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는 디엔, 그리고 쿠루리를 등지고 달려드는 사내들과 대치했다.


에리카 "절대 접근 못하게 할 거야. 디엔의 목숨이 달린 일인걸."

에리카 "에이잇! 서큘러 톱 부메랑!!!"


SHYAAAAA !


혼신으로 던진 서큘러 톱은 속속 남자들에게 명중.


날아간 사내들이 잔해 위로 풀썩 쓰러진다.


에리카 "어때! 이제 조금은 얌전하게......"

코트의 남자 "......흥. 건방진 용병 나부랭이가."


그러나 남자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 다시 에리카를 향해 달려든다


에리카 "엄청 터프하구만!?"


유괴범들도 이들에게 가세해 에리카에게 덤빈다.


게다가 남자들이 데리고 있던 드론도 에리카를 노리고 있다.


에리카는 우선 드론들을 겨냥해 서큘러 톱을 날려, 차례차례 파괴.


그리고 동시에 총으로 남자들의 움직임을 견제──


돌아온 서큘러 톱을 이번에는 땅에 던져 흙먼지를 일으킨다.


자신은 재빨리 고글을 착용해 흙먼지로 혼란한 적 사이로 뛰어들어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총으로 후려갈겼다.


에리카 "후우. 이번에는 해냈나."


이윽고 흙먼지가 가라앉으니, 주위에는 기절한 남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에리카 "아ㅡ아, 새로 뽑은 총이 피투성이야. 뭐, 그래도 이걸로 당분간은 얌전해지겠지."

에리카 "──잠깐, 거짓말이지!?"

코트의 남자 "아이를 잡아──."


두들겨 맞았을 코트의 남자들은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나 디엔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에리카 "일어날 수 있는 몸이 아닐텐데?!"

코트의 남자 "그 아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코트의 남자 "실험체를 못 구하면 다음엔 우리가──"

에리카 "뭐, 뭐야......!!"


그 이상한 집념에 에리카는 등골이 오싹해진다.


에리카 (쿠루리, 빨리──디엔을 도와줘!)


한편, 쿠루리는.


쿠루리 "자, 이제 막 깨어난 불꽃의 정령님. 당신과 나의 '마염魔炎', 어느 쪽이 우세한지 승부야."


쿠루리가 앞머리를 흔들자, 거기에 머문 푸른 불꽃이 기이하게 빛난다.


이것이 쿠루리의 마염.

오니족과 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그녀가 가진 특수 능력이다.


쿠루리 "불을 뚫고, 영혼을 잠재워, 정적 속에 사로잡혀라──."


그 중얼거림과 동시에, '마염'에서 장막처럼 푸른 빛이 퍼져나가 불꽃의 정령 째로 디엔을 감싼다.


사람의 피가 섞인 그녀에게는 오니족 본연의 남다른 근력이나 강인함 대신, 특수한 마력이 발현됐다.


그것이 '마염'.


머리카락에 달아놓은 마구에 머물게 하여 제어하고, 여러가지 기술로 사용한다.


불꽃의 정령이 푸른 빛에 휩쌓이자 올가미에 걸린 짐승처럼 날뛰며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 했다.


쿠루리 "크으──."

쿠루리 "역시 정령, 그렇게 간단히 제어할 수는 없네. 시간이 좀 걸리겠어."


쿠루리는 다시 마염을 흔들리게 하며, 푸른 빛을 뿜었다.


쿠루리의 '마염'과 정령이 뻗치는 불길.


두 사람의 중간 쯤에서 파란 불꽃과 붉은 불꽃이 서로 맞붙는다.


한편.


코트의 남자 "하프 오크를 넘겨라......그 아이가 없으면 우리가......"

에리카 "너, 너희들 도대체 뭐야?! 왜 그렇게까지......!"


에리카는 그로부터 몇 번이나 서큘러 톱을 던지고 다리를 총으로 쏘아 남자들의 움직임을 막고 있다.


그러나 몇 번을 쓰러뜨려도 남자들은 집요하게 일어서 디엔에게 향하려 한다.


발은 총알에 꿰뚫려 비틀비틀, 피격한 어깨나 머리에서는 피가 나는데, 개중에는 기어오는 자도 있다.


너무나 끈질겨, 과연 에리카라도 피폐해졌다.


에리카 (이대로라면 서서히 체력이 깎여, 이쪽이 당한다)


에리카 "쿠루리, 미안!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태로 둘 수 없을지도 몰라......!"

쿠루리 "조금만 더 힘내! 머지 않아 정령을 제어할 수 있을 거야."

쿠루리 "──자, 이걸로 마지막이야. 마염사魔炎蛇!!!"


