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카 "......"


아스카는 마시우스가 가르쳐준 고아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스카 "파리라가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스카 "고아원에 있다는 건 역시 옛날 기억이 남아있나."


지금은 전투용 사이보그나 다름없지만 고아원에서 아이를 돌보던 자취인지 그녀는 자주 아동책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자기보다 젊은 남녀에 대해서는 자기를 엄마라 부르라고 하고, 어린애 취급하려 든다.


그렇게라도 옛날의 자신을 아주 조금이나마 되찾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아스카는 그녀에게 어린애라고 생각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스카 "어쨌든 만나서 지금 어떤 상태인지 확인해야지."


이런 마을에서 제대로 된 메인터넌스를 받을 수 있을 리 없다.


돌이킬 수 없게 되기 전에 어떻게든 보호할 필요가 있다.


아스카 "그건 그렇고......"


아스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를 보던 마을의 신자들이 휙 눈을 돌린다.


아스카 "짜증나게시리."


아스카는 강철의 사지를 드러낸 채 큰길을 걷고 있다.


그 모습은 기계를 싫어하는 이 마을에서 특히 눈에 띈다.


왔을 때의 이야기는 이미 널리 퍼져 있는 듯, 크루세이더에 신고되지는 않지만, 그 대신 신자들은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눈을 하며 소곤소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아스카 "게다가 저 녀석들도......"


크루세이더

「............」

「............」

「............」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니지만, 크루세이더들이 그녀를 미행하고 있다.


아스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 거라 생각하는 거야 뭐야?"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리고 있는데 리노아에게서 통신이 들어왔다.


아스카 "네, 아스카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터부인 통신기를 거리낌없이 사용한다.


주위에서 보던 무리들이 또 무슨 말을 꺼내는데 관심없다.


리노아 "『리노아입니다.』

리노아 『캡슐에 들어있던 감염자가 변이체로 변해 날뛰기 시작했지만, 처리했습니다.』

아스카 "그런 건 날뛰기 시작하면 바로 연락해. 나, 네 호위니까."

리노아 『죄송합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느라 잊고 있었어요.』

아스카 "알았어. 그건 그렇고 타이밍이 좀 그렇네. 내가 그곳을 나간 즉시라니."

리노아 『그렇게 생각해요. 이 마을은 수상합니다. 그래서 현재 시스템의 중추를 해킹 중. 뭔가 알게 되면 보고하겠습니다. 통신 종료.』


일방적인 통신이었지만 리노아의 목소리는 유난히 즐거워 보였다.


아스카 "저 애도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네. 그럼 나도 그럴까?"


마이페이스인 리노아를 본받아 아스카는 광학미채 스위치를 켰다.


그녀의 모습이 경치에 쓱 녹아 주위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홀리타운 주민

"사, 사라졌다!"

"역시 마녀다!"


마을의 신자들이 다시 소란을 피우기 시작하고,


크루세이더

"어디 갔지?"

"빨리 찾아라!!"


그녀를 미행하던 크루세이더도 초조해하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한다.


아스카 (그럼 안녕.)


아스카는 그들을 방치하고 걸음을 빨리했다.


고아원은 변두리 숲을 빠져나간 끝에 있다고 한다.


그 입구는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숲이었지만, 숲 속 깊은 곳으로 나아갈수록 마의 기운이 짙게 감돌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마물에 침식된 듯 하나 같이 섬뜩한 모양으로 일그러져 있다.


머리 위는 시커먼 잎사귀로 덮여 있고 햇빛도 닿지 않아 밤처럼 어둡다.


그야말로 마녀라도 나올 것 같다.


아스카 "그림 사제라는 녀석의 소행인가?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경계하면서 괴이한 숲을 더욱 나아가자 커다란 나무가 나타났다.


척 봐도 마계 유래의 나무로, 껍질이 눈과 입처럼 보인다.


마치 사람의 영혼이 묶여, 여기서 꺼내달라 신음하는 것 같다.


더구나 그 나무 주위에는 여러 명의 감염자가 모여 있었다.


감염자

"아──, 우───."

"아──, 우───."

"아──, 우───."


아스카 "뭐야 저거?"


마계의 나무에서 뻗은 가지가 감염자들의 몸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기생하고 있는 건지, 당하고 있는 건지, 나무와 감염자가 일체화되어 있었다.


감염자

"아──, 우───."

"아──, 우───."

"아──, 우───."


그들은 모두 텅 빈 것 같은 표정으로, 거리나 의료실에서 보았던 그것과 달리, 아스카를 신경쓰지 않고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휘청휘청 나무 주위를 맴돌고 있다


아스카 "무슨 일이지?"


