만하라니까. 정체가 드러난 이상 그런 미소녀인 척해도 소용없어."

미란다 "척이 아니야. 이제 저절로 이렇게 돼버렸거든."

미란다 "으음 요즘, 텟카인 반테츠 시절이 꿈이고 원래부터 이 몸이였던 것 같아. 기분이 엄청 좋아."

호엔사이 "말세로구만.'


잔뜩 찌푸린 표정의 호엔사이에, 미란다는 두 손을 딱 모으고 겉모습과 몸짓만은 젊게 말했다.


미란다 "맞아. 너를 죽이면 똑같이 귀여운 의체에 넣어줄게. 우리 여자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자."

호엔사이 "꺼져라. 나는 이 늙은이의 몸이 마음에 들어서."


호엔사이는 단호하게 말하고 기름을 자기 주위에 떠올린다.


미란다 "그래. 아쉽네."


미란다 역시 철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사안 '천진마라'를 빛낸다.


호엔사이 "그럼 시작해볼까."

미란다 "마음껏 죽여보자."


미란다는 싱긋 웃더니 칼로 날카롭게 베어 들어왔다


호엔사이 "오야?"


호엔사이는 의외라는 듯 몸을 뺀다.


미란다 "어머, 왜 그래?"


호엔사이를 쫓아 이격, 삼격을 가하면서 미란다가 고개를 갸웃한다.


호엔사이 "장기인 철로 꽁꽁 묶어오는 수를 써 올 줄 알았는데."

미란다 "그럼 재미없지? 젊으니까 몸을 움직이는 게 즐거워."

호엔사이 "이런이런. 천진마라로 그 의체를 조종하면, 늘 전력을 낼 수 있는 거겠지."

미란다 "그런 거야, 할아버지. 헉, 헉, 헉!!"


눈으로 쫓기 어려운 나이프.


역수로 쥔 그 칼끝이 급소를 노려 차례차례로 쏟아져 온다.


호엔사이도 격투술의 달인이지만 젊은 미란다, 그것도 의체의 능력을 100% 발휘하는 그녀를 따라갈 수 없다.


호엔사이 "호홋. 이거 엄청난 속도로군. 하지만 소용없어."


그러나 호엔사이의 표표함은 변함이 없었다.


연이은 칼날을 계속 피하기는커녕 이미 몇 번이나 받았는데.


주륵, 주륵, 주르르륵.


미란다가 베든 찌르든, 칼날은 호엔사이의 기름투성이 몸을 미끄러져 간다.


호엔사이 "횻횻횻. 제법 잘 찌르는구나."

미란다 "유둔의 술, 여전히 훌륭하네."

호엔사이 "나의 '기름'은 잘 타오르고 잘 미끄러진다. 어떤 칼날도 미끄러져, 나를 베는 것 따위는 불가능해."

미란다 "그럼, 찌르는 대신 태워볼까? 자, 선물♪"


미란다는 호엔사이의 품 속으로 순식간에 뛰어들더니, 숨기고 있던 수류탄을 그 지근거리에서 여러 개 집어넣었다


호엔사이 "아차──."

미란다 "잘 가."


투콰아아아아아아앙!


이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어느 쪽도 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미란다는 의체에 넣어둔 철을 조종해 자폭이나 다름없는 그 위력을 막고 있었다.


미란다 "의외로 싱겁네. 역시 나이를 먹으면──."


그 뒤를 호엔사이가 잇는다.


호엔사이 "건망증이 심해져서 탈이야. 품 안에 들어오는 등 오랜만이라, 그만 폭탄 따위에 놀라 죽을 뻔했어."

미란다 "뭐!?"


미란다는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의 폭발조차 기름으로 미끄러뜨린 호엔사이가 그 자리에 태연하게 서 있었다.


호엔사이 "이런이런, 자랑하던 수염이 살짝 타버렸군."


그래, 피해는 그 정도, 나머지는 약간의 찰과상이 있는 정도, 전혀 치명상에는 미치지 않았다.


미란다 "그런 바보 같은......!"

호엔사이 "오야, 뭘 놀라는 거지? 네 녀석, 나의 능력을 잘 알고 있었을 텐데?"

호엔사이 "하기사 넌 이제 텟카인 반테츠가 아닐지 몰라. 뭐, 하는 짓은 변치 않지만."

미란다 "치잇!"


미란다는 몸을 추스르기 위해 호엔사이에게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호엔사이의 몸에서 기름줄이 도화선처럼 자신에게 뻗어 있는 것을.


호엔사이 "쓸데없는 저항은 소용없다. 네 녀석은 이제 기름범벅. 아무리 움직여도 내 기름줄이 끊어질 일은 없어."

미란다 "핫!"


미란다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몸을, 젊은 여자의 몸을 내려다본다.


호엔사이 "끝이다."


딱.

화아아아악!!


호엔사이가 손가락을 울리자 불길이 엄청난 속도로 기름줄을 달려, 미란다에게 불을 붙였다.


