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핏빛으로 물드는 밤.


요사스러운 숲 속 깊숙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덤불 위에 앉는 자.


현세와 상세常世의 사이에 있는 자.


지혜의 심연을 찾는 자.


그 이름은 마녀.



노이 "이런이런, 이 늙은이가 1등인가."


아미다하라 제일의 마술사 노이 이즈레인.


아미다하라의 어둠을 관장하는 마술사 협회, 그 중진 중의 중진.



바르드 바르드 "오랜만입니다, 노인."


아미다하라 제 2의 마술사 바르드 바르드.


그 천재성은 광기의 영역에 이르러 스스로 악의 마술사를 공언하는데 거리낌없는 남자.



슈발리에 "『1분 지각하는 것보다 3시간 일찍 가는 게 좋다.』 오늘은 딱 시간에 맞춘 것 같네."


마계에서 작위를 가지고 있는 고위마족 슈발리에.


지금은 홀로 도쿄 킹덤에서 지혜의 탐구에 힘쓰는 연금술사.



미리암 "왜 이런 요사스러운 숲을 지정한 거지. 사바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 근처 식당이면 될 텐데."


한때 마계에 이름을 날렸던 대마녀 미리암.


그러나 그 힘의 태반이 봉인되어, 이제는 모습마저 작아져 버렸다.



리리노에 "죄송합니다. 이 숲은 제 저택에서 들르기 쉬워서요."


그리고 방황의 마녀 리리노에.


사람을 현혹하는 안개에 감쌓인 마계의 저택에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의 모습도 보였다.


노이 "보기 드문 얼굴들이 다 모였군."


평소에는 마법당이라는 가게 안에서 장식물처럼 축 앉아있는 노이가 일동을 즐겁게 둘러보았다.


리리노에 "오랜만이에요, 노이 씨, 슈발리에 씨, 미리암 씨."


리리노에가 마녀 친구들과의 재회에 미소를 짓는다.


슈발리에 〈벗이 먼 곳에서 왔으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有朋自遠方来、不亦楽乎)〉. 재회에 감사를."


슈발리에가 논어를 인용하면서 대답했다.


미리암 "리리노에는 하나도 변한 게 없네. 옛날 그대로야."


미리암이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부러워한다.


리리노에 "그래요? 미리암 씨도 여전하신데."

미리암 "아니, 엄청 변했다. 이렇게 작아지니 마력도 납작해져서, 한심하기 짝이 없지."


쿠로&시로

「ぴぃ~~」

「きゅ~~」


역시 원래 어떤 모습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그녀의 사역마 쿠로와 시로가 울었다.


리리노에 "우후후, 뭐라 한들 미리암 씨답네요."

미리암 "그런 말 마라, 이래 보여도 고생하고 있어."


미소짓는 리리노에에게 미리암이 입을 삐죽이고 슈발리에가 옆에서 참견한다.


슈발리에 "그 모습이 되고 난 후, 오히려 더 즐거워진 것 같은데."

미리암 "믓......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찔리는 구석이 없지는 않은지 미리암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노에 "노이 씨, 이쪽 분은?"


리리노에가 이곳에 있는 유일한 남자, 그리고 낯선 마술사에 대해 묻는다.


노이 "아아, 리리노에는 바르드와 만나는 게 처음이었지."

바르드 "처음 뵙겠습니다. 바르드 바르드라고 합니다. 방황의 마녀의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면, 유럽 귀족 풍의 남자는 예를 표하며 인사했다.


그 말을 들은 리리노에는 조금 곤란하단 표정을 짓는다.


리리노에 "그렇게 불리고 있지만, 저택 주위의 안개에 방황하는 사람이 있을 뿐."

리리노에 "딱히 제가 헤매게 만드는 건 아니거든요."

바르드 "그건 실례."

슈발리에 "하지만 불청객은 당신의 안개 속에서 영원히 방황하겠지, 우후후."

리리노에 "그 정도까지 책임질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사람하고 싸워봤자 소용없고요."

바르드 "그것 참 좋은 마음가짐이군요."

슈발리에 "그렇지."

노이 "뭐어 적당히 해라. 우리들과 달리 보통 사람은 곧장 죽어버리니까."


사용하는 마술도 성격도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세 사람에게 노이가 못을 박는다.


미리암 "그런데 리리노에. 네가 지상에 올라오다니, 무슨 바람이 분 거지?"

미리암 "나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만, 작은 아이가 또 안개 속에 헤매서 돌려보내주려 온 거냐?"

리리노에 "그런 셈이죠. 저택에 틀어박혀 있기만 하면 심심해서요."

슈발리에 "당분간 지상에 있을 거야?"

리리노에 "그럴 생각이에요."


