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챈에 언제나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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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도시 아미다하라.


도쿄 킹덤, 요미하라, 센자키에 필적하는 일본 유수의 무법지대다.


그리고 그 무법을 관광자원으로 내세우는 보기 드문 도시이기도 하다.


어느날 밤.


아미다하라의 통칭 '노상강도 스트리트'에서 검을 손에 쥔 두 사람이 마주보고 있었다.


한 명은 여자.



이름은 안네로제 바쥬라


거리의 주민치고 모르는 사람 없는 아미다하라 제일의 탐정이자 전설의 마도 금강야차를 다루는 마녀검객.


그녀는 이렇게 불린다.


강철의 마녀 안네로제.



상대하는 남자의 이름은 아보.


마계에서 찾아온 검호.

높이 치켜든 대태도大太刀는 오니키리마루.


이미 떠보는 건 끝났다.

서로를 강적이라 인정하는 미소가 떠오른다.


안네로제 "아보라 했던가? 제법이네. 오랜만에 즐거워졌어."

아보 "그건 이쪽도 마찬가지다. 전설의 금강야차를 휘두르는 것이 고작 여자라고 한 결례를 사과하지."

안네로제 "고마워. 그럼 이제 슬슬 진심을 내보시지?"

아보 "호, 눈치챘나?"

안네로제 "당연하지. 금강야차가 가르쳐줬거든."


안네로제가 뒤로 젖힌 마도를 치켜들자 물결치는 듯한 도신의 무늬가 선명하게 빛났다.


아보 "후후후, 재미있군. 그럼 보여주지! 나의 진정한 힘으으으으으을!"


아보는 웃통을 벗고 우렁차게 외쳤다.



거친 짐승의 목소리다.

그는 우두인신牛頭人身의 마인으로 변모한다.


두 눈은 짙은 핏빛으로 물들고, 흑금黒金의 몸은 마력으로 가득 차 있다.



안네로제 "어머 멋져라. 그럼 나도. 금강야차, 간다!"


금강야차의 날밑에서 검은 띠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생물처럼 요사스레 넘실거리며, 안네로제를 먹으려는 듯 그녀의 주위를 에워쌌다 싶더니,


안네로제 "하앗!!!"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한순간에 그 도신에 응축되어, 금강야차를 거대한 칼로 바꾸고 있었다.


안네로제 "이게 금강야차의 진정한 형태."


안네로제는 금강야차를 역팔상逆八相으로 고쳐 잡았다.


아보 "오오, 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보는 환희의 소리를 낸다.


아보 "간다, 오니키리마루!! 누아아아아앗!"


그리고 격렬한 발구름과 함께 자신이 모든 것을 담은 일격을 내리쳐왔다.


안네로제 "하아아아앗!!"


안네로제는 그것을 정면으로 맞받아친다.


금강야차가 선명한 호를 그리며 뇌광을 방불케 하는 두 개의 참격이 교차했다.


일순간의 후──.


아보 "크핫!"


패한 건 아보였다.


오니키리마루는 중반부터 꺾여 그 자신도 비스듬하게 깊이 베이고 있다.


치명상이었다.


아보 "후, 훌륭하다......"

안네로제 "고마워. 그리고 미안하지만 지금부터가 본방이야."

아보 "아, 알고 있다......그것이야말로 금강야차......! 자, 해라!"


아보는 고통을 참으며,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안네로제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안네로제 "너의 악을 삼켜줄게!"


금강야차가 다시 휘둘러진다.


이제 죽음만 기다리던 아보를 가차없이 난도질한다.


그때마다 도신에 모여있던 검은 띠가 풀려나가고, 그것이 아보의 육체를 깎아간다.


마도·금강야차가 아보의 악을, 존재 그 자체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처절한 광경이면서도, 금강야차를 휘두르는 안네로제의 모습은 한없이 아름다웠다.


아보 "흐하하하하!!"


아보 역시 웃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삶은 이 순간만을 위해서였다 듯 가가대소하고 있다.


