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니르 "크아아아아아아앗!!"


파프니르가 그 턱을 벌렸다.


브레스를 뿜어낼 전조다.


하이리 "아빠!?"


하이리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우뚝 멈춰섰다.


리리스 "위험해!!"


리리스는 게이트에서 나타난 하이리에게 방어 마법을 걸려고 하지만 시간에 맞출 수 없다.


파프니르 "가아아아아아아아앗!!!"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밀려오는 죽음의 브레스!


하지만 그것은 하이리에 닿기 직전에 두 동강이 났다.


하이리 "어?!"


턱시도를 입은 하늘을 나는 하얀 개가 브레스를 양손으로 튕기고 있다.


베리리크 "크윽!"


순간적으로 몸을 던져 하이리를 지킨 것은 베리리크이었다.


베리리크 "괜찮나?"

하이리 "괘, 괜찮아. 고마워. 강아지야 넌 괜찮니?"


하이리는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자신을 구해준 하얀 개에게 예를 표한다.


베리리크 "강아지가 아니다. 나는 베리리크. 이런 모습이지만 용이라고."

하이리 "용?"

베리리크 "아까 아빠라고 했지? 게다가 너한테서 느껴지는 용의 피. 혹시 파프니르의 딸인가?"

하이리 "파프니르? 아빠 이름은 타츠미야 하지메인데?"

베리리크 "그것은 인간일 때의 이름이다. 역시 그런 거구나?"

하이리 "으, 응, 그런가 봐. 그런데 저게 우리 아빠야?


파프니르 "크가아아아아아아아앗!!"


하이리는 미쳐 날뛰는 파프니르의 모습을 끔찍한 듯 바라보았다.


베리리크 "저건 본모습이 아니야. 사령술사의 마술로 폭주하고 있을 뿐. 딸인 너조차 몰라볼 정도로."

하이리 "그럴수가......"

리리스 "괜찮아요! 파프니르 씨의 목소리가 닿았으니까. 분명 당신의 목소리가 들릴 거에요."

하이리 "저기, 당신은?"

리리스 "아,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리리스 아벨 빈더너겔. 마계에 이름을 떨친 대마녀──의 손녀입니다!"

리리스 '"저희 셋이서 파프니르 씨를, 당신의 아버지를 구해내도록 하죠!!"


하이리 "나는 타츠미야 하이리. 저기, 나는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하면 아빠를 도울 수 있어?"

리리스 "아버지에게 호소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하는 거죠. 방어는 저와 베리리크에게 맡겨주세요."

베리리크 "그런 거다. 딸인 너의 목소리라면 분명 닿을 거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해줘라."

하이리 "응, 해볼게!"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하이리를 베리리크가 지켜주고 리리스가 다시 방어 마법을 걸어준다.


하이리는 목청껏 외쳤다.


하이리 "아빠!! 아빠!! 나야, 하이리야!!"

하이리 "아빠의 편지 읽었어!! 그동안 오해해서 미안해!!"

하이리 "아빠, 제정신으로 돌아와 줘! 아빠!!"

파프니르 "크갸아아아아아아앗!!"


하지만 파프니르는, 하이리의 아버지는 더욱 격렬하게 몸을 뒤틀 뿐이다.


긴 목을, 꼬리를 잡아 뜯어내듯 휘두르고, 그 주변에 브레스를 흩뿌린다.


하이리가 나타나서 감정이 고조된 걸까, 무리하게 걸린 마법이 폭주하는 걸까.


아니면 딸에 대한 죄책감?


하이리 "아빠!!"


몇 번인가의 호소 후에,


파프니르 "크아아아아아아앗!!"


파프니르는 하이리를 향해 격렬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혈육의 피 때문인지, 그것은 베리리크의 가드도, 방어 마법도 뚫고 하이리에게 들이닥친다.


하이리 "아윽!!"


아버지에게 얻어맞는 형국이 되어 하이리는 벽에 세게 부딪혔다.


리리스 "하이리 씨!!"

베리리크 "파프니르 놈. 아직도 제 딸을 못 알아보는 거냐?!"

하이리 "~~~~~~~~!! 이제 못 참아!!"


하이리가 일어섰다.


