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자키 쥬베 "뭐? 애를 찾고 있다?"

에리카 "그래. 스트리트 칠드런인 디엔이라는 애인데.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 같아서."

쥬베 "디엔......디엔이라......"


센자키의 얼굴 마담, 칸자키 쥬베.


그의 곁에는 센자키의 온갖 정보가 모인다.


쥬베 "음......스트리트 칠드런의 이름까진 기억 못하는데......"

에리카 "역시 쥬베라도 모르는 게 있구나......"

카가리 "쥬베 님, 저 짐작 가는 게 있습니다."

에리카 "우왓 카가리! 있었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것은 전 후우마 하닌으로, 현재는 쿠레나이의 종자인 카가리다.


카가리 "디엔이라면, 그 아이네요. 그 하프 오크인 아이."

쥬베 "아아, 그 녀석인가!"

에리카 "카가리, 디엔에 대해 알아?"

카가리 "예에 물론. 저, 이래봬도 쿠레나이 님을 동경해서 마족 하프를 목표로 한 몸이거든요."

카가리 "어떻게 보아도 마족의 하프다운 모습! 정말 부러워! 질투나! 하고 볼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카가리 "아, 저는 저대로 지금 이 몸이 마음에 들지만요. 흐흐."


카가리는 몸에서 튀어나온 촉수를 기쁘게 흔들어 보인다.


카가리의 주인 쿠레나이는 마족 하프인 대마인으로, 카가리는 그녀에게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자신의 몸을 반요마화한 것이다.


에리카 "그, 그렇구나......그런데 디엔은 하프 오크였구나. 카가리, 잘 알고 있네."

카가리 "흥미가 생기면 무심코 샅샅이 조사해 버리는 성미라서요. 히힛."

에리카 "그럼 디엔에 대해 또 아는 게 있어!?"

카가리 "예, 물론이죠. 우선 자라난 내력인데요."


카가리 "창녀인 그 아이의 모친이 손님인 오크에게 임신을 당해 낳은 게 바로 그 아이에요."

카가리 "아버지가 누군지 몰랐을 텐데, 태어났을 때 깜짝 놀랐겠죠."

카가리 "그렇게 태어났지만 모친은 디엔을 귀여워했던 모양인데, 최근에 그 모친이 병사해서 고아가 되었어요."

카가리 "그대로 살 곳을 잃고 길거리를 전전하던 모양인데, 얼마 전 창고 거리에서 모습이 보였어요."

에리카 "창고 거리......!"


창고 거리는 센자키의 변두리에 있는, 문자 그대로 창고나 공터가 늘어선 구역.


인기척은 낮에도 드물고, 그걸 빌미로 암거래나 항쟁의 무대가 되고 있다.


아이가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닐 만한 곳이 아니어서 에리카도 찾지 않았다.


에리카 "그렇구나, 맹점이었어. 이만 가볼게. 카가리 고마워."

쥬베 "조심해라. 그 근처는 신흥 조직이 많이 진출해 있어서 나도 좀처럼 손을 대지 못하고 있어."

쥬베 "개중에서도 후유츠키 쿠루리라는 여자가 인솔하고 있는 무리는 독립심이 강해서 말이야. 그 일대의 놈들하고도 자주 싸우더군."

에리카 "후유츠키 쿠루리인가......알았어, 조심할게."


에리카는 즉시 창고 거리를 향해 카지노를 뛰쳐나갔다.


카가리 "괜찮을까요, 에리카 씨."

쥬베 "괜찮겠지. 저래 보여도 이런저런 아수라장을 빠져나왔으니까 말이야."

쥬베 "그나저나, 마족 하프인가. 그 후유츠키 쿠루리도 그러했지."

카가리 "예. 아주 아름다운, 오니족 혼혈이라고 들었습니다."

카가리 "센자키에 와 있다면 꼭 한 번 보고 싶네요."