패배해도 후회 없다.

보기 좋게 퇴장한다.


안네로제 "당신의 악은 금강야차의 안에. 그걸로 나는 더욱 강해질 거야. 좋은 싸움이었어, 아보."


서로 원한 따위는 없다.


뜻을 같이하는 자들끼리 싸워서 한쪽은 살아남고 한쪽은 죽었다.


두 가지 만족을 남기고.


그걸 빤히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 (안네로제 바쥬라......역시 최고의 테스트 상대군요)


안네로제 "뭔가 시선이 느껴지는데."


안네로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결투를 구경하는 건 좋다.

아미다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니.


하지만 살금살금 숨어있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제껏 기척이 느끼지 못했던 걸로 보아 단순한 관광객이 아니다.


그녀를 노리는 자객인가,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다가온 무리인가?


안네로제 "숨지말고 나오는 게 어때? 기념으로 사인이나 해 줄게."


어디에서 보고 있는지 모를 상대에게 말하자 그 기색은 스르르 사라졌다.


일부러 그녀에게 낌새를 눈치채게 한 것 같다.

거드름을 피우고 자빠졌다.


안네로제 "뭐 됐어"


자객이든 다른 볼일이 있든 조만간 또 나올 것이다.


안네로제는 금강야차를 칼집에 넣었다.


다음날──.


안네로제「ZZZ ............ZZ ........」


탕.....탕탕......탕


멀리서 총성이 울리고 있다.


이런 시간부터 다투고 있겠지.


아미다하라에선 늘상 있는 아침이다.


안네로제 「ZZZ ............ZZ ........」


기분좋은 수면을 만끽하고 있던 안네로제였지만,


모락모락~~~~~~


침실에 이상한 냄새가 감돌기 시작한다.


안네로제 "우......우우......"


자고 있는 안네로제의 미간에 조금씩 주름이 잡혀간다.


모락모락~~~~~~



안네로제 "냄새......"


불쾌함에 눈을 뜬다.

냄새 탓에 억지로 깨워진 것이다.


안네로제 "뭐야......이 냄새......"


썩은 고기를 시궁창에 끓여, 마초魔草와 향신료와 약을 다 섞은 듯한, 지금까지 맡아본 적이 없는 악취다.


안네로제는 단정한 얼굴이 의미가 없어질 정도로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


안네로제 "......앗차."


냄새의 원인을 알아채고, 허둥지둥, 하지만 살금살금 부엌으로 향했다.



미치코 "흐흥~~♪ 흐흥흥~~~~♪"


역시.


미치코가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부르며 큰 냄비에서 뭔가(그렇게 밖에 말할 수 없다)를 보글보글 끓이고 있었다.


기묘하게 끈적거리는 보라색 국물이 칙칙 불쾌한 소리를 내며 거품을 내고 있다.


안네로제 "우......"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며드는 냄새에 안네로제는 낮은 목소리로 신음했다.


미치코 "아, 일어났어, 안네로제. 곧 있으면 다 될 거야♪"


미치코가 눈치를 채고 돌아보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안네로제 "뭘 만들고 있어?"


침실 쪽으로 물러나면서 혹시 몰라 물어본다.


미치코 "아침식사인 게 당연하잖아. 어제 금강야차의 마력을 끌어 썼지? 잘 챙겨먹고 체력을 길러야지."

안네로제 "저기, 일단 물어보겠는데 맛은 봤어?"

미치코 "아니. 안 봤어."


미치코는 설레설레 고개를 젓는다.


안네로제 "왜?"


몸을 반쯤 침실로 돌리면서 상반신만 부엌으로 내밀고 묻는다.


미치코 "어차피 먹는 건 안네로제잖아. 나는 먹을 필요 없고, 맛 같은 것도 잘 모르니까. 그래도 맛있을 거야!"


미치코는 장담하며 마녀 안네로제조차 처음 보는 정체 모를 풀을 냄비에 추가했다.


모락모락~~~아아앗!