아스카가 다가가서 알아보려 하자 나무의 그림자에서 그녀가 나타났다.


파리라 "제 아이들에게 손 대려 하면 배제합니다."

아스카 "파리라!"

파리라 "아이들을 다치게 하려는 자는 배제합니다."


파리라는 아스카에게 오른손을 뻗었다.

손바닥 가운데 링이 반짝인다.


아스카 "갑자기!?"


아스카가 그 자리를 박차며 피하는 것과 동시에 파리라의 마이크로파 조사장치가 작동해, 그녀가 서 있던 주변 땅과 나무가 모조리 타들어갔다.


전자레인지와 같은 원리로 물질을 태워 지우는 강력한 무장이다.


파리라 "아이들을 다치게 하려는 자는 배제합니다."


파리라는 같은 말을 반복한다.


그 기계적인 어조는 완성도 나쁜 로봇과 같다.


아스카 "나에 대해 전혀 기억 못하는 것 같네."


오히려, 저 나무에 연결된 감염자가 자신의 아이로 보이는 것 같다.


그런 그녀의 처지를 생각하면 정말 안쓰럽기 짝이 없다.


아스카 "역시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야. 미안하지만 입을 다물어주셔야겠어."


설득은 무의미하다고 아스카가 자세를 취하자,


감염자

"으아───."

"으아───."

"으아───."


마치 어머니를 지키려는 듯 감염자들도 파리라와 함께 아스카에게 덤벼들었다.


***


파리라 "저는 아이들을 지킵니다. 저의 소중한 아이들을."


감염자

"으아───."

"으아───."

"으아───."


아스카 "......"


파리라는 오른손 마이크로 조사공격을 반복해 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까의 한 방은 차치하고, 본래 결정타로 쓰이는 저런 무기를 단조롭게 연사해도, 이 마을의 크루세이더는 어쨌든 아스카에게는 큰 위협이 아니다.


감염자들도 나무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마을에서 싸운 그것보다 움직임이 둔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파리라 "저는 아이들을 지킵니다."

아스카 "미안해."


아스카는 몇 번이고 마이크로파를 피해 순식간에 파리라의 등뒤로 돌아, 그녀에게 남아있는 얼마 안 되는 맨몸, 즉 연수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파리라 "──."


파리라는 신음 소리 하나 내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그러자 그녀 주위로 감염자들이 몰려들어 신음하기 시작했다.


감염자

"우~~~~ 우~~~~~~"

"우~~~~ 우~~~~~~"

"우~~~~ 우~~~~~~"


겉보기로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슬퍼하는 것 같은 모양새다.


아스카 "뭔가 이쪽이 악역 같네."


그들을 처치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아스카 역시 망설여진다.


??? "그만두게. 그 나무에 연결되어 있는 한 그들은 무해해."


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쪽을 돌아보니 숲 저편에서 거무스름한 피부의 남자가 다가온다.


아무리 보아도 선한 사람 같지는 않으나, 적의는 느껴지지 않는다.


아스카 "당신이 그림 사제?"

그림 "길을 잘못 든 나는 이제 사제를 자처할 자격이 없다."


그는 피를 토하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스카가 자신의 정체와 이곳에 온 이유를 밝히자 그림은 그녀를 데리고 마의 숲을 빠져나와 한 고아원까지 안내했다.


아스카는 기절한 파리라를 끌어안고, 감염자들은 슬퍼하는 듯했지만 그의 뒤를 말없이 따라간다


이윽고 고아원이 있는 마을에 도착하자, 그곳은 마치 폐허와 같아, 사람 하나 없었다.


아스카 "이 의자, 빌릴게."


아스카는 파리라를 고아원의 긴 의자에 눕혀주었다.


그림 "시스터 리라는 괜찮은가?"

아스카 "잠시 기절시켰을 뿐이야. 도저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아스카 "하지만 메인터넌스도 없이 계속 이런 곳에 있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상태가 안 좋아지고 있어."

그림 "미안하군."

아스카 "당신이 사과할 일은 아니지만, 왜 파리라가 여기 있어? 당신이 데리고 온 거야?"

그림 "아니, 그게 아니다. 감염자가 생기던 어느 날 아침, 그녀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림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면서."

아스카 "다시 말해, 그 감염자들을 말이지."


그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 "그들이 어린애로 보이나 보더군. 다른 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 것 같았다. 리라는 것도 아마 자신의 이름일 거라고."

아스카 "역시 기억에 이상이 있었군. 여기 교의상 꺼림칙한 존재인 그녀를 내쫓을 생각은 안 했어?"