그 눈동자는 찬란하게 빛나고, 용의 투기闘気가 온몸을 휘감고 있다.


꿈에서 보던 그녀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수둔・용화龍化의 술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

그것을 넘어서는 아버지에 대한 분노.


지금까지는 그 크기 탓에, 누군가를 해치지 않으려 무의식적으로 억제했던 용의 힘이 솟구치고 있었다.


리리스 "뭐, 뭔가 엄청난 전개가 되어버렸네요. 무시무시한 용의 파워에요!"

베리리크 "이건 역린을 건드렸나?"

하이리 "아빠는 바보오오오옷!!"


작렬하는 용의 포효.


파프니르의 머리가 뒤로 젖혀졌다.


하이리는 번개처럼 아버지에게 달려가 쌓였던 마음을 때려박았다.


하이리 "뭐하자는 거야!!"

하이리 "잠들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혼자 멋대로 나가버리고!! 편지 남겼으니 끝나는 게 아니잖아!"

하이리 "나 아빠가 용인지 몰랐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뱀으로 변신하지 못해서 엄청 힘들었단 말이야!"

하이리 "아니, 난 상관없어. 엄마는 지금도 혼자 아빠를 기다리고 있어! 불쌍하게도!"

하이리 "그런데 그런 꼴사나운 모습이 되고! 나를 때리기까지 했겠다! 아빠는 최악이야!!"

하이리 "바보바보바보────옷!!"


말의 난타.


내친김에 주먹과 꼬리도 뒤따른다.


딸에게 너덜너덜해진 아버지는 어느덧 좀비 드래곤 같은 모습에서 한 아름 크기 알로 돌아와 있었다.


하이리 "어? 아빠?"

리리스 "아무래도 정신을 차린 것 같아요."

베리리크 "딸에게 그렇게 얻어맞고 나서야 겨우. 손이 많이 가는 아버지로군."

하이리 "이 알이 아빠야?"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말이 아니라 마음에 직접 와 닿는 느낌이었다.


파프니르 "하이리, 많이 컸구나."

파프니르 "너의 목소리는 계속 들렸어. 덕분에 겨우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파프니르 "그동안 서운하게 해서 미안했다. 못난 아비를 용서해 다오."

파프니르 "이 잠이 끝나면 꼭 만나러 가마. 엄마에게는 안부를 전해주기 바란다."

파프니르 "사랑한단다, 하이리."


깊은 자애가 담긴, 하지만 비교적 제멋대로인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으니.


그것이 용일지라도 변함이 없다.


하이리 "뭐야 그게. 엄마가 버려도 난 모른다."


하이리는 입으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하이리 "루루루~~~~ 루루~~~♪"


어렸을 때 들려준 그 자장가를, 아버지를 위해 불러주는 것이었다.


그 얼굴에는 딸에게서 아버지에게로의, 지극히 보통의 애정어린 미소가 담겨 있었다.


하이리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베리리크 "이런이런, 수고를 끼치게 하는 남자라니끼."

리리스 "베리리크도 한 마디쯤 하는 게 좋지 않았어요? 역시 베리리크의 짝사──."


퍽.


리리스 "아팟!"

베리리크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마."


리리스의 머리를 때리고 나서 베리리크는 하이리에게 말했다


베리리크 "이 알의 관리는 우리에게 맡겨다오. 아버지가 깨어날 때까지 함께 있고 싶겠지만, 역시 사람의 힘으로는 벅찰 거다."

하이리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엄마한테는 제가 전해드릴게요."

리리스 "그럼 파프니르 씨의 알은 저와 베리리크가 책임지고 안전한 곳에 보관할게요."

리리스 "물론 그 장소도 나중에 제대로 하이리 씨에게 알려드릴게요."

하이리 "아버지를 잘 부탁드립니다."


하이리는 리리스와 베리리크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다.


베리리크 "뭐어, 아까 그 모습대로라면 얼마 안 가 눈을 뜰 테지.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다."

리리스 "그럼 가족 셋이서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네요. 다행이에요."

하이리 "감사합니다."

하이리 "하지만 다음에 꼭 만나면, 우선 아빠에게 한 방 날릴 거에요!"


하이리는 명랑하게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