쥬베 "너......엄청 좋은 취미를 갖고 있구나."

카가리 "칭찬 받아 영광입니다, 흐흐, 으흐흐."




카가리에게서 정보를 얻어 창고 거리를 찾아 한나절 동안 돌아다닐 무렵.


완전히 날도 저물고, 희미한 가로등이 비치는 길가에서 에리카는 디엔의 모습을 발견했다.


에리카 "찾았다! 디엔!"

디엔 "당신은 용병인......! 여긴 뭐하러 온 거야."

에리카 "에리카야. 디엔을 찾으러 왔어. 이런 곳에 혼자 있으면 위험해."

에리카 "다른 애들도 걱정하고 있어. 이만 돌아가자."

디엔 ".....그 녀석들이 걱정?"


디엔의 표정이 갑자기 험악해졌다.


디엔 "그럴 리 없어. 그렇게 마물 타령하며 바보 취급했는데."

에리카 "그거 말이야, 다들 디엔에게 했던 짓을 반성하더라."

에리카 "자신들 때문에 디엔이 사라진 게 아닌가 걱정도 하고."

에리카 "용병인 나에게 돈을 쥐여주며 어떻게든 무사히 찾아달라고 부탁했어."

디엔 "그 녀석들이, 돈을......?"

디엔 "......흥. 뭐야, 이제와서 그런다고 용서할까 보냐."

디엔 "엄마의 유품을 개천에 내던져 버릴 뻔했어. 그것만은 절대 용서할 수 없어."

에리카 "어머니의 유품......?"

디엔 "돌이야. 이거."


디엔은 바지 주머니에서 손바닥에 쏙 들어갈 정도의 돌을 꺼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불그스름한 흙빛의 돌이다.


디엔은 그것을 에리카에게 보이더니 곧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에리카 "돌이라, 어머니의 유품이었구나."

디엔 "그래. 단순한 돌이지만 나에겐 보물이야. 알았으면 이제 어디로든 가버려."


디엔은 매몰차게 내뱉는다.

무리도 아니지만 완전히 인간불신이 빠진 것 같다.


에리카 "디엔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이 마을에서 혼자 살 수는 없어.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디엔 "그건 괜찮아. 나, 쿠루리 님의 조직에 넣어달라고 부탁할 거야."

에리카 "쿠루리......라니, 후유츠키 쿠루리?"

디엔 "그래. 쿠루리 님은 마족 하프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장소를 만들려고 하는 착한 사람이래."

에리카 "그래? 어쩐지 쥬베에게 들은 이미지와 다르네."

에리카 "그런데 디엔, 쿠루리......님과 아는 사이야? 갑자기 찾아가도 만나긴 힘들 텐데."

디엔 "그건 괜찮아. 제대로 소개해 줄 사람이 있으니까."

디엔 "지금부터 그 사람을 만날 거야. 자, 빨리 어디로든 가."


디엔은 에리카의 몸을 꾹꾹 민다.


에리카 (지금은 더 참견하기 힘들겠는데......뭔가 맛있는 과자라도 들고 다시 찾아와 볼까?)


에리카는 그런 생각을 하고 창고 거리를 떠나기로 했다.


카가리 (──라고 가장하며, 숨어서 상황을 지켜보는 거군요.)

에리카 (꺄악!?)

카가리 (흐흐흐. 조금 호기심이......아니, 걱정이 돼서요. 쫓아와 버렸어요. 흐흐)

에리카 (갑자기 나오는 건 진짜 하지마.)

카가리 (아, 저기 누가 온 것 같은데요. 일단 숨죠.)


언제부터 따라왔는지 갑자기 나타난 카가리에 재촉을 받아 에리카는 건물 그늘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얼마 안 가서 갱처럼 보이는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남자 "어이, 네가 디엔이지. 과연 누가 봐도 마족 하프로군."