보라색의 정체불명인 즙에서 왠지 노란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것이 안네로제를 향해 다가온다.


안네로제 "고, 고마워. 나 옷 갈아입고 올게!"


안네로제는 침실로 뛰어들어가 문을 힘껏 닫았다.


안네로제 "노, 농담이 아니야......"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는다.


그녀의 메이드, 미치코=플루레티.


그 정체는 안네로제와 계약한 악마, 쉽게 말하면 이세계의 존재다.


거기서는 무언가를 요리해 먹는다는 관습 자체가 없고, 미치코 역시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먹을 필요도 없다.


따라서 요리가 무엇인지, 맛이 무엇인지 모르고, 식재료와 그렇지 않은 것의 구별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기미가 있다.


당연히 평소에는 그런 미치코에게 식사 준비 같은 건 시키지 않지만, 어젯밤 아보와의 싸움에서 마녀검객으로서 나름대로 힘을 썼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 있던 것 같다.


그 마음은 기쁘지만,


안네로제 "마녀의 수프도 저렇게 지독하지는 않아......"


옷을 다 입은 안네로제는 금강야차를 쥐고 창문을 연다.


미치코 "안네로제, 다 됐어──!"


미치코가 급히 달려와 모처럼 닫은 침실 문을 다시 열었다.


후우우우우욱!


엄청난 악취가 밀려온다.


안네로제 "윽!!"


안네로제는 망설이지 않고 창밖으로 뛰어나갔다.


미치코 "잠깐 어디 가는 거야! 안네로제!!"




안네로제는 큰길을 걷고 있었다.


미치코가 쫓아오는 기미는 없다.


안네로제 "후──, 위험할 뻔했네."

안네로제 "미치코는 제대로 된 요리, 아니 그 전에 맛을 본다는 걸 먼저 배워야 할 텐데......"


저 지독한 냄새에서 해방되어 겨우 한숨 돌린다.


아미다하라는 오늘도 평상 운전을 한다.


즉,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리고, 그것을 관광객이 무서워하면서도 구경하고 있다.


마을의 중요한 수입원인 관광객을 분쟁에 휘말리게 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눈 먼 유탄에 맞거나 운이 나쁘면 죽고 만다.


그런 각오를 할 만한 즐거움이 아미다하라에는 있기 때문이지만, 거기에 너무 빠져서 마을에서 나갈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관광객도 많다.


그런 관광객도 3달만 있으면 훌륭한 마을 주민의 일원이 된다.

물론 살아있다면 말이다.


그렇게 아미다하라는 새로운 거주자를 계속 늘리고 있다.



사이온지 엔토 "여어, 마녀검객 누님."


거리 건너편에서 기타를 든 화려한 남자가 걸어왔다.


마을의 갱, 데스프레임단의 단장, 사이온지 엔토다.


오늘은 양손에 꽃이지만, 거느리고 있는 것은 나카노시마 갱단의 로렐라이와, 인외의 오료다.


안네로제 "어머, 보기 드문 조합이네. 데스프레임단과 나카노시마 갱단은 언제 손잡았지?"

엔토 "그런 건 아니야. 뭐 오늘은 나와 이 둘이서 프라이빗한 즐거움이란 말이지."


어떠냐 라고 말하고 싶은 듯 엔토는 가볍게 기타를 울렸다.


오료 "엔토, 너 이상한 말 하지마."

로렐라이 "우리가 네 여자가 된 것처럼 들리잖아. 안네로제, 그런 게 아니야."

안네로제 "후후, 그럴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안 하지만, 지난번, 당신들과 오차의 사람들이 난동을 부린 얘기는 들었어."


오차의 대마인이 이들과 함께 마을 변두리의 미연 기지를 습격한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엔토 "역시 소식이 빠르군. 뭐 그런 거야."


엔토는 히죽 웃더니 문득 의아하단 표정을 지으며


엔토 "응? 그쪽도 항상 달고 다니는 트렁크(메이드)가 없잖아, 드문데."

안네로제 "가끔은 혼자 어슬렁거리고 싶어서."