미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름다운 소녀의 몸이 순식간에 불덩어리로 변했다.


호엔사이 "오야오야, 이거 잘 타는군."


호엔사이는 활활 타오르는 미란다에게 문자 그대로 기름을 붓는다.


미란다 "읏......싫어엇......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미란다의 몸이 흔들렸다.

마치 불길 속에서 춤추는 것처럼.


호엔사이 "그러나 비명까지 소녀의 목소리라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미란다 "악......앗......아......!"


비록 친밀한 건 아니었으나 일찍이 단조 아래서 함께 싸운 남자, 텟카인 반테츠.


그 변모에 호엔사이는 다소의 연민을 느끼기는 했으나 용서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지금도 그의 뒤에서는 당주님과 마찬가지로 아직 젊은 대마인들이 싸우고 있다.


호엔사이 "이 녀석을 다 태우고 나면, 당주님께 가기 전에 젊은 대마인의 조력이라도 해야겠군."

호엔사이 "이런 것도 노인의 역할이니까 말이야. 횻횻횻."


호엔사이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고 껄껄 웃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같은 시각──.


퓌르스트의 심복 둘은 절체절명의 궁지에 빠져 있었다.


시무루그 "크키이이이이이이!!"


먼저 움직인 것은 시무루그였다.

하지만 싸우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상처 입은 날개를 필사적으로 파닥거리며 오로바스를 내버려두고 도망치려 한다.


사쿠라 "어이쿠, 놓치지 않아! 인법, 그림자 투망~~~!!"


사쿠라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손가락 끝에서 검은 투망이 뻗어 나가며, 간신히 날아오른 시무루그를 잡아 땅으로 끌어내린다.


시무루그 "히이이이이이이이!!"


겁에 질린 올빼미 수인이 비명을 지른다.


무라사키 "새를 잡는 것도 투망인가?"

사쿠라 "아닌가?"

무라사키 "나도 잘 몰라."

오로바스 "구가아아아아아아아악!!"


사쿠라와 가볍게 말을 주고받으면서 무라사키는 도망가지 않고 싸울 마음이 생긴 오로바스에게 대도끼를 휘둘렀다.


무라사키 "데야아아앗!!"


카키이잉!!


오로바스 "우왓!"


지금까지와는 달리 진심인 무라사키의 일격에 오로바스의 메이스는 어이없게 간단히 손에서 떨어져, 멀리 저편까지 날아가고 있다.


어로버스 "오오오오오오오?! 내, 내 메이스가!!"


오로바스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다.


무라사키 "어디......"


무기를 잃은 오로바스를 향해 무라사키는 추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도끼를 땅에 내려놓고 두 손을 벌렸다.


무라사키 "두동강 내는 것도 좋지만 다시 한 번 힘겨루기로 상대해주지. 죽기살기로 덤벼라."

오로바스 "여, 여자, 네 녀석! 네 녀서어어어어억!!!


오로바스는 화가 치밀어 최후의 돌진을 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뒷다리를 쿵쿵 박찬다.


사쿠라 "와, 뭇짱 멋있다. 그럼 나도 저 이상한 새에게 결정타를──."


사쿠라가 소태도를 빼들고 그림자 투망을 헤치며 몸부림치는 시무루그에 다가간 그때.


무라사키 "사쿠라!!"


무라사키가 경고의 소리를 질렀다.


사쿠라 "앗!!'


거의 동시에 사쿠라도 얼굴을 긴장시킨다.


두 사람 모두 오로바스와 시무루그를 무시하고 아무도 없는 어둠을 분명히 응시했다.



퓌르스트 "눈치가 빠르네요."


어둠 속에서 솟아나듯 나타난 것은 시무루그와 오로바스의 주인이었다.


사쿠라 "퓌르스트!"

무라사키 "부하를 미끼로 한 기습? 네놈다운 수법이군."

시무루그 "퓌, 퓌르스트 님!?'

오로바스 "나, 나를 미끼? 퓌르스트 님이?"


무라사키의 지적에 측근 두 사람은 동요한 모습으로 퓌르스트를 바라보았지만,


퓌르스트 "그건 오해에요. 나는 당신들을 도우러 온 겁니다."

퓌르스트 "이미 닐슨을 잃었고 비네아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당신들까지 잃을 수는 없어요."

퓌르스트 "우리 역할은 이미 끝났고요. 남은 건 그 여자 하기 나름."

퓌르스트 "그럼 이가와 사쿠라, 야츠 무라사키, 안녕히계십시오. 즐거운 밤 되시길."


퓌르스트는 작별의 악수라도 하듯 오른손을 네 사람 쪽으로 향했다.


푸화아아아아악!!


장기瘴気가 사쿠라, 무라사키, 그리고 시무루그와 오로바스에게 날아든다.


사쿠라 "위험해!!"

무라사키 "쳇!!"


사쿠라와 무라사키는 재빨리 피했지만,


시무루그&오로바스

"갸아아아아아악!"

"크기이이이이이!"