디엔 "당신이 쿠루리 님의 동료? 나 같은 아이라도 쿠루리 님은 동료로 받아들여 주는 거야?"

남자 "아아 물론, 마족 하프라면 누구나 환영이야."

남자 "쿠루리 님은 마족 하프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이상향을 만들려 하고 계셔."

나도 "이래 보여도 음마족과의 하프다. 옛날에는 고생 꽤 했지만, 쿠루리 님 덕에 지금은 잘 지내고 있지."

디엔 "정말......?!"

남자 "그럼 그렇고말고......뭐, 이런 밤길에서 이야기 할 만한 건 아니지. 빨리 쿠루리 님에게로 가자."

디엔 "응!"


디엔은 갱처럼 보이는 남자를 따라 어디론가 걸어간다.


카가리 (가버렸네요. 쫓을까요?)

에리카 (당연하지. 수상하기 짝이 없는 걸.)


에리카와 카가리는 기척을 죽이고 추적을 시작했다.


남자가 디엔을 데리고 간 곳은 창고 거리 변두리에 있는 거대한 공장의 폐허였다.


그 폐허에서 그의 동료로 생각되는 남자 몇 명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어이, 데려왔어."

남자의 동료 "뭐야, 꼬마잖아."

남자 "어쩔 수 없잖아. 최근에는 쿠루리 때문에 사냥감이 줄었는걸."

디엔 "......사냥감? 저기, 쿠루리 님은 어디 있어?"


어쩐지 돌아가는 상황이 이상하다.

그렇게 깨달은 디엔이 주뼛주뼛 말을 건다.


남자 "아아? 정말로 쿠루리의 동료로 삼아줄 거라 생각한 거냐? 이래서 꼬마는."

디엔 "날 속인 거야?!"

남자 "마족 하프는 비싸게 팔리거든. '거래상대'에게 너를 건네주면 말이지, 우리는 반년을 놀고먹을 수 있어."

남자 "뭐, 우리의 즐거운 나날을 위해 팔려줘야겠다."

디엔 "그럴수가!"


에리카가 의심했던 대로였다.


남자들은 후유츠키 쿠루리의 동료 같은 게 아닌, 마족 하프를 팔아서 돈을 벌려는 현지의 갱들일 것이다.


속은 것을 눈치챈 디엔은 재빨리 갱의 손을 뿌리치고 그 자리에서 달아나려 하지만,


현지의 갱 "어이쿠."

디엔 "아앗."


남자가 다리를 걸어 넘어져, 간단히 구속당하고 만다.


현지 갱 "참고로 음마족 혼혈이라는 것도 거짓말이야. 단순히 마족이지."

디엔 "으으, 너무해! 팔리면 난 어떻게 되는 건데."

현지 갱 "몰라. 실험이니 뭐니에 쓰이겠지. 아니면 구경거리라든가."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던 에리카는 참을 수 없어 잔해 뒤에서 뛰쳐나왔다.


에리카 "잠깐!!"

디엔 "에리카!!"

현지 걍 동료 "뭐야 넌!"

에리카 "용병이야, 그 아이를 돌려받겠어."

현지 갱의 동료 "용병? 뭐야, 그러고보니 너도 이 녀석을 점찍었던 동업자냐?"

현지 갱단 동료 "미안하지만 이 녀석은 우리 사냥감이야. 돌아가."

에리카 "그럴 수야 없지."


에리카는 총을 겨눈 채 등에 숨겨둔 두 장의 서큘러 톱을 남자들을 향해 날린다.


현지 갱 동료 "우옷!?"


남자들은 아슬아슬하게 피했지만 위협 효과는 충분했던 것 같다.


현지 갱들

"뭐야, 이 여자! 어디서 프리스비를 꺼낸 거야?"

"위험하잖아!!!"


에리카 "프리스비가 아니라 서큘러 톱인데......"

에리카 "뭐, 딱히 상관없겠지. 어차피 너희들은 곧 죽을 거고."