리리노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오늘 밤의 사바트......가 아니라, 단순한 모임에 온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리리노에 "오늘 리리스 씨는 안 오나요?"

미리암 "뭐야 모르고 있었나. 그 녀석이라면 오래 전에 죽었을 거야."

리리노에 "아니요, 그 사람이 아니라 이름을 이은 손녀 분 말이에요."

미리암 "그 미숙한 녀석이."


미리암은 얼굴을 찡그렸다.


오래 전에 죽었다고 말한 사람은 옛날의 그녀(작아지기 전)의 라이벌이다.


신에게 반기를 들고, 그 신들을 이계로 몰아넣은 전설의 대마녀 리리스.


그 이름을 이은 손녀라는 것은──,


노이 "드디어 왔나 보군."

리리스 "늦어서 죄송해요──!!"


달이 핏빛으로 물드는 밤.

요사스러운 숲속 깊숙이.


──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활기한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마녀.


그녀가 2대 리리스였다.



리리스 "여러분,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리리스가 고개를 숙인다.


미리암 "이 멍청이가! 우리를 기다리게 하다니 무슨 짓이야! 게다가 그 몰골은 또 뭐냐?"


리리스는 어느 모로 보나 마녀로 보이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즉──.


리리스 "메이드에요."

미리암 "보면 알아. 왜 메이드 차림인 거냐!"


리리스는 잘 물어보았다고 가슴을,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풍만한 가슴을 폈다.


리리스 "그야, 오늘 밤은 할머니와 친구였던 대선배님들의 모임인걸요."

리리스 "저는 할머니를 대신해서 참석한 거니, 마녀로서 한 발 물러선 마음을 보여주려고."

리리스 "뭔가 그럴싸한 게 없을까 하다가, 이 메이드 옷을 골라봤어요!"

미리암 "영문을 모르겠어."

베리리크 "나도 그만두라고 했는데......"


선대 리리스를 섬기던 사역마, 그저 말하는 개 같지만 사실 신살神殺의 용인 베리리크가 투덜거린다.


하지만 그 베리리크도, 2대 째의 메이드복에 맞춘 집사 스타일, 즉 턱시도 차림이었다.


노이 "그 뜬금없는 센스, 선대가 생각나는군."

리리노에 "우후후, 그렇네요. 옛날의 리리스 씨를 보는 것 같아요."


노이와 리리노에는 반갑다는 표정을 지었고 미리암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미리암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코스프레를 좋아했지. 그것만은 2대째로구나."

리리스 "감사합니다."

미리암 "비꼬는 거야."

슈발리에 "모처럼이니 그 모습에 맞게 『과자와 차를 내오는 마법』이라도 써줄 수 있을까?"

리리스 "맡겨주세요!"


리리스는 마법의 완드 대신 어째선지 손에 쥐고 있는 나이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지면을 가리켰다


리리스 "판・가나・케레바・케이키오!"


마법 같은 칠색의 빛이 빛나, 딸기와 생크림을 사이에 둔 브리오슈와 홍차가 크로스를 두른 테이블 째로 출현했다.


노이 "홋홋홋. 선대가 장기로 삼던 마법인가. 제법인데."

리리스 "최근 제대로 쓸 수 있게 되었어요."

미리암 "흥, 겉보기만 그럴싸한 거겠지. 맛은 오물오물, 꿀꺽......뭐 급제점인가."

슈바리에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먹는 게 유난히 빠른데."

미리암 "그렇지 않아."

리리노에 "저도 이 브리오슈, 옛날의 리리스 씨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해요."


리리스 "감사합니다. 세르비아 로자마리 씨가 레시피를 가르쳐 준 거에요."

바르드 "호오, 그 몰락한 로자마리 가문의."

노이 "아아, 이건 확실히 로자마리 가문의 맛이군. 그 아이도 잘 지내는 것 같아 다행이야."


비록 지각한 리리스였지만 마법으로 선보인 차와 과자는 마술사들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노이 "슈발리에, 밀렌과는 잘 지내고 있나?"

슈발리에 "당연하지.이 슈발리에가 돌보고 있는걸. 당연한 일이야."

바르드 "그게 존 요제프 존디가 남긴 아이, 밀렌인가?"

슈발리에 "그래, 당신가 존의 저택에서 멋대로 책을 꺼낸 밀렌이야. 덕분에 여러 가지로 힘들었어."

바르드 "그건 내 나름대로 대처하려고 한 거였다만."

슈발리에 "지하서고나 드라우그 오거스트도 그렇지만 너무 과해."

바르드 "아무튼 연구가 바쁜지라."


미리암 "밀렌에게는 나도 마법을 가르치고 있다. 솔직하고 착해."