측근 두 사람은 그대로 삼켜져, 지금의 실수의 벌을 받는 것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대로 장기에 이끌려 퓌르스트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무라사키 "또 도망갔구나."

사쿠라 "저 두 사람은 그렇다 치고 퓌르스트는 제대로 싸울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아."

보라색 "그렇군."


둘이 얘기하다 보면,


쿠르릉!!

파직파직파직파직!!


오차를 둘러싼 산 중 하나에서 섬광이 번쩍이고 굉장한 우렛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쿠라 "지금의 천둥, 유키카제짱이야."

무라사키 "표적은 또 클리어인가? 오니사키에 호마레, 게다가 우에하라 선생님도 있으니까 괜찮다고는 생각하지만......"

사쿠라 "하지만 아직 다들 여기저기서 싸우고 있어. 난 먼저 갈게. 안녕, 뭇짱!"

무라사키 "아아, 이따가 보자, 사쿠라."


두 사람은 가볍게 하이터치를 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여기서도 또 하나의 싸움이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츠루 "이즈모 츠루, 갑니다."


츠루은 굳이 그렇게 고하고 나서 한조를 향해 크게 내디뎠다.


양다리의 블레이드의 끝으로 대지를 박차고, 굉장한 스피드로 달린다기보다, 지표를 나는 듯이 돌진한다.


사이토 한조 "쓸데없는 짓을."


바보 같이 똑바로 돌진해오는 츠루에게 한조는 모멸의 미소를 지었다.


양손의 무장화를 그만둔 이상, 츠루의 목적은 접근전, 게다가 발기술에 의한 공격.


저 발로 약간은 빨리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지만, 한조의 보이지 않는 폭탄이 더 빠르다.


이탄화탄소 중독으로 괴롭혀 주기 위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설렁설렁 했지만 이번에는 한 방에 죽인다.


소형 봄베로부터 수소가스를 방출해, 대기 중의 산소와 혼합해 조종, 단열압축에 의해서 폭발시킨다.


연달은 대기조작에 의해 일련의 동작은 콤마 이하로 완료한다.


사이토 한조 "죽어라."


하지만 한조가 발화시키는 것보다도 빨리, 츠루의 몸이 옆으로 뛰었다.


츠루 "......읏!"


쿠우우웅!!


아무도 없는 장소를 보이지 않는 폭탄이 뒤늦게 날려버린다.


사이토 한조 "뭣!?"


지금 어떻게 피했지?

설마 보이지 않는 폭탄이 보였나?


그럴 리 없다. 우연이다.


사이토 한조 "운이 좋은 녀석이군."


한조는 혀를 차면서 츠루를 다시 겨냥하지만,


츠루 "하앗!!"


쿠우우웅!


또다시 한조가 폭발시키는 것보다도 빨리 츠루가 그것을 피하고 있었다.


또다. 단순히 감인가?

한조의 살기를 읽었나?


아니면 설마 대기조작의 타이밍을 본 건가?


사이토 한조 "바보 같은......"


한조는 약간 초조감을 느끼면서 츠루를 노려 차례차례 폭발을 일으켰다.


쿠웅, 쿠웅, 쿠구우우웅!!


하지만 맞지 않는다.


츠루은 메이드복을 휘날리며, 마치 춤추는 듯한 스텝으로 폭발을 피하더니,


츠루 "......!"


동요하던 한조의 대기조작이 늦은 일순간, 번개처럼 품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사이토 한조 "큭!"


공압에 의한 보이지 않는 주먹을 쓸까?


아니, 늦었다.


츠루 "하악!!"


섬광 같은 츠루의 돌려차기

날카로운 블레이드 다리가 한조에 육박한다.


사이토 한조 "치잇!"


등골에 소름이 이는 것을 느끼면서, 한조는 몸을 틀어 그것을 피했다.


촤아악!!

가슴의 방어구가 찢어진다.


간발의 차이.


한순간이라도 늦었더라면 당했을 것이다.


츠루 "──."


그대로 뒤로 물러서는 한조를 츠루가 뒤쫓으며 연달아 공격해 온다.


사이토 한조 "큭, 바보 같은!?"


이 냉철한 표정


머리에 피가 거꾸로 솟았던 조금 전까지와는 전혀 딴사람이다.


얼음처럼 차가운 두 다리의 블레이드가, 그 이상으로 시린 살의를 싣고 덮쳐온다.


사이토 한조 "치잇! 큭!!"


한조는 몸을 피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그 외에 대기조작은 고사하고 얼마 안 되는 페인트를 사용할 여유도 없다.


츠루 "──."


게다가 이산화탄소 중독을 막기 위해 츠루는 계속 숨을 멈추고 있다.


단기결전.

이 숨이 다하는 사이에 승부를 가를 작정이다.


사이토 한조 (좋다, 네가 그럴 생각이라면......)


한조는 반격을 위한 준비를 개시했다.


사쿠라 "츠루짱 굉장해!"


사쿠라는 감탄했다.