그림 "그럴 수 없었어. 저렇게 변한 신자들을 돌보려는 그녀를 보고 있으면."

아스카 "그래, 고마워."

그림 "전에는 좀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곳에서 오로지 그들을 지키는 일만 하고 있지."

아스카 "알겠어. 파리라는 잠시 뒤로 미루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

그림 "아아, 나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랬다. 아마 이제부터 나 혼자서는 무리일 거야."

그림 "나는 원래 의료실에서 신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림은 마치 죄를 고백하듯 아스카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홀리타운에서 발생한 인체 변이 현상.


아귀, 배덕자 등으로 불리던 이들이 의문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까지는 알았지만 치료법은 그 단서조차 잡지 못했다.


감염된 신자들의 흡혈 충동과 폭주, 변이체의 출현을 도저히 억제할 수 없다.


폭주하는 감염자는 크루세이더에 의해 처분, 즉 차례차례 살해되어 갔다.


저런 모습으로 변해도 그들은 네오 어스 신자들이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그림은 사제라 불리는 몸이면서도 네오 어스의 금기를 범했다.


마계 유래의 흡혈수를 숲에 심어 감염자들을 그것과 동화시킴으로써 증상을 억제하려 했던 것이다.


아스카 "흡혈수?"

그림 "이름 그대로 사람의 피를 먹고 성장하는 마계의 나무다."

아스카 "어디서 그런 걸?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림 "아미다하라의 한 마술사에게서. 나도 예전에는 그 마을 사람이었지."

아스카 "평범한 삶을 살지 않았을 것 같은 건 그 모습으로 알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말할 수도 없고, 상관없겠지."

아스카 "그 흡혈수를 사용하면 감염자의 증상을 억제할 수 있는 거야?"

그림 "감염자는 피를 찾아 배회한다. 흡혈수에 기생해서 그 일부가 되면 그 양분, 즉 피를 흡수할 수 있다."

그림 "결과, 흡혈 충동이 가라앉아 식물처럼 살 수 있다."

아스카 "그런가. 그럼 그 흡혈수가 빨고 있는 피는......"

그림 "이 마을 주민의 시체다. 내가 무덤에서 파헤쳐냈다."


그림은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표정으로 고백했다.


아스카 "살인은 안 한 모양이네. 하지만 이미 그 시점에서 이곳의 교리 이전에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힌 거구나."

그림 "그래. 나는 죄인이야. 그리고 그렇게까지 한다 해도 오래 버틸 수 없어."

아스카 "그래?"

그림 "감염자에게 피를 빨려 흡혈수는 서서히 시들고 있다. 피를 전부 빨리게 되면."

아스카 "감염자는 다시 피를 찾아 저 마을 사람들을 덮치게 되겠지."

그림 "그거다!"


그림은 두 손을 굳게 움켜쥐고 이를 악물었다


그림 "이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건 알아!!"

그림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용서해주십시오.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그림은 참회하듯 고개를 숙였다.


아스카 (그런 말을 나에게 하라 해도......)

아스카 (아, 그게 아니구나. 네오 어스의 신에게 말하고 있어.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감염자가 여기 모여 있으니 바이러스가 퍼져나갔다는 마시우스의 말은 틀렸다.


오히려 여기에 있는 감염자는 현재로서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는 언제, 어디서 이 마을로 들어왔을까.


그림 "......"


그림은 고개를 숙인 채 풀이 죽어 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그만 불평이 나왔다.


아스카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이 오기 전에 더 빨리 우리에게 부탁하라구."

아스카 "당신들은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마계 기술 전문가니까."

아스카 "애당초 의료진의 책임자인 당신이 저길 빠져나가면 어떻게 해."

그림 "무슨 소리지."


그림은 어리둥절한 듯 고개를 들었다.


아스카 "뭐가 무슨 소리야."

그림 "나는 책임자가 아니다. 저곳을 관리했던 사람은 마시우스 사제다."

아스카 "뭐......?"

그림 "나는 단순히 마을 의사에 불과했지만, 그분은 원래 고명한 바이러스 학자였다."

아스카 "잠깐만......"


마시우스가 저기 책임자이고 게다가 바이러스 학자?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지?


아스카가 의심을 품었던 그때였다.


그림 "앗, 그럴수가!!"


갑자기 그림이 비통한 소리를 질렀다.


아스카 "뭐야? ──핫!!"


그림이 보는 바로 앞, 창 밖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타닥타닥 뭔가가 격렬하게 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스카 "불!?"


불타는 건 마의 숲이 있는 쪽이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스탠딩 돌려쓰기 그만!

누가 봐도 바이론이잖아!


이럴 거면 빨리 음양기사 토와코 실장시키라고!