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


나 "읏!?"

리림 "와앗, 비 온다!!"


우리들이 도망치자, 그것을 방해하듯(틀림없이 그럴 거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양동이를 뒤집은 듯 갑자기 엄청난 폭우다.


아까 그 안개는 말할 것도 없다.

갑자기 시야가 흐려진다.


리림 "비가 아파아파! 두목 어딨어! 어디에 있어!?"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가운데, 리림이 나를 놓치고 있다.


날개가 있는 만큼, 비의 충격이 괴로운 듯, 등을 구부리고 있다.


나 "여기야!"

리림 "햐웃!!"


난 리림이 팔을 잡았다.


여기는 꿈의 세계다.

음마인 녀석과는 떨어지지 않는 편이 좋다.


나 "리림!!"

리림 "뭐, 뭐야!?"


리림은 빙글 뒤돌아 그녀 역시 내 팔을 꽉 잡아왔다.


나 "음마의 공격은 역시 너 때문이지!? 전에 음란들이 데리러 왔잖아!

리림 "이번에는 죽이러 왔잖아! 그러니까 분명 두목 때문이야!"

나 "꿈 속에선 잘나가지? 무슨 방법 없어!?"

리림 "낙오 음마에게 그런 기대하지 마!"

나 "스스로 말하는 거냐?!"

리림 "시끄러워!"


스륵──.


리림 "햐악!"


말다툼을 하는 사이 리림이 뭔가에 발을 채였다.


나 "헉!!"


손을 잡고 있던 나도 이끌려, 두 사람 모두 앞으로 푹 고꾸라져 간다.


게다가 넘어질 곳은 절벽이다.

큰일났다, 떨어져!


나 "큭!!"


나는 반사적으로 리림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다.


리림 "잠깐, 두목──!"

나 "절벽이다!!"

리림 "거짓말이지이이이이!!"


우리 둘은 사이좋게(도 아니지만) 절벽을 데굴데굴 굴러떨어져 갔다.


꿈 속에서 굴러떨어져 나무아미타불──일 줄 알았는데 그만한 높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덧 비는 그쳤고 장소도 용암이 흐르는 작열의 황무지로 변해 있었다.


나 "아파라.......드디어 악몽이라는 느낌이네......"

리림 "으으, 아파──. 뭐하는 거야, 두목."

나 "지켜준 거잖냐, 감사해라. 그보다, 날개가 있다면 날든 뭐든 해보라고."

리림 "그렇게 갑자기 파닥파닥 날 수 있을 리 없잖아, 바보!"

나 "정말이지......"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역시 이 녀석과는 장단이 맞지 않는다.


리림 "아아앗──!! 저거 봐 두목!!"

나 "뭐야......웃!?"


리림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 그곳의 용암이 부글부글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리림 "이, 이 기색은! 위험해 위험해!"


그것은 순식간에 날개가 있는 인간형, 그것도 여자의 형상을 취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슈타르 "......"

나 "확실히 위험할 것 같은 게 나왔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본능을 움켜쥐고 있는 듯한 요염한 지체.


인간을 정精을 빼앗는 대상으로 밖에 여기지 않지만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고혹적인 표정.


누가 봐도 음마임을 알 수 있다.


그것도 리림은 물론 미티아 등보다 더 높은 상급 음마.


나 "꿀꺽......"

리림 "두목! 불끈불끈하고 있을 때가 아니거든!"

나 "그, 그렇지 않거든!!"


아니, 잠깐 불끈했었다. 위험할 뻔했다.


리림 "저건 이슈타르야!"

나 "이슈타르?"

리림 "음마족 대간부! 죽은 왕의 최측근이었던 짜증나는 할망구야!"

이슈타르 "......"


그 짜증나는 할망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보다 눈앞에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하는 리림도 배짱 하나는 참 두둑하다.


아니, 그런 것보다──.


나 "음마의 왕이 죽었다고!?"

리림 "두목은 그런 것도 몰라!"

나 "알겠냐!"

리림 "알아봐! 엄청 중대한 일이잖아!"

나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마!"


이슈타르 "......후우."


이슈타르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촤아아아악!!


엉덩이에 고드름이 꽂힌 듯 강렬한 오한이 치솟았다.


나 "헉!!"

리림 "우와앗!!"


나는 리림을 옆으로 밀치고 나도 반대쪽으로 몸을 던졌다.


