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풍경한 통로에 오크 치프의 고함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하이오크 치프 "짜식들이, 흐리멍덩해 할 시간 없어, 빨리 와! 오보로 님의 소집이다!!"

하이오크 "예, 예엣!"

하이오크 "크윽. 오보로 님은 사람 다루는 게 너무 거칠어......이젠 월급도 미묘한데 어떻게 하란 거야."

하이오크 "바보야! 너 그런 거 말하면 문답무용으로 두들겨 맞아 죽는다고."

하이오크 "으헤에!? 너무하는구만......."


라고 툴툴거리면서 하이오크들이 통로를 달려간다.


아직도 찾아내지 못한 '표적' 암살자 유리 수색을 위해 동원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하이오크들이 우당탕거리며 달려간 뒤.


미리암 "후우. 아무래도 이 근방 놈들은 다 간 것 같다."

클론 아사기 "그래......여기서 뭔가 발견하면 좋을텐데......"


아무도 없었을 공간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출현한다.


어둠의 거리의 탐정 클론 아사기와 마녀 미리암이다.


이곳은 요미하라에 있는 노마드 거점 중 하나.


두 사람은 미리암의 은형隠形 마술로 이곳에 숨어들고 있었다.


그 목적이란──.




한 시간 쯤 전.


유리 『......역시, 그렇게 되어 있군요. 제가, 노마드 간부를 암살했다, 라고.』

클론 아사기 "그래. 적어도 오보로 일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당신이 한 짓이야?"

유리 『아뇨! 아니에요, 완전히 누명이에요......!』

클론 아사기 "후후. 알고 있어. 한 번 물어본 것 뿐이야."

미리암 "그럼 역시 유리는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는 건가."


요미하라 슬럼의 한 구석.


클론 아사기와 미리암은 노점의 주인에게 거금을 주고 수화기를 빌려 그간의 상황을 유리하게 설명했다.


유리를 숨겨둔 다크엘프 소녀 나도라는 속세를 떠난 사람과 같아, 세상 물정에 어둡다.


유리 자신도 섣불리 밖으로 조사하러 나갈 수도 없기 때문에, 그제서야 그녀는 자신이 처한 상세한 상황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유리 『그런데 어떻게 된 걸까요? 왜 제가, 범인으로......』


중얼거리는 유리에게 탐정이 설명한다.


클론 아사기 "증거가 있대. 세 개 정도."

유리 『증거......?』

클론 아사기 "그래, 우리를 찾아온 노마드의 부대......에 섞여 있던 리나가 알려줬어."


암살수법.


목격자.


그리고 현장에 남겨져 있던 흉기.


그 세 가지 정보로 노마드는 유리가 암살범이라고 단정했다.


클론 아사기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세 번째 '흉기' 건이야."

클론 아사기 "암살 현장에는 유리, 당신의 소태도가 남겨져 있었대."

클론 아사기 "당신이 범인이 아니라면, 당신의 소태도를 도둑 맞았다거나──"

클론 아사기 "아니면, 짝퉁이라도 만들었단 거겠지. 짐작 가는 건?"


유리 『도둑맞았다......아뇨, 그런 짐작은......"

유리 『짝퉁을 만들더라도 제 소태도는 좀 특수하니까요.』

유리 『정교한 것을 준비하는 것은 꽤 어렵──아.』

클론 아사기 "유리?"

미리암 "응? 왜 그러지?"

유리 『아뇨, 제 소태도에 관해 한 가지 짚이는 게.』

유리 『지난 번, 크리스마스 호위 의뢰 때──.』




산타클로스 "홋호호! 빅 서프라이즈!!!"


퐁☆


??? "키키!! 히이라기잇!"

유리 "크읏!? 역시, 안 통하려나요──."




유리가 설명하기를, 물리 공격을 무효화하는 암살자 산타클로스.


그 몸에 꽂은 소태도 한 자루가 마의 힘에 의해 장난감으로 바뀌어 손에서 날아갔다.


그리고 그 장난감으로 바뀐 소태도는 사건이 끝난 뒤에도 찾지 못했다.


미리암 "그 장난감이 되어 날아간 소태도가 돌고 돌아 암살의 증거물로 이용당했다는 건가?"