에리카 (솔직히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저쪽에 디엔이 있는 이상 무리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에리카 (카가리는 어느새 없어졌고......다수와 혼자, 빨리 전의를 상실시켜 디엔을 되찾자.)


에리카 "그 아이를 넘겨주면 봐줄게. 어떻게 할래? 빨리 결정하는 게 신상에 좋아."


에리카는 과장스러울 정도로 여유있게 서큘러 톱을 흔들어 보였다.


현지 갱 동료 "어, 어이, 어떻게 하지? 저 여자 꽤 위험할 것 같은데."

동네 갱들 "아, 아아......아, 아쉽지만, 이 꼬마는 넘겨주는 수 밖에......"

에리카 (옳지옳지......)


위협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하고 에리카가 서큘러 톱을 쥐었을 때.


부우우웅......


헤드라이트로 요란하게 폐허를 비추며 커다란 차가 들어섰다.


그리고 코트를 입은 몇 명의 남자들이 드론을 데리고 줄줄 나온다.


에리카 "!?"

지역 갱들 "오오, 살았다!!! '거래상대'의 일행이야!!!"

에리카 "거래상대!?"


에리카는 서큘러 톱 대신 다시 총을 움켜쥐었다.


코트의 남자들은 척 보기에도 현지 갱들과는 격이 다르다.


언뜻 보면 무방비처럼 보이는 옷은 고급 방탄 섬유제.


갖고 있는 무기, 데리고 있는 드론도 미연제의 최신형이다.


나름대로 자금력을 가진 큰 조직, 아니면 기업 사람들인가?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다.


그렇게 생각한 에리카는 가만히 추이를 지켜본다.


그런 에리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코트를 입은 리더인 듯한 남자가 성큼성큼 디엔에게 다가갔다.


코트의 남자 "하프 오크, 그것도 어린애인가. 최근 수확이 적군."

현지 갱 "죄송합니다......하지만 이거 하나만으로도 벅찹니다."

현지 갱 "후유츠키 쿠루리가 거점을 잡고 나서 이쪽, 이 부근의 마족 하프는 모두 데려가 버려서."

현지 갱 "이 꼬마도 간신히 찾아냈어요."

코트의 남자 "흥......뱀파이어 하프인 여자를 잡아왔으면 좋았을 텐데. 뭐 됐어. 그렇게까지 기대는 하지 않아."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남자는 에리카에게 눈을 돌린다.


코트의 남자 "그런데 저 여자는 뭐야? 인간으로 보이는데 저것도 사냥감인가?"

현지 갱 "사냥감을 가로채려는 용병입니다. 이상한 무기를 쓰더라고요."

현지 갱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이 녀석을 데려가세요."


갱은 디엔을 끌어 코트의 남자에게 넘겼다.


코트의 남자 "뭐 괜찮겠지. 이번 보수다."

동네 갱 "헤헤......매번 감사합니다."

에리카 "잠깐만!"


이대로라면 디엔을 납치당하고 만다. 에리카는 뛰쳐나가려고 하지만,


DADADADA !!!!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드론들이 일제히 사격을 퍼부어 왔다.


에리카 "큭!! 이 녀석들!!"


GATATATATA !!!!


에리카는 잔해의 그늘에 숨으며 반격, 드론들을 여러 개 격추시켰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코트의 남자들은 디엔을 차에 싣고 있었다.


에리카 "디엔! 조금만 기다려──!!!"

디엔 "에리카아아아아!!"


디엔의 외침도 헛되이, 차는 빨리 시동을 걸고 출발하지만,


BATATATATA !!!!


갑자기 차에 총알이 빗발쳤다.


에리카 "이번에는 뭐야?"


운전사가 총에 맞은 차는 심하게 좌우로 흔들리더니 잔해에 처박혀 멈췄다.


에리카 "대체 무슨......"