──직후, 이슈타르의 그림자에서 나타난 촉수가 우리들이 있던 장소에 꽂혔다.


푸욱!!


촉수는 근처에 있던 용암을 때려 부수는 것이 아니라 시원하게 관통하고 있었다.


엄청난 위력이다.


리림 "히에에에에에!! 저 할망구, 두목을 노리고 있어!"

나 "누가 봐도 널 노렸잖아!"

리림 "아니야! 두목의 심장을 노렸어!"

나 "좀 봐주라 진짜!"


도대체 어느 쪽이 녀석의 타깃이지?


나? 리림?


이 상황, 어떻게 타파하지!?


***


이슈타르 "......"


큰일났다, 큰일났어.


어젯밤의 습격으로 오차에 엄청나게 귀찮은 적이 잠입한 것 같다.


그것도 음마족 대간부 이슈타르.


도대체 그 목적이 뭐지!?


어젯밤 이런 녀석이 나왔다는 보고는 없었다.


즉 이가와 센쥬의 계획과는 별개로 움직인다고 봐야 한다.


오차 습격에 편승해 왔다고나 할까.


그 목적은 전혀 모르지만, 이런 괴물을 상대로 나와 소동물만으로 싸울 수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여긴 녀석의 꿈의 세계.


나의 마성의 힘은 물론, 리림의 음마의 힘도 봉인되어 있다.


여기서는 도망치는 게 제일이다.


하지만 대체 어디로 도망가야 하지?


녀석의 꿈의 세계에서 벗어날 방법이 있나?


이슈타르 "......"


이슈타르가 천천히 다가왔다.


발밑의 어둠에서 기어나온 촉수를 꿈틀거리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모습은 우아하고 요염하며, 그리고 무섭다.


이슈타르 "리림, 너에게 할 얘기가 있어."


이슈타르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귓속이 녹아내릴 듯 요염한 목소리다.


리림 "나!?"

나 "역시 너였잖아!"

리림 "왜?! 왕궁의 은식기를 훔친 게 들켰나!?"

나 "너 그런 짓 하고 있었냐!"


이슈타르 "......"


촤아아아악!!


또다시 어둠의 촉수가 날아왔다.


이번에는 전혀 반응하지 못했지만 맞힐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근처 바위에 바람구멍을 냈을 뿐이다.


리림 "히잇!!"

나 "헉!!"


우리가 입을 다물자 이슈타르는 말을 이었다.


이슈타르 "내 동생의 기억에 의하면 리림, 넌 알고 있을 거야."

나 "어, 어이! 은식기를 숨긴 곳을 빨리 말해!"

리림 "진작에 팔아치웠거든!"


스르르륵──.


나 "리림!! 뒤에!"

리림 "에? 뭐야? 우와앗!"


어느새 땅을 기어 몰래 다가온 촉수가 리림을 꽁꽁 묶어 구속한다.


리림 "으으, 괴로워~~."

이슈타르 "이 나를 우롱하는 거야?"

리림 "저, 정말 팔아먹어서 더는 없어!"

이슈타르 "은식기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왕의 자식'이 있는 곳이야."


초조하게 묻는 이슈타르에게 리림은 버둥거리다가 자포자기한 듯 이렇게 대꾸했다.


리림 "뭐어? 왕의 아들이 있는 곳???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아?! 풀어줘───!"


왕의 자식이 있는 곳이라고?

그걸 리림에게 물으러 온 건가?


하지만, 그런 중요한 것을 이런 낙오자가 알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이슈타르 "낙오 음마는 시치미를 떼는 게 특기인가 보네."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리림 "뭐가 어째! 이거 풀란 말이야──!!!"

이슈타르 "이 인간을 왜 내 세계에 끌어들였는지 모르는 모양이구나."

리림 "후에? 두목을?"


에? 왜?


이슈타르 "이미 들었어. 이전에 이 남자를 열심히 감싸고 돌았다지."

나 "뭐?"


그게 뭔 소리야?

그런 적은 한 번도 없는데.


저 녀석,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리림 "할망구! 너 바보야? 내가 무하러 두목 따위를 두둔하겠어!"


말투는 좀 그렇지만 사실이다.


이슈타르 "속이려 해도 소용없어. 오르쿠스라는 마족에게 습격당했을 때, 네가 이 녀석을 감싸준 걸 부하들이 보고 있었거든."

나 & 리림 ""앗!""