쿠루리의 '마염'이 한층 더 크게 빛나면, 전에 없이 짙은 푸른색이 이무기가 되어, 주위를 감싸고──


팽팽히 맞섰던 두 가지의 불길은 순식간에 쿠루리의 푸른 불길에 삼켜졌다.


쿠루리 "됐다."


불꽃의 정령은 마지막으로 한 번 크게 타오르다가, 한 점에 모여, 다 타버린 향불 같이 작은 불덩어리가 되어 뚝 떨어졌다.


디엔 "──."


동시에 디엔도 축 늘어져 땅에 쓰러진다.


에리카 "디엔!"

쿠루리 "괜찮아, 너무 힘을 많이 써서 잠시 기절했을 뿐이야."

에리카 "......다행이다."

쿠루리 "용병, 뒤를 조심해!!"


코트의 남자들

"......불이 꺼졌다......지금이다."

"아이를 빼앗아라......"


남자들은 불이 꺼진 것을 기회로 여겨, 여전히 디엔을 노리려 한다.


에리카 "또야?! 끈질기긴!"

쿠루리 "너희들은 이쪽이야. 나,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쿠루리가 앞을 가로막자 남자들의 몸에 증오가 일었다.


코트의 남자 "후유츠키 쿠루리......네년 때문에......"

쿠루리 "싫다, 목뼈가 부러졌잖아. 그 생명력, 아무래도 보통 인간은 아닌 모양이네."

쿠루리 "마족 하프들을 사 모으고 있던 것 같은데, 도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있는 거지?"

코트의 남자 "......"

쿠루리 "뭐 좋아. 나중에 천천히 실토하게 해주지."


쿠루리가 앞머리를 다시 쓸어올리자, '마염'이 빛나, 이번에는 그로부터 7개의 불을 만들어냈다.


쿠루리 "식・마염(式・魔炎). 차디찬 불길의 원환은 송곳니와 가시가 되어 너희들을 찌르고 부들부들 떨게 할 거야──."


일곱 개의 불은 원을 그리며 남자들을 에워쌌는가 하면, 테두리처럼 구속한다.


코트의 남자 "그, 으윽?"


그러자 그들은 전류가 흐르기라도 한 것처럼 몸을 뒤로 젖히며 굳어졌다.


코트의 남자

"빌어먹을......"

"으윽......"


남자들은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쿠루리의 부하의 손에 구속되었다.


쿠루리 "이걸로 일단락 됐네."

에리카 "굉장해......마염은 뭐든지 할 수 있는 거구나."

쿠루리 "꼭 그렇지만도 않아."

쿠루리 "그건 그렇고 용병, 너도 잘 막아줬어. 보기보다 실력이 좋은 것 같은데."

에리카 "아아, 솔직히 아슬아슬 했어. 개개인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뭔가 엄청난 집념이었거든."

쿠루리 "확실히. 녀석들은 아지트에서 천천히 알아보고 싶으니 내가 맡아둘게. 괜찮지?"

에리카 "으, 응. 나는 디엔만 도와줄 수 있다면 괜찮아."

쿠루리 "그래서, 넌 이 아이를 스트리트로 데려갈 생각이야?"

에리카 "일단은. 그 후는 디엔 자신이 결정할 일이야."

에리카 "......잠깐, 설마 너 디엔까지 데려가려는 거야......?"


만약 그렇다면 은혜를 저버리고, 쿠루리와 싸우더라도 일을 처리해야 한다.


순간 폐허에 긴장이 감도는데, 쿠루리는 "후훗" 하고 웃으며 깨뜨렸다.


쿠루리 "코흘리개들의 부탁 따위는 무시하고, 이 아이를 어둠의 사회에 팔면 큰돈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구나."

에리카 "에엣!? 그건 생각 안 하거든! 넌 오니냐!?"

쿠루리 "오니야. 후후후."

에리카 "앗, 뭔가 미안......"


쿠루리는 그 단정한 표정이 무너지는 것을 부채로 가리며 킬킬거린다.


쿠루리 "정말 고지식한 용병이구나. 마음에 들어."

쿠루리 "그 아이를 스트리트에 돌려놓기 전에 적어도 요양은 시켜줘."

쿠루리 "각성한지 얼마 안 된 마력을 다 써서 지쳐있을 테니까."

에리카 "그럴게. 고마워, 쿠루리."


에리카는 디엔을 안아 올리더니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한 돌아가는 길을 걷기 시작한다.


쿠루리는 배웅하며 미소를 지었지만 곧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가 차에 올랐다.