츠루는 조금 전까지의 열세가 거짓말처럼 한조를 방어전 일변도로 몰아넣고 있다.


라이브러리 "기둔機遁의 술로 라이플 같은 것도 쓰게 됐지만, 츠루은 본래 도각刀脚의 술사이기 때문이죠."


라이브러리가 조용히 대답했다.


사쿠라 "원점으로 돌아왔어. 아버지가 와서 냉정해졌구나."

라이브러리 "......"


거기에는 무언인 아버지. 조금 쑥스러운 것 같다.


사쿠라 "니히히히......"


사쿠라는 저도 모르게 웃어 버리면서 루이스의 동향을 면밀히 살폈다.


루이스 "......"


불과 바람을 다루는 실력자 용병은 물끄러미 파트너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사쿠라와 라이브러리의 눈을 피해 한조를 도와줄 여유는 없을 것이다.


루이스 (훗, 파트너, 할 생각이군)


정작 그런 루이스는 속으로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한조의 의도를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츠루의 공격은 굉장하다.

마치 다시 태어난 듯하다.


한조도 대마살법의 달인이지만, 대기조작이라고 하는 장치로부터 발동까지 시차가 있는 능력의 성질상, 양다리의 블레이드에 의한 직접 공격에만 집중한 지금의 츠루에는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한조는 방어에 철저해 도망치면서 어느 포인트까지 츠루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지뢰의 포인트다.


공뢰술에 의해 몰래 지면에 장치한 공기의 지뢰로.


츠루 "──."


그 포인트에 츠루가──들어갔다.


사이토 한조 "흐으......"


계속 도망치던 한조가 갑자기 상체를 틀었다.


이걸로 끝이라는 듯이.


츠루 "홍학비상각紅鶴飛翔脚!!"


츠루은 감쪽같이 그 꾐에 빠져 필살이 날아차기를 날린다.


사이토 한조 "내가 이겼다!"


한조의 공기 지뢰가 착화하다.


폭발하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츠루의 모습이 확실히 보일 것이었다.


그러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는 커녕──.


사이토 한조 "뭣......!"


공뢰술을 사용하는 양팔이 절단되어 있었다.


라이브러리 "훌륭하다"

사쿠라 "츠루짱, 지금이야!"

츠루 "이미 끝났어요."

사쿠라 "어?"


사이토 한조 "뭐......라고......"


한조는 멍한 표정으로 츠루의 얼굴을 보았다.


츠루 "보이지 않는 존재, 보이지 않는 공격. 그것이 당신이었군요, 사이토 한조. 하지만 지금 나의 발차기는 보였습니까?"

사이토 한조 "무슨......"


츠루의 얼굴이 왠지 올라간다.


아니, 그렇지 않다.


한조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잘려나가고 있던 목이.


데구르르.


싫은 소리가 난다.


자신의 목이 땅에 구르는 소리다.


빠르게 침침해지는 시야에 뭔가가 보였다.


목과 팔이 절단된 채 아직 우두커니 서 있는 자신이다.


사이토 한조 (형제가 함께......어리석게 죽었군......)


그것이 연쇄살인마, 사이토 형제의 생존자, 한조가 목숨이 다하는 순간에 생각한 것이었다.


츠루 "주인님......아버님......저......해냈습니다......"


츠루은 한조의 유인을 눈치채고 있었다.


공기 지뢰를 만들고 있다는 것까지는 눈치챌 수 없었지만, 자신을 그 장소로 유도하려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츠루는 함정에 빠진 척, 그 한순간의 틈을 타 한조의 양팔을 절단하고 목을 베어냈다.


드디어 숙적 사이토 한조를 쓰러뜨린 것이다.


츠루 "하지만...이제...한계..."


다리에 힘이 빠지고 정신이 아찔해진다.


넘어진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커다란 손이 츠루의 몸을 받치고 있었다.


잃으려던 의식이 퍼뜩 돌아온다.


라이브러리 "잘했다, 츠루."

츠루 "아버......님......"


츠루 (저를 지탱해 주시는군요......)


그것을 기쁘게 느끼면서,


츠루(주인님이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런 생각도 하면서 츠루의 의식은 잔잔하게 닫혀 갔다.


루이스 "파트너......"

사쿠라 "자, 어떻게 할래? 우리끼리 계속 싸울까?"


루이스에게 사쿠라가 가볍게 물었다.


미안하지만 동료가 당해서 멍하니 있는 사이, 그림자를 뻗어 포위하고 있다.


예스─라고 말는 순간 그걸 때려 박을 생각이었다.


루이스 "......."


라이브러리 휘하의 후우마 오니와반들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두 사람의 결말이 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때를 맞췄다.


루이스 "아니, 항복하지."


루이스는 항복했고 여기서의 싸움은 끝났다.


그리고 본영, 오차 학원 운동장에 오늘밤의 습격부대의 장, 이가와 센쥬가 나타났다.




이하가 센쥬 "이가와 아사기!! 나와라!!"


