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키 누나!!"

아키 "간발의 차! 라는 느낌도 아니네. 뭔가 온몸에 피가 흥건한데 괜찮아? 일어설 수 있어? 코타로?"

나 "어, 어떻게든......아키 누나야말로 몸은 어때?"


이슈타르의 촉수로 온몸에 매질당한 아픔을 참으며 버틴다.


아키 "구사일생 하더니 바로 내 걱정인가. 여전하네. 고마워. 나는 이제 괜찮아."

나 "그렇게 말하고 또 병실에서 탈주한 거 아니야?"

아키 "아하핫! 잘도 눈치챘네, 정답!"


아키 누나는 웃으며 가슴을 폈다.


요미하라의 지하 원자력 발전 사고 때, 심각한 방사선 피폭으로 마계의 장기에 오염된 아키 누나는 그 마을의 마과의, 키류 미코토의 병원에 잠시 입원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옛날부터 곤드레만드레 취했을 때 외에는 얌전히 누워있을 수 없는 아키 누나는 몇 번이나 병실을 빠져 나갔다고 들었다.


이번 오차의 위기에도 똑같이 병원을 탈주해 달려온 것 같다.


어젯밤의 결전에는 늦었지만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리림 "잠깐잠깐! 아키!! 두목만이 아니라 나도 살려줘! 이쪽도 묶여있단 말이야."


아직 촉수에 묶여 꼼짝 못하는 리림이 하소연한다.


아키 "아아 미안. 저 녀석, 빈틈이 안 보여서 말이야. 잠시만 그러고 있어."

리림 "그럴수가아아아아!"

아키 "자, 코타로를 이렇게 만들어준 책임을 져주실까."


아키 누나는 피투성이인 나를 등지고 이슈타르를 향해 칼을 겨누었다.


그 표정은 볼 수 없지만 무시무시한 살기가 전해져 온다.


이슈타르 "어떻게 내 세계에 들어온 거지?"


이슈타르는 발밑의 어둠에서 다시 촉수를 만들어 내면서 흥미로운 듯 물었다.


아키 "부적 때문이려나?"


아키 누나는 그 살기에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나사라 "틀림없이 나사라 덕."


아키 누나와 마찬가지로 클론 아사기 탐정 사무소에 소속된 이세계 생물 나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인지를 초월한 능력으로 아키 누나의 치료를 도와주었지만, 목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아키 "여기야 여기"

나사라 "나사라, 여기"


아키 누나가 이슈타르와 대립하며 몸을 비스듬히 내 쪽으로 돌리자, 가슴골에서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나사라가 나왔다.


마치 캡슐토이 인형이다.

게다가 둥둥 떠다닌다.


저 작은 나사라의 능력으로 이 꿈의 세계에 들어온 것일까.


정말 모든 가능한가 보네.


이슈타르 "이계인? 재미있는 걸 데리고 다니네."

아키 "나사라짱이 전부 해결해 주거든!"


아키 누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슈타르를 향해 돌진했다.


이슈타르 "하지만 여긴 내 꿈의 세계야!"


이슈타르의 발밑에서 춤추던 무수한 촉수가 폭발하듯 아키 누나를 덮쳤다.


아키 "나사라짱! 방어 부탁해"

나사라 "알았다."


아키 누나 주위를 둥둥 떠다니던 미니 나사라가 빠르게 재움직였다.


나사라 "핫! 핫! 타앗!"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촉수를 모조리 요격한다 


이슈타르 "뭇......"


아키 누나는 놀란듯한 표정의 이슈타르에게 기어가듯 낮은 자세에서


아키 "하아아아앗!!"


쳐올리는 일격으로 촉수 몇 가닥을 뿌리째 베어 왼팔에 약간의 상처를 입혔다.


이슈타르 "인간치고는 제법이네. 하지만 찰과상이야."

아키 "그렇다면 이건 어때! 사열死裂!!"


아키 누나는 필살의 사안으로 이슈타르와 눈을 맞추려 했다.


강렬한 암시에 의해 찰과상을 치명상처럼 느끼게 하고, 거기에 끌려간 현실의 육체도 찰과상이 치명상으로 변하는 아키 누나의 비기였지만,


아키 "발동하지 않는다고!?"


효과가 없기는 커녕 사안 자체가 발동하지 않는다.


이슈타르 "내 꿈의 세계에서는 모든 힘이 무효가 돼."

아키 "칫! 성가신 세상이네."


아키 누나는 자세를 다잡으며 이슈타르에게서 거리를 벌린다.


나사라 "아키, 나사라의 힘도 쓸 수 없어. 본체가 필요. 하지만 본체는 요미하라에. 핀치."

아키 "코타로! 그 힘은 쓸 수 없는 거야!"

아키 "옛날, 귀염성 없는 아이와 싸울 때 코타로가 사용했던 위험한 힘 말이야."