이렇게 해서 에리카는 무사히 디엔을 구출.


마을로 돌아와 보니 어느새 먼저 돌아와 있던 카가리가 쥬베에게 부탁하여 숙소를 마련해 주었고, 디엔은 거기서 일단 요양하기로 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에리카 "디엔, 실례할게."


에리카가 병문안을 오자 디엔은 기다렸다는 듯이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빛냈다.


디엔 "에리카! 오늘의 과자는 뭐야?"

에리카 "정말. 그렇게 매일매일 과자만 가져오지는 않거든."

에리카 "그래도 뭐, 이제 많이 좋아진 모양이네. "

디엔 "응, 이제 완전 괜찮아. 에리카 덕분이야. 도와줘서 고마워."

에리카 "흐흥, 용병 에리카 씨를 조금은 다시 봤으려나?"

디엔 "음, 조금은. 도움을 받은 건 거의 다 쿠루리 님 덕분이니까."

에리카 "솔직하지 못하구나. 오늘은 과자보다 더 큰 병문안을 왔는데. 도로 가져가야겠어."

디엔 "엣, 뭔데?! 뭐야!?"


몸을 내미는 디엔에게 흐흥하고 웃으며, 에리카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불꽃의 정령이 봉해져 있던 그 돌이었다.


디엔 "이건......!!!"

에리카 "그 잔해 속에서 찾은 거야. 정말 힘들었다고."


그 후, 불꽃의 정령은 다시 돌 속으로 돌아가, 잔해 속에 나뒹굴고 있었다.


에리카는 폐허를 다시 찾아 눈을 부릅뜨고 그것을 찾아낸 것이다.


디엔 "에리카......! 고마워! 에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용병이야!"

에리카 "응응 그래야지"

에리카 "그럼, 이걸로 이제 스트리트의 애들도 디엔을 놀리거나 하지는 않겠지?"

디엔 "......그거 말인데. 역시 스트리트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디엔 "눈총을 받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참고 거기서 사는 것보다는 나아."

에리카 "그렇구나......"


에리카도 강하게 말리지 못했다.


마음에 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스트리트로 돌아가도 디엔은 앙금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에리카 "그래도 스트리트를 떠나서 살 곳은 있어?"

디엔 "음......사실은 말이지."

디엔 "쿠루리 님에게 정말 동료로 받아들여줄 수 없을까, 하고 부탁하러 가려고 해."

디엔 "전에는 속아 버렸으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스스로 부탁해 보고 싶어. 받아줄지는 모르겠지만."

디엔 "쿠루리 님처럼, 이 힘을 다룰 수 있도록 연습해서 나도 내 자리를 쟁취하고 싶어."


디엔은 유품인 돌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것은 이전과는 달리 희미한 붉은 빛과 열을 발하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

쿠루리의 거점에서는.


부하 "쿠루리 님. 녀석들, 뭔가 실토했나요?"

쿠루리 "그래, 좀 놀아줬더니 선선히 불더군."


조금 전까지 안쪽 방에서 들리고 있던 무시무시한 비명을 생각해 내고, 부하는 어깨를 움츠렸다.


쿠루리 "마족 하프를 사 모으던 건 아캄 바이오사의 연구소."

쿠루리 "마족과 인간을 결합한 강화 생체병기를 만들기 위한 연구 재료로 삼았대."

부하 "역시 그런가요. 좋은 무기를 갖고 있고, 드론도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단순한 깡패 같지는 않았으니까요."


쿠루리 "게다가."

쿠루리 "그 녀석들도, 그 생체병기──인조 하프를 만드는 과정에서 태어난, 말하자면 프로토타입이었어."

쿠루리 "실험에 사용할 마족 하프를 손에 넣지 않으면, 그들 자신이 실험체가 되어, 언젠가 한 번 쓰이고 버려져 해부당한다고."

쿠루리 "그래서 필사적이었던 거야. 어떻게든 그 애를 얻으려고."

부하 "지독한 이야기네요. 자기들 외에는 실험동물 정도로만 생각하는 건지."

쿠루리 "그래......인간이란 그런 놈들 뿐이야."


쿠루리는 눈을 가늘게 떴다.


쿠루리 (약하다고 생각한 상대에게는 어디까지나 잔혹해질 수 있다. 그것은 사람이나 마족이나 다르지 않다.)

쿠루리 (극히 드물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부하 "쿠루리 님?"

쿠루리 "아무것도 아니야."

쿠루리 "어쨌든 지금은 전력을 늘리고 기반을 다져야지. 앞으로도 센자키를 부탁해."


쿠루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음 목적지로 향해 방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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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캄 바이오, 또 너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