영문도 모른 채 지켜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클래식한 빨간 세단이 다가와 유유히 깜빡이를 켜면서 주차한다.


그리고 잘 닦인 차체의 문이 열리면서 하이힐을 신은 요염한 다리가 내려왔다.


쿠루리 "용병이 마족 하프를 찾고 있다던데."

현지 갱 동료 "후유즈키 쿠루리!? 어떻게 여기를!?"


쿠루리의 부하 "쿠루리 님, 저 녀석들 다른 조직의 무리 같습니다."


이어서 쿠루리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가 총에 탄환을 넣으면서 내려왔다.


에리카 "용병이라면 나? 디엔을 찾아다니긴 했었는데."

쿠루리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지만 찾아오길 잘했나 보네."


한편 코트의 남자들은 부서진 차를 버리고 디엔을 메고서 도보로 도망치려 한다.


디엔 "푸, 풀어줘!! 이거 놔!!"

코트 남자의 부하 "어이, 날뛰지 마!"


아무렇게나 붙들린 디엔은 바둥바둥 거린다.


그 탄력으로 디엔의 주머니에서 모친의 유품인 돌이 굴러 떨어져, 잔해에 부딪혀 깨지고──.


하르르륵!!!


순간 돌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아 디엔을 짊어지고 있는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코트 남자 부하 "갸아아악!"


남자는 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디엔을 떨어뜨린다.


그러자 불길은 남자에게서 떨어져, 이번에는 디엔에게 불길을 뻗쳤다.


에리카 "앗, 디엔 위험해!"


불길은 뱀처럼 디엔의 몸을 휘감으며 한층 크게 타올랐다.


디엔 "우와아아아──뭐, 뭐야!?"


구속된 디엔은 도망갈 수 없다.


이대로 타죽을 것이라 생각되었지만.


에리카 "옷도, 머리도 불타지 않았어......?"


그 불길은 남자에게 덤벼들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


불은 디엔을 보호하듯이 둘러싸더니, 그의 등에 올라 코트의 남자들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에리카 "불이라기 보다, 마치 생물이네......디엔을 보호하려는 것 같아."

쿠루리 "생물이라고 할 수도 없지. 저건 불꽃의 정령이야. 돌에 봉인되어 있었구나."


에리카의 중얼거림에 반응하며 쿠루리가 불길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한다.


쿠루리 "깨지면서 봉인이 풀리고, 저 애를 주인으로 따르는 것 같아."

에리카 "주인으로......! 디엔은 오크와의 하프인데? 영혼을 따르게 하는 힘이 있나?"


쿠루리 "아아, 그건 말이죠."

에리카 "카가리! 어디 갔었어?"

카가리 "그게 말이죠, 쿠루리 님이, 근방에 냄새로 기척이 나길래 견딜 수 없어 구경 좀 하러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쿠루리 "내친김에 이쪽 상황을 대충 전했습죠."

에리카 "뭐어......"

쿠루리 "그건 그렇고 디엔 군 말인데요. 또 다른 정보가 있어서요."

카가리 "쥬베 씨가 알아보니 아버지는 아무래도 단순한 오크가 아니라, 고위종인 하이 오크였던 것 같습니다."

카가리 "하이 오크 중에는 드물게 높은 마력을 가지고 태어나, 정령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는데요."


쿠루리 "알고 있어. 예를 들어, 불의 정령이 따르는 자는 플레임 오크라 불린다든가."

카가리 "예에, 아무래도 디엔의 아버지가 그런 모양입니다."

카가리 "모친은 그것을 알고, 언젠가 힘이 깨어날 때를 위해서 봉인의 돌을 손에 넣었겠지요."

카가리 "감동적이네요. 어머니의 아름다운 사랑이란."


쿠루리 "정령을 봉하는 돌은 마계에서도 값비싼 귀중품이야. 잘도 그런 걸 구했네."