나 "안돼. 애당초 쓸 수 있으면 이 상처를 진즉 고치고 있었을 거야!"

아키 "그럼, 그때 나왔던 코타로와 결혼한다던 애는? 여기 없어?


시스이를 얘기하는 거구나.


하긴 그때는 시스이가 도와줬는데, 이 상황에 이으러도 나타나지 않는다.


나 "그것도 무리인가 봐. 녀석의 꿈 속에 있기 때문이야!"

아키 "꿈에서 깨어날 수 밖에 없다는 건가!!!"


아키 누나는 다시 이슈타르를 들이받았다.


사안 없이 악몽의 원흉인 녀석을 죽이기 위해.


아니, 그게 아닌가?


지금, 아키 누나는 나를 보고 나서, 묶여있는 리림에게 눈짓했다.


아키 "나사라짱, 부탁할게!"

나사라 "맡겨라."


작은 나사라와의 연계로, 접근전에서는 아키 누나가 우세하다.


아키 "이번에는 더 깊이 베줄게!!"

이슈타르 "재미있는 인간이네!'


아키 누나는 촉수 공격을 피해, 아까 이상으로 이슈타르에게 육박하고


아키 "테야아아아아아앗!!"


장렬한 기합을 지르며 이슈타르에게 칼을 내리쳤다.


이슈타르 "소용없어."


이슈타르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 마법의 장벽으로 참격을 튕겨내고, 그대로 자신의 손으로 아키 누나를 공격해 왔다.


나사라 "뽀요옹."


아키 누나의 가슴골에 묻힌 작은 나사라가 불가사의한 수단으로 그것을 튕겨낸다.


아키 "핫!!"


그 반발력을 이용해 아키 누나는 크게 뒤로 점프했다.


그 끝에는 붙잡힌 리림이 있다.


아키 "타아아아아앗!!"


아키 누나는 공중제비를 돌면서 리림을 구속하는 촉수를 베어버렸다.


리림 "햐아아아아악!!"


그리고 놀라는 리림을 덥석 안고 쏜살같이 달아났다.


아까 그 눈빛의 뜻이 이거였다.

아키 누나는 처음부터 도망칠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슈타르 "네 녀석!!"


속아 넘어간 이슈타르가 분노의 고함을 질렀지만


나사라 "번쩍번쩍."

이슈타르 "크으으!!"


나사라가 엄청난 빛을 발해 그 시야를 잠시 빼앗는다.


저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나도 타이밍을 맞춰 도망쳤다.


***


도주를 시작하자마자 주위는 작열하는 마그마 지대에서 빙설로 뒤덮인 극한 지대로 변화했다.


나 "이것도 그 녀석 짓인가!

아키 "추워!!! 이 무슨 악취미한 꿈인지!"

나사라 "마이너스 20도. 오래 있으면 위험해."

리림 "저 할망구는 우리를 가지고 노는 거야!"


이슈타르 "아하하하!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를 비웃으며 이슈타르가 지표를 미끄러지듯 쫓아온다.


마음만 먹으면 눈 앞에 확 나타날 수도 있을 텐데 우리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오는 건 분명 장난치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들의 앞을 막듯이 그 괴물들이 눈 속에서 나타났다.


나이트 비스트

「キシャシャシャシャアアアアッ!!」

「キシャシャシャシャアアアアッ!!」

「キシャシャシャシャアアアアッ!!」


저 멀리까지 벌레 인간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리림 "꺄아아아아악!!"

아키 "쳇, 거짓말이지!"

리림 "도망가자도망가자도망가자!!"

나 "아키 누나, 이쪽이야!"

아키 "그건 좋네!"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방향을 돌리지만


나이트 비스트

「キシャシャシャシャアアアアッ!!」

「キシャシャシャシャアアアアッ!!」

「キシャシャシャシャアアアアッ!!」


리림 "이쪽에서도 나왔다아아아!!"

아키 "역시나인가!"

나 "젠장!"


우리는 순식간에 몰려오는 괴물떼에게 포위되어 사면초가에 빠지고 말았다.


나사라 "현재 1280마리, 아직도 증가 중"

리림 "어어어어, 어떻게 하지, 두목!"

아키 "야, 코타로. 슬슬 생각해 둔 작전이 있는 거지?"

나 "미안, 아키 누나......"

아키 "역시 그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밖에 없네."


아키 누나가 칼을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괴물의 무리는 일제히 덤벼들었다.


아까처럼 약하지만 너무나도 절망적인 이 수.


아키 누나는 100마리 정도, 나도 열심히 20마리는 쓰러뜨렸을까, 리림은 처음부터 머리를 감싸고 있어서.


그 눈사태 같은 무리에 삼켜져,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모두 이슈타르의 촉수에 구속되어 있었다.


이슈타르 "놀이는 끝이구나."


이슈타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한가득 있던 괴물들이 사라졌다.