엔토 "아아, 그런 때가 있지."


엔토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로렐라이 "너, 이상한 냄새가 나."


냄새에 민감한 슬라이미스인 로렐라이가 갑자기 눈살을 찌푸렸다.


안네로제 "엣?"

오료 "킁킁......정말이야, 뭔가 냄새나. 향수치고는 좀 그런데. 마녀는 그런 걸 뿌리고 다니는 거야?"


오료도 냄새를 맡고 얼굴을 찌푸린다.


엔토 "그런가? 나는 별로 아무 느낌도 없는데......"


냄새에 둔감한 엔토까지 그녀의 냄새를 맡으려다가,


안네로제 "아, 아무것도 뿌리지 않았어. 그럼 안녕!"


안네로제는 허둥지둥 그 자리를 피했다.




안네로제 "킁킁......킁......"


스스로 자기 냄새를 맡아보지만 코가 막혔는지 잘 모르겠다.


안네로제 "싫다, 냄새가 밴 건가?"


안네로제는 불안감을 안고 슈퍼 마켓으로 향했다.


거기서 아침을 살 생각이었다.


이윽고 그녀는 아미다하라 최대의 슈퍼 마켓 "블러드의 진심 슈퍼"에 당도했다.


이곳은 야쿠자 연합인 『진무조神武組』의 지배 아래 있는 슈퍼다.


아미다하라에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가게 안은 깨끗하고, 구색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마을 밖에서도 팔고 있는 평범한 물건과 함께, 마을 밖에서는 불법인 물건도 평범하게 팔리고 있다.


총기, 약물, 주술 도구와 같은 종류들.


큰길의 슈퍼인 만큼 일반 권총, 일반 마약, 일반 저주 인형 같은 초보자용 것들이 중심이다.


관광객이 자주 그런 것에 손을 대서 곤욕을 치르곤 한다.


그것도 아미다하라에서는 낯익은 광경이다.


안네로제 "도시락을 살 기분은 아니고. 샌드위치라던가......앗, 과일 샌드 맛있겠다."


안네로제가 즉석식품 코너에서 아침을 고르고 있는데,


도깨비불 "────."


봇, 봇, 봇, 봇──.


갑자기 가게 안에 도깨비불이 여럿 출현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안네로제 "드문 일인데. 가게 안에 나오다니. 어디 사는 바보가 한 짓이지?"


이곳은 많은 주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슈퍼마켓이다.


비록 진무조와 적대하고 있는 조직이라도 일부러 가게 안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하지 않는다.


안네로제는 헤에─ 하고 생각했지만 그 뿐이다.


도깨비불을 무시하고 아침식사 선택을 계속한다.


안네로제 "이거랑 이거, 하나 더 살까."


가게 안에 있던 다른 손님들, 관광객은 차치하고, 마을 주민들은 도깨비불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태연하게 쇼핑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크 점장과 호위, 즉 진무조의 슈퍼 담당이 나타났다.


도깨비불 때문에 선반에서 떨어져 엉망진창이 된 상품을 보고 점장이 안색을 바꾼다.


점장 "빨리빨리 처리해! 이러다 상품이 다 못쓰게 되겠어!


호위

"테야아앗!!"

"오라아앗!!"


점장이 재촉하고 호위가 도깨비불과 싸우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꺼림칙하나, 도깨비불은 별로 강하지 않다.


여기의 호위들도 금방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호위

"젠장! 뭐야 이 녀석들!"

"평범한 도깨비불이 아니야!!"


호위가 마력을 담은 검으로 내리쳐도, 도깨비불에도 효과가 있는 탄을 쏘아도 도깨비불은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 대신이라곤 하지만, 가게 안이 더욱 황폐해져 간다.


선반은 차례차례 넘어지고, 바닥에 떨어진 상품은 호위들에게 짓밟혀 형편없는 꼴이다.


점장 "아, 아아아......아아아......상품이......"


점장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한편 자신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때문에 일을 계속하고 있는 점원에게 물건을 건네며 안네로제가 말했다.