미리암 "예를 들어, 그 의뢰주인 사업가란 녀석이 주운 소태도를 팔아넘겼다던가."

유리 『그렇네요......짝퉁이 아니라면.』

유리 『다만, 앤디 씨는 저를 믿어주시는 것 같았고, 그렇게 의리 없는 분이......』

클론 아사기 "흐음. 그렇다고는 해도 알아볼 만 하겠어."

클론 아사기 "그 사업가가 관련되지 않았다고 해도, 호위현장에서 사라진 소태도가 이용되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으니."


소태도에는 유리의 지문도 묻어 있을 것이다.


'암살'의 증거로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유리 『그렇네요......일단 앤디 씨, 그리고 그때 현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유리 『다만, 지금 당장은─불가능하겠습니다만......』


실업가 앤디 워렌의 거점은 도쿄 신 미나토 구이며, 호위 임무가 있었던 성탄절 파티 역시 신 미나토 구에서 열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조사하러 가려 해도 탐정이나 유리는 요미하라를 빠져나갈 수 없다.


요미하라의 출입구는 이들을 수배하고 있는 노마드의 관리 아래 있기 때문이다.


미리암 "확실히. 요미하라 출구 근처에 엄중한 검문을 깔고 있을 테지."

클론 아사기 "그럼 흉기는 뒤로 미루고 다른 두 가지를 먼저 알아보자. 암살 수법과 목격자."

클론 아사기 "이 둘은 요미하라 내에서도 알아볼 수 있어. 우리도 도와줄게."

유리 『아, 아뇨, 탐정님......! 그 건 말인데요, 이제,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클론 아사기 "유리......?"

유리 『여기까지 정보를 들은 이상, 저도 어떻게든 할 수 있어요.』

유리 『......더 이상, 저와 엮이면, 여러분까지 노마드에 쫓기게 될 거에요.』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 없습니다, 하고 유리가 중얼거린다.


유리 『정말 감사합니다. 이후로는, 저 혼자서, 어떻게든 할 테니까......』

클론 아사기 "후후. 무슨 소리야──."


유리의 잠긴 듯한 목소리에 클론 아사기가 웃었다.


클론 아사기 "폐라고 생각하지 마, 유리. 우리는 지금까지 당신에게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어."

클론 아사기 "그 보답을 하고 싶을 뿐──적어도 난 너를 동료라 생각하고 있으니까."

유리 『탐정 씨......』

미리암 "그래. 게다가──이미 우리는, 오보로의 수하에 싸움을 걸고 도망쳐 왔으니까."

미리암 "어차피 노마드에게 쫓기고 있다. 너도 우리도, 이대로는 사이좋게 저승행──."

미리암 "그렇다면 같이 사건을 해결할 수 밖에 없겠지?"

유리 『미리암 씨도......』


클론 아사기 "그런 거야♪ 자아 유리, 어떤 악당인지는 모르지만──"

클론 아사기 "너를 얕잡아 본 것, 범인으로 하여금 후회하게 해주자."

유리 『네......탐정 씨, 미리암 씨......"


수화기 저편에서 유리가 깊이 고개를 숙이는 기색.


이리하여 세 사람에 의한 암살 사건의 수사가 시작되었다.




현재.


노마드 거점 지하, 마계 의료 시설.


클론 아사기 "미리암, 모르그는 이 안쪽에 있는 거지......?"

미리암 "아아. 일단 그런 반응이 느껴진다."


지팡이 끝에 아련히 빛나는 마력의 빛을 보며 미리암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두 사람은 미리암의 시체탐지술을 이용해 모르그──시체 안치소으로 가고 있다.


목적은 증거의 재검토──「암살 수법」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다.


노마드 거점 지하, 시체 안치소.


이곳에는 요미하라에서 사망한 노마드 조직원의 시신이 임시로 보관되어 있다.


클론 아사기 "사건은 이틀 전이니까 아직 처리는 안 되었을 것 같은데......어, 이건가?"


시설 내를 살핀 클론 아사기가 사망자 명단을 발견,


그 중에 암살된 간부, 그를 호위하다 함께 사망한 노마드 병사들의 이름도 있었다.