이 꿈의 세계에서 역시 그녀는 무적이다.


이슈타르 "이제 도움은 오지 않아. 리림,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왕의 자식이 있는 곳은?"


녀석은 이번에는 촉수가 아니라 자신의 손톱을 나에게 향하면서 리림에게 물었다.


리림 "그러니까, 그니까아, 생각났다!"


리림은 "그러고보니!"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오랜 악연인 나는 알 수 있었다.


저건 거짓말이다.


이슈타르는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이슈타르 "그래. 하지만 이 남자는 '먼저' 죽여둬야겠지."


역시 그렇군.

라고 생각하는 순간,


푸우욱!!


나 "크아악!!"


녀석의 손톱이 내 심장에 박혔다.


엄청난 기세로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다.


푸슈욱 하는 그 소리가 이상하리만큼 또렷하게 들렸다.


리림 "두목!!"

아키 "코타로!!"


뒤이어 들린 두 사람의 고함이 급속히 멀어져 간다.


리림 "안돼! 두목!! 실제로는 안 죽었어! 그러니까 죽으면 안돼!!"


리림이 소리치고 있다.


그랬지.


이슈타르의 꿈의 세계에서 '죽음을 자각'하면 정말로 죽고 만다.


그러니까 사실은 상처받지 않았다고, 심장 따위는 꿰뚫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너무도 리얼한 아픔.

아니, 그것도 안 느껴진다.


몸이 점점 식어간다.


꿈 속의 죽음, 진짜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


이 감각.


생명의 등불이 꺼져 가다.


저항할 수 없다......


나 "미안......"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에 나는 사과하고 있었다.


그게 누구를 향한 말이었는지, 나도 몰랐다.


시야가 끊기고, 의식이 암전하고, 그리고──.


???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빠지익!


세계에 균열이 생겼다.


이슈타르가 만들어낸 꿈의 세계가.


이슈타르 "이건 대체!"


균열은 순식간에 온 세계로 퍼져나가, 유리가 깨지듯 꿈이 부서져 갔다.


이슈타르 "바보 같은!"


그곳은 원래의 세계였다.


세 사람을 구속하고 있던 촉수가 사라지고, 저 남자도 상처없이 땅바닥에 쓰러져 있다.


당연하다.


모두 이슈타르가 만들어낸 꿈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슈타르의 의사를 따르지 않고 꿈에서 돌아올 리 없다.


리림 "──."


리림은 멍한 상태다.


뭔가 할 수 있는 건 음마인 녀석 뿐이지만. 저 낙오자가 뭘 할 수 있다고?


이슈타르 "도대체 뭘 했길래!"


이슈타르는 리림을 낚아챘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빈약한 몸에서 마력이 폭발적으로 부풀어 오르고


리림 『손을 놔라, 천한 것』


마음 속에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들어와, 리림을 잡고 있던 이슈타르의 팔이 검은 장기瘴気에 감싸여 날아가 버렸다.


이슈타르 "크핫!!"


검은 장기를 두른 리림의 몸이 순식간에 변모해 간다.



리림 『........』


그 위용.

그 압도적인 경외.


이슈타르의 영혼마저 흔들리게 하는 그 막강한 매혹.


이슈타르 "그런 설마!? 너는......아니, 당신은......!?

리림 『나를 깨우지 마라. 다음은 없어, 이슈타르.』


그녀의 손에 칼이 쥐어져 있었다.

그 요염한 빛.


이슈타르 "아아......"


이슈타르는 마치 스스로 내민 것처럼, 사지가 뿌리부터 절단되어 있었다.


이슈타르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벌레처럼 납작 엎드려 절하며 용서를 구걸한다.


배에 검이 꽂혀, 움찔움찔 경련하고 있으면서, 통증보다 더한 경외에 떨고 있었다.


리림 『......』


이슈타르는 검은 장기에 감싸여 훅 사라졌다.


아키 "그 괴물을 해치운 거야?"


아키가 멍한 표정으로 리림에게, 조금 전까지 리림이었던 음마에게 묻는다.



리림 "이 정도로 죽을 여자가 아니야."


그녀는 코타로에게 재빨리 달려가 그 뺨에 손을 대고, 



리림 "다행이다. 두목은 기절해 있을 뿐이야."


그 요염한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아주 순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키 "그래서, 넌 누구야?"

리림 "뭐어, 설명하면 긴데, 마왕의 딸 같은 거랄까?"

아키 "마왕의 딸이라."


왠지 피곤하다는 얼굴로 아키가 한숨을 내쉰다.



리림 "테헷♪"


마왕의 딸은 귀엽게 웃었다.


나사라 "흥미롭다"


작은 나사라가 아키의 가슴골에서 쑥 얼굴을 내민다.


악몽은 끝났고, 그녀가 각성했다.


마왕의 딸, 그 이름은 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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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림 표정 왤케 귀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