미리암 "최근 기네비어라 학생도 가르치고 있는데 좋은 경쟁 상대가 되어 줄 것 같다."

노이 "그거 즐겁겠군. 마녀에게는 그런 상대가 있어야지."

리리스 "즉 미리암 씨에게 제 할머니 같은 사람이군요!"

미리암 "자신이 그 대신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 마라. 그런 건 천년은 일러, 이 미숙한 것."

리리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노이 "바르드도 최근 저택에 손님을 들였지. 자네치고는 드문 일인데?"

바르드 "잘 알고 계시군요. 아공간을 방황하던 사이클롭스라는 남자. 꽤 재미있는 발상을 합니다."

슈발리에 "그러고 보니 리리스, 얼마 전 이세계의 마인 바스테트가 이 세계에 넘어오는 것을 막았다면서?"

리리스 "네, 재작년 설날에요."

미리암 "뭐야? 그런 엄청난 사건에 얽혔다고? 으음, 반푼이 주제넘게."


노이 "내가 가라고 했다. 리리스에게는 많은 공부가 되었을 거야."

리리스 "네. 좋은 공부가 됐어요."

슈발리에 "이세계의 마인이라니, 마술사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만나보고 싶을 정도이니, 부럽구나."

바르드 "그렇지."

노이 "너희 둘은 조금만 더 독기를 줄이면 그런 행운이 찾아올지도 몰라."

바르드 "후후, 그건 어렵겠군요."

슈발리에 "그래. 그럼 슈발리에가 아니게 되는걸."


리리노에 "선대 리리스 씨라면 이세계의 마인들이라도 간단히 쓰러뜨렸을 텐데, 벌써 그렇게까지 힘을 기른 건가요?"

리리스 "아뇨, 거기까지는. 마침 거기에 멧돼지 서수瑞獣의 힘을 품은 대마인 후우마 코타로 씨가 있었던지라."

리리스 "게다가 여신 주노 씨도 상황을 지켜보러 왔기 때문에 두 분에게 협조를 부탁했어요."

미리암 "뭐야? 후우마도 있었나."

슈발리에 "또 그 남자야? 우후후, 여전하네."


바르드 "항간에 소문난 대마인이로군."

노이 "그 이름은 최근 자주 듣는데? 필시 운이 나쁜 아이로구나."

리리노에 "그런 인간이 있나요. 잠깐 만나보고 싶네요."

리리스 "후우마 씨는 은근히 여기저기 출몰하니까 만날 수 있을 거에요."

미리암 "너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한다며? 여전히 침착하지 못한 녀석이야."

리리스 "다 수행을 위해서죠. 그런데 오늘 네크로맨서 레긴 씨는 안 오나요?"


리리스가 문득 생각난 듯이 말하자.

미리암, 슈발리에, 리리노에가 나란히 얼굴을 찡그렸다.


미리암 "뭐야? 그 녀석도 와?"

슈발리에 "그 사람, 안 왔으면 좋겠네."

리리노에 "적어도 시체 냄새를 풍기지 않았으면 하는데."

노이 "너희들,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확실히 좀 그런 경향이 있는 남자지만. 바르드, 자네는 소식 들어본 것 없나?"


최연장자인 노이가 수습하지만 질문을 받은 바르드도,


바르드 "딱히 저도 그와 친구인 건 아니니까요."

바르드 "다만 휴면 상태에 있는 용의 알을 발견했다길래, 그걸로 마술 실험을 할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

바르드 "저희에게 그 성과를 과시하려 했겠지만."

바르드 "오늘 여기 오지 않았다는 건, 그 실험에 실패한 게 아닐런지."


태연한 대답에, 그때까지 얌전히 과자를 먹고 있던 베리리크의 표정이 바뀌었다.


베릴릭 "휴면 상태에 있는 용이라고? 그 이름은 들었나?"

발드 "파프니르랬던가."

베릴릭 "뭣!"

릴리스 "베릴리크?"


베리리크는 할 말을 잃고 그 어느 때보다도 당황해 하는 것 같았다.


그걸 본 리리스는 불쑥 말했다.


리리스 "갑자기 급한 일이 떠올랐어요. 여러분,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리리스 "자, 베리리크, 가죠!"


그렇게 말하며 베리리크의 팔을 움켜쥐고 붕 날아갔다.


바르드 "레긴에게 갈 생각인가."

미리암 "걱정되는 건 파프니르겠지."

슈발리에 "어느 쪽이든 정신 사납네."

리리노에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인다. 옛날의 리리스 씨를 꼭 닮았어요."

노이 "젊은 애들은 저래야 돼."


마술사들은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리리노에 드디어 정식으로 스토리에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