카가리 "모친이 무리를 했겠죠. 몸져누울 정도로."

에리카 "과연......"


학식도 지위도 없는 창녀인 모친은, 문자 그대로 몸이 닳도록 악착 같이 돈을 모아 아들을 위해 돌을 샀을 것이다.


그걸 내던질 뻔했으니, 디엔이 괴롭히던 애들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코트 차림의 남자도 그 소식을 듣고 선글라스 안쪽의 눈을 번뜩인다.


코트의 남자 "마력을 지닌 하이 오크와 인간의 혼혈인가. 이건 뜻밖의 귀중품이로군. 어떻게 해서든 데려가겠어."


코트의 남자들이 일어나 불길에 휩쌓인 디엔에게 향한다


에리카 또한 그것을 멈추기 위해 디엔에게 달려가려 하지만.


쿠루리 "잠깐. 우선 저 애한테서 정령을 떼어놓지 않으면 안돼."

에리카 "왜? 디엔이 주인이라면 디엔의 말을 듣지 않겠어?"

쿠루리 "정령을 사역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마력이 필요해. 저 아이는 반쯤 인간인 데다가 아직 어린애. 마력도 충분치 않아."

쿠루리 "보통은 부족 내에서 조금씩 연습을 하며 자라는데."

쿠루리 "저대로 가면 정령을 제어할 수 없게 되어, 끝내 잡아먹히고 말 거야."

에리카 "그럴수가!"


디엔은 불길에 휩쌓인 낯선 상황에 당황하는 듯했다.


에리카 "디엔, 괜찮아!?"

디엔 "에리카! 살려줘! 무서워!"


무리도 아니다. 이런 능력이 있는 줄은 본인도 몰랐던 것이다.


에리카 "디엔! 침착해! 지금 도와줄 테니까──뜨것!"


에리카가 달려가려 하지만 불의 정령에 손을 데이고 만다.


에리카 "......정령 씨, 제발!! 앗 뜨거!!"


어떻게든 불길에 발을 들이려 하고, 그때마다 거절당하는 에리카를, 쿠루리는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쿠루리 "용병──에리카라고 했지. 네 목적이 뭐야?"

쿠루리 "용병이라고 하지만, 돈을 노린 마족 하프 사냥꾼은 아닌 것 같고."


에리카는 지금까지의 경위를 간략하게 말한다.


쿠루리 "스트리트 칠드런의 의뢰로 저 애를 찾고 있었다!? 그 애들이 모은 동전으로?"

에리카 "의뢰비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 녀석들이 한 달에 벌 수 있을까 말까 한 큰 돈인걸."

쿠루리 "하아."

쿠루리 "어이가 없네. 너무 바보 같아서 오히려 믿을 수 있어."


쿠루리는 큰 한숨을 쉬더니 어이없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쿠루리 "알았어. 협력할게. 나도 마족 하프인 아이가 죽어가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

쿠루리 "내 힘으로 저 아이를 구할 수 있을지 몰라. 시험해 보고 싶은데, 상당히 집중을 해야 해서."

쿠루리 "방해가 들어오면 곤란하니, 용병은 저쪽의 인신매매 무리들의 입을 다물게 해주겠어?"

에리카 "아, 알았어! 맡겨둬!"

쿠루리 "나중에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싶으니, 가능하면 살려둬."

에리카 "......노력해볼게."


이렇게 해서 에리카는 남자들에게, 쿠루리는 디엔에게, 서로 등을 맡기고 대치한다.


에리카 (디엔, 지금 도와줄게. 조금만 더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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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이 루이스의 아들일 가능성이 미립자 레벨로 존재


그런데 패키지 겜 시절과 오크 설정이 좀 바뀐 듯.

그 시절에는 모체의 종족이 어떻든 그냥 오크가 태어나는 걸로 기억하는데.


아사기도 혼혈 그런 얘기 없이 그냥 새끼 오크 임신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