그러고 보니 그런 일이 있었지.


하필이면 단 한 번뿐이었던 그걸 목격하다니.


그리고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등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온 촉수에 나도 붙들렸다.


리림 "두목!!"

나 "크으으!"


반사적으로 벗겨내려 했지만, 당연히 내 힘 따위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게다가 다른 촉수가 채찍처럼 휘둘러져 내 피부에 상처를 내기 시작한다.


나 "읏......크으윽......으윽."


철썩, 철썩하고 살갗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듯한 아픔과, 얕은 상처가 여러 개 생겨나 피가 흐른다.


리림 "어, 어이! 그만해 할망구!!!"

이슈타르 "목소리 떨리네. 이 남자에게 반하기라도 한 거야?"


나 & 리림 ""아니거든!""


나랑 리림의 목소리가 겹쳤다.


이슈타르 "......"


이슈타르은 살짝 당황한 것 같은데 무시하기로 한 것 같다.


이슈타르 "역시 이 남자에게 반했나 보네."

리림 "아니라고 하잖아! 두목은 내 돈줄이야! 그 이상 상처 입히면 용서 못해!"


그것도 반박하고 싶지만 온몸의 통증으로 입을 열기 힘들다.


이슈타르 "용서 못 한다고? 너 같은 낙오자가 뭘 할 수 있다고?"

나 "으가앗!!"


살갗을 조여오던 촉수가 더 깊이 내 몸에 파고들었다.


서서히 상처가 깊어져 간다.

피부가, 살이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다.


나 "아악......크아악......끄그윽......"


여기가 꿈 속이라 그런지 기절할 수조차 없는 통렬한 아픔.


나는 이대로 꿈 속에서 천천히 죽어가는 건가.


리림 "그만해!!! 두목이 죽어가잖아?!"

이슈타르 "그럼 대답하렴. 왕의 자식이 있는 곳을."

리림 "모른다고!"

이슈타르 "이 남자를 죽게 놔둘 거야?"

리림 "정말이라니까! 나는 왕의 자식이 어디 있는지 몰라!!!"

이슈타르 "마지막 기회야."


나 "크으으......"


이슈타르의 촉수가 내 눈앞에서 고개를 쳐들었다.


바위도 관통하는 촉수다.

나를 찔러 죽이는 건 쉬운 일이겠지.


리림 "그만해!!! 제발!!!"


리림은 울면서 호소하고 있었다.


그 리림이 나 때문에 울 줄이야.


그런데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이게 내 최후인가.


아까 처음 들은 음마의 왕의 죽음, 어딘가에 있는 것 같은 왕의 아이.


나에게는 당돌해도 정도가 있지만, 죽을 때 따위는 대체로 그런 거겠지.


나 "리림......너와의 악연도......여기까지구나......"

리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두목!! 이럴 때일수록 잔꾀를 부려 어떻게든 하는 게 두목이잖아!!"

나 "그렇다면......좋을텐데......"

리림 "두목, 안돼!!"


이슈타르 "귀찮지만 리림, 직접 너의 기억을 더듬어봐야겠네."

이슈타르 "이 인간은 쓸모없었어."

나 "이슈타르!!"


나는 근성으로 이슈타르를 노려보았다.


이슈타르 "호오, 내 꿈에서 그만한 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니. 대단한 인간이네."

이슈타르 "이런 때가 아니었다면 네 녀석의 정을 마음껏──응?"


이슈타르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이슈타르 "너, 안에 뭐가 똬리를 튼 거야? 단순한 대마인이 아니잖아?"

나 "???"

이슈타르 "뭐지? 설마 어떤 인과가? 뭐 됐어. 여기서 죽여둘까."

리림 "안돼에에에에에!!"

나 "헉!!"


촉수가 꿈틀거린다.


시야 가득히 그 끝이 펼쳐진다.


그것이 나의 얼굴을 꿰뚫기 직전,


??? "테야아아아아아아앗!!"


격렬한 기합과 함께 섬광이 번뜩이고 촉수가 두동강 난다.


앗, 하고 생각했을 때에 뒤이어 참격의 폭풍이 나를 구속하고 있던 촉수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


이슈타르 "호오, 또다른 인간이 내 세계를 방황했나."

후우마 아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뭐하는 거야, 코타로!"



나타난 것은 먼 옛날, 똑같이 블랙으로부터 나를 구해 준 후우마 아키──아키 누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