센쥬는 휘하의 이가와 장로중을 거느리고 드높게 적의 이름을 불렀다.


아사기 "그렇게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들려."


최강의 대마인 이가와 아사기가 대답한다.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겠다는 태도였다.


센쥬 "아사기!!"


센쥬는 환희했다.


센쥬 "혼자서 나를 기다린 거야? 기특한걸!

아사기 "아쉽게도 아니야."


퉁명스럽게 말하는 아사기 뒤에서 세 젊은 대마인이 모습을 보인다.


후우마 코타로, 우에하라 시카노스케, 아이슈 헤비코, 오차 독립유격대의 세 명이다.


센쥬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쳤다.


센쥬 "짝눈이인 후우마 코타로!?"

센쥬 "자랑하는 학생들은 어디 갔지? 아직도 이 근처에서 저항을 계속하고 있나?"

센쥬 "설마 그 애송이가 지켜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과거 단조 암살에 이용했던 후우마 종가의 울보 애송이에게 의지하다니.

센쥬 "아하하하하하하하!!"


혼자 지껄이고 웃기 시작하는 센쥬를 아사기는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사기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아사기 "그는 이 바보 같은 습격을 위해 당신의 어머니가 우회적인 수단으로 일부러 함정에 빠뜨린 중요인물이야."

아사기 "중요한 걸 아무것도 못 배운 건 옛날과 다름없나 보네."

센쥬 "닥쳐!!

센쥬 "너만, 너만 없으면, 나는 어머니에게──크윽!!"


센쥬의 얼굴이 조롱에서 분노로 한층 더 생생하게 변한다.


이제 아사기 앞에서 냉정을 유지할 수 없는 것 같다.


왜 본거지인 이곳에 아사기 외에 세 명 밖에 없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후우마 "아사기 선생님, 역시──."

아사기 "그래. 와라, 이가와 센쥬. 이제 끝을 내자."

센쥬 "큿, 죽여버릴 거야!! 반드시 죽일 거야! 이가와 아사기!!"


최후의 결전이 시작됐다.


***


센쥬 "아사기! 죽어어어어엇!!"

아사기 "......"


이가와 센쥬가 분노의 형상으로 아사기 선생님에게 돌진해 온다.


여기까지 데려온 부하들에게 방해를 시킬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상종할 의리는 없다.


1 : 1 대결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저쪽 뿐이다.


나 "시카노스케."


센쥬가 움직이기 시작한 타이밍에 나는 즉시 지시를 내렸다.


시카노스케 "오우! 백 스파크 인페르노!!"


파지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시카노스케가 내민 팔 끝에서 거대한 수사슴 형태의 전기 에너지가 튀어나왔다.


예전에 미래의 유키카제에게 도움을 받아 브레인 플레이어의 가디언 군단을 일소했던 큰 기술이다.


이쪽 세계의 유키카제와는 어떻게 해서도 재현할 수 없었지만, 전둔의 술 '타케미카즈치'에 눈을 뜬 결과,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자동차나 트럭용의 대형 배터리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고, 게다가 그것을 단번에 전부 써 버린다니.


시카노스케에 따르면 그래도 아직 어른 유키카제와 함께 했을 때의 위력에는 크게 못 미친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기술의 말머리에 '초필살'이라고 붙일 수 없다던가.


눈부시게 빛나는 거대한 수사슴의 에너지가 센쥬의 옆쪽에서 달려들었다.


센쥬 "뭐!?"


아까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센쥬는 우리들, 하물며 시카노스케는 전혀 안중에도 없다.


예상외의 공격을 양팔에 정통으로 당했다.


파직, 파직, 파직파직!!


안드로이드 암이 불꽃을 튀긴다.


이걸로 통째로 정지되면 좋겠는데.


센쥬 "이 애송이가아아아앗!!"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는 않나.


아직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저 팔 본연의 역할로 따지면 당연한 건가.


센쥬 "짝눈 따위에게 붙어있는 금붕어똥이 감히 나를 방해해!!"

시카노스케 "히잇!!"


매섭게 노려봐 와 시카노스케가 부들부들 떨다.


아사기 "너의 상대는 나잖아?"


아사기 선생님이 얼른 센쥬와 우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센쥬 "큭, 뭐하고 있어!? 저 송사리들을 처리해!

이가와 장로중 ""넷!!""


센쥬의 명령으로 그 부하인 이가와 장로중이 일제히 달려왔다.


상당한 숫자다.

셋이서 상대하는 것은 귀찮지만,


나 "둘 다 간다!"

시카노스케 "오, 오우!"

헤비코 "맡겨줘!! 수둔 기술 문어발 변화!!"


우리가 적과 맞서 싸우려고 자세를 취하던 그때였다.


무츠호 "우리도 참가한다."

미즈키 "가세하겠습니다!"


무츠호와 미즈키 선배가 운동장에 뛰어들어왔다.


무츠호 "우후후, 오늘 밤의 독은 색다르니까. 인법·사독의 꽃!!"