다행히 시신은 장례 때까지 캡슐 안에 보관되어 있는 것 같다.


즉, 거의 완전한 상태로 시체의 조사를 할 수 있다──.


미리암 "그나저나, 플레임 오거 로드인 갈도스인가."

미리암 "오보로 부하 중에서는, 그런대로 하는 놈이었는데......"

미리암 "이 녀석을 죽였다면 하수인은 상당한 실력자구나."

클론 아사기 "그래. 게다가, '유리의 범행으로 가장해서'야. 보통 솜씨가 아니네."


두 사람은 발견한 리스트에 의지해 살해된 노마드 간부, 그리고 그 호위들의 시체 캡슐을 열어간다.


거기에는──.


두 사람 "......"


두 사람이 시체의 상태를 관찰한다.


몇 구의 시체에는, 아군끼리 살해, 혹은 자기 손으로 목을 벤 등의 흔적이 있었다.


확실히 이는 매안의 암살 수법과 흡사하다.


유리에 의한 암살이라 판단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클론 아사기 "뭔가 위화감이 있네"

미리암 "음, 확실히......"


캡슐 속 시체는 황홀하고 속이 텅 빈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나 뿐이 아니다.


'유리의 암살'로 죽었다고 여겨지는 시체의 거의 전부가.


그게 위화감의 이유.


매안으로 몸을 제어할 수 없게 된 자들은, 클론 아사기 일행이 알기로 모두 당황과 공포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이처럼 한결같이 황홀한 표정을 짓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미리암 "어? 탐정 이건......"

클론 아사기 "응......'구멍'이네, 뭔가, 벌레가 파먹은 것 같은......"


거기서 두 사람이 다른 것을 알아차린다.


심한 손상으로 알기 어렵지만 몇몇 시체의 피부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다.


클론 아사기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탐정은 의아해했다.


시체에 뚫린 구멍은 아주 미세해, 주의해서 봐야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세한 검시나 부검을 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특히 자체적으로 마계 의료 시설과 마과의를 보유한 노마드라면.


클론 아사기 (하지만......)


캡슐에 붙어 있던 진료 기록 카드를 봐도, '암살 사건'의 시체에 검시가 행해진 기록은 없다.


명백히 이상하다.


하긴 요미하라에서 횡사(橫死)는 일상다반사다.


그렇다고는 해도, 노마드 간부의 측근이 살해되었는데, 이런 허술한 조사 밖에 행해지지 않았다고......?


그때였다.


삐이─! 삐이─! 삐이─!


노마드병 "거기 누구야! 침입자인가!?"


경보와 함께 망을 보는 병사들이 달려오는 기색.


미리암 "와앗!? 들켰다, 어떻게 하지 탐정!"

클론 아사기 "도망가자. 수확은 충분히 있었어."


***


다시 탐정사무소


클론 아사기와 미리암을 놓친 뒤에는 저항할 의미도 없다.


노마드병에 둘러싸인 아키 일행은 얌전히 홀드 업을 하고,


아키 『만약 탐정 쪽이 수사에 실패한다면, 내 목을 베든 뭘하든, 너희들 마음대로 해.』

아키 『뭐, 혹시라도 그렇게는 안 되겠지만?』


라며 스스로 인질극을 자청했다.


리나 "뭐, 하지만 그거다. 뭔가 소문이 났던데."

리나 "그 여자, 원래 대마인이었던 것 같군. 그래서 오보로 님의 측근을 노렸다고."


그런 아키 일행을 감시─라기보다 마음껏 소파에서 쉬고 있는 리나가 말한다.


일단 감시역이지만, 앵알앵알 시끄러운 오보로 수하인 알마가 탐정 쪽을 쫓아 사무실을 나갔기 때문에, 완전히 김빠진 편안한 모드다.


아키 "아─, 역시......유리, 전 대마인이었구나."

나사라 "? 아키, 알고 있었어?"


평범하게 잡담하고 있는 식객들.


감시 아래 있기는 하지만, 상대가 친숙한 리나이므로 이쪽은 이쪽대로 편한 것이었다.


아키 "응. 알고 있었다, 라는 건 아니지만......뭐, 사안邪眼과 기색이랄까."