안네로제 "어째 저거 큰일인 것 같네."

점원 "그런 것 같네요. ──830엔입니다."

안네로제 "신용카드로."


안네로제가 계산을 마치자,


사장님 "기, 기다려줘! 안네로제!"


그녀를 눈치챈 점장이 거품을 물고 달려왔다.


안네로제 "왜?"


과일 샌드, 계란 샌드, 카레빵, 팩에 담긴 우유를 비닐 봉지에 담아넣으며 묻는다.


점장 "부탁이야. 저 녀석들 좀 처치해 줘! 우리 애들로는 상대가 안돼!!"

안네로제 "나 이제 아침인데."

점장 "간단한 일이잖아. 제발!"

안네로제 "얼마에?"

점장 "이, 이걸로 부탁해!"


점장은 계산기를 꺼내 보수를 표시했다.


간단한 일로는 나쁘지 않지만 배가 고팠다.


그래서 거기에 '0'을 더해 액수를 늘렸다.


점장 "큿......아무리 그래도 그건......이걸로 어때?"


점장은 액수를 반으로 자른다.


안네로제 "당신의 호위가 힘쓰고 있잖아. 조만간 쓰러뜨리겠지."


퉁명스레 말하고 걷기 시작하자 와장창~ 시끄러운 소리가 울리고, 값비싼 마법약병들이 성대하게 깨져나갔다.


점장 "자, 잠깐잠깐잠깐! 기다려 줘! 큿, 이만큼 낼게.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 부탁해 안네로제!!"


점장은 울먹이며 계산기를 다시 쳤다.

아까 안네로제가 제시한 금액의 70% 정도다.


안네로제 "어쩔 수 없네. 간단한 일이고, 서비스 해줄게."


안네로제는 비닐봉지를 든 채 금강야차를 뽑아들었다.


***


안네로제 "하아아앗!!"


금강야차를 일섬.


도깨비불 "!!!!"


도깨비불이 두동강이 나면서 꺼졌다.


안네로제 "타아아아앗!!"


하나, 또 하나 더 쓰러뜨려간다.


이곳의 호위는 애먹었지만 안네로제로서는 대수롭지 않다.


안네로제 "흐응."


다만 금강야차에서 전해져 오는 느낌으로 이것이 보통 도깨비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도깨비불의 정체는 마계의 장기瘴気에 의해 언데드화된 동물의 영혼이다.


하지만 그 영혼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도깨비불처럼 생긴 불이다.


안네로제 "이 불을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는 것 같은데......어디에 숨어 있을까나?"


안네로제는 도깨비불의 수를 줄이면서 그 누군가의 기색을 살피려 했지만, 마녀검객인 그녀도 녀석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가공할 은신이다.


안네로제 "하지만 내겐 마녀의 감이 있지. 거기!"


그녀는 순전히 어림짐작으로 참격을 날렸다.


찬장 하나가 요란하게 날아간다.


슈퍼의 점장이 비명을 지르는데, 거기서 한 소년이 천천히 모습을 나타냈다.


수수께끼의 소년 "......"


초록색 머리를 요란하게 세워, 진짜인지 패션인지 모르지만 몸 여기저기에 실로 피어싱을 한 소년이다.


그런 모습을 한 주제에 묘하게 새우등이고, 무엇인가 호소하는 듯한 눈을 하고 있다.


안네로제 "네가 이 불을 조종했니?"

수수께끼의 소년 "......"



소년은 대답 대신 자신 주위에 여러 개의 불길을 일으켰다.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이보그 같은 것도 아니다.

초능력자일까.


안네로제 "처음 보는 얼굴이네. 초능력자? 누구야?"

수수께끼의 소년 "......"


소년의 표정이 변했다.


싸움 속에서 가르쳐 주겠다는 듯 입가를 히죽히죽 일그러뜨리다.


안네로제 "도깨비불 같은 걸 상대하는 것보다는 즐길 수 있을 것 같네."