미즈키 "풍둔·기류난무!! 하아아아아앗!"


무츠호가 내뿜은 독무를 미즈키 선배의 바람이 이가와 장로중에게 보낸다.


순간의 연계.

환상적인 콤비네이션이다.


이가와 장로중

"크아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악!!


독선풍에 휘말린 이가와 장로중은 입에서 거품을 뿜어내며 피부를 보라색으로 물들이고, 게다가 온몸을 바람에 베여 괴로워하는 표정으로 픽픽 쓰러져 간다.


운 좋게 살아남은 무리도 두 사람에게 앞길이 막혀 우리 셋을 처치할 처지가 못 된다.


게다가 최근 계속된 습격에 아주 기분이 좋은 그 세 사람까지도 오늘밤은 한결 신이 나서 나타났다.


사야NEO "아하하하! 왠지 엄청 괴로워보여──! 그럼 사야가 좀 더 괴롭게 해줄게♪"


미연이 개발했지만, 탈주해서 오차의 보호 아래 있는 인간형 무기 사야NEO.


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등에서 뻗은 촉수를 사용하여 괴로워하는 적의 사지를 조금씩 찌부러뜨리고 있다.


유피 "그럼 우리는 편하게 해주자, 소피."

소피 "오늘의 우리는 오차를 지키는 정의의 대마인이니까. 유피 언니."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 미연의 인간형 병기로, 여러가지 사정이 있어서 오차에 눌러앉아 버린 쌍둥이 오니, 유피와 소피.


어째선지 대마인 슈트를 입은 두 사람은, 괴로워하는 적의 목을 간단히 떨어뜨리고 있다.


사야NEO "오빠들, 사야네가 노는 걸 방해하지 마."

유피 "무심코 다가오면 깜빡 죽여버릴 수도 있어?"

소피 "응응 있을법해. 위험하네──."


이래서는 우리가 나설 차례도 없다.


시카노스케 "소, 소리가──."

헤비코 "그다지 정의의 대마인으로는......보이지 않네."

나 "뭐, 뭐어......나머지는 저 다섯 명에게 맡긴다고 해두자."


나는 아사기 선생님과 센쥬의 싸움으로 시선을 옮겼다.


센쥬 "네 녀서어어어어억"


센쥬는 귀기 어린 표정이었다.


아사기 선생님에게 다년간의 증오를 털어내듯 사이보그 암의 손톱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다.


그걸 구사해서 반복되는 기술은, 나 같은 사람은 미치지 못하는 달인의 대마살법이다.


그 실력은 아사기 선생의 스승으로, 이가와 일문 최고의 근접 전투 능력자라 칭해진 모모치 토요에 필적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전의 싸움에서 패배해, '독의 여왕'의 유래가 된 독수를 잃어, 쭉 아미다하라 감옥에 수감되고 있었다.


센쥬 "샤아앗!! 샤아아앗!!"


거기서 탈출한 센쥬가 새로 얻은 힘이 바로 저 사이보그 암이다.


건네준 사람은 아마 내조의 미네 후나코, 이번 사건의 주모자이며 죽은 줄 알았던 센쥬의 모친, 하토리 세이슈.


그것을 과시하듯 센쥬의 미소도, 공격도 광란성을 더해간다.


센쥬 "아하하하하핫!! 아사기, 도망다니는 것밖에 못해!? 최강의 대마인이라는 이름은 어디간 거야!"

아사기 "......"


아사기 선생님은 도발에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지금의 센쥬의 실력을 가늠하려는 듯 냉정하게 공격을 계속 피하고 있다


심지어 맨손으로.

오늘의 아사기 선생님은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보통이라면 아무리 생각해도 불리하지만, 저 상대에게는 그럴 필요가 있다.


시카노스케 "혀, 현재로서는 호각인가......?"


시카노스케의 목소리는 적어도 그랬으면 하는 마음이 배어 있었다.


헤비코 "하지만, 아사기 선생님 방어전만 하고 있어......."


반박하는 헤비코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


나 "아니, 일부러 그러는 거야."


굳이 단호하게 말하는 나에게 시카노스케가 물었다.


시카노스케 "저, 정말 아까 내가 공격했던 그 의수에 핵폭탄이?"

나 "그래, 아마──."


그때 혹시 모르니까 학원 지하 도서실로 피신한 리노아 셀링에게서 유선통신이 들어왔다.


그녀는 지상에 남긴 라플라스를 통해 이곳의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리노아 『후우마 씨, 여기는 리노아 셀링. 오른팔에 핵폭탄을 확인했습니다.』

나 "그래, 고마워."


등줄기에 한기가 달리는 것을 느끼며, 내가 애써 냉정하게 대답하자, 패닉 직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코토 『감사하네요, 후우마 선배! 저게 터지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이 목소리는 츠즈루기 미코토.

그녀도 지금은 지하실에 있다.


나 "미코토냐? 그러지 않게 하기 위한 절차야."

나 "너희 아직 도서관에 있어? 가능하면 에오스 제단까지 이동해."