아키 "하지만, 유리 본인이 별로 밝혀지길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그렇다면 내가 파고드는 것도 모양새가 나쁘잖아."


찻잔을 한 손에 든 아키가 쓴웃음을 짓는다.


요미하라는 무법의 거리다.


동시에 과거의 인연과 얽매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해방의 거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유리가 그것을 바라지 않는 이상 이쪽에서 뭐라고 할 건 없다.


리나 "너, 그런 성격이니까 이런 일에 말려드는 거야."

리나 "아, 그런 것보다 이 초코 쿠키 맛있네. 한 그릇 더 줘."

나사라 "리나, 너무 편하잖아."

프랜시스 "이거 완전 감시가 아니라 친구네 놀러온 거구만."


...............。


요미하라 번화가 뒷골목.


유리 "과연......실수는 없단 말인가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 유리.


그녀는 지금 노마드의 추격자를 조심스레 피하면서 증거 중 하나인 목격자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틀 전 암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현장 근처에서 유리 같은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 남자가 있다.


그러나 그 시간 유리는 싸구려 호텔의 자기 방에서 쉬고 있었다.


알리바이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결백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다는 것은, 그 목격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유리 (그걸 증명하면 결백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제보를 모아 보니 그 목격자가 마을에서 자취를 감춘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노마드가 "유리가 범인"이라고 단정하고 움직이고 있는 이상, 위증한 남자의 존재는 리스크일 뿐이다.


주모자에게 신병을 압류당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이미 입막음으로 지워져 버린 것인지......


유리 (그러나, 포기는 아직 일러──.)


유리 "......"


유리는 슬럼 지구 변두리에 있는 폐공장에 잠입했다.


거기는 자취를 감춘 목격자가 쉼터로 삼고 있었다는 장소다.


유리 (역시 여기도 헤집어져 있어......)


공장 안을 대강 수색하고 중얼거렸다.


원래도 황폐한 곳이었지만, 거기에 더해 누군가가 집 안을 뒤진 것 같은 흔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적'은 목격자에 관련되는 정보를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생각인 것 같다.


그 주도면밀함에 유리는 반쯤 감탄한다.


유리 "하지만......아직 더 있겠죠."


중얼거리며 품속에서 부적 한 장을 꺼냈다.


고명한 마법사가 만든 특별 주문 아이템이다.


유리는 암살자임과 동시에 '정보상'으로도 알려져 있다.


의뢰를 받고 비밀을 캐다가 종종 이런 장면을 맞닥뜨렸다.


유리 (숨기는 게 있는 사람은 나름대로 손을 써두니까요......)


탐문을 통해 수집된 제보에 따르면 목격자인 남자는 사라지기 직전 잔뜩 겁을 먹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무슨 수를 써도 이상할 게 없다.


그리고──.


유리가 꺼낸 부적은 그에 대한 비장의 카드 같은 것.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숨길 때, '거기로부터 의식이 빗겨가는' 마술을 걸어 지키려 할 때가 있다.


그때의 얼마 안 되는 마력의 누출을 추적, 역탐지하여 숨겨진 것을 찾아내는 효과다.


유리 "──."


입 속에서 작게 주문을 외워 부적에 담긴 마력을 기동시킨다.


그러면,


유리 "......!"


부적에서 뻗어나온 희미한 빛이 천장 부근을 가리키고 있었다.


아까 한 번 수색했던 장소.


그러나 거기에는, 은폐 마술에 의해 '의식에서 빗겨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유리 "자, 뭐가 나올런지......"


재차 천장 부근을 살피는 유리.


거기에 있던 것은 여러 장의 부적에 의해 엄중히 봉인된 한 아름의 슈트 케이스.


부적을 떼고 케이스를 열었다


거기에는.


유리 "......그렇군요. 이 건은, '당신'의 흉계였던 거에요."


깊은 한숨과 함께 중얼거렸다.


케이스 속에는 대량의 돈다발. 위증을 위한 의뢰금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의뢰 내용과 의뢰인을 적은, 목격자인 남자에 의한 짧은 메모가 남아 있었다.


──의뢰인은, 신 미나토 구의 사업가.


워렌상회 대표, 『앤디 워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