안네로제는 금강야차를 다시 쥐는데,


수수께끼의 소년 ".....읏!?"


소년이 갑자기 표정을 일그러뜨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역시 마력은 느끼지 못했다.

방금 건 텔레포트였겠지.


안네로제 "왜 저러지? 의욕은 있던 모양인데?"


안네로제가 맥이 빠져 있는데 어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수상한 남자 "아무래도 늦었나 보네요"


부스스한 머리에 안경 그리고 슈트.

수상쩍음의 표본 같은 남자다.


안네로제 "이상한게 가식적으로 나타났네......"


안네로제는 눈살을 찌푸리며 중얼거렸지만,


후와아아아아~~~~


안네로제 "웃, 이 냄새는!"

미치코 "찾았다! 안네로제! 모처럼 내가 아침을 만들었는데 왜 도망가는 거야!!"


소년이 있던 장소 근처의 입구에서 미치코가 가게에 들어왔다.


심지어 그 냄비를 양손에 들고


안네로제 "왜 냄비 째 들고 오는 거야? 저 애, 냄새 탓에 도망갔나!?"


그렇게밖에 볼 수 없다.


도깨비불 소동에도 태연했던 마을 주민들도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했다.


미치코 "안네로제!! 이거 꼭 먹어야 해!!"

안네로제 "자, 잠깐만 미치코. 제발 가까이 오지마......"


정신을 차려 보니 안네로제도 코를 누르고 뒷걸음질치고 있었다.


미치코 "그게 무슨 뜻이야? 가까이 오지 말라니 무슨 의미냐고!! 안네로제!!"


미치코는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바닥에 흩어져 있던 상품에 발이 미끄러져,


미치코 "와아악!!"


촤아아아아아아악!!


냄비 속 내용물을 죄다 쏟고 말았다.


미치코 "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미치코


그리고 더 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악취가 푸화아아아악 가게 안으로 퍼져나가고,


삐───삐───삐───!!


슈퍼에 비상경보가 울리더니 스프링클러가 일제히 물을 뿜기 시작했다.


당연히 상품은 모두 물바다다.


안네로제 "아──아──아──아──."


안네로제는 입을 떡 벌린다.


점장 "네, 네 녀석들! 뭘 하는 거야!! 내 가게에 원한이라도 있는 거냐!


점장이 물고 늘어진다.


안네로제 "뭐? 난 관계없어. 적은 제대로 격퇴했잖아. 보수나 줘."

점장 "그런 건 나중이다!! 됐으니까 냉큼 나가!!"


슈퍼마켓에서 쫓겨난 안네로제는 아미다하라 자연공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일찍이 자연공원이었던, 폐허 같은 곳이지만 전망이 좋아 식사하기에는 편하다.


안네로제 "어떻게 된 일인지. 어쨌든 간에,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런 소란에도 놓지 않았던 비닐 봉투를 열어 아침 식사를 한다.


미치코 "정말 믿을 수 없어! 그런 샌드위치나 먹는다고! 나를 놀리는 거야!?"


미치코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안네로제를 다그쳐 온다.


안네로제 "저기 미치코. 요리를 해주는 건 좋은데, 좀 더 평범한 것으로 만들어 줄래?"

안네로제 "평범한 재료에 평범한 맛으로. 그걸로도 충분하거든."


안네로제는 그렇게 말하고 아주 평범한 계란 샌드위치를 입에 물었다.


미치코 "평범이 뭐야? 그런 건 몰라."

안네로제 "그렇게 당당히 말하지 마."


한숨을 내쉬고 식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익숙한 낌새를 느꼈다.


아까 부자연스럽게 나타난 수상한 남자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수상한 남자 "식사 중 실례하겠습니다. 마녀탐정 안네로제 님이시죠."

안네로제 "어제도 날 보고 있었지? 무슨 일이야? 아까의 초능력자와 관계 있어?


수상한 남자 "당신에게 일을 의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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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로제와 야마다가 초면인 걸로 보아

안네로제 원작 스토리는 시작도 안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