나 "만일의 경우 거기 있으면 영향이 적을 거야."


미코토 『그러니까 그 만일의 일이 있으면 위험하다──앗, 잠깐 리노아 뭐하는 거야!?』

리노아 『쓸데없는 얘기 할 시간 없어요. 후우마 씨, 당신을 믿고 라플라스를 그곳에 남겨두고 왔어요.』

리노아 『망가뜨리면 용서하지 않을 거에요. 모니터링은 계속하겠습니다. 통신 끝.』


통신이 끊겼다.

리노아의 마지막 목소리도 가늘게 떨렸다.


시카노스케 "히이이이! 저, 정말로 있었어......!!"

헤비코 "후, 후우마짱의 예상대로네......"


시카노스케는 기겁하고, 헤비코도 혼자서는 서 있을 수 없는 듯 내 팔에 매달린다.


나 "맞지 않았으면 했는데."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내가 미래의 아스카의 힘까지 빌려, 아사기 선생님에게 전한 가설이었다.


최근 거듭되는 오차 마을에의 습격.


일부러 그런 짓을 해서 오차에 전력을 집결시키고, 그것을 오차 반란의 징조로 미연이나 정부에 공작을 했다고 해도, 그것으로 오차가 숙청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심은 곧 풀릴 것이다.


그러면 내조의 노림수는 뭐지?


일찍이 저 무리들이 클리어를 사용해서, 아사기 선생님의 암살을 노렸듯이, 아사기 선생님의 죽음이 목적이라면, 오히려 오차로의 전력집중은 목적을 곤란하게 할 뿐이다.


여기에 와서 요미하라의 소형 핵폭탄, 그것을 대마인인 내가 훔쳤다고 하는 꽤 무리한 날조.


그것을 진실로 만들어 버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핵폭탄이 터지면 그만이다.


어디서? 물론 오차 마을에서.


방해되는 대마인을 가능한 한 모으고, 아사기 선생님과 함께 모두 섬멸한다.


오차가 미연으로부터 빼앗은 핵폭탄을 실수로 터뜨렸다는 줄거리다.


그렇다면 앞뒤가 모두 맞는다.


놈들이 클리어를 이용할 때도 몸에 폭탄을 심는 방법을 쓴 게 힌트가 됐다.


센쥬 "네 녀서어어어어억!!"


그리고 이번에 인간폭탄이 된 것은 저 이가와 센쥬다.


그녀가 그것을 어머니에게 알고 자폭 각오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딸을 희생시키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 미네 후나코──하토리 세이슈의 증오에 전율한다.


시카노스케 "하, 하지만, 저 팔은 아직 움직이고 있지만, 아까 내가 제대로 BSI를 맞췄지."

시카노스케 "그러니까 클리어 때처럼 핵폭탄 기폭은 이제 막을 수 있겠지?"

나 "아니, 아마 무리일 거야"

시카노스케 "에에에!?"

헤비코 "진짜야? 후우마짱!?"

나 "그래──."


아까 시카노스케가 공격한 것은 어디까지나 만약을 위해서.


내가 클리어 건으로부터 인간 폭탄에 대한 생각을 한 것처럼, 이전에, 실제로 그것을 실시했다가 아사기 선생님 암살에 실패한 하토리 세이슈는, 외부로부터 전파를 사용한 기폭은 실패한다고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하토리 세이슈라면 다른 기폭수단을 마련하겠다.


그것은 센쥬의 죽음.


딸의 죽음을 기폭의 방아쇠로 해 두는 거다.


그러면 모든 게 다 연결된다.


온갖 희생을 해가며 센쥬를 아사기 선생님 앞에까지 보낸 의미.


센쥬가 이기든 아사기 선생님이 이기든 목적은 달성할 수 있다.


시카노스케 "저, 정말이야?! 그럼 저 녀석을 쓰러트리면 안 되는 거잖아!?"

나 "그렇네."

시카노스케 "그럼 어떻게 핵폭탄을 막아?"

헤비코 "후우마짱, 무슨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거지?"


기도하듯이 나를 보는 두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없어"

시카노스케&헤비코「에에에-!?」

나 "아사기 선생님이랑 이가와 센쥬에게 모든 것이 걸려 있어."


내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 두 사람의 싸움에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센쥬 "아사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아사기 "......"


센쥬가 공격을 계속하고 아사기 선생이 계속 피한다는 도식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센쥬의 얼굴에는 뚜렷이 초조함이 떠올라 있었다.


자신이 계속 공격하는데도 거꾸로 몰리는 듯한 표정이다.


센쥬 "아사기!! 왜 공격하지 않는 거야!!"

센쥬 "네 칼은! 동생의 '악귀육문'은 어디 있는 거야!"


'악귀육문悪鬼六文', 아사기 선생님의 애도다.


센쥬의 동생, 아사기 선생님의 아버지 이가와 슈젠의 유품이라고 한다.


아사기 "오늘은 필요 없어."

센쥬 "큭, 필요없다고!? 이 나를 상대로!! 언제나 그래!! 나를 업신여기고, 멸시하지!! 너도 그래!!"

아사기 "그렇게 생각한 건 당신 자신이야."

센쥬 "뭐, 뭐라고!?"


센쥬를 바라보는 아사기 선생님의 눈에는 연민이 어려 있었다.


아사기 "쇠약해졌네, 이가와 센쥬. 대마인 최강의 격투 기술을 자랑하던 당신은 긴 감옥 생활로 온데간데 없어졌어.

아사기 "아니, 기량보다 더 약해진 게 있어. 대마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센쥬 "다, 닥쳐닥쳐닥쳐!!"


센쥬는 마구잡이로 손톱을 휘둘렀다. 마치 떼쟁이 같다.


전투가 시작될 무렵의, 그 대마살법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아사기 "예전의 너라면 이런 짓은 할 수 없었겠지. 하지만──하앗!!"


아사기 선생님이 처음으로 공격에 나섰다.


깊이 파고들어, 똑바로 지르는 발차기.


센쥬 "크으윽!!"


그것을 제대로 배에 꽂힌 센쥬는 몸을 ㄱ자로 구부려 휙 날아간다.


지금 아사기 선생님은 페인트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 신속의 인법, 매의 술도 사용하지 않는다.


단순 발차기 속도만으로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센쥬 "그......그런......바보 같은......"


땅을 구른 센쥬는 더 이상 일어설 수 없다.


데미지는 작지만, 절대적인 역량의 차이에 마음이 꺾여 있다.


도와줄 부하도 없다.

센쥬는 개의치 않는 듯하지만 그들은 오래 전에 전멸해 있었다.


센쥬 "어......어머니......"


센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마치 미아가 엄마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아사기 "미네 후나코, 아니 하토리 세이슈를 찾고 있어? 그 사람은 안 올 거야."


아사기 선생님의 목소리는 오히려 부드러웠다.


센쥬 "뭐!?"

아사기 "세이슈가 기습을 가하여 둘이서 나를 친다. 그런 작전 아니었어?"

센쥬 "크......"


자신의 얼굴을 들키기 싫다는 듯 센쥬는 고개를 숙였다.


아사기 선생님은 조용히 계속한다.


아사기 "하지만 세이슈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 사람 속셈은 센쥬, 당신이 여기서 죽는 거야."

아사기 "당신의 죽음으로 인해, 그 의수에게 설치된 핵폭탄이 터진다. 그런 장치거든."

센쥬 "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센쥬가 번쩍 고개를 들고 이어서 자신의 양팔을 바라보았다.


센쥬 "그...런..."


그렇구나, 몰랐구나.


그 너무나도 비통한 표정에 나조차 일말의 연민을 느꼈다.


아사기 "센쥬, 생각해 본 적 없어?"

아사기 "오랫동안 당신이 감옥에 갇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치했던 세이슈가 왜 이제와서 당신을 구해냈는지?"

센쥬 "......"

아사기 "당신과 함께 이 오차에 집결시킨 모든 대마인들을 매장해 버리는 것이 그 사람의 속셈이야."

센쥬 "......"

아사기 "여기서 떠나. 나는 이제 당신을 쫓지 않아. 그 사람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

센쥬 "하......하핫.....아하하하하하하하!!"


센쥬는 작게 웃다가 크게 높이며 일어섰다.


센쥬 "자유롭게 살아라!? 나보고 자유롭게 살라고!? 이제와서 어떻게!"

센쥬 "그래, 아하하, 나도 이 오차도 함께란 말이지?! 정말로 그 사람이 생각할 만한 거야. 딸을 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 사악한 엄마가 말이야!


센쥬는 어머니에게 주어진 의수의 손톱을 자신의 목에 돌렸다.


센쥬 "그렇다면 나는......나는 어머니의 소망만을 이룰거야!!!"

나 "윽!!"

아사기 "......"


나는 당황했으나, 아사기 선생님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설사 센쥬가 스스로 목을 베려 해도 매의 술로 그것을 멈출 수 있을 거라고, 혹은 센쥬가 그런 일은 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센쥬 "......"


길고도 짧은 시간이 흐른 후, 센쥬는 아사기 선생님에게서 눈을 떼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센쥬 "나는 남동생을 좋아했어. 하지만 어머니는 야망을 위해 동생을 벌레처럼 죽여 버렸지."

센쥬 "그래서 난 정했어. 어머니처럼 되겠다고."

센쥬 "살아남기 위해 누구보다 교활하게, 누구보다 사악해지겠다고. 그래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겠다고."


자신에게 타이르는 술회.


아니, 분명 여기에는 없는 어머니에게 듣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아사기 "그 소원은 이루어졌어?"

센쥬 "......"


센쥬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마치 뭔가 귀신이 떨어져나간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센쥬 "항복할게."


그것이 오늘 밤의 싸움의 종말을 고하는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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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메인